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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종교사상사 1 (양장) - 석기시대에서부터 엘레우시스의 비의까지 신화 종교 상징 총서 1
미르치아 엘리아데 지음, 이용주 옮김 / 이학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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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시대부터 이미 영성을 표출해 온 인류는 삶의 터전마다 조금씩 다른 생활양식에 영향을 받아 큰 공통점과 미묘한 차이점을 가진 종교의식을 보여준다.

1. 순환하는 우주론과 끝이 예정된 종말론
고대 신앙의 주류는 사계절의 변화와 식물의 생장-소멸이라는 조화를 반영한 순환론이다. 이 관념은 인간 또한 죽음의 강을 건너 불사에 이를 수 있다는 소망(이집트)으로 승화되거나 윤회의 고리에 갇혀 영원히 재탄생해야 한다는 관념(인도)으로 표현되었다. 현세계에 끝이 있고 다른 세상(천국)에서 부활하리라는 종말론은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에서 발원한 독특한 사상이다.

2. 인간과 신 사이의 거리감
인간의 가능성을 고찰할 때 신의 숨결을 받은 측면에 주목하면 인간도 명상이나 요가와 같은 수행을 거쳐 신적 진리(gnosis)에 다가설 수 있다. 그러나 육체를 구성하는 물질의 측면(진흙)이 우선하면 신과 인간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심연이 존재한다.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영웅적) 인간이 지나친 탁월함(arete)을 과시하면 결국 자신의 오만(hybris)에 걸려 넘어져 파멸에 이른다.

3. 신성이 깃든 자연과 역사의 신성화
고대인들은 당연하게도 눈에 보이는 온갖 오묘한 자연 현상을 신과 결부시켜 해석했다. 이 강력한 신들(바알, 제우스)은 창조신을 권좌에서 끌어내려 "숨은 신"(deus otiosus)으로 격하시킨다. 이러한 자연적 범신론이 신성을 훼손한다고 생각한 유대인들은 오직 야훼의 기치를 내걸고 무대를 자연에서 역사로 이동시킨다. 이제 눈 앞에 닥치는 모든 시련과 행복은 하나님의 섭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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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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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는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그리스 서사시이다. 이 작품은 ‘고전’이란 단지 오래 묵은 세월의 무게로 지탱되는 원로원의 수장 같은 존재가 아니라, 지난한 세월조차 흩어버리지 못한 삶에 대한 시원(始原)적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세상만사에 지치지도 않고 간섭을 일삼는 ‘일리아스’의 신들은 전혀 신성하지 않다. 그들은 불멸의 존재이지만 필멸의 인간보다 나약하고 변덕이 심하다. 인간은 자신의 선택에 운명이란 이름으로 얽혀 있지만, 신들은 일시적인 아픔 앞에서 리셋 버튼을 남발한다.

그러므로 고향을 못내 갈구하는 오뒷세우스와 달리 신들에게는 향수병 같은 ‘그리움’이 없다. 그들은 어디든지 자유로이 운행할 수 있지만 발목이 피로에 잡혀 고단해질 때 간절히 되돌아갈 거처가 없다. 넥타르 한병, 암브로시아 한 접시면 더한 기쁨도, 더한 슬픔도 없다.

그래서 자신의 운명을 벗어날 수 없는 필멸의 인간은 그 경계를 찢고 나가려는 일탈의 충동을 끊임없이 발산하지만 신들에게는 파토스에 대한 자각이 없다. 그들은 슬픔이라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자신들을 사로잡는 정념의 실체를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서사시 이후로 그리스인들은 자유로운 신들의 관용(?)을 찬양하고 숭배하면서도 공허함은 떨어냈다. 어찌 보면 ‘오뒷세이아’는 ‘일리아스’라는 영웅의 세계를 탈피해가는 그리스 세계의 변화상을 상징한다. 인간은 신화를 매듭 짓고 역사를 자신의 필치로 써내려갔다.

이후 벌어진 전제정과 민주정, 폴리스와 제국의 긴장과 붕괴는 지극히 인간적인 흔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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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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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너와 나, 우리 둘만이 여인들의 의도를 알아내도록 하자꾸나.
우리는 또 그들 중 누가 우리 두 사람을 마음속으로 존중하고
두려워하는지, 누가 우리를 무시하고 너같이 고귀한 자를
업신여기는지 하인들도 시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16권 304행)

오뒷세우스는 강산이 두 번 변한 후에야 비로소 집에 돌아왔다. 만물은 세월의 손길 아래 빛바랜 흔적을 보이지만, 정당성을 확보한 그에게 중요한 건 ‘무쇠처럼 단단하고 변치 않은’ 식솔들의 애정과 충심이다. 비시정권은 4년간 나치 치하에 있었다. 한반도는 31년간 서릿발 어린 겨울이었다. 오뒷세우스는 20년 세월을 한칼에 일렬로 늘어놓는다.

변치 않은 절개는 드높이는 것이 합당하다. 바닥에 던진 공처럼 금새 튀어오르는 변절은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자간의 경계를 어디로 설정하는가이다. 죽음 앞에 서기 전까지 정해진 답이란 없다. 오뒷세우스가 자신을 명판관이라 자신하는 순간 피의 제전은 시작된다. 그런 시도는 인간을 목석으로 간주하고 톱날로 썰어낸다.

신화에서는 충신과 간신이 운명적으로 정해져 있었다고 치부하면 그만이다. 악한 자들은 세월의 장단에 상관없이 등을 돌리고 계략을 꾸몄을 것이며, 선한 자들은 하데스로 내려가기까지 눈물로 밤을 지새웠으리라고 말이다. 3천년의 간극을 넘어선 우리는 얼마나 다른가? 종교적 맹신을 백안시하는 상식적인 일반인들이 내리는 판단은 믿을만한가?

현대 과학의 눈부신 성과는 우생학을 발전시켰다. 그것이 나치의 전유물이며 이제는 사라진 구세대의 유물인 양 폄하하지만 실제로 본성과 양육의 시소 가운데 본성에 더 큰 무게를 지우는 일이 지금도 허다하다. 환경은 무한대의 변수를 고려해야 하지만, 본성은 단 하나의 요인 ‘본래 그러하므로’라는 말로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얼마나 쉽고 간편한가.

되풀이하여 생각해봐도 정답은 없다. 고대에는 신이 인간 내면의 빛깔을 명징하게 판별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먼저 현대 과학의 합리성이 신적 지혜를 대신할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물어보아야 한다. 오류투성이 인간이 가야할 길은 다양한 사실을 모아 기준의 탑을 부단히 높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과정은 밝은 광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말을 감금하는 자가 바로 '열린 사회의 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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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0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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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omnibus requiem quaesivi, et nusquam inveni nisi in angulocum libro(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Amor est magis cognitivus quam cognitio(사물을 꿰뚫어 아는 데는 지식이 사랑만 같지 못하다)

그렇다면 지식을 사랑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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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김산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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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신화이자, 영웅서사인 길가메쉬 서사시는 지금으로부터 4825년 전(2013년 기준)에 쓰여졌다. 히브리의 조상 아브람은 그로부터 689년이 지난 4136년 전에 수메르의 도시국가인 ‘우르’에서 출생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유대인들을 바빌론으로 끌고 갔을 때(약 2600년 전), 히브리족의 창세기 <베레쉬트>가 비로소 쓰여졌다. 태초의 말씀으로 존재하는 유일신 야훼에게 길가메쉬 서사시가 미친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1.구약성서의 분노하는 신 야훼는 수메르 신화의 바람의 신 엔릴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엔릴의 명령은 반드시 집행된다. 엔릴의 성격은 타오르는 불과 같아서 인간과 신의 관계가 타락했을 때 대홍수를 일으켜 인간을 절멸시키려 한다.
2.길가메쉬 서사시는 노아방주 외에도 성서에 등장하는 주요 설화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바벨탑 이야기뿐만 아니라 유목과 농경의 대립을 상징하는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 장자 상속의 전통을 벗어난 에사오와 야곱 이야기 등의 모티프가 담겨있다.
3.길가메쉬의 어머니 닌순신은 암소의 형상으로 나타나며 자애로운 성품으로 자식들을 돌본다. 그러나 구약 성경에서 황소는 우상숭배의 전형이며 이를 섬기는 행위는 죽음의 죄악이다.
4.7은 신성한 숫자이다. 우루크(길가메쉬가 다스린 왕국)의 기초를 세운 현인은 일곱이고, 대홍수 이후 비둘기를 날려보낸 건 일곱째 날이다. 엔키가 인간을 출산하기 위해 만든 여신의 수도 일곱이다.

고대 신화의 두드러진 특징은 최고 신이 곧 도덕적으로 선한 신과 합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행을 베풀고, 어진 마음씨를 가진 신은 설사 세계를 창조했다 하더라도 2인자의 자리로 밀려나거나, 숨은 신으로 격하된다(창조주 엔키는 엔릴에게 밀려난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에 의해 억겁의 형벌을 받는다). 신들의 세계는 인간계의 거울인 셈이다. 길가메쉬 서사시의 세련된 문체와 구조는 아득히 먼 옛날에 대한 현대인들의 맹목적인 편견이 야기하는 야만성과 원시성을 소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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