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불꽃 

이르쿠츠크 시청사 모습. 

그 뒤편에 있는 작은 중앙광장에 365일 꺼지지 않는 불.

2차세계대전 당시, 시베리아 전역에서 20여만 명이 참전하였다가

그 중 돌아오지 못한 5만여 명을 기리기 위한 불입니다.

이르쿠츠크에서는 결혼을 한 후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

이곳에 와서 결혼식 신고를 하는 전통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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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을 일구기 전 억새밭

돌을 골라내고 있는 초보농부의 아내

완성된 밭

밭에서 바라본 석양

"비료 한 포 주세요!"

어제 오전, 서울에서 내려 온 친구 만나러 잠시 외출한 사이, 남편은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 그 전에 일을 좀 해야겠다고 그러더군요.
한 이십일 전부터 남편은 큰길 건너 개울가에 작은 밭을 만들고 있어요. 장래희망이 농부라니 전들 어쩌겠어요. 연습장 삼아 연습이라도 해 보라고 두었지요. 근데 그게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어요.
저도 보름 가까이 호미로 땅을 파로 돌을 골라내느라 피곤했던지 자고나면 손발과 얼굴이 퉁퉁 부었어요.
우리가 동분서주하니까 교인이나 이웃인들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어요. 산에 가서 흙을 파다가 경운기로 실어 날라다 주었어요.
저는 저대로 동네에 퇴비를 구하러 다니고, 평소에 커피도 뽑아드리고 교회에서 국수를 삶으면 갖다드리고 해서 얼굴을 읽혀둔 회 파는 아주머니께 생선찌꺼기도 얻어 와서 호박 심을 구덩이에 갖다 넣기도 했지요.
억새를 다 베고, 뿌리를 뽑아내고, 큰 돌들을 골라내고 흙을 여섯 경운기나 갖다 부었더니 이젠 제법 밭모양이 되어갔어요.
지난 장날에는 대추 한그루, 매실 두 그루를 사서 심었겠지요.
그리고 교인들이 준 두룹 두 그루, 복분자 네 그루, 엄나무 한 그루를 밭가에 심었어요.
오전에 소를 키우는 교인의 축사에 가서 거름을 내와야 한다더군요.
그러면 미래의 농부는 열심히 농사 준비하고, 미래의 농부 아내는 잠시 외출하여 친구랑 좀 놀다오겠다고 집을 나섰지요.
친구 만나서 점심도 먹고, 사진도 찍고, 호수 주변을 산책도 하고,
봄날 속에서 그 봄을 느긋하게 즐기고 돌아왔어요.
“거름은 얼마나 갖고 왔어?”
“세 수레 갖다가 밭에 섞어놓았지.”
“잘 했네. 손수레 운전은 할 수 있었어?”
바퀴가 하나 달린 손수레는 초보자로서는 만만치가 않을 것 같아서 제가 물어보았어요.
근데 문제는 손수레가 아니었어요. 비료를 사야겠다 싶어서 이웃에 물어보았다는 거예요.
그랬더니 ‘농협’에 가면 살수 있다고 했대요.
집에 마누라가 있었으면 “여보, 비료” 했으면 끝났을 텐데, 하고 싶은 일을 걸쳐놓고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비료까지 사서 밭에 뿌리고 싶었나 봐요.
비료 사러 농협에 갔다는 거 아닙니까.
우리 동네에는 세 가지 농협이 있어요.
<농협은행> <농협마트> <농협주유소>
근데 은행 창구에 가서
너무나 공손하게 - 이건 남편의 표현이에요 -
“비료 한 포 주세요.”
이랬다네요.
웃음을 어금니로 누르며 물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
“은행에서는 비료 안 판대.”
자존심 상할까봐 목마른 척 얼른 주방으로 들어가서 냉장고 문을 열고 한참 얼굴을 식혔어요.
그래도 비료는 사서 밭에 뿌렸답니다. 그만한 일에 기 죽으면 장래희망인 농부의 꿈을 접어야겠지요. 농협주유소에서 샀다네요. 주유소 옆에 농협 창고가 있거든요.
그래도 기 죽을까봐 남편에게 한 마디

"사람들이 말이야, 가르쳐 주려면 제대로 가르쳐 줘야지 그냥 농협이 뭐야?" 



첫추수

 ***이렇게 지난 해 봄, 남편은 한 해 농사를 지었습니다.  현실에 좀 고전하고 있는 탓인지 매일매일 시골로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릅니다. 아내인 저는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귀농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닐 듯 합니다. 현실을 피해서 가다니요. 대안으로 생활근거지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쯤 거리에 두해 전 사논 땅 360평에 텃밭이라도 가꿀 수 있도록 다섯 평 가량 조립식 집을 지을까 합니다. 그것도 돈과 별로 친하지 않는 직업이라 우리 내외가 쓰고 서울에서 사립대학 다니는 아들의 학비 대기도 허리가 휩니다. 그러나 그림은 그려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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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1-2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땅 일구느라 고생하셨을텐데, 은행창구에서 비료 한포 주세요에 한참을 웃었습니다. (죄송해요.) 도시에서 사시다가 귀농하셨다면 모든게 낯설고 힘드실테지만, 그래도 아래의 고구마 수확 사진을 보니 잘 이겨내고 계신 것 같네요. 남편분의 농부의 꿈도 중전님의 또다른 꿈도 모두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gimssim 2010-01-23 20:49   좋아요 0 | URL
저흰 아직 귀농이 아니고 면 단위의 시골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지요. 귀농은 십여 년 쯤 위에 은퇴한 후의 일인데 남편이 자신의 자리에서 고전하고 있다보니 현실에서 좀 도망가고 싶은 모양입니다.
저는 농사하고는 안친합니다. 남편이 외출하면서 고추 좀 따라고 하면 고추만 따옵니다. 그 옆에 토마토 익은 것은 눈에 안들어 와요. 냠편이 돌아와서 "토마토는?" 묻습니다. 전 스트레스 받지요. "고추 따라며?" 손발 안맞는 도둑질이지요.
 


아들아! 너는 가능성이다, 희망이다.

아들아!
네가 집을 떠날 때는 수줍게 봉오리를 맺고 있던 매화가 꽃망울을 떠뜨렸단다.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구나. 조만간 진달래, 목련도 앞다투어 필 것이다.
봄이 생명의 계절임을 엄마는 매일매일 실감하고 있단다.
그 생명의 계절에 우리 아들도 새로운 출발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 자랑스럽다.

졸업과 동시에 다른 분야는 기웃거리지도 않고 교직을 택한 아버지는 교육현장에서 부딪히는 병폐와 부조리에 대해 자주 고충을 토로하곤 했었단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교육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주입식 지식 전달이 아니라 좋은 책을 읽고, 참된 친구를 사귀고, 학급활동, 학생회 활동, 취미생활, 특기 살리기 등 학생들의 적성과 수준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전인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아버지는 획일적 교육현실에 맞서다 이상주의자라는 상처를 안고 학교를 떠나야만 했단다.
그리고 마흔의 나이에 대학원을 마친 아버지가 새로운 분야의 일을 하느라 우리 가족은 여러 번 이사를 다니게 되었지.
그러다 보니 너도 초등학교를 네 곳, 중학교를 세 곳이나 거쳐 졸업을 하게 되었구나.
마음을 열고 정을 나눌 친구 한 명 사귈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으니 네 외로움이 얼마나 컸을까,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마음고생은 또 얼마나 심했을까 싶어서 엄마는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이제 네가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부모님의 마음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제 세계에서 제일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했으니 아름답고 풍성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기 바란다.
어거스틴은 이런 말을 했다더구나. ‘하나님을 사랑하라. 그리고 네 마음대로 하라.’
그리고 엄마는 네가 집을 떠나기 전에 이런 말을 했었지.
무슨 일을 하든지 ‘하나님 앞에서 행동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네 일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너는 현명한 아이이니 이런 말들이 무슨 뜻 인줄 잘 알거야.
21세기에는 열린 사고와 다양성이 최고의 경쟁력이 되리라고 한다.
고등학생 시절에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네가 지금 배움의 길에 있으니 무엇보다 공부도 열심히 하여 실력을 쌓고, 좋은 책을 통하여 많은 간접경험도 하고, 좋으신 선생님들의 지도도 잘 받아서 하나님이 너에게 특별하게 주신 재능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끔은 피아노를 치고 할 수 있으면 딴따라(?)도 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네가 차가운 머리만 있는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도 함께 지닌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네가, 더불어 사는 사회에 꼭 필요한 구성원이 되었으면 한다.
사람도 어차피 자연의 일부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연 속에서 지혜를 배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금의 학교 생활이 다소 불편하고 그동안 네가 즐겼던 컴퓨터 오락이나 여러 가지 도시적인 문화를 접하기가 어려울지라도 네 생애의 어느 한 시기를 이런 자연 속에서 생활한 것이 앞으로의 너의 삶에 풍성한 밑거름이 되리라 엄마는 믿는다.

아들아.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렇듯이 엄마도 네가 행복하게 너의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
그러나 행복은 어느 날 갑자기 느닷없이 주어지는 횡재가 아니라 조개가 몸 속으로 들어온 이물질을 눈물로 키워 진주를 만들듯이 비록 어려움이 따르고 때로 좌절이 있을지라도 바른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이야.
네가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결코 쉽고 순탄한 길만이 있지는 않을 거야.
때로 험한 기류에 휩싸일 때도 분명히 있을 거야.
네가, 너희들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어 주는 것은 우리 기성세대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한 그루의 튼실한 나무로 서는 것은 너의, 너희들의 몫이다.
그것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야.

아들아.
‘사과 속의 씨앗은 셀 수 있어도 씨앗 속의 사과는 셀 수 없다’는 말을 들어 보았니?
사과 속에 들어 있는 씨앗의 갯수는 누구라도 셀 수 있다.
그렇지만 씨앗 하나 속에 들어 있는 사과는 아무도 셀 수가 없단다.
그러므로 씨앗은 희망이고 믿음이고 가능성이다.
엄마는 엄마의 아들이 무한히 많은 사과를 품고 있는 하나의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엄마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날마다 너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너는 희망이다. 너는 믿음이다. 너는 가능성이다.’라고.

후회없는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아름다운 청년으로 성장할 우리 아들에게 멀리서나마 아빠 엄마가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너는 가능성이다 희망이다.  

힘 내라, 힘!
                                                                               

사족 : 주일 날 교회 빠지지 말 것. 매일 큐티 할 것
......잔소리를 안하면 엄마가 아니지?
 

*** 아들은 어미의 바람대로 아름다운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지난 두 주간 혹독했던 추위 속에서 ROTC훈련을 마치고 집에 왔습니다. 

차를 다섯 번이나 갈아타야 집으로 올 수 있는 고등학교에 보내놓고 처음 아들에게 쓴 편지입 

니다.     

저의 편에서 보면 애끓는 모정이고, 아이 편에서 보면 좀 극성스런 모정이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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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건설한   

알렉산더 3세, 제정 러시아 황제입니다. 

그 동토의 땅에 9466킬로미터의 철도라니요? 

누군가 생각의 벽을 넘어서 

하나의 돌을 놓는 사람이 있어야지 

다음 사람이 그것을 누리게 되는 것이겠지요. 

몇 년 전까지 사는 것이 너무 힘에 부쳐서 

용량이 넘쳐서 과부하 걸리겠다고 소리지르며 

더 이상 다른 것들이 내 영역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며 

'이대로 살다 죽을래' 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산 적이 있었습니다.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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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 나는 겨울 풍경  

모처럼 겨울다운,
내가 사는 이곳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연일 뉴스에서는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을 보도하곤 합니다.
그 겨울 한낮.

새로 엮인 인연들을 만나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세상 보는 물푸레나무, 추억 담는 비닐포대, 감정 느끼는 전봇대, 꿈을 찍는 사진관,
그리고 아직 이런 수식어를 달지 않고 있는 **마마.
물론 나이도 다 다르고, 자란 곳도 다르고, 학교도 다르고, 스타일도 다 다르지요.
주어진 생을 그냥 보내버리지 않고
작은 무늬를 그려보고자 하는 친구들이지요.
의기투합, 번개 때리면 두말없이 모였다가
다시 각자의 둥지로 돌아갑니다.
'헤쳐' + '모여' 를 반복합니다. 

부담 없고, 만나면 그저 좋은 모임이지만 이름표는 하나 달아야겠지요.
감정을 느끼는 전봇대는 '보균자'라고 하자네요.
근데 구닥다리, 꿈을 찍는 사진관은 머리를 흔듭니다.
모두들 '한 미모'(?) 하는 아줌마인데 '보균자'라니요?
집에 와서도 열심히 작명을 하다 보니 생각났습니다.
다섯 명이니 머리 아프지 않고 쉬운 '다섯' 을 하던지
아니면 하나라도 빠지면 한 되는 '오선지'로 하자고 우겨볼 참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짬밥’ 서열이 좀 높거든요.

씩씩한 점심, 껍질 까는 대화, 맛있는 개척정신...
(이건 감정을 느끼는 전봇대 스타일입니다.
따스한 셔터, 말을 잃어버린 우체통, 상담 받고 싶은 자전거..전봇대 어록)
저도 따라해 봅니다.
씩씩한 점심을 먹고 나오니 음식점의 흰 벽이 현기증 나는 겨울 풍경으로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맑고 청량하고 시린 공기라니...
꿈을 찍는 사진관과 물푸레나무가 자동차에서 다시 내려 사진을 찍었습니다.

겨울, 인연, 사람, 일상, 사각 프레임...
겁 없는 다리, 수줍음 많은 손, 용감한 지갑, 좀 복잡한 머릿속 길, 따뜻한 뒷모습...만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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