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는 사진
천안함 침몰사고 이후 잇단 소식들이 많이 우울하게 합니다.
아무런 대비 없이 죽어간 목숨들의 속절없음, 살아남은 자들의 고개 들지 못하는 민망함, 그 모습들을 지켜보는 대다수 사람들의 안타까움...
참으로 가슴 시립니다.
그러면서도 때가 되면 자고, 때가 되면 밥을 먹고, 때가 되면 이런저런 잡다한 세상사를 글로 남기기도 하면서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박목월님의 시 <나그네>를 배우면서 참 많이 분개했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말에 쓰여진 그 시는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가슴 멍하게 합니다.
그러나 그 시절에,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백성들은 살기위해 북간도로, 만주로, 하와이로 정처 없이 부초처럼 떠다니고, 남은 자들은 초근목피 하고 있는데, 이런 시가 당키나 하냐고 국어시간에 많이 분개했던 기억이 납니다.
무릇, 현실을 외면하고 눈감는 것은 문학이 아니다. 그러면 종교만 아편이 아니라 문학 또한 아편과 다를 게 무에 있느냐고...국어 선생님이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하셨어요.
“나중에 운동권 되겠구나.”
아무튼 오래 박목월을 싫어했습니다.
그랬는데, 세월이 저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물론 문학도 사회저변을 살피고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모두 다 그럴 필요는 없다는데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때로 순수 문학이 더 오랜 생명력을 가질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 겁니다.
문학소녀였을 때부터 한 번도 배신 때리지(?) 않고 황순원님을 좋아한 것 보면 저도 ‘운동권’ 성향만 있는 게 아닐테지요.
인위적인 것, 아름답기만 한 것, 단시간에 승부를 내는 것...그런 것들은 생명이 길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 참고 기다려야 하는 것, 좀 투박한 것, 자연의 질서를 따라가는 것, 다양함 속에서 하나의 소신으로 살아가는 것...이런 것들이 그립습니다.
올린 고무신 사진은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어서입니다.
이런 저런 소식들에 다소 마음이 슬픈 까닭입니다.
낡아서 이젠 신을 수 없게 된 검정고무신에다 작은 풀꽃들을 심어놓았습니다.
그 소박하고 작은 마음에 한참동안 눈시울이 뜨거웠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비로소 박목월님의 시 <나그네>를 온몸으로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삼 년 전쯤에 찍은 사진입니다.
마음이 슬플 때 가끔, 그러나 오래 들여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