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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권력, 영광
팀 앨버타 지음, 이은진 옮김 / 비아토르 / 2024년 10월
평점 :
프롤로그: 대체 뭐가 문제일까
1부 나라
1장 신의 선택을 받은 나라?: 미국의 영광과 진실
"미시간주 브라이턴은 버블 속의 버블이다. 브라이턴이 속한 리빙스턴 카운티는 미시간주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공화당 투표율이 높게 나오는 선거구다. 이곳에서 가장 큰 교회인 코너스톤은 주변 지역의 축소판이다." "코로나 19가 퍼지고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벌어지고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코너스톤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나는 교회 사람들이 하늘이라도 무너진 것처럼 수선을 떨며 페이스북에 올린 조잡하고 히스테릭한 게시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코너스톤을 오래 다닌 일부 교인들이 트위터에서 나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것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특별히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면,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것들이 경고였다는 사실을, 깜빡이는 선홍색 불빛처럼 진지하게 받아들였어야 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미국 복음주의자들은 뭐가 문제일까요?〉 와이넌스는 잠시 생각했다. 〈미국이요.〉 그가 대답했다. 〈그들 중 너무 많은 이들이 미국을 숭배하죠.〉"(36, 42-3)
# 버블 속의 버블. 동질적인 큰 집단에 속한 작은 집단으로서 특정한 동질적 특성을 더 집약적으로 공유하는 소집단을 일컫는 비유적 표현
"지난 10년간 공화당을 취재하며 의회와 선거 유세 현장을 뛰어다닌 나는 후보자의 목구멍에서 말이 나오기도 전에 그들이 어떤 성경 구절을 인용할지 예측할 수 있었다. 그들은 자본주의를 옹호하기 위해(잠언 13장 4절: 〈게으른 사람은 아무리 바라는 것이 있어도 얻지 못하지만, 부지런한 사람의 마음은 바라는 것을 넉넉하게 얻는다〉), 낙태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기 위해(시편 139편 13절: 〈주님께서 내 장기를 창조하시고, 내 모태에서 나를 짜 맞추셨습니다〉), 문화 전쟁에 신자들을 동원하기 위해(이사야 5장 20절: 〈악한 것을 선하다고 하고 선한 것을 악하다고 하는 ··· 자들에게, 재앙이 닥친다!〉) 성경 구절을 이용했다. 이 모든 예시, 그리고 유권자들이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듣게 되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구약 성경에서 따온 것이다. 나는 이것을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가 공화당을 장악하고 대통령으로 재임한 4년 동안, 공화당이 구약 성경의 언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은 점점 문제가 되었다."(43-4)
"수십 년 동안 종교적 우파는 공직자들에게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적용해 왔고, 특히 42대 대통령인 빌 클린턴을 괴롭히는 데서 큰 기쁨을 느꼈다. 경건한 성품이 국가를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한 요건이라고 주장해 왔던 그들이 트럼프의 죄를 못 본 척하는 건 지속 가능한 접근 방식이 아니었다. 그래서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새로운 전략을 짰다. 트럼프의 단점을 포용하기로 한 것이다. 2016년 6월, 뉴욕시 메리어트마르퀴스 호텔에 500명이 넘는 저명한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이 모였다. 그들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결함이 있는 인물을 사용하는 오랜 전통을 잇는 새로운 인물로 트럼프를 소개했다. 이 전략은 아주 명확했다. 성경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는 위대한 지도자들의 예시가 가득하므로 트럼프를 하나님의 완벽한 계획을 위한 불완전한 도구로 제시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들에게 트럼프는 하나님의 백성과 그들의 '산 위에 세운 빛나는 도시'를 위해 싸우도록 임명된, 전능하신 하나님의 도구였다."(45-6)
2장 트럼프와 종교적 우파: 불신의 동맹
"굿윌교회의 존 토레스 목사가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언급했을 때, 처음에는 개인적인 반발이 일어났다. 교인들 개개인이 토레스에게 전화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이메일을 보내거나 면담을 요청했다. 대화는 비슷한 패턴을 따랐다. 교인들은 토레스에게 조지 플로이드의 이력에 관해 아는지 물었다. 플로이드가 마약 중독자이고 범죄 전과가 있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다그쳤다. 토레스는 그것은 사건의 본질과 관련이 없다고 대답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죄를 짓고 하나님의 영광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국가에 의한 살인의 변명이 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 교인들은 토레스를 심문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인종차별 국가라고 생각하냐고, 법 집행기관을 왜 옹호하지 않냐고, 뉴스에 나오는 폭동과 약탈을 왜 비난하지 않냐고 물었다. 교인들은 토레스에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라고 요구했다. 그들은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며 복음주의장로교(EPC) 교단에 토레스의 해임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다."(69-70)
"장로들이 토레스를 해임하지 않자 화가 난 이들은 게릴라식 전략을 사용했다. 토레스의 권위를 떨어뜨리기 위해 몇 달 동안 흠집 내기 캠페인을 벌였다. 그들은 교회 네트워크를 이용해 대선 결과에 반발하는 1월 6일 워싱턴 D.C. 폭동을 조직하며 공개적으로 토레스를 괴롭혔다. 토레스의 잘못을 적은 전단을 인쇄해 교회에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다 마침내 남자 두 명이 주일 아침에 교인들이 다 보는 앞에서 토레스 목사에게 다가가 그에게 소리치고 삿대질을 하며 회개하라고 요구했다." "토레스는 좌절했다.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다수가 아니었다. 겨우 스무 명 정도로, 매주 예배에 참석하는 수백 명 중 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킨 이 사람들은 부활절 또는 크리스마스이브에나 교회를 찾는 이들이 아니었다. 그중 한 명은 교회 직원이었고, 또 다른 한 명은 교리 교육을 맡고 있었다. 수년간 함께 기도하고, 함께 웃고,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 중 일부가 교회를 전쟁터로 만들고 있었다."(71-2)
"백인 복음주의자인 샌더스는 혼란에 빠진 교회들 대부분이 오래된 백인 복음주의 교회라는 점은 우연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들은 수십 년 동안 〈교회를 위한 아마겟돈, 우리를 공격하는 적들〉이라는 수사에 매몰되어 온 교회들이었다. 1970년대 중반에 신앙을 갖게 된 샌더스는 기독교에 대한 위협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에 대한 인식이 그동안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한때는 적대적인 외국 세력이 세계에 전파된 거룩한 빛을 소멸시키기 위해 미국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1980년대에 모럴머조리티가 힘을 얻으면서 이야기는 바뀌기 시작했다. 종교적 주요 인사들은 미국 신자들이 기꺼이 그리스도의 왕국을 위해 싸워야만 그리스도의 왕국이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철의 장막이 무너지고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남게 되었을 때, 복음주의자들은 남아 있는 유일한 적이 내부에 있다고 믿게 되었다. 〈무서운 사실은 적을 교회 안에서 찾는다는 점입니다.〉 토레스가 말했다."(81)
3장 제리 팔웰과 도덕적 다수: 종교의 정치적 야망
"역사가들과 종교학자들은 오랫동안 미국 역사를 '대각성'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해 왔다. 첫 번째 대각성은 1730년대 영국령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일어났다. 두 세기 전 귀족적인 로마 가톨릭교회를 불안하게 했던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의 메아리 속에서, 개척지 설교자들은 일반 사람들도 부흥 운동에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만들었고, 개인이 거룩하게 살고 구원을 받는 것에 새로이 초점을 맞췄다. 1790년대에 일어난 두 번째 대각성은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을 개종시키는 데 중점을 두어 새로운 기독교 조직과 협회들을 수없이 탄생시켰고, 이들이 젊은 미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어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종교 활동에 많이 참여하게 되었다. 세 번째 대각성은 신학적으로 볼 때 가장 영향력이 적다고 여겨지지만, 19세기 후반에 선교 활동과 도덕적 행동주의를 강조했다. 세 번째 대각성은 '금주 운동'과 빈곤 및 기타 사회 병폐를 해결할 치료제로 기독교를 제시한 소위 '사회 복음 운동'을 일으켰다."(96)
"1971년 리버티대학교가 개교할 즈음에는 근본주의가 부흥을 맞이하고 있었다. 부분적으로 이는 팔웰과 그의 동료들이 수많은 미국 가정의 거실, 주방, 차고, 자동차 안에 들어가게 해 준 대중 매체 덕분이었다. 하지만 근본주의의 성격이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한때 세상일에 완전히 무심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설교자들이 이제는 문명의 붕괴를 경고하는 예레미야식 설교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미국의 종말이 임박했다며 두려워하는 나이 든 보수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특히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팔웰은 이러한 변화에 만족하지 않고 더 빠른 변화를 원했다. 그의 적대감은 전형적인 당파적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나라가 공화당을 외면한 상황이었으니 1976년 선거 결과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지미 카터가 승리했다. 하지만 문화 전쟁이 시작되면서 팔웰은 민주당의 정책과 행동이 미국의 도덕적 가치에 어긋난다고 공격할 기회를 감지했다."(97-9)
"1978년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은 카터의 민주당을 상대로 여러 번 큰 역전승을 거두었으며, 그중 세 번은 풀뿌리 낙태 반대 운동 덕분이었다." "공화당 주류파가 선호하던 조지 H. W. 부시는 종교적 우파와 전략적으로 거리를 두었지만, 로널드 레이건은 새로 결집한 기독교 유권자들을 선거 전략의 구심점으로 삼고, 부시가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낙태 문제에 관여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이 확정되자, 레이건은 로버트 빌링스를 대선 캠페인 종교 자문으로 임명함으로써 팔웰에게 보답했다. 공화당 정치에 새로운 기준이 세워졌다. 공화당의 현대사를 이끌어 온 교육받고, 부유하며, 사회적으로 온건하고, 문화적으로 진보적인 경향이 갑자기 예고 없이 더 이상 주류가 아니게 되었다. 앞으로 공화당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낙태 문제를 경제 문제만큼 중요하게 다루어야 했다." "모럴머조리티는 공화당을 장악했다. 그러나 팔웰은 더 많은 것을 원했다. 그는 미국을 원했다."(107-8)
4장 위선의 끝: 은폐된 진실, 도덕적 붕괴
"1980년대에 청소년이었던 러셀 무어는 종교적 우파의 열정이 교회 공동체에 암처럼 퍼지면서 도덕적 기회주의, 정치적 위선, 인종적 적대감을 드러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한때 성숙한 신자로 여겨 존경했던 사람들이 영적으로 텅 비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믿는 신은 그가 믿는 하나님이 아니었다. 무어는 갑자기 아버지의 조용한 신앙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짐 크로 법 시대에 미시시피에서 목사의 아들로 자란 게리 무어는 교회 안에서 괴로운 일들을 목격해 왔다. 남침례교의 역사는 미국의 원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1845년에 전국 침례교회 내에서 노예제 폐지 움직임이 일어나자 이에 놀란 '노예를 소유한 백인들'이 결성한 것이 바로 남침례교다. 그래서 남침례교는 인간을 매매하고 소유하는 것을 종교적으로 정당화하는 상징이 되었다. 남북전쟁에서 패배한 후에도 남침례교의 세계관은 거의 변하지 않았고, 한 세기 동안 의도적으로 그리고 자랑스럽게 분리 정책을 유지했다."(141-2)
"1988년에 남침례교 윤리및종교자유위원회(ERLC)를 공식적으로 인수한 리처드 랜드는 보수 신학과 보수 정치 이념을 결합하고자 누구보다 열심히 움직였다. 정당 소속을 남침례교 신자 수백만 명의 영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았고, 제리 팔웰 시니어와 그가 이끄는 모럴머조리티와 거리낌 없이 동맹을 맺었다." "1980년대 이전까지 〈전도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랬듯이 종말론에 초점을 맞추거나, 결혼과 육아 이야기를 꺼내면서 교회가 가족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실용적인 조언을 하는 방법이었죠.〉 무어는 계속해서 설명했다. 〈그런데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진정한 기독교인이 되는 것이 공화당에 투표하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어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정치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되었고요.〉" "무어는 복음주의자들이 성격 외적인 대의명분에 교회의 미래를 저당 잡혔다고 생각했다. 그 대가로 얻은 것은 교인 수 감소와 교회의 신뢰성 및 영향력 하락뿐이었다."(145-7)
"무어는 복음주의자들, 특히 남침례교 사람들이 어떻게 트럼프를 후보로 받아들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1998년 빌 클린턴과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의 불륜 사건에 대응하여 유명한 결의안을 통과시킨 교단이 바로 남침례교였으니까 말이다." "2016년 당시 남침례교 신자들은 트럼프를 누가 뭐라고 비판하든 그건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자기들 헌금으로 월급을 받는 교단 지도자가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자신들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비난하는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무어는 남침례교에서 요주의 인물이 되었다. 2016년 10월, 〈워싱턴 포스트〉에서 트럼프가 기혼 여성에게 자기랑 잠자리를 하자고 압박하면서 자신은 유명인이라 성폭행을 저질러도 괜찮다고 자랑하는 오래된 녹음 파일을 공개했을 때, 무어는 복음주의 지지자 중 누구라도 트럼프와 함께 탄 배에서 내릴지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모두 방어 태세를 취했다."(151-2)
5장 포위된 신념: 정치적 기회주의의 그림자
"로버트 제프리스는 남침례교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영향력 있는 댈러스제일침례교회의 담임 목사이다. 트럼프는 사람들이 뜨겁든지 차갑든지 명확한 태도를 보이기를 바랐다. 그것이 제프리스가 트럼프에 관해 알게 된 첫 번째 사실이었다. 뜨겁게 열광하는 충성스러운 지지자와 치를 떨며 혐오하는 단호한 반대자 모두 트럼프에게는 유용한 존재였다. 트럼프가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 하루는 그를 지지했다가 다음 날은 반대하는 사람들, 애매한 도덕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는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트럼프와 가까이 지내고, 그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의 존경과 신뢰를 얻으려면, 항상 뜨거운 태도를 유지해야 했다. 그래서 제프리스는 그렇게 했다. 2016년 선거 기간에 트럼프가 한 포르노 배우에게 입막음 대가로 돈을 준 일을 웃어넘겼고, 2020년 선거에서 패배한 뒤 트럼프가 〈도둑맞은 선거〉라며 사람들을 선동할 때도 눈감아 주었다."(164-5)
"2016년, 제프리스는 내셔널퍼블릭라디오(NPR)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액세스 할리우드〉 촬영 중 녹음된 트럼프의 음성 파일이 막 공개되었을 때였다. 트럼프의 인격은 공격받고 있었고, 선거 운동은 위기에 처해 있었다. 러셀 무어 같은 저명한 복음주의자들은 정치 지도자에게 성격적 기준을 요구해 온 사람들이 어떻게 지금 트럼프를 지지할 수 있는지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NPR 진행자는 제프리스에게 이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다. 〈저는 온유하고 온화한 지도자를 원하지 않습니다. 한쪽 뺨을 맞으면 다른 뺨을 내미는 사람을 원하지 않아요.〉 제프리스는 진행자에게 그렇게 말했다. 〈저는 이 나라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거칠고 가장 강한 SOB(son of a bitch, 여기서는 강하고 단호한 리더를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다)를 원합니다.〉 한때 유권자들에게 〈정신적 혼란〉을 준다며 동료 복음주의자들의 일관성 없는 태도에 대해 불평했던 사람이 이제는 포뮬러 원의 속도로 급격히 방향을 전환하고 있었다."(173-4)
"2011년, 공공종교연구소는 종교가 있는 모든 미국인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사생활에서 부도덕한 행동을 한 정치인이 공직에서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백인 복음주의자 중 30퍼센트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는 조사 대상 그룹 중 가장 낮은 비율이었다." "2016년, 연구소는 이전과 같은 질문을 포함한 새로운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놀랍게도 이번에는 백인 복음주의자들 가운데 72퍼센트가 사생활에서 부도덕한 행동을 한 정치인도 공직에서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백인 복음주의자들의 변화는 단순히 권력에 대한 욕구가 전보다 증가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공포가 그들의 생각을 바꿔 놓고 있었다." "그들이 사랑하는 무언가가 곧 사라질 참이었고, 그것을 되찾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꼈다. 상황이 그러하니 오래된 규칙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절박한 시기에는 (설사 좀 수치스럽더라도) 절박한 조치가 필요했다."(176-7)
6장 박해 콤플렉스: 불안과 두려움의 실체
"호주 출신의 신학자 존 딕슨은 현재 미국 교회가 〈불량배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너무 많은 기독교인이 거만하게 행동하며 소외된 사람들을 괴롭히고, 늘 화를 내고 불안해하면서 못된 짓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정말 자신감이 있다면, 굳이 힘을 과시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라고 딕슨은 말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괴롭히는 교회는 불안한 교회예요.〉" "로럴 벙커의 메시지도 교회에 대한 세상의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는 딕슨의 이론과 맞닿아 있었다. 벙커는 하나님께서 죄인들을 은혜로 대하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명령하신다고 강조했다. 승리하고 있을 때는 은혜를 베풀기가 쉽지만, 패배하고 있을 때는 그러기가 훨씬 더 어렵다고도 말했다." "다음 세대의 잠재적인 신자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벙커는 경고했다. 〈그들은 우리가 예수를 '가장'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돈보다, 사회적 지위보다, 정치적 당파보다, 나라보다 예수를 '더' 사랑하는지 말입니다.〉"(195, 200-2)
"예수는 제자들이 잘못했을 때나 인간적인 악함을 보일 때마다 그들을 꾸짖으셨다. 예수는 그들의 믿음 없음을 꾸짖으셨고, 그들의 허영심과 편견과 선입견을 질책하셨다. 그들이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셨다. 이것이 제자 훈련이다. 여기서 'discipline'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진리를 가르치는 것을 의미한다." "빈센트 버코트는 미국 복음주의에 관해 두 가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너무 많은 미국 기독교인이 제자 훈련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두 번째는 첫 번째의 결과로 너무 많은 미국 기독교인이 자신을 '미국' 기독교인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나라를 사랑할 수는 있지만 숭배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합니다〉라고 버코트는 말했다. 〈나라를 사랑하면서도 이웃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무언가를 얻는다고 해서 내가 무언가를 잃는 건 아닙니다.〉"(205-7)
"딕슨은 미국 복음주의가 혼란에서 깨어나려면 먼저 박해받고 있다는 피해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복음주의자들을 움직이는 건 대부분 나라를 잃는다는 두려움, 권력을 잃는다는 두려움입니다.〉 딕슨은 이렇게 덧붙였다. 〈전혀 건강하지 못한 거죠. 우리는 자신을 다른 사람의 만찬에 초대받은 열성적인 손님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거기에 있는 것이 기쁘고, 관점을 공유하는 것이 기쁩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존중하고 늘 겸손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거기는 우리 집이 아니니까요.〉 미국 복음주의자가 겸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 최강국의 시민이라는 자부심만으로도 이미 문제를 일으키기에 충분한데, 여기에 천국에서 누릴 독점적 특권에 대한 확신이 더해지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우리는 겸손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자기만족에 빠진 사람들이다. 우리는 우리의 이점, 즉 번영과 세속적 지위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212-4)
7장 기만의 먹이사슬: 거짓 정보의 확산과 팽창
"플러드게이트 예배당에 처음 들어섰을 때 십자가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국기는 많이 보였다. 무대 뒤 스크린에도 국기가 있었고, 나누어 주는 책자에도 국기가 있었다. 심지어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딱 한 명 보았는데 마스크에도 국기가 인쇄되어 있었다. 2021년 5월이었고, 플러드게이트교회에서는 팬데믹 폐쇄, 마스크 착용, 백신 의무화에 반대하는 단체 스탠드업미시간의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그 후 세 시간 동안 교회는 원형 경기장으로 변했다. 스탠드업미시간의 전무 이사는 주 정부를 장악한 〈사악한〉 민주당을 비난했고, 민주당의 엘리트 집단이 사탄 숭배 의식으로 아이들의 인육을 먹는다는 큐어넌의 주장이 〈일부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으며, 기독교인들은 〈너무 착하다〉면서 청중에게 〈불에는 불로 맞서 싸우라〉고 촉구했다." "이런 극단적인 정치적 발언과 행동이 플러드게이트교회(그리고 담임목사인 빌 볼린)의 정체성을 이루는 핵심 요소라는 점이 명백해졌다."(219-22)
"볼린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출마할 때는 기독교인이 아니었지만, 〈마이크 펜스와 주변에 있는 다른 기독교인들에게 영향을 받아 대통령 재임 중에 거듭났다〉고 믿고 있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1월 6일 워싱턴 폭동 당시에 트럼프를 그리스도에게 인도한 사람(마이크 펜스)이 위험에 처했을 때 트럼프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안 되는 거냐고 나는 볼린에게 물었다. 〈네.〉 그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이 내용은 책에 싣지 않는 게 좋겠네요.〉 트럼프의 회심 경험(한때는 그가 어둠에 속한 사람이라 확신했다가 빛의 자녀가 되었다고 믿는 것)은 변화를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트럼프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더 큰 사회적 현상을 보여 준다. 현대 복음주의자들은 국가의 운명에 대해 숙명론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잘못된 행동을 용서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잘못된 행동이 정말로 옳다고 믿는 경향이 생기기도 한다."(225-6)
"플러드게이트 교회로 둥지를 옮긴 호프너 부부(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는 정치적인 것과 영적인 것을 구분하는 일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었다. 세속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 손에 나라가 망하기 직전인데, 교회가 중립을 지킬 여유 따위는 없었다. 토니 데펠리스는 트럼프에 대한 공격이 실제로는 기독교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더 이상 기독교적 가치와 전통을 따르지 못하게 하려는 악마의 음모에 의해 2020년 대선이 조작되었다고 믿었다. 그리고 정의가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여러 주에서 지난 선거 결과를 무효화할 것이고, 바이든의 첫 임기가 끝나기 전에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직에 복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바이든이 정정당당하게 승리했다는 증거를 제시하면서, 그런 확신을 갖게 된 근거가 대체 뭐냐고 캐물었다. 이런 압박에도 토니는 흔들리지 않았다. 토니는 2천 년 전 예수가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했다고 확신하는 것만큼,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233)
2부 권력
8장 공포 전술: 유권자 동원을 위한 선동
"채드 코넬리와 데이비드 바턴은 그동안 수백 개의 교회에서 연설하며 수만 명의 기독교 유권자들과 교류했다. 코넬리가 청중에게 촉구하는 행동은 간단했다. 〈우리는 교회 사람 모두가 유권자 등록을 하고, 모두가 성격적 가치를 위해 투표하게 해야 합니다.〉" "바턴은 미국이 특별한 이유는 우리의 사상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사상은 인간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독립 혁명 시기에 설교자들의 입을 통해 하나님에게서 온 것이라고 했다. 그 시대 설교자들은 설교와 하나님께 드리는 간구를 통해 영국에 대항하는 반란의 기초를 다졌다. 바턴은 오래전에 잊힌 여러 성직자의 작품을 인용하면서 전쟁부터 복지, 의료, 과세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미국인이 직면한 모든 문제가 미국의 역사가 시작되던 초창기에 강단에서 다루었던 설교 주제라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려는 요점은 성경이 단순히 영적인 텍스트가 아니라, 미국의 자치 제도를 처음부터 명확하게 알려 주는 통치 지침서라는 것이었다."(248-9)
"지난 몇 년간, 정치와 종교의 결합에 관해 질문하며 거의 모든 복음주의자가 〈소금과 빛〉을 언급하며 에둘러 답했다. 문제는 성경 학자들이 예수가 정확히 무슨 뜻으로 이 말씀을 하셨는지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예수는 분명히 세상에서 구별되는 존재가 되라고, 세상에 맛을 더하고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존재가 되라고 격려하시고자 이 말씀을 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코넬리 같은 사람들은 우리가 세속적인 미국 정치 무대에서 기독교적 가치를 위해 싸움으로써 구별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확신하며 설교했다." "모든 사람이 주님의 성전에서 유권자 등록 운동이나 이런저런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끄러운 경사면'이라는 개념이 머릿속에 다시 떠올랐다. 유권자 등록 운동을 통해 정치에 뛰어든 교회가 어느 날 주일 아침 미시간주 브라이턴의 플러드게이트교회처럼 '헤드라인 뉴스'가 주일 예배를 도배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256-8)
# 미끄러운 경사면. 어떤 행동이나 결정이 점차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는 비유적 표현
"승패에 대한 집착은 많은 것을 드러낸다.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공화당의 정치적 입장을 예수의 가르침과 동일시하도록 압박을 받고 있었다. 우리 뒷편 예배당에서는 한 무리의 기독교인들을 더 똑똑하고 더 힘 있는 시민으로 기르기 위해 설계된 한 시간짜리 강의가 막 끝난 참이었다. 이제 그들은 바턴이 제공한 정보를 가지고 코넬리의 지시에 따라 미국 정치 전장의 참호로 돌격해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은 없었다. 어떻게 올바르게 승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도 없었다. 존 딕슨이 설명한 〈잘 잃는 법〉에 대한 교훈도 없었다. 이것은 당연히 의도된 것이다. 코넬리와 바턴 같은 사람들에게 지는 것은 선택지에 없었다. 코넬리는 언젠가 내게 〈상황이 너무 절박해서〉 적에게 어떤 양보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달갑지 않은 동맹이라도 맺어야 했다. 비열한 전술이라도 받아들여야 했다. 기독교적 가치를 지키는 첫 번째 단계는 기독교적 가치를 포기하는 것이었다."(270-1)
9장 혐오의 길: 거짓이 낳은 킹메이커
"1989년, 한 해 전 공화당 예비 선거에 참여했다가 떨어진 텔레복음 전도자 로버트슨이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리드를 한쪽 구석으로 데려갔다. 로버트슨은 리드에게 공화당의 영적 퇴보가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제리 팔웰을 좋아하지 않았고, 사실 몇십 년 동안 그와 라이벌 관계였다. 그러나 로버트슨은 팔웰이 모럴머조리티를 통해 쌓아 올린 영향력을 존중했다. 이제 팔웰은 그 조직을 해체하고 있었고, 레이건의 종교적 우파 동맹들은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었으며, 부시 대통령은 복음주의자들을 소외시킬 가능성이 커 보였다. 로버트슨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10년 동안 복음주의 운동의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럴머조리티보다 더 많은 자금을 모을 수 있고 더 정교한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조직을 새로 출범시킬 기회를 감지했다. 그렇게 해서 기독교연합이 탄생했다. 설립은 로버트슨이 했지만, 실제 지휘는 로버트슨이 아니라 리드가 맡았다."(274-5)
"리드는 공화당에 이 유권자들이 필요한 것이지, 유권자들에게 공화당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992년 빌 클린턴의 당선을 거론하며 공화당이 얼마나 목적이 없고 영적으로 공허한지를 설명한 리드는 믿음이 없는 정당을 구원할 이는 진정한 신자들뿐이라고 주장했다. 1994년, 뉴트 깅그리치의 지휘 아래 공화당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하원에서 다수당이 되자, 이제 공화당 내 온건파가 보수적인 복음주의자들에게 자신들의 요구를 강요하거나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가 되었다." "거의 30년이 지난 후, 그의 경력을 되짚으며 함께 앉아 있자니 리드가 미소를 짓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느 정당이 선거에서 이기든 복음주의자들은 이제 미국 정치의 주변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기독교 미국'을 위한 캠페인은 신앙인으로서 그들의 정체성의 중심이 되었다. 그리고 리드는 권력을 되찾기 위해 애쓰는 것이 권력을 손에 쥐는 것보다 더 짜릿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276-7)
"폴라 화이트가 복음주의 공동체에서 누구보다 큰 영향력을 갖게 된 과정을 이해하려면, 트럼프가 공화당을 장악한 과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두 사람 다 자신의 권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정규 교육(화이트는 신학, 트럼프는 법학이나 행정학)을 받지 못했다. 둘 다 여러 번 결혼 생활에 실패했고 불륜 스캔들에 휘말렸다. 둘 다 법적·윤리적·재정적 부정행위로 인해 회복이 안 될 정도로 평판이 땅에 떨어질 뻔했지만, 어떻게든 더 추앙받는 위치로 다시 부상했다. 두 사람은 사람들이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재능과 그 말을 내뱉을 수 있는 뻔뻔함을 겸비한 무법자이자 양심 없는 사기꾼이었다. 트럼프는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미국에 대한 향수(鄕愁)를 파는 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화이트는 그보다 더 좋은 것을 팔고 있었다. 바로 번영의 복음이다. 화이트가 설교하는 번영의 복음은 사람이 더 큰 믿음을 보일수록 하나님은 그에게 물질적 편안함을 더 많이 제공하신다는 것이다."(284-5)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부분적으로는 경제적·문화적 불안정성 때문에 두려워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리드 같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드 같은 부류는 사람들에게 겁을 줄 필요가 있었다. 리드는 정치 전략가다. 정치 전략가의 임무는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데 가장 쓸모 있는 도구가 두려움이라는 사실을 리드는 오래전에 깨달았다. 그래서 내슈빌에서 리드는 굶주린 정치적 열성분자들을 무대 위에 올려 기독교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리드는 사흘 동안 신자들 수천 명이 모여서 자녀들이 조종당하고 있다, 공동체가 침략당하고 있다, 총이 압수될 것이다, 의학적 치료가 의심스럽다, 신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선출직 공무원들이 악랄하다, 정부가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다, 공공 생활에서 신앙이 금지되고 있다, 지도자가 자기들 대신 부당하게 박해받고 있다, 나라가 곧 망할 위기다 같은 말을 듣는 모습을 지켜보았다."(291)
10장 세뇌된 신앙: 솔깃한 권력의 유혹
"2010년에 처음으로 연방 하원위원에 출마한 애덤 킨징거는 이후 10년 동안, 과도하게 소란스럽고 자멸적인 행동을 일삼는 공화당 하원의원들 사이에서 똑똑하고 이성적인 의원으로 입지를 다졌다. 입법 과정에서 타협안을 도출하고 의회 교착 상태를 타개하는 데 도움을 주어 〈온건파〉라는 꼬리표를 얻었지만, 낙태권과 오바마케어, 세금 인상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반대했다." "특히 국가 안보와 정치 윤리에 관해서는 절대주의자를 자처했다. 그래서 그가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 의원 중 최초로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도 크게 놀랍지 않았다. 킨징거는 〈나는 공화당원이기 전에 미국인입니다〉라고 말하며 힐러리 클린턴에게도 투표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 순간부터 킨징거는 공화당 내에서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그가 유권자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도, 트럼프의 정책에 90퍼센트 이상 찬성표를 던졌다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았다. 충성스러운 지지자 아니면 모두 트럼프의 적이었다."(310-1)
"순진한 신자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관행은 모럴머조리티와 그 후속 단체들의 핵심 사업 모델이었다. 〈이런 편지를 보냅니다. '친애하는 애국자 여러분, 우리는 지금 붕괴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세속적인 인본주의자들, 사악한 낙태 찬성론자들, 트랜스젠터 옹호자들에게 곧 점령당할 위기입니다. 어쩌고저쩌고 ···.〉 토머스가 설명을 이어 갔다. 〈항상 똑같아요. '기부하시면, 저희가 같은 금액을 추가로 기부하겠습니다!'(이 약속은 거짓말에 불과했다.)〉" "토머스는 나에게 조금씩 선을 넘어갔다고 말했다. 모럴머조리티가 성공하자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옳다고 스스로 믿게 되었다. 의심스러운 방법으로 모은 돈은 프로젝트가 하나님에게 축복받고 있다는 증거가 되었고, 따라서 더 의심스러운 방법으로 더 많은 돈을 모으는 것이 정당화되었다." "이것이 모럴머조리티가 '기독교 미국'이라는 건물을 세운 발판이다. 토머스가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일단 깨닫고 나니, 외면할 수 없었다."(316-8)
11장 분노 사업: 광기의 교회가 파는 것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렉 록은 테네시주에 있는 작은 교회의 목사였다. 그런데 2016년에 대형 마트 타깃 매장 앞에서 화장실과 성 정체성에 관한 이 회사의 정책을 비난하는 동영상을 찍어 입소문을 탔다. 그 동영상은 1,8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덕분에 록에게는 특이한 복음주의자로서 확실한 브랜드가 생겼다." "록은 현대 기독교 역사의 복음 전도 활동보다는 중세 시대의 정복 정신에 더 가까운, 매우 다른 성향의 십자군을 이끌고 있었다. 그 일요일 아침, 글로벌비전성경교회의 급격한 성장을 기뻐하며 록 목사는 기독교인들이 이제 더는 밀려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속주의자들이 교회와 전쟁을 벌이길 원한다면, 전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록 목사는 우렁차게 외쳤다.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어 봤습니다. 우리가 이기는 쪽입니다. 좌파는 이기지 못합니다! 사회주의자들은 이기지 못합니다! 낸시 펠로시는 이기지 못합니다! 악마는 이기지 못합니다!〉"(331, 334-5)
# 타깃은 고객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록은 민주당원을 〈하나님을 부정하는 악마〉라고 부르며 〈이 나라에서 그리스도인이라면 민주당에 투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수집한 돌격 소총을 자랑하며 총을 장전하는 소리를 흉내 냈고, 기독교인들이 성경적 권위를 가지고 〈무력으로〉 미국을 다시 찾아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록은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을 직접 겨누며 경고했다. 〈당신들은 아직 진짜 반란을 본 적이 없다!〉" "록은 집회에서 자신이 한 말 중 일부를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가 내뱉은 호전적이고 잔인한 발언들 대부분은 그냥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그는 확신에 차서 나에게 말했다. 록은 화끈한 발언 뒤에는 다 전략이 있다고 내개 전화로 설명했다. 많은 소란을 일으켜서 외부 사람들을 대거 글로벌비전성경교회로 끌어들인 후, 몰래 그들을 그리스도에게로 회심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동의를 구하는 그의 눈짓과 턱짓이 마치 눈에 보이는 듯했다."(343-4)
"미국 교회의 극단주의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에 〈하나님은 유대인, 게이, 죽은 군인을 미워하신다〉라고 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며 악명을 떨친 캔자스주 웨스트보로침례교회를 떠올려 보라. 하지만 록은 트럼프 시대의 독특한 현상을 체현하고 있다. 글로벌비전성경교회를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예배가 끝난 후 찾아온 예상치 못한 무덤덤함이었다. 록에게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는 내가 미국 곳곳을 다니면서 다른 목사들에게서 들었던 말과 비슷한 말을 했다. 분위기는 차치하고, 내용만 보자면 지루할 정도로 익숙하고 예측 가능했다." "정치와 마찬가지로, 교회 내에서도 비주류와 주류를 구분하는 명확한 경계선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십 년 전이었다면, 글로벌비전성경교회는 이단으로 간주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록은 페이스북 팔로워 220만 명에게 설교하고, 백악관에서 프랭클린 그레이엄과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는다."(346-7)
12장 시민종교로 변신한 트럼피즘: 민주주의의 파괴자
"종교와 정치는 원래 천적이다. 둘 다 대중에게 소속감과 정체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두 영역 사이의 긴장은 건강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하나가 다른 하나를 완전히 지배하게 되면, 억압으로 이어져 비참한 죽음과 고통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역사는 보여 준다. 미로슬라브 볼프가 유고슬라비아에서 목격한 광경은 수 세기 동안 반복되었고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볼프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이 나타날 때 종교적 신념이라는 미명 아래 전체주의가 서서히 퍼져 나간다고 보았다. 첫째는 지도자들이 보편적인 인간성보다 민족적 또는 문화적 정체성의 우월함을 주장할 때다. 둘째는 특정 정체성의 정화를 강조할 때다(이는 필연적으로 민족 청소로 이어진다). 셋째는 집단 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해 폭력을 정당화할 때다." "볼프는 기독교인들이 종교적 정체성을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한다고 주장하나, 실제로는 정치적 정체성을 통해 빠져나갈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357)
"호보룬은 세속 종교의 틀 안에서도 하나는 '정치 종교'이고 하나는 '시민 종교'라는 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전자는 국가가 강제하는 종교이고, 후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종교다." "〈정치 종교는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히틀러리즘, 나치즘, 공산주의가 바로 그 예입니다. 그것들은 정치적 종교였습니다. 훨씬 더 폭력적이었죠. 푸티니즘도 그렇게 바뀌었습니다. 이제 푸티니즘은 러시아인들에게 강제력을 가진 정치 종교가 되었습니다.〉 〈트럼피즘은 여전히 시민 종교입니다. 시민 종교의 한 형태를 취하고 있죠. 아직 정치 종교는 아닙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런데도 호보룬은 1월 6일의 아수라장이 벌어지기 훨씬 전부터 이 모든 장치도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주장했다. 푸티니즘의 정치 신학이 이제 푸틴 개인을 넘어선 것처럼, 트럼피즘도 종교 이념으로서 트럼프가 퇴임한 후에도 지속될 방식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361-2)
13장 극단의 주류화: 사라진 문지기
"트럼프의 심복인 로저 스톤의 제자였던 잭 포소비에크는 2016년 이른바 '#피자게이트'를 옹호하며 극우 진영에서 명성을 얻었다. 포소비에크는 피자게이트 음모론에 그냥 가볍게 동참한 정도가 아니었다. 직접 그 식당을 찾아가 몰래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진행했고, 나중에 인포위즈의 알렉스 존스 채널에서 〈어린아이들〉이 너무 많아 의심스러웠다면서 〈악마의 작품〉, 〈비밀의 문〉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이런 활동 중에 포소비에크는 마스트리아노라는 동맹을 찾았다.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인 마스트리아노는 바이든의 당선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며 자신과 동료 의원들이 주의 선거인단 투표를 트럼프에게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일 년 후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에서 주지사 선거 운동을 시작할 때, 전통 의상을 입은 한 목사가 뿔 나팔을 불어 마스트리아노의 출마를 알렸다. 메시지는 명확했다. 미국에 두 번째 내전이 임박했다는 것이었다. 그 내전은 영적 전쟁이었다."(371-2)
"정치를 이해한다는 것, 적어도 마스트리아노와 같은 극단적인 인물이 공화당 내에서 이렇게 큰 영향력을 얻게 된 이유를 이해한다는 것은 이제 극단주의자들이 주류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한때 극단적인 인물들이 권력을 얻지 못하게 막아 주던 전설적인 문지기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누가 우리의 관심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짓던 상상 속의 불문율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비단 미국 정치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 기독교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종말론적 정치 설교를 하는 모든 목사가 자신이 설교한 내용을 진짜로 믿는 진정한 신봉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 중 많은 이가 진정한 신봉자였다. 2021년 민주당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그들이 2022년 중간 선거 캠페인을 현대판 십자군 전쟁처럼 여길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그들에게 이 선거는 단순히 공화당과 민주당의 싸움이 아니라, 천국과 지옥의 대결이었다."(375-6)
"왜 마스트리아노는 공화당이 〈권력을 움켜쥐게〉 해 달라고 기도할까? 왜 앨버트 몰러는 〈투표가 신앙인의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할까? 리드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정치인, 목사 할 것 없이 왜 모든 연사가 민주당이 앞으로 2년 더 〈권력을 잡는〉 것이 두렵다고 말할까? 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아피에미〉(aphieimi)는 '분리하다, 버리다, 홀로 두다, 놓다'를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 많은 미국 복음주의자는 놓지를 못한다. 그들은 국가 정체성에서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고, 미국을 위해 싸우는 것이 하나님을 위해 싸우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기독교 민족주의〉에 점점 더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이제 기독교인들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 지킬 것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목표는 빼앗긴 것을 되찾는 것, 즉 종교적 보복주의다. 의도가 아무리 〈고귀하다〉 하더라도, 결국 나라를 향한 사랑과 패권에 대한 욕망 간의 경계는 흐려질 수밖에 없다."(381-2)
14장 트럼프 경제: 집착과 기생의 모델
"〈미국재각성투어〉 입장권은 우파 복음주의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티켓이었다. 투어를 기획한 마이클 플린과 클레이 클라크는 함께 무대에 올라 세계주의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을 무기 삼아 봉쇄를 강요하고 세계 인구를 통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들이 지목한 주동자는 세계경제포럼의 수장 클라우스 슈바프였다. 두 사람은 슈바프가 세속적이고 전제적인 단일 세계 정부를 만들기 위해 〈위대한 리셋〉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에 대항할 〈위대한 재각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때 중동에서 대테러 전략을 감독하는 존경받는 군사 지휘관이었던 플린은 음모론에 빠지면서 한순간에 조롱거리가 되었다. 플린은 빌 게이츠가 순진한 백신 접종자들 피부밑에 추적 장치를 심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오클라호마에 기반을 둔 사업가 클라크는 박해받는 순교자를 자처하며 동정과 지지를 얻는 플린에게서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고 이 시장의 규모를 대폭 확장했다."(393-5)
# 위대한 리셋. 슈바프는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경제적 불평등, 환경 문제, 기술 발전으로 인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경제와 사회 구조를 재편하자고 제안했다.
"기독교 작가이자 출판업자인 스티븐 스트랭은 행사장 텐트 안에서 주변 환경에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나는 스트랭에게 행사장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어느 그룹에나 괴짜들은 있기 마련이죠.〉 그가 대답했다. 〈물론, 저는 여기에 있는 것 중 많은 부분에 동의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 나라가 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서는 똑같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2017년 스트랭은 《하나님과 도널드 트럼프》라는 책에서 트럼프를 넓은 마음을 가진 가정적인 사람으로 그렸다. 책은 엄청나게 팔렸고, 스트랭은 딜레마에 빠졌다. 그가 트럼프를 항상 존경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트럼프가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불완전한 도구라는 주장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이상, 이제 그에게는 그 이야기를 발전시킬 동기가 생겼다. 대통령의 무수한 결점들은 '하나님의 불완전한 도구'라는 원래의 전제를 강화할 뿐이었다. 트럼프에게 어떤 악재가 닥치든, 스트랭에게는 이 이야기를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397-9)
"스트랭 같은 사람들, 그리고 전국을 돌며 정치적으로 소극적인 교인들을 신앙이 거짓될 사람들로 묘사한 채드 코넬리 같은 사람들에게 기독교인의 경건함을 재는 기준은 내면의 노력과 자기 성찰이 아니라 외적인 싸움과 자기 과시였다. 이런 맥락에서 보니 온갖 음흉한 동맹과 도덕적 타협이 이해가 되었다. 정치적 영향력을 손에 넣으려고 애쓰는 행위는 예수를 믿는 신앙에서 벗어난 행위가 아니라 신앙을 증명하는 행위였던 셈이다." "트럼프가 건전한 정책을 추진한 점을 칭찬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가장 강력한 비판자들조차 그가 대통령으로서 내린 특정 결정들을 칭찬했다. 하지만 스트랭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정책 결정을 초자연적인 것과 연결 지었다. 스트랭은 특정 목적을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스트랭은 어떤 사람이 중시하는 가치들이 그리스도가 보인 본과 반대되는 것임을 알면서도 그 사람과 그의 정치 운동을 말 그대로 '기독교화' 했다."(411-2)
3부 영광
15장 정체성 혼동: 실패한 실험의 재연
"생명의말씀 교회를 이끄는 브라이언 잔드 목사는 2004년 10월, 딕 체니 부통령이 참석하는 집회에서 개회 기도를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심 끝에 이를 수락했다. 행사 당일, 거의 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잔드는 죄책감에 휩싸였다. 그는 온통 빨강, 하양, 파랑 물결 속에 미국 국기를 들고 있는 교인들을 보았고, 교인들은 교회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겠다고 맹세한 목사가 공화당에 종교적 권위를 빌려주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군중은 완전히 열광하고 있었습니다.〉 당시를 회상하며 잔드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예수님이 '브라이언, 브라이언, 왜 나를 정치화하고 있느냐?라고 말씀하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순간, 잔드는 하나님이 자신에게 그동안 알고 있던 세계를 완전히 떠나라고 명령하고 계신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교회 내 파벌과 인맥이 함께 교회를 떠났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공표하고 몇 년 만에 교회는 1,500명 이상의 교인을 잃었다."(422-4)
"성경에는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을 자랑하라는 경고가 반복해서 나온다. 성경의 특정 문맥에서는 '영광'(glory)이라는 단어가 모호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히브리어 '카보드'(kavod)에서 파생된 이 단어는 무게, 중요성, 중후함을 의미하며, 상당한 가치를 지닌 것을 나타낸다. 기독교인이 대형 교회나 출판 제국처럼 상당한 가치를 지닌 업적을 이루면, 스스로 영광을 누리고 싶은 충동이 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충동이 든다면 반드시 저항해야 한다. 이 역학 관계는 지극히 이분법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님에게 영광을 돌리거나, 스스로 영광을 누리거나 둘 중 하나다. 둘 다 할 수는 없다. 잔드는 예수가 제자들에게 〈자기를 부인하고〉 주님을 위해 목숨을 버릴 준비를 하라고 하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라고 예수는 물으셨다."(429)
16장 원칙보다 권력: 승리가 곧 미덕?
"2022년,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는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거가 되었다. 허셜 워커 공화당 후보를 향한 낙태 폭로 기사와 관련하여 가장 주목할 점은 그 기사가 선거의 판도를 바꾸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한때 아버지의 선거 운동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아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아버지를 비난하는 일까지 있었지만, 워커를 지지하는 보수적인 기독교 유권자들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워커가 같은 여성에게 두 번이나 낙태를 강요했다는 폭로도, 카메라 앞에서 워커가 수술비를 댔다고 밝힌 또 다른 전 여자친구의 고발도 후보직에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이유가 뭘까? 중요한 것은 워커가 공화당 후보라는 점이었다. 중요한 것은 권력을 되찾는 것이었다. 〈승리가 미덕입니다.〉 보수적인 기독교 라디오 진행자 데이나 로쉬가 토크쇼에서 한 말이다. 〈허셜 워커가 멸종 위기에 처한 독수리 새끼들을 낙태시키려고 돈을 댔어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길 원합니다.〉"(438-9)
"수백만 명의 복음주의자들이 낙태를 도덕적 잔학 행위로 여기고, 오직 낙태 정책 하나만 보고 투표하는 단일 유권자가 되었다. 두 세대에 걸쳐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기 위해 싸워 온 복음주의자들은 낙태라는 재앙을 종식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기울인 노력과 타협을 하나님이 인정하신 것이라며 2022년 6월에 나온 돕스 판결을 환영했다. 일부는 정치적 성향을 자제하라고 설교한 기독교 지도자들을 조롱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돕스 판결은 낙태라는 재앙을 종식하지 못했다. 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낙태에 반대하는 대법관을 임명해 법을 바꾸더라도, 낙태 문제에 회의적인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지는 못한다. 정치적 권력을 직접 사용하여 목표를 달성하려 했던 복음주의 운동의 노력은 성공했음에도 실패할 운명이었다. 이제 공화당 지지자들이 20년 전의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더 높은 비율로 진보적인 낙태 법을 지지하고 있다."(454-5)
17장 침묵은 죄인가: 선동가들의 위험한 게임
"찰리 커크는 트럼프가 처음 부상할 때부터 〈논쟁으로 진보를 깨부수는〉 것이 어떻게 돈이 되는지 일찌감치 알아챘다. 그는 청년 운동 조직인 터닝포인트유에스에이를 허름한 신생 단체에서 업계 거물로 성장시켰다." "커크는 하나님이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를 보류하신 이유는 그들의 의지를 시험하시려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우리는 더 열심히 싸워야 합니다. 우리는 단결해야 합니다.〉 커크가 말을 이었다. 〈우리는 성경의 전통과 우리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고, 우리가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 스스로 배워야 합니다.〉" "이 싸움은 정치인들과 유권자들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좌파를 물리치려면, 너무 오랫동안 뒤로 물러나 있던 사람들, 즉 그들의 목사들이 전투를 이끌어야 한다고 커크는 설명했다. 정치적 중립을 선언하는 목사는 좋게 봐줘 봤자 나약한 인간이고 엄밀히 말하면 배신자라고 했다."(461-3)
"미국 복음주의는 정치와 사업 분야에서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엘리트 사회, 학계, 지식인 그룹에서 배척당하는 듯해 오랫동안 불만을 느꼈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갈망이 커지면, 사회 주요 영역에 침투하여 자신들의 견해를 대변하고 신념을 지지해 주는 인물들, 비유하자면 자신들을 위해 테이블에 자리를 하나 마련해 주는 인물들을 영웅처럼 떠받들기 쉽다. 간단히 말해, 복음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지적으로도 고상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 주는 인물들을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있다. 에릭 메택서스는 교회를 좀먹는 이 소외감이라는 감정을 이해하고 있었고, 이 감정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영국의 노예제 폐지론자 윌리엄 윌버포스에 관한 책을 썼고, 그 후 히틀러에 반대하다 순교한 독일 선교자 디트리히 본회퍼의 전기를 집필한 메택서스는 이제 트럼프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싸움에 모든 것이 달렸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466-7)
"마이크 펜스는 특정 공화당원들과 달리, 국가를 분열시키지 않고 은혜와 인간미를 가지고 전통적 가치를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이런 점이 언제나 그의 강점이었다. 펜스는 보수적인 라디오 토크쇼를 진행할 때만 해도 자신이 〈디카페인 러시 림보〉로 알려져 있었음을 청중에게 상기시켰다. 이 말에 일부 청중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 말은 예비 후보로서 그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행사가 끝난 후, 나는 참석자들에게 계속 같은 말을 들었다. 현재 상황을 감당하기에는 펜스가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말이었다. 〈좋은 사람들한테 실망하는 것도 이제 지쳤어요. 부시 부자도 좋았고, 밋 롬니도 좋았죠. 그런데 그게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었나요?〉 〈우리를 위해 싸워 준 사람은 트럼프뿐이에요. 민주당이 이 나라를 망치고 있습니다. 선량한 기독교인이 되는 것만으로는 그들을 막을 수 없어요. 솔직히 저는 '디카페인' 같은 사람을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진짜가 필요해요.〉 제리 버드가 말했다."(482-3)
# 디카페인 러시 림보. 자신이 러시 림보와 같은 보수 성향을 지녔지만, 덜 자극적이고 부드럽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이다.
18장 기독교와 사회: 격랑 속 새로운 연대
"2015년, 〈내셔널 리뷰〉에 기고한 칼럼에서 트럼프에 반대한다고 선언한 이후, 데이비드 프렌치는 기독교 우파의 핵심 표적이 되었다. 아마도 그의 배경 때문이었을 것이다. 연방 법원에서 주요 보수 단체를 대변했던 유능한 변호사로서 프렌치는 오랫동안 진보 좌파에 맞서는 강경한 인물로 여겨져 왔다." "익명 뒤에 숨은 계정들만 프렌치를 괴롭힌 것은 아니었다. 자신을 스토킹하는 수천 명의 트위터 사용자를 차단하려고 애쓰던 중 프렌치는 익숙한 이름들을 발견했다. 그와 같은 교회에 다니는 교인들이었다. 교인들은 프렌치 가족이 예배당에 들어올 때마다 수군거렸고 일부는 보란 듯이 등을 돌리기도 했다. 2018년 어느 일요일 아침, 갈등이 극에 달했다. 평소에 친구로 여겼던 퇴역 군인 출신의 같은 교회 장로가 예배가 끝난 후 예배당 안에서 데이비드와 낸시에게 다가와 데이비드가 쓴 칼럼에 대해 따졌다. 〈그가 우리를 위해 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여전히 우리 대통령에게 반대할 수 있습니까?〉"(490-2)
"기독교 청중을 먹잇감으로 삼아 사건을 과장하는 콘텐츠가 팟캐스트, 블로그, 소셜 미디어 플랫폼, 온라인 포럼 하위 그룹을 통해 확산되면서, 신자들이 소비하는 내용을 교회 지도자들이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1970년대나 1980년대 목사들은 위협을 명확히 지적하고 신자들에게 멀리하라고 경고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 교인들은 목회자들이 들어 본 적도 없는 정보원에서 정보를 흡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목회자들 사이에 체념이 생겼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음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많은 교회 지도자가 외부 소음을 차단하려는 시도 자체를 포기해 버렸다." "무어는 말했다. 〈이제는 거의 모든 곳에서, 얼마 전에 방문한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자녀들이 저를 찾아와 말합니다. 자기 부모가 복음주의자인데 온종일 폭스뉴스, 뉴스맥스, 원아메리카뉴스를 몰아 보며 완전히 미쳐 가고 있다고요. 그리고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부모'를 다시 되돌릴 수 있냐고요.〉"(496)
"무어는 많은 목사가 시대의 도전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걱정했다. 그들은 성경을 공부하기 위해 신학교나 성경 대학을 다녔고, 일부는 신학이나 상담학 같은 고급 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교회 안에서 당파 간의 정치적 긴장을 완화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었고, 교인들 사이에서 민족주의적 흥분을 가라앉히는 방법을 훈련받은 적도 없었다. 그들은 연습 한번 해 본 적 없는 게임에 내던져졌고 무참히 지고 있었다. 이런 실패감을 맛보면 누구보다 재능 있고 자신감 있는 설교자라도 절망에 빠질 수 있다. 나는 코너스톤교회의 크리스 와이넌스, 굿윌교회의 존 토레스 등 여러 사례에서 이를 직접 목격했다. 무어는 곤경에 처한 목사들을 보고 엄청난 긴박감을 느꼈다. 이 목사들은 최후의 보루였다. 그들은 대개 지역 사회 기독교인들과 교회를 파괴하려는 세력 사이에 서 있는 유일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속하게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501-2)
19장 회복은 가능한가: 무너진 신뢰, 실낱같은 희망
"신앙에 기반을 둔 조직들은 도둑질과 사기, 괴롭힘과 협박, 권력 남용과 정의 실현 거부 같은 문제가 세속 기관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해 왔다. 자기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거나 거의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종교인들, 특히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공동체가 비신자들의 공동체보다 더 안전하고, 더 선하고, 더 도덕적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실제로 신앙 공동체들은 교회의 전통과 가르침을 잘못 적용해서 그 '때문에'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투명성을 요구하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일쑤다. 책임감을 지적하면 권위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자비를 강조하다 보면 잘못을 집어내는 일이 불필요해 보이기도 한다. 〈교회를 운영할 때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는 교회가 자치적이고 자율적인 조직이라는 점입니다〉라고 커틀러는 말했다. 〈교회는 신뢰를 기반으로 세워진 곳이에요. 그래서 굳이 위험 신호를 찾아내려고 애쓰지 않습니다.〉"(522-3)
20장 복음주의 산업 복합체: 양을 착취하는 늑대
"래리 나사르 판결이 있고 4년이 흐르는 사이 레이첼 덴홀랜더를 바라보는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시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그들의 눈에 비친 덴홀랜더는 에스더가 아니라 이세벨이었다. 덴홀랜더는 교회 내부, 특히 남침례교 안에서 급증하는 성 학대 스캔들에 주목하고 법률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기독교계에서 가장 힘이 세고 조직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가장 확고한 단체에 맞서 싸웠다. 덴홀랜더는 생존자들과 협력하여 매우 정교하게 은폐된 증거를 찾아냈다. 또한, 대형 교회에 들어가 망가진 시스템을 개혁하고 투명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고자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했다. 덴홀랜더는 비밀리에 정보원을 확보하고 정보와 증거를 수집하여 복음주의계 거물급 인사들을 무너뜨렸다." "〈법이 대중의 인식과 이야기를 따라잡을 때 변화는 일어납니다. 그렇다면 대중의 인식을 이끄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저널리즘입니다.〉 덴홀랜더의 말이었다."(549-50)
# 나사르 판결. 미국 체조 대표팀 주치의였던 나사르는 부상 치료를 명분 삼아 수백 명의 선수를 성추행했다. 덴홀랜더가 실명으로 학대 사실을 공개한 이후 학대 생존자 155명이 추가로 피해자 진술을 했고, 나사르는 2018년에 175년 형을 선고받았다.
"덴홀랜더가 남침례교와 협력한 이유는 교회를 정화하는 일을 돕기 위해서였지, 그들의 잘못을 폭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덴홀랜더는 생존자들을 옹호하는 일에 집중했지, 조직의 잘못을 폭로하는 일에 집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 잘못이 세상에 드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동료 복음주의자들과 달리 덴홀랜더는 세상이 이를 외면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교회는 면죄부를 받을 자격이 없었다. 오히려 철저하게 조사 받고, 겸손하게 낮아지고, 굴욕을 당해야 마땅했다. 만약 그리스도의 신부에게 희망이 있다면, 그 희망은 덴홀랜더가 나사르에게 설파했던 죄책감의 무게를 경험하고 진정한 회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은 제니퍼 라일이 2019년 남침례교 집행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과정은 절대 아름답지 않았지만 덴홀랜더는 물러서지 않았다. 당황한 해적들이 애너하임에서 항의하며 목소리를 높일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561-2)
21장 리버티의 새벽: 갈림길에 선 두 번째 기회
"2024년 대선 캠페인이 시작되기 한 달 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영적 영향력을 과시하고자 4월 중순에 린치버그를 방문했다. 타이밍이 아주 절묘했다. 리버티에 도착하기 불과 24시간 전, 디샌티스는 플로리다주에서 이른바 '심장박동 법안'에 서명하여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사실상 금지했다. 트럼프는 2022년 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자 낙태 반대 동맹에게 책임을 돌리며 그들을 소외시켰다. 만약 낙태가 실제로 트럼프의 가장 큰 약점이라면, 디샌티스는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었다." "플로리다 주지사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독교 대학에서 30분간 연설하면서 예수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부실하고 수준 낮은 연설도 충격적이었지만, 연설에 대한 반응은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많은 학생이 연설 내내 기립하여 환호했다. 디샌티스가 연설을 마치자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는 쿵쾅거리며 〈미국! 미국! 미국!〉을 외치는 함성으로 바뀌었다."(612-4)
"모두가 그렇게 열광한 것은 아니었다. 대니얼 호스테터는 연설 전에 디샌티스와 잠깐 대화를 나누고 앞줄에서 연설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지금 그는 완전히 낙담한 표정이었다." "호스테터는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상대측의 공격을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깨어있는' 척한다는 비난과 공격은 이전 선거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이번에는 별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편, 여동생이 다니는 애즈버리대학교에서 일어난 부흥은 호스테터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방식으로 리버티 학생들을 각성시켰다. 물론, 캠퍼스에는 여전히 MAGA 모자를 쓰고 수업에 들어오고 기숙사 방에서 〈렛츠 고 브랜든〉 깃발을 휘날리는 강경파들도 있었다. 하지만 숫자가 점점 줄어들어 이제 소수에 불과한 듯 보였다. 호스테터는 리버티에 입학한 이후 처음으로 학교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것 좀 보라는 듯 호스테터가 손을 뻗어 (열광적인 환호가 메아리치던) 텅 빈 경기장을 가리키며 말했다."(614-6)
에필로그: 교회의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와이넌스는 양심상 문제 많은 현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었다. 승패가 갈리는 이분법적 상황을 피하고 싶었던 그는 더 많은 교인을 소외시키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으려고 절박하게 기도했다. 그렇게 한동안 고군분투하던 와이넌스는 마침내 돌파구를 찾았다. 그가 〈밀지 말고, 당기세요〉라고 명명한 이 전략은 일종의 정교한 심리 기법이었다. 와이넌스는 비성경적인 욕망을 재고하도록 교인들을 압박하면서도 그것이 교인들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신념이라고 믿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경건한 성품에 관해 설교한 후, 어떤 교인이 다가와 특정 정치인이나 대중문화 인물에게 충성하는 태도를 재고해 보아야겠다고 고백하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척했다. 분별력과 영적 원리에 관해 설교한 후, 어떤 교인이 그동안 철석같이 믿던 음모론을 의심하기 시작하거나 소셜 미디어에서 접한 정보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고 고백하면 당황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코너스톤의 상황은 안정되어 갔다."(627)
"거짓말과 기만으로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동을 촉발해 불명예를 안게 된 미주리주 상원의원 조시 홀리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세속적 진보주의자들이 미국의 기독교 유산을 파괴하려는 과정에서 이미 오래전에 규칙을 어겼다고 보고 있다. 불에는 불로 맞서야 한다. 기준 준수는 뒤로 미뤄야 한다. 승자 독식 사고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 보수 활동가 마이클 앤턴은 2016년에 쓴 〈93편 항공기 선거〉라는 글에서 좌파가 미국이라는 비행기를 납치했다면서, 보수주의자들이 좌파를 저지하기 위해 조종실로 돌진해 결국 비행기가 추락하더라도, 그것이 미국을 구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글은 그리스도나 기독교, 심지어 신에 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임박한 파멸을 막기 위해 어떤 극단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설사 그런 행위 자체가 또 다른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정당하다는 안톤의 주장은 현대 종교적 우파의 사고방식을 반영한다."(635)
"2023년 봄, 트럼프가 여러 건의 형사 사건으로 기소될 예정이고, 그중 첫 번째 사건으로 체포될 것이라는 소식이 발표된 후, 종교적 우파는 트럼프를 중심으로 결속을 다졌다. 마리스트칼리지 조사에 따르면 백인 복음주의자의 81퍼센트가 트럼프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으며, 67퍼센트가 다가오는 공화당 대선 예비 선거에서 트럼프를 지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복음주의자들 다수가 새로운 공화당 후보를 찾는 쪽을 선호한다고 신호를 보내던 그해 초의 피로감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트럼프는 포르노 스타에게 지급한 입막음용 돈과 관련된 사업 기록 조작, 국가 안보 기밀을 플로리다 저택으로 불법 반출한 혐의, 2020년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던 시도 등으로 기소되었고, 강간 및 명예훼손에 대한 민사 소송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여러 가지 형사 문제로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수록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지지는 더욱 굳건해졌다."(637-8)
"문화 전쟁이 기독교인들에게 수렁이 되고 마는 이유가 있다. 올바른 정치인을 선출하고 올바른 법을 제정하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승리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잘못된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와이넌스는 부유하고 보수적인 백인 공화당원 회중을 유혹하는 유한한 세계관을 해체하고, 그들에게 무한한 세계관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주님,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우리가 다 안다고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게 해 주십시오.〉 와이넌스가 고개를 숙이고 기도했다. 〈그리고 주님, 우리가 충실한 존재가 되어 복음을 전하게 하시고, 복음을 들은 모든 사람이 돌이켜 치유받게 해 주십시오.〉 회중은 자리에서 일어나 축도를 기다렸다. 와이넌스는 설교 첫머리에 읽은 구절로 돌아가 고린도후서 4장 18절에 나오는 사도 바울의 말을 암송했다. 〈우리는 보이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봅니다. 보이는 것은 잠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아멘."(6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