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증 나는 겨울 풍경
모처럼 겨울다운,
내가 사는 이곳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연일 뉴스에서는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을 보도하곤 합니다.
그 겨울 한낮.
새로 엮인 인연들을 만나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세상 보는 물푸레나무, 추억 담는 비닐포대, 감정 느끼는 전봇대, 꿈을 찍는 사진관,
그리고 아직 이런 수식어를 달지 않고 있는 **마마.
물론 나이도 다 다르고, 자란 곳도 다르고, 학교도 다르고, 스타일도 다 다르지요.
주어진 생을 그냥 보내버리지 않고
작은 무늬를 그려보고자 하는 친구들이지요.
의기투합, 번개 때리면 두말없이 모였다가
다시 각자의 둥지로 돌아갑니다.
'헤쳐' + '모여' 를 반복합니다.
부담 없고, 만나면 그저 좋은 모임이지만 이름표는 하나 달아야겠지요.
감정을 느끼는 전봇대는 '보균자'라고 하자네요.
근데 구닥다리, 꿈을 찍는 사진관은 머리를 흔듭니다.
모두들 '한 미모'(?) 하는 아줌마인데 '보균자'라니요?
집에 와서도 열심히 작명을 하다 보니 생각났습니다.
다섯 명이니 머리 아프지 않고 쉬운 '다섯' 을 하던지
아니면 하나라도 빠지면 한 되는 '오선지'로 하자고 우겨볼 참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짬밥’ 서열이 좀 높거든요.
씩씩한 점심, 껍질 까는 대화, 맛있는 개척정신...
(이건 감정을 느끼는 전봇대 스타일입니다.
따스한 셔터, 말을 잃어버린 우체통, 상담 받고 싶은 자전거..전봇대 어록)
저도 따라해 봅니다.
씩씩한 점심을 먹고 나오니 음식점의 흰 벽이 현기증 나는 겨울 풍경으로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맑고 청량하고 시린 공기라니...
꿈을 찍는 사진관과 물푸레나무가 자동차에서 다시 내려 사진을 찍었습니다.
겨울, 인연, 사람, 일상, 사각 프레임...
겁 없는 다리, 수줍음 많은 손, 용감한 지갑, 좀 복잡한 머릿속 길, 따뜻한 뒷모습...만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