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동네는 많겠지만 인간에게 익숙한 것만큼 편한 건 없다. - P43

돌이켜 보니 우리는 ‘집’을 대하는 태도가 전혀 달랐다. 나는 어딘가에서 좋은 동네와 좋은 집을 보면 막연하게 한 번 ‘살고 싶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사고 싶다’라고생각한다.
다시 말해 나에게 ‘집‘이란 그리 현실적이지 못한 대상이다.
그냥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내 집이다. 그런 나와 달리 J에게 집은 주거 공간이자 재화이고 동시에 미래의 삶이다. - P74

한때는 모든 이의 드림 하우스였던 2DK 연립 주택도 시대가 변하면서 더는 꿈이 아닌 허물어진 집이 되었다. 료타가 작가라는 꿈을 동경해 왔지만 결국 그 꿈도 시간과 함께 수명을 다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아직 더는 꿈이 아닌 미련 속에만 살고 있다면, 이제는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기를 바란다. 연립 주택을 벗어나 큰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었던 요시코처럼. - P81

인간은 현명한 선택보다 편한 선택을 하는 존재다. - P192

더 좋은 집을 꿈꾸는 것, 더 나은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 것모두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6개월에 걸친 경험을 통해 내가 깨달은 건 새로운 ‘욕망‘이었다. 미래를 향한 욕망과현재에 충족하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나는 매일 저울질하는중이다. - P2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게 새들에게 일상적인 일은 아닐 거라고, 비행에 최적화된 기관이 있다고 해서, 또 자주 날아다닌다고 해서, 새들이 비행에 별 감흥을 못 느낄 거라고 단정할수는 없다.
나는 외려 새들이 날 때 상당한 기쁨을 맛볼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너무 어린 새나 늙은 새, 다친 새는 날 수 없다. 많은 새들이 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실제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때는 한정되어 있다. 놓칠 수도 있었던 잠재력을깨닫고 목적에 걸맞게 쓴다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 아닐까? - P52

나는 침묵했다. 대답을 미루고 침묵을 택한 것이 아니었다. 대답을 잃자 남은 게 침묵뿐이었다. 엄마에게 등을 돌린 채멀거니 서서 나는 한참 동안 대답을 찾아 머릿속을 헤맸지만 끝내 아무런 문장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 P58

"길을 찾고 있는 거야. 원래 달빛을 쫓아가고 있었는데 가로등 불빛이 자꾸 밝아지면서 길을 잃고 만 거야. 다시 달빛을 쫓아 헤매다가 결국 가로등 불빛을 달빛으로 착각하고저렇게 되어 버렸지." - P77

어쩌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그 시기에는 누구나 아무 노력 없이 몸이 자랐고, 이해하지 않아도 조금씩 어른이됐다. 매일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그것을 잃었다는 사실도 쉽게 잊었다. 친구의 이름. 얼굴. 어제의 즐거움. 두려움. 화답을 기대하는 마음. 슬며시 생겨난 앙심. 단순하게 반복되는 폭력. 결별. 지난 계절의 더위. 추위. 꿈. 불가해한 죽음. 지속되지 않는 다짐. 너를 버린다는 말. 그 모든 것들이 기억 너머로 가라앉는다. 아래로 더 아래로 가라앉아 깊은 구덩이 속에 고이고, 바로 거기, 잔잔한 수면이 생긴다. - P1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원의 나무가 기형적인 것은
토양이 나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무를 비난한다 불구자라고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푸른 조각배나 해협의 한가로운 돛을
나는 보지 않는다 내가 보는 것은
어부들의 닳아질 대로 닳아진 어망뿐이다

- 서정시가 어울리지 않는 시대 중 - - P39

식탁 위의 고기를 약탈한 놈들이
안빈낙도를 가르친다
남을 희생시켜 벌어들인 놈들이
희생정신을 요구한다
끊임없이 먹고 있는 놈들이 주린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위대한 시대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국가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뜨린 놈들이
단순한 사람에게는
정치란 어려운 것이라고 말한다

- 독일 전쟁 안내 중 - - P61

당신이 우리들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면 우리들은
당신과 함께 그 길을 간다 그러나
바른 길도 우리를 빼고는 가지 말라
혼자서 가는 길은
가장 옳지 않은 길이다
우리들과 떨어져서 가지 말라!
우리들이 잘못이고 당신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들과 떨어져서 가지 말라!

- 그러나 누구인가 당은 중 - - P87

살길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기에
우리들의 마음은 밤 속에서 일제히 우는 것이다
조그마한 노래 하나를 짓는 데도 불행이 필요한 것이다
몸짓 하나를 하는 데도 회한이 필요한 것이다
기타 한 줄을 치기 위해서도 흐느낌이 필요한 것이다
행복한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고통을 동반하지 않는 사랑은 없다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 사랑은 없다
그리고 그대에 대한 사랑도 조국애와 같은 것
눈물로 키워지지 않는 사랑은 없다
행복한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우리 두 사람의 사랑인 것이다

- 행복한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중 - - P105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여자는 남자의 혼을 장식하는 채색이다
여자는 남자를 활기 있게 해주는 떠들썩하고 우렁찬 소리이다
여자가 없으면 남자는 거칠어질 뿐
나무 열매나 열매 없는 핵에 불과하다
그 입에서는 거친 들바람이 나오고
그 인생은 엉망으로 헝클어지고 황폐해져
그것마저 자기의 손을 때려 부숴버린다

나는 그대에게 말한다 남자는 여자를 위해
태어나고 사랑을 위해 태어나는 것이라고
낡은 세계의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 미래의 노래 중 - - P127

나는 천국을 믿지 않는다

나는 천국을 믿지 않는다
아무리 목사가 지껄여대도
나는 너의 두 눈만을 믿는다
너의 눈이야말로 천국의 빛이니까

나는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
아무리 목사가 지껄여대도
나는 너의 마음만을 믿는다
달리 나의 신은 없으니까

나는 악마도 믿지 않는다
지옥도 지옥의 고통도 믿지 않는다
믿는 것은 너의 두 눈과
매정한 너의 마음뿐이다. - P3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물아홉 살인 지금은 더이상 재능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된 지 오래다. 꾸준함 없는 재능이 어떻게 힘을 잃는지, 재능 없는 꾸준함이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지 알게 되어서다.
재능과 꾸준함을 동시에 갖춘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창작을 할 테지만 나는 타고나지 않은 것에 관해, 후천적인 노력에 관해 더 열심히 말하고 싶다.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24

남에 대한 감탄과 나에 대한 절망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 반복 없이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기꺼이 괴로워하며 계속한다. 재능에 더 무심한 채로 글을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 P26

영화 매니페스토)에는 한 글쓰기 교사가 등장한다. 그는 칠판에 "독창적인 것은 없어 Nothing is original"라고 적은 뒤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독창적인 것은 없다. 어디서든 훔쳐올 수 있어. 영감을 주거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거라면 뭐든지 얼마든지 집어삼켜. 옛날 영화, 요즘 영화, 음악, 책, 그림, 사진, 시, 꿈, 마구잡이 대화, 건물, 구름의 모양, 고인 물, 빛과 그림자도 좋아. 너희 영혼에 바로 와닿는 게 있다면 거기서 훔쳐오는 거야. 독창성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훔쳤다는 걸 숨길 필요 없어. 원한다면 얼마든지 기념해도 좋아."
그런 뒤에 교사는 이렇게 덧붙인다. "하지만 장뤼크 고다르가한 말은 꼭 기억해야 해. 문제는 어디서 가져오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가져가느냐다." - P136

동물을 가장 많이 귀여워하는 시대이자 동물을 가장 많이 먹는 시대를 살고 있다. 외면하는 능력은 자동으로 길러지는 반면,
직면하는 능력은 애를 써서 훈련해야 얻어지기도 한다. 무엇을보지 않을 것인가. 무엇을 볼 것인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며 수업에서 나온다. - P143

신형철 평론가의 책 『정확한 사랑의 실험
(마음산책, 2014)에 따르면 욕망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지만, 사랑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지가 중요해진다. - P169

쉼보르스카는 말했다. 자기가 쓰는 시의 유일한 자양분은 그리움이라고. 그리하여 돌아가야만 한다고. 그리워하려면 멀리 있어야 하니까. 그렇다면 작가는 어떤 일이 멀어지는 걸 보며 계속살아가는 사람 아닐까. 멀어지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을 기록하며, 그리움을 그리움으로 두며, 하지만 결코 디테일을 잊지 않으며 말이다. - P173

그들은 ‘절대 ~하지 마라‘는 말을 간과했다. 인간은 ‘절대‘
라는 말에 오기를 품는 존재들인 것 같았다. 공포만화의 일반인들은 의심스러운 무언가를 향해 제 발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런 식으로 제 무덤을 파는 자 없이는 무서운 이야기란 완성되지않는 듯했다. - P184

나는 알게 되었다. 작가의 글은 일기 이상이어야 한다는 걸. 여기에서 ‘일기 이상‘이란 자신 이외의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쓰는글이다. 언제나 내 편을 드는 나를 제외하고, 은선생님처럼 내 말에 웬만하면 맞장구칠 준비가 된 독자도 제외하고, 불특정 다수가 읽어도 설득이 되는 문장을 향해 노를 저어가야 했다. 공식적으로 발표하거나 연재하거나 돈을 받고 쓰는 글은 적어도 일기에서 한 걸음 내딛은 어떤 것일 필요가 있었다. 내가 돈을 내고 읽는 글들이 거의 다 그렇듯 말이다. - P199

구구절절 해명을 늘어놓던 글쓴이는 어느 순간 말을 아꼈다. 말이 아니라 글로써 진작 잘 드러내야 했던 이야기라는 걸 스스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 P205

교사에게 발언권이 돌아왔을 때 나는 말했다. 좋은 글은 장면을 선물한다고, 읽는 이의 마음속에 몹시 인상적인 이미지를 그려서 글을 내려놓고도 이야기가 자꾸만 떠오르게끔 한다고, 어떻게 해야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보여줄 수 있을지, 텍스트로 이뤄진 문장을 가지고 이미지의 세계로 가는 방법은 무엇일지 열심히 고민해보자고. - P229

동시에 성립되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는 사실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 심지어 충돌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것이 사랑의 복합성이라고 느낀다. 이 동시다발적인 복잡함에 대해 말하는 게 문학일지도 모르겠다.
좋은 예술들은 모두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그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그 사랑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 P2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소 역시 가격을 낮추려면 일단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많이 생산해 싸게 운송해야 한다. 수요 측면에서는 막대한 수소를 소비할 수 있는는 것처럼, 다양한 국가들이 각자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수소사회자동차, 터빈, 보일러 등이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 화석연료보다비싸다고 포기할 문제가 아니다. 석기시대가 종료된 것은 지구상에 돌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고, 철기시대가 온 것은 청동기를 만들 재료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다. 돌에 비해 청동기가, 청동기에비해 철기가 더 좋은 재료이기에 자연히 받아들여진 것이다.
당장은 석유나 가스가 어떤 에너지보다 효과적이다. 그 인프라또한 다른 에너지가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화석연료가 필연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촉진한다면 새로운 에너지로의 전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한 개인이나 기업, 한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구온난화에 공동으로 대응하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 - P1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