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2일, 일본에서 중의원(衆議院)선거가 있었다.
지난 8월8일 참의원(參議院)에서 우정민영화(郵政民營化)법안(法案)이 부결(否決)된 사실에 따라 고이즈미 수상이 반 강제적으로 중의원을 해산시켰던 것이다.
"정말로 「개혁(=우정민영화)」이 필요없겠는가, 일본 국민의 신판을 받겠다". "이번 선거에 이기지 못하면 나는 퇴진하겠다". 고이즈미의 각오는 대단했다.

한국의 많은 분도 알고 있을 것이지만, 결과는 여당 자민당의 역사적인 압승이었다.
중의원 총수 480의석중 자민당이 과반수를 훨씬 넘는 296의석. 연합여당인 공명다의 31의석을 합하면 327의석. 즉 중의원의 3분의 2를 얻은 것이다.
이 숫자는 매우 중대한 뜻을 가진다.
일본 헌법엔 "만일 참의원(參議院)이 법안을 부결하도 중의원의 3분의 2가 참성하면 그 법안은 성립한다"라고 되어 있다.

사실, 나도 이번 선거는 여당 자민당+공명당 연합이 승리할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압도적으로 승리한다고는 상상못했다.
왜 고이즈미는 압도적으로 승리했던가?
여러 보도에서도 언급은 하고 있다.
「고이즈미는 논쟁점을 우정민영화 하나에 집중시켰다 = 국민이 이해하기 쉬웠다」
「야당 제1당인 민주당의 주장은 옛날의 자민당의 주장이나 다름이 없다 = 좋은 말만 하면서도 실현성이 없다」
그것 뿐인가?
좀 생각해봤다.

이번 선거는 뭔가 일본의 특징적인 국민성이 나타난 것이 아닌가, 라고 난 생각한다.
"특징적인 국민성", 그건 권력자에 대한 맹목적인 동경심이라고나 할까.

일본엔 수십년간, 그리고 지금도 인기가 높은 2가지 역사 드라마가 있다.
「미토 코-몽(水戶黃門)」
「아바렝보- 장군(暴렝坊將軍)」

미토 코-몽은, 역사적인 인물 토크가와 미즈크니를 모티프(데포르메?)로 한 드라마.
이 미츠크니는 장군.토크가와 이에야스의 손자가 되는 사람이다.
드라마의 기본 내용은 대권력자인 미츠크니가 자신의 신분을 숨겨 일본 방방곡곡에 가서 악질한 지방 관료를 일반 서민을 대신하여 처벌한다는 그 뿐.
일반 서민을 대신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매번 마찬가지 내용이면서도 약 40년 가까운 세월, 배우를 여러번 교체시키면서 계속하여 왔다.
현실은 이 미츠크니가 일본 방방곡곡에 간 사실(史實)은 없고, 물론 서민을 대신해서 악질 관료를 처벌한 사실도 없다.

「아바렝보- 장군(暴렝坊將軍)」은 제8대 장군, 토크가와 요시므네가 주인공.
이 드라마도 장군인 요시므네가 자신의 신분을 숨겨 관료(자신의 부하)의 악행을 조사한 후 처벌한다.  물론 서민을 대신해서. 이것도 역시 그런 사실(史實)은 없다.

일본인의, 권력자에 대한 맹목적인 동경심, 절대적인 권력자가 자기들의 편에 있기를 소극적으로 바라는 마음, 이것들은 오랜 역사를 통한 천황=오카미(권력자에 대한 총합적인 존칭?)에 대한 종교적인 동경심이 바탕에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일본인의 절대 권력자에 대한 복종성이 20세기 전반기의 일본을 이끌었다, 적어도 그런 면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일본인이 그런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는 하지는 않지만, 요새 고이즈미를 16세기 일본의 혁명가, 일본인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역사적 인물 오다 노브나가와 비교하는 보도를 많이 볼 수있다. 이것은 과연 뭣을 의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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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아 2005-09-13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경화에 대한 염려와 견재세력 없는 집권여당의 힘의 폭주가 앞으로의 일본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걱정이 좀 되네요. 친페이님 오랫만에 글을 올려주셔서 정말 반갑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지요. 물론 선화와 명섭이, 그리고 사모님도 잘 계시겠지요?

2005-09-13 0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짱구아빠 2005-09-13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페이님 반갑습니다. 고이즈미의 정치 도박이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한국 언론에서도 연일 크게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의 승리로 일본이 좀더 우경화되고,평화헌법을 개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하는 견해와 이제 고이즈미가 극우세력의 지원을 받지 않고도 자기 맘대로 할 수 잇는 안정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거라는 견해가 맞서더군요.. 제 좁은 소견으로는 그동안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라든지 신사참배 등에서 드러난 고이즈미의 역사의식으로 보아 주변 국가들과의 충돌이 더욱 잦아질 것 같은데....

BRINY 2005-09-13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이나 한국이나 스스로 민주시민사회를 쟁취해서 얻은 게 아니라 그런 거 같습니다. 민주주의가 뭔지. 민주시민이 뭔지 아직 개념이 없는 거 같습니다.

물만두 2005-09-13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글은 글이고, 친페이님 너무 반가워요^^ 방명록에 글 남길려다 바쁘신가해서... 아니 사실은 까먹어서... 그랬는데 님 글보니 너무 반갑네요^^

숨은아이 2005-09-13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가워요. 드라마 말씀하시니까, "암행어사 박문수"가 생각나네요. ^^ 한국 TV에서 몇 차례 만들어진 드라마인데, 박문수가 임금의 명령을 받고 신분을 숨긴 채 지방을 돌아다니며 탐관오리들을 혼내는 내용이죠. 암행어사는 실재했던 관직이고 박문수도 실존 인물이지만, 극은 극일 뿐...

ChinPei 2005-09-1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詩我一合雲貧賢 님 > 안녕하세요. 저도 일본이 우경화돼 가고 있다는 걸 느껴요. 특히 자위대를 개변하여 "자위군"으로 하겠다는 논은 이제 일본 국내에선 터부(taboo)가 아니다는, 그런 분위기에요.
chika 님 > 바쁘긴 바쁜데 난 원래 변덕스러운 성격이어서...
짱구아빠님 > 헌법은 멀지 않는 시기 개변되리라고 생각해요. 특히 9조. "전쟁포기"는 그냥 남아도 "군"창립은 틀림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일본 전체적으로 그런 분위기속에 있다고 느껴요. 고이즈미란 사람, 정말로 정치활동에 자신의 생명을 바치고 있다, 그런 분위기가 있어요. "정치활동중에 암살자에 인해서 죽음을 당하도 후해는 없다"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지않아요. 이런 정치가를 일본에선 오랫동안 보지 못했지요. 그래서 지금 일본전체적으로 고이즈미에 "술취고 있다"고 난 생각해요.

ChinPei 2005-09-1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 님 > 일본이란 나라는 매우 "사회전체주의"가 강한 나라입니다. 혹시... 고이즈미가 "오늘부터 우리 나라는 공산주의사회가 되겠다"라고 말하면 따라 가는 것이 아닐까? ... 물론 농담.
물만두님 > 저도요. 바쁘다, 바쁘다고 게으름 피우고 있었어요. ^ㅇ^
숨은아이님 > 일본에서 결정적으로 다른 건 "절대적인 권력자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점이지요.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