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나의 노년의 기록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지음, 이종철 옮김 / 지훈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아인슈타인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슨 우유상표에도 아인슈타인이 나오고, 일전에 한국과학기술원에서는 아인슈타인 얼굴에 로봇 몸통을 가진 알버트 휴보라는 로봇을 개발한 적도 있다. 게다가 백발에 혓바닥을 쏙 내민 익살스런 표정의 아인슈타인 얼굴이 인쇄된 컵, 쟁반, 티셔츠, 광고물 등등은 이리저리 오다가다 보면 자주 만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아인슈타인 만큼 친숙한 과학자도 아마 없을 것이다. 동네 할아버지같은 느낌이다. 쥐 파먹은 백발머리에 혀를 쏙 내밀고 있는 표정은 위대한 과학자로서는 다소 경망스럽고 점잔하지 못한 행동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왠지 그에게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아마도 아인슈타인이 가지고 있는 천진함, 순수함 때문일 것이다. 그 자유분방함이 결국 창의적 사고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빛나는 과학적 성과를 이루어 낸 것이리라.

(이건 여담이지만, 우리의 위대한 학자인 퇴계나 율곡에게서 그런 모습을 기대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민스러운 일일 것이다. 과거 우리의 선비들은 신독이라 해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조차 자세를 흩트리지 않는 것을 학문하는 자들의 기본 자세로 보았으니 다소 경직된 그런 분위기가 과학적 성취에는 걸림돌이 되었겠지만 지조와 신념의 꼬장한 선비정신을 강화하는 데는 영양가있는 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일장일단이 있고 민족성이라기 보다는 개인의 가치관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모두가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하며 마치 그를 잘 알고 있는 듯이 말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아마도 백발의 친근하고 온화한 그 얼굴과 빛나는 명성뿐일 것인데, 그의 과학적 업적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본 책에 등재된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논문들은 역시 나에게는 너무 어려웠고, 내 머리로는 무리였다. 서력기원이 예수의 탄생을 전후로 하여 기원전, 기원후로 나누어지고, 역사가 문자발생 이전과 이후로 갈라지듯이, 오다가다 주워 듣기에 과학사라는 것은 아마도 뉴톤 이전과 이후로 구분되어 지는 듯하다. 가히 뉴톤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대단한 뉴톤을 훌쩍 뛰어넘은 사람이 바로 유대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라는 것이다. 정녕코 놀랍고 위대할진져!!.

어린 시절에는 조금 멍청했다는 다소 희망적인 전언과 원폭개발에 관여했다는 이야기, 그후 평화운동에 기여하였으며, 이스라엘 대통령직 제의를 거절했다는 에피소드 등은 너무도 유명하다. 알베르트에게는 천재요절, 미인박명이라는 말도 허사여서 76세까지 살았다고 하는데 이 천재 과학자의 노년의 기록들이 본 책 한권에 담겨있다. 1934년부터 1950년에 이르는 약 15년간의 기록으로 연설문, 논문, 서한, 단상, 인물평 등 여러 방면의 글들이 소개되어 있다. 다만 유대민족에 대한 그의 감상에 대해서는 당시의 유대민족이 처했던 비참했던 형편과 작금의 득의하고 득세한 상황을 비교해 보자면 자연 격세지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인생유전이라 했던가 어제의 피해자가 오늘은 가해자의 입장에 서게 되니 반복 윤회하는 것이 어찌 인생뿐이겠는가 이 말이다. 

위대한 과학적 성취에 대한 찬사는 물론이거니와 일반 대중으로부터 인간적인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인슈타인을 보면서 금번 황우석 사태에 대하여 다시 한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황우석 교수가 아직까지 원천기술 운운하고 있지만, 이른바 원천기술이라는 것이 있든 없든, 그 과학적 성과는 차치하고라도 이제 황우석에 대한 인간적인 존경과 사랑은 모두 저 멀리 떠내려가고 있다. 그를 그르친 것이 자신의 과도한 욕심이든 주위의 부추김이든 아니면 국민대중이 암묵중에 동의한 황우석 신화의 우상화 작업의 결과이든 뭐든 여하튼간에 아인슈타인에 버금가는 위대한 과학자가 될 수도 있었던 인간 황우석은 이제 죽었다. 애도를 표한다. 생명윤리문제에서 출발하여 연구성과자체에 대한 의혹으로까지 일파만파로 무슨 바람타고 산불 번지듯 퍼지면서 이전투구 양상으로 확대 재생산된 그 복마전 같고 미로속 같은 이번 사태의 와중에서 결국은 우리 모두가 자폭하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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