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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2 - 르네쌍스, 매너리즘, 바로끄, 개정판 ㅣ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2
아르놀트 하우저 지음, 백낙청 외 옮김 / 창비 / 199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예술가들이 길드의 수공업자로 등록되어, 교회나 궁정의 엄격한 주문 양식을 따르며, 자아 인식이라는 것이 희박하던 시절에는 ‘창작의 고뇌’라는 관념도 부재했다. 이러한 상황은 ‘별을 보며 길을 찾던 시대가 얼마나 행복했는가’라고 노래한 루카치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그리스 고전문화의 재발견으로 대표되는 르네상스는 예술가가 한 개인으로 설 것을 요구하였다. 이는 자유의 공기를 호흡하게 되었다는 해방감과 광야에 홀로 선 존재라는 막막함을 동시에 안겨주었으니, 이제는 별이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길을 찾아야 하는 시절이 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갑작스럽게 도래한 것은 아니며, 상업의 발달과 시민계급의 출현으로 서서히 유럽인들의 내면에 스며들던 자본주의적 제도가 탐미주의와 화학적 융합을 이뤄낼 때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예술가는 더 이상 작품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만으로 가치를 부여 받았다.
자유는 언제나 방종을 넘어서지 않는 절제를 요구한다. 예술가는 더 이상 수요자에 의도에 좌우되는 작품 제작에 얽매이지 않는 듯 보였지만, 자신의 심미안을 투영한 작품들이 무가치하게 버림 받는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다. 내면의 목소리만 따르기에는 현실이 핍진했던 것이다.
이는 곧 르네상스를 통해 그리스의 고전 문화가 부활한 이면에는 그리스 비극을 관통하는 중심 주제인 Pathei Mathos(고통을 통해 진리에 이른다)의 격언이 함께 깨어나게 된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이제 자신의 얼굴에 괴짜와 정신병, 기인의 이미지를 덧칠하였다.
16세기 이후로 예술은 인문비평가들이 펼치는 수사의 향연장에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정착되어 갔으며, 소위 말하는 ‘교양’의 그늘 안에서 안식을 찾아갔다. 예술은 아무나 할 수 없고, 아무나 볼 수 없고, 그리고 아무나 느낄 수 없는 고상한 ‘ART’로 탈바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