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시대부터 이미 영성을 표출해 온 인류는 삶의 터전마다 조금씩 다른 생활양식에 영향을 받아 큰 공통점과 미묘한 차이점을 가진 종교의식을 보여준다.1. 순환하는 우주론과 끝이 예정된 종말론고대 신앙의 주류는 사계절의 변화와 식물의 생장-소멸이라는 조화를 반영한 순환론이다. 이 관념은 인간 또한 죽음의 강을 건너 불사에 이를 수 있다는 소망(이집트)으로 승화되거나 윤회의 고리에 갇혀 영원히 재탄생해야 한다는 관념(인도)으로 표현되었다. 현세계에 끝이 있고 다른 세상(천국)에서 부활하리라는 종말론은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에서 발원한 독특한 사상이다.2. 인간과 신 사이의 거리감인간의 가능성을 고찰할 때 신의 숨결을 받은 측면에 주목하면 인간도 명상이나 요가와 같은 수행을 거쳐 신적 진리(gnosis)에 다가설 수 있다. 그러나 육체를 구성하는 물질의 측면(진흙)이 우선하면 신과 인간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심연이 존재한다.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영웅적) 인간이 지나친 탁월함(arete)을 과시하면 결국 자신의 오만(hybris)에 걸려 넘어져 파멸에 이른다.3. 신성이 깃든 자연과 역사의 신성화고대인들은 당연하게도 눈에 보이는 온갖 오묘한 자연 현상을 신과 결부시켜 해석했다. 이 강력한 신들(바알, 제우스)은 창조신을 권좌에서 끌어내려 "숨은 신"(deus otiosus)으로 격하시킨다. 이러한 자연적 범신론이 신성을 훼손한다고 생각한 유대인들은 오직 야훼의 기치를 내걸고 무대를 자연에서 역사로 이동시킨다. 이제 눈 앞에 닥치는 모든 시련과 행복은 하나님의 섭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