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자서전 1 김대중 자서전
김대중 지음 / 삼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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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세상을 떠나신 지 1년이 가까워 옵니다. 우리 집은 당신이 살아 계시던 그때 그대로입니다. 올해에도 마당에 우리가 좋아하던 사피니아, 백일홍, 천일홍, 팬지꽃을 심었습니다. 당신이 저 아름다움을 보신다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당신의 웃는 모습이 떠오르기만 해도 마음 한구석이 저려 옵니다.

  우리는 자주 거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정원을 바라보았지요. 우리 집을 찾아온 참새들에게 모이를 주는 것이 당신의 유일한 즐거움이었죠. 요새는 더 많은 참새들이 와서 모이를 먹고 있습니다. 참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면 당신 생각에 눈시울을 적십니다.


  당신이 자서전을 쓰기 시작하실 때 "모든 것을 진실하게 기록하여 역사와 후손에게 바치겠다"고 하신 말이 떠오릅니다. 자서전을 읽으면서 우리가 함께해 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살아 계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뒤돌아보면 우리 앞에 그토록 험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진정 몰랐습니다.


  당신은 참으로 파란만장한 일생을 보냈습니다. 「로마서」에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비할 바 아니다"라 했습니다. 이 성구같이 당신의 생애는 상상할 수 없는 고난의 연속이었으며 극적이었습니다. 당신은 죽음의 고비를 몇 차례 넘기셨고 망명, 연금, 감옥 생활 등의 괴로움에도 신념을 꺾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탄압하는 세력과 결코 타협하지 않았으며 그들을 용서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이 땅에 민주화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당신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일했습니다. 외환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나라를 정보화 강국으로 세웠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평생소원인 통일을 위해 남북 화해에 나서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 회담으로 남북 공동 선언도 발표했습니다.

  이 나라를 민주, 자유, 평화의 꽃이 피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당신의 꿈은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당신이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내일의 희망을 향해서 나아갔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당신이 바라던 것을 이루어 나갈 것입니다. 남과 북의 벽을 허물고 서로 하나가 되는 그날까지 쉬지 않고 힘쓸 것으로 믿습니다. 머지않아 당신이 바라는, 아니 우리 모두 바라는 통일의 그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당신이 간절히 원하는 행동하는 양심으로 행하며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고 평화롭게 살아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세계 평화를 이룩해 나가도록 힘쓰겠습니다. 당신의 뜻을 후손들이 반드시 이루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생은 고난이 가득했고 그 고난을 극복한 당신의 생애를 담은 자서전이 나오기까지 많은 분들이 수고를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존경하고 친구처럼 가까웠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폰 바이츠체커 전 독일 대통령,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께서 자서전을 위해 좋은 글을 보내 주었습니다.

  나는 아직도 당신이 세상을 떠난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을 보낸 슬픔으로 가득 찬 하루를 보내기도 하지만 하느님이 당신에게 승리의 면류관을 씌어 주실 것이라 생각하며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온 47년의 생애를 매일같이 떠올리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언제나 존경하고 사랑했습니다. 내 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사랑할 것입니다.


  하느님은 끝없는 사랑으로 우리의 기도헤 응답해 주실 줄 믿습니다. 하느님 품에 편안히 쉬시옵소서.

2010년 여름, 당신의 아내 이 희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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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5-05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