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게으름...겹겹의 의도
우리 집 바른생활사나이가 3박4일 일정으로 세미나를 갔어요.
저는 당연히 ‘자유부인’이 되었지요.
아침 일찍 출발하면서 몇 번이나 물었어요.
“뭐 할꺼냐?‘
걱정할 일도 아니에요.
저는 남편과는 달리 혼자서도 잘 놉니다.
제일 먼저 할 일은 명찰을 떼는 거에요.
제 가슴에 달려 있는 ‘바른생활아줌마’
그리고 ‘나홀로 집에’의 캐빈이 되는 거죠.
세수 안하기(이건 이번엔 좀 고려하고 있어요. 며칠 사이 엄청 노화가 진행되어 남편이 현관에 들어서다가 집 잘못 찾았나 문닫고 나갈까봐서요),
늦게 자기(남편은 고딩 수험생일때도 10시만 되면 잤다네요),
잠옷 입고 하루종일 버티기,
하루에 한 끼만 먹기(삼식이 식사 준비 하느라 너무 지쳤거든요)
컴퓨터 하면서 비빔국수 먹기,
큰 소리로 웃기,
역시 큰소리로 유행가 부르기(봄날은 간다),
하루는 소파에서, 하루는 안방 침대에서, 하루는 거실 바닥에서 자기,
집으로 오는 전화 안받기.
오늘로서 게으름과 이별을 해야 합니다.
새벽 두 시 쯤 잠자리에 들었다가 네 시 반에 일어나서 새벽기도 갔다가 잠시 신문보고 잠들었더니 해가 중천에 떠 있었어요. 읽다만 책들이 옆에서 함께 자고 있었나봐요.
나를 깨운 것은 사실 실컷 잔 잠이 아니라 이것이었어요.
광목 커튼을 휘감고 있는 밝은 햇살이요.
잠시 더 누워서 그 햇살을 바라보았어요.
행복감에 젖었고, 장자크 상뻬의 책 <겹겹의 의도>가 생각이 나네요.
옆에 있던 카메라로 몇 장 사진을 찍었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렇게 서로 다른 농담(農談)으로 겹겹이 싸여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