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너는 가능성이다, 희망이다.

아들아!
네가 집을 떠날 때는 수줍게 봉오리를 맺고 있던 매화가 꽃망울을 떠뜨렸단다.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구나. 조만간 진달래, 목련도 앞다투어 필 것이다.
봄이 생명의 계절임을 엄마는 매일매일 실감하고 있단다.
그 생명의 계절에 우리 아들도 새로운 출발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 자랑스럽다.

졸업과 동시에 다른 분야는 기웃거리지도 않고 교직을 택한 아버지는 교육현장에서 부딪히는 병폐와 부조리에 대해 자주 고충을 토로하곤 했었단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교육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주입식 지식 전달이 아니라 좋은 책을 읽고, 참된 친구를 사귀고, 학급활동, 학생회 활동, 취미생활, 특기 살리기 등 학생들의 적성과 수준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전인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아버지는 획일적 교육현실에 맞서다 이상주의자라는 상처를 안고 학교를 떠나야만 했단다.
그리고 마흔의 나이에 대학원을 마친 아버지가 새로운 분야의 일을 하느라 우리 가족은 여러 번 이사를 다니게 되었지.
그러다 보니 너도 초등학교를 네 곳, 중학교를 세 곳이나 거쳐 졸업을 하게 되었구나.
마음을 열고 정을 나눌 친구 한 명 사귈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으니 네 외로움이 얼마나 컸을까,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마음고생은 또 얼마나 심했을까 싶어서 엄마는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이제 네가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부모님의 마음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제 세계에서 제일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했으니 아름답고 풍성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기 바란다.
어거스틴은 이런 말을 했다더구나. ‘하나님을 사랑하라. 그리고 네 마음대로 하라.’
그리고 엄마는 네가 집을 떠나기 전에 이런 말을 했었지.
무슨 일을 하든지 ‘하나님 앞에서 행동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네 일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너는 현명한 아이이니 이런 말들이 무슨 뜻 인줄 잘 알거야.
21세기에는 열린 사고와 다양성이 최고의 경쟁력이 되리라고 한다.
고등학생 시절에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네가 지금 배움의 길에 있으니 무엇보다 공부도 열심히 하여 실력을 쌓고, 좋은 책을 통하여 많은 간접경험도 하고, 좋으신 선생님들의 지도도 잘 받아서 하나님이 너에게 특별하게 주신 재능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끔은 피아노를 치고 할 수 있으면 딴따라(?)도 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네가 차가운 머리만 있는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도 함께 지닌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네가, 더불어 사는 사회에 꼭 필요한 구성원이 되었으면 한다.
사람도 어차피 자연의 일부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연 속에서 지혜를 배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금의 학교 생활이 다소 불편하고 그동안 네가 즐겼던 컴퓨터 오락이나 여러 가지 도시적인 문화를 접하기가 어려울지라도 네 생애의 어느 한 시기를 이런 자연 속에서 생활한 것이 앞으로의 너의 삶에 풍성한 밑거름이 되리라 엄마는 믿는다.

아들아.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렇듯이 엄마도 네가 행복하게 너의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
그러나 행복은 어느 날 갑자기 느닷없이 주어지는 횡재가 아니라 조개가 몸 속으로 들어온 이물질을 눈물로 키워 진주를 만들듯이 비록 어려움이 따르고 때로 좌절이 있을지라도 바른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이야.
네가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결코 쉽고 순탄한 길만이 있지는 않을 거야.
때로 험한 기류에 휩싸일 때도 분명히 있을 거야.
네가, 너희들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어 주는 것은 우리 기성세대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한 그루의 튼실한 나무로 서는 것은 너의, 너희들의 몫이다.
그것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야.

아들아.
‘사과 속의 씨앗은 셀 수 있어도 씨앗 속의 사과는 셀 수 없다’는 말을 들어 보았니?
사과 속에 들어 있는 씨앗의 갯수는 누구라도 셀 수 있다.
그렇지만 씨앗 하나 속에 들어 있는 사과는 아무도 셀 수가 없단다.
그러므로 씨앗은 희망이고 믿음이고 가능성이다.
엄마는 엄마의 아들이 무한히 많은 사과를 품고 있는 하나의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엄마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날마다 너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너는 희망이다. 너는 믿음이다. 너는 가능성이다.’라고.

후회없는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아름다운 청년으로 성장할 우리 아들에게 멀리서나마 아빠 엄마가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너는 가능성이다 희망이다.  

힘 내라, 힘!
                                                                               

사족 : 주일 날 교회 빠지지 말 것. 매일 큐티 할 것
......잔소리를 안하면 엄마가 아니지?
 

*** 아들은 어미의 바람대로 아름다운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지난 두 주간 혹독했던 추위 속에서 ROTC훈련을 마치고 집에 왔습니다. 

차를 다섯 번이나 갈아타야 집으로 올 수 있는 고등학교에 보내놓고 처음 아들에게 쓴 편지입 

니다.     

저의 편에서 보면 애끓는 모정이고, 아이 편에서 보면 좀 극성스런 모정이었겠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