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자수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독서회를 이끌기 위해 내 속에 있는 낙타를 일으켜서 전장에 나갔다.
내 속에는 낙타 한 마리가 산다.
평소에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다가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분연히 무릎을 세운다.
나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녀석이다.
무장을 하고 갔더니 지난 주에 배정 받아놓았던 강의실 조차 없어졌다.
일찍 가서 내 방이라고 점령을 하고 있었더니 요리팀에서 자기들이 다시 배정을 받았다며 강의실을 비워내란다.
그럼 나는 어디로 가야 하냐니까 지난 주 등록이 한 명 밖에 없어서 방을 뺐단다.
그럼 오늘 온 여섯 사람은 어쩌란 말이냐.
먹고 살아야 하니까 요리팀에 강의실을 비워주고 말까, 한 삼초쯤 망설였다.
내 속의 낙타가 어림 반푼어치도 없단다.
결국 우리는 지하실을 넘겨주고 가을 볕이 잘 드는 4층으로 올라왔다.
일곱 명이서 영혼의 양식을 위해 분투했다.
다른 강의를 들으러 왔다가 일단 '맛있는 책' 한 번 만 들어보라고 꼬시킴을 받아 넘어온 분이 제일 많이 감격했다. 대박이란다.
그래도 이달 말까지 열 명은 되어야 강좌가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원래 '굳세어라 금순아' 과니까 그까짓 거 문제없다.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서 집에 와서 저녁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
그러고는 그 살들이 무서워서 집 앞 학교 운동장을 열 시가 넘어 한시간이나 돌았다.
나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