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작업을 하다,  문득 오늘이 화가 손상기의 忌日임을 만났다.

   아우인 손월언 詩人의 <마르세유에서 기다린다>에서 형을 추모하는 詩도 떠올랐고.

   그리고, 구본웅 화백의 <우인의 초상> 복사본 액자를 손수 만들어 걸었던...

   오래 전의 내 房도 생각났다.

   友人이었던 李箱의 삐뚜름하고 뚜렷한 청색톤의 그 얼굴이.

   마치 그 터치는, 함께 걸려 있었던.. 조르주 루오의

  <성스러운 얼굴>의 터치와 왠지 이상하게 닮았었지?

   그 닮았던 느낌을 공유했던 시간을 복기하는 밤.

   그리고 저마다의 고유한 '삶의 노래'를..생각하는 그런 밤,

 

 

 

 

 

 

 

 

 

 

 

 

 

 

 

 

 

 

 

 

 

 

 

 

 

 

 

 

 

 

 

 

 

 

                                   具本雄 / <우인의 초상>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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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2-11 03:17   좋아요 0 | URL
아, 트리제님 드디어 복귀하셨군요!!!(이건 분명 느낌표지만 사실은 그 이상입니다.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입니다!!!) 오늘 문득, 트리제님 방에 와서 본격 철야농성을 해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했었는데,,,이렇게 깊은 밤,에 짜잔 서재문을 열으셨네요. 천군만마를 얻은 듯, 기분이 참 좋습니다.ㅎㅎ

appletreeje 2014-02-11 03:34   좋아요 0 | URL
옴마!! 컨디션님께서도 아즉도 일을 하시느라 *줄이 타시는궁요.ㅋㅋ
저야말로, 이 야밤에 동지를 만나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듯 기분이
날아갈 듯 하옵니다~ㅎㅎ
내일아침은 거의 비몽사몽이겠지만, 그래도 울 컨디션님과 함께 이밤을
함께한다 생각하니~힘이 불끈, 솟네욧~!!!^^

착한시경 2014-02-11 06:45   좋아요 0 | URL
와,,, 정말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셨어요~ 앞으로 이리 오래 소식 안 전하시면 앙돼여~^^ 좋은 시,,, 감사하고 반가운 맘으로 읽고 겁니다^^

appletreeje 2014-02-11 11:27   좋아요 0 | URL
오, 열흘간 집을 비웠는데..오래 기다리셨다는 따듯하고 다정한 말씀 주시니
눈물이 앞을 가리네욤...흑흑..ㅋㅋ
저야말로 늘 착한시경님께 감사를 드리는데용..^^
착한시경님! 오늘도 행복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숲노래 2014-02-11 08:37   좋아요 0 | URL
여수에서 나서 프랑스로 가서 살아가는 마음은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까요.
조용히 그리는 사람들 사랑이 하나둘 깃들어
먼 길을 사뿐사뿐 날아왔겠지요.

appletreeje 2014-02-11 11:31   좋아요 0 | URL
예~그곳이 어디든,
스스로 삶을 조용하고 사랑스런 삶의 씨 뿌리며
아름다운 이야기 이루어가며 잘 사실 듯 해요. ^^

후애(厚愛) 2014-02-11 12:07   좋아요 0 | URL
돌아오셨군요~!!!!!!!*^^*
너무너무 기쁘고 너무너무 반갑고 너무너무 좋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appletreeje 2014-02-11 12:16   좋아요 0 | URL
우왕~~후애님!!!^^
저 방금 전에 후애님 방에 다녀왔는데용~~
올려주신 예쁜 책들, 군침을 뚝뚝 흘리며 감사히 보았구요~^^
저야말로~늘 함께해 주시는 고운님들 사랑에 넘 감사드리구요~~

후애님께서도,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드림모노로그 2014-02-11 16:32   좋아요 0 | URL
ㅎㅎ 나무늘보님 !! 와 ~ 정말 반갑습니다 ~ ^^
혹시나 하고 들어와 보았는데 ㅎㅎ 글을 볼 수 있는 것이
마치 얼굴을 마주한 것처럼 반갑고 기쁘네요 ^^
앞으로도 멋진 글, 멋진 시 보여주실 거죠 ^^
올려주신 그림 너무 마음에 들어요 !!!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고, 늘 이 자리에 계셔 주실거죠 ~ ^^

appletreeje 2014-02-12 20:22   좋아요 0 | URL
드림님 !! 너무나 감사드려요~~
드림님의 따뜻하고 반갑고 감사한 댓글을 뵈오니
뭐라 말할 수 없이 고마움에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具本雄 님의 <우인의 초상>, 드림님께서도 마음에 든다 하시니
더욱 기쁘네요~ 많이 좋아하는 그림이에요~^^

드림님!!^^ 편안하고 행복한 밤, 되세요~*^^*

2014-02-11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2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목련 2014-02-12 22:55   좋아요 0 | URL
손월언의 시집이, 급 궁금해지는 밤이네요.

appletreeje 2014-02-13 10:35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시집이 참 좋았어요.^^
아마 자목련님께서도 좋아하실 것 같다는 그런...^^

자목련님!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2014-02-13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4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도 일 핑계로..늦은 저녁에 무엇인가 제일 손쉽게 식구들에게 먹일 음식을 찾아 서둘러

사왔다. 가뜬하게 포장된 것들을 손에 들고 건널목을 건너려는 순간, 예의 그 분을

또 보곤 말았다. 일년내내...그 옛날 신던 무거운 가죽등산화를 예외없이 신고, 빠삐용,의 드가가

걸쳤던 그런 안경을 쓰고 잘 안보이는 시력으로 커다란 마대자루의 가느다라한 실같은, 나이롱

끄나풀로 입구주둥이를 조아 매려...천천히..아주..천천히, 하염없이 가는 나이롱끈을 자꾸자꾸

매려는 모습을. 이 분의 모습을 뵌 것은, 아마 내가 이 지역으로 이동을 해온 근 이년 간...꼭 그렇게

나태하고 게으르고 편하게 종종걸음을 칠 때마다, 만났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의 엉망진창으로 살아가는 꼴을 새삼스럽지도 않게 만나면서도...간첩처럼,

누구도 주시하지 않지만 스스로 움추리며 가슴을 속으로 탕탕, 쳤.다.

나는, 왜 이 모양으로 함부로 사는가, 이러면 정말 안되는 것 아닌가.

그 분이 누구인지, 어떤 일생과 어떤 사연이 있어 지금..작디 작은 손수레에 일년내내, 밤이고 

낮이고...절뚝거리며 폐지를 그것도 잘 모르는 내 눈에도, 얼마되지 않을 돈을 벌기 위해 저렇게 애를 쓰며, 최선을 다해 사시는가에 대해 언제나, 삶의 경종과 더불어 늘 부끄러움과 경의를 만난다.

내게 주어진 삶과 환경에, 그다지 큰 감사나 최선도 다하지 않으면서...늘..징징거리고, 개똥만도

못한 나의 허접하고 치사한 감상에 젖은 자기변명만 일삼고 사는 내가 부끄러워 오늘도 쩔쩔 매다,

파란불이 켜진 건널목을.. 겉으로는 아무렇지는 않으나 속으로는 허둥지둥, 비틀비틀 건너왔다.

여보셔, 000씨 이젠 좀 정신 좀 잘 차리고 사람답게 삽시다요. 나, 000씨, 

뭐 맡은 일감이라고 오늘밤도 손꾸락을 다다닥, 밤새껏 두드린다고 뭐 달라지겠소..ㅠㅠ

그래도, 이젠 엔간하면...좀 사람답게 스스로 부끄럽고 미안하지 않게 제대로 잘 삽시다. 제발,

 

나의 드가 아저씨, 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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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1 01: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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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1 02: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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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1 17: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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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3 10: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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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전 사진관집 이층

 

 

 

 

 

                        사진관집 이층에서 하숙을 하고 싶었다.

                        한밤에도 덜커덩덜커덩 기차가 지나가는 사진관에서

                        낙타와 고래를 동무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아무 때나 나와 기차를 타고 사막도 바다도 갈 수 있는

                        누군가 날 기다리고 있을 그 먼 곳에 갈 수 있는,

                        어렸을 때 나는 역전 그 이층에 하숙을 하고 싶었다.

 

                        이제는 꿈이 이루어져 비행기를 타고

                        사막도 바다도 다녀봤지만, 나는 지금 다시

                        그 삐걱대는 다락방에 가 머물고 싶다.

                        아주 먼 데서 찾아왔을 그 사람과 함께 누워서

                        덜컹대는 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소낙비 소리를 듣고 싶다.

 

                        다락방을 나와 함께 기차를 타고 싶다.

                        그 사람이 날 찾아온 길을 되짚어가면서

                        어두운 그늘에도 젖고 눈부신 햇살도 쬐고 싶다.

 

                        그 사람의 지난 세월 속에 들어가

                        젖은 머리칼에 어른대는 달빛을 보고 싶다.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첫날을

                        다시 삐걱대는 사진관집 이층에 머물고 싶다. (P.36 )

 

 

 

 

 

 

                       정릉에서 서른해를

 

 

 

 

                         어느새 서른해가 훨씬 넘었다

                         정릉에 들어와 산 지가

                         결혼하고 자리 잡고

                         은행 옆 주민센터 그 건너 우체국

                         다시 그 옆 약방에 냉면집

                         눈에 익지 않은 거리가 없고

                         길들지 않은 골목이 없다

                         그런데도 나는 매일 아침

                         이 골목 저 거리를 훑고 다닌다

                         어제까지 못 보던 것 새로 볼 것 같아서

                         밤이면 깨닫지만

                         아무것도 새로 본 게 없구나

 

                         아침이면 다시

                         활기차게 집을 나온다

                         입때까지 못 보던 것 무언가

                         어제 보았다고 생각하면서

                         그게 무언지 오늘

                         찾아야겠다 생각하면서

                         정릉에서 서른 해를 넘게 살면서  (P.44 )

 

 

 

 

 

 

                          별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하늘에 별이 보인다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P.47 )

 

 

 

 

 

 

                      이 땅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위하여

                                   이애주의 춤 '우리 땅 터벌림'에 부쳐

 

 

 

 

 

                            이 땅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위하여

                            더불어 숨쉬고 사는 모든 것을 위하여

                            내 터를 아름답게 만들겠다 죽어간 것을 위하여

                            이 땅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는 것을 위하여

                            땅속에서 깊고 넓게 숨어 있는 것을 위하여

                            언젠가 힘차게 솟아오를 것을 위하여

 

                            산과 더불어 바다와 더불어 강과 더불어

                            나무와 풀과 꽃과 바위와 더불어

                            짐승과 새와 벌나비와 더불어

                            이 땅에 땀 흘려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더불어

                            이 땅에 힘겹게 살아 간 사람들과 더불어

 

                            이 땅의 기운을 온 누리에 퍼뜨리기 위하여

                            이 땅의 뜻을 방방곡곡 전하기 위하여

                            이 땅의 소명을 하늘에도 고하기 위하여

 

                            산과 들과 도시와 시골을 구석구석 밟으면서

                            기름진 곳 메마른 곳 고루고루 누비면서

                            언 손 굽은 등 두루두루 어르면서

                            이 땅의 숨은 모습 하늘에 알리면서

                            하늘의 고운 숨결 이 땅에 뿌리면서

 

                            더불어, 이 땅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는

                            사람들과 더불어 새와 더불어 나비와 더불어

                            살아 있는 것 죽어간 것과 더불어

                            나는 추리 나의 춤을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세상 끝까지 하늘 끝까지 날아 오르면서

                            눈물과 더불어 한숨과 더불어 통곡과 더불어  (P.72 )

 

 

 

 

 

 

                         누구일까

 

 

 

 

                             쓰나미에 온 가족이 쓸려나간 가운데 개 한마리가 살아

                          남았다.

                             카메라에 잡혔다.

                             조용한 바다를 배경으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무엇인가 말하고 싶다고, 그 눈은 말한다.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좌로 다시 우로 돌린다.

 

                             누구일까, 개로 하여금 하고 싶은 말을 못하게 하는 그는.

                             또 사람한테 개의 말을 들을 능력을 갖지 못하게 한 그는.  (P.90 )

 

 

 

 

 

                                                 -신경림 詩集, < 사진관집 이층>-에서

 

 

 

 

 

 

 

 

 

 

 

 

탁한 하늘의 별빛 같은 노래
기교 없이도 묵직하고 가슴 저릿한 대가의 시편들


문단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올곧은 ‘원로’로서 익숙하고 친근한 이름 석자만으로도 든든한 버팀목으로 우뚝 서 있는 신경림 시인이 신작 시집 <사진관집 이층>을 펴냈다. 시인의 열한번째 신작 시집이자 <낙타>(창비 2008) 이후 6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한평생 가난한 삶들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을 고졸하게 읊조리며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건네는 “맑고 순수하고 단순한 시편들”(이경철 '발문')을 선보이며, 지나온 한평생을 곱씹으며 낮고 편안한 서정적 어조로 삶의 지혜와 철학을 들려준다. 올해 팔순을 맞는 시인은 연륜 속에 스며든 삶에 대한 통찰과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시편들이 묵직한 울림 속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가슴 저릿한 전율과 감동을 자아낸다. 등단 59년차에 접어든 시력(詩歷)의 무게와 깊이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서러운 행복과 애잔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아름답고 아름다운 시집”(박성우, 추천사)이다.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하늘에 별이 보이니/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별' 전문)

 

 

 

 

 

           어젯밤, 신경림 시인의 새 詩集,<사진관집 이층>의 제목을 보다 문득

           국민학교 1학년 때, 어둠이 내려 대청에 불이 환한 친구네 집에서 

           설레이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빌려왔던, 강소천 님 동화책<꿈을 찍는 사진관>

           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책은 내 생애 최초로 감동을 준 책이었다. 

 

           스무살의 화자가 산속의 어느 '꿈을 찍는 사진관'이란 집에 들어가 사진사의

           "꿈을 꾸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당신이 있는 방 한 구석에 종이 한 장과 만년필

           한 개가 놓여 있습니다. 당신은 그 종이에 그 파란 잉크로 당신이 만나고 싶은

           사람과 있었던 지난날의 추억의 한 토막을 써서, 그걸 가슴 속에 넣고 주무십시오.

           내일 날이 밝으면, 당신은 지난 밤에 본 꿈과 똑같은 사진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갈

           수가 있을 겁니다."하는 말처럼 노랑 저고리 순이와의 추억을 쓴 후 잠들고, 잠을

           깨서 그 사진을 받는다. 그런데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던 것은, 순이는 열두 살 

           그대로인데, 자신만 지금의 나이인 스무 살이었다는 그런 이야기의 동화.

           지금 생각하니 일곱 살의 아이가 그런 주제를 읽고 감동을 한 것은 아닐테고

           '꿈'을 찍어 '사진'으로 만난 이야기가 신기하고 놀라워 그랬던 듯 싶다.

           결국 그 사진은 나중에 보니 화자가 좋아하는 동화책 갈피 속에 끼여 있던 노란

           민들레꽃 카드였지만, 꿈이란 어쩌면 저마다의 마음 속에 소중히 저장되어 있는

           좋은 지향이나 추억이 아닐까,

 

           팔순의 詩人이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첫날을/ 다시 그 삐걱대는

           사진관집 이층에 가 머물고 싶다'처럼, 정릉에서 서른해를 살아오면서 여전히

           아침이면 다시 활기차게 집을 나와, 오늘 또 여태까지 찾지 못한 새로운 무엇을

           찾아 다니듯, 눈 어두워져 반짝반짝 하늘에 별을 보듯, 우리도 또 그런 하루를 매일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이 땅에 살아 있는 그 모든 것과 더불어.

 

           든든하고 반가운 詩集,을 잘 읽었다.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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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16 12:46   좋아요 0 | URL
서울 가는 시외버스에서 메롱거리는 몸을 달래며 즐겁게 읽었습니다 @.@

appletreeje 2014-01-16 12:51   좋아요 0 | URL
앗! 서울 오시는군요~ 등록을 했는데 자꾸만 이상하게 글이 나와
수정을 하던 중이었어요.^^;;
시외버스에서 즐겁게 읽으셨다니..다행이고 고맙습니다!^^
가시는 일 다 잘 마무리 하시고, 즐거운 시간 되시길 빌어요~*^^*

비로그인 2014-01-16 13:34   좋아요 0 | URL
신경림 시인이 벌써 팔순이 되었다니 조금 슬퍼지려 합니다...

건 그렇고,, 일곱살 때 동화책을 읽고 감동을 받은 아이가 이렇게 성장하여 알라딘에 활약하고 있는, 이거야말로 꿈처럼 아름다운 현실 아닐까요?

건 그렇고... 트리제님, 신동이셨네요.^^

appletreeje 2014-01-16 21:52   좋아요 0 | URL
예..저도 슬퍼지네요...(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닌데..그래도..)
맞습니다, 맞고요! 동화책을 읽고 감동 받던 아이가 이렇게 늙어서
알라딘에서 옛날 이야기를 합니당!! '현실' 맞습니다, 맞다구요...
건 그렇고..컨디션님, 신동이 무엇인가요? ㅋ

착한시경 2014-01-16 21:05   좋아요 0 | URL
언제나 좋은 시,,,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어요~꿈을 찍는 사진관...중학교 국어책에 나오는데,,,트리제님 글에서 읽으니 더 반가운데요~ 간직하고 싶은 추억을 떠올리면 찍히는 사진관이 있다면~어떤 장면을 찍을까,,,생각해 봤어요^^

appletreeje 2014-01-16 21:56   좋아요 0 | URL
저도 착한시경님 같이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나는 내 인생에서 어떤 순간을 찍을까...하고요~
그런데 너무 많아 고르기가 쉽지 않을 듯 싶네요~*^^*

보슬비 2014-01-17 12:17   좋아요 0 | URL
저도 <꿈을 찍는 사진관>기억이나요. 참 이쁜 동화였어요. 지금도 그래서 동화책들이 들어요. 숨김없이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어서 더 감동적이랄까...^^

오늘도 나무늘보님 올려주신 시들을 꼭꼭 씹으며 읽어보았어요. 제 주변에 이렇게 시를 읽어주시는 분이 있다는것에 참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고 복받는 하루 되세요~~

appletreeje 2014-01-17 13:14   좋아요 0 | URL
예~정말 예쁜 동화였어요~
국민학교 입학선물로, 엄마가 삼성당에서 나온 빨간 표지의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을 사주었는데 짝궁이 자기집엔 한국동화전집이 있다고 해서 따라가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빌려온 책이었어요. 다른 건 자세히 생각이 잘 안나는데
쨌든 퍽 기쁜 마음으로 빌려와서 아직까지도 아련한 유년기의 책으로 마음에 팍
박혀있나 봅니다~ㅎㅎ

늘 함께 즐겁게 읽어주셔서, 언제나 제가 더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보슬비님께서도, 오늘도 행복하고 즐겁고 복받는 하루 되세요~*^^*

후애(厚愛) 2014-01-17 20:21   좋아요 0 | URL
저도 즐겁게 읽었습니다~*^^*
항상 좋은 시들을 올려 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드려요~
편안한 저녁 되세요~*^^*

appletreeje 2014-01-17 23:57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합니다~!!!!!^^
후애님께서도 이 시집 읽어 보시면 더욱 맘에 드실 듯 해욤~^^
즐겁게 언제나 함께 읽어 주시니, 제가 더욱 고맙습니다~~
후애님께서도, 포근하고 편안한 밤 되세요~*^^*

2014-01-20 18: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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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2 21: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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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3 2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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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3 21: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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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4 21: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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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4 2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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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5 17: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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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9 00: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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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8 22: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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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9 00: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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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9 18: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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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30 20: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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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있는 내가 나여서 기쁘고

 

 

 

 

                          살아 있는 내가 나여서 기쁘고

                          하늘이 새파라니 즐거워라.

                          시골의 오솔길들이 반갑고

                          이슬 내리니 좋아라.

 

                          해가 난 다음에 비가 내리고

                          비가 내린 후에 해가 나니,

                          할 일이 끝날 때까지

                          사람 사는 것이 이런 식이니,

                          우리가 할 것은 고작

                          우리 지체가 낮든 높든

                          하늘로 더욱 가까이

                          마음 자라게 애쓰는 일이니.  (P.20 )

 

 

                           # 리젯 우드워즈 리즈

 

 

 

 

 

                        타인의 아름다움

 

 

 

 

                            타인에게서 가장 좋은 점을 찾아내

                            그에게 이야기해 줄래?

                            우리들은 누구에게나 그것이 필요해

                            우리는 타인의 칭찬 속에 자라 왔어.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더욱 겸손하게 만들었어.

 

                            사람은 누구나 타고나길 위대하고 훌륭해.

                            아무리 누구를 칭찬해도 지나침은 없어.

                            타인 속에 있는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을 길러 볼래?

 

                            그걸 찾는 대로

                            그에게 칭찬해 줄 마음을 함께 가져 보자.  (P.35 )

 

 

                             # 메리 헤스켈

 

 

 

 

 

 

                          인생 거울

 

 

 

 

                             당신이 갖고 있는 최상의 것을 세상에 내놓으세요.

                             그러면 최상의 것이 당신에게 돌아올 겁니다.

                             사랑을 주세요, 그러면 당신 삶에 사랑이 넘쳐흐르고

                             당신이 심히 가난할 때 힘이 될 거예요.

                             믿음을 가지세요, 그러면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말과 행동에 믿음을 보일 겁니다.

                             왜냐하면 인생은 왕과 노예의 거울이고,

                             우리의 모습과 행동을 그대로 보여 주는 법.

                             그러니 당신이 세상에 최상의 것을 내놓으면

                             최상의 것이 당신에게 돌아올 겁니다.  (P.114 )

 

 

                              # 메를린 브리지스

 

 

 

 

 

 

                           청춘

 

 

 

 

                              맞아 죽고 싶습니다

                              푸른 사과 더미에

                              깔려 죽고 싶습니다

 

                              붉은 사과들이 한두 개씩

                              떨어집니다

                              가을날의 중심으로

 

                              누군가 너무 일찍 나무를 흔들어놓은 것입니다  (P.115 )

 

 

                                # 진은영

 

 

 

 

 

                         따뜻한 비닐

 

 

 

 

                               나는 나로부터 멀리 왔다는 생각

                               편의점의 불빛이 따뜻하게 빛날 때

                               새벽이 밀려왔다 이 거리는 얼굴을 바꾸고

                               아주 천천히 사라질 것이지만

 

                               나는 역시 나로부터 멀리 왔다는 생각

                               두 다리를 쭉 뻗고 자고 있겠지만

                               먼저 깨어난 사람들은 위험천만하게

                               나를 위협할 것이다 나는 모르는 척

                               몽롱하게 걸어 다닐 것이다

 

                               나는 나로부터 비롯되어 배가 고프고

                               편의점에 가서 우유를 사고 깡통을 사고

                               따뜻한 비닐에 먹을 것들을 담아

                               나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서

                               하나씩 까먹기 시작한다

 

                               나는 지는 꽃에 대해서는 묵묵부답하고

                               단 것부터 먹기 시작하겠지만

                               나는 종종 더 예뻐졌다는 생각

                               아주 몰라보게 예뻐졌다는 생각

                               이 거리는 아주 천천히 얼굴을 바꾸고 (P.142 )

 

 

                                 # 이근화

 

 

 

 

 

                          기도

 

 

 

 

                               나무는 종교가 없는데도 늘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여러 종교를 믿어보았지만

                               단 한 번도 기도다운 기도를 드린 적이 없다

                               풀잎은 풀잎인 채로, 구름은 구름인 채로,

                               바람은 바람인 채로 이미 자신이 되어 있는데

                               기도도 없이 기도가 되어 있는데

 

                               사람인 나는 내가 아득하다

                               가도가도 닿을 수 없는 타향살이다

 

                               제자리 걸음으로 천만 리를 가는 별이여

                               떠난 적도 없이 끝없이 떠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바위여

 

                               누가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지를 자기 자신이라고 했던가

                               명소란 명소는 다 돌아다녀 봤지만

                               흔들리는 꽃 한 송이 앞에도 당도한 적이 없는 여행자

                               하여, 나는 다시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이 부끄러움이나마 잊지 않고 살게 해달라고

 

                               이 생에 철들긴 일찌감치 글러 먹었으니

                               애써 철들지 않는 자의 아픔이나마 잊지 않게 해 달라고  (P.146 )

 

 

                                 # 손택수

 

 

 

 

                                                    -신현림 엮음 <시가 너처럼 좋아졌어>-에서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의 저자 신현림 시인이 여전히 방황하는 세상의 모든 어른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 90편을 모았다. 이제는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 ‘왕언니’ 신현림 시인. 그녀는 자신 역시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아프고 상처받고, 휘청거렸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을 어루만지며 그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준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한 편의 시’. 때로는 짧고 강렬한 통찰을, 때로는 눈물을 뚝 그치게 만드는 따스하고 묵직한 위로를 건네준 시였다. 이 책에는 삽포, 도연명, 바이런, 로제티에서 백석, 남진우, 황병승, 오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교감할 수 있는 시와 현대인의 마음을 투영한 시가 고루 어우러져 있어 시대를 초월한 공감을 느낄 수 있다. 책 속에 담긴 시들은 인생의 무게에 지친 어른아이들에게, 길을 안내해 주며 듬직한 어른으로서의 모습과 원래 맑은 마음을 지녔던 아이로서의 순수함 역시 되찾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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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11 16:49   좋아요 0 | URL
사람도 언제나 사람인 채 이 땅에서 살며
서로 아끼고 사랑하도록
고운 숨결이리라 생각해요.

appletreeje 2014-01-13 15:53   좋아요 0 | URL
그렇겠지요.^^
그런데 저도 종종 철들지 않는 자인 듯 싶어서
가끔 아니 자주..아프기도 합니다.ㅎ,

2014-01-11 17: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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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3 15: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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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1 18: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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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3 15: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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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1-12 15:15   좋아요 0 | URL
아, 이 책도 검색 들어갔어요. 90편이 맞는지 일일이 세어보니 90편 맞네요.(눈알 빠지는 줄 알았어요 ㅋㅋ) 외국시, 한국시를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이 섞어 놓았는데 편집에서 어떤 기준을 정해놓고 있는지는 책을 들춰보지 않고는 모르겠지만, 기준도 맥락도 없는 마구잡이식 편집이길 바라는 마음도 있어요. 그래야 제 입맛에 맞을 것 같아서요.ㅎㅎ(진심어린 웃음)

appletreeje 2014-01-13 16:02   좋아요 0 | URL
아이그~뭐 일일이 세어 보셨어욧,ㅋㅋ
시인과 편집자가 1년 동안 시들을 모아서 낸 시집이라 하니
분명..어떤 기준이 있을 듯도 한데, 저 역시 뭔 기준인 줄은 모르겠어용.ㅎㅎㅎ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 역시, 컨디션님께 보내 드릴테니~함 들춰보세요~ㅋㅋㅋ
입맛에 맞으신지 아닌지~*^^*

비로그인 2014-01-14 21:42   좋아요 0 | URL
소인 견디셔 대령했습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조만간 거처를 옮기고 은신처를 마련하고 배편을 알아봐서 하루 빨리 국외로 탈출을 시도해야 할 위기에 봉착해 있사옵니다. 마마님 책꾸러미 선물이 제게 미치는 영향이야 응당 달콤함 그 자체이긴 하오나, 멀리 갈 것도 없이 비근한 예를 갖춰 이르자면, 돼지 목에 진주가 되는 비극을 소인에게 매일 맛보게 하시거나 몰염치에 대한 대가를 치르라는 뜻이 아니라면 부디 그 서책을 잘 보존하시어 더 귀한 자리에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appletreeje 2014-01-15 09:44   좋아요 0 | URL
뜻 받잡겠사옵니다~
함께 읽고 싶은 마음이 앞서, 미처 컨디션마마님의 의중을
넓게 헤아리지 못한 소인의 경망을 용서하여주시옵소서~ㅎㅎ
그런데 안쓰던 버전으로 여쭙자니 무척 어색불평하옵나이당~
마마님! 다시 평소대로 합시다욧~ㅋㅋㅋ

컨디션님! 오늘도 즐겁고 좋은 날 되세요~*^^*ㅎㅎ

2014-01-13 16: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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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3 17: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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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3 19: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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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4 10: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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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4-01-15 20:44   좋아요 0 | URL
나무늘보님의 시를 읽으니 고교시절이 떠올랐어요. 그때는 푸른 하늘과 산들바람만으로도 그렇게 행복하고 기분이 좋을수가 없었는데...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시네요.

모든것이 기쁘고... 아름답고...
그때의 그 감정을 다시 떠오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appletreeje 2014-01-16 08:47   좋아요 0 | URL
보슬비님의 댓글을 읽으니 인생에서 그렇게 아무런 조건없이
'살아있는 내가 나여서 기쁜' 그런 청량한 시간이 있었네요~

보슬비님 덕분에 저도, 그때의 감정을 다시 떠오르게 해주셔서
넘 감사드려요~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안부

 

 

 

 

                               잘 지냅니다

                               바위는 아직 잠을 자고

                               산골 물도 그대로 흐릅니다

                               새들도 몰려와

                               온 골짜기를 뒤집어

                               하늘 높이 흩어져서

                               구름 속으로 박힙니다

                               바람이 다녀가는지

                               나뭇잎은 말없이

                               손을 흔듭니다

                               버리고 가신

                               산도 잘 있습니다  (P.17 )

 

 

 

 

 

 

                          뼈아픈 소리

 

 

 

 

                                 시골에 산다지만

                                 농부가 아닌데

                                 땅을 알겠는가

                                 하늘을 알겠는가

 

                                 한양 시인들에게

                                 詩를 보이면

                                 고개만 끄덕끄덕

                                 소주나 마시다가

 

                                 아내를 향하여-

                                 김치 맛이 일품이라

                                 잘 먹고 간다는

                                 그런 소리뿐이다  (P.18 )

 

 

 

 

 

                              윤회

 

 

 

 

                                   천둥에 부서진 구름

                                   빗물 되어 눈물 되어

                                   풀잎 아래 숨었다가

                                   천둥소리 새소리 함께 녹아

                                   산골짜기 타고 내리며 이름 부르면

                                   귀가 열리는 오리나무 진달래

                                   지난해 제 모습 기억해내곤

                                   꽃눈을 뜬다

                                   잎눈을 뜬다  (P.30 )

 

 

 

 

 

                             목어木魚

 

 

 

 

                                    누가 그리 하였는지

                                    마구 잘린 나뭇가지

 

                                    집으로 데불고 온 뒤에도

                                    아직 살아 물이 흐른다

 

                                    마음을 가다듬어

                                    물고기 한 마리 만들었다

 

                                    눈, 입 그려 넣고

                                    비늘 새겼더니

 

                                    손가락 마디에서

                                    비린내가 난다  (P.31 )

 

 

 

 

 

 

                              밥

 

 

 

 

                                    할머니는 평생

                                    밥 밖에 몰랐다

                                    아가 밥 먹어라-

                                    밥 먹다가

                                    동냥치 밥 주고

                                    설거지 끝나면

                                    개 밥 주고

                                    벽시계 밥 먹이고

                                    성냥골로 귓밥 파다가

                                    감나무에 남은

                                    까치밥 쳐다보다가

                                    대처로 나간

                                    큰 아들 생각한다

                                    (밥이나 먹었는지...)  (P.74 )

 

 

 

 

 

                                                        -양동식 詩集, <뼈아픈 소리>-에서

 

 

 

 

 

 

 

 

 

 

 

전통적 서정을 다양하게 개척한 양동식 시인의 간결한 시 언어
고단한 삶과 닫힌 마음, 지친 영혼을 다독이는 푸른 서정시


저자 양동식은 전통적 서정의 시세계를 다양하게 실험적으로 개척해 온 시인이다. 그의 시가 특징적으로 삼고 있는 전아(典雅)함과 단아함은 기품 있는 언어로 구사되어 그대로 드러난다. 그의 짧은 시어에 무어라 감상을 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저 스며들도록 마음으로 읽고 영혼에 울리는 긴 여운을 그대로 깊이 느낀다. 삶의 단상을 담담한 어조로 그려내고 발표한 작품 중 66편을 골라 시인의 나이 일흔에 ‘뼈아픈 소리’로 평생의 시 작품을, 그리고 인생을 담아냈다.

병원을 개업한 날부터 나는 줄곧 입원해 있다. 언제 퇴원할 지 아무도 모른다. 가끔 세상 소식을 싸가지고 와서 커피잔에 가득 위로의 말을 따라주는 다방아가씨 말고는 문병 오는 사람도 없다.……아내는 나더러 다른 환자들처럼 술 담배를 끊으라고 윽박지르지만 선천적인 무슨 결핍증인지 그것도 되질 않는다. 날이 밝으면 온갖 환자들의 모든 病을 함께 앓으면서 내 병은 더 더치고 밤이면 또 잠을 이루지 못해 겨울 긴긴 밤 담배연기로 기다란 내장을 그슬리면서 아픈 곳마다 알콜 소독을 하면서 뾰족한 처방도 없이 퇴원 날짜만 손꼽아 기다린다.
- 서문 중에서

산을 버리고 간 이들,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거부하고 떠나간 이들, 세속적인 명리와 물질적 풍요를 찾아간 이들에게 시인은 ‘마른 꽃잎’ 하나 건넨다.
저자의 평생의 실험적 행보로 자신의 시적 진로를 모색하고 발표한 시어들 중에서 66편을 모았다.
1부 ‘안부’, 2부 ‘나는 시를 밴다’, 3부 ‘바람 불면’의 3부로 나누어 저자의 다양한 시성의 세계를 만난다.

 



   마른 꽃잎으로
   베갯속 넣었더니
   기러기 한 마리
   머리맡에 기댄다
   -1부 중 「들국화」

   하늘은
   넓고 넓어서
   한 눈에
   다 볼 수 없다
   -2부 중 「하늘」

   섬돌 밑
   작은 방 빌어
   이슬에 씻은 악기
   줄 한 번 더 고르고
   ……
   영겁에 전할 가락으로
   세속의
   내 귀 뚫어주는가
   -3부 중 「귀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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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11 16:48   좋아요 0 | URL
흙을 알면서 시를 노래하고,
시를 노래하면서 사랑을 알고,
사랑을 알면서 삶을 노래하는
하루 아름답게 흐르리라 느껴요.

appletreeje 2014-01-13 16:06   좋아요 0 | URL
예~시인께서도 그런 분 일 듯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살았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구요~*^^*

2014-01-11 18: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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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3 16: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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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1-12 15:07   좋아요 0 | URL
출판사 이름이 참 예쁘네요. '시와'

평소엔 그냥 트리제님 올린 시들만 읽고 가는 편인데 오늘은 '도서검색'까지 하는 성실함(?)을 보이며 목차까지 살펴보고 나왔어요. 양동석 시인의 시는 제목이 모두 짧네요. 한글자 아니면 두 글자가 제일 많고, 길어야 일곱글자? 맨 앞에 소개하신 <안부>는 도종환의 <산경>과는 분명 다르지만 왠지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지구요.

appletreeje 2014-01-13 16:35   좋아요 0 | URL
역시! 컨디션님께서는 '섬세한' 분이십니다~
시와,라는 출판사 이름은
'시와 더불어(with)' '시와 누워(lie)' 시여 오라(come)'의 의미라네요~

예~ 시 제목들도, 시들도, 시집의 판형도 다 짧습니다.^^
보통의 시집들(가령, 문지의 경우 206*128mm) 정도인데, 이 시집은
190*123mm로 아주 작고 얇아서 손에 들어오는 느낌이 詩들만큼, 좋아요~
시인의 <나비>는 우리나라 시집 발간 사상 가장 작은 시집으로 기록되고
있다 하네요.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본래 좋아하시는 분인가 봅니다..^^

컨디션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군요~
'안부'와 '산경'의 분위기가요. 덕분에 <해인으로 가는 길>을 꺼내 다시
'산경'을 비롯한 시들을 읽는 그런 오후가 될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컨디션님!^^
평온하고 좋은 오후 되세요~*^^*

2014-01-13 16: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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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3 17: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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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3 19: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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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4 10: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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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02-12 02:05   좋아요 0 | URL
이상하네요 안부를 읽으니 눈물이 나네요 에잇 도망갑니다

appletreeje 2014-02-13 10:33   좋아요 0 | URL
오..하늘바람님!!^^
저도 왠지 그렇네요 에잇 도망가지마세요...
조금만 더 계시다가세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