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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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겨울. 마트에서 여덟살 짜리 아들의 장난감을 사주고 함께 밖으로 나가려는데, 아들의 겉옷이 풀어 헤쳐져 있다. 밖은 추우니 옷을 잘 잠그라 하고 잠시 기다리는데, 겉옷 단추가 뻣뻣한건지 손이 야무지지가 않아서인지 계속 헛손질이다.
˝이그. 1학년이 되갖구 단추도 못잠궈? 엄만 안도와줄거니까 니가 혼자 다잠궈.˝
옆에서 채근하면서 아들의 꼬물거리는 고사리손을 마냥 보고 있는데, 마트 제휴 카드 홍보하시던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께서 다가오시더니 한마디 하신다.
˝괜찮아괜찮아. 우리 조카는 판사인데, 운동화끈도 못묶어.˝ (...)
낑낑대고 있는 꼬마 녀석이 귀여워 격려차 던진 말씀이려니하고 그냥 웃어 넘기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순간 뭔가 배알이 꼬인 나는, 사랑하는 우리 꼬마에게 아주 크게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판사 안 되도 되니깐, 운동화끈은 니가 묶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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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신영복 선생님께서 주역에 대한 강의 중 득위(得位)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70%의 자리에 가라.˝
자신의 능력이 100이라 칠때 70의 역량을 요구하는 곳에 가는 것이 득위라는 것이다. 반대로 70의 능력을 갖고 있는 자가 100의 역량을 요구하는 곳에 가면 실위(失位)인 것이다.(자기 자리가 아니므로.) 그 부족한 30을 함량 미달로 채우거나 권위나 거짓으로 채우게 되어 주변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마트에서 자기 손으로 화장지 하나라도 사서 쓸 수 있을까 의문인 저 현실감각 제로 + 함량 미달 대통령 때문에 온 국민이 고통인 이 시국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말씀이다.
또한 자리와 덧붙여 각별히 주의해야 할것이 권력의 자리에 앉아서 그 자리의 권능을 자기 개인의 능력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부려서 하는 일이 자기의 능력이라고 착각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사람과 자리를 혼동하면 안된다는 말씀이다.
하지만. 100의 능력을 가진 이가 70의 자리에 가면 30%가 남게되는데 이것은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자칫 역량의 낭비가 아닌가 너무 소극적인 인생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 찰나,.. 이 30의 여유가 바로 창조성으로, 예술성으로 나타나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는.. 그러므로 그 30의 여유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부분에서 폭풍공감을 하며 나의 교육관을 다시금 다잡게 된다.

판사든 대통령이든 자기 손으로 신발끈도 매고, 화장실서 쓸 화장지도 사고, 세상 사람들이 사는 삶 속에 있어야 득위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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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24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크와 나이프를 챙겨줘야 햄버거를 맛있게 먹었다던 정신이 병든 닭이 생각나는군요..

해피북 2017-01-24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공감 한개로는 부족하네요. ㅎ공감 듬뿍 놔두고 잘 읽고 갑니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이민경 지음 / 봄알람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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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얼굴로 뭐라 지껄이는 상대 남성에게 뭔가 디게 찝찝스런 불쾌감이 솟구치는데, 이 느낌 이게 뭐지? 뭐에 대한 양성 반응이지? 알아야 뭐라고 응대하거나 받아치거나 무시하거나 할텐데? 나조차도 잘몰라 한참나중에서야 나홀로 이불킥 백만번. 이게 나의 20대때의 상황. 30대에는 직장상사에게 조곤조곤 따지고 짚고 넘어가는 내공이 길러졌고. 40대인 현재. 내 주위에 이런류의 이야기를 꺼내는 남성들이 거의 없다.. 좋은건지 슬픈건지.. 아. 예외적인 한명의 어린 남성이 있다. ˝엄마! 패미니짐이 뭐예요?˝ ...
내가 20대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이불킥 상황은 훨씬 줄었을 거라는데 10,800원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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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22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인이 여성차별이나 여성 불평등의 심각성을 잘 모르면 반박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페미니즘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서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저는 그 상황을 생각하면 이불킥해요... ^^;;

무식쟁이 2017-01-23 17:12   좋아요 0 | URL
싸이러스님같은 분이 설득력있게 설명하지 못하는 편이라고 하시면, 저같은 사람은 현실적으루다가 어버버만 하는 수준이라는.
 
변신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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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물질적가치가 없어진 그는 그저 흉측한 벌레. 본질은 분명 그레고르인데, 그의 존재가치를 잊게되는 데는 가족조차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버둥거리는 다리들과 칸칸이 나뉜 배가 꿈틀거리는 모습이 자꾸 떠올라 읽는내내 긴장하며 인상을 썼었나보다. 마지막 책장을 덮자 미간이 뻑뻑하다. 참.. 나는 벌레공포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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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돼지 창비아동문고 282
김태호 지음, 손령숙 그림 / 창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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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발랄 핑키한 표지와 창의발랄한 제목에 정말이지 뒷통수를 제대로 맞음. 공장형 축산, 동물학대 등 이기적인 인간 세상속에 사는 동물들의 이야기. 괜히 동심파괴라고 원망말고, 사회현실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수준의 고학년 어린이에게 추천하는 우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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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겪어내고 있는 거라고. 무거운 슬픔을 무심하게.
그렇게들 버텨내고 있는거라고. 고구마 먹다 체한 느낌으로 가슴팍을 두드려가며 읽었지만. 그래, 결국 잘 살았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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