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게으름...겹겹의 의도

우리 집 바른생활사나이가 3박4일 일정으로 세미나를 갔어요.

저는 당연히 ‘자유부인’이 되었지요.

아침 일찍 출발하면서 몇 번이나 물었어요.

“뭐 할꺼냐?‘

걱정할 일도 아니에요.

저는 남편과는 달리 혼자서도 잘 놉니다.

제일 먼저 할 일은 명찰을 떼는 거에요.

제 가슴에 달려 있는 ‘바른생활아줌마’

그리고 ‘나홀로 집에’의 캐빈이 되는 거죠.


세수 안하기(이건 이번엔 좀 고려하고 있어요. 며칠 사이 엄청 노화가 진행되어 남편이 현관에 들어서다가 집 잘못 찾았나 문닫고 나갈까봐서요),

늦게 자기(남편은 고딩 수험생일때도 10시만 되면 잤다네요),

잠옷 입고 하루종일 버티기,

하루에 한 끼만 먹기(삼식이 식사 준비 하느라 너무 지쳤거든요)

컴퓨터 하면서 비빔국수 먹기,

큰 소리로 웃기,

역시 큰소리로 유행가 부르기(봄날은 간다),

하루는 소파에서, 하루는 안방 침대에서, 하루는 거실 바닥에서 자기,

집으로 오는 전화 안받기.
 

오늘로서 게으름과 이별을 해야 합니다.

새벽 두 시 쯤 잠자리에 들었다가 네 시 반에 일어나서 새벽기도 갔다가 잠시 신문보고 잠들었더니 해가 중천에 떠 있었어요. 읽다만 책들이 옆에서 함께 자고 있었나봐요.

나를 깨운 것은 사실 실컷 잔 잠이 아니라 이것이었어요.

광목 커튼을 휘감고 있는 밝은 햇살이요.

잠시 더 누워서 그 햇살을 바라보았어요.

행복감에 젖었고, 장자크 상뻬의 책 <겹겹의 의도>가 생각이 나네요.

옆에 있던 카메라로 몇 장 사진을 찍었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렇게 서로 다른 농담(農談)으로 겹겹이 싸여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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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27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편안한 게으름이로군요.


gimssim 2010-05-27 21:55   좋아요 0 | URL
때로 이런 게으름이 많이많이 위로가 됩니다.
바른생활사나이는 제 시간에 정확하게 귀가를 했고,
저는 다시 바른생활아줌마로 돌아왔어요. ㅎㅎ

꿈꾸는섬 2010-06-02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바른생활아줌마 생활이 너무 힘드셨군요.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중전님이 부르시는 봄날은 간다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요.ㅋㅋ

gimssim 2010-06-15 07:15   좋아요 0 | URL
온 봄 내 '봄날은 간다'에 필이 꽃혀 흥얼거리고 있습니다.
물론 바른생활사나이는 질색을 하지만요. ㅎㅎ

같은하늘 2010-06-03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연 삼일을 어찌 보내셨을까요? 궁금~~ㅎㅎ

gimssim 2010-06-06 06:56   좋아요 0 | URL
자유로운 몸과 영혼으로 살았지요.ㅎㅎ

페크pek0501 2010-06-1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으름의 자유, 너무 잘 알지요. 하루 한 끼만 먹고 잠옷 입고 지내다가 늦게 자는 그 맛!!!
공감 가는 글을 읽으니 저까지 즐거워지네요.
그런데 그것 아세요? 그런 게으름의 행복을 느낄 수 있으려면 바른생활사나이 님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요. 매일 그런 생활이면 재미없거든요. ㅋㅋ

gimssim 2010-06-15 07:14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