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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8
바닷가 마을 저녁 풍경.
따가운 바닷바람은 겁나 추운데, 바다가 품어주는 저녁 하늘은 따뜻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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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1-19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바다라니 바다라니!!!부러워요. 찬바람 대신 쐬고 싶어라
ㅎㅎㅎ

무식쟁이 2020-01-19 19:09   좋아요 1 | URL
🎼 여수 밤바다~🎶

무식쟁이 2020-01-19 19:10   좋아요 1 | URL
왜요. 우리에겐 한강이 있자나요. 써울메이트씨.
 

도시의 저녁 풍경. 차갑고 아름답다.
한때는 저 차가움 속으로 들어가는 게 낯설고 외로웠는데, 이제는 그 차가움이 평온하다. 차가워서 아름답다.

으따.. 등따시고 배부른 갑다. 아직 고단한 일터의 노동자들에게 브루주아적 낭만이라 질타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쩔수 없어요. 아름다운걸.

휘황찬란 네온사인 아래서 미친년처럼 놀고난 뒤 몰려오는 허망감과 딛고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의 양감에 압도되어 숨막히던 때가 있었다. 돌이켜보니 이 도시를 핑계로 내 스스로 배운 내 욕망이고 내 결핍이었다. 유령의 실체를 알고나니 그제서야 가위가 스르르 풀리고 편안해진 것 같다.

그래. 그동안 억울했겠다 도시. 그래서 내게 차가웠던거니.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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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3



부암동 방문의 원 목적지였던 환기미술관으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평일이라 사람도 별로 없고 한적하니 좋구나. 크고 시원한 작품이 보고 싶었다. 사실 지난 월요일에 MMCA(국립현대미술관)에서 5시간을 돌아다녔는데도 내 마음에 들어오는 작품하나를 못 만나 허전했었다. 그래서 부암동에 오고 싶었던 것 같다. 감동에 목 말라있는 나는야 선인장. 물을다오 물을. 결론부터 말하면 여전히 목이 말랐다. 전시가 뭐 나쁘지는 않았지만 정작 김환기의 작품은 별로 없었고, 다른 작가들의 작품 중에서도 나랑 교감되는 작품은 없었다. 환공포증 있는 사람은 김환기의 점화 작품은 절대 못보겠지? 하는 잡생각을 하며 돌아다녔다는.. 재작년(?) MMCA에서 윤형근 전시회 했을 때 그때 자주좀 갈 걸.. 2년이 지났는데도 그때 감동의 여운이 화선지에 먹물 번지듯 내안의 선을 자꾸 넘어간다. 단아하게 절제된 것 같으나, 흙, 나무, 하늘 물, 바람. 세상이 다 들어있는 것 같은 깊이의 색. 김환기와 윤형근이 장인과 사위 관계라는데 이렇게 뛰어난 예술가가 한 집안에 두 명이나 나오다니.. 참 대단한 인연인 듯. 집안 내력이라고 하기에는 사위는 혈연관계도 아닌데, 어쨌든 장인어른의 이름은 넘어서야 할 벽이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자신만의 그림을 완성해낸 윤형근 화백도 정말 대단하다. 모든 예술가는 위대하지. 환기미술관와서 윤형근 전시회를 검색하고 있는 나. 오늘 부암동 내머릿속 미술관에 다녀오셨어요.

 

자.. 이제 잠시 쉬며 커피와 활자를 섭취할 타이밍. 엄청 고대했던 ㅈ카페는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오픈이 1시인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 시각은 2:30 혹시나 휴가를 갔다거나 임시휴일인가 해서 인스타를 살펴봤지만 아무 예고도 없음. 오픈시간 안지키는 가게는 신뢰도급하락. 골든냐옹이 보고 싶었는데 나랑은 인연이 아닌가봐. ㅠㅠ 아쉬운 마음으로 창밖이 시원하게 잘 보일 것 같은 다른 카페로 들어갔다. 더러운 창문 너머, 그래도, 가까이에 북악산, 왼편 멀리 북한산까지 잘 보였다. 


따뜻한 비엔나커피를 마시며 창밖 세상 움직이는 것도 훔쳐보고, 앤드루 포터의 세상도 한참 구경하며 부암동 산책은 마무리되었다. 여기저기 사부작사부작 잘 돌아다니다가 해 질 무렵 집에 돌아가는 길은 기분이 항상 차암 좋다.

 

p.29 「코요테」

그 해 여름의 저녁에는, 간혹 인근 언덕 지대에서 코요테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가 데이비드와 나가고 없을 때 나는 걸핏하면 내 침실 창문 밖에 있는 지붕 위에 앉아, 우리집 뒤쪽의 가파른 경사지에 사는 녀석들의 울음소리를 듣곤 했다. 녀석들은 낮에는 보이지 않다가, 밤이 되어 해가 거리 저편으로 떨어지고 나면, 멀리서 개들처럼 우짖었다. 뒤뜰의 잔디 너머로,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어두운 대양과 요트 정박지에 있는 자그마한 집들의 불빛들이 보였다. 나는 내 유년의 모든 때를 그 지붕에서 보냈을 것이다. 바다를 내다보면서, 충분히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에 대해 뭔가 의미심장한 발견을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p.68

고양이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자유를 좋아할 뿐이다. 그는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지만 항상 정해진 집으로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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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1-16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위에 책 좋아서 빌려보고선 결국 중고로 질러버렸어요 ㅋㅋ섬은 엄마가 사둔 거 있긴 한데 무님 읽어보신 거니까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ㅎㅎ맨날 (의도치않게) 쫄래쫄래 따라읽음...

무식쟁이 2020-01-16 18:35   좋아요 1 | URL
저도 중고로 사둘까봐요. 저도 이책 넘 좋았어요. 열반님 어머니께서는?도! 지적이신가봐요. 장그르니에의 섬을 사두시다니.. 전 어디선가 본 고양이물루에 대한 구절에 꽂혀서 가볍게 읽었는데 제 얕은 생각보다 매우 깊은 책이더라구요.

반유행열반인 2020-01-16 19:55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책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올해 안에는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psyche 2020-01-18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은 옛날옛날에 남편이 친구였던 시절 저에게 건냈던 책이에요. 읽고 너무 좋아서 그르니에 전집을 모았었죠. 섬은 민음사에서 나온 거랑 청하에서 나온 거 둘 다 가지고 있는데 민음사 것은 막 한자가 섞여있더라고요. 예전에 그걸 어떻게 읽었는지 모르겠어요. ㅜㅜ

무식쟁이 2020-01-18 01:40   좋아요 0 | URL
악. 저 한자까막눈인데. 섬에 한자가 많았었나요?? 폰으로 사전 막 찾아보며 읽었던것 같기두 하고.. ^^;

psyche 2020-01-18 01:49   좋아요 0 | URL
제가 가지고 있는 섬은 민음사에서 나온 이데아 총서 중 하나로 80년에 초판이 나왔던 (제 것은 88년에 나온 거고요) 거라서 한자가 섞여 있는 거 같고요 이후에 나온 섬은 한자가 없을 거 같아요.
 










 20200103 


 감동의 눈물을 훔치며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향하여 열 댓 계단 올라가다가, 춥고 배고파서 망설임없이 바로 내려왔다. 빈속에 무리하면 몸 상해. 평소 궁금했던 식당으로 갔다. 엄청 무거운 철문을 낑낑 열고보니.. 옴마나. 주방으로 잘못 들어온 줄.. 생각했던 것 보다 정말 작음. (이날은 작은 곳들이 모두 좋았네.) 두 평 남짓한 공간에 테이블 하나. 끝. 그런데 그 작은 공간이 햇살로 가득했다. 와~ 햇살부잣집. 그래도 공간가득차는 햇빛이 때론 버겁진 않을까. 궁금했으나 묻지 않기로 했다. 초면이니깐.



 정말 간단한 음식 명란오차즈케. 녹찻물에 밥말아먹냐고 뭐라하는 사람도 있더만, 입안이 개운하고 깔끔해서 간혹 생각난다. 여긴 명이나물이 한수였다. 아 참. 햇살이 한수. 명이나물은 두수.



 여기에 몸 길게 늘려 일광욕하는 고양이 한 마리만 있으면 세상 멋진 그림이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했다. - 나만 고양이 없는 사람 - 

p.44 장그르니에의 「고양이 물루」중에서

고양이가 다리를 반쯤 편다면 그것은 다리를 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또 다리를 꼭 반쯤만 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희랍 꽃항아리들의 가장 조화로운 윤곽에도 이토록 철저한 필연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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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0-01-16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살부잣집~~
사진도 표현도 이뻐 한 번 앉아서 먹어보고픈 풍경입니다.
부암동이 예쁜 풍경들이 많은 곳이군요?^^

무식쟁이 2020-01-16 18:01   좋아요 0 | URL
인왕산이랑 북악산 사이에 위치해서 공기도 시야도 좋아요. 특히 가을날 길가 가로수가 죄다 노랗게 물들면 더욱 좋아요. 하긴 가을단풍 물들면 안예쁜 곳이 없겠지만요. ^^;
 














20200103

요며칠 부암동에 가고 싶었다. 서울 한복판 산동네(?)의 맑고 쨍한 공기를 콧구멍에 넣어주고 싶었고, 김환기 작품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고, 겨울 볕 좋은 창가에 앉아서 커피한잔에 책도 읽고 싶었다.

 

부암동 갈 때마다 스쳐지나기만 했던 윤동주문학관. 오늘 드디어 들어갔다. 듣던 대로 정말 작구나. 세 개의 우물을 영접할 수 있는 곳. 어쩌다보니 나는 거꾸로 3전시관(닫힌 우물), 2전시관(열린 우물), 1전시관(진짜 우물) 순서로 들르게 되었다. 춥고 외로운 형무소 같았던 ‘닫힌 우물’ 속에서 시린 손 주머니 속에 꽉 쥐고, 거친 벽에 투사된 윤동주 영상을 감상했다. 닫힌 우물에서 다시 1 전시관으로 돌아오는 동안 지나게 되는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짧은 통로. 예전에 물탱크였다는데, 윗부분은 개방하여 내가 우물 속에 들어와 있는 형상이다. 그래서 ‘열린 우물’이라 이름 지어졌단다. 물이 흐른 흔적이 유독 거칠게 남아있는 벽을 따라 올려다보니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부는” 겨울이 있다. 다시 돌아온 1전시관. 진짜 좁다. 일반 전시관의 작은 방 한 칸의 크기보다 작지만 윤동주의 일생으로 가득한 공간이다. 전시관 내부에 사진촬영이 금지되어있다 보니까 오히려 안내문 한 글자 한 글자 모조리 정독하고, 누렇게 바랜 원고지 속 그의 필체를 하나하나 눈으로 따라 썼다. 정지용 시인의 말처럼 “추운 동섣달 눈 속에 핀 꽃처럼” 아름다운 시인이 일본땅 차가운 형무소에서 눈을 감다니. 얼마나 무섭고 원통했을까. 마지막 순간 외마디 비명을 길게 내뱉고 그리 갔다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 영화 동주를 보지 않았었는데,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그의 시집도 이번기회에 소장하련다. 그의 생가에서 가져왔다는 낡은 우물 앞에 써져 있는 「자화상」을 가만 읽다가 갑자기 눈물이 핑그르르.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 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정음사,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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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1-15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부암동이라는 곳이 서울에 있는 줄도 몰랐는데 한 번 가보고 싶어지네요. 아 이번 주 금요일에 가볼까...무님 저랑 같은 써울쌀람이세요?!

무식쟁이 2020-01-15 23:40   좋아요 1 | URL
예아. 암썰쌀왐

반유행열반인 2020-01-16 05:57   좋아요 0 | URL
우와 겨우 천만 인구인 같은 썰쌀람이라니 왜 반갑죠 ㅋㅋㅋㅋ

무식쟁이 2020-01-16 17:52   좋아요 1 | URL
ㅋㅋㅋ 이게 벌써 추억의 풋풋한 댓글. 하루만에 성지순례 기분이 들다니.. ㅋ

반유행열반인 2020-01-16 19:54   좋아요 0 | URL
계속 좋은 책 읽고 좋은 글 많이 남겨주세요. 여기가 센스 맛집이라더니 역시나 소문대로네요.

2020-01-15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5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6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식쟁이 2020-01-16 17:54   좋아요 0 | URL
네.. 조만간 다녀와야 겠어요. 추천해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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