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을 지키는 나무

이르쿠츠크로 가는 기차 안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저는 '나무'를 좋아합니다. 

그것도 숲이 아니라 혼자 서 있는 나무를... 

좀 극성스런 사람들만이 찾을  

이 겨울 바이칼 호수를  

말없이 지키고 있는 나무를 보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를 깨닫습니다. 

묵묵히 

자기의 자리를 지키며 

세상을 원망하지도 않고 

불평하지도 않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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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부부가 본 영화

   기다리면서 책 읽는 아줌마  

                                                                             옆에서 왔다갔다 하는 아저씨 

영화관 나들이 


지난 여름에 있었던 이야기. 

우리나라 사람들은 숫자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무언가 숫자로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지요.
장마가 좀 오래 계속된다 싶으니 그런 통계가 나왔네요.   십삼 년 만의 긴 장마라구요. 45일간 계속되고 있다네요.
아무튼 제가 사는 곳은 너무 오랜 가뭄 끝이라 긴 장마도 견딜만 하고 남편은 비오는 것을 좋아하 니 분위기에 취하곤 합니다.
나중에 양철 지붕 집을 지을꺼나, 그러네요. 빗소리 듣고 싶어서요.
사실 남편 사무실 바로 옆집은 양철 지붕이라 비 오는 날 그곳에 있으면 또다른 분위기를 느끼곤 합니다.
게으른 사람, 게으름 피우기 좋을만하게 많이 내리지도 않는 비가 오락가락 합니다.
빗소리 들으며 낮잠을 한숨 잔 남편이 느닷없이 영화보러 가자네요.
제가 오전에 잠시 외출을 하고 온 사이, 나름대로 생각해둔 이벤트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전 아이들말로 '뚜껑'이 열릴라고 하네요.
나이가 들면서 외식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끼니는 집에서 하지요.
방학이라 집에 와 있는 아들녀석은 그렇다치더라도 영화보고 와서 저녁밥 해먹을 시간이 되지  않으니 미리 준비를 해두고 나가야 하는데, 남편은 나가자고 하면 자기만 옷 입으면 모든 준비가 끝나는 줄 압니다.
모처럼 영화 좋아하는 아내를 생각해서 계획한 스케줄인 모양인데 망칠 수가 없어서 저도 옷을  갈아입으면서 아들에게 이런저런 것을 일렀어요.
밥솥을 열어보니 밥이 반공기쯤 밖에 없었어요.
밥이 좀 적은데 곰국이랑 먹어라, 포도 씻어 먹어라, 점심때 먹고 남은 고구마도 먹던지, 하여튼  알아서 저녁 해결해라 등등.
십 분 만에 준비를 마치고 자동차를 타고 나갔겠지요.
저는 영화관 주차장에 주차를 했으면 싶었지만 남편은 복잡해서 싫다네요.
하는 수 없이 주택가에 차를 세워두고 십여 분 걸어갔지요.  매표소에 도착하니 네 시 십 분. 영화는 네 시 사십 분에 시작하는 게 있더군요.
저 같으면 내려와서 사람구경이나 하다가 영화를 보았으면 싶었지만 남편은 걸어서 십여 분 걸리는 다른 영화관에 가보자고 하네요. 암말 않고 갔지요.
도착하니 네 시 삼십 분. 영화는 다섯 시 오 분에 시작하구요.
남편은 십 분 남았으니 아까 그 영화관에 다시 가서 네 시 사십 분 영화를 보자네요.
누가 영화를 보여 달라고 하기를 했나,
빨리 영화를 보고 집에 가서 꼭 처리해야 할 일이 있나,
그전 같았으면 '그냥 집에 가자'고 소리지르며 폭발을 했을 겁니다.
근데 나이 먹는 게 좋은 점도 있더라구요.
그럴 만한 힘도 없어서 목소리를 한톤 낮추어서 이렇게 말했지요.
"그냥 여기서 좀 기다렸다가 보자"
영화를 보고 자동차를 타고 오면서 남편이 물었어요.
"저녁은 뭘 먹지?"
"밥 해서 먹어야지."
"집에 가면 8시가 넘을텐데"

저는 전업주부에요. 일년 365일 하는 밥이지만 제 나름의 소신과 계획이 있어요.
근데 이게 뭡니까?
또 속이 부글거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좀 일찍 알려줬으면 미리 쌀이라도 앉혀서 예약을 해 놓고, 찌개라도 하나 준비해 두었으면  좋지 않았겠어요.
그러면 집에 가서 다 되어있을 밥에 찌개에 불 한 번 올려 밥을 먹으면 되었을텐데.
근데 그 말을 하려다 그만 두었어요.
삽십 년 동안 고쳐지지 않은 걸 어쩌겠어요. 
집에 오니 아들이 간식만 먹고 밥을 먹지 않고 있더군요.
점심에 남편과 저는 라면을, 아들은 만두를 먹었어요.
남편은 시계를 보더니 라면을 끓여먹자고 하더군요.
식성은 까다롭지 않고 좋은 편이지요.
근데 하루에 두 끼를 라면이라니 지금이 무슨 비상체제인가요?
결국 남편은 밥 반 공기에 곰국, 저는 냉동실에 얼려 두었던 백설기 떡, 아들은 라면으로  교통정리가 되었어요.

 이런 남편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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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표 한 장 

시베리아로, 바이칼 호수로  우리를 실어다 줄 기차표입니다. 

이 순간만은  

고관대작도, 세계제일의 부자도 부럽지 않습니다. 

그들이 이 기차표가 없으면 

바이칼로 갈 수 없으니까요. 

대장정의 시작... 

마음 속으로 '아자! 아자!'를 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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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비 오는 주일날

아이들은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고

우산들만 제 주인을 기다립니다.

가지런히 걸린 우산 주인에게나

바닥에 누워있는 우산 주인에게나 

하나님의 사랑은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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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부자' 남편  


나이 탓인지, 현실에 좀 고전을 하고 있는 탓인지 남편은 은퇴하면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짓겠다는 소리를 자주 합니다.  아직 은퇴를 하려먼 십여 년은 남았는데 말이지요.
딸기 농사를 지었다가, 감자 농사를 지었다가, 쪽파 농사를 지었다가 하루에도 농사를 엄청 많이 짓습니다.
기 죽을까봐 받아주면 끝이 없습니다.
제가 좀 피곤하다거나, 할일이 밀려 있다거나, 외출할 일이 있으면 남편의 농사짓기를 끝내는 묘약이 있긴 있어요.
꿈을 확 깨게 하는 좀 잔인한 방법이긴 하지만 이렇게 얘기 합니다.
"자기 땅 있어?"
아직까지 자기 이름으로 된 땅 한 평이 없는 남편입니다.
지금까지 한 눈 팔지 않고 자신의 일을 성실히, 열심히 해 온 남편인데 농사를 짓겠다는 사람이  자신의 땅 한 평 없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요?
농사에 관심도 없는 사람들은 땅을 수천, 수만 평을 갖고 있는 데 말이지요.
'사면 되지?'
남의 일이라고 쉽게 하지 마십시오.
'비빌 언덕' 없이 출발한 사람들은 먹고 살면서 노후를 위해 땅을 살 수 있을 만큼 세상살이가 녹녹하지 않습니다.
성실히, 열심히 일하는 소시민이 순리대로 살아서 일가를 이루기는 너무 어려운 세상입니다.
제 친구는 대학을 졸업한 아들을 '백수' 만들지 않으려고 대학원엘 보냈는데 한 학기 등록금이  700만원이라며 죽은 소리를 하더군요.
이래저래 소시민들의 '희망'을 빼앗은 사회가 원망스럽습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제 속담 사전에만 존재하는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이니, 의학전문대학원이니 하며 경제적인 능력이 없으면 시험을 쳐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지요.  '돈'이 없으면 공부할 수도, 공부를 못해 학벌이 없으면 번듯한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입니다.
이런 아이러니나, 사회의 모순을 삿대질 할 데가 없어 애꿎은 남편만 기를 죽입니다.
때로 귀찮아서 꿈을 확 깨게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부부다 보니까 불쌍한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래서 제 핸드폰에 남편의 이름을 이렇게 적었어요.

'땅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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