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본드 36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년 반 전 여름. 책이 어느 순간에 집을 삼켜 버릴 정도의 수준이 된 적이 있었다. 책장이 3개나 있지만 1개당 50권 정도는 꼽을 수 있는 데 거기도 꽉 차고, 바닥에는 세로로 위태롭게 쌓여져 있는 책들. 왠지 책에 포위된 이 느낌. 탈출하고 싶었다.

한적한 토요일 오후, 너무 오래된 책들과 철이 지난 법 관련 서적들은 집 앞 고물상에 버리고 그 돈으로 담배를 사려는 창조 경제를 구상하였다.

고물상은 집에서 5분 거리다. 아침 출근할 때마다 이미 철문은 활짝 열려있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수레를 들고 출발 준비를 하고 계신다. 희끗희끗한 머리를 올백하고 꽁지 머리, 위에는 허름한 티셔츠와 조끼차림. 바지는 군복. 수염이 더부룩한 분이 항상 철문 앞에 나와 여기를 지나칠 때면 청소를 하고 계신다. 그리고 뭐라 뭐라 써 있는 영문 티와 청바지를 입고 스포츠 머리로 여기 저기 뒤에서 뛰어다니며 세수대야로 물을 뿌리고 있는 청년도 한 명 있었다. 이 두 분이 여기 고물상의 주인들 인 것 같았다. 여기 사장님은 인자하신 듯, 항상 할머니, 할아버지께 손수 커피를 타 주시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고물상에 가서 인사를 하고 수레를 하나 빌린 후 책들을 실어 갔다. 한 무더기의 책을 가지고 가는 나를 반갑게 맞이 해 주시는 두 분.

책들을 저울대에 쌓으며 법학 관련 책이 많이 나오는 걸, 꽁지 머리의 사장님은 유심히 보시는 듯 했다. 책을 모두 계산한 금액, 몇 천원을 손에 쥐고 담배를 사려고 급하게 가려는 나에게 사장님은 주저 하듯이 말을 꺼내셨다.

 

저 혹시 법 공부를 하시나요?”

? , 그냥 준비하는 시험이 있어서요.”

나의 답변에 무슨 확신이 서시는 지. 사장님은 사무실로 나를 초대했다.

 

저기 책 팔러 오신 분에게 죄송하지만 조금 말씀 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죠.”

사장님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여기서 일하는 스포츠 머리의 청년은 올해 25. 지체 장애인 3급이라고 했다. 몇 달 전 수레를 끌고 다니며 파지를 모아 오길래. 젊은 청년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관심을 가지고 지켜 봤다고 한다.

이 청년은 부모님과 함께 살지만, 어머니는 생수 공장을 다니시다 몇 년 전 중풍으로 쓰러져서 누워 계시고, 아버지는 허리 디스크가 도져서 병원도 못 다니시고 집에만 계시기에 자신이라도 돈을 벌려고 파지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주변에서 매미의 시끄러운 소리와 사무실에서 들려오는 교통방송. 찌는 듯한 더위. 그 속의 청년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더 덥고 숨이 막혔다.

사장님은 그럼 왜 직장 같은 데나 공장으로 취직을 하지 파지를 모으냐고 물어 보았다. 파지 줍는 일은 정말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청년은 어머니가 쓰러지셨을 당시 벼룩시장 같은 걸 보고 돈을 많이 준다는 말에 인천까지 일을 하러 갔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가 지체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1년 동안 일을 시켜 준다는 명목 아래 그를 컨테이너 박스 같은 곳에 가두고 일을 시키며 집에 보내지 않았다.

집에 가고 싶어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망을 가 보았지만 얼마 가지도 못 해 다시 잡히고 또 잡히면 심하게 구타를 당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치 만화처럼 아침에 컨테이너 박스에서 일어나니 문도 열려있고 자신을 감시하던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런 기회를 놓치면 탈출을 못한다는 생각에 그곳을 달리고 달려 탈출했다고 한다. 전철역에서 집에 가고 싶지만 돈이 없어, 역에 오시는 분들께 사정을 말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결국에 역의 직원에게 사정을 말하고 집에 다가 연락을 해 무사히 집으로 올 수 있었다.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낸 후, 경찰에 신고를 하고 보내던 그에게 법원에서 하나 둘 우편이 오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3천 만원 정도의 빚을 갚으라는 것이었다.

아니, 내가 여기까지 듣고. 기가 막히더라고, 지체장애인들 데려다가 노예처럼 일 시킨다는 건 들어 봤는데 직접 들으니 어이가 없어 가지고 말이야. 내가 그래서 정운이(그 청년)에게 집에 있는 통지서들 가지고 와 보라고 했어. 근데 봤더니 핸드폰 요금이 300만원 넘는 것도 있고, 그게 한 두 개가 아니더라고. 게다가 내용들이 무슨 사기 같은 것을 했다고 법원에서 벌금을 내라고 천 만원 정도 통지서가 나왔어. 빚이 그리 많으니 핸드폰 하나 개통도 못하니, 어디 직장에 취직이나 할 수가 있나. 게다가 본인도 그럴 엄두도 못 내고 말이야.”

사장님은 파지로 돈을 벌 수는 없으니 자신의 일을 도와주며 월급을 받으라고 권유했고, 그 때부터 정운이는 이 곳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중학교 밖에 못 나와서 말이야. 이거 뭘 도와주고 싶은 데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아까 학생이 책을 버리는 데 법 관련 책들이 많이 나오더라고. 우리한테 사실 직접 버리러 오는 사람들은 없거든. 다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이 가지고 오시지. 그래서 아 글쎄, 학생이 책을 버리는 데 막 감이 오더라고. 이 사람은 뭘 알겠지 하고 말이야.”

그러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을 향해

정운아! 정운아! 이리와 봐! 얼른 얼른 그거 나중에 하고!”

뭐냐. 이 주체 못하는 운명적 파도의 흐름.

정운이는 땀에 흠뻑 젖은 채 목에 걸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들어왔다.

사장님은 아빠 미소를 지으시며

인사 드려. 이 분이 법 전공하신 데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30분 가량 앉아 있었는데 어느 새 법 전공 학자가 되어 이 곳 사무실에 존재했다.

토요일 담뱃값 벌려고 책 팔러 왔는데 법학 전공 학자가 되어버린 청년의 기구한 사연을 그대들은 들어 보셨는가.

무대는 갖춰졌고 난 그 역할을 멋지게 해 내야 했다.

마치 법 공부 몇 년 한 사람처럼 일어서서 정운이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정운이는 손을 수건을 닦은 채 고개를 푹 숙이며 인사를 했다. 고개를 숙이는 그의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등에서 하늘을 향해 솟아 오르는 땀의 열기를 보며, 그가 얼마나 고단하고 열심히 삶을 살아가는 줄 알 수 있었다. 루쉰 선생은 서점에 자신의 책을 사러 온 노동자가 준 돈을 두 손에 받고 그 무게가 돈의 무게가 아닌 이름 모를 생명의 무게처럼 느꼈다고 쓴 구절이 있었다.

 

여기서 물러서면 우리 셋 다 피 본다. 왠지 몰라도 아는 척 해야 할 것 같고,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저 눈들을 향해 외쳐줘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이 들었다.

머리에선

깨끗하게 돌아서라. 모른다고 해라. 여기서 더 들어가면 큰일이다.’

입에선

사장님, 제가 지금은 경황이 없이 와서요. 모레 다시 한번 찾아올 테니 정운씨에게 온 통지서 좀 가져다 주시겠어요. 한번 저도 살펴봐야 될 것 같아요.”

망했다. 망했어. 육체와 정신이 따로 노는 나란 남자. 멋진 남자.

사장님은 자신의 예견이 맞았다는 듯이.

, 그래. 그래. 학생도 봐야 더 자세하게 알 수가 있겠지? 내가 준비해 놓을께.”

환하게 웃으시며 커피 한잔을 더 타 주셨다.

밖으로 나와 사장님과 담배를 피며 옆에서 서 있는 정운이를 천천히 보았다. 정운이는 담배를 피며 하염없이 바닥을 보고 있었다. 날씨가 더운 탓인지 쑥스러운 탓인지는 몰라도 나를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정운아 우린 소개팅 하는 게 아니란다. 너가 나에게 부끄럼을 탈 필요가 없어.

난 가슴 큰 여자가 좋아.

집으로 돌아온 나는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머리를 감싸 쥐었다. 고뇌, 고뇌의 폭풍우였다. 어떻게! 어떻게! 도울 수 있단 말인가? 뭘 알아야 돕지. 나도 법 모르는 데 어쩌냐!

인간의 정지된 뇌와 다르게 자연은 규칙적으로 움직였고, 하루, 이틀이 지나갔다.

저녁에 찾아가야 하는 고물상을 앞에다 두고 심각한 고민에 휩싸였다. 이대로 튀어야 하나? 아님 사실대로 말하고 변호사에게 찾아가 보시라고 할까?

변명을 뭐라고 해야 하나 그러나 그들의 기대에 찬 그 눈빛들이 생각났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교내 법학과 교수님 사무실을 찾아갔다.

교수님 사무실 앞에 있는 철문이 어찌나 무거워 보이던지 두드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옥에 빠진 그들과 나를 구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나는 문을 두드렸고, 그 안에는 한 분의 노신사가 앉아 계셨다.

읽으셨던 책을 덮으시고 의아한 듯이 나를 쳐다보시는 교수님께 인사를 드렸다.

학점 때문인가?”

교수님은 차분한 표정으로 양 손에 깎지를 끼고 책상에 팔꿈치를 올리시며 말했다.

고물상 때문입니다.”

더운 날씨, 날카로운 인상의 교수님, 연구실이라는 막힌 환경.

난 그곳에서 뇌세포가 뒤엉켜 버렸나 보다.

고물상? 신의칙 판례에 나온 거 말인가?”

이건 뭔 소리냐?

교수님의 진지한 대답에 난 더 당황하고 무슨 대화인 지 모르는 혼란감속에 자아가 붕괴되는 줄 알았다.

뽑아간 음료수를 책상 앞에 올려 놓으며 난 땀을 폭포수와 같이 흘리며 내가 겪고 있던 일들을 얘기해 드렸다.

교수님은 허허 웃으시며.

, 직원이셨군요. 저도 학생 같지 않아 보이기에 좀 놀라기는 했었어요. 민사 소송이 걸린 듯 한데 저도 근거 자료가 없으니 뭐라 답변 드리기는 힘들고, 무료법률구조공단이라는 게 있습니다. 아마 O시에도 그 사무소가 있을 테니 거기를 꼭 찾아가 보세요. 전문가들이 있으니 무료로 그 부분들을 해결해 줄 겁니다.”

무료법률 구조공단! 내 귀에는 그 단어가 천국의 트럼펫처럼 울려 퍼졌다. 교수님에게 감사하다고 고개를 푹 숙이며 여러 번 인사를 드렸다.

결전의 날. 우리는 고물상의 철문을 닫고 고요한 사무실에 앉았다. 내 상반신만큼이나 쌓여 있는 통지서들을 살펴보며 하나 하나씩 체크해 갔다. 그런데 여러 번 독촉이 왔음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정운이가 참으로 이상했다. 대략적으론 이야기를 하는 데 세부적인 상황까지 물어보면 답변을 못하기 일쑤였다. 게다가 방금 말한 것과 지금 얘기한 것이 서로 부딪쳐서 말이 안 되는 것들도 있고, 말하던 나도 지칠 뻔 했다.

눈치를 보시던 사장님은 나를 데리고 나오셔서 얘기를 하셨다.

내가 지체장애는 뭔지 잘 몰랐었는데, 정운이 일 시키면서 어떤 건지 알았지. 쟤가 말을 표현을 잘 못하고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하면 이해를 못 하더라고. 아침에 세수대야에 물 뿌리는 거 가르쳐 주려고 세수대야 가지고 오라고 하면 주저 주저 하다가 아, 글쎄. 수레를 가져 오더라구. 그래서 나는 쟤가 나 가지고 장난치는 줄 알았다니까.”

사장님의 이야기는 정운이가 사람들보다 약간 떨어지는 의사소통 능력과 지능이 사람들 보다 못하다는 얘기였다. 그러니 얘기하다가 답답하면 정운이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니까 이해를 해 달라는 것이었다.

인내와 인내를 걸친 대화 속에서 결론은 정운이는 인천에서 그의 명의를 도용 당해 통장이 쇼핑몰 사기 계좌가 된 것인 것 같았다. 정운이를 가둔 그들은 물건을 보낸다고 하고 물건은 보내지 않은 채 돈만 정운이 통장으로 받은 채, 잠적을 한 것 같았다. 결국에 명의자는 정운이니까 당연히 그가 고소를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운이가 알고 그 사기를 도운 건지 그렇지 않은 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일단 사장님과 정운이에게 무료법률구조공단을 내가 아는 데로 설명하고 그곳을 같이 찾아가 보기로 했다.

토요일 오전, 무료법률구조공단을 방문했다. 허름한 건물 3층에 위치한 공단은 주변에 개인회생 개인파산이라는 커다란 글귀를 써놓은 법무사, 변호사 사무실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마치 불신지옥 예수천당이 한때 지하철을 지배했듯 이 세상은 개인회생 개인파산만이 지배한 듯 오로지 그 글귀들만 빨간 색으로 주변을 장식하고 있었다.

좁은 사무실에 사람들은 이미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번호표만 하염없이 보는 사람, 당신들은 뭐 땜에 왔느냐라며 노골적으로 불쾌한 눈빛으로 두리번거리는 사람. 차림새들은 모두 간단한 티셔츠나 세월 지난 셔츠 차림으로 폭풍이 지난 황량한 들판에 서 있는 앙상한 나뭇가지들처럼 그들은 앉아 있었다.

안내되어 간 칸막이 친 책상 앞에서 구조공단 직원과 대화를 나누었다. 바가지 머리의 30대 중반 정도의 남성이 정장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이미 눈은 반쯤 풀린 채로 쉬지도 않고 떠 들은 듯 혼이 나가 있는 표정이었다.

그 앞에 스포츠 머리의 정운이는 눈을 깐 채 앉아 있었고, 의자를 끌어와 양 옆에 수호신처럼 앉은 꽁지머리 군복바지 차림 사장님과 정장 차림의 올백머리의 나.

우리의 이름 모를 아우라에 직원도 약간 움찔 하시는 듯 보였다. 자초지종은 내가 설명하고, 사장님은 정운이를 그렇게 만든 무리들에 대한 감정적 격노를, 정은이는 진실입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셋이서 파트를 나누어 노래 부르는 걸그룹처럼 내가 나오면 둘이 쉬고, 사장님 나오면 둘이 쉬고, 걸스데이처럼 우리는 호흡을 맞췄다. 직원은 우리를 번갈아 보며 정말 진지한 자세로 들어 주었다. 우리가 말하는 거 집중 안 했다가는 자신에게 어떤 해를 입힐 지 모르는 공포감을 느꼈을 지 모르지만 그의 눈빛은 참으로 진지했다.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날아온 통지서들을 분석하며 그는 간간히 예리한 질문들을 하나씩 던졌다.

조사를 해 준 직원은 이미 정운이를 괴롭힌 주범은 3명인 데 그 중 2명은 판결을 받아 감옥에 있다고 얘기해 주었다. 그들은 정운이 뿐만 아니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그렇게 해 와서 고소를 당하고 사법적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다만 나머지 한 명이 잡힘으로 정운이의 소송에 대한 해결이 된다고 해 주었다. 대신 지금 빚 진 것들이 핵심인데 나머지 한 명이 잡혀 법원에서 정운이의 무고함이 밝혀질 것이고 그러므로 빚들은 소멸될 것이라 해 주며, 지금은 그런 상황들이 진행 중이라 정운이에게 통지서들이 어떤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 해 주었다. 다만 신용불량도 그 때 모두 해결될 것이기에 그 때까지 힘들어도 버티라고 하였다.

 

우리의 굳은 표정이 풀리는 것을 보고 환하게 웃는 직원의 그 미소가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 때 그의 뒤에서 어떤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내가 꿈꾸던 것도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에게 도움을 주며 돈을 버는 것. 그것이 내가 꿈꿔온 길이지 않는가? 바쁜 직장 생활 속에 노무사 공부를 한다고 하지만 의욕이 넘치지 않았던 나는 직원의 모습을 보며 저것이 진정한 실력자의 모습이라 감탄을 하였다.

셋이서 돌아오는 길에 사장님은 냉면을 사주셨고, 우리는 같이 먹으며 서로를 칭찬했다. 예전에는 잘 몰랐던 느낌이었다.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 근데 참 신기한 것은 그를 도와주며 나 역시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나도 복잡한 것들 것 누군가를 위해 노력하면 해 낼 수 있구나 하고 말이다. 내 안의 이런 용기가 있는가 하고 말이다. 아마 내 일이라면 이렇게 용기를 가지고 부딪치진 못 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법학과 교수님과 공단의 직원을 보며 내가 가고 싶은 길에 대해 욕심이 생겼다.

복잡한 일은 해결이 되어 마무리가 됐지만, 제대로 말도 못하는 정운이를 같이 무언가를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못하는 건 읽고 쓰는 능력이 퇴화되어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문득 스친 생각은 고물상 사무실 책꽂이 있던 만화책들이었다.

사장님은 그 책들은 팔기에는 아까워 남겨 놓았다고 하시는 데, 그 책들 중에는 배가본드전 권도 들어 있었다.

방랑자 배가본드

난 이노우에 타케히코가 미야모토 무사시를 그릴 때 그를 반대했었다. 1권부터 한 10권까지 읽다가 내가 알고 있는 요시카와 에이지의 무사시가 사라진 듯 해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나마 전권이 갖춰진 배가본드는 내 마음을 흔들었고, 독서를 끊은 지 오래인 나에게도 그리고 정운이에게도 부담 없는 만화가 좋다고 생각이 든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우리는 사장님의 배려 속에 조용한 사무실에서 배가본드를 읽었다. 타케히코의 문장을 소리 내어 읽으며 그냥 눈으로만 봤던 그의 책들이 참 많은 것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17년간 그리고 있는 미야모토 무사시. 그는 그 속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싶은 것이었을까?

배가본드는 어느 정도 읽을 무렵 정운이는 자신은 소설을 써 보고 싶다고 나에게 말을 했다. 무언가를 향해 전력으로 도전한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우리가 바랬던 바 아닌가!

난 며칠 뒤 노트와 필기구를 사서 정운이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가 글을 쓴다면 좋을 거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을 향해, 천하무적을 향해 달려가는 무사시를 보며 나 역시 몸을 단련하자 마음 먹고 직장 근처 수영장을 끊었다. 7 ~ 8시까지 수영을 하기 위해서는 5시반에는 집에서 나가야 했다. 수영장에 가서 기초 수영을 배우며 잠도 밀려오고 피곤한 마음에 하라는 수영은 되지가 않고 물 속으로 자꾸만 가라 앉는 나를 발견했다. 어느 날은 나무토막처럼 둥둥 떠 다니기도 했다.

그런 동안 사장님은 정운이가 일 하다가 잠깐 쉬는 시간이면 하늘을 보며 중얼거리며 노트에 열심히 뭘 적더라고 얘기해 주었다. 내심 기대가 되었던 나는 정운이에게 한, 두 달이 흐를 무렵 무얼 그리 적고 있냐고 물어 보았고. 정운이는 연애 소설을 쓰고 있다고 했다. 3부작으로 구성 중인 데 그 첫 번째 작품의 제목은!

네 건방진 입술을 뺏어봐!’

내용은 건방진 아가씨의 입술은 순수한 청년이 뺏어간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자신의 소설을 낭독하는 정운이에게 뭐라 대꾸할 말이 없어 조용히 듣기는 했는데 여자 대사를 할 때는 여자 목소리를 내는 정운이를 보며 감정 안 넣어도 이해하니 이상한 여자 목소리 내지 말라고 멱살을 잡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어찌됐든 말을 잘 못하는 것과 다르게 이야기도 논리적이고 잘 쓰는 정운이가 대단한 생각이 들어. 한번 연애 소설 사이트 같은 곳에 올려 보자고 했고, 우리는 글을 올린 후 그 반응이 기대가 되어 설레는 마음을 품은 채 며칠 기다리며 댓글을 기다리기로 했다. 며칠 뒤 사이트를 열어본 우리는 100여개의 댓글 수를 보며 이러다가 소설가로 책 출판 하는 거 아니냐며 자축을 하고, 댓글 내용을 보았는데.

똥구멍으로 글을 쓰냐

아주 지랄도 풍년이다.’

입술을 뺏는 게 왜 주제냐. 도대체 무슨 의도로 글을 쓴 거냐

엄청난 악플의 현장을 목격했고.

가장 나은 댓글은

그래도 쓰느라 고생했네요.’

댓글을 다 보며 우리는 말이 별로 없었고, 정운이는 고개만 하염없이 숙이고 있었다.

그 때 난 요시카와 에이지의 무사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정월, 모두 새해를 맞이해 분주하던 날. 무사시도 무사 수행 중 이었으나 가족이 그리워 자신의 이모가 보고 싶어졌다. 추운 밤 배가 고픈 무사시는 이모를 찾아 갔다. 늦음 밤에 찾아간 이모는 오랜만에 만난 무사시에게 소문에 너가 흉폭하다하며 곳간이라도 좋으니 재워달라는 무사시에게 차갑게 집에서 재워 줄 수는 없다며 먹던 떡 2개를 싸서 무사시에게 쥐어 주었다.

무사시는 그 얼은 떡을 먹으며 잠도 못 잔 채 거리를 나와 새벽에 강가에서 찬 물로 목욕을 하며 스스로 외쳤다.

난 여기서 정운이에게 말했다. 이 부분이 중요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곤경에 빠질 수 있지만 그걸 어떻게 받아 들이냐가 중요하다고 말이다.

무사시는 검으로 인생을 찾겠다는 자신이 잠시 사람의 정이 그리워 찾아가고 이런 대접을 받았다고 약해져 있다니 아직도 자신은 멀었다며 반성을 했다.

사무실 형광등 불빛 아래서 정운이를 향해 손을 펼치면 열변을 토하는 내 자신!

우리는 스스로를 단련해 보자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닌가? 댓글이 무어냐! 우리를 모르는 사람이지않는가. 무사시는 검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찾아갔다. 그렇다면 우리는 주위에서 뭐라 한다고 못났다고 금방 풀이 죽어 글 쓰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가! 그래! 똥구멍을 쓴다고 하면 똥구멍도 좋다. 써보자! 한번 써보자! 다 쓰자! 계속 써 보자!

사무실에서 큰 소리가 나자 뭔 일인가 달려온 양동이 든 사장님도, 멍하니 눈을 깔고 있던 정운이도 신들린 듯한 나의 목소리! 하늘을 향해 일직선으로 솟은 듯한 소나무와 같은 나의 팔 놀림. 게다가 난 내 말에 내가 취했다.

이름 모를 감동이 우리 세 명을 덮쳤고, 사장님은 또 말 없이 냉면을 시키셨다. 정운이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쓰기를 결의하고 말이다.

정운이와 <배가본드>를 읽으며 미야모토 무사시도 우리도 인간. 그가 걸었던 그런 집념의 길이 그리고 그런 열정이 우리 안에도 다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란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각자의 내면의 무사시가 있다. 그가 천하무적의 길을 걷든, 아니면 그런 것들을 아지랑이로 보든. 어떤 벽을 향해 전심전력으로 움직이고 모든 것을 다 연소시키고 싶은 그런 마음. 그걸 발견하고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내 안의 무사시의 싸움이지 않을까. 인생이라는 전쟁터에서 말이다.

무사시. 그것은 하나의 인격의 이름일 것이다. 그를 통해 내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우리 안에도 같은 무사시가 있기에 밖에 타케히코를 통해 보여진 무사기가 내 안의 무사시를 자극하는 것은 아닐까?

 

배가본드 20편의 작가의 말

인연이란 참으로 오묘한 것이다. 사람과의 인연 소설이나 만화와의 인연 한 편의 영화나 한 곡의 노래와의 인연 자신이 진심으로 원했을 때. 그것들은 마치 미리 알기라도 하듯 거기에 있다. 그런 것들이 나를 살려준다.

 

그러하다. 참으로 그러하다.

 

우리는 <배가본드>를 읽으며, 스스로의 나약함을 비웃었다. 그리고 이노우에 타케히코가 그리는 무사시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그의 집념에 감탄을 했다. <고백>이라는 타케히코가 미야모토 무사시를 휴재하는 동안 인터뷰한 글들이 출판된 것도 있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리얼’이란 만화는 그릴 것이 정해져 있고 생각할 필요가 없듯 그대로 그리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무사시는 다르다고 했다. 거기엔 소재도 없고 아무 것도 없다. 자신이 찾아야 하고, 자꾸 창작해 가야 한다고 했다.

 

그의 글을 읽으며 저 작가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날 우리는 <배가본드>의 한 주인공 마타하치의 어머니 혼이덴 할머니가 죽을 때 자신의 아들을 위한 유언을 할 때 글을 읽었다.

 

흔들리지 않고 외길을 걷는 모습은 아름답다.

하지만 보통 사람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 법.

헤매고...

실수하고...

멀리 돌아가기도 하지.

그래도 좋아.

뒤를 돌아보렴.

여기 부딪히고 저기 부딪히고 이리저리 헤맨 너의 길은...

분명 누구보다도 넓을 테니까.

지나온 길이 넓은 만큼 너는...누구보다도 다른  사람에게 너그러울 수 있는 게야.

나도...무사시도...되지 못한 인간이 될 수 있을게야.

 

마타하치..

이 세상에 강한 사람 같은 건 없단다.

강해지려고 발버둥치는 사람...

있는 건 오직 그 뿐이야.

약한 사람은 자기를 약하다고 하지 않지.

너는 이미 약한 자가 아니란다.

강해지려고 노력하는 자.

이미 그 첫걸음을 뗀 게야..

내가 뭐랬니?

너의 미래는 활짝 펼쳐질 거라 했지?

여덟 팔자 모양으로

지지마라. 마타하치. 지지마!

 

지지마라 마타하치 지지마를 읽는 데 정운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마치 자기에게 한 소리처럼 들렸다고 한다. 자신은 약하고 한 없이 나약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마타하치처럼 부모님께 칭찬 받기 위해 거짓말도 많이 하고 말이다. 나 역시도 똑같았다. 만만치 않은 허풍의 거성을 쌓았다.

 

우린 그 후 약하지만 지지 않으려고 노력해 갔다. 정운이는 작년 겨울, 고물상에서 일하며 다닌 장애인 센터에서 여자친구까지 사귀었다. 속으로 정운이는 연애능력은 나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을 했다.

 

정운인 열심히 글을 쓰고, 난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 중이다.

 

고물상 동지들은 나에게 엄청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1년 그랬듯이,

나아가자. 난 O시의 미야모토 무사시다!

지지마라! 루쉰p! 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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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7-17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무척 안타까워 아 이걸 어쩌지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나 전전긍긍했는데, 루쉰피님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그들 옆에 있어주었네요. 어렵고 고단한 삶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지만 아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루쉰피님.
지지말고 지치지도 말고, 공부 열심히 해서, 하고자 하던 일 꼭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루쉰피님.
응원합니다. 진심으로요!

루쉰P 2014-07-18 12:4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의 응원해 주시는 진심의 마음이 모니터를 뚫고 저에게 전달되네요. 너무 감사해요. ㅎ
그들 옆에 제가 있던 게 아니라, 그들이 제 옆에 있어주었어요. 그래서 의욕을 다시 가지게 되었죠. 어렵고 고단한 삶에도 유머는 있고, 즐거움은 있다고 믿어요. 물론 지금 사회 돌아가는 게 웃음을 찾기도 힘들고 사람 힘 빠지게 하는 것들의 연속이지만 주위 만큼은 제 책임 영역이라 생각해 뭔가 즐겁게 만들어 볼라구요. 허허허

지지말고 지치지도 말고! 음~~~너무 맘에 들어요!
다락방님도 이 여름 지지마세요. 전철에서 책도 많이 읽으시구요. ㅎ 전철도 잘 타면 시원할 때 많아요 ㅎ

노이에자이트 2014-07-20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료법률구조공단 같이 우리가 활용하면 도움이 되는 곳이 꽤 있죠.하지만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을 모르면 무용지물입니다.그런 곳에서 법률상담 해주는 사람들은 대단해요.대부분 법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상담하러 오고 그런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해주고 질문을 이끌어 낸다는 게 정말 힘들거든요.

아, 그리고 워낙 요시카와 에이지 것이 유명합니다만, 사바다 렌자부로가 쓴 미야모도 무사시도 잘되었다고 합니다.혹시 읽어보셨는지요?

루쉰P 2014-07-21 09:14   좋아요 0 | URL
무료법률구조공단은 대단하다고 생각들더라구요. 그치만 그 곳에 오신 사람들의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서 다시는 가고 싶지는 않은 곳이더라구요. ㅎ

사바다 렌자부로가 쓴 무사시도 있다고 들었는 데, 읽지는 않았어요. 요시카와 것이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말이죠. ㅎㅎㅎ
기회가 되면 한번 읽어 볼려구요. 무사시는 참 대단한 거 같아요. 계속 여러 작가들에 의해 재탄생을 하니 말이에요. 뭔가 사람들을 울리는 그런 것이 있나봐요.

배가본드의 무사시를 그린 타케히코는 무사시가 천하무적이라는 명분으로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해 자유롭지 못 할 것이다. 음 그러니까 어찌됐든 승부라 해도 살인이다. 그 죄책감으로 인하여 보통 사람과 같은 평범한 삶은 살기 어려울 것이다. 라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더라구요.

요시카와 에이지는 없던 새로운 시각이라 보면서 대단한 데 그런 생각이 들었죠. ㅎ노자님 무지 더워요. ㅎ 건강하셔야 됩니다. ㅎ

쉽싸리 2014-07-19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과 웃음, 활력, 진한 페이소스 이 모든 걸 가진 당신께 경배! ㅎㅎ

루쉰P 2014-07-21 09:16   좋아요 0 | URL
이거 부끄러워서 뭐라고 답을 해야 할 지, 여태 받은 칭찬 중 한 줄로 이렇게 과한 칭찬을 받기가 얼마만 인지 후후후
모니터보고 울 뻔 했어요. 푸하

잘 지내시고 계시죠? 오랜 시간 동안 돌아오지 못하고 방랑하고 다녔네요. ㅎㅎㅎ
이제는 정신 차리고 살려구요.

감은빛 2014-07-27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님 특유의 글을 아주 오랜만에 읽었네요!
무척 반가워요!
루쉰님의 용기가 대단하네요.
잘 알지도 못하는 법률 상담을 자처해 나서고,
잘 알지 못하는 이를 위해 글쓰기 공부도 함께 하고......

대단하세요!
애쓰신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루쉰P 2014-07-27 17:14   좋아요 0 | URL
저도 감은빛님의 댓글을 보니 왠지 고향에 돌아온 이 기분...

아니에요. 전 용기가 없어요. 제가 알기론 감은빛님이 저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며 그들을 도와주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전 뭐랄까 포위됐다고 할까요? 그 상황에서 도망칠 수 없었기에 한 발 나간 것 뿐이에요. 덕분에 더 많이 배웠죠. ^^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어떤 인간인 지 알게 되고 느끼는 것 같아요.

요즘 계속 공부하느라 도서관에 있어요. 지금도 도서관이에요. 하지만 한 달에 한 권은 책을 읽으려구요. 그래서 서평도 길어도 쓸라구요. 푸하
감은빛님만 읽어 주신다면 쓸 겁니다. ㅋㅋㅋ

꼬마요정 2014-07-27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식간에 읽어내렸습니다. 같이 분노하고 안타까워하고.. 마침내 일이 잘 해결될 것 같다는 부분에서는 저도 모르게 '다행이야'라고 외쳤지요. 루쉰님 멋지세요~ 무료법률공단에 계신 분들도 멋지세요~ 아.. 그래도 세상은 이렇게 살 만한 곳인가 봅니다. 저도 더 노력해야겠어요..

사실, 저는 돈이 아니라 사람을 상대로 하고 싶어서 수수료가 얼마 안 되어도, 동네 사람이니까, 혹은 세법을 잘 모르니까 싶어서 친절하게 이것 저것 해 주고 하는데요..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막말을 하면 저도 모르게 힘이 빠지거든요. 안 그런 사람들도 많은데 한 번씩 그런 사람들 만나면 참 힘이 드네요. 그래도 또 혹시 힘든 사람 도와주게 될 지도 모르니 힘을 내 봐야죠. 루쉰 님 글 읽고 힘 내서 갑니다.^^

루쉰P 2014-07-28 08:51   좋아요 0 | URL
멋지시다고 해 주시다니 갑자기 눈물이 ㅋ

꼬마요정님은 동네 분들에게 세법을 가르쳐 주시는 군요. 움직이는 무료법륭공단이네요. ㅎ
근데 그런 사람들은 있어요. 내가 선의를 베푸는 것에 대해 당연히 생각하는 사람들, 좀 뻔뻔하다고 할까요? 그런 사람들 보면 힘이 빠지는 게 당연하죠!!
대신 그런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시는 꼬마요정님이 상처 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전 그렇게 대놓고 많은 사람을 도와주지는 못하거든요.

사실 정운이도 옆에서 도와주기는 하지만 이 친구도 거짓말이 습관이 되어서 책을 안 읽었는 데 읽었다고 하거나, 경제적으로 많이 안 좋은 데도 불구하고 피시방을 가거나 하면서 저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많이 있어요. 처음에는 도와주려는 마음도 모르고 어떻게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사람을 속일 수 있지 하고 배신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까 그의 모습 속에 내가 있더군요. 저 역시 피시방도 많이 가고 공부해야 하는 데 그냥 시간 대충 보내고 말이죠. 마치 제가 정운이 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저 역시도 정운이가 하는 행동들을 똑같이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느꼈죠.
나 자신도 바뀌는 것이 참 힘든 데, 하물며 타인을 뭔가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꾼다는 것은 참 힘들구나,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그런 것이 아닌 내가 성장해야 정운이도 성장한다. 우리 같이 성장하자라는 쪽으로 마음을 잡았어요.
내가 정운이 쪽으로 잡아 먹히던 가, 아니면 내가 정운이를 잡아 먹는 가의 싸움이더라구요. ㅎ

꼬마요정님도 예의없고 그런 사람들에게 잡아 먹히지 마세요. 그 사람들은 그렇게 살면서 스스로의 삶을 무너뜨리잖아요. 그런 사람들 때문에 내가 동요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ㅎ 우리는 우리의 길을 걸으시자구요.
전 사람들이 예의없고 자기 입장만 내세운 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정말 좋은 사람은 만나기가 힘들어요. ㅋㅋㅋ
저를 봐도 그렇거든요. ㅋㅋㅋ

꼬마요정님이 사람을 상대로 해 주시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신다면 그 즐거움을 깨뜨리지 않도록 그런 저급한 3류의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마세요. ㅎ
저도 휘둘리지 않을거에요 ㅋ

아이리시스 2014-08-02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운이는 잘 지내고 있나요. 또 만나면 잘 지내라고 전해주세요. 응원한다고도. 예전에 우리동네 주민센터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요. 거기 되게 좋아요. 아마 그 분위기를 잘 알고 있어서 제가 물 좋고 산 좋은 군이나 읍 같은 동네에서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는 지도 몰라요. 물론 확실한 직업이 있어야겠죠. 통장 아주머니들이 대표로 주민센터 2층에서 행사 있으면 삼계죽, 떡, 과일 등 점심시간마다 막 돌리고 매일 잔치하듯 행사가 있기도 하고 그래요. 대학생때라 사무장님은 시킨 일만 대충 하고 딴짓하지 말고 영어공부 하라 잔소리하시고. 주민센터에서 제일 힘든 건 아마 상식 이하 민원손님일 겁니다. 근데 더 힘든 건 사회복지담당이에요. 부자동네라면 사정은 많이 다르겠지만 쌀, 라면, 지원금 거의 하루가 멀다하고 나가지만 아슬아슬하게 법적으로 대상이 안 돼서 사정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거의 나이 많으신 분이라 한분한분 붙잡고 설득하지만 말이 잘 통하지도 않죠. 그런데 복지사가 올려주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아도 법이 하는 일이니 냉정해야 하잖아요. 스트레스는 알지만 조금 더 친절하고 상냥하면 좋을텐데 늘 생각했었어요.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고 그래야 버티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친절, 공정을 잃으면 의미 없는 게 공무원의 일이니까.

하루는 초등학교 때 친하게 지냈지만 이제는 안부조차 모르는 동네 친구 어머니가 주민센터에 오셨어요. 수급품을 타러 오신 것 같았는데 인사를 하기도 안 하기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 제가 먼저 다른 쪽으로 숨어 버렸어요. 어머님은 알아보셨는데 제가 그냥 미적거리며 모른 척을 한거였는지도. 머리만 숨고 몸통은 그대로 있는. 아버지가 아프고 형편이 그렇다는 건 알았지만 주민센터에서 수급품 받으러 가세요 한 날인 걸 뻔히 아는데 거기 서 있을 수가 없었던 제가 조금 더 크고나선 되게 많이 부끄러웠어요. 적어도 그런 걸 부끄러워하면 안된다고, 생각과 행동과 글과 행동이 다른 나를 그때부터 용서하기가 어려워진 것 같아요. 뭐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여전히 사람은 사람을 최선을 다해 보호하고 서로 채찍질하고 함께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

루쉰P 2014-08-02 21:14   좋아요 0 | URL
도대체 아이리시스님은 안 해 본 일이 어떤 거에요? ㅎ 마치 평행이론을 달리듯이 저와 같은 분야의 업무를 많이 경험하신 것 같아요. 혹시나 마주쳤을 때 저와 똑같이 생기셨는 데 머리만 기신 거 아닐까요? ㅎ 도플갱어처럼 말이죠 푸하

주민센터에서 일도 하시고 대단하세요. ㅎ 근데 전 아이리시스님이 몸을 숨길 수 밖에 없었던 마음은 이해해요. 저 역시도 그랬을 것 같아요. 친구 어머님이 저를 보면 민망해 하실 수도 있으시잖아요. 머리만 숨은 게 어디에요. ㅎ 정성이 보입니다.

친구 중에 9급 공무원으로 일하는 녀석이 있는 데 그의 고민은 아이리시스님의 말씀처럼 민원 상담이래요. 조금이라도 상대방이 기분 나쁘게 느껴지면 바로 민원이 들어와서 다시 그 사람에게 죄송하다고 얘기해야 하고 곤욕이라고 하더군요.
그럴 때 보면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해도 나는 저렇게는 못한다고 생각을 많이 해요.

공무원도 진상도 만나고 진짜 안된 사람도 만나는 데 그 피로감이 엄청 날 것 같아요. 게다가 본인이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병폐인 결제, 결제 또 결제를 하며 법이라고 하는 기준에 맞춰서 수행만 해야 하니 아마 속병이 무지 날거에요.

정운이는 잘 지내요. ㅋ 요즘은 기타도 배우고 있어요. 13만원이나 주고 기타를 사서 저녁에 고물상에 걸터 앉아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여자친구 불러 줄 세레나데를 연습하고 있어요.
뭐,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는 데 어쩌겠어요. 질투가 나긴 하지만 이해를 하고 있어요. 여자친구도 고등학교 남동생을 키우며 부모님 없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정운이가 날로 책임감을 많이 느끼는 거 같아요.
미래의 진로를 제빵사로 잡고 공부도 하고 있어요. ㅎ 무척이나 흡족합니다.
장애인센터에서 제빵 교육을 시켜 준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보다 더 바빠요. 일하고 가서 공부하고 또 와서 기타치고 ㅋㅋㅋㅋ

저도 공부 때문에 얼굴은 자주 못 보지만 왠지 정운인 성공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저 결혼할 때 기념 케잌을 정운이가 만들어 주기로 약속했어요. ㅋㅋ
다만 제가 결혼한다면 말이죠. -..-

사람이 사람을 최선을 다해 보호한다는 말 참 좋아요. 함께 일어선다는 것도 ㅎ 전 사람과의 사이가 필요할까? 왜 관계를 맺어야 할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맺으며 자신에 대해 더 안다고 할까요? 그런 걸 느껴요. 그리고 그 속에서 성장하는 것 같군요.
벌써 35살인데 ㅋㅋ 언제까지 성장해야 할 지 기대만땅이에요 ㅋ

아이리시스 2014-08-03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는 그때 그거 보고 듣고 느끼며 철밥통이 문제가 아니라 적성을 찾아 일을 해야겠구나 생각 많이 했어요. 실은..저는 같은 소리 두 번 하는 거 듣는 거 딱 싫어해요.. 별로 다정한 성격이 못 돼요. 사람이 징징대는 거 죽기보다 싫어해서.. 친절과 봉사의 정신이 절대 없거든요.

그나저나 우와 제빵사 뭔가 되게 멋져요. 정운이랑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빵 만드는 정운이는, 기타를 치며 사랑의 세레나데를 연습하는 정운이는, 루쉰님도 없는 여자친구를 가진 정운이는, 어쩌면, 루쉰님보다 먼저 자기 케잌 만들어 결혼할지도 모름.. 분발하세요!! :)

루쉰P 2014-08-03 15:22   좋아요 0 | URL
맞아여 적성이 문제에요. ㅋㅋㅋ 왠만한 인격이 아님 버티기 힘들거에요.

그나저나 루쉰님도 없는 여자친구를 가진 정운이...거기서 약간 울컥했네요. 후후 아이리시스님 전 그녀가 분명 이 지구상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전 그녀를 만나면 손을 꼭 잡고 이야기 해 줄거에요. 어디 갔다 이제 오냐고 그럼 그녀도 수줍게 웃으며 저에게 널 기다렸어라고 말하겠죠. 후후후후
갑자기 마구 흐뭇해 지네요. 전 24시간 분발하고 있어요 분발할 대상이 아직 나타나지 못 했을 뿐이죠 ㅋㅋㅋ

아이 참, 아이리시스님처럼 오랜 시간 연애를 하시는 분들은 제 마음을 모를거라니까요. 이 기대감, 있어요. 그녀는 분명히...있겠죠? 있어야 되는 데....

stella.K 2014-08-06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소설은 처음엔 X구멍으로 쓰는 건데.
정운 씨 그걸 몰랐군요. ㅎㅎ
그래도 그렇게 자신을 깨달아 가는 정운 씨가 기특하군요.

별 관련이 있는 얘긴지는 모르겠는데, 영화 배우 최민식이 영화 명량을 찍고
어느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묻죠. 당신에게 12척의 배가 있다면 그건 뭐냐구요.
그러자 최민식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건 일과 가족이라고 말해요.
그것이 나를 지켜 주며, 12척의 배라고.
순간 이 사람 진짜 인생이 뭔지를 아는 사람이구나 싶더군요.
정말 공부해서 깨우치고, 일을 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나를 지킬 수 있고,
남을 도울 수 있겠더라구요. 이걸 저도 최근에야 알 것 같더라구요.
예전엔 일이 마냥 두렵고, 하기 싫은 거였는데 말이죠.
그래서 늦었지만 저도 지금이라도 열심히 일하고, 무지를 깨우치려구요.ㅎ
정운 씨도 그걸 차츰 알아가게 될 거라고 믿어요.
루쉰님도 잘 하셨어요. 홧팅!!! 입니다. 고물상 아저씨도요.^^


루쉰P 2014-08-04 09:15   좋아요 0 | URL
그랬나요? 푸하 근데 정운이는 그새 소설을 잠시 쉬고 있어요. 제빵사가 된다나 하하하하;;;

스텔라님의 말씀이 맞아요. 루쉰 선생께서 대학에서 <인형의 집>강연을 하실 때 여학생들에게 노라가 집을 나갔지만 나간 후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지 아느냐 하시며 무엇보다 경제력을 길러야 한다고 얘기 하셨거든요.

전 그걸 읽으며 사회에서 누군가를 도와야 하고 그리고 스스로를 도울려면 일이 필요하고 전문적 기술이 필요하다고 30짤 넘어서 알았어요;;; 넘 늦었죠 ㅎㅎㅎ
최민식 얘기는 저도 왕 감동이네요. 파이란 때부터 팬이 었는 데 ㅎㅎ

스텔라님은 많이 아시는 것 같은 데 무지를 깨우치시려 하신다고 하다니 먼지에도 짓밟힐 정도의 이 겸손함...경건해 집니다.
저도! 저도! 스텔라님과 함께 무지를 깨우치는 삶을 살아갈 거 랍니다. ㅎ

루카스 2014-10-06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소설보다 더 재미있었어요!!
혼자 마구마구 비스비슬 웃다가 급기야 걸스데이 운운하며 치고 빠지는 대사 장면에선 미친 듯이 학학댔지요.

해피앤딩이라 정말 다행이네요.~~
하신다는 공부에 에너지 팍팍 드리고 싶군요.^^

루쉰P 2014-10-07 13:38   좋아요 0 | URL
올라오신 댓글들을 보며 모처럼 만에 너무 격려를 받아 부끄럽기도 하고 힘도 나네요. ㅋ
저는 완전 고시생으로 하루 종일 원 없이 공부를 하며 머리가 회전하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노량진에서 성처럼 높이 솟아 있는 공무원 학원들 속에서 츄리니을 입은 채 아니면 간편한 복장으로 험난한 세상의 파도에 살아 남으려고 애 쓰는 청년들을 보며 저도 같이 그 흐름에 가고 있어요. ㅎ

공부가 제일 쉬었다고 어느 책에 쓴 거를 본 적이 있었는 데, 개뻥이더군요. ㅎㅎㅎ
정말 머리가 아퍼요 ㅎ

하지만 써주신 댓글 덕분에 무지하게 에너지 받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ㅎ

랄랄라 2016-06-29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사연이 ㅠㅠ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중이신 루쉰P님 더위에 지지마시고, 꼭 좋은 성과있길 기도하겠습니다
더운데 힘내세용!!

루쉰P 2016-06-29 23:3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 도서관 안 다니고 고시원 들어온 지 꽤 됐어요 ㅋㅋㅋ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고시원에서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화이링 ㅎ

천사 2016-07-31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 정말 최고, 넘 재밌어요.
 
도쿠가와 이에야스 1 - 제1부 대망 - 출생의 비밀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년 전 6월 중순 경, 난 더벅머리의 검은 티를 입은 형과 대학교 캠퍼스 안에 있는 공원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그 형은 지금 있는 자리를 계약직 2년이 끝나기에 나에게 넘겨 줘야 했고, 난 그 자리를 받아 이제 생활을 해야 하는 처지였다.

 

더운 여름 햇살이 캠퍼스의 나무잎을 비추고, 여기 저기서 남녀 대학생들이 소리치고 웃고 있었지만 형과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잔잔한 공원의 호수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 난요, 여기 오기 전에는 병원에서 2년 간 계약직을 했었어요. 그것도 밤에만 근무를 했죠. 사람들이 ct를 찍으면 그걸 관리하는 건데 컴컴한 병원 한 구석에 앉아 그 파일들을 열어보고 관리하고 또 관리했죠. 근데 난 그거 안 지겨웠어요. 그냥 계속 거기서만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게 소원 이었거든요."

 

형은 콧등으로 흘러 내리는 안경을 검지로 올리며 말했다.

 

" 근데 2년 되니까, 나가래요. 더 이상 같이 있을 수 없다고, 이게 한계라고. 하하하하"

 

형은 웃었다. 그가 웃는 것인지, 아니면 우는 건지 모르겠다.

 

" 근데 여기도 2년 됐으니, 나가래요. 웃기죠. 하하하"

 

웃기다. 아주 웃기다.

 

아이스크림이 녹는다. 내 마음도 녹는다.

 

형과 나는 비정규직으로 국가에서 시행하는 '비정규직 보호법'에 의해 보호 받고 있다. 어떤 보호인가 '비정규직'으로 평생 보호 받는 것이다. 이 법에 의하면 비정규직은 2년 이상 고용되면 정규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법이 있음 그 위에는 인간의 사상이 있다. 2년 이상 고용되기 전에 계약을 종료하여 0년차로 리셋시켜 준다. 이 곳에서 나가면 다시 0년차 비정규직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무한 반복되고 있어 우리는 '비정규직'으로 영원히 보호를 받는다. 그래서 '비정규직 보호법'이다. 머리가 좋다. 국가는..

 

형은 여러가지 당부의 나에게 해주고 처량한 눈빛 가득하게 짐을 싸서 떠났다.

 

형이 떠난 후 그가 남긴 자리에 앉아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본부에 위치한 총무과 사무실에 구석에 나의 자리가 있다. 3층에 위치한 100평 정도 넓이의 총무과 사무실에 들어서면 조용히 왼쪽으로 쭉 내려간다. 각각이 인사팀, 행정팀, 재무팀들의 파티션들을 지나면 대형 복합 프린터가 있는 곳에 옆에 뿌연 유리창 문이 하나 있다. 그곳을 들어가면 10평 정도 공간에 왼쪽에 커다란 2단 수납장, 오른쪽엔 서류함들이 있고 창문 쪽에 컴퓨터, 모니터 두 대가 한 책상 위에 나란히 있다. 창문 옆 벽에는 언제 붙였지 모를 소녀시대 단체 사진이 하나 걸려 있었다. 외로울 날 위해 남겨주고 간 형의 작은 배려였다. 난 이곳에서 시작을 했다. 내가 하는 업무는 지극히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이었다. 기록을 남기고, 서류에 적고, 캐비닛에 수납하고 모든 일은 메신저로 나에게 왔다. 담당 팀장은 처음에 얼굴만 보고 인사만 했을 뿐, 식사를 비롯한 자질구레한 일은 형이 다 가르쳐 주었다.

처음 며칠 간은 여기에 누가 들어올 걸 대비해 나름 깨끗이 청소도 하고 들뜬 마음으로 있었지만, 하루, 일주일, 이주가 지나도 그 누구도 들어온 적도 없고 문 연 적도 없다.

내가 열고 닫고 집에 갔었다. 뭐랄까, 세 들어 사는 세입자 같다고 할까?

 

처음엔 총무과 사람들에게 지나가며 인사를 했지만, 하는 일이 바쁘건 지 모니터와 사랑에 빠졌는지 전혀 받아 주지를 않았다. 어딜 가나 압도적인 외모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던 내가 이렇게 유령처럼 그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니 신기할 지경이었다. 사람이 새로 오면 누군지 뭐 하는 사람인 지 궁금할 만 한데 이들은 내가 누구인지 전혀 궁금해 하지 않았다. 이들의 쿨함에 내가 놀랠 정도였다.

 

이 사람들이 일주일 동안 인사를 해도 본체만체 하는 모습을 보며, 적잖이 고민을 했다. 대체 무엇일까? 저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내가 너무 신기해서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나와 인사를 했다가 나의 미친 친화력에 흡수 당할까 봐 그들은 겁내는 것일까?

그러다 결국 이곳을 그만 둔 형과 카톡을 하며 스스로 내린 결론은 그들은 나에게 인사를 하면 나를 인정한다는 것이 된다. 인사를 한 이상 인간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가 신경 쓰이게 될 것이다. 밥도 같이 먹어야 하는 의무감이 생길 것이고, 총무과에서 어울리는 공통된 자리에 나를 안 껴줄 수 없을 것이다.

날 차라리 없는 취급 하는 것이 이들에게 이로운 것이다 란 판단이 들었다.

 

이런 생각에 결정적 쐐기를 박은 것은 총무과의 팀장 급인 한 분이 다른 부서로 가게 되어 모두 나와 인사를 한 적이 있다. 나도 메신저로 연락을 받아 사무실 안 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총무과에서 알바를 하는 근로학생들과 서 있었다.

 

다른 부서로 가게 된 이 사람은 총무과 사람들과 한 사람씩 악수를 나누는 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나는 건너뛰고 옆에 근로학생들에게도 악수를 하고 고생했다고 하고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참으로 고약한 기분이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불쾌감 이었다.

다들 자리에 앉고 업무들이 시작됐고, 난 내 방에 들어와 앉아 있으면서도 그 불쾌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점심은 7천원 정도의 뼈다귀 해장국을 사 먹었다. (원래 도시락을 싸서 방에서 혼자 먹는다.)

 

결국 내 스스로도 어색한 게 싫기에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출근 시간 보다 30분 당겨서 미리 출근했다. 그러면 사무실 청소하는 아주머니와 곧잘 마주치는 데 인사를 하면 황송하다는 듯이 굉장히 반겨주신다.

 

비정규직으로 생활을 하는 것이 어떠한 것 이었는지 그 전 직장에서는 몰랐다. 소장님부터 경비 아저씨들까지 우리는 모두 매년 1월이 되면 계약을 갱신하고 비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계속 이어졌기에 실체는 비정규직 마음은 정규직인 상태였기에, 누구 하나 그런 것에 있어 차별과 다름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정식적 절차에 들어온 정규직과 옆 길로 들어온 비정규직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정규직들은 자기는 고생해서 들어왔는데 무임 승차한 것처럼 보이는 비정규직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다닌 지 몇 개월 되었을 무렵, 점심도 혼자 먹는 것이 익숙해져, 먹고 나선 캠퍼스를 걸으며 학생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예쁜 여학생들을 보며 벤치에 앉아 헤헤거리며 있는 나를 발견하면 여학생들은 흠칫 놀라 가던 길을 멈추고 방향을 조금 틀어 나와 조금 멀리 떨어져 걸어 갔다. 그 모습 조차 어찌나 아름답던지.

 

기분 좋게 사무실로 돌아가던 중에, 그래도 사무실에서 서류를 접수시켜 주면 웃으며 받아주던 예쁜 총무과 여 직원이 아메리카노 커피를 들고 동료인 듯한 사람과 가는 모습이 보였다. 긴 생머리에 흰 색 정장 차림의 그녀가 그날 따라 이뻐 보였기에 학생들을 보고 나서 가는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 그녀에게 함박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보고도 못 본 척 옆에 있는 사람과 말을 하면 그냥 지나쳤다. 나를 못 봤을 까 생각해 보았지만 바로 코 앞에서 마주치며 인사를 했기에, 못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사를 하고 그녀가 모른 체하며 지나가던 그 순간, 내 목소리는 워낙 컸고, 지나가는 학생들도 많았기에 잠시라도 멈칫거리면 민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난 당황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그 반동으로 바지에서 핸드폰을 꺼내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내가 누구에게 인사를 했냐는 듯이 핸드폰을 보면 곧장 걸어왔다. 지금 돌이켜 보아도 나의 그 순발력, 이건 말로 표현 못할 정도다. 나의 멋진 행동 중 베스트 3위 안에 들 정도였다.

 

이런 생활 속에서 아침에 업무 보고 때는 팀장에게 항상 욕을 먹어야 했다. 기본을 배우지 못 했냐, 왜이리 이런 것들이 실수를 했느냐, 전임자가 제대로 가르쳐 주지를 못 했냐, 어떤 때는 드라마에 나오듯이 서류를 바닥에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 쏟아지는 사무실 사람들의 눈.

 

그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는 가. 세상에 드라마에서만 봤지 진짜 서류를 던지다니 이런 일이 현실로 나에게 벌어지다니 하며 굉장히 감탄을 했었다. 사실 그 전까지 했던 일들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하는 일이 아니었다. 서류가 틀리면 소장님과 서로 웃고 수정해서 놓고, 근데 소장님이 수정해 논 것도 틀려서 경리 아주머니께 뭐라 한 소리 듣고 같이 웃고. 그런 업무가 업무가 아닌 그런 일 처리들을 해 왔기에 업무 보고가 곧 나를 판정하고, 나를 평가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하루 하루가 누구에게도 배워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내부의 문서 편집 샘플을 보고 정리를 하고 학교 학칙을 공부해서 적용을 시켜야 하고 했기에 난 시간이 부족했다.

어느 때는 한계에 온 것 같은 생각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무척이나 컸다.

 

하지만 뭐랄까 마지막에 남은 자존심이랄까. 여기서 무너진다면 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생각에 나와서 담배를 피고 다시 들어가 만들고 또 만들고, 기록하고 또 기록을 했다.

 

정신 없는 그런 생활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인정 받기 위해 인사를 하는 것이 그리 나쁜 것인가? 사람이 사람을 무시고 차별하고 또 그것에 대해 당한 자는 증오하고 이것이 인간의 삶인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서문에서 야마오카 소하치는 말한다.

 

"전쟁이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문명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하고, 문명의 개혁이 이루어 지려면 그 척추가 되는 철학의 탄생이 있어야만 한다. 새로운 철학에 의해 인간 혁명이 이루어지고, 혁명된 인간에 의해 사회와 정치, 경제가 개조되었을 대 비소 원자 과학은 '평화'로운 차세대 인류의 문화재로 바뀌게 된다. 그렇게 꿈꾸는 작가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구실로, 인간 혁명의 기능 한계를 그리려 기를 쓰고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의 배경에 대한 솔직한 심경이다."


새로운 철학으로 인간 혁명이 되어야한다. 이 문장은 얼마나 가슴을 뛰게 하는가!

돌이켜 보면 짧은 인생이지만 학력과 스펙에 치여 무시를 당한 적이 많이 있었다.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난 그들을 증오하기 위해 태어난 것일까?


루쉰 선생은 '광인일기'라는 소설에서 미친 광인의 입을 통해 이 사회는 사람이 사람을 잡아 먹는 사회라 외치게 하였다. 사람이 사람을 잡아 먹는 사회 그것은 차별 받는 사람이 또 누군가를 차별하고 그 사람은 또 누군가를 차별하는 끝이 없는 세계다. 이곳에서도 결국 이 사람들은 나에게 그런 차별을 가하지만 눈 여겨 보면 자기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 차별을 당하고, 그  차별을 당한 사람은 또 자기 보다 낮은 사람을 차별하고, 같인 직급이라 해도 일을 못한다고 차별을 하는 그런 세계 였다.


"죽이고 죽임을 당하고 모략하고 모략을 당한다. 그것은 덧없는 힘을 과신하여 한량 없는 비탄과 원한을 쌓아 올린다. 무간지옥이란 바로 이런 것을 가리켜 하는 말이리라."

- 도쿠가와 이에야스 1권 31페이지


전국 시대의 일본 민중의 모습이나 총무과에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이나 얼마나 바뀌고 발달이 된 것일까?


직장에서 2년 간 비정규직으로 사람들에게 무시 받는 것에 속상해 하고 그들을 저주하고 지낼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길을 택할 것인가?


이에야스의 아버지 히로타다는 심약한 심성의 소유자다. 서쪽의 신흥세력인 오다와 동쪽의 이마가와라는 무장들의 세력에 양쪽에 낀 조그만 성의 성주였다. 그러기에 그는 무엇 하나 결정하지 못하고 이리 저리 고민만 하고 끙끙거린다. 그의 모습을 보며 부인인 오다이는 이런 생각을 한다.


'확실히 히로타다는 너무 약했다. 이렇게 허약한 몸으로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불운이 아닌가?'


그렇다! 나 역시 스펙과 학력이 난무하는 난세에 태어나 심약한 몸으로 눈치나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풀길 없는 분노를 가슴에 품고 남 탓만 하고 있는 것이다. 기형적인 제도가 문제이긴 하지만 그런 제도 속에서 노력하여 새로운 길을 찾지 못한 내 탓도 크다. 게다가 그들이 공부하여 어렵사리 이 직장에 들어왔을 때 난 놀고 있지 않았던 가.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히로타다는 미즈노의 성주 타다마사에게 전투에게 패한 후 그의 딸 오다이를 부인으로 맞게 되었다. 그것은 그의 입장에선 굴욕적인 혼담이었다. 그러나 그의 신하들과 어머니의 계속적인 부탁으로 그는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하였다. 허나, 속으로는 그녀를 독살할 계획까지 세웠다. 그리고 시집 온 오다이를 무척이나 차갑게 대하였다. 그러나 오다이는 히로타다의 냉대에도 꿈쩍도 않고 굳건하게 버티었다.


왜였을까? 그것은 여기로 시집을 오게 된 자신의 목적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버지 타다마사를 통해 오다와 이마가와 가문 사이에 있는 자신의 미즈노 가문과 히로타다의 가문이 굳게 결속하지 않으면 결국 오다와 이마가와 두 가문 중 한 가문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오다이를 히로타다와 맺어지게 하여 그런 불상사를 막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히로타다 가문의 용맹함과 자신의 가문의 인내심을 가진 손자를 얻고 하는 욕심도 있었다. 전쟁에 지치고 평화를 위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오다이는 잘 알았기에 모든 것을 참고 견디었다.

마치 봄볕처럼 히로타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 비추겠다는 각오를 한 여장부였다. 결국 히로타다의 사랑을 받게 된 오다이는 일본의 평화를 가져다 줄 인물인 이에야스를 낳게 되었다. 소하치는 그 장면을 '봄볕은 꽃을 품었다'는 문장으로 표현했다.


이 오다이를 보며 힘이 없는 인간이라 해도 그리고 무력이 없다 하여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격의 힘, 그것은 모든 것을 이겨내는 힘이라 여겼다.

비정규직 신세 탓을 하지 마라. 비정규직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페셔널한 비정규직을 그들은 느끼지 못 했을 것이다. 내가 바로 정규직보다 일을 더 잘하고, 이 직장에 새로운 길을 개쳑하는 프로패셔널 비정규직의 모습을 보여 주겠다.

내 처지에 대한 분노를 타인에게 돌릴 것이 아니라 내 내면으로 향하게 하여 이 분노가 나를 향상시키는 에너지가 되도록 만들어 보자!


전국 시대를 하나의 난세였다. 그 시대에 대한 묘사를 보면 1권 말미에 즈이후라는 승려가 이렇게 표현한다.


"밭을 갈면 쫓겨나고 곡식이 익으면 빼앗기고, 또 항거하면 죽게 되고, 지으면 불살라라 버리는 이런 세상. 전쟁이 있을 때마다 난입하는 미친 병졸들에게 아내가 능욕당하고, 딸을 빼앗기는가 하면, 탄바와 아와지 같은 데서는 여자 대신 마소를 범하고 개와 살고 있있는 형편이지. 그야말로 유사 이래 가장 비참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 거요. 생각이 있는 자라면 참고만 있을 수 없는 축생도에까지 몰렸소."

- 도쿠가와 이에야스 1권 262페이지


몇 백년 전의 전국 시대가 과연 그 시대로 끝난 것일까? 내 마음을 보라! 누군가를 증오하는 마음, 스스로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누군가를 내 위치로 끌어내려 욕하고 싶은 비겁한 마음, 하루의 노력을 등한시 하고 대충 살려는 마음, 내 생명은 전쟁터로 여러가지 비열한 마음들이 항상 24시간 싸우고 있다. 이미 내 마음이 전국 시대인 것이다!


이 혼란을 종식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혼란과 비 가치적인 마음을 무찌른 힘이 있고 인격 강한 다른 내 자신의 마음이 솟구쳐 나와 격파해 가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사상의 인간 혁명인 것이다!


아무래도 홀로 있다보니 득도의 경지를 향하고 있는 듯 했다.


내 안의 전국 시대를 종식키위해 학교 학칙을 연구하고, 그냥 문서로만 되어 있는 파일들을 엑셀로 수량화 시켜 그것이 올바른 결과로 도출되게 끔 엑셀 함수 프로그램을 짜는 등 하루 하루를 바쁘게 보냈다.


히로타다와 오다이의 행복한 결혼 생활도 잠시, 오다이의 아버지 타다마사는 돌아가시고 그의 아들 노부치카가 미즈노의 성주가 된다. 그는 이마가와는 오다가에 질 것이라 확신하고 그 쪽에 붙을 것을 결정하고 만다. 두 가문이 결속해 난세를 헤쳐가라는 아버지의 유언은 무시한 채 자신의 눈으론 용과 호랑이가 중 한 쪽을 택해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처세술 이었던 것이다. 결국 그의 태도는 이마가와 쪽에 알려 졌고, 노부치카의 여동생 오다이가 남편인 히로타다를 설득해 이마가와 가문과 등을 질 것을 염려한 이마가와는 무력으로 압력을 가해 그들 부부가 이혼하도록 만든다.


삶이란 기쁘게 살면 안 되는 것일까?


나는 새로운 사상을 세우고 일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학교 문자 프로그램으로 몇 천명의 학생들에게 공지를 하여 인쇄물을 나눠 주는 일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참으로 복잡해 학생들을 일일이 입력해야 했다. 게다가 한 번에 모일 수 있는 장소는 없기에 과별로 묶어 각각 다른 날에 공지를 해야 했다. 작업을 완료하고 공지를 완료한 후 약속된 날. 어처구니 없는 광경에 총무과의 모든 사람을 경악에 몰아 넣는 결과를 나는 만들어 내고 말았다.


나란 남자 멋진 남자...


어디서 입력이 잘못된 것인지, 날짜 공지가 뒤섞여 과들이 섞여 모였고, 인쇄물은 각 과별로 준비 되었기에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 버렸다. 학생 회관은 혼돈의 블랙홀이요. 직원들은 멘붕이 되었다.


일주일 뒤 모든 사태가 완료된 후 모든 일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판단한 팀장은 나에게 격한 욕을 쏟아 부었다. 욕을 먹으며 내 사상을 펼쳐 보지도 못하고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난 절망감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총무과의 문이 열리고, 헐렁한 양복, 심한 돋보기 안경을 쓴. 그야말로 총무과의 우두머리 과장님이 등장하셨다.


팀장의 격한 목소리가 벽을 타고 넘어 그 쪽까지 간 것인지 과장은 뒤뚱거리며 걸어와 팀장에게 한 마디를 했다.


그 요점은 왜 나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팀장인 자신이 한번 검토를 했어야지 본인은 발을 빼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 아, 저번에 어떤 사람이었지. 루쉰 주임 전 사람인가, 그 사람은 하루 천명을 모았자나 공지 잘 못해서, 그런 사람도 있는 데 너무 그러지 마~'


아~~형...측은한 눈빛으로 떠난 형. 나에게 아이스크림 쥐어주며 자신이 일을 너무 잘 해 내가 비교당할까봐 걱정했던 형...그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큰 선물을 주었다.


그렇다. 형은 온 지 일주일 만에 이와 비슷한 일을 하여 하루에 천명을 모으는 공지를 해. 그야말로 학교 탄생이래 가장 많은 학생들을 모이게 한 기적의 사나이로 불렸다. 그치만 일 초반이라 있을 수 있는 실수라 여겨져 무사 회생 하였고, 그 후 천명의 사나이로 불려 졌다고 한다. 


엄청난 위기를 겪고 과장님 덕에 무사 탈출한 나는 내 방에서 숨을 돌리고 있는 사무실의 몇 몇 분이 찾아와 음료수를 주시고 힘 내라고 해 주셨다. 나에게 모질게 구는 팀장의 모습도 탐탁치 않았고, 그 사람은 자기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에게는 무례하게 구는 것이 체질이었기에 다들 좀 피하는 사람 이었다.


이것이 기회가 돼, 그 분들이 힘들 땐 엑셀을 활용해 여러 팁으로 들여 도와드렸고 그렇게 사이가 많이 친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년이 지난 지난 달 6월 난 일을 그만두었다. 그 분들의 환송 파티도 받으며 말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온갖 수많은 사람들이 출현한다. 그러나 그 사람마다의 논리와 인간 본연의 모습을 소하치는 너무나 잘 쓰고 있다. 나 역시 이곳의 인물들을 보며 나를 발견하고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해 사색을 한다. 난 이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 소하치 처럼 써 보자. 내 인생을 써 보자. 그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통해 인간혁명을 가능성을 탐구했다. 난 나를 통해 탐구해 보는 것이다.


2년 꽤나 긴 시간 일 수도 있고, 짧은 시간처럼 느껴진 적도 많다. 하지만 자신감을 얻었다. 나에 대해 말이다.


PS. 서재를 찾아주시는 저의 소중한 동료들에게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어 많이 미안한 마음이에요. 그동안 저는 제 사상을 정립하느라 그랬습니다. ㅎㅎㅎㅎ 이쁘게 봐주세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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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6-27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루쉰님. ㅎㅎ

루쉰P 2014-06-27 14:41   좋아요 0 | URL
네 ㅋ 너무 오랜만이지요. 후후후
과거의 모든 상처를 딛고 나서겠다고 했는 데 무려 2년이란 시간이 ㅋㅋㅋ
반겨주셔서 감사해요 ㅋㅋㅋ

페크pek0501 2014-06-2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루쉰 님. 2 ㅋㅋ

루쉰P 2014-06-27 14:42   좋아요 0 | URL
네 ㅋ 무슨 말이 필요 있겠어요 푸하
정말 너무 늦었어요 ㅎㅎㅎ

hanci 2014-06-27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루쉰님. 3

루쉰P 2014-06-27 14:42   좋아요 0 | URL
네 ㅋㅋ 가끔 들어가서 서재를 보지만 항상 음악을 올리시더라구요 ㅋ
반겨주셔서 감사해요 ㅋㅋ

stella.K 2014-06-27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을 읽으시다니!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네요.
오래 전에 이 책 전질이 있었지요.
'대벌'이란 책도 있었는데 대망의 현대판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던 때도 있었습니다.ㅋ
재밌다고 하는데 전 그때 워낙 어려서 감히 읽어보지 못했고,
그나마 이사 올 때 버리고 와서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납니다.
그땐 세로줄이었는데...
암튼 완독하시길 응원합니다.^^

루쉰P 2014-06-27 14:43   좋아요 0 | URL
지금은 가로줄이에요 ㅋㅋㅋ 반가워요 ㅎ
전 32권까지 다 읽긴 했어요. 꽤 전에 사논 책이거든요. ㅋㅋ
1권씩 따로 따로 샀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ㅋ 요즘 다시 읽고 있거든요 ㅎ
근데 확실히 재미나긴 해요 ㅋ
여기서 뭔가 깨달음을 얻으려 합니다. 푸하

stella.K 2014-06-27 15:11   좋아요 0 | URL
와우, 대단하심다.
제가 알기론 루쉰님 (비교적)젊으신 분으로 알고 있는데
존경스럽네요. 그래서 글쓰는 내공이 장난이 아니로군요! ^^

루쉰P 2014-06-27 19:31   좋아요 0 | URL
악!!! 너무 부끄러워요...전 올 해 35짤이에요..이거 젊은 거죠...그리 봐주심 넘 감사하구요. ㅎㅎㅎ
글쓰는 내공이라뇨..서평 형식에도 맞지 않고 그냥 홀로 주저리 쓰는 거에요...하하하 쓰고 나서도 부끄러워...내리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ㅠ.ㅠ 좋게 봐주셔서 넘 감사해요...ㅠ.ㅠ
책이야 다른 건 별 달리 관심 없고 읽는 게 좋아서 그냥 읽다보니 그리 된 거에요..ㅎ 따로 무슨 천재적 재능이 있는 건 아니에요 ㅎ

노이에자이트 2014-06-27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이지 않는 인간으로 살아본 경험...참 거시기합니다.

야마오카 소하치가 쓴 다른 역사소설도 재밌죠.저와 정치관이나 역사관은 다르지만 정말 대단한 작가입니다.한국의 야마오카 소하치가 되겠다는 결심으로 힘써 주십시오.

루쉰P 2014-06-27 19:33   좋아요 0 | URL
흠 역시 노자님은 단번에 현실을 파악하는 단어를 찾아 내시는군요. 보이지 않는 인간이라 ㅎㅎㅎ
저도 사람들 관심 받을려고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ㅋ 너무 그리 안 봐주니 속상하더라구요 ㅋ

야마오카 소하치라 정말 너무 높아요 ㅠ.ㅠ

sslmo 2014-06-29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돌아오셨군요, ㅋ~.
종종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반갑습니다, 헤에~^^

루쉰P 2014-07-02 10:24   좋아요 0 | URL
너무 오랜만에 왔기에 뭐라 말을 해야할지,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 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ㅎㅎㅎ
어색하기도 하구 말이죠 ㅋ 그래도 나무꾼님과 저를 반겨주시는 모든 분들 땜에 정말 감사할 뿐이에요 ㅠ.ㅠ
진짜 좀 저도 서평 좀 제대로 써야죠....너무 오랜 시간 쓰지 못 했어요...

비의딸 2014-06-30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히로타는 너무 허약했다... 요즘 제가 느끼는 제 모습인걸요. 새삼 세상이 무서워서... ^^
이젠 소나기가 내리면 루쉰님을 생각하게 될 것 같네요.

루쉰P 2014-07-02 10:27   좋아요 0 | URL
후후 전 35년 평생 허약했어요 ㅋ 세상 무서운 것은 지구가 탄생된 그 때부터 인류가 세상에 출현한 때부터 그랬지 않을까요 ㅎ
소나기가 올 때 절 생각해 주시면, 그럴 때 서평이라도 좀 올려보겠습니다. 푸하
허약하나 전 도망치지 않을려구요 ㅎ 허약 체질도 은근 독하면이 있다는 것을 반드시 세상에 보여줄랍니다. ㅎ

꼬마요정 2014-07-05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님~ 반가워욤~^^ 제가 재 서재만 쏙 왔다가 나가는 통에 이렇게 멋진 글을 놓쳤다니..흑흑

일주일 전에 쓰신 글을 이제야 보게 되니 가슴이 아프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슬픔을 느낍니다요~~~ 저도 요즘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자본에서 벗어나는 삶을 살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려워서요.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 어려워요. 루쉰님은 한 단계 뛰어넘으셔서 부럽습니다.^^ 힘 내세요!!

크.. 이 곳 서재에서처럼 밖에서도 역시 인기인이셨어요~ 역경을 이겨내고 끝내 인기인으로 거듭나시다니.. 멋집니다.^^

루쉰P 2014-07-07 08:40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렇게 크게 슬픔을 느끼지 않으셔도 됩니다. ㅎ
새색시의 바쁨은 누구보다 노총각이 알 수가 있죠. 제 몫까지 깨소금 내며 살아 주세요 ㅠ.ㅠ 자본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봐요 ㅋ
마치 인간이 신이 될 수 없듯이 말이죠 ㅋ 단계를 뛰어 넘다뇨 전혀 아니에요. 푸하 단계를 내려가고 있죠 푸하하하하

인기인이라....넘 감사합니다. 정말 이 식지않는 인기 절대 버리지 않고 어디서나 인기를 구가하며 살아 볼랍니다. 푸하하하하

2014-07-14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4-07-18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오랜만입니다. ㅎ 다들 오랜만이라고 칭찬이 자자하셔요. ㅎ
뭐랄까...정말 어디 이민 갔다가 온 이 느낌 ㅎ

감은빛 2014-07-27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그 옛날 세로로 쓴 [대망]이 맞나요?
[후대망]도 포함된 신판인가요?

어렸을때부터 저희 집 책장에 [대망]과 [후대망] 시리즈가 좍 꽂혀 있었어요.
아마 10번도 넘을 거예요. 제가 이 책을 완독하겠다고 시도했던 횟수가요.
대부분 반도 못 읽고 포기하곤 했어요.
세로 판본이라 더 눈에 안들어오기도 했고,
일본인 이름에 도무지 익숙해지지 못해서
읽다 말고 앞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지쳐서 포기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다음에 고향 집에 내려가면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아직도 이 책이 있을지 없을지 궁금하네요.

루쉰P 2014-07-27 17:07   좋아요 0 | URL
아하하 감은빛님 너무 반가워요 ㅎ

'대망' 관련해서는 노이에자이트님이 잘 아시는 데 ㅋㅋ 전 잘 몰라서, 아는 게 맞다면 '대망'은 요시카와 에이지, 시바 료타로, 야마오카 소하치 이렇게 3작가가 쓴 것 들을 종합한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제가 읽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지금은 절판 됐어요. 솔 출판사에서 소하치의 자손들과 단독 계약을 맺었다고 했는 데 뒤이어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또 다른 판본이 나오더라구요. ㅎ

가로도 일본인 이름에 머리가 아픈데 세로로 보시다니....
고향 집에 가시면 책 있나봐 확인 하시고 읽는 건 가로로 보시는 건 어떨지 ㅋ

감은빛님의 문의 사항은 제가 노자님께 물어볼께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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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9.11 이후 달라진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이현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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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것과 함께 머물기- 칸트 헤겔 그리고 이데올로기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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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신을 위하여- 기독교 비판 및 유물론과 신학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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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3-11-26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오시나요??
루쉰P님의 삶이 묻어나는 글이 그립습니다.^^

루쉰P 2013-11-26 10:19   좋아요 0 | URL
아아 ^^ 신혼생활은 잘 하시고 계신거죠? ㅋ
돌아갈려구요 ㅎㅎㅎ 지금 다시 읽고 다시 쓰고 도전하고 있는 데 확실히 다시 시작한다는 것 쉽지가 않네요. ㅋ

물어봐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ㅎㅎㅎ

노이에자이트 2013-11-27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사 좀 하고 지냅시다잉~ 멋진 글도 부탁하고요잉~

루쉰P 2013-11-28 10:47   좋아요 0 | URL
아...노자님 ㅠ.ㅠ 부끄러워 인사도 못 드리고 죄송해요...
정말 반성하겠습니다...

sslmo 2013-11-28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사 좀 하고 지냅시다잉~ 멋진 글도 부탁하고요잉~ 2.

하지만, 리스트의 슬라예보 지젝은 넘 어렵다는~--;

루쉰P 2013-11-28 16:05   좋아요 0 | URL
푸핫...ㅋㅋ

저도 사실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이라는 책을 사놓고 읽다가 표지만 보고 있어요. ㅎㅎㅎ

지젝을 다 읽고 쓸려면...전 너무 부족할 듯 ...

그래도 인사는 하고 다니겠습니다. ㅋ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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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오면

나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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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7-03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세요!

루쉰P 2013-11-26 12:1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너무 늦는 거 같아요.
가야죠. 가야합니다. ^^

sslmo 2013-07-03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가 오든지 말든지,
그가 순례를 떠나든지 말든지,
난 교주님만 돌아오시면 됩니다여~~~~~!!!
교주님이 오시면, 나도 그때 다시 옵지요~^^

루쉰P 2013-11-26 12:16   좋아요 0 | URL
세상에 제가 왜 지금 댓글을 다는 지...
나무꾼님 정말 감사 ㅠ.ㅠ
반드시 돌아 옵니다 ㅎ

감은빛 2013-07-03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서 오시와요!
돌아올 때까지 또 성지순례 와야겠다! ^^

루쉰P 2013-11-26 12:16   좋아요 0 | URL
아 이거 부담스러워라...
감은빛님 성지순례 안 오시도록 글 좀 꼭 올릴께요 ㅎ

2013-07-24 0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3-11-26 12:17   좋아요 0 | URL
제 글이 생각나실 때도 있고 너무 감사 ㅠ.ㅠ 돌아올거여요 ㅎ

비의딸 2013-09-17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서 오실껀데요?

루쉰P 2013-11-26 12:17   좋아요 0 | URL
하하하 방문도 해 주시고 너무 감사해요 ^^
흠...어디서 오는 것일까...
반드시 돌아와야죠 ㅋ

감은빛 2013-11-2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님 '하루키가 오면 나도 온다'고 한게 7월인데,
지금은 11월 말!
곧 12월이네요.
돌아올 때까지 성지순례 올거예요! ^^

루쉰P 2013-11-26 17:29   좋아요 0 | URL
예전에도 감은빛님의 집념으로 제가 일어난 적이 있는 데...
데자뷰가....
아 제가 민망합니다. 성지순례라뇨....
흠...뱃심에 힘을 주고 한번 일어나 보겠습니다.
아잉 너무 감사해용~~
 
미생 3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기풍 미생 3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알려드립니다. 제 글은 이 책에 대한 서평은 거의 없고, 그냥 제 이야기만 써 놓은 것 입니다. 리뷰이나 리뷰가 아닙니다. 혹시나 책의 정보를 얻고 싶어 보시는 것이라면 먼저 미안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제1장 곤마(바둑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돌)

 

'나는 사랑에 실패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집착을 한 것이 아닐까? 그게 진정 사랑일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후후 사랑이라...어찌보면 나의 집착을 이쁘게 표현한 것은 아닐까? 나의 착각을 아름답게 기억할려고 내가 만든 포장이지 않을까.

 

꽤 기나긴 시간이었다. 어떻게 흘러갔는 지도 모를 시간들...

 

무서운 것은 내 자신이었다. 영화나 TV에서 종종 등장하듯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모습이 매일 24시간 내 눈 앞에 있었다. 내가 이리 집중력이 좋은가..어찌 이리도 그녀가 나타나는가. 뇌에 경련이 일어났는가. 왜 이러는가.

일을 하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 그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금 이 시간에..나를 궁금해 하기는 한 것일까?' 오로지 그 생각들 뿐...심각한 병이었다. 무서울 정도로, 나 스스로에게 공포스러웠다.

 

그 생각은 나를 지배하고, 그 생각만 하게 하였으며, 그녀가 누군가에 웃는 모습들, 나에게는 냉담했던 그 모습들, 하나 하나 옆에서 눈 앞에서 보이고 또 보였다. 그녀와 나누었던 대화들, 또 다시 기억해 내고 속으로 반복해서 그 의미는, 그 뜻은? 하며 혼자 주석을 달고 해석을 하며, 미친듯한 정신 상태를 보였다.

정신병 책이야 워낙 좋아해 그런 류의 서적은 종종 읽었지만, 망상증이라고 할까? 정신착란이지 않을 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오로지 틈만 나면 그 생각들로 난 생활을 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담배를 피고 또 담배를 피고, 누가 내 옆에서 무슨 얘기를 해도 들리지도 않고 반은 넋이 나가 아무 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내가 살아 있는 것인지, 난 지금 무얼하고 있는 것인지...'곤마'다.

 

'사랑을 떨구는 그 순간, 세상은 허물을 벗었다. 나에게만 감춰졌던 세상은 갑자기 나타났다.'

 

그녀에 대한 생각에 뒤이어 오는 다음 단계는 나의 신분에 대한 한탄, 나의 처지에 대한 한탄, 용기 없는 내 성격에 대한 한탄...그 심각한 패배 의식.

 

관리사무소에 우두커니 앉아 사람도 오지 않고, 그냥 그 고요한 적막만이 나를 감싸고 있는 곳에서 난 그렇게 오랜 시간 홀로 앉아 있었다.

 

길에서 우연히 한 번, 딱 한 번 말이다. 신이 실수를 한 건지, 아니면 무언가 나보고 죽으라고 저주를 하는 존재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과 건널목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연락을 끊고 내가 도망간 지, 한 달만에...

 

길 건너편에 사람들 속에 있는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난 어떤 사람들 속에 있어도 그 사람은 한 눈에 알아본다. 이미 몇 번이나 길에서 그리고 어디에서든 그 사람과 비슷한 헤어스타일, 비슷한 체형의 여성의 뒷 모습을 보면 그녀가 아닐까란 생각에 계속 봤던 나였다. 그 사람은 100명의 무리안에, 아니 1000명의 무리 안에 섞여 있어도 나는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다.

 

날씨가 좀 쌀쌀한 그 날, 검은 색의 하프 코트를 입고, 조금은 길어진 머리, 안에는 베이직 색의 티를 입고, 청바지를 입은 그녀가 귀에는 이어폰을 꼽은 채 핸드폰을 열심히 보고 있었다.

 

난 그녀와 정반대의 길에 있었고, 신호가 바뀌면 마주쳐 지나가야 했다.

 

'도저히 갈 수가 없다. 저 사람 앞으로 지나갈 수가 없다'

 

수 십번이나 집에서든 직장에서든 거울을 보며 우연히 혹 정말 우연히 마주친다면 그냥 상쾌하게 지나가리라. 난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지 않았다. 난 당신에게서 도망가지 않았다. 난 당신이 싫어서 그래서 난 떠난 것 뿐이다라고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외쳤던 나였다.

 

초조한 마음에 그녀를 한 번 봤다가, 신호등을 보며 난 그녀를 하염 없이 바라봤다. 이쁘구나, 참으로 이쁘구나...라며..

 

차량의 신호를 알리는 신호등이 빨간 불로 넘어가면 내 운명의 신호등은 파란 불로 바뀐다. 차량 신호등이 노란 불로 갈 때  한 번 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메세지를 다 보냈는지, 고개를 들고 좌우를 살피는 것 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눈에 새긴 채 뒤를 돌아 가장 가까운 골목길로 뛰다시피 갔다.

 

'공부를 하며 알바를 겸한 때문도 아니다. 용돈을 못 주는 부모라서가 아니다. 아버지가 일용직이고, 어머니가 몸이 아프셔서가 아니다. 그럼 너무 아프니까. 그래서 난 그냥 열심히 하지 않는 편이어야 한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으로 나온 것이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 뿐이다.'

 

왜, 무엇 때문에 뛰다시피 들어간 골목길에서 마치 미친 사람처럼 눈물이 펑펑 나왔던 것일까. 왜 내 눈은 괜찮다는 내 마음과 다르게 홍수 터지듯이 눈물이 나왔던 것일까...골목길로 또 골목길로 어디인 지도 모르는 길을 굽이 굽이 걸어가면서 눈물이 계속 나왔다.

 

영화보면 멋있게 울던데...난 그것도 아니다. 진짜 주르륵 주르륵 아주 추하게 계속 흘렀다. 소리도 내면서...울고 있었다.

저 골목길에선 담배 피던 중학생들도 놀라고, 이 골목길에선 집에 나와 쓰레기 버리던 아주머니도 놀라고, 사람 여럿 놀래키며 난 울면서 걸어갔다. 소리 내면서... 

 

며칠 뒤, 길을 가다가 분홍색의 예쁜 여성용 목도리를 파는 것이 보였다. 하나를 사서 예쁜 쇼핑백에 담았다. '미안하다'란 짧은 쪽지를 목도리를 담은 쇼핑백에 넣고, 출근하기 전 새벽시간에 그녀가 일하는 병원 문 앞에 걸어 놓았다. 그녀는 건널목에서 목도리를 안하고 있었다. 그냥 그게 신경이 쓰였다.

 

새벽, 환경미화원 차량들이 지나가는 도로에서, 홀로 걸으며 그 씁쓸함, 뭐라 부르기 힘든 그 감정을 추스린 채, 정말 난 또라이다. 뭐가 미안한 것이냐...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희미한 기대가 있었다. 그녀도 내 연락처를 알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친구들은 다 이어져 있으니 말이다.

 

혹시 연락을 주지 않을까 하는 그 나약한 미련, 그 사람이 날 알아봐 주길 원하는 그 쓰레기 같은 마음.

 

3일, 5일, 7일 시간은 흘러도 매일 난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 앉아 있었지만 그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 대리 부르세요 라는 대리운전 업체 문자만 금요일 아침에 정확하게 올 뿐....

 

제2장 우리 술 한잔 할래요?

 

겨울의 어느 날 화창한 토요일, 혼자 근무이기에 정신 놓고 또 앉아 있었다.

 

평온한 관리사무소의 벨은 울리고, 전화를 받으면 언제나 격정적인 목소리의 주민들의 민원.

 

"아저씨! 빨리 좀 와 봐요! 빨리!"

 

이 날카로운 목소리, 분명 화가 났어. 관리사무소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 '화난 아주머니.'

 

또, 뭐야. 분명 별 거 아니다. 화장실이 막혔거나, 아님 윗 집에서 베란다 물 청소를 해서 자기 베란다로 물이 떨어진다 거나 그런 일이다.

 

아주머니가 콜한 아파트 앞에 가 보니 그 분은 어떤 아이를 앞에 놓고 손가락질을 하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이 병신 새끼! 이 병신 새끼!"

 

다가가는 나에게는 저 단어만 크게 들렸다. 얼굴은 자연스레 찌뿌려졌다. 왜 저리 욕을 하는가, 도대체 당신은 뭐가 그리 불만이신가.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 아이는 초등학생처럼 보였다. 그러나 좀 묘했다. 윗도리는 잠바에 목도리까지 하고 바지는 입지 않은 채 회색빛 찬란한 내복을 입고 있었다. 거기다가 아주머니가 저렇게 욕을 하는데도 왠만한 아이들은 울며 엄마 찾기 바쁜데. 이 녀석 당당하게 이 아주머니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

 

'뭐냐, 너 초등학교 일진이냐...'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자초지종을 들으니 이 꼬마가 엘리벨이터를 각 층마다 누르고 거기에 타서 1층에 내리면 다시 올라가는 것을 누르고 한다는 것이다. 그걸 반복을 몇 시간 째 자기가 엘레베이터를 타려고 보니 이런 행동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근데 왜 이리 화를 내시는건지...이해가 안 간다. 살다 보면 뭔가 자신의 인생에 의미보다 자신이 사는 곳이 의미가 더 큰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이 아주머니 열변의 핵심은 이런 얘들 때문에 장애인 아파트라고 불린다는 것이다.

 

후후후 아주머니 토요일 날, 날 유재석 대신 웃겨주시는 건가요? 여긴 노인 및 장애인들이 많이 살아요. 어디든 이 분들은 다 살아요. 왜요? 당신은 아이에게 이렇게 욕하는 정신병자 아닌가요? 당신도 정신 장애자이지 않나요?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다 뜨겁게 무엇인가가 말이다. 한번 꿀꺽 삼키고 웃는다. 미친듯이 말이다. 어색한 미소, 돌아버릴 것 같은 어색한 미소로 아주머니를 진정시켜 보내고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꼬마야, 그렇게 엘레베이터를 누르면 안 돼. 집은 어디니?"

 

"......"

 

꼬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다. 이 자식 진짜 일진인가? 근데 이 녀석 눈도 나를 보지 않고 있다. 아까부터 다른 곳만 보고 있다. 초점이 없다. 뭐냐, 토요일부터 어디서 당신들은 솟아나 나를 당황하게 하는가.

 

결국 몇 번이나 물어봐도 이 녀석은 아무런 답변도 없고, 눈 하나 깜박 안하고 반응이 없었다. 콧물은 흐르고 있고, 짧은 스포츠 머리, 덩치는 좀 크다. 초등학교 3, 4학년 같은 이 녀석...추운 지 다리를 떨고 있다.

 

관리사무소에 데려와 경비 반장님 휘하 경비원 분들에게 물어봐도 이 녀석을 아무도 모르신다. 반장님은 어른의 스킬을 보여 주신다면 아이가 말을 하게 끔 한다며 재롱도 떠시고 말도 거시다가 자기가 참지 못 해 소리를 버럭 질러 아이를 울려 버렸다. 지옥이다. 지옥이야...

 

해는 떨어지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 녀석에게 과자를 먹이며 TV를 보여주고, 이걸 어쩌냐, 이제 경찰을 불러야 하나...그러고 앉아 있었다.

 

"루쉰p 반장!!! 찾았어!"

 

오! 경비 반장님 역시나 베테랑이다. 그런데 뒤에 누군가 따라 들어왔다. 어깨까지 오는 긴 생머리에 뭔가 겁 먹은 듯한 표정의 아가씨 한 명이었다.

 

"아, 글쎄 이 분이 누나인 가봐, 우리가 비번일 때 이사를 왔어, 그래서 우리가 몰랐던 거야. 자기 동생 찾아서 초소에 왔더라구."

 

아, 그랬구나. 그래서 우리가 몰랐구나. 아가씨는 조용한 목소리로 '죄송해요'하고 동생을 데리고 나갔다. 근데 이 녀석이 웃으며 달려오더니 누나 손을 꼭 잡고 뒤도 안 돌아보고 인사도 안하고 간다. 짜식아, 난 너랑 그래도 오후를 보냈단 말이야...뒤라도 돌아봐죠...

 

그 남매가 나가고 경비 반장님 자신의 조사 결과를 발표 하신다. 브리핑 시간이다.

 

"아, 글쎄. 저 꼬마가 머리가 모자른 장애인이래. 지체 장애라 뭐라나 그래서 집에 다가 놓고 갔는데 그렇게 문을 열고 나간다네..에유, 가족들이 고생이지 뭐. 아 그리고 저 아가씨 있잖아. 저 사람도 장애인이랴. 왼팔이 없어. 팔이...아 근데 모르니까 당하는거지 뭐, 돈도 제대로 못 챙기고 회사만 그만 두워다고 하던데..하여튼 지랄 같은 세상이야..."

 

눈치를 못 챘다. 팔이 없는 건 보지를 못했다. 경비 반장님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저 아이는 지적 장애 아동이었다. 어머니랑 누나랑 같이 사는 데 누나는 24살 정도. 나이 차가 많이 난다.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어떤 기계에 팔이 빨려 들어가 팔꿈치까지 손이 잘렸다고 한다. 어머니는 지방에 자주 내려가 장사를 한다고 한다.

 

우울한데 더 우울해 졌다. 아주 깊이 우울해 졌다.

 

토요일에 내 근무일 때 그 녀석 혼자 나와 있으면 불러다가 TV를 보여주고 과자를 사 주었다. 그러면 그 아가씨는 항상 저녁 때마다 '죄송해요'라고 한 마디만 한 채 그 녀석을 조용히 데려갔다. 여전히 그 녀석은 나를 뒤돌아 보지도 않고, 다만 과자는 꼭 챙겨서 갔다.

 

'죄송해요'라고 가는 그 아가씨 왼팔을 보면 비어있다. 잠바에 왼팔 부분이 휭하니 비어있다. 난 웃으며 보내고 관리사무소 밖을 나와 담배를 폈다.

 

'산재 보험은 제대로 받은 것일까? 저 아가씨 회사에서는 도대체 무얼 해 준 것일까?'

 

그리고 어떤 날은 동생을 데리고 나와 관리사무소 앞에서 한 손으로 그네를 밀며 웃는 동생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그 아가씨를 보면 사랑에 집착하는 내 자신...그런 자신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술 한잔 하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냥 좋아서 그런게 아니다. 동정심도 아니다. 그냥 같이 술 한잔을 하고 싶었다. 이야기 해 보고 싶었다. 허나, 지금의 자신을 보며 누군가와 술을 먹는다는 것, 내 깊은 어둠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다는 욕심. 저 사람도 나보다 더 깊은 어둠과 싸울텐데 말이다....한심한 짓거리...

 

자책을 하고 담배를 폈다.

 

제 3장 착수

 

오랜만에 편집국장님에게 연락이 왔다. 잡지사가 망하고 흩어진 채 아주 오랜만에 연락이 오셨다. 서로 성공하고 만나자고 했는데 벌써 성공하신 것일까? 하는 밑도 끝도 없는 희망을 품고 종로의 빈대떡집으로 향했다.

 

먼저 와서 앉아 계신 국장님의 모습은 몇 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으시다. 불 타오르는 듯한 꼬불꼬불한 곱슬머리, 무테의 안경. 네모난 얼굴. 저 타고난 웃음은 볼 때마다 환하다.

 

소주를 서로 번갈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빗소리와 함께 소주는 잘도 들어갔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안 하려고 했다. 내 어둠을 누군가에게 줄 수는 없었다. 게다가 국장님께는 더욱 더 말이다. 나에게 항상 격려를 해 주신 분이셨다. 고졸 출신의 기자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다. 정말 훌륭한 잡지사 기자가 되자! 막 쓴 글이라 할 지라도 하나 하나 수정해 주시고 잡지의 기본을 가르켜 주신 분이었다.

 

이런 분에게 내 어둠을 던질 수는 없다. 근데 내 마음은 왜이리 약한가. 국장님은 눈이 날카롭다. 뭔가 우울하고 말수가 적은 나를 미심쩍게 생각하셨다.

 

"루쉰P 기자, 왜이리 우울했졌나? 관리사무소 직업병인가?"

 

이 분은 여전히 나를 기자라 불러주신다. 근데 왜 난 이 소리에 눈물이 나온 것일까?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국장님은 당황하셨다.

 

말이 터져 나왔다. 내가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난 무슨 정신병에 걸렸는지. 말하고 또 말했다.

 

국장님은 처음엔 당황하시더니 이야기를 듣는 내내 담배를 피셨다. 밖에 시끄럽게 떠드는 연인들을 흘끗흘끗 보시면서 말이다.

 

내 이야기를 모두 마친 후 국장님은 소주를 한 잔 입에 탁 털어 넣으셨다.

 

"루쉰P 기자, 내 이야기 하나만 할까?"

 

울먹이는 나를 앞에 둔 채, 주변 사람들이 '쟨 뭐야?'라고 쳐다보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장님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루쉰P기자를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야. 그냥 내 이야기야. 들어줬으면 해서. 난 말이지 20대 중반에 처음 여자친구를 만났어. 5년을 사귀었어. 그 때 내 사정은 말도 아니었어. 맨날 책만 읽고 샀지. 생활을 하는 변변한 직장이 있나. 아니면 딱히 뛰어난 학벌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말이야.

 

남자친구로서는 정말 찌질이가 따로 없었지. 여자친구는 동네에서 내가 주도했던 문학 모임에서 만났어. 그 때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 데 책을 읽어 보고 싶었는지. 그 모임에 후배 소개로 왔더라고. 난 소설을 쓴 답시고, 자신감만은 넘쳐 있었지.

 

몇 번인가 나에게 무슨 책이 좋냐고 물어 보길래 여러 책들을 소개시켜 주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는 사귀고 있었지. 그 사람은 나를 인간 그 자체로만 봤어. 내 환경, 직업, 돈 이런 건 그 사람에게 중요한 게 아니었어. 그냥 내가 사랑스럽고 좋은 거였지.

 

자기가 힘들 게 일한 돈으로 맨날 나를 밥 사주고 책 사주고 보통 정성이 아니었어. 그리고 내가 반드시 소설을 써서 성공할 거라고 아주 확신에 가득 찼었지 광적일 정도로 말이야.

 

20대 중반에 만났으니 그녀는 참 예뻤었지. 근데말이야. 루쉰P 난 최악의 인간이었어."

 

소주 잔을 바라보고 국장님은 잠시 말이 없었다. 나도 뭐라 말 하기가 그랬다. 시끄러운 여러 연인들의 소리. 내 눈물은 그쳐 있었고, 난 조용히 국장님의 소주잔에 소주를 따라 드렸다.

 

"우연찮게 잡지사에 기고한 글이 채택이 됐지. 그리고 잡지사를  출입하게 됐어. 30살 때 였으니 그 때까지 직장도 없던 내가 얼마나 신이 났겠어. 글을 쓰든 못 쓰든 잡지사에 가서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고 만나고 뜬구름 잡는 얘기만 신나게 했지. 사상을 논하고, 사회를 논하고 말이야. 아무 것도 아닌 주제에..그런데 말이야.

 

거기서 새로운 여성을 만났지. 내 글을 실어주는 담당 기자였지. 안경을 쓰고 새침하게 생겼는데 잡지에 글 올리고 혹은 작가랍시고 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아주 좋았지. 그런데 그녀는 그런 사람들에게는 업무상 필요할 때는 웃거나 말을 잘 해도 자신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지.

 

남자들은 그런데서 매력을 느끼는 지 더 안달이 났어. 없는 돈들에 옷들을 빼입고 와서 저녁을 먹자, 어디를 가자 그런 말들만 지껄였지. 그런 무리들을 보며 나는 한껏 비웃어 주었지. 난 처음에는 그 여성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어. 오로지 내 글, 내 문학이 나올 수 있을까란 생각에만 몰두하고 있었지. 어떻게 써야 할까? 어떻게 어디서 부터 시작을 해야 할까? 매일 고민이었지.

 

그러다가 그녀와 그런 것들을 놓고 이야기를 하게 됐지. 근데 그게 실수였어. 그냥 그 작품들 그런 것들에서 대화가 멈춰야 했는데 난 멈추질 못 한거야. 대화가 깊어지고 깊어 질 수록 서로 사는 얘기, 서로 생각한 것들 그런 것들이 이야기가 시작된거지.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거야. 거기서 내 병이 시작됐어. 그 때 여자친구를 만나지 5년 째 였고, 난 공기가 익숙하듯이 내 여자친구에게 너무나 익숙했지. 존재하는 것도 모를 정도로 생활이었으니까.

 

잡지사에 있는 이 여성과 이야기를 하며 여자친구와 대화할 때는 못 느꼈던 매력을 느꼈어. 그리고 다른 남성들은 이 여성과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안달인데 난 아주 자연스럽게 이 여성하고 그런 사이가 됐다는 것에 대한 승리감? 그런 비슷한 것도 취하고 말이야.

 

내 안에서는 악마가 자라나기 시작했지. 내 여자친구가 하찮아 보이기 시작한거야. 이 여성과 대화하며 막히는 것이 없는데, 여자친구는 맨날 밥은 먹었냐, 아니면 오늘 일은 어땠냐? 물어보는 그런 대화가 나는 싫증이 나기 시작했어.

 

사람은 참 무서워. 그 땐 내가 정신이 돌았던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그 후에야 하게 됐지. 이 잡지사 여성과 대화를 하며 이런 게 사랑일까라는 착각을 해 버린거야. 무섭게 말이야. 그리고 그 때부터 내 여자친구에 대해 시선이 변하기 시작했어. 나를 위해 희생해 주는 것도 바보 같아 보이고, 책도 안 읽고 무식해 보이고, 대화도 안 통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

 

내 변화를 여자친구도 눈치를 챘어. 하지만 이 사람은 워낙 수줍고 내성적인 사람이라 내색은 못하고 나에게 더욱 헌신적으로 해 주었지. 근데 난 여자친구에게 돈을 받아서 잡지사 여성하고 영화를 보러 가고 밥을 먹고 그렇게 다녔어. 내 여자친구가 고생해서 번 돈으로 말이야."

 

싸다귀를 날리고 싶었다. 진짜 내가 존경하는 국장님만 아니었다면 난 싸다귀를 양 쪽으로 날렸을 것이다. 끔직한 이야기였다. 국장님은 조용히 담배를 물었다.

 

"여자친구가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하면, 어쩔땐 측은 한 마음이 들어 자치방으로 데리고 가서 안심시키는 대화를 하고, 섹스를 했어.  어디서 읽었는지 모르지만 마치 욕정이 사랑인 것처럼 가장을 해서 여자친구를 안심시키고 내 욕정을 채우기 위해서 그런 짓을 했지. 그러고 그러면서도 난 그 잡지사 여성과 계속 만났지.

 

결국 난 여자친구를 보면 그 잡지사 여성이 생각나고 그 양 쪽에서 갈팡지팡을 하다가 여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해 버렸지. 울면서 왜 그러냐고 묻는 그 사람에게 싫증났다고 그러니까 그만 만나자고 했는데 서서 울고 있는 그녀를 두고 냅다 뛰어가 버렸어. 그게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아..

 

그러곤 며칠 뒤에 그 잡지사 여성에게 만나고 싶다고 고백을 했지. 어떻게 됐을 것 같나? 루쉰P. 하하하 루쉰P기자가 만났던 그 여성이 했던 말과 비슷하게 그녀는 나에게 했어. 처참했지. 사랑하는 사람을 버리고, 그리고 내가 사랑한 줄 착각했던 사람에게 버림을 받은거야.

 

난 아주 병신이 됐어. 병신이 말이야. 그리곤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갑자기 밀려오더군. 하지만 돌아갈 수는 없었어. 내가 그 사람을 배신했던 그게 용서가 안 되더군. 그리고 이런 쓰레기 같은 나를 사랑해 준 그 사람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다시 돌아갈 수가 없었어. 아마 그 때 내가 돌아갔다면 그 사람은 나를 용서해 주었을 수도 있었어. 그만큼 나를 사랑해 주었으니까. 근데 난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거지. 술에서 깬 사람처럼 내가 어떻게 이런 짓을 저지르고 이렇게 살 수가 있는가. 자신이 보이길 시작한 거지.

 

글도 쓸 수가 없었네. 내 모멸감에, 그리고 그 잡지사는 발을 끊었고, 지방으로 내려가서 직장에 취직해 일을 했어. 루쉰P기자처럼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어. 매일 매일 괴로웠지. 지옥이었어. 하루에도 수백번 그녀를 찾아가 용서를 빌고 싶다는 생각에 서울로 올라가기를 여러 번 이었지만 차마 가지를 못 했어.

 

그 때만큼 지독한 나를 본 건 처음이었네. 아주 지독한 인간이었어. 최악이었고. 나도 놀랬지 내가 이런 인간이란 사실에 말이야..."

 

비는 하염없이 쏟아지고 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 서로 밖을 보며 그냥 앉아 있었다.

 

"내가 다 지난 이런 소릴 하는 건. 나 같은 인간도 있다는거야. 루쉰P기자. 자네는 이런 쓰레기 같은 나와 같지는 않잖아.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한거야."

 

속으로 '정말 심하긴 심했다.' 란 생각에 아무런 답변을 못했다.

 

국장님은 이야기를 마친 후, 갑자기 나에게.

 

"루쉰P기자, 우리 약속 기억나지. 서로 성공해서 보자고한거. 자네가 관리사무소에서 일을 한다는 건 아는 사람들을 통해 들었어. 난 자네가 노무사든 뭐든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하는 사람이란 걸 알아. 그리고 난 자네가 아까워. 혹시나 나를 믿는다면 한번 내가 주는 기회를 받아주겠나?"

 

국장님은 이야기인 즉슨 친구가 주무관인데 대학교 행정직 직원을 뽑는데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하시기에 나를 추천하고 싶다고 하셨다.

 

사랑에 대한 배신감 느끼는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니,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시고 내가 더 당황했다.

 

국장님은 계약직이라고 했다. 2년 근데 대학교 행정직이고 6시 칼퇴근이기에 공부를 하는 걸 도전하며 이 쪽으로 꼭 가보라고 하셨다. 관리사무소는 답이 없다. 그게 국장님이 날 만나고 싶어했던 핵심이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국장님의 그 사랑과 나의 직장 추천과 도대체 뭐가 어찌 돌아가는 것인지..

 

비를 맞으며 국장님과 둘이 어깨동무를 하고 오는 데 빗물에 눈물이 흘려가고, 국장님은 전철역 앞에서 혀가 꼬여가며 나에게 말했다.

 

"사람은 살아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이야. 루쉰 선생의 이 말 기억하지. 절대로 지금 이대로 있어서는 안 돼. 내 젊을 때 모습 같아. 그건 아니었네. 반드시 부수고 나가. 우리가 예전에 같이 일했을 때처럼."

 

국장님을 전철에 태워드리고, 전철 역을 나와 담배를 피며 젖은 벤치에 앉아 엉덩이가 젖은 것도 모른 채 담배를 피며, 울었다.

 

머리는 젖고 담배도 젖어 불을 계속 꺼지고...지나가던 차는 물을 튀기고...

 

하지만 상쾌했다. 모든 것이 다 씻겨 내려 가는 듯이 그렇게 전철 끊길 줄도 모르고 앉아 있다가 찜질방에서 잤다.

 

제 4장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국장님의 권유에 찾아간 대학교에서 난 엑셀을 다룰 줄 안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엑셀은 그냥 재미있어 배워논 것인데 이렇게 갑자기 활용도가 있을 줄은 몰랐다.

 

면접을 보며 몇 년간 안 입던 정장을 입고, 머리는 젤을 한 것 바른 채, 촌놈인 지 아닌지 모를 내 스타일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질문에 내 모든 것을 바쳐서 대답했다.

 

올 해 3월, 벚꽃이 지던 그 때, 난 합격 통보를 받았다. 바로 자리를 뛰쳐나가 아무 것도 모르는 경비 반장님의 손을 잡고, 합격 소식을 전했고 경비 반장님 휘하 경비 아저씨들은 모두 나와 나를 축하해 주었다.

 

아...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광경이 생각이 난다. 토요일 마지막 근무, 밤에 우거진 관리사무소 주변에 벚꽃들은 지고, 경비 반장님과 아저씨들에게 담배 한 갑씩과 박카스 한 병 씩을 나눠드리고 난 조용히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여기를 떠 나는 것인가, 이제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인가? 왠지 모를 아쉬움. 정들음. 밤이 깊고 깊어도 난 잠이 오지 않았다.

 

일요일 아침 이제 떠나야 하지만 그 소년이 마음에 걸려 오후까지 퇴근하지 않고 그 친구가 나오나 관리사무소 앞을 왔다 갔다 했다.

 

어머니랑 누나와 함께 오는 소년이 보였다. 뭐라 다가가 말하기도 그래서 그 아가씨가 인사를 하기에 나도 가벼운 목례를 하고, 만나면 주고 싶었던 과자 몇 가지를 산 봉지를 그 녀석 손에 쥐어 주었다.

 

어머니나 누나나 이런 거 안 주셔도 된다고 손사래를 치셨지만 난 그냥 주고 싶어서 그런다고 말씀드리고 그 녀석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었다.

 

셋이서 가는 뒷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왼쪽에 원래 있어야 할 팔이 없는 아가씨의 뒷모습을 보며 뭔가 결의를 했다.

 

다시 가는 그곳에서 난 반드시 해 내고야 만다. 기필코 말이다!!!

 

지금 그렇게 다짐하고 산지 벌써 몇 개월째다. 조그만 대학교의 행정직으로 들어와 고졸 학력에 사람들과 뒤섞여 일하고 있다. 매일 캠퍼스에는 젊은 남녀 학생들을 본다.

 

그리고 난 아직도 잊지 못하는 그녀가 내 마음 속에서 나타나 나를 괴롭히면 격렬하게 내 목표를 잊지 않고 공부를 한다. 그렇게 지금 살고 있다.

 

'미생'은 이 직장 생활에 들어와 읽은 책이다. 많은 도움이 된다. 댓글들에도 써 있지만 마치 내 생활과 같다. 만화를 좋아하지만 이 작가의 열정에 놀랄 뿐이다.

 

그리고 내 마음이 재생이 된다.

 

매소드 배우 : 작중의 인물이 되기 위해 자신을 지우고 극 중 인물이 되어 사고하고 행동한다. 그 후유증으로 작품이 끝난 후에도 그 극 중 인물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난 장그래가 참 좋다. 그를 연기하는 매소드 배우가 되고 싶다. 물론 후유증은 사양이다. 하지만 어떤 캐릭터와 나를 동일시하고 살고 싶다는 욕심은 오랜만에 가진 듯하다.

 

사랑은 나를 만들고 해도 늦지 않다. 바람 부는데로 가버리는 나약한 나 따위는 이미 내 인생의 연극에서 지워버렸다.

 

난 새롭게 살리라. 아주!!!

 

역시나 미생의 이야기는 하나도 못 쓰고 제 이야기만 썼네요. 아이리시스님, 사자님, 양철나무꾼님, 달여우님, 감은빛님, pek0501님, 쉽싸리님, 섬님, cyrus님, 소이진님, 다락방님, 차좋아님, 꼬마요정님, 베리베리님 그리고 모두 모두 전 이제 그곳에 잊지 않아요. ^^ 1년의 시간 동안 아무 것도 쓰지 못하는 저를 찾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저 진짜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요. 너무 길게 쓰다보니 뭘 썼는지도 모르겠어요. ㅋ 대학교 행정직 정말 저에겐 안 맞는 거 같아요. 그리고 생명은 2년, 그 다음에 살아날 지 모르나 지금 전 걸어가고 있습니다. ㅋ 패배 따위는 없습니다. 책도 읽으며 나아갈께요. 그리 자주 못 읽어도 말이죠. 항상 우리 알라딘 동지들에게 감사해요. 오랜만에 써서 읽기 불편하셔도 참아주셔요.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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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11-19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님!! 저도 루쉰님을 애타게 찾던 사람 중에 한 명인데 말이어요 ㅠㅠ
저 명단에서 저는 모두모두에 포함되었기에 살짝 토라졌답니다. 농담이에요 ㅎㅎ
글이 정말 길어서 일단 먼저 댓글로 루쉰님을 격하게 반기고 찬찬히 훑어 읽을게요.
되게 바쁘신가 봅니다. 모쪼록 몸 건강히,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자주 만나요, 우리~

루쉰P 2012-11-20 09:16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 정말 미안요~~~그래서 수정하였어요. 그리고 진한 게 표시까지 했어요. ㅋㅋㅋ 제 글 정말 길죠 ㅋ 아 도대체 무얼 쓰고 있는 지, 소이진님도 언젠가 사랑을 하시겠지만 상처 받지 않고 아름답고 좋은 사랑 했으면 싶어요. ㅋㅋ 아 노인네 같은 소리를 ㅋ 기다려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ㅋ

아이리시스 2012-11-20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님 안녕. 저 왔어요. 댓글 보고서 왔어요. 아까 오고 싶었는데 할 일이 많아서 먼저 하느라 루쉰님 리뷰 읽기 전에 해치우고 이제 왔어요. 지금껏 자꾸 글 달라고 한 건 미안했어요. 루쉰님 너무 보고파서 그랬는데 그게 부담일 줄 알면서도 장난 식으로 던지고 간 것도 죄송했어요. 하지만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응?). 저는 항상 잘한 일만 하거든요(기특). 그래서 루쉰님 이렇게 보잖아요. 뵙잖아요.

잘 읽을게요. Good Luck!! 자주 만나요, 우리 222.

루쉰P 2012-11-20 09:20   좋아요 0 | URL
후후후 아이리시스님이 아니었다면 전 백만년 뒤에 저 은하계 뒤 알라딘에서 나왔을거에요. 고마워요. 진심으로여 ^^
아이리시스님은 기특합니다. ㅋㅋㅋ 근데 너무 오랜만에 써서 영 불안해요. 감정만 복 받친 것은 아닌 지 하구요. 후후후
기다려주셔서 고마워요. 아! 진짜 저도 글 좀 올려야 겠어요. 그래도 쓰고 나니 뭔가 엉클어진 게 확 풀린 듯!!!

아이리시스 2012-11-23 19:50   좋아요 0 | URL
루쉰님 글은 너무나 문학적이잖아요. 우왓. 그나저나 우리 몇 살 차이인가요, 몇 살 차이 안났던 듯한데 저희때는 국가공인자격증 세 개 이상보유가 기본이었는데요. 엑셀하니까 갑자기 기억이;; 책상서랍에 산업기사,기사 합쳐서 자격증이 5개인가 있어요. 쓸데가 하나도 없어요. 컴퓨터랑 전산쪽. 갑자기 이 얘기가 왜 나왔지!!!

아!!! 엑셀의 귀재이십니까? 엑셀이 정말 쓸때마다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기능이 제일 많고 진짜 능숙하게 잘하고 싶은 프로그램인데 배울라구요!! 루쉰님 또 뭐 잘해요? 소설쓰는 거 말고 뭐 잘해요? 다 배울 거예요!!!

저 뭐라는 거죠?ㅋㅋㅋ

루쉰P 2012-11-24 09:27   좋아요 0 | URL
문학적이라니! 그런 과찬을 ㅋㅋ 제 글을 문학적이라 보는 건 아이리시스님 뿐 ㅋㅋㅋ 너무 제 글을 높이 평가하셔요 ㅋ 소설가 적 재능은 아이리시스님이 가지고 있잖아요 ㅋ

엑셀은 제가 30 평생 다져 온 하나의 필살기죠. 음 뭐랄까 이거라도 하나 해 놓으면 그래도 어디를 가든 알바라도 할 수 있진 않을까하는 생계보존형 필살기였죠. ㅋㅋㅋ 근데 자격증이 그리 많으시다니 역시나 아이리시스님도 저랑 같은 종족이세여 ㅋ 문학을 좋아하나 컴퓨터 자격증이 많은 학파를 거스르는 종족 ㅋㅋㅋ 중력을 거스르는 거죠 ㅋ

저 잘 하는 거 많아요! 혼자 오래 앉아 있기! 서점가서 예쁜 여성이 어디에 있는 지 책을 보며 스캔하기.(이건 진짜 필살기에요 제가 사람들은 책 보는 줄 착각해여) 커피 연장 마시며 담배 피기. 집에서 욕 먹으며 책 사기. 아유 너무 많아서 다 쓰지도 못 하겠네여. ㅋ 저 의외로 장점이 참 많답니다 ^^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리시스님께는 이 기술들 못 가르쳐 드리겠네요. 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2-11-20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is too will pass away....

다 지나갈 껍니다. 루쉰P님..


루쉰P 2012-11-20 17:04   좋아요 0 | URL
네..지나가고 있어요. 억지로라도 지나갈려고 기를 쓰고 있습니다. 1년을 걸어왔어요. 멈추지 않을 겁니다. ^^

2012-11-20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20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2-11-20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루쉰 님, 반갑습니다. 드디어 글을 쓰셨군요. 매우 오랜만입니다. ^^

"저 골목길에선 담배 피던 중학생들도 놀라고, 이 골목길에선 집에 나와 쓰레기 버리던 아주머니도 놀라고, 사람 여럿 놀래키며 난 울면서 걸어갔다. 소리 내면서..."
- 이 문장은 외우고 싶을 정도로 멋집니다. 소설 속의 문장 같아요.

"그 남매가 나가고 경비 반장님 자신의 조사 결과를 발표 하신다. 브리핑 시간이다"
- 저 여기서 빵 터졌어요. 그 뒤론 슬픈 얘기이지만 슬픈 얘기 속에도 이런 유머가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우리가 됩시다.ㅋㅋ

슬픈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흐뭇한 이야기도 있고 넉넉한 마음을 나타내는 이야기도 있어 좋습니다. 앞으로 글을 자주 올려 주시면 관심 갖고 재밌게 읽겠습니다. 파이팅!!!!!!!!!!!

루쉰P 2012-11-20 17:11   좋아요 0 | URL
외우시면 안 돼여 ^^ 그리 실용적이지 않습니다. ㅋ 블랙유머라고 할까요? 전 그게 참 좋더라구요~슬프고 우울한 일은 도처에 깔려 있고, 또 그 속에서 인간은 살아야 하기에 웃음을 뽑아내는 것이지 않나 생각하구요.
그리고 돌아보면 웃긴 일인데 그 때는 여유가 없어 슬프고 우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아마 저 3년 뒤에 제 글보면 빵빵 터지면서 웃을 것 같아요. 그 때는 뭐가 그리 사랑에 심각했냐고 하면서 말이죠. 전 오로지 그 때를 기다립니다. ㅋㅋ
글은 올리도록 노력할께요. ㅋㅋㅋ

반딧불이 2012-11-2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무삭제판 '데미지'를 봤어요. 마지막 대사가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까닭은 우리가 전혀 몰랐던 것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내용이었던 것같아요. 두고두고 그 '몰랐던 것'을 알아가게 되시리라 믿어요.

루쉰P 2012-11-21 10:48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좋은 대사네요. '몰랐던 것' 그것들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는 것 같아요. 전 제가 무쇠 심장을 가진 강철소년인 줄 알았어요. -.-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줄 알으거죠 후후후
사람에 대해 더 알아가는 그런 시기인 듯 싶어요. 정말 그 전까지 인간을 몰랐어요. '이것이 인간인가'란 딱 저에게 맞는 말이에요.
감사해요. 반딧불이님 알아가고 알아가면 알려고 살 것입니다. ^^

2012-11-21 0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21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21 0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21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2-11-21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도 직업도 바뀌었군요.엑셀의 힘! 역시 사람은 뭔가 내세울 것이 하나라도 있어야 합니다.
사랑 이야기는 안타깝고요...

루쉰P 2012-11-21 10:56   좋아요 0 | URL
엑셀이라도 해 놨기에 천만다행이었죠. 아무리 기회가 와도 내가 그것을 받아 먹을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말짱 황이에요. ㅋㅋ 엑셀의 귀신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후후후 엑셀의 봉인된 실력이 개봉된 것이죠. ㅋ
저만 사랑을 했겠어요. 모두들 누구나 가슴 속에 누구에게 말 못하는 진한 사랑이 있을거에요. 전 연약하기에 그러기에 그냥 흔들린 것 뿐이에요. 강해질려구요! 높디 높은 산처럼! 부동의 자신!!
나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첫째 조건이라 생각합니다!
노자님 기회가 되시면 사랑이야기 하나 써 주세요. ㅋ 기대되니 ㅋ

노이에자이트 2012-11-22 10:28   좋아요 0 | URL
아따~ 뭔 사랑이야기를...부끄러워요~

루쉰P 2012-11-22 11:08   좋아요 0 | URL
해 주세요! 해 달라고요!! ㅋㅋㅋ

노이에자이트 2012-11-24 12:04   좋아요 0 | URL
워매 어째야쓰까잉~

감은빛 2012-11-21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님 특유의 긴 글. 아주 오랫만에 잘 읽었어요.
음. 저도 한때 이런저런 이유로 아주 많이 힘들어하고, 방황도 많이 했어요.
좋아했던 사람에게 거절당했기 때문에 미친 사람처럼 살기도 했고,
인생을 포기한 것처럼 아무것도 안하고 몇 달을 보내기도 했구요.

그런데 저는 좀 단순한 사람이었나봐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을 어느 순간 잊고 살고 있더라구요.
죽음보다 더 강렬한 사랑이라 생각했는데,
새로운 사랑 앞에 옛 감정은 부질없이 흩어져 버리더라구요.
부끄럽기 짝이 없는 방황의 기억들도 모른 척 살아가게 되더라구요.

지금도 그래요.
매일 매일 피곤하고 정신없는 날들을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실수들을 저지르고,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고,
웃었다가 또 울었다가 그런 게 살아가는 거 같아요.

요즘 저도 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어서,
매일 입 버릇이 "사는게 참 재미가 없다!" 예요.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그래도 그때가 재밌었지 하고 생각하게 될 지도 모르죠.

부디 힘 내시길 바라고,
지금도 열심히 잘 살고 계신 듯 하여 안심하고 갑니다! ^^

루쉰P 2012-11-21 13:19   좋아요 0 | URL
다 감은빛님이 성지순례 해 주신 덕분입니다. ㅋㅋㅋ

왠만하면 숨어서 그냥 그러니 하고 지내려 했는데 성지 순례를 오시니 이거 이러다가 제가 진짜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신이 되버릴 것 같은 위기감에 글을 쓰게 됐습니다.

전 너무 어려요.-.- 사랑도 모르고 삶도 모르고요. 잊으려 살고 있고, 그럴려고 마음 먹고 살고 있어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전 너무 폐쇄적으로 살다가 갑자기 그런 감정들이 들이 닥치니 말이에요.

예전에 사랑 때문에 울고 웃고 녀석들에게 굉장히 깨달은 척, 마치 아는 척, 난 '여자 없이 잘 산다 당'의 당 대표라고 어리석은 자들이여, 나의 당의 들어오라며 허경영 저리 가라의 포스를 보여 주었는데 뭘 믿고 그리 오만방자하였는지 '부끄러워 대동맥이 서플댄스 출 지경'이에요.(''는 인용문구입니다.)

저도 "사는 게 재미없다!"의 차원을 넘어 "왜 사는 것인가"란 염세적인 생각까지 빠지더군요. 과거를 돌아보면 이것보다 더 지독할 때도 살아왔는데 사람은 눈 앞의 현실이 마치 인생에서 가장 힘들다고 느껴지나 봐요. 허허허허

저보다 인생의 선배이신 감은빛님은 그 어떤 위기도 그 어떤 사는 문제도 필히 사랑스런 가족들과 함께 뚫고 가실거라 생각들어요.

찌질한 추남에 사랑의 엇박자를 내며 살고 있는 저도 있잖아요. ㅋ 저를 보고 위안을 삼으시길 ㅋㅋ

전요, 감은빛님께도 그리고 여기 절 찾아오시는 분들에게도 성공이랄까? 그러니까 직업이 바뀌고 돈을 많이 벌고 하는 그런 성공이 아니라(물론 벌긴 벌어야죠 ㅋ) 깊은 터널과 같은 어둠의 인생에 대 반전하는 그런 성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음...많이 고민한건데요. 제가 생각한 건 그거에요. 잘 살던 사람이 잘 살면 반전이 아니잖아요. 이렇게 힘들고 고생스럽고 지랄 같지만 무한 희망으로 그리고 무한 용기로 나는 타고 넘겠다! 뭐 이런 결심.

그렇다고 마하트마 간디 형님이나, 마틴 루터 킹 형님은 아닐지라도 '루쉰p'라고 하는 33짤의 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게으름, 두려움, 절망감 이런 것들을 한껏 비웃으며 내 안의 있는 밝고 명랑하고 어려움이 다가 와도 빨강머리 앤처럼 '생각되지 않는 게 참 좋아요! 왜냐면 생각하지 못할 일이 기다리고 있지 않겠어요.'라고 외치며 달려가 볼려구요!!

에라이! 복수하겠어! '루쉰P' ㅋㅋㅋ

오..슬슬 제가 무서워지네요. ㅋㅋ

감은빛님 우리 힘 내요. 사는 게 재미없어도 사는 게 답이 잖아요.^^

쉽싸리 2012-11-21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바둑을 좀 둡니다. ㅋ
바둑에선 돌이 살아야 게임이 되죠. 산다고 꼭 이기는건 아니고요. 눈터지는 계가나 치열한 전투가 동반되죠. 하지만 이기고 지는건 병가의 상사! 즐겼으면 좋겠어요. 인생도...
직장은 원래 그래요. 지겨운 곳이죠. ㅎㅎ

루쉰P 2012-11-22 09:57   좋아요 0 | URL
ㅋㅋ 의외인데요. 쉽싸리님이 바둑을 두신다니 ㅋㅋ

흠, 집중력이 아주 좋으실 듯 싶네요 ㅋㅋ

인생을 즐긴다는 마음! 그것이 저에게 필요하죠. ㅋ 직장은 지겹고여 ㅋㅋㅋ 이번에 바둑이나 배울까 생각 중이여요. ㅋ

마녀고양이 2012-11-27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님....
글에서 힘이 살짝 빠진거 같아서 안심했습니다.
아하하, 너무 도깨비같은 말이라구요?
저는... 이 페이퍼를... 나는 잘 지내고 있다 나는 노력하고 있다 나는 도전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제대로 삶을 살고 있다 라고 읽었습니다. 제가 잘 읽은겁니까?

또 뵈염~~

루쉰P 2012-11-27 17:16   좋아요 0 | URL
후후후 힘이 살짝 빠진 것 같다는 말씀에 저 역시 안심했어요. ^^ 날이 서 있고 뭔가 위태하고 누가 손가락 하나만 톡 밀어도 벼랑 끝으로 떨어져 버릴 것 같은 자신, ^^ 그런 자신에서 조금은 비켜 있는 듯 싶어요. ㅎㅎ

반은 잘 읽으셨고, 반은 잘못 읽으셨어요. ㅋ 맞는 부분은 '나는 잘 지내고 있다' '나는 도전하고 있다' 틀린 부분 '나는 노력하고 있다' '나는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다' ㅋㅋ

노력은 하지 못하고 또 인생의 쳇바퀴에 걸려 직장 생활의 반복 중이구요. 아침엔 제대로 살아 보겠다고 하고 ㅋ 저녁에 아 피곤해의 대사 연발이에요 ㅋㅋㅋㅋ

달여우님 오랜만이에요 ^^ 보내주신 소중한 책 잘 간직하고 있어요 ㅋ 저 반드시 읽을려구요. 따님에 대한 이야기도 잘 읽고 뭐라 위로도 더 해 드리고 싶은데 능력 부족이라...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살아서 이렇게 리뷰가 아닌 리뷰를 쓰는 것! 이거라도 제대로 해 볼께요 ^^ 정말 정말 감사해요. 달여우님 ㅋ

마녀고양이 2012-11-27 21:11   좋아요 0 | URL
당연히 피곤하죠,,,
그렇게 일을 하고 피곤하지 않으면 비정상이니 치료받아야합니다... ㅋ

그리고, 얼마나 더 호되면
나는 노력하고 있다고 인정하시려구요? 제가 볼 때,
루쉰님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노력하고, 자신만의 제대로된 삶을 살고 있으신거 같아요. 보이는거랑 결과가 다는 아니잖아요? 우리는 항상 과정을 살고 있으니까요........... 제 눈에 루쉰님은 아주 멋진 분이랍니다.

루쉰P 2012-11-28 12:07   좋아요 0 | URL
ㅎㅎㅎ 너무 감사해요. 달여우님은 야근을 많이 해 보셨나봐요 ㅋ 사실 스펙도 부족하고 학력도 부족해 여기서 돌파의 길은 몸빵 ㅋ 성실함으로 승부하자 해서 매일 저녁 돈을 받든 못 받든 일을 하다보니...ㅋ

사실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하고 하루가 정말 금방가요.ㅋㅋㅋ

결과는 물론 제가 하는 과정에서 충실하다고 하면 전 만족해요. 근데 전 그 누구보다 저를 잘 알아요 ㅋ 전 노력 하지 못하고 있어요. 흐름에 그냥 쓸려가고 있어요. 이것을 반드시 역전시켜야죠.

멋지다고 해 주시니! 정말 멋진 사람이 될려구요! 아아! 진짜 멋져지고 싶다고 의욕이 마구 솟아요. 비 오는 점심시간에 의욕 불타서 거울 한번 보고 있어요. 후후 머리 떡 졌네요. ㅋㅋ

2012-11-27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28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좋아 2012-12-05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님 님이 깨워주셔서 다시 나왔습니다.ㅋ 사실 그 전부터 살살 마실은 다녔지만 글 올릴 마음까지는 없었거든요. ㅋ 나오니까 좋네요. 밝고 ㅎㅎ.

루신님은 생활 공간의 변화로 좀 더 바빠지신듯 ㅋ

루쉰P 2012-12-05 12:54   좋아요 0 | URL
ㅋㅋㅋ 나오실 줄 알았어요. ㅋㅋㅋ

이건 뭐 바빠진다는 수준을 떠나서 지구를 떠날 판입니다. 푸하하하!

꼬마요정 2012-12-19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투표하고 개표방송 보면서 오랫만에 알라딘에 들렀습니다.
아직 우리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 싶기도 하고, 요번엔 쥐나 닭이 아닌 사람이 당선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며, 루쉰P님이 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잘 지내시죠? 목표를 위해 달리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

저도 많은 일이 있었어요. 개업을 하고, 대학원에 가고, 결혼도 하고..하하.. 정말로 미친 게 아닐까..라는 마음으로 6개월을 보냈습니다. 정신이 없어서 알라딘에는 들어와 보지도 못했는데, 얼마 전에 루쉰P님 댓글을 보고 들어왔었답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문득 루쉰P님 생각나서 들어왔어요~

가슴에 품고 있는 꽃가지 같은 이야기들... 진솔하게 풀어내신 거 읽고 또 감동하고 갑니다.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루쉰P 2012-12-20 12:40   좋아요 0 | URL
뜨아! 개업, 대학원, 결혼 이걸 6개월만에요!!! 완전 스펙터클! 토네이토 회오리인데요. 사실 논리적으로 보자면 6개월 동안 저 세 개 중 하나 하는 것만도 대단하다 할 일인데...꼬마 요정님 제가 모르는 능력자 이신가요 -.- ㅋ

이거 뭐 축하! 축하!가 가장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세 개 중 가장 축하할 일을 굳이 뽑자면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부러워여 -.- 완전...그래도 이 지구 상에 자신의 짝을 만나 신세계를 열었다는 점에서 꼬마요정님은 제가 보기에 신 인류이십니다. ㅎㅎㅎ

정말 와방 부럽네요..뭐라 더 표현을 못 하겠어요. -.- 그래도 잊지 않고 와 주셨다니 제가 너무 부끄럽고 감사할 뿐이에요 ㅋ

정말 정말 신 인류답게 사랑스런 신랑과 대학원 공부 잘 하시고, 음 @.@ 장사라구요?? 음 요건 뭔가 조합이 안 맞는데 그래도 장사도 잘 되시길 ㅋㅋ

혹여나 심심하실 때 들어와 잠깐 쉬시고 갈 수 있는 페이퍼라도 계속 써 내려 갈께요. 결혼 축하 리뷰라도 가능하다면 쓰고 싶네요 ㅋㅋㅋ

노이에자이트 2012-12-25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주는 눈도 내리고 해서 홍합을 샀습니다.국물 만들어 먹으려고요.홍합은 싸니까 좋아요.

루쉰P 2012-12-26 09:53   좋아요 0 | URL
아...대단하십니다. 전 크리스마스에 공부했어요. ㅋㅋㅋ 홍합은 저도 먹고 싶네요. 예전에 술집에서 알바할 때 몰래 많이 끊여 먹었던 기억이 여긴 그다지 눈이 많이 오지 않았어요.
크리스마스에 홍합이라...뭔가...어울리는 것 같기는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노자님 라이프 스타일은 역시 어려워요 ㅋ

노이에자이트 2012-12-26 13:28   좋아요 0 | URL
우와! 성탄절에 공부...
겨울은 홍합과 꼬막의 계절이죠.

2012-12-26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25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01 0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