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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3 - 지리는 어떻게 우주까지도 쟁탈의 대상으로 만드는가 ㅣ 지리의 힘 3
팀 마샬 지음, 윤영호 옮김 / 사이 / 2025년 4월
평점 :
서문: 우주라는 새로운 지정학적 격전장이 등장했다
▣ 1장: 인간, 하늘을 올려다보다
▣ 2장: 냉전이 우리를 우주로 끌어올렸다
현대 로켓에 관한 경우라면 우주비행 역사가들은 대체로 콘스탄틴 치올콥스키(1857-1935년), 로버트 고더드(1882-1945년), 헤르만 오베르트(1894-1989년), 이 세 사람의 이름을 언급한다. 미국인인 고더드는 9세기에 중국에서 발명된 이래로 줄곧 사용되던 압축된 가루 고체연료인 화약 대신 액체연료를 사용해 지상에서 로켓을 발사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오베르트는 독일 과학자로 나치에 부역했다는 이유로 명성이 실추되었는데, 나치는 로켓에 관한 그의 연구를 활용해 베르겔퉁스바페 2(Vergeltungswaffe 2, 보복무기 2호) 혹은 V-2로 불리는 로켓을 개발했다. 1903년 동력을 갖춘 최초의 비행기가 하늘로 날아오르기 6개월 전, 독학으로 깨우친 한 무명의 러시아 과학자가 우주비행의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증명한 최초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해 말 라이트 형제는 비행에 성공하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지만 치올콥스키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견지명을 갖춘 과학자 중 한 명이었음에도 사실상 알려지지 않았다. 28)
그의 초기 저서에는 태양에너지로 가동되는 우주정거장 건설하는 방법, 우주선의 방향을 제어하는 자이로스코프(바퀴의 축을 삼중의 고리에 연결해 어느 방향이든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 스케치, 우주선이 서로 도킹할 수 있도록 하는 에어로크, 우주비행사가 우주선 밖에서도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기밀(공기가 밖으로 누출되지 않도록 밀폐하는 것) 구조의 우주복 같은 발상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1895년이라는 이른 시기에 그는 우주 엘리베이터라는 개념도 이론화하고 있었다. 「반작용 장치를 이용한 우주공간 탐험」에서는 로켓이 대기권을 돌파해 지구의 궤도를 돌 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치올콥스키는 지구 궤도에 진입하는 데 필요한 수평속도를 계산해 냈는데 그 속도는 연료로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혼합하여 사용하는 로켓을 이용해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냈다. 〈치올콥스키 로켓 방정식〉으로 알려진 그의 공식은 바로 우주여행의 기반이 된다. 28-9)
스푸트니크 1호는 1957년 10월 4일 카자흐스탄에서 발사되었다. 크기는 비치볼보다 조금 더 컸고 무게는 고작 85킬로그램에 불과했다. 스푸트니크 1호는 외피가 매우 눈부시게 빛나는 고광택의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지구의 대기권에 재진입해 불타버릴 때까지 미국인들은 3개월 동안 매일 90분마다 그것이 머리 위로 지나갈 때면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푸트니크 1호는 그럴 때마다 소련이 미국의 기술을 능가했다는 것을 재차 상기시켰다. 여기서 미국의 걱정은 인공위성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것을 싣고 우주로 올라간 거대한 로켓에 관한 것이었다. 러시아인들이 〈지구의 인공위성〉이라고 불렀던 것은 그야말로 게임 체인저였다. 스푸트니크가 등장하기 전에 미국은 소련의 핵무장 항공기를 요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푸트니크는 사실상 탄도미사일과 다름없는 물체의 최상단에 실려 우주로 발사되었고 그 같은 로켓은 이제 미국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32-3)
1961년 4월 12일, 소련의 유리 알렉세예비치 가가린은 보스토크Vostok 1호 우주선에 다가가면서 자신을 발사대까지 데려다준 차량의 오른쪽 뒷바퀴에 소변을 보기 위해 잠시 멈추었다. 오늘날까지도 러시아의 우주비행사들은 그에게 경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이와 똑같은 행동을 한다. (여성 우주비행사들은 병에 담아와 바퀴에 뿌린다.) 이윽고 가가린은 캡슐에 올라 탑승한 후 대기했다. 카운트다운은 없었고(세르게이 코롤료프는 그것을 미국인들의 허세라고 생각했다) 모스크바 시각으로 오전 9시 7분에 발사 버튼이 눌러졌다. 가가린은 “포예칼리Poyekhali!”(가자!)라고 소리쳤고, 그는 이륙하면서 지구의 강력한 속박에서 벗어나 미국의 시인이자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존 길레스피 매기가 “저 높이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우주의 성역”이라고 지칭한 공간 속으로 들어갔다. 비행은 가가린이 지구 궤도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린 108분 동안 이어졌다. 그는 인류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35)
코롤료프 사후에 소련이 직면한 문제의 실상을 알지 못했던 미국은 소련이 1968년 12월에 우주선 발사를 위한 최적의 발사가능시간대launch window를 이용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그 기회의 문은 열렸다 닫혀버렸다. 소련 측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오히려 같은 달에 세 명의 미국인이 달의 궤도에 오른 최초의 인간이 되었다. 아폴로 8호는 프랭크 보먼, 짐 로벨, 빌 앤더스를 태우고 달 주위를 열 바퀴 돌았다. 이때 앤더스는 그 유명한 〈지구돋이Earthrise〉 사진을 찍었고 훗날 자신들은 달에 갔지만 지구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옅은 대기층의 보호를 받으며 허공에 불안정하게 떠 있는 “창백한 푸른 점”과도 같은 사진 속 지구의 이미지는 그것을 본 사람들에게 엄청난 심리적 영향을 미쳤고 새로이 부상하던 환경운동에 크게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지구의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세 사람은 가져간 카메라를 통해 아폴로 8호에서 생방송에 참여했다. 38)
# 발사가능시간대launch window : 로켓이나 우주선이 발사되어야 하는 특정 시간대를 의미한다. 이 시간대는 궤도 역학, 행성의 위치, 지구의 자전, 날씨 조건 등 여러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성공적인 발사를 위해서는 모든 조건이 적절해야 하며, 이 때문에 발사 기회를 놓치게 되면 다음 가능한 시간대를 기다려야 한다.
1969년 7월 20일, 마침내 닐 암스트롱이 고요의 바다 표면에 작은 발자국을 남기면서 인류 역사에 거대한 도약을 이루었다. 그는 자신이 가가린, 치올콥스키, 고더드, 오베르트, 코롤료프, 폰 브라운 같은 위인들, 그리고 그들보다 앞선 여러 시대 위대한 과학자들의 노고에 힘입어 역사적인 위업을 달성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그는 냉전시대 상황에서 그 순간이 지니는 의미를 잘 이해했는데 훗날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나는 이것이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30만 혹은 4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기울인 노력의 결실이고, 이 나라의 희망과 위엄은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 많은 사람 중에는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할 수 있도록 정확한 궤도를 계산해낸 뛰어난 수학자 캐서린 존슨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라는 말을 만들어냈고 달 착륙선을 제어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마거릿 해밀턴 같은 드러나지 않은 영웅들도 있었다. 40)
▣ 3장: 우주는 21세기의 새로운 부동산이다
우리는 사실상 로켓을 발사하기에 최적의 장소를 갖춘 육지에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로켓을 발사하는 데 가장 최적의 장소는 연료를 덜 사용하면서 우주에 가능한 한 빨리 진입할 수 있도록 지구의 자전 속도를 최대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는 곧 지구의 자전 속도가 가장 빠른(시속 약 1,669킬로미터) 적도에 인접한 곳을 의미한다. 그래서 미국은 자국 국경 안에서 적도에 가장 근접한 플로리다의 케네디 우주센터를 이용하고 있는데 그곳의 자전 속도는 시속 1,440킬로미터다. 유럽연합 같은 경우는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를 이용하며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을 이용하고 있다. 지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하기 때문에 로켓을 동쪽으로 발사하면 지구의 자전 속도에서 추가로 추진력을 얻어 그만큼 연료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로켓 추진장치의 낙하 지점이 거의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이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런 이유에서 많은 발사대 부지가 동쪽 해안지대에 위치해 있다. 48)
지구 표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에 이제 우리는 구름을 뚫고 올라가 빠른 속도로 상업용 비행기의 최대 순항고도(안전한 비행을 위해 유지해야 하는 적절한 해발고도)인 약 12킬로미터 상공을 넘어서까지 상승할 수 있다. 여기서 다시 60킬로미터를 더 올라가면 우주에 근접하게 되는데, NASA의 정의에 따르면 해발 80킬로미터 상공부터 우주가 시작되며 그 아래에 있는 것은 전부 지구다. 하지만 각종 우주비행 기록을 승인하는 국제항공연맹(FAI)은 우주가 100킬로미터 상공부터 시작된다고 정의한다. 그곳이 바로 카르만 라인Karman line─미국의 물리학자인 시어도어 폰 카르만이 정의한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선을 뜻한다─이며 우주선이 지구의 중력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는 지점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이제 우리는 지구와 38만 5,000킬로미터 떨어진 달 사이의 시스루나 공간cislunar space에 진입하고 있다. 〈시스루나〉라는 단어는 라틴어가 어원으로 〈달 가까이〉라는 뜻이다. 48)
더 위로 올라가 약 160킬로미터에서 2,000킬로미터에 이르는 상공인 저궤도에 진입하면 평균 400킬로미터 상공에서 궤도를 순환하는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 일명 ISS라고 많이 함)이 시야에 들어올 것이다. 이곳은 스푸트니크가 발사된 이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데 특히 정치적인 측면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1993년에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캐나다의 우주 관련 기관들은 정치적, 문화적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협약에 합의했다. 이에 1998년에 러시아가 첫 번째 모듈을 쏘아올렸고 2년 후에는 탑승자들이 입주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었다. 이 우주정거장은 인류가 우주에서 협력을 통해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국제우주정거장은 거의 수명이 끝나가고 있고 2031년에는 퇴역할 예정이다. 소위 포인트 니모Point Nemo7라고 알려진 태평양의 외딴 지점에 추락해 그곳에서 물고기들과 함께 영원히 잠들게 될 것이다. 49)
# 포인트 니모Point Nemo : 임무를 끝낸 인공위성이 회수되는 지점으로, 인적이 없고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인공위성이 추락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흔히 〈인공위성의 공동묘지〉라고도 한다.
전략적으로 저궤도는 유력한 〈요충지〉이자 〈관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지상에서 수에즈 운하와 호르무즈 해협 같은 요충지들에 대해 익히 잘 알고 있다. 그 두 지역은 지형상 바닷길이 협소해 쉽게 봉쇄할 수 있는 곳들이다. 우주의 저궤도를 지상의 수에즈 운하나 호르무즈 해협에 비유하는 것은 정확한 비유는 아닐 수 있지만 효과적인 비유는 된다. 왜냐하면 우주로 탐험을 떠나기 위해서는 로켓 발사장을 지켜내야 하는 것처럼, 광활한 우주의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저궤도에 있는 인공위성들이 제공하는 통신망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저궤도를 통과해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상에서 약 2,000킬로미터 상공에 이르면 이제 중궤도에 진입하는데 이 궤도는 약 35,786킬로미터 상공까지 이어진다. 이곳에 위치한 인공위성들은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대략 12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들 중 다수는 지구에 위치 확인 및 길 찾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통은 그렇다. 51)
계속 위로 올라가 35,786킬로미터 상공을 넘으면 지구 동기궤도와 지구 정지궤도가 시작되는 고궤도에 도달한다. 이 둘의 유일한 차이라면 동기궤도에 있는 인공위성은 어떤 경사각에서도 지구를 돌 수 있는 반면, 정지궤도에 있는 인공위성은 항상 적도를 따라 돈다는 것이다. 저궤도는 통신용 인공위성을 운용하기에는 어려운 곳이다. 고도가 낮아 위성의 이동속도가 워낙 빠른 탓에 지상의 기지국에서 위성의 위치를 계속 추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지궤도에서는 인공위성의 속도가 지구의 자전 속도와 일치하기 때문에 인공위성은 항상 같은 장소 위에 위치한다. 그래서 만약 당신이 지상에서 그런 인공위성을 본다면 마치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고궤도(35,876킬로미터 이상)는 나름 분주하지만, 그저 자리만 많을 뿐이지 신호 간섭 때문에 기기로 통신할 수 있는 주파수는 제한적이다. 그래서 유엔 국제전기통신연합은 자리와 주파수를 지정해서 이곳을 함부로 진입하거나 점유하지 못하도록 했다. 52)
▣ 4장: 지금 우주는 (사실상) 무법지대다
더 많은 인공위성은 필연적으로 더 많은 우주쓰레기를 발생시킬 것이다. 쓰레기가 증가할수록 케슬러 증후군Kessler Syndrome이 실현될 위험성도 더 커진다. 그 시나리오에 따르면 궤도를 떠도는 우주쓰레기가 잦은 충돌을 유발하는 지점에 도달하게 되고, 그러면 재앙과도 같은 연쇄충돌이 일어나면서 우주쓰레기 구름이 허블 우주망원경을 박살내고, 거기서 생겨나는 파편은 지나가는 우주왕복선을 파괴시킨 후 국제우주정거장을 향해 이동한다. 영화 「그래비티Gravity」의 줄거리는 1978년 논문에서 이러한 견해를 제시한 전직 NASA의 과학자 도널드 케슬러의 이론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모든 인공위성이 파괴되고 그로 인해 저궤도에 떠도는 우주쓰레기들로 형성된 고리 때문에 우주선이 아예 지구에서 발사되지도 못할 때까지 연쇄충돌이 일어난다. 케슬러 증후군은 하나의 예측일 뿐이지만 현재 우주쓰레기로 인한 위협은 그저 가설에만 불과한 것이 아니다. 73)
자연은 우리를 대신해 일부 우주쓰레기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다. 지구의 중력은 우주쓰레기를 저궤도로 끌어내리고 있는데, 만약 그 우주쓰레기가 600킬로미터보다 낮은 고도에서 궤도 순환을 한다면 보통 그것은 몇 년 안에 대기권으로 추락한다. 해마다 수백 개의 우주쓰레기 파편들이 이런 경로를 따르고 있으며 대부분의 작은 파편들은 도중에 연소되어 사라질 것이다. 일부 인공위성은 소멸설계Design for Demise15라는 공정을 통해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쉽게 해체되도록 설계된다. 대부분 지상 70-80킬로미터 상공에서 분해되고 부서진 조각들은 소멸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쓰레기를 하늘에서 쏴서 날려버릴 수는 없을까? 한 가지 난관이라면 우주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모든 장치는 다른 목적(이를테면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을 공격하는 무기)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인공위성과 관련된 모든 계획과 규정은 군사 및 국가안보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76-7)
▣ 5장: 중국, 승자보단 리더가 되고자 한다
중국 최초의 인공위성은 1970년 4월 24일에 궤도에 진입해서 28일 동안 지구 주위를 돌았다. 이로써 중국은 소련, 미국, 프랑스, 일본에 이어 인공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킨 다섯 번째 국가가 되었다. 인공위성에 탑재된 다섯 개의 배터리를 사용해 중국은 「동방홍The East Is Red」이라는 유명한 노래를 지구로 송출했다. “동녘이 붉어지며 태양이 떠오른다. 중국에 마오쩌둥이 나타났다!” 현재 중국에서 최초의 인공위성이 발사된 4월 24일은 〈우주의 날〉이다. 그때부터 중국의 우주 프로그램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1980년대 중반에는 인공위성을 정기적으로 발사했고 다른 국가들에 자국의 시설을 제공하기도 했다. 중국의 우주 프로그램은 처음 몇십 년 동안에는 주로 군사적 야망을 달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중국공산당은 자국이 군사, 기술, 경제 분야에서 세계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국가라는 점을 모든 사람에게 선전하는 용도로 인공위성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86)
현재 중국은 2011년에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울프 개정안Wolf Amendment 탓에 아르테미스 협정에서 배제되었는데, 이 법안은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NASA 등 미 정부 기관과 중국 간의 협력을 일절 금지한 법안이다. 당시 이 법안을 발의한 공화당 하원의원 프랭크 울프는 우주탐사 및 기술적 진보와 중국 군대와의 관계가 미국이 “성장하는 경쟁국과의 협력”이라는 위험을 감수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논리를 펼쳤다. 중국은 자국을 배제하는 행태에 대해 국제우주정거장의 대항마를 건설하고, 여러 국가와 과학을 통한 전략적 관계를 형성하고, 적어도 미국 우주산업 못지않게 최첨단으로 자국 우주산업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것은 미국의 조언이나 지원 없이 이루어냈다. 그리고 2003년에 38세의 조종사 양리웨이 중령이 중국인 최초로 우주에 진출한 것을 고려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과를 내고 있다. 《차이나 데일리》는 이것을 “하늘을 향한 위대한 도약”이라고 지칭했다. 88)
최근에 중국은 공산주의의 우월성에 대한 찬양의 수위는 낮추는 대신 오랜 역사적 집단기억에서 민족주의 요소와 신화를 강조하고 있다. 2007년에 달 궤도를 순환한 무인 우주선은 창어 1호로 불렸는데 그것은 중국의 민간설화에서 남편으로부터 불사의 영약을 훔쳐 마시고 달로 날아가 천체의 여신이 된 아름다운 선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창어는 위투(Yutu, 옥토끼)라고 불리는 애완용 토끼와 함께 지내는데 이제 그 토끼는 달 주위를 뛰어다니며 창어가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절구에 불사의 영약을 넣어 찧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2013년에 창어 3호를 달 표면에 착륙시켰을 때 그곳을 덜컹대며 이동하던 로버를 위투라고 부른 것이 전혀 놀랍지 않다. 한편 선저우(〈신의 배〉라는 뜻) 우주선을 타고 자국의 우주정거장에 탑승한 중국인 우주비행사들은 자신들이 중국 신화에서 최고의 권위로 우주를 다스리던 천상계 통치자의 궁궐 이름에서 따온 〈하늘의 궁전〉, 즉 톈궁에 들어왔다는 행운에 감격했을 것이다. 89-90)
하지만 가장 정치적 의미가 큰 프로젝트는 아마도 중국의 임박한 달 착륙일 것이다. 2021년에 중국과 러시아는 달에 공동으로 기지를 건설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국은 “달 기지를 위한 기초 구조물을 조성하기 위해 달의 남극에 대한 탐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달의 남극이 부지로 선정된 이유는 그곳의 얼어붙은 크레이터들이 잠재적인 물 공급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여름에 중국은 달 기지 건설에 대한 일정을 제시했는데 그 기지의 이름은 미국 주도의 아르테미스 임무만이 유일한 합동 프로젝트가 아님을 천명하기 위해 〈국제달과학연구기지〉로 결정했다. 또한 2028년에 자국의 창어 8호 로켓이 3D 프린팅으로 달의 토양을 벽돌로 만들도록 설계된 로봇을 싣고 달에 착륙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것은 이후의 임무들을 위한 시험운영이 될 것이며, 일부 유인 임무도 포함될 그 과정들은 영구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기지를 위한 기반시설 건설이 목적이다. 93)
우주의 지리에 대한 소유권 주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이 제기될 것이다. 중국은 이미 자체 우주정거장인 톈궁 3호를 운영하는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이것은 달 기지만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지는 못하겠지만, 우주정치학적 관점에서 유일하게 자국 주권의 우주정거장을 보유한다는 것은 우주에 대한 상당한 의지의 표현이다. 더 잘 알려진 국제우주정거장은 유럽 국가들과 일본, 러시아, 미국, 캐나다 등이 참여한 〈협력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19개국 250명의 우주비행사들을 수용했다. 하지만 톈궁은 오직 중국이 단독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며 최대 2037년까지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허블 우주망원경과 크기는 비슷하지만 직경 2미터의 거울이 장착된 순톈 우주망원경은 300배 넓은 시야와 25억 픽셀을 표현할 수 있는 카메라를 갖추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톈궁에 탑승한 중국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의학, 생명공학, 극미중력 상태에서의 연소, 3D 프린팅, 로봇공학, 광선빔, 인공지능 등을 연구하고 있다. 94-5)
▣ 6장: 미국, 우리가 소유하지 못하면 다른 쪽에게 기회가 간다
2019년에 미국 정부는 우주군을 창설했는데 이는 미군의 6개 정규군(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 우주군) 중 가장 최근에 조직된 군이다. 우주군은 다른 군의 수장과 마찬가지로 미군의 수뇌부인 합동참모본부에 소속된 4성 장군이 지휘한다. 우주군의 임무는 다른 나라의 미사일 발사를 감지할 수 있는 GPS 위성을 운용하고 적대국 인공위성의 전파를 차단하는 지상의 전파교란기를 가동하는 것 등이다. 또한 우주쓰레기도 추적한다. 연간 약 260억 달러에 달하는 우주군의 예산은 현대전에서 우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더욱 증가할 것이다. 우주군이 창설되었을 때 일부 평론가들은 그들이 우주를 〈군사화〉했다고 말했지만 그 말은 인류가 처음 대기권을 돌파한 순간부터 이미 우주는 군사화되었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이다. 우주군은 이미 미 공군에서 유사한 임무를 수행하던 부대에서 파생되어 편성되었는데, 소련과 미국은 냉전시대에 인공위성을 활용해 서로를 정찰했다. 102-3)
언젠가 우주에서 사용될 레이저 무기 개발에도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미 해군은 2014년부터 여러 형태의 레이저 무기 시스템을 운용해 왔지만, 2022년에 전기만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고출력 레이저 무기로 고속 크루즈 미사일을 격추하는 데 성공하면서 한층 발전된 역량을 과시했다. 당시에 눈에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빔이 미사일을 향해 발사되었는데 불과 몇 초 만에 미사일 일부가 오렌지빛으로 불타기 시작하더니 엔진에서 연기가 나면서 아래로 추락했다. 일단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실제 이 킬 샷kill shot에 드는 비용은 고작 전기료 몇 달러에 불과할 것이다. 반면 유도미사일(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기 위해 레이더, GPS, 적외선 등의 유도에 따라 목표물을 폭발시키는 미사일)은 한 발에 수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의 비용이 든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레이저 무기는 오직 지상에만 배치될 수 있는데, 만약 어떤 우주비행 국가가 인공위성에 레이저 무기를 장착한다면 다른 국가들도 당연히 따라 할 것이다. 104-5)
루나 게이트웨이는 달로 복귀하려는 계획의 핵심으로, 달 주위 타원형 궤도에 위치하게 된다. 이따금 루나 게이트웨이가 달 표면에 더 가까워지면서 착륙이 수월해지기도 하겠지만, 궤도의 특정한 지점에 이르면 지구에 더 가까워지면서 고향 행성에서 오는 우주비행사들과 보급품을 더 쉽게 픽업할 수 있게 된다. 이 방식이 성공을 거두면 인간을 화성으로 이동시키는 계획에도 적용될 것이다. 또한 루나 게이트웨이는 거주및물류거점모듈(Habitation and Logistics Outpost, HALO)을 갖추게 될 예정인데, HALO에 탑승해서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실험은 방사능 수치 측정일 것이다. 우주비행사들은 지구 자기장을 벗어나면 암 발병률을 높이고 중추신경계를 손상시킬 수 있는 고에너지 입자에 노출된다. 게이트웨이는 당연히 내부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겠지만 그럼에도 장기간에 걸친 방사능 수치를 정확히 측정하고 그것이 인체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력을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107)
▣ 7장: 러시아, 땅에서도 우주에서도 전성기는 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는 이미 로켓 엔진 판매, 인공위성 발사 서비스, 국제우주정거장으로의 우주비행사 수송 같은 경쟁에서 시장 점유율을 잃고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수십 년 동안 발전해온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우주산업이 확장되고 있음에도 러시아는 대부분의 협력관계, 투자, 전문기술 등에서 소외되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 100만 명이 넘는 러시아인들이 조국을 떠났는데 그중에는 수천 명의 엔지니어, 컴퓨터 전문가, 과학자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이 러시아의 우주 프로그램에 얼마나 심각한 타격을 입힐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전쟁이 발발한 후 몇 주 동안 작성된 몇몇 확인되지 않은 보고서들에 의하면,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는 자칫 귀국하지 않을 경우를 우려해 직원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금지했고 국경 경비대에는 특정 부류의 과학자들이 조국을 떠나지 못하도록 막으라는 명령이 하달되었다고 한다. 117)
러시아는 현재 러시아판 GPS에 해당하는 글로나스GLONASS라는 위성항법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24개의 인공위성으로 구성된 글로나스 군집위성은 GPS보다 2년 늦은 1995년에 최종적으로 완성되었다. 지구 전체를 감당하는 완전한 기능을 유지하려면 수시로 새 인공위성을 발사해 수명이 끝나가는 인공위성들을 대체해야 한다. 하지만 1990년대의 경제적 혼란 속에서 러시아는 우주 프로그램 관련 예산을 80퍼센트나 삭감했다. 2000년에 자신이 정권을 장악한 후에 경제가 호전되기 시작하자 푸틴은 글로나스 시스템 복구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해당 예산을 두 배 이상 늘렸다. 2011년에는 다시 24개의 인공위성을 갖추었고 10년 만에 처음으로 지구 전체를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러시아는 적의 인공위성 시스템을 공격하는 데에도 투자했다. 그중 일부는 군사적 의도를 그럴듯한 핑계로 가릴 수 있는 이중 목적의 시설들이고, 다른 일부는 전쟁을 막기 위한 억지력의 일환이라고 정당화할 수 있는 것들이다. 119-20)
러시아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열세인데 어떤 경우에도 중국에 뒤처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 하지만 중국은 자금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더 이상 누군가를 뒤쫓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 관계에서 더 절실한 쪽은 러시아다. 이런 현실은 러시아를 돕는 문제에 중국이 보다 신중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관계는 러시아에 이익이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철수하고 나면 러시아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서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중국의 톈궁 우주정거장뿐이다. 중국이 없으면 러시아는 달에 자체 기지를 건설할 여유조차 없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통해 러시아는 주요 우주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고, 중국은 러시아와의 우정에 대한 대가로 적정한 가격으로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사들일 수 있다. 한편 이 거래의 이면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느슨한 민주주의 연대에 맞서는 반대 세력권을 구축해 다른 국가들을 이에 합류하도록 설득하려는 두 나라의 공동 전략이 숨어 있다. 187-8)
▣ 8장: 유럽,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의 우주 진출
중국, 미국, 러시아 외에 다른 국가들 중에서 유럽우주국은 한 걸음 앞서 있다. 유럽우주국은 1975년에 10개국이 참여해 설립했고 현재는 22개 회원국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우주국은 “한층 더 가까워진 연합”이라는 목표의 일환으로 유럽연합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지만 유럽연합과는 전혀 별개의 기관이며 유럽연합의 우주 프로그램과도 무관하다. 유럽우주국의 예산은 유럽연합이 약 25퍼센트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개별 회원국들이 부담한다. 조직으로서 유럽우주국은 갈릴레오 위성항법 시스템(유럽판 GPS), 코페르니쿠스 지구 관측 프로그램,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역할 등을 포함해 나름대로 독자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달 기지 건설과 같은 야심찬 프로젝트의 경우 유럽은 서로 간의 협력뿐만 아니라 우주강국과의(이 경우에는 미국) 협력도 이끌어내야 한다. 유럽우주국은 미국과 공고한 동맹을 맺고 있으며 아르테미스 협정의 달 탐사 로켓 발사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130)
유럽연합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비군사적 우주강국이지만 동아시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군사용 우주 장비에 대한 투자를 더 이상 거부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망설이는 듯한 행보는 군사용 인공위성 정보를 계속해서 미국에 의존하는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비군사적 차원에서 일본은 인상적인 우주비행 역사를 지니고 있고 거창한 달 탐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자체적인 발사 역량을 갖춘 극소수의 국가 중 하나다. 1970년에 첫 번째 인공위성을 우주로 발사했고 1990년에는 무인 우주선을 달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국영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목표 지점의 90미터 이내에 착륙할 수 있도록 설계된 달 탐사용 착륙선인 슬림SLIM을 개발해 2023년에 발사했다. 아르테미스 협정 서명국으로서 일본은 루나 게이트웨이 건설에도 협력할 것이고 2028년, 2029년, 혹은 2030년에 일본인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137)
인도의 우주 관련 역량은 추진력을 얻고는 있지만 2040년 이전에 주요 우주강국이 되기에는 발전 속도가 너무 더디다. 인도는 군사위성 시스템과 민간위성이 있지만 독자적인 글로벌 위성항법 시스템을 개발하려는 중국의 자금력에는 상대가 되지 못한다. 인도는 우주와 관련된 민간 부문에서는 훨씬 더 잘 대처하고 있다. 그들은 인공위성 운송 산업을 성공적으로 발전시켰고 화성 궤도에 탐사선을 보내면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행성에 대한 지식을 확장시켰다. 2008년에는 찬드라얀 1호Chandrayaan-1 탐사를 통해 달의 극지방에서 거대한 얼음 퇴적물을 발견하는 등 달에 물이 존재할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현재 달 기지 건설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촉발했던 여러 요인 중 하나였다. 인도는 자체적인 달 기지나 우주정거장을 건설할 여유는 없지만 2023년 6월에 아르테미스 협정에 가입하면서 미국 주도의 달 기지 건설 프로젝트에서 나름의 역할을 맡을 것이다. 140-1)
오스트레일리아는 인도와는 쿼드 동맹국이며 주요 군사적 고려 대상이 중국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인도와 달리 오스트레일리아는 몇 안 되는 자국 인공위성을 혹시 모를 중국의 공격으로부터 지켜낼 수단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 남반구에 위치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지리적 입지는 정보 수집과 우주추적(인공위성과 우주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을 실행할 만한 안전한 기지를 물색하던 우방국 미국을 매료시켰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외딴 지역에 기지를 건설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보안도 보장되고 무선 주파수 방해도 거의 받지 않는다. 또한 북반구에서는 볼 수 없는 우주 영역을 관측할 수 있으며 중국 우주발사체의 궤적과 정지궤도를 감시하기에도 적합하다. 1961년에 오스트레일리아는 미국과 협정을 체결해 자국 내 전역에 걸쳐 그와 같은 기지 여러 개를 건설했다. 일부 기지는 1969년의 달 착륙을 포함한 미국의 우주탐사 로켓을 추적하는 데 사용되었다. 142)
2023년 초에 지부티는 중국의 홍콩항천과기그룹과 자국에 우주기지를 건설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뿔에 위치한 작은 국가인 지부티는 최소 10제곱킬로미터의 토지를 35년 동안 중국에 임대하고 그 기간이 끝나면 중국은 그곳의 기반시설을 지부티 정부에 반환할 예정이다. 10억 달러 규모의 이 프로젝트에는 항만시설과 도로 건설도 포함되는데 중국은 이를 통해 자국의 항공우주 장비를 일곱 개의 인공위성 발사대와 세 개의 로켓 실험용 발사대가 세워질 부지까지 운송할 수 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실행된다면 중국은 아프리카의 핵심 요지에 우주기지를 보유하게 된다. 지부티는 적도에 가까워 발사 비용이 절감된다. 더불어 그곳은 아덴만에 이르기 전까지 바다가 좁아지는 홍해의 병목지점에 자리하고 있어 중국 해군기지의 거점도 될 것이다. 이런 전략적 요충지에 우주 관련 시설을 건설하면 중국은 그 지역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148-9)
▣ 9장: 2038년, 결국 우주전쟁이 일어나다
우리는 우주에서 평화적인 활동을 수행하도록 이끌 수 있는 유의미한 체제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만약 우리가 우주를 두고 대립을 향해 치닫는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으로 표출될까? 개념상으로 일부 우주정치학 학자들은 우주전쟁을 〈하늘 위의 교통로〉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지구에서 각국이 해상 항로와 그에 따른 교통과 교역을 두고 경쟁을 벌여왔던 것처럼, 전 세계 국가들은 이제 우주에서도 궤도 항로를 두고 경쟁을 벌이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우주전쟁 전문가 블레딘 보웬 같은 사람들은 지상의 강대국들이 해안선 주위의 바다를 장악하는 것처럼 그 위력을 우주에도 투사해 상공의 영역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이런 궤도 항로를 “우주 해안선Cosmic Coastline”이라고 부른다. 일반인들에게는 우주를 그 아래에 있는 영토나 전장을 지배하기 위해 점령해야 할 장소인 〈고지대high ground〉라고 생각하는 편이 이해하기 쉬울 수도 있다. 154)
1962년에 미국은 스타피시 프라임Starfish Prime이라는 코드명의 군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들은 단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기 위해 태평양 상공 400킬로미터에서 수소폭탄을 터뜨렸다. 그것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보다 100배나 더 강력했다. 단 몇 초 만에 전자기 펄스(핵무기로부터 발생하는 진폭이 작은 감마선)가 하와이에 정전을 일으켰고 하와이부터 뉴질랜드까지의 밤하늘은 인간이 만든 오로라로 인해 빛의 향연이 펼쳐졌다. 이로 인해 지구 주위에는 인공 방사능대가 형성되어 10년 동안 유지되다가 사라졌다. 또한 바로 전날 발사되었던 텔스타 통신위성을 포함해 적어도 일곱 대의 인공위성이 손상되거나 파괴되었다. 만약 불량국가가 저궤도에서 훨씬 더 강력한 핵폭탄을 터뜨리면 수년 동안 인공위성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그 테스트가 입증했다는 것은 불행한 사실이었다. 핵폭풍에 휩쓸린 전자장비는 모두 파괴될 것이고 뒤이은 방사능에 모든 대체장비도 망가질 것이다. 162)
상호확증파괴에 따르면, 핵공격은 보복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되면 결국 우리 모두가 파멸하리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돌먼이 설명하는 것처럼 “상호확증파괴는 상호(모두), 확증(변명이나 예외는 없다), 파괴(완전한 손실)의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만약 위협이 믿을 만하지 않다면…… 억제가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억지력이 있다고 해도 전통적인 형태의 전쟁까지 막지는 못한다. 우주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최후의 수단에는 손을 대지 않지만 우주활동 역량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있다. 인공위성에 대한 전파교란, 해킹 등은 어떤 우주쓰레기도 남기지 않는다. 따라서 상호확증파괴의 억지력은 누군가 이런 유형의 기술을 개발하거나 소규모 전투를 벌이는 것까지는 막지 못하는데 그런 행위는 자칫 확전의 양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 대안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확대되는 군비경쟁이다. 따라서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포괄적인 군비감축 협정을 제도화해야 한다. 163)
▣ 10장: 달, 화성, 그리고 인간의 마음
거주지를 찾을 때는 오로지 입지, 입지, 입지만을 생각해야 한다. 달의 적도 인근은 2주일 동안 자연채광이 지속적으로 비치지만 다음 2주일 동안은 계속해서 밤이 이어진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달의 자전이 지구 시간으로 약 한 달 정도 걸리기 때문인데, 따라서 달의 낮과 밤은 각각 지구 시간으로 대략 14일 동안 지속된다. 또한 달의 적도에서는 기온이 낮에는 영상 132도까지 올라가고 밤에는 영하 179도까지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달의 남극에 위치한 남극-에이킨 분지에서 소위 〈정착지 사냥〉을 하고 있다. 그곳은 태양이 지평선 위로 거의 떠오르지 않아 크레이터 깊숙한 곳까지 태양빛이 닿지 못한다. 따라서 크레이터 대부분이 수십억 년 동안 그늘 속에 있었고 아마도 그 내부에는 산소, 수소, 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얼음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 원소들로 로켓 추진제를 제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달 기지는 화성으로 향하는 전초기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169-70)
NASA의 과학자들은 첫 번째 달 기지 후보지로 기대되는 몇몇 지역을 찾아냈는데 모두 남극의 위도 6도 이내에 자리하고 있다. 각 지역은 15제곱킬로미터 정도의 규모에 다수의 유력한 착륙장 부지도 포함하고 있다. 태양은 하늘에서 아주 낮게 떠 있지만 최초의 거주자들은 태양광 패널로 충분한 에너지를 집적해 그들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서 살든지 숨을 쉴 수 있는 산소가 최우선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다행히 레골리스regolith라고 불리는 달의 표토에서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을 듯하다. 달의 표면 전체를 덮고 있는 레골리스를 용기에 담아 고온으로 가열하다가 수소와 약간의 과학지식을 첨가해 보라. 그러면 산소와 수소로 분리할 수 있는 수증기가 생성된다. 자, 그럼 이제…… 숨을 쉬세요. 그런 다음에는 숨을 내쉬어라. 이유는 우주비행사들의 날숨은 산소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 실제로 그들의 땀과 소변은 이미 재활용되고 있다. 170)
이처럼 빛, 물, 산소, 에너지가 있다면 우리는 그곳에서 살아갈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거주 공간이다. 처음에는 지구에서 가져간 조립식이나 팽창식 구조물들로 만들어질 것이다. 달에 끊임없이 내리쬐는 엄청난 양의 방사선으로부터 거주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 구조물들은 레골리스로 덮어두어야 할 것이다. 중국의 달 탐사 임무 중 독일이 수행한 실험 데이터에 따르면, 희박한 대기로 인해 달 표면의 방사능 수치는 지구 표면보다 20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도 레골리스는 태양 복사에 대한 강한 내성과 낮은 열전도율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달에 기지를 건설할 때 마감재로 사용할 수 있다. 달에는 동굴로 이어지는 구덩이가 알려진 것만 해도 약 200개가 있는데 그들 대다수는 상시 온도가 영상 17도로 과학자들은 이를 〈스웨터 날씨〉(스웨터를 입기 적당한 날씨)라고 표현한다. 돌출된 바위들이 낮에는 구덩이가 뜨거워지지 않도록, 밤에는 열기가 소실되지 않도록 막는다고 추정된다. 170-1)
최초의 화성 정착민들이 직면할 문제 중 하나는 화성의 기온이 다소 쌀쌀하다는 것인데 밤에는 영하 63도까지 떨어진다. 또 다른 문제는 희박한 산소 탓에 숨을 쉴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달에서 계획하고 있는 것처럼 산소를 만들어낼 방법은 있지만 그렇게 되면 거주지가 소규모로 제한되고 행성에 제대로 정착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니 테라포밍(terraforming, 다른 행성을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작업)을 시도해 보자. 2019년에 일론 머스크는 “화성에 핵폭탄을 터뜨리자!”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화성의 토양과 극관(polar caps, 화성의 극에서 얼음으로 덮여 하얗게 빛나 보이는 부분)에 저장된 이산화탄소와 다른 가스들을 배출시켜 온실효과를 일으켜 행성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핵폭탄을 터뜨리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후변화는 좋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모든 과학자들이 화성의 표면에 대기를 따뜻하게 할 만큼 충분한 이산화탄소가 있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173)
체액은 우리 체중의 약 60퍼센트를 차지하며 중력으로 인해 우리 몸의 하반신에 모이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지난 수십만 년 동안 직립보행을 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직립한 상태에서 심장과 뇌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도록 인체 조직을 진화시켜 왔다. 따라서 우주에 있다고 해서 몇 개월 만에 진화가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며 우리의 인체 조직은 무중력 상태에서도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우리 몸의 상반신에 체액이 증가하는데 이것이 바로 우주비행사들의 얼굴이 붓는 이유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중력이 없으면 심장이 그렇게 강하게 박동할 필요가 없고 그로 인해 심장 기능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신체의 모든 근육도 마찬가지다. 심장이 약해진다는 것은 혈압이 낮아진다는 의미이며 그에 따라 뇌에 공급되는 산소의 양 또한 감소할 수 있다. 하중이 실리지 않으면 우리의 뼈도 약해지고 부러지기 쉬운데, 특히 척추와 엉덩이처럼 하중을 지지하는 부위의 뼈들이 약해진다. 174)
맺음말: 우주가 우리 호모 사피엔스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항상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데 그것은 우리의 유전적 구성에 기인하는 듯하다. 우리는 산 정상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어 했다. 또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고 싶은 충동도 느꼈다. 이제 지구라는 영역을 완전히 파악하자 더 먼 곳으로 나아가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는 것은 당연했고 우리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비록 시간은 걸리겠지만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변화를 이끌어낼 기술적인 혁신들 또한 이루어낼 것이다. 공상과학 소설가인 아서 C. 클라크는 이렇게 말했다. “불이나 전기가 물고기의 상상력을 초월한 것처럼 그런 기술적인 혁신들도 현재 우리의 비전을 훨씬 초월한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우리의 발전을 저해하도록 놔두어선 안 된다. 자신들이 살아 있는 동안 완성되는 모습을 보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문명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위대한 금자탑을 쌓아왔다. 문명이라는 유산에는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것은 우리가 여기 있을 때 한 일이다. 이것은 우리를 위한 것이며, 또한 여러분을 위한 것이다.” 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