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제국 1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세욱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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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결말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면 할 말이 많으면서도 말문이 막히고 만다. "그래, 오늘밤 나는 괴물을 분만한 거야." 라는 강렬한 문구로 인해 첫 장을 펼쳤으니 안나의 과거와 현재를 쫓아가는 길이 어디에 이르게 될지 궁금함이 참 많았을 것이다. 이것은 뭘까. 정의? 우정? 한 때 생사를 함께 한 동료애? 굳이 평탄한 삶에 위험을 드리울 필요가 있을까 싶게 한 여인의 삶은 현재 그녀가 누리고 있던 안정된 인생에서 벗어나 안나의 삶을 닮아가기로 작정한 듯 보인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그녀에게 하는 헌사, 그렇게 볼 수 있겠다.


'늑대의 제국'은 안나의 현재 인생의 테두리 안에 그녀 안나와 그의 남편 로랑 그리고 아케르만 초콜릿 가게의 클로틸드, 이 가게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손님 벨벳 씨, 정신과 의사 마틸드로 한정된다. 정기적으로 로랑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의 모임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그녀 인생의 아주 중요한 사람들로 보이진 않는다. 날줄과 씨줄처럼 또 하나의 사건들, 그것은 폴과 시페르가 쫓는 살인사건의 범인들 이야기이다. 안나와 이 살인사건들이 분명 연결이 될 것이다. 


안나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벨벳 씨에게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직접 다가가 자신을 아냐고 물어볼 용기를 내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가까이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현재 자신의 기억에 문제가 생기고 있으니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 없는 상태, 남편 로랑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지금의 안나는 그 무엇도 확신을 가지고 행동할 수가 없다. 유일한 탈출구는 정신과 의사 마틸드에게로 향하는 길 뿐이다. 안나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 중 누가 그녀의 말을 진심으로 믿어줄 수 있을까. 마틸드조차 자신에게 오는 환자 중 한 명일 뿐 처음부터 그녀의 말을 믿은 것은 아니었으다. 이제 마틸드도 나처럼 안나와 함께 그녀의 과거속으로, 현재, 미래를 함께 한다.


폴과 시페르가 지나는 길은 모두 '죽음', '죽음' 뿐이다. 살인사건들을 파헤치던 중 그 중심에 드러나는 한 여인, 그녀의 행방을 찾는 것이 이 사건을 풀어내는 핵심이 된다. 아이가 태어나고 좀 더 자랑스러운 삶을 살겠다 결심한 폴에게 이 사건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작은 단서가 되어 준다. 나는 폴의 아버지의 죽음에 어떤 의혹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자세하게 다뤄지지 않는 걸로 봐서 어릴 때 폴이 겪었던 가장 큰 사건으로 현재의 자신을 보여준다.


점점 자신을 찾아가는 안나, 예상치 못했던 사건으로 인해 조금 늦어졌을 뿐 결국 그녀가 가야했던 길 끝에 무엇이 놓여있을지 알고 있었음에도 가야했던 그 이유는 그녀의 여정을 따라가면 곧 알 수 있다. 가장 절실했던 것, 그것은 자신의 생명조차 내어 놓을 수 있는 정의, 목적이 되어 버린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그곳에서 안나는 진정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무엇을 떠올렸을까.


사건들을 좀 더 깊이 있게 다루었으면 했다. 얕게 얕게 지나가며 훑는 것이 아닌 안나의 삶을 안나의 시선으로 풀어 나갔다면 그녀의 마음을 더 깊게 알 수 있었을 것이며 그녀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그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타인이 바라보는 것이 아닌 오롯이 그녀 자신의 목소리로 그녀에 대해 알고 싶었다. 사건과 사건사이에서 보여지는 안나의 모습은 그녀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엔 많이 부족하다. '늑대의 제국' 이 곳에서 안나는 끝내 우리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한 채, 자신의 기억과 그 기억의 단서들을 쫓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며 그렇게 삶의 목적을 찾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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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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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아들의 유치원에 보낼 꽃을 산 적이 있다. 꽃을 놓았을 뿐인데도 집 안이 화사해지고 행복했다. 언제부터 꽃의 아름다움을 잊고 살았을까. 꽃이 시들면 그저 버리는 것이 귀찮은 존재라고 생각하게 됐을까.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몽환화'를 읽으면서 내내 노란 나팔꽃을 떠올리려 노력했다.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음에도 몽환화에서 놓여날 수 없었다. 본 적이 없으니 그려낼 수 없는 것이 당연한데도 나팔꽃에 노란색이 없다는 글은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활자에서조차 노란 나팔꽃의 흔적만을 찾은 나는 이 꽃으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한 남자에 의해 일본도에 찔려 쓰러진 신이치와 가즈코가 등장하는 첫 장의 강렬함이 몽환화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에만 집중한 나머지 소타와 리노, 나오토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

 

'몽환화'는 강렬한 첫 사건의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나오토와 아키야마 슈지의 죽음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리노의 할아버지 아키야마 슈지의 죽음을 파헤치는 사람은 소타의 형 요스케와 리노와 소타 그리고 경찰 하야세다. 서로 다가가는 형태는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마당에서 사라진 화분 하나와 슈지의 죽음의 관계를 밝혀내는 것이다. 어떤 결론이든 마지막에는 슈지를 죽인 범인에 이르게 될 것이다. 허나 분명한 것은 이것이 다는 아니란 것이다. 감춰야 할 것이 있는 자와 범인을 꼭 잡아야하는 자의 치열한 두뇌게임은 독자들에게도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곳에 리노와 소타 두 사람만이 전혀 관계가 없는 듯 보이지만 사건을 통해 점차 진실에 도달하게 된다.  

 

아키야마 슈지가 죽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바뀐 것이 없었을까. 소타에게 다카미는 첫 사랑의 아련한 기억과 함께 아버지로인해 갑자기 연락이 끊기고 보지 못하게 된 상처가 된 기억만을 주는 사람이다. 아키야마 슈지의 죽음이 없었다면 다시 만날 인연이 없는 사람이었다. 다시 만나게 되었다해도 예전의 인연으로 계속 만남을 이어갈 순 없지만 소타에겐 이제 살아갈 이유가 되어 주는 사람이 되었다. 의무,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사람이다. 리노에게 할아버지 슈지는 리노 그 자체를 인정해주는 사람이었으며 하야세의 아들을 거친 세상으로부터 지켜준 사람이었다. 아들에게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사람이었다. 아키야마 슈지에게도 회한은 많을 것이다. 나오토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 평생 꽃에 대한 연구를 한 사람으로 세상에 드러내지 말아야 할 노란 나팔꽃을 세상에 드러나게 했다는 것은 그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했을까.

 

꽤나 드라마적이라고 할지 모르나 형 요스케보다 더 뛰어난 추리력을 보이는 소타가 원자력에 대한 연구보다 경찰이나 탐정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일말의 기대감을 가진 적이 있다. 미래에 대한 책임,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의무 이 모든 것을 알게 된 지금도 여기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는데 소타와 리노가 진실에 이르고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긍정적으로 지지하면서도 모든 이들이 자신이 짊어져야 할 의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게됨으로써 나에게도 노란 나팔꽃에 대한 책임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몽환화는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의 기억속에서 존재할 것이고 씨앗은 곧 만개하여 피어나기 위해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며 이를 세상에 드러나지 못하게 막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지금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낼 것이나 '몽환화', '노란 나팔꽃'이라는 단어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리지 않는한 살아있는 자의 의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당신은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노란 나팔꽃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게 되는 운명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몽환화'의 첫 장을 주저없이 넘기게 되는 그대, 당신은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모든 퍼즐이 맞춰진 후에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진실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아주 아주 가벼운 것들만 내 기억속에 담을 뿐이다. 물론 어딘가에서 '몽환화', '노란 나팔꽃'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이 나를 덮쳐 누르게 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이 '몽환화'의 첫 장을 넘긴 자의 운명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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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집 - 상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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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더뎠던 책이다. 그래서 더 여운이 오래가고, 작가가 만들어 놓은 결말에 눈물이 나서 괜히 신경질을 부려 보기도 했다. '호'에게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을 작가는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도저히 그 같은 결말에 공감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은 그런 결말로 이야기를 매듭 짓고 말았다. 저주스러운 운명을 지닌 가가님이 호가 살고 있는 마을로 오면서 마을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일상들, 숨겨진 본성마저 밖으로 드러나게 했던 가가님의 존재는 바보 같은 '호'에게까지 영향을 끼쳐 독자들이 상상한 그 이상으로 슬픔을 남겨 놓고 말았다.

 

마루미 마을에 와서 호가 처음 겪게 된 사지 가문의 게이치로의 여동생 고토에의 죽음은 호나 와타베 그리고 우사에게는 앞으로 일어나게 될 사건의 시작이 되었으나 이 사건의 범인을 잡는 것으로 사건이 정리되지는 않는다. 누가 고토에를 죽였는지 알고 있음에도 그 범인의 정체를 숨겨둬야 했으며 마루미 마을을 살리기 위해, 가가님을 지켜내는 것을 업으로 살아가야 할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 어떤 살인사건도 그저 조용히 지나가길, 묻혀 버리길 소원해야했다. 그렇기에 와타베가 미련스럽게 자신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것에 대해 아무리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믿을 수가 없었으며 고토에를 향한 그의 감정에 대해 내가 생각한 이상으로 많이 컸던 모양이라고 그저 이해하고 넘어가는 수 밖에 없었다. 민초들의 삶은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묻혀버릴 수 밖에 없다고 인정하고 넘어가기엔 와타베와 우사, 호의 존재가 이름만 거론되는 권력자들보다 더 컸기 때문일 것이다. 와타베 뿐 아니라 우사의 삶까지 모두 어느 것 하나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은 없었으나 가장 자연스럽게 내려진 결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래서 더 가슴 아픈 것이다.

 

저주받은 영혼을 봉인하고 외딴집에 가둬 버리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인가. 그 영혼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외딴집을 막아서야 했던 사람들 중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은 너무 많았다. 한창 뛰어 놀고 부모의 품을 그리워 해야 할 아이들이 죽었으며 이 일에 책임을 지고 아이들의 부모가 죽어야 했으며 우사는 자신의 평생 업으로 생각했던 히키테의 일을 내려 놓아야 했다. 그랬으면 절에서 호를 기다리며 평범하게 살아갔으면 되련만 우사, 그녀에게는 사람들을 도와주려는 착한 심성과 책임감으로 비록 히키테의 일을 그만뒀지만 끝까지 그녀다운 삶을 살아갔다. 와타베는 또 어떠한가. 그가 좀 더 용기를 내 줬더라면 세상을 향해 진실 한 조각 정도는 드러날 수도 있었을 것이나 와타베조차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취한 후 마루미를 위해 자신의 운명조차 거스르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호에게는 이해하기도 힘든, 이해할 수도 없는 벅찬 일이다. 다만 자신을 지켜준 가가 님을 향한 마음과 끝까지 호를 생각하며 염려해준 성님 우사의 마음만을 가슴 깊이 간직할 뿐이다. 호는 오늘도 아침인사를 하기 위해 가가 님과 우사를 향해 뛰어간다. "가가 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성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메아리처럼 나의 가슴에도 호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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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그린]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블랙스완그린
데이비드 미첼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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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의 아이가 겪을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다. 우리들은 흔히 '사춘기는 그렇지'라고 한마디로 표현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겪어내는 그 시기는 어른들이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견뎌내는 삶과 다르지 않은 일상들을 보내고 있다. 1년쯤 지나면 현재와 상황이 달라져 있을까. 아니 문제만 다를 뿐, 무엇이든 견뎌내야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지금 상황이 별로 괜찮지 않다고 느끼면 그것은 제이슨의 누나의 말처럼 "그건 아직 끝이 아니라서 그런 것이다." 왜 이 문장이 나까지 안도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흔히들 "괜찮아, 괜찮아질거야"라고 하지만 내가 괜찮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아직 끝나지 않아서인 것이다.

 

1년이 넘게 지나갈 동안 제이슨에게는 꽤 많은 일이 있었다. 비오는 날은 여자애들이나 우산을 쓰는, 이런 마을에서는 말을 더듬으며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모른다고 대답할지언정 말을 더듬는 것을 들키는 것은 자살행위와도 같은 것으로 친구들 앞에서 <복잡한 세상을 위한 소박한 기도>를 읽을 때 말을 더듬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혀 버릴 것만 같다. 하느님이 일분을 여섯 달로 늘려주신다면 스쿨버스를 탈 때쯤이면 죽을 때가 되어 영영 잠들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할 정도로 제이슨에게는 긴박한 상황인 것이다. 거기다 '시'를 쓰는 소년이라니, 이것이 알려지는 것은 너무나 끔찍한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각 장마다 이야기들이 넘쳐나지만 자기 대신 태어날 수 있었던 쌍둥이에 대한 생각은 언제나 그를 짓누르고 행맨은 1년이 넘게 지났어도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그래도 제이슨에게는 나름대로 상황을 해결할 용기가 있다. 비록 그 문제를 회피할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제이슨은 마을을 떠나기 전 자신을 도와준 그레턴 부인을 찾아간다. 왜 이곳이었을까. 어딜가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로 열을 올리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피해서 갈 곳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제이슨은 다리를 다쳐을 때 치료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간 그곳에서 자신의 마음속 깊이 넣어 두었던 이야기들을 꺼낸다. 곧 이 마을을 떠나게 되어 이런 용기를 낸 것이 아니다. 이 문제를 마음속에서 꺼냄으로써 자신의 문제와 마주보게 되었으며 자신의 존재 이유와 맞물려 많은 의문들을 밖으로 토해낼 수 있었다.   

 

이미 일어난 일들을 어찌하랴. "괜찮아, 괜찮아질거야"라고 위로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제이슨은 여전히 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내가 그랬다면, 그러지 않았다면" 하며 언제나 자신을 괴롭힐 것이며 질문들을 던질 것이다. 제이슨에게 이것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이야기인 것이다. 앞으로 이것에 덧붙여져 많은 문제들에 부딪칠 것이며 언제나 만약, 이라는 말로 자신을 괴롭힐 것이다. 살아 있는 한 이런 문제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제이슨은 이제 이혼수속을 밟고 있는 부모를 둔 제이슨이 되어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학교에 가야 한다. 새로운 곳에서도 행맨에게 잡혀서 말을 더듬을지 모르지만 그가, 제이슨이 시를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느 지면에서든 그의 시를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다 자란 제이슨이 지금의 일을 기억할 때가 온다면 열세 살의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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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낯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천국보다 낯선 오늘의 젊은 작가 4
이장욱 지음 / 민음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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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죽었다는 소식에 그녀의 마지막 길에 함께 하기 위해 k시로 향하는 김, 정, 최 그리고 염. 그들이 향하고 있는 곳이 과연 A가 있는 곳일까. 어쩌면 A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김, 정, 최, 염이 등장하는 곳은 카메라 프레임 안이며 내가 보고 있는 것은 기억 속에 스쳐 지나가는 한 편의 짧은 영화일 뿐이다, 등 무엇하나 명확한 것이 없는 세상, 그래 그곳은 <천국보다 낯선> 세상이었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면 이들을 바라보는 나,,,,,,는 분명히 지금 이곳에서 살아 숨쉬고 있으며 내가 중심이 되어 돌아가고 있는 나의 삶은 카메라 안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허공에다 대고 크게 소리쳐 보니 나도 아무 것도 아닌 것만 같다. 나도 내가 바라본 <천국보다 낯선> 세상 안에 있는 허상일지도.

 

김, 정, 최, 염에게 A는 모두 다른 사람들이다. 그 누구도 같은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지 않다. A에 대한 퍼즐을 맞추려고 하지만 모두 제각각 다른 모양의 퍼즐을 쥐고 있는 것처럼 A가 네 사람 있는 것 같다. 누군가 죽고 나면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더듬고 흐릿했던 모습을 명확하게 규정지으려 하는 행동이 이렇듯 아무런 의미가 없이 되고 보면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오직 나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지금 함께 겪었던 일조차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김, 정, 최를 보고 있으려니 이들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봤는데 왜 다른 결론을 내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A가 죽었다는 소식을 그녀의 사촌을 통해 듣게 된 정은 남편 김에게도 똑같은 전화가 갔음을 알지만 그 전화가 오기 전에 자신이 소식을 전해주지 않는다. A에게 걸려온(사실은 그녀의 사촌에게 걸려온 전화) 전화기를 들고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는 남편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떤 기분이었을지 정의 속내가 궁금했다. 이 행동만으로도 A는 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A가 죽기전까지도 김의 마음은 그러했을 것인데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지금 그녀가 죽기 전 김에게 전화해서 했던 말때문에 김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여유를 가질 수 없다. A의 죽음이 자살일까, 사고일까.

 

A를 중심으로 맞춰줬던 퍼즐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A만 사라졌을 뿐인데 그 주위에 있던 것들 모두 현실에서 벗어나 버렸다. 친구의 연인인 것을 알면서도 그녀에게 향하는 시선을 거두지 못했던 최, A가 했던 말들을 글로 옮기는 정, 불법 주가조작, 보험 사기 등 여러 죄를 지은 김, 이들의 기묘한 동행은 사고가 나기 전에 사고가 접수되었다는 소식을 들려주며 검문을 하는 경찰들에 이어 죽은 A가 문자를 보내면서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정점을 찍는다. 하지만 죽은 사람이 문자를 보내도 그 누구하나 무섭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들이 탄 차가 k시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해도 아무도 겁을 내지 않는다. 정말 이들은 그 누군가의 지시대로 카메라 프레임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인가.

 

저 멀리서 염은 A를 찾아가는 길에 홀로 서서 친구들을 기다린다. 이쯤에서 카메라는 하늘로 향하고 마지막 자막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사라지고 있어야 맞을 것이다. 환하게 밝혀진 극장 안에서 소지품을 챙기며 자리를 뜨는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있을지도. 누가 알겠는가. 무엇이 진실인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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