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일 핑계로..늦은 저녁에 무엇인가 제일 손쉽게 식구들에게 먹일 음식을 찾아 서둘러

사왔다. 가뜬하게 포장된 것들을 손에 들고 건널목을 건너려는 순간, 예의 그 분을

또 보곤 말았다. 일년내내...그 옛날 신던 무거운 가죽등산화를 예외없이 신고, 빠삐용,의 드가가

걸쳤던 그런 안경을 쓰고 잘 안보이는 시력으로 커다란 마대자루의 가느다라한 실같은, 나이롱

끄나풀로 입구주둥이를 조아 매려...천천히..아주..천천히, 하염없이 가는 나이롱끈을 자꾸자꾸

매려는 모습을. 이 분의 모습을 뵌 것은, 아마 내가 이 지역으로 이동을 해온 근 이년 간...꼭 그렇게

나태하고 게으르고 편하게 종종걸음을 칠 때마다, 만났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의 엉망진창으로 살아가는 꼴을 새삼스럽지도 않게 만나면서도...간첩처럼,

누구도 주시하지 않지만 스스로 움추리며 가슴을 속으로 탕탕, 쳤.다.

나는, 왜 이 모양으로 함부로 사는가, 이러면 정말 안되는 것 아닌가.

그 분이 누구인지, 어떤 일생과 어떤 사연이 있어 지금..작디 작은 손수레에 일년내내, 밤이고 

낮이고...절뚝거리며 폐지를 그것도 잘 모르는 내 눈에도, 얼마되지 않을 돈을 벌기 위해 저렇게 애를 쓰며, 최선을 다해 사시는가에 대해 언제나, 삶의 경종과 더불어 늘 부끄러움과 경의를 만난다.

내게 주어진 삶과 환경에, 그다지 큰 감사나 최선도 다하지 않으면서...늘..징징거리고, 개똥만도

못한 나의 허접하고 치사한 감상에 젖은 자기변명만 일삼고 사는 내가 부끄러워 오늘도 쩔쩔 매다,

파란불이 켜진 건널목을.. 겉으로는 아무렇지는 않으나 속으로는 허둥지둥, 비틀비틀 건너왔다.

여보셔, 000씨 이젠 좀 정신 좀 잘 차리고 사람답게 삽시다요. 나, 000씨, 

뭐 맡은 일감이라고 오늘밤도 손꾸락을 다다닥, 밤새껏 두드린다고 뭐 달라지겠소..ㅠㅠ

그래도, 이젠 엔간하면...좀 사람답게 스스로 부끄럽고 미안하지 않게 제대로 잘 삽시다. 제발,

 

나의 드가 아저씨, 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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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1 01: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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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1 02: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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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1 17: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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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3 10: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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