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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그린
데이비드 미첼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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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의 아이가 겪을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다. 우리들은 흔히 '사춘기는 그렇지'라고 한마디로 표현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겪어내는 그 시기는 어른들이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견뎌내는 삶과 다르지 않은 일상들을 보내고 있다. 1년쯤 지나면 현재와 상황이 달라져 있을까. 아니 문제만 다를 뿐, 무엇이든 견뎌내야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지금 상황이 별로 괜찮지 않다고 느끼면 그것은 제이슨의 누나의 말처럼 "그건 아직 끝이 아니라서 그런 것이다." 왜 이 문장이 나까지 안도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흔히들 "괜찮아, 괜찮아질거야"라고 하지만 내가 괜찮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아직 끝나지 않아서인 것이다.

 

1년이 넘게 지나갈 동안 제이슨에게는 꽤 많은 일이 있었다. 비오는 날은 여자애들이나 우산을 쓰는, 이런 마을에서는 말을 더듬으며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모른다고 대답할지언정 말을 더듬는 것을 들키는 것은 자살행위와도 같은 것으로 친구들 앞에서 <복잡한 세상을 위한 소박한 기도>를 읽을 때 말을 더듬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혀 버릴 것만 같다. 하느님이 일분을 여섯 달로 늘려주신다면 스쿨버스를 탈 때쯤이면 죽을 때가 되어 영영 잠들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할 정도로 제이슨에게는 긴박한 상황인 것이다. 거기다 '시'를 쓰는 소년이라니, 이것이 알려지는 것은 너무나 끔찍한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각 장마다 이야기들이 넘쳐나지만 자기 대신 태어날 수 있었던 쌍둥이에 대한 생각은 언제나 그를 짓누르고 행맨은 1년이 넘게 지났어도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그래도 제이슨에게는 나름대로 상황을 해결할 용기가 있다. 비록 그 문제를 회피할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제이슨은 마을을 떠나기 전 자신을 도와준 그레턴 부인을 찾아간다. 왜 이곳이었을까. 어딜가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로 열을 올리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피해서 갈 곳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제이슨은 다리를 다쳐을 때 치료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간 그곳에서 자신의 마음속 깊이 넣어 두었던 이야기들을 꺼낸다. 곧 이 마을을 떠나게 되어 이런 용기를 낸 것이 아니다. 이 문제를 마음속에서 꺼냄으로써 자신의 문제와 마주보게 되었으며 자신의 존재 이유와 맞물려 많은 의문들을 밖으로 토해낼 수 있었다.   

 

이미 일어난 일들을 어찌하랴. "괜찮아, 괜찮아질거야"라고 위로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제이슨은 여전히 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내가 그랬다면, 그러지 않았다면" 하며 언제나 자신을 괴롭힐 것이며 질문들을 던질 것이다. 제이슨에게 이것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이야기인 것이다. 앞으로 이것에 덧붙여져 많은 문제들에 부딪칠 것이며 언제나 만약, 이라는 말로 자신을 괴롭힐 것이다. 살아 있는 한 이런 문제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제이슨은 이제 이혼수속을 밟고 있는 부모를 둔 제이슨이 되어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학교에 가야 한다. 새로운 곳에서도 행맨에게 잡혀서 말을 더듬을지 모르지만 그가, 제이슨이 시를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느 지면에서든 그의 시를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다 자란 제이슨이 지금의 일을 기억할 때가 온다면 열세 살의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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