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84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 이 넘의 일본고양이가 아무래도 나를 스토킹 한 듯 하다.

침대 협탁에는 읽지도 못하는 책이 4-5권씩 흐트러져 있고..

주말인 오늘은 활판 수면제를 두번이나 복용하고야 말았다. 오전과 오후.

앗.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았으니 아마도 오늘은 세 번 이겠군.. 

과다복용. 흑..

p. 159
주인은 자기 전에는 꼭 영문으로 된 책을 서재에서 가지고 오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이부자리에 들어 그 책을 두 페이지 이상 넘긴 일이 없다. 들고 와 머리맡에 놓은 채 손도 대지 않은 적도 있다. 한 줄도 읽지 않을 거면 뭐하러 가져오나 싶은데 그 점이 바로 우리 주인다운 점이다. 마누라가 아무리 놀리고 이제 가져오지 말라고 해도 절대 말을 듣지 않는다. 매일 밤 읽지도 않을 책을 침실까지 고생스럽게 들고 온다. 한번은 욕심을 부려 서너 권을 껴안고 온 일도 있다. 얼마 전에는 매일 밤 <웹스터 대사전>까지 껴안고 왔을 정도다. 내 생각에 이는 주인의 병이다.
사치스러운 사람이 무쇠 솥에서 자글거리는 솔바람 소리를 듣지 않고서는 잠들지 못하는 것처럼 주인도 책을 머리맡에 두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인에게 책이란 읽는 것이 아니라 잠들기 위한 도구, 즉 활판 수면제인 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호처분이나 치료대상으로 보는 심신미약이라는 것의 최소 기준.

자유의지, 원인에 있어서의 자유로운 행위

 

 

p.292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거든요. ... 쉽게 말하자면, 술에 취하면 비슷한 사고를 칠 가능성이 높은 것을 뻔히 알면서 술을 먹고 만취하여 결국 사고를 친 경우에는 심신미약 감경을 할 수 없다는 얘기죠. 형법 제10조 3항이 그렇게 정하고 있어요. 나중에 저지른 짓은 정상적인 판단 능력하에서 한 것이라 보기 어렵더라도, 자신을 그런 상태로 만든 원인 행위 자체는 자유의지로 행한 것이니 책임지라는 거죠.

p. 305
나쁘고 추한 사람은 없다. 나쁘고 추한 상황이 있을 뿐.
‘자유의지’
범죄와 형벌의 본질에 관한 구파(고전학파)와 신파(근대학파) 형법이론의 대립.
구파는 인간을 자유의지를 가진 이성적 존재로 보는 계몽주의 철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 가장 순수한 형태가 칸트의 입장이다. 도덕적으로 행동할 자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선택한 자, 다시 말하면 ‘네 의지의 준칙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되도록 행위하라’는 정언명령에 위반한 자이기 때문에 형사책임을 지우는 것이고(도의적 책임론),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은 그 비도덕적 선택에 대한 응보(응보형주의)다. 칸트는 일벌백계라는 공리주의적 목적조차 반대한다. 인간은 언제나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야지 타인이나 사회를 위한 수단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구파의 관점에 의하면 스스로 도덕적인 선택을 할 판단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형사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그래서 형법은 ‘14세 되지 아니한 자’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

술에 만취하여 일시적이나마 판단 능력, 의사결정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상태에 놓인 경우 처벌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할 수밖에 없다. 다만 취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를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신 후 결국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원인에 있어 자유로운 행위’이기 때문이다. 어느 한 조각에라도 ‘자유의지’가 있어야 책임을 지운다. 자유에는 정말로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19세기 후반 자본주의의 발달로 사회 문제가 심화되고 범죄가 증가하자 신파 형법 이론이 등장했다. 자연과학적 방법론을 도입하여 인간을 보다 실증적으로 바라보려는 입장이다. 인간의 자유 의사는 환상에 불과하고(결정론), 범죄는 행위자의 소질과 환경에 따라 필연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므로 범죄자에게 도덕적 비난을 가하는 것은 난센스에 불과하다고 본다. 범죄자의 사회적 위험성 때문에 형사책임을 지우는 것이고(사회적 책임론) 형벌은 범죄로부터 사회를 방위하기 위한 수단이다(목적형주의).

따라서 정신질환자나 형사미성년자 같은 책임무능력자라 하더라도 사회적 위험성이 있다면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보안처분을 해야 하고, 실제 저지른 범죄가 아직 무겁지 않더라도 장래 큰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면 중형에 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신파의 입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 보완하고 있지만 어느 나라든 기본적으로 구파의 입장이 지금까지도 형법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과학의 발달은 인간의 뇌 속에서 ‘자유의지’가 차지할 공간을 자꾸만 협소하게 만들어가고, 유전자 염기서열, 뇌내 화학물질의 분비, 진화심리학적 적응 등을 대신 그 자리에 채워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딱딱하고 따분할 것 같은 송사 이야기를 법정활극이라는 타이틀답게 높은 문턱을 낮춰 쉽고 재밌게 접할 수 있게 한 부분은 인정. 하지만 아무래도 본업 판사님께서 쓰셔서 그런지 소설로서의 면모는 마~이 아쉽긴 합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도 아닌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쓸쓸하고 아픈데 뭔가 등골이 서늘 할때도 있다. 삶 그 자체가 너무나 조용하게 휘몰아쳐대서 태풍의 눈 속이 이럴까 싶다. 가슴 한켠 돌덩이가 묵직하게 가라앉을라 치면 무심히 툭 던져놓는 차가운 유머까지. 아, 이 작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작 년에 사놓고 계속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일단 마음의 준비가 되니 책장이 빠르게 넘어간다. 폭력에 관한 이야기. 일상에 깔려있는 무언의 폭력과 우울. 한강 작가의 그 가느다랗게 뜬 아련한 시선 속에는 항상 그렇게 슬픈 소리가 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