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 이에야스 1 - 제1부 대망 - 출생의 비밀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년 전 6월 중순 경, 난 더벅머리의 검은 티를 입은 형과 대학교 캠퍼스 안에 있는 공원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그 형은 지금 있는 자리를 계약직 2년이 끝나기에 나에게 넘겨 줘야 했고, 난 그 자리를 받아 이제 생활을 해야 하는 처지였다.

 

더운 여름 햇살이 캠퍼스의 나무잎을 비추고, 여기 저기서 남녀 대학생들이 소리치고 웃고 있었지만 형과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잔잔한 공원의 호수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 난요, 여기 오기 전에는 병원에서 2년 간 계약직을 했었어요. 그것도 밤에만 근무를 했죠. 사람들이 ct를 찍으면 그걸 관리하는 건데 컴컴한 병원 한 구석에 앉아 그 파일들을 열어보고 관리하고 또 관리했죠. 근데 난 그거 안 지겨웠어요. 그냥 계속 거기서만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게 소원 이었거든요."

 

형은 콧등으로 흘러 내리는 안경을 검지로 올리며 말했다.

 

" 근데 2년 되니까, 나가래요. 더 이상 같이 있을 수 없다고, 이게 한계라고. 하하하하"

 

형은 웃었다. 그가 웃는 것인지, 아니면 우는 건지 모르겠다.

 

" 근데 여기도 2년 됐으니, 나가래요. 웃기죠. 하하하"

 

웃기다. 아주 웃기다.

 

아이스크림이 녹는다. 내 마음도 녹는다.

 

형과 나는 비정규직으로 국가에서 시행하는 '비정규직 보호법'에 의해 보호 받고 있다. 어떤 보호인가 '비정규직'으로 평생 보호 받는 것이다. 이 법에 의하면 비정규직은 2년 이상 고용되면 정규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법이 있음 그 위에는 인간의 사상이 있다. 2년 이상 고용되기 전에 계약을 종료하여 0년차로 리셋시켜 준다. 이 곳에서 나가면 다시 0년차 비정규직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무한 반복되고 있어 우리는 '비정규직'으로 영원히 보호를 받는다. 그래서 '비정규직 보호법'이다. 머리가 좋다. 국가는..

 

형은 여러가지 당부의 나에게 해주고 처량한 눈빛 가득하게 짐을 싸서 떠났다.

 

형이 떠난 후 그가 남긴 자리에 앉아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본부에 위치한 총무과 사무실에 구석에 나의 자리가 있다. 3층에 위치한 100평 정도 넓이의 총무과 사무실에 들어서면 조용히 왼쪽으로 쭉 내려간다. 각각이 인사팀, 행정팀, 재무팀들의 파티션들을 지나면 대형 복합 프린터가 있는 곳에 옆에 뿌연 유리창 문이 하나 있다. 그곳을 들어가면 10평 정도 공간에 왼쪽에 커다란 2단 수납장, 오른쪽엔 서류함들이 있고 창문 쪽에 컴퓨터, 모니터 두 대가 한 책상 위에 나란히 있다. 창문 옆 벽에는 언제 붙였지 모를 소녀시대 단체 사진이 하나 걸려 있었다. 외로울 날 위해 남겨주고 간 형의 작은 배려였다. 난 이곳에서 시작을 했다. 내가 하는 업무는 지극히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이었다. 기록을 남기고, 서류에 적고, 캐비닛에 수납하고 모든 일은 메신저로 나에게 왔다. 담당 팀장은 처음에 얼굴만 보고 인사만 했을 뿐, 식사를 비롯한 자질구레한 일은 형이 다 가르쳐 주었다.

처음 며칠 간은 여기에 누가 들어올 걸 대비해 나름 깨끗이 청소도 하고 들뜬 마음으로 있었지만, 하루, 일주일, 이주가 지나도 그 누구도 들어온 적도 없고 문 연 적도 없다.

내가 열고 닫고 집에 갔었다. 뭐랄까, 세 들어 사는 세입자 같다고 할까?

 

처음엔 총무과 사람들에게 지나가며 인사를 했지만, 하는 일이 바쁘건 지 모니터와 사랑에 빠졌는지 전혀 받아 주지를 않았다. 어딜 가나 압도적인 외모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던 내가 이렇게 유령처럼 그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니 신기할 지경이었다. 사람이 새로 오면 누군지 뭐 하는 사람인 지 궁금할 만 한데 이들은 내가 누구인지 전혀 궁금해 하지 않았다. 이들의 쿨함에 내가 놀랠 정도였다.

 

이 사람들이 일주일 동안 인사를 해도 본체만체 하는 모습을 보며, 적잖이 고민을 했다. 대체 무엇일까? 저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내가 너무 신기해서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나와 인사를 했다가 나의 미친 친화력에 흡수 당할까 봐 그들은 겁내는 것일까?

그러다 결국 이곳을 그만 둔 형과 카톡을 하며 스스로 내린 결론은 그들은 나에게 인사를 하면 나를 인정한다는 것이 된다. 인사를 한 이상 인간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가 신경 쓰이게 될 것이다. 밥도 같이 먹어야 하는 의무감이 생길 것이고, 총무과에서 어울리는 공통된 자리에 나를 안 껴줄 수 없을 것이다.

날 차라리 없는 취급 하는 것이 이들에게 이로운 것이다 란 판단이 들었다.

 

이런 생각에 결정적 쐐기를 박은 것은 총무과의 팀장 급인 한 분이 다른 부서로 가게 되어 모두 나와 인사를 한 적이 있다. 나도 메신저로 연락을 받아 사무실 안 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총무과에서 알바를 하는 근로학생들과 서 있었다.

 

다른 부서로 가게 된 이 사람은 총무과 사람들과 한 사람씩 악수를 나누는 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나는 건너뛰고 옆에 근로학생들에게도 악수를 하고 고생했다고 하고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참으로 고약한 기분이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불쾌감 이었다.

다들 자리에 앉고 업무들이 시작됐고, 난 내 방에 들어와 앉아 있으면서도 그 불쾌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점심은 7천원 정도의 뼈다귀 해장국을 사 먹었다. (원래 도시락을 싸서 방에서 혼자 먹는다.)

 

결국 내 스스로도 어색한 게 싫기에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출근 시간 보다 30분 당겨서 미리 출근했다. 그러면 사무실 청소하는 아주머니와 곧잘 마주치는 데 인사를 하면 황송하다는 듯이 굉장히 반겨주신다.

 

비정규직으로 생활을 하는 것이 어떠한 것 이었는지 그 전 직장에서는 몰랐다. 소장님부터 경비 아저씨들까지 우리는 모두 매년 1월이 되면 계약을 갱신하고 비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계속 이어졌기에 실체는 비정규직 마음은 정규직인 상태였기에, 누구 하나 그런 것에 있어 차별과 다름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정식적 절차에 들어온 정규직과 옆 길로 들어온 비정규직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정규직들은 자기는 고생해서 들어왔는데 무임 승차한 것처럼 보이는 비정규직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다닌 지 몇 개월 되었을 무렵, 점심도 혼자 먹는 것이 익숙해져, 먹고 나선 캠퍼스를 걸으며 학생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예쁜 여학생들을 보며 벤치에 앉아 헤헤거리며 있는 나를 발견하면 여학생들은 흠칫 놀라 가던 길을 멈추고 방향을 조금 틀어 나와 조금 멀리 떨어져 걸어 갔다. 그 모습 조차 어찌나 아름답던지.

 

기분 좋게 사무실로 돌아가던 중에, 그래도 사무실에서 서류를 접수시켜 주면 웃으며 받아주던 예쁜 총무과 여 직원이 아메리카노 커피를 들고 동료인 듯한 사람과 가는 모습이 보였다. 긴 생머리에 흰 색 정장 차림의 그녀가 그날 따라 이뻐 보였기에 학생들을 보고 나서 가는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 그녀에게 함박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보고도 못 본 척 옆에 있는 사람과 말을 하면 그냥 지나쳤다. 나를 못 봤을 까 생각해 보았지만 바로 코 앞에서 마주치며 인사를 했기에, 못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사를 하고 그녀가 모른 체하며 지나가던 그 순간, 내 목소리는 워낙 컸고, 지나가는 학생들도 많았기에 잠시라도 멈칫거리면 민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난 당황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그 반동으로 바지에서 핸드폰을 꺼내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내가 누구에게 인사를 했냐는 듯이 핸드폰을 보면 곧장 걸어왔다. 지금 돌이켜 보아도 나의 그 순발력, 이건 말로 표현 못할 정도다. 나의 멋진 행동 중 베스트 3위 안에 들 정도였다.

 

이런 생활 속에서 아침에 업무 보고 때는 팀장에게 항상 욕을 먹어야 했다. 기본을 배우지 못 했냐, 왜이리 이런 것들이 실수를 했느냐, 전임자가 제대로 가르쳐 주지를 못 했냐, 어떤 때는 드라마에 나오듯이 서류를 바닥에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 쏟아지는 사무실 사람들의 눈.

 

그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는 가. 세상에 드라마에서만 봤지 진짜 서류를 던지다니 이런 일이 현실로 나에게 벌어지다니 하며 굉장히 감탄을 했었다. 사실 그 전까지 했던 일들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하는 일이 아니었다. 서류가 틀리면 소장님과 서로 웃고 수정해서 놓고, 근데 소장님이 수정해 논 것도 틀려서 경리 아주머니께 뭐라 한 소리 듣고 같이 웃고. 그런 업무가 업무가 아닌 그런 일 처리들을 해 왔기에 업무 보고가 곧 나를 판정하고, 나를 평가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하루 하루가 누구에게도 배워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내부의 문서 편집 샘플을 보고 정리를 하고 학교 학칙을 공부해서 적용을 시켜야 하고 했기에 난 시간이 부족했다.

어느 때는 한계에 온 것 같은 생각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무척이나 컸다.

 

하지만 뭐랄까 마지막에 남은 자존심이랄까. 여기서 무너진다면 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생각에 나와서 담배를 피고 다시 들어가 만들고 또 만들고, 기록하고 또 기록을 했다.

 

정신 없는 그런 생활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인정 받기 위해 인사를 하는 것이 그리 나쁜 것인가? 사람이 사람을 무시고 차별하고 또 그것에 대해 당한 자는 증오하고 이것이 인간의 삶인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서문에서 야마오카 소하치는 말한다.

 

"전쟁이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문명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하고, 문명의 개혁이 이루어 지려면 그 척추가 되는 철학의 탄생이 있어야만 한다. 새로운 철학에 의해 인간 혁명이 이루어지고, 혁명된 인간에 의해 사회와 정치, 경제가 개조되었을 대 비소 원자 과학은 '평화'로운 차세대 인류의 문화재로 바뀌게 된다. 그렇게 꿈꾸는 작가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구실로, 인간 혁명의 기능 한계를 그리려 기를 쓰고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의 배경에 대한 솔직한 심경이다."


새로운 철학으로 인간 혁명이 되어야한다. 이 문장은 얼마나 가슴을 뛰게 하는가!

돌이켜 보면 짧은 인생이지만 학력과 스펙에 치여 무시를 당한 적이 많이 있었다.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난 그들을 증오하기 위해 태어난 것일까?


루쉰 선생은 '광인일기'라는 소설에서 미친 광인의 입을 통해 이 사회는 사람이 사람을 잡아 먹는 사회라 외치게 하였다. 사람이 사람을 잡아 먹는 사회 그것은 차별 받는 사람이 또 누군가를 차별하고 그 사람은 또 누군가를 차별하는 끝이 없는 세계다. 이곳에서도 결국 이 사람들은 나에게 그런 차별을 가하지만 눈 여겨 보면 자기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 차별을 당하고, 그  차별을 당한 사람은 또 자기 보다 낮은 사람을 차별하고, 같인 직급이라 해도 일을 못한다고 차별을 하는 그런 세계 였다.


"죽이고 죽임을 당하고 모략하고 모략을 당한다. 그것은 덧없는 힘을 과신하여 한량 없는 비탄과 원한을 쌓아 올린다. 무간지옥이란 바로 이런 것을 가리켜 하는 말이리라."

- 도쿠가와 이에야스 1권 31페이지


전국 시대의 일본 민중의 모습이나 총무과에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이나 얼마나 바뀌고 발달이 된 것일까?


직장에서 2년 간 비정규직으로 사람들에게 무시 받는 것에 속상해 하고 그들을 저주하고 지낼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길을 택할 것인가?


이에야스의 아버지 히로타다는 심약한 심성의 소유자다. 서쪽의 신흥세력인 오다와 동쪽의 이마가와라는 무장들의 세력에 양쪽에 낀 조그만 성의 성주였다. 그러기에 그는 무엇 하나 결정하지 못하고 이리 저리 고민만 하고 끙끙거린다. 그의 모습을 보며 부인인 오다이는 이런 생각을 한다.


'확실히 히로타다는 너무 약했다. 이렇게 허약한 몸으로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불운이 아닌가?'


그렇다! 나 역시 스펙과 학력이 난무하는 난세에 태어나 심약한 몸으로 눈치나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풀길 없는 분노를 가슴에 품고 남 탓만 하고 있는 것이다. 기형적인 제도가 문제이긴 하지만 그런 제도 속에서 노력하여 새로운 길을 찾지 못한 내 탓도 크다. 게다가 그들이 공부하여 어렵사리 이 직장에 들어왔을 때 난 놀고 있지 않았던 가.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히로타다는 미즈노의 성주 타다마사에게 전투에게 패한 후 그의 딸 오다이를 부인으로 맞게 되었다. 그것은 그의 입장에선 굴욕적인 혼담이었다. 그러나 그의 신하들과 어머니의 계속적인 부탁으로 그는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하였다. 허나, 속으로는 그녀를 독살할 계획까지 세웠다. 그리고 시집 온 오다이를 무척이나 차갑게 대하였다. 그러나 오다이는 히로타다의 냉대에도 꿈쩍도 않고 굳건하게 버티었다.


왜였을까? 그것은 여기로 시집을 오게 된 자신의 목적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버지 타다마사를 통해 오다와 이마가와 가문 사이에 있는 자신의 미즈노 가문과 히로타다의 가문이 굳게 결속하지 않으면 결국 오다와 이마가와 두 가문 중 한 가문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오다이를 히로타다와 맺어지게 하여 그런 불상사를 막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히로타다 가문의 용맹함과 자신의 가문의 인내심을 가진 손자를 얻고 하는 욕심도 있었다. 전쟁에 지치고 평화를 위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오다이는 잘 알았기에 모든 것을 참고 견디었다.

마치 봄볕처럼 히로타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 비추겠다는 각오를 한 여장부였다. 결국 히로타다의 사랑을 받게 된 오다이는 일본의 평화를 가져다 줄 인물인 이에야스를 낳게 되었다. 소하치는 그 장면을 '봄볕은 꽃을 품었다'는 문장으로 표현했다.


이 오다이를 보며 힘이 없는 인간이라 해도 그리고 무력이 없다 하여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격의 힘, 그것은 모든 것을 이겨내는 힘이라 여겼다.

비정규직 신세 탓을 하지 마라. 비정규직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페셔널한 비정규직을 그들은 느끼지 못 했을 것이다. 내가 바로 정규직보다 일을 더 잘하고, 이 직장에 새로운 길을 개쳑하는 프로패셔널 비정규직의 모습을 보여 주겠다.

내 처지에 대한 분노를 타인에게 돌릴 것이 아니라 내 내면으로 향하게 하여 이 분노가 나를 향상시키는 에너지가 되도록 만들어 보자!


전국 시대를 하나의 난세였다. 그 시대에 대한 묘사를 보면 1권 말미에 즈이후라는 승려가 이렇게 표현한다.


"밭을 갈면 쫓겨나고 곡식이 익으면 빼앗기고, 또 항거하면 죽게 되고, 지으면 불살라라 버리는 이런 세상. 전쟁이 있을 때마다 난입하는 미친 병졸들에게 아내가 능욕당하고, 딸을 빼앗기는가 하면, 탄바와 아와지 같은 데서는 여자 대신 마소를 범하고 개와 살고 있있는 형편이지. 그야말로 유사 이래 가장 비참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 거요. 생각이 있는 자라면 참고만 있을 수 없는 축생도에까지 몰렸소."

- 도쿠가와 이에야스 1권 262페이지


몇 백년 전의 전국 시대가 과연 그 시대로 끝난 것일까? 내 마음을 보라! 누군가를 증오하는 마음, 스스로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누군가를 내 위치로 끌어내려 욕하고 싶은 비겁한 마음, 하루의 노력을 등한시 하고 대충 살려는 마음, 내 생명은 전쟁터로 여러가지 비열한 마음들이 항상 24시간 싸우고 있다. 이미 내 마음이 전국 시대인 것이다!


이 혼란을 종식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혼란과 비 가치적인 마음을 무찌른 힘이 있고 인격 강한 다른 내 자신의 마음이 솟구쳐 나와 격파해 가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사상의 인간 혁명인 것이다!


아무래도 홀로 있다보니 득도의 경지를 향하고 있는 듯 했다.


내 안의 전국 시대를 종식키위해 학교 학칙을 연구하고, 그냥 문서로만 되어 있는 파일들을 엑셀로 수량화 시켜 그것이 올바른 결과로 도출되게 끔 엑셀 함수 프로그램을 짜는 등 하루 하루를 바쁘게 보냈다.


히로타다와 오다이의 행복한 결혼 생활도 잠시, 오다이의 아버지 타다마사는 돌아가시고 그의 아들 노부치카가 미즈노의 성주가 된다. 그는 이마가와는 오다가에 질 것이라 확신하고 그 쪽에 붙을 것을 결정하고 만다. 두 가문이 결속해 난세를 헤쳐가라는 아버지의 유언은 무시한 채 자신의 눈으론 용과 호랑이가 중 한 쪽을 택해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처세술 이었던 것이다. 결국 그의 태도는 이마가와 쪽에 알려 졌고, 노부치카의 여동생 오다이가 남편인 히로타다를 설득해 이마가와 가문과 등을 질 것을 염려한 이마가와는 무력으로 압력을 가해 그들 부부가 이혼하도록 만든다.


삶이란 기쁘게 살면 안 되는 것일까?


나는 새로운 사상을 세우고 일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학교 문자 프로그램으로 몇 천명의 학생들에게 공지를 하여 인쇄물을 나눠 주는 일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참으로 복잡해 학생들을 일일이 입력해야 했다. 게다가 한 번에 모일 수 있는 장소는 없기에 과별로 묶어 각각 다른 날에 공지를 해야 했다. 작업을 완료하고 공지를 완료한 후 약속된 날. 어처구니 없는 광경에 총무과의 모든 사람을 경악에 몰아 넣는 결과를 나는 만들어 내고 말았다.


나란 남자 멋진 남자...


어디서 입력이 잘못된 것인지, 날짜 공지가 뒤섞여 과들이 섞여 모였고, 인쇄물은 각 과별로 준비 되었기에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 버렸다. 학생 회관은 혼돈의 블랙홀이요. 직원들은 멘붕이 되었다.


일주일 뒤 모든 사태가 완료된 후 모든 일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판단한 팀장은 나에게 격한 욕을 쏟아 부었다. 욕을 먹으며 내 사상을 펼쳐 보지도 못하고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난 절망감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총무과의 문이 열리고, 헐렁한 양복, 심한 돋보기 안경을 쓴. 그야말로 총무과의 우두머리 과장님이 등장하셨다.


팀장의 격한 목소리가 벽을 타고 넘어 그 쪽까지 간 것인지 과장은 뒤뚱거리며 걸어와 팀장에게 한 마디를 했다.


그 요점은 왜 나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팀장인 자신이 한번 검토를 했어야지 본인은 발을 빼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 아, 저번에 어떤 사람이었지. 루쉰 주임 전 사람인가, 그 사람은 하루 천명을 모았자나 공지 잘 못해서, 그런 사람도 있는 데 너무 그러지 마~'


아~~형...측은한 눈빛으로 떠난 형. 나에게 아이스크림 쥐어주며 자신이 일을 너무 잘 해 내가 비교당할까봐 걱정했던 형...그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큰 선물을 주었다.


그렇다. 형은 온 지 일주일 만에 이와 비슷한 일을 하여 하루에 천명을 모으는 공지를 해. 그야말로 학교 탄생이래 가장 많은 학생들을 모이게 한 기적의 사나이로 불렸다. 그치만 일 초반이라 있을 수 있는 실수라 여겨져 무사 회생 하였고, 그 후 천명의 사나이로 불려 졌다고 한다. 


엄청난 위기를 겪고 과장님 덕에 무사 탈출한 나는 내 방에서 숨을 돌리고 있는 사무실의 몇 몇 분이 찾아와 음료수를 주시고 힘 내라고 해 주셨다. 나에게 모질게 구는 팀장의 모습도 탐탁치 않았고, 그 사람은 자기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에게는 무례하게 구는 것이 체질이었기에 다들 좀 피하는 사람 이었다.


이것이 기회가 돼, 그 분들이 힘들 땐 엑셀을 활용해 여러 팁으로 들여 도와드렸고 그렇게 사이가 많이 친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년이 지난 지난 달 6월 난 일을 그만두었다. 그 분들의 환송 파티도 받으며 말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온갖 수많은 사람들이 출현한다. 그러나 그 사람마다의 논리와 인간 본연의 모습을 소하치는 너무나 잘 쓰고 있다. 나 역시 이곳의 인물들을 보며 나를 발견하고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해 사색을 한다. 난 이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 소하치 처럼 써 보자. 내 인생을 써 보자. 그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통해 인간혁명을 가능성을 탐구했다. 난 나를 통해 탐구해 보는 것이다.


2년 꽤나 긴 시간 일 수도 있고, 짧은 시간처럼 느껴진 적도 많다. 하지만 자신감을 얻었다. 나에 대해 말이다.


PS. 서재를 찾아주시는 저의 소중한 동료들에게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어 많이 미안한 마음이에요. 그동안 저는 제 사상을 정립하느라 그랬습니다. ㅎㅎㅎㅎ 이쁘게 봐주세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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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6-27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루쉰님. ㅎㅎ

루쉰P 2014-06-27 14:41   좋아요 0 | URL
네 ㅋ 너무 오랜만이지요. 후후후
과거의 모든 상처를 딛고 나서겠다고 했는 데 무려 2년이란 시간이 ㅋㅋㅋ
반겨주셔서 감사해요 ㅋㅋㅋ

페크pek0501 2014-06-2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루쉰 님. 2 ㅋㅋ

루쉰P 2014-06-27 14:42   좋아요 0 | URL
네 ㅋ 무슨 말이 필요 있겠어요 푸하
정말 너무 늦었어요 ㅎㅎㅎ

hanci 2014-06-27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루쉰님. 3

루쉰P 2014-06-27 14:42   좋아요 0 | URL
네 ㅋㅋ 가끔 들어가서 서재를 보지만 항상 음악을 올리시더라구요 ㅋ
반겨주셔서 감사해요 ㅋㅋ

stella.K 2014-06-27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을 읽으시다니!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네요.
오래 전에 이 책 전질이 있었지요.
'대벌'이란 책도 있었는데 대망의 현대판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던 때도 있었습니다.ㅋ
재밌다고 하는데 전 그때 워낙 어려서 감히 읽어보지 못했고,
그나마 이사 올 때 버리고 와서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납니다.
그땐 세로줄이었는데...
암튼 완독하시길 응원합니다.^^

루쉰P 2014-06-27 14:43   좋아요 0 | URL
지금은 가로줄이에요 ㅋㅋㅋ 반가워요 ㅎ
전 32권까지 다 읽긴 했어요. 꽤 전에 사논 책이거든요. ㅋㅋ
1권씩 따로 따로 샀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ㅋ 요즘 다시 읽고 있거든요 ㅎ
근데 확실히 재미나긴 해요 ㅋ
여기서 뭔가 깨달음을 얻으려 합니다. 푸하

stella.K 2014-06-27 15:11   좋아요 0 | URL
와우, 대단하심다.
제가 알기론 루쉰님 (비교적)젊으신 분으로 알고 있는데
존경스럽네요. 그래서 글쓰는 내공이 장난이 아니로군요! ^^

루쉰P 2014-06-27 19:31   좋아요 0 | URL
악!!! 너무 부끄러워요...전 올 해 35짤이에요..이거 젊은 거죠...그리 봐주심 넘 감사하구요. ㅎㅎㅎ
글쓰는 내공이라뇨..서평 형식에도 맞지 않고 그냥 홀로 주저리 쓰는 거에요...하하하 쓰고 나서도 부끄러워...내리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ㅠ.ㅠ 좋게 봐주셔서 넘 감사해요...ㅠ.ㅠ
책이야 다른 건 별 달리 관심 없고 읽는 게 좋아서 그냥 읽다보니 그리 된 거에요..ㅎ 따로 무슨 천재적 재능이 있는 건 아니에요 ㅎ

노이에자이트 2014-06-27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이지 않는 인간으로 살아본 경험...참 거시기합니다.

야마오카 소하치가 쓴 다른 역사소설도 재밌죠.저와 정치관이나 역사관은 다르지만 정말 대단한 작가입니다.한국의 야마오카 소하치가 되겠다는 결심으로 힘써 주십시오.

루쉰P 2014-06-27 19:33   좋아요 0 | URL
흠 역시 노자님은 단번에 현실을 파악하는 단어를 찾아 내시는군요. 보이지 않는 인간이라 ㅎㅎㅎ
저도 사람들 관심 받을려고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ㅋ 너무 그리 안 봐주니 속상하더라구요 ㅋ

야마오카 소하치라 정말 너무 높아요 ㅠ.ㅠ

양철나무꾼 2014-06-29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돌아오셨군요, ㅋ~.
종종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반갑습니다, 헤에~^^

루쉰P 2014-07-02 10:24   좋아요 0 | URL
너무 오랜만에 왔기에 뭐라 말을 해야할지,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 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ㅎㅎㅎ
어색하기도 하구 말이죠 ㅋ 그래도 나무꾼님과 저를 반겨주시는 모든 분들 땜에 정말 감사할 뿐이에요 ㅠ.ㅠ
진짜 좀 저도 서평 좀 제대로 써야죠....너무 오랜 시간 쓰지 못 했어요...

비의딸 2014-06-30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히로타는 너무 허약했다... 요즘 제가 느끼는 제 모습인걸요. 새삼 세상이 무서워서... ^^
이젠 소나기가 내리면 루쉰님을 생각하게 될 것 같네요.

루쉰P 2014-07-02 10:27   좋아요 0 | URL
후후 전 35년 평생 허약했어요 ㅋ 세상 무서운 것은 지구가 탄생된 그 때부터 인류가 세상에 출현한 때부터 그랬지 않을까요 ㅎ
소나기가 올 때 절 생각해 주시면, 그럴 때 서평이라도 좀 올려보겠습니다. 푸하
허약하나 전 도망치지 않을려구요 ㅎ 허약 체질도 은근 독하면이 있다는 것을 반드시 세상에 보여줄랍니다. ㅎ

꼬마요정 2014-07-05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님~ 반가워욤~^^ 제가 재 서재만 쏙 왔다가 나가는 통에 이렇게 멋진 글을 놓쳤다니..흑흑

일주일 전에 쓰신 글을 이제야 보게 되니 가슴이 아프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슬픔을 느낍니다요~~~ 저도 요즘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자본에서 벗어나는 삶을 살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려워서요.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 어려워요. 루쉰님은 한 단계 뛰어넘으셔서 부럽습니다.^^ 힘 내세요!!

크.. 이 곳 서재에서처럼 밖에서도 역시 인기인이셨어요~ 역경을 이겨내고 끝내 인기인으로 거듭나시다니.. 멋집니다.^^

루쉰P 2014-07-07 08:40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렇게 크게 슬픔을 느끼지 않으셔도 됩니다. ㅎ
새색시의 바쁨은 누구보다 노총각이 알 수가 있죠. 제 몫까지 깨소금 내며 살아 주세요 ㅠ.ㅠ 자본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봐요 ㅋ
마치 인간이 신이 될 수 없듯이 말이죠 ㅋ 단계를 뛰어 넘다뇨 전혀 아니에요. 푸하 단계를 내려가고 있죠 푸하하하하

인기인이라....넘 감사합니다. 정말 이 식지않는 인기 절대 버리지 않고 어디서나 인기를 구가하며 살아 볼랍니다. 푸하하하하

2014-07-14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4-07-18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오랜만입니다. ㅎ 다들 오랜만이라고 칭찬이 자자하셔요. ㅎ
뭐랄까...정말 어디 이민 갔다가 온 이 느낌 ㅎ

감은빛 2014-07-27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그 옛날 세로로 쓴 [대망]이 맞나요?
[후대망]도 포함된 신판인가요?

어렸을때부터 저희 집 책장에 [대망]과 [후대망] 시리즈가 좍 꽂혀 있었어요.
아마 10번도 넘을 거예요. 제가 이 책을 완독하겠다고 시도했던 횟수가요.
대부분 반도 못 읽고 포기하곤 했어요.
세로 판본이라 더 눈에 안들어오기도 했고,
일본인 이름에 도무지 익숙해지지 못해서
읽다 말고 앞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지쳐서 포기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다음에 고향 집에 내려가면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아직도 이 책이 있을지 없을지 궁금하네요.

루쉰P 2014-07-27 17:07   좋아요 0 | URL
아하하 감은빛님 너무 반가워요 ㅎ

'대망' 관련해서는 노이에자이트님이 잘 아시는 데 ㅋㅋ 전 잘 몰라서, 아는 게 맞다면 '대망'은 요시카와 에이지, 시바 료타로, 야마오카 소하치 이렇게 3작가가 쓴 것 들을 종합한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제가 읽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지금은 절판 됐어요. 솔 출판사에서 소하치의 자손들과 단독 계약을 맺었다고 했는 데 뒤이어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또 다른 판본이 나오더라구요. ㅎ

가로도 일본인 이름에 머리가 아픈데 세로로 보시다니....
고향 집에 가시면 책 있나봐 확인 하시고 읽는 건 가로로 보시는 건 어떨지 ㅋ

감은빛님의 문의 사항은 제가 노자님께 물어볼께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