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철학> 서평단 알림
와인의 철학 포즈 필로 시리즈 3
티에리 타옹 지음, 김병욱 옮김 / 개마고원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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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마시기 시작한지 이제 1년 조금 지난 것 같다. 집구석에서 마누라와 둘이 퍼마신 와인이 족히 수백병은 될 듯하나(수백은 좀 과한 듯하고  백여병은 좀 불급한 것 같다) 와인이 떨떠름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여일하고 다만 프랑스 와인은 조금 묽은 것 같고 칠레 와인은 약간 진한 듯 하다는 그런 생각 말고는 뭐 특별히 느끼는 바도 없다. 할인매장 와인코너에 뿌린 돈과 퍼마신 술의 양에 비해 그 성취가 초라하니 실로 참담한 심정이다.   

 

무공이 일취담장월장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스승을 만나야 하는 법이거늘 좀머씨스러운 본인 성격상 동호회 같은 곳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마누라와 둘이 마신 몇 병의 헐한 와인과 개념없이 이러저리 사모은 몇 권의 잡다한 도서로 집구석에서 홀로 무공을 연마하였으니 그 공력이 일천한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주화입마를 면한 것만으로 감지떡지 해야 할 판인 것이다. 각설하고

 

얼마전 와인에 발암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무슨 청천의 벽력같은 보도를 접한 후 마누라의 반대에 부딪혀 얼마간 와인을 마시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동안 본인 심중에 애절간절한 그리움 같은 것이 솔솔 피어오르고 목구멍은 간질간질허고 혀끝은 돌돌 말리고 하는 것이 이러다가는 구중생형극의 참담한 몰골이 될 것만도 같고 그런 것이 아하! 나도 와인을 얼마만큼은 좋아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이다. 이거 알콜중독이라는 이야기가 아닌지 허!

 

본인이 뭐 시류에 편승해 유행의 꽁무니를 열나 쫒아바리해 이리저리 제멋대로 흘러다니는 그런 비루한 인사는 아니라고 내 스스로 생각해 왔지만 이 세상을 홀로 살아 갈 수는 없는 법. 본인이 와인에 관심을 가지된 연유도 어느날 낮잠 중에 불현듯 현몽을 했다거나 갑자기 하늘에서 와인병 뚝 떨어지거나 와인비가 쏟아져서는 물론 아니겠고, 주위에서 대개 왕왕거리고 들썩들썩 하길래 본인도 한 번 기웃거려 본 것인데, 방귀 꽤나 뽕뽕 뀌면서 똥폼 좀 잡아볼라고 하니 술도 와인쯤은 마셔야 겠다는 그런 속물 근성도 십분 일조 했을 것이다.

 

고등학교 철학교사가 쓴 이 책의 요점은 이 한 문장에 축약되어 있다. “와인은 필요가 아니라 욕망이다.” 지당하신 말씀 되겠다. 철학이 어디 와인에만 있겠는가 물론 소주에도 다량 함유되어 있을 테지만 소주에 욕망이 첨가되어 있지는 않을 터. 욕망은 온전히 와인의 몫인 것이다. 소주는 필요 때문에 마시지만 와인을 마시고 수집하는 건 욕망 때문이다. 하여 와인에 미치면 가산을 탕진하고 패가망신하게 될 것이다. 본인 같은 소시민에게 페트뤼스나 로마네꽁띠는 헛된 욕망일 뿐이다. 연이나 잡풀 무성한 집구석은 피폐하고 인생은 짧아도 욕망은 유구한 법. 도리없는 일.

 

(*서평단 도서임)

 

 헛된 욕심에 쓸데없이 사모은 와인관련 책


   
내가 처음 마신 와인 라로쉐 마제트 까베르네 쏘비뇽 2005 이마트 2006.10.22. 11,000원
나중에 알고보니 벵드뻬이독 이더라


 

처음 마셔본 그랑크뤼. 생일 선물로 마누라를 졸라 한병 얻어 마셨다. 로알드 달의 소설 <맛>에도 등장하는 히딩크가 즐겨마셨다는 그랑크뤼 4등급 샤또 딸보. 2006.10. 홈플러스 79,000원



메독 그랑크뤼 2등급 샤또 브랑 깡드냑의 세컨드 와인 바롱드 브랑. 2006.12.25. 이마트 39,200원



칠레와인 35 사우스 까베르네소비뇽 2004, 2005, 2006  이마트 17800원





아르헨티나 와인 산타줄리아 시라/까베르네소비뇽 2005, 이마트 2007.7.1.  7,900원
산타줄리아 까베르네소비뇽 2005, 이마트 2007.7.21.  9,900원
산타줄리아 리제르바 말벡 2004, 이마트 2007.7.1.  16,900원





 

2007 보졸레 누보 이마트 2007.11.16. 14,800원




 

칠레 독립운동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담긴 와인 120 까베르네소비뇽 2005, 홈플러스 2006.11.28. 13,900원, 라벨을 벗기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보기에 구질구질하지만 한편으로는 칠레 독립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일맥이 닿는 듯도 하다.



 
  
본인이 마셔본 것 중 아마도 최고급 와인. 알마비바 2002. 이마트 와인할인행사 때 92,000짜리를 35,000원에 두병 구입.  200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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