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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로 태어나서>는 전부터 벼르다가 이제야 읽기 시작했다. 머리말을 읽을 때는 솔직히 그만 덮고 싶었다. 문장의 과잉의 눈에 거슬려서. 하지만 본론으로 들어가자 불만은 완전히 사라졌고 계속 감탄하고 감동하게 된다. 저자에게. 성실하고 깊고 다스하고 정직하다. 한국에서 정말 보기 드문 논픽션인데, 희소성을 넘어 탁월한 성취를 이뤘다. 

 


 

 

 

 

 

 

 

 

 

 

<악녀의 재구성>은 도서관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별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재미있고 새롭다. 

조선시대에 이런 여성들이 있었나, 계속 놀라면서 읽게 된다. 


 

조지 월드,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Therefore choose life>를 읽다. 처음엔 별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래서 앞을 건너뛰어 4장 '죽음의 기원'을 읽다가 매료되었다. 그렇게 3장을 읽고 다시 앞 장을 읽는 역순의 독서를 하다. 기억해두고 싶은 문장이 많아 메모하다.

 

 

 

 

 

 

 

 

 

 

 

 

요즘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신복룡의 <인물로 보는 해방정국의 풍경>이다.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글을 묶었는데, 단편들이고 개인적인 소회도 뒤섞여 본격 역사서라고는 하기 힘들지 모르나 이 시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좌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저자의 입장 때문에 더욱 논란이 되는 사건들에 접근하는 데 좋다. 독서회에도 권했지만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4.3과 대구항쟁, 여순사건, 한국전쟁 등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끔찍한 보복, 특히 우익의 잔인함을 보며 어디서 왜 이런 증오가 나왔는지 묻게 된다. 왜 이렇게까지 증오하는 걸까? 그리고 미국. 5.18에 대한 증언을 보면서도 그렇고 미국은 참 오랜 문제다.   

 

 

 

 


김승섭의 <우리 몸이 세계라면>을 읽다. 화제작 <아픔이 길이 되려면>도 그렇고 이 책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지만 아쉬움은 있다. 여러 주제를 짧게 다루다 보니 깊이있게 고민이 전개되는 데 한계가 있다. 캐나다의 보건과학자 캐런 매싱이 쓴 <보이지 않는 고통>이 떠오르며 다음엔 좀더 깊게 문제의식을 펼쳐나갔으면 싶다.

 

 

 

정민의 <나는 나다>는 실망스러웠다. 다작에도 불구하고 읽는 책마다 만족스러웠던 정민 교수라 이번에도 기대했는데 실망. 같이 나온 <채수유병집>도 그리...

 


 

 

 

 

 

 

카를로 로벨리의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는 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마다 추천하는 책. 그 책이 계기가 되어 읽게 된 <1417년 근대의 탄생> 역시 기대에 값하는 근사한 저작이었다.

교황의 비서였던 필경사 포조가 루크레티우스의 시집을 발견하고 그것이 몽테뉴를 비롯한 근대의 여러 사상에 영향을 미친 이야기를 그야말로 영화처럼 흥미진진하게 썼다. 인문서를 읽는 게 얼마나 즐겁고 도움이 되는지 모처럼 실감하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는 제목 그대로 사서 실무가 궁금해서 읽었다. 아주 얇은 독립출판물인데 재미있게 단숨에 읽었지만 아쉬움이 많다. 일단 제목과 달리 사서 실무에 대해 자세히 알기 어렵다. 글을 쓰고 싶어하고 그래서 직접 책을 만드는 개인적인 얘기와 사서 경험이 뒤섞인 일기 같은 글이다. 일반 출판사라면 아마 이대로 출간하지는 않았으리라. 편집이 안 된 책인데, 과연 이런 출판이 괜찮은가 의문이 든다. 작가로서 편집자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과정은 정말 힘들다. 글을 쓰는 즐거움은 없고, 남의 말을 들어야 하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 괴로움만 가득한 과정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글 쓰기도 배우고 사는 법도 배우고, 무엇보다 내 자신의 부족함을 배우게 된다. 내가 좋아서 쓴 글, 내가 좋아서 내는 데 무슨 상관이냐 할 수도 있지만 책과 출판엔 나만 좋은 것 이상의 책임도 있으니까 역시 편집의 역할을 생각하게 된다.   


 

<신체설계자>- 상상을 넘어선 현대 의료기술의 세계. 그 미래를 도무지 가늠할 수 없다. 꽤 전문적인 설명도 있어 독서가 더뎠으나 기억해두고 싶은 내용이 많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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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의 고려유물 전시를 계기로 독서회에서 고려사에 관한 책을 읽기로 했다. 한 권만 추천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한 권만 꼽을 수가 없어 3권을 제시하고 각각 원하는 책을 읽고 와서 토론하기로 했다. 역사, 그것도 고려사는 낯설 수밖에 없는데 3권이나 추천하는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그저 너무 어렵지들 않기만을 바라며 독서회에 갔다. 그런데 내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모두들 재미있게 읽었단다. 2권을 읽은 이들도 많았다. 어찌나 기쁘고 즐거운지!  

그날 토론에서 회원들이 밝힌 소감을 여기 정리해둔다.

 

 

 

 

 

 

 

 

 

* 역사서는 왠지 버겁거나 지루할거라는 생각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읽게 된 "고려 역사상의 탐색"은 깊이있고 세밀하게 기술돼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고려시대에는 여성의 이혼과 재혼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조선시대의 성리학자들이 부여한 정조의 개념과는 다르게 고려시대에는 정조의식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말처럼 역사를 지나간 과거로만 인지했었던 내게 역사는 직간접적으로 현재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환기시켜준 계기가 되었다.


* 중국이 화와 이를 나누는 명분은 힘이 아니라 문화였다. 중국은 수준 높은 문화를 보유했기 때문에 화이며, 그렇기에 이는 중국을 섬기면서 그 문화를 수용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태조는 자국의 독자성을 강조하면서 중국문화의 우수성을 인정한 반면 최승로는 중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인정하면서 보편 문화를 추종했다고 평가할수 있다.

한국의 역사과정을  통시적으로 보면 자국의 독자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점차 약화된 한편 중국 중심의 일원적 질서를 강조하는 경향은 더욱 강화되어갔다. 이런 흐름은 고려와 조선 통치자의 복식에서도 볼수있었다. 그동안 역사를 가까이하지못한것을 반성하면서, 빈약한 자료로 고려연구에 매진하신 역사학자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고려 역사상의 탐색>, '역사의 사실들은 기록자의 마음을 통과하면서 굴절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준 책이다. 그래서 과거의 역사에 대한 현재 역사가의 올바른 해석과 평가가 요구되며, 그런 점에서 이 책을 높이 평가하고싶다. 특히 고려사회 제반 분야를 망라한 역사서술은 나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었다.


* 누군가에 의해 또 하나의 역사로 기록 되어질 지금 이시간을 나는 살아가고있다. 기록 되어질 역사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우리는 큰 힘을 가질것이다. 역사 책을 읽고, 역사는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역활이 더 중요한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려를 통해본 역사는 대부분 지배층 들의 권력 유지와, 강화를 위해, 또는 방어를 위해 만들어지고 고쳐졌다는 생각이 강하게 느껴졌다. 민이 만들어내는 역사는 거의 느낄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의 상황과 현재의 상황이 비슷한 점들을 볼때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생각났다. 앞으로 기록 되어질 역사에서 우리 시대는 어떻게 기록되어질까?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물려주기 위해 우리가 잘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 역사에 문외한인지라 읽기 전에 미리 겁을 먹었다. 그런데 이 책은 구체적 연도나 사건중심의 구성이 아니라 그 상황이 일어나게 된 원인과 결과를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알기 쉽게 잘 설명해주어서 의외로 읽기가 수월했다.  총체적으로 역사를 해석해서 현재와의 연결성을 찾아내는 저자의 능력이 놀라웠다.

역사 속 이야기로만 느껴졌던 고려시대도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고,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지금 우리의 현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어렵게만 느꼈던 '역사'라는 분야에 재미를 느끼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다.


* 나는 역사를 잘 모른다. 그래서 역사는 어렵다고 생각했고 이번 책에 대해서도 부담감이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다는 혜진씨의 말에 용기를 얻어 읽어보니 고려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이 이해됐고 역사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고려의 본관제, 실리외교 정책, 문화적 자존의식, 다원사회의 면모 등을 접할 수 있었고 고려 역사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었다. 무신정변에 대해서는 중심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현재와도 공통점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세계 정세를 보는 시각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과거의 역사가 현재를 보는 시각을 넓혀주고 현재 우리가 가진 문제에 실마리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 초보인 나에게는 고려시대를 잠시 엿보고 온 듯한 재미있고 의미있는 책이었다.


* 역사연구는 현재와 담쌓은 죽은 과거에 대한 것이 아니라, 현재와 연결된 살아움직이는 과거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분단상황에, 계층간 지역간 대립이 심한 지금,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대안으로 고려의 역사와 전통에 주목하고,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무엇을 읽어내야 할지 설득력있게 제시했다.

조선시대 관점이 아닌 고려자체의 독자적 특성에 촛점을 맞춘 시각, 지배층만이 아니라 민의 생활과 문화를 포함한 관점, 상호연결된 총체적 시각으로 재해석된 고려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특히 그 흐름을 설명하면서 계속해서 질문을 제기하고 근본적 원인을 찾아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고려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었는데, 큰틀에서 그 역사와 전통, 전개과정을  볼수 있었고, 해석에 따라 역사가 얼마나 다르게 인식될 수 있는지 볼수 있었던 고마운 기회였다.


이 두 책과 함께 <천추태후 그대로>를 추천했는데 이걸 읽고 온 분도 두어 분 있었다. 새로운 역사적 사실이 재미있게 쓰여 있어 즐겁게 읽었다고. 모두들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며 앞으로 더 자주 역사책을 읽자고 했다. 그래서 3.1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한 여운형, 김규식 같은 이들의 책을 읽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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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지막 날, 올해 읽은 책들을 떠오르는 대로 정리해둔다. 가끔 읽은 책을 다시 읽다가 뒤늦게 알아채는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1.김두식, 불멸의 신성가족 -재미있으나 정밀하지는 못한 느낌 

2.강영숙, 리나 -새로움, 딱 거기까지 

3.베네딕트 앤더슨, 상상의 공동체 -공부가 되었으나 2%부족 

4.앨런 와이즈먼, 인간 없는 세상 -재밌다. 조금 줄였어도 좋았을 듯 

5.존 쿳시, 엘리자베스 코스텔로 -쿳시 작품 중 가장 읽기 힘들었다 

6.---, 마이클 K 

7.---, 야만인을 기다리며 -쿳시의 매력에 한동안 빠져 지내다 

8.아리스티드, 가난한 휴머니즘 -얇지만 ㅂ무게 있는 

9.김용철, 삼성을 생각한다 

10.불가노프, 거장과 마르가리따 -색다르고,  꼼꼼히 분석하고 싶은 

11.심양장계  

12.마리 로뱅, 몬산토 -말이 필요없는 

13.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14.도스토예프스키, 지하로부터의 수기 

15.줄리언 반스, 플로베르의 앵무새 

16.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17.----, 감정교육 

18.제인 오스틴, 에마 

19.이영희, 대화 -너무 늦게 읽은

20.벤야멘타 하인학교 -독특하고 매혹적인 

21.볼라뇨, 전화  

22.----, 칠레의 밤 -매력적이지만 도취되지는 않는 

23.헤르타 뮐러, 숨그네 -숨이 막히다 

24.나의 마지막 장편소설 

25.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김원영이란 이름을 기억하다 

26.노근리 이야기 -내용과 형식이 조응한 만화 

27.안전지대 고라즈니 

28.최기숙, 처녀귀신  

29.정약용, 목민심서 -예전과는 다른 감동을 느끼다 

30.종교전쟁  

31.스픽스의 앵무새 

32.나쓰메 소세키, 마음 

33.-----, 그후 

34.앵무새 죽이기 

35.이언 와트, 소설의 발생 

36.이가원, 유교반도 허균 -허균평전보다 재밌다 

37.미요시 유키오, 일본문학의 근대와 반근대 -쓸만한 대목이 적다 

38.루쉰과 저우쭈어런 -루쉰의 몰랐던 면모를 본 건 재미있으나 깊이는... 

39.사라져가는 목소리들 

40.저항과 아만 -이언진의 발견! 

41.박희병, 나는 골목길 부처다 -박희병의 글쓰기가 조금만 유연해진다면! 

42.낯선 세계로의 여행 

43.한시미학산책 -정민의 감수성은 정말! 

44.바야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45.---,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 

46.----, 셜록 홈즈는 틀렸다 

47.나는 어떤 사람인가 

48.나를 더 사랑하는 법 

49.죽음과 함께 춤을 

50.카프카와의 대화 -카프카 평전보다 더 카프카를 느끼게 한다  

51.10 1/2장으로 쓴 세계역사 

52.계승범, 조선시대 해외파병과 한중관계 -충격!

53.뮐러, 저지대  

54.감정노동 

55.국민을 그만두는 법 

56.조선인의 유토피아

뭔가 더 읽은 듯한데 생각이 안 난다. 고마운 책들 덕분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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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어도 누가 뭐라는 건 아닌데 그동안 한국소설들을 너무 안 읽었다는 생각이 들자 의무감 비슷한 게 생겼다. 그래서 요즘 유명짜한 작품들을 몰아 읽었다. 

공지영의 [도가니]는 성폭력에 대한 소설. 소설의 계몽적 역할을 믿는 작가답게 이번 소설도 성폭력이라는 사회문제에 대해 대중적으로 호소력있게 전달하고 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문제를 안이하게 풀어나갔다면 이번 작품은 그보다는 고민이 깊었던 느낌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여운은 짧고, 독자의 몫은 너무 적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참 편안한 소설이다. 작가도 쓰기가 편했을 것이고 독자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엄마 얘기다. 엄마에 대해 새로운 발상이나 고민은 없다. 그냥 누구나 엄마는 이럴 꺼야, 아니 엄마는 이런 거지, 이래야 하지, 라고 생각하는 그런 엄마를 얘기한다. 엄마의 은밀한 사랑 같은 에피소드를 집어넣은 건, 작가가 그렇게 너무 상투적인 엄마상을 그리는 게 민망해서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 같지만, 작품 내적으로 유기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작가의 영악함을 보여주는 듯해서 오히려 읽는 내가 더 민망하다. 신경숙은 글 쓰는 법을 아는 작가인데 왜 아직 늙지도 않았는데 이런 식으로 자신을 소비하는지 모르겠다. 성공이라면 충분히 했지 않은가. 

김훈의 [공무도하]는 앞에서 절반까지 읽다가 맨 뒤부터 다시 1/3를 읽다가 결국 그만두었다. 김훈은 역시 산문이고, 소설은 단편이 좋다. 장편은 정말...건너기 힘든 강을 건너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자의식 과잉이 읽는 이를 지치게 한다. 한국의 지가를 올린 [칼의 노래]나 [남한산성] 때도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지만 이번 작품은 그 정도가 더하다. '삶은 비루하고..던적스럽다'는 소설 속 문장을 읽는 순간,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이 그야말로 던적스럽게 느껴졌다. 세상에서 제일 입맛 쓴 것이 포즈의 허무주의를 보는 게 아닌가 싶다. 허무는 허무로 말해질 수 있는 게 아닌데, 그건 문장 너머의 절망이고, 그 절망은 스타일이나 포즈로는 닿을 수가 없다.  

알라딘에 책을 주문했더니 김연수의 신작단편집의 일부를 담은 소책자가 함께 왔다. 그 짧은 소설을 아직도 읽지 않았다. 김연수의 수다스러움을 지금 내가 감당하기엔 이 세상이 너무 수다스럽다.   

한유주의 [얼음의 책]이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평론가들이 통속소설을 굉장한 예술적 성취로 상찬하는 데 대해 스스로 자괴감을 느껴 이런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면, 이 작품의 무엇이 그리 대단한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대중성을 과감히 포기하고 스스로의 문법으로 글을 쓰는 그 과감함에는 물론 나도 한 표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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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들어오자마자 빌렸다. 음, 읽고난 소감은 잘 썼다는 것. 그냥 그 정도였다. 

[ 속마음을 들킨 위대한 예술가들]은 정신분석학으로 화가와 그의 작품을 분석했다. 본격적으로 화가의 트라우마를 분석하는 시도는 흥미롭고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작품 분석은 좀 허술한 느낌이다. 좀더 세밀하게 작품을 읽었으면 좋았을 것. 

 

레나타 세나클의 [사랑과 증오의 도착들]은 읽기가 쉽지 않은 책이다. 하지만 손에서 놓기도 쉽지 않다. 이 책을 읽고 [남아있는 나날]을 찾아 읽었다. 사뭇 아련하게 읽히는 사랑에서 히스테리와 강박을 읽어내는 세나클의 독법이 흥미롭고 재미있다. 소설과 영화를 통해 사랑의 도착을 읽어내는 시선이 세밀해서 더욱 재미있다.  

그중에도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세스크의 건축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었다. 루마니아를 집대성한 궁전을 짓겠다며 멀쩡하고 아름다운 건물과 마을들을 송두리째 파괴해버린 차우세스크에게서 세나클은 스스로를 공산주의의 메시아로 위치짓는 과대망상을 읽어낸다. 그런데 이 부분을 읽는데 왜 이렇게 가까운 누군가가 떠오르는지. 특히 차우세스크가 물을 '정리'하는데 집착했다는 대목. 운하를 파고(이놈의 운하가 무용지물이 되자 일부러 통행을 강제했다고, 아이고!), 수도 부크레시티를 흐르는 강을 '정비'하고 그 위를 포장해 분수 따위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자꾸 누군가를 생각나게 해서 남일 같지 않았다. 차우세스크가 공산주의의 실현자로 스스로를 망상했다면 그 누군가는 하나님의 아들로 스스로를 망상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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