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숲
내친 김에 눈에 싸인 자작나무 숲으로 갑니다.
겨울의 시베리아는 영하 3,40도가 기본이라는데
여기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영하 25도 정도였습니다.
사실, 한겨울 시베리아 여행을 계획하면서 영하 3,40도의 추위와 맞서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끝내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는 희망사항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튼,
정비석의 수필에서 '여인의 속살'이라고 은유한 자작나무, 숲입니다.
*** 자작나무 이야기가 나오는 정비석의 <산정무한>의 일부를 옮겨봅니다. 저는 '여인의 속살'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고 '아낙네의 살결'이군요.
비로봉 동쪽은 아낙네의 살결보다도 흰 자작나무의 수해(樹海)였다. 설 자리를 삼가, 구중심처(九重深處)가 아니면 살지 않는 자작나무는 무슨 수중(樹中) 공주이던가! 길이 저물어, 지친 다리를 끌며 찾아든 곳이 애화(哀話) 맺혀 있는 용마석(龍馬石) ── 마의 태자의 무덤이 황혼에 고독했다. 능(陵)이라기에는 너무 초라한 무덤 ── 철책(鐵柵)도 상석(床石)도 없고, 풍우에 시달려 비문조차 읽을 수 없는 화강암 비석이 오히려 처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