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끊을 수 없는 사랑 




 

 

 

 

 

내가 근래에 들어서 잘한 일 중 하나가 ‘사진찍기’를 배운 일이다.
물론 남편은 좀 불만이지만.
남편은 내가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점심도 같이 먹고, 책도 같이 읽고, 또 저녁도 같이 먹고, 텔레비전도 같이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나는 혼자하는 것을 좋아한다. 같이 무엇을 하면 집중하기가 어렵다.

결혼하기 전, 남편은 나처럼 영화감상이 취미라고 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보니 취미는 커녕 외국영화는 옷만 갈아 입고 나와도 사람을 구별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옆에서 끊임없이 물어댄다. ‘저 사람은 누구냐? 왜 저러느냐? 빨간불인데 길을 건너도 되냐? 왜 비를 맞고 돌아다니느냐? 저렇게 밤늦은 시간까지 놀면 내일 아침 출근은 어떻게 할 것이냐?……’ 끝이 없다.
그러면서도 영화를 보러 간다면 꼭 따라나선다.

잠시 옆길로 샜다.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길로 새는 것은 아무래도 나이 탓인 것 같다.
우리 아파트에 내가 주차하는 곳에 나무를 사랑하는 담쟁이가 있다.
오후면 햇빛을 받아서 단풍이 든 담쟁이 잎이 무척 아름답다.
그 옆에 서 있는 나무 - 사실 나무가 아니고 나무처럼 튼튼하게 자란 해바라기 이다 - 에 다가가기 위해 날마다 조금씩조금씩 키를 더한다.
지난 이틀 동안 세상의 모든 바람이 이곳에 놓인 듯 바람이 몹시 불었다. 나는 담쟁이 걱정에 잠을 설쳤다.
아침 일찍 내려가 보니 이런 모습이었다(아래 사진). 그나마 있던 해바라기 잎도 다 떨어지고 담쟁이도 앙상한 모습이다. 
그래도 사랑은,
담쟁이의 사랑은 여전하다. 

 

 

사진은 이렇게 그냥 지나쳐버릴 것도 한 번 더 눈여겨보게 만든다.
작은 것을 사랑하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여러 가지 색깔로 그림을 그리게 한다. 내 인생이라는 그림을.

그래서 나는 사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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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0-11-10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도 사랑은, 담쟁이의 사랑은 여전하다... 참 멋진 말이네요...
영원한...하는 건 거짓말이지만, 여전한... 이건 가능하죠. ^^
중전님, 행복한 하루 지으시길...

gimssim 2010-11-10 08:23   좋아요 0 | URL
글샘님의 포스가 느껴지는 댓글입니다.
열심히 '강의'하시는 분이시라.
'영원한' '여전한'을 구별해서 써야겠습니다.
글샘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마녀고양이 2010-11-10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사진 배우고 싶어요.
언니 말씀대로, 사진을 찍으면 세상을 파인더를 통해 다시 한번 보게 되겠죠?
새로운 눈으로 보면, 더 아름다울거 같아요.

영화 감상 말인데요, 저희 신랑두 그러더라구요.
그런데 첨 같이 '타이타닉'을 보러가서, 자고 있지 머예요!
그날 피곤했나.. 그 이후에는 자는건 못 봤지만, 영화 감상이 취미가 아닌건 확실해요.
그때 차버렸어야 하는뎅... 큭큭큭.

gimssim 2010-11-10 22:17   좋아요 0 | URL
사진은 우리의 삶을 좀 더 풍성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에요.
나중에 사진에 관한 페이퍼 하나 쓸까 생각중입니다.

저도 영화엔 관한한 '이건 아니잖아' 눈치챘었습니다.
근데 결혼하고 싶어서 눈치 못챈척 넘어간거지요.
혹시 마녀고양이님도?

양철나무꾼 2010-11-10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리 엄마를 따라 다녔을 아기 백조가 생각나요.

아웅~ㅠ.ㅠ
액자해서 책상 위에 올려놓고 싶어요.

gimssim 2010-11-10 22:18   좋아요 0 | URL
이 담쟁이의 사랑은 짝사랑이죠.
눈치채셨나요?

blanca 2010-11-10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담쟁이...안그래도 요새 혼잣말처럼 자꾸 저 담쟁이가 넘 이쁘다고 그러고 다니는데 중전님이 담쟁이에는 댈 바가 아니군요. 옆지기님 귀여우세요...중전님을 많이 사랑하시나봐요^^

gimssim 2010-11-10 22:20   좋아요 0 | URL
중년의 부부라 그냥 무덤덤합니다.
몸에 잘 맞는 옷같다고나 할까요?
그게 행복이겠지만 좀 슬플 때도 있답니다. ㅋㅋ

비로그인 2010-11-14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멋진 담쟁이입니다. !!

중전님의 시선도 멋지고요 !!! ^^

gimssim 2010-11-14 07:16   좋아요 0 | URL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담쟁이 사진을 몇장 더 찍어볼까 합니다.
어제 아침, 산책하다가 보아둔 곳을 다시 가서 담쟁이 사진을 몇장 찍었어요.
오후에 일이 있어 바닷가에 갔는데 거기에도 파란 양철지붕위에 담쟁이가 지고 있었어요.
시간 내어서 가볼 참입니다.
이렇게 그전부터 있었는 것인데 제가 마음을 두니 비로소 보이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