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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 대한민국 네티즌이 열광한 KBS 화제의 칼럼!
박종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충언역이 이어행(忠言逆耳
而利行)
이라는
한고조 유방의 고사가 있다. 충성스러운
말은 귀에 거슬리나 행동하기에는 이롭다는 말인데,
천하의
유방도 번쾌의 충언에는 귓등으로 들었을 정도이니 임금에게 옳지 못하거나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하는 말하는 충신의 간언(諫言)은 꽤
귀에 거슬리나 보다.
게다가
성질 못된 왕에게 간언을 할라치면 목숨을 걸어야 했으니 ‘칼을
입에 물고 엎어지는’
심정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왕도 ‘한
칼‘
해야
한다.
호화로운
왕의 생활을 질투하는 다모클레스에게 디오니시오스 왕은 왕좌 위 머리카락에 매달린 검을 보여주며 “늘
이렇게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검이 날끝을 도사리고 있는 왕의 자리가 여전히 부러우냐?”고 물어
다모클레스를 식겁하게 만들었다.
아쉽게도 오늘날은 칼은 많은데 진짜 칼은 없다.
다모클레스의
칼은 언감생심,
충신의
입에 물린 칼조차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이
매일 가슴을 치며 울화를 삼키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만난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는 실로
오랜만에 만난 충신의 칼이다.
뉴스와
언론에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한국 경제의 현실을 온전히 담고 있는 책,
한국
경제의 팩트 뒤에 숨겨진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어본 책은 지난 해 출간된 장하성 교수의 <한국
자본주의>
이후
1년
만이다.
올해
KBS
홈페이지에
실린 저자의 칼럼을 읽으며 “이런
보도를 KBS에서
해도 되나?”
걱정하면서도
공격적인 필체에 격하게 공감했고,
정곡을
찌르는 국내경제 분석과 세계경제 속에서 찾아낸 한 다양한 사례와 깊이 있는 통찰에서 나오는 대안과 제언들에 혀를 내두르곤
했다(저자
역시 그런 점에서 대담한~
이란
제목을 달았다).
이
칼럼들이 책으로 엮였으니 ‘잘
차려진 경제토론 한 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국내 경제의 현주소가 아슬아슬하게 무너져 내리기 직전의 모래산처럼 ‘임계상태’에
있다고 평가하는 부분이라든가,
선진국들이
이미 성공한 기술이나 제품을 신속히 따라잡는 ‘빠른
추격자 전략’을 통해
한국이 급성장할 수 있었지만,
3D 프린팅,
생명공학,
인공지능,
나노기술,
로봇공학
등 많은 혁신기술들이 아직 태동단계에 있어 이들 기술이 세계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2020년대
중반까지는 우리경제의 암흑기가 될 거라는 저자의 전망은 너무나 공감가는 진단이라 소름끼치게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저자만의 시각으로 한국경제를 경제정책,
기업,
부동산,
세금.
빚,
빈부
격차,
복지,
인구,
청년 등
9개의
키워드로 나누고 철저하게 해부하고 있다.
요즘
현안은 단연 부동산이다.
대한민국
쌈짓돈이 요즘 죄다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어서다.
하지만
필자는 지금의 건설경기 호조세는 보유토지를 최대한 빨리 털어내려는 정부와 건설사의 꼼수와 저금리대출이 맞물린 깜짝 파티일
뿐,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가격은 내부터 급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크게
향후 10년간
한국을 이끌 성장동력이 없다는 점,
내년
초부터 금리인상이 불가피해서다.
특히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된 상태에서 자산 버블은 머잖아 꺼질 것이 예상되는데 그로 인한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저자는
인구감소로 인해 경제인구도 줄어 장기적으로 집값은 떨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요즘
신문에 자주 나오는 기사 역시 ‘내 집
마련,
지금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이다.
누군가
물으면 난 2-3년
후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아파트 등 매물이 쏟아질 때 살 수 있도록 현금을 쥐고 있으라고 답한다.
이 말은 뒤집으면 금리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월세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지금 매입해도
괜찮다는 뜻이겠다.
저자는
부동산 매입시 반드시 검토할 체크포인트로 다음의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돈을
빌려 집을 살 경우에는 대출을 받은 이후의 현금 흐름을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
내가
산 주택 가격보다 상승할 기대로 무리한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했다가는 과도한 대출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하우스푸어’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둘째,
집을
살 때 빌린 돈을 다 갚고도 노후 준비에 문제가 없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집값이
오른다는 보장이 사라진 현 상황에서 은퇴 이후에 집을 판돈으로 노후를 대비하겠다는 생각은 참으로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셋째,
장부가를
의지해서도 믿어서도 안 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내가 얼마에 집을 샀는지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부동산을 실물자산이다.
일단
부동산을 산 이후의 가격은 시가에 따라 계속 변한다.
이
때문에 장부가를 믿고 안심허가나 장부가에 집착해 적저한 처분 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98쪽)
명심할
점은 거시적으로는 시세 차익을 누리는 부동산의 시대는 사실상 끝났고,
자가보유나
임대수익을 위한 수익형 부동산의 시대로 부동산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점이고,
미시적으로는
주택담보 대출을 얼마나 잘 통제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부동산투자의 향방을 좌우한다.
특히
‘부동산
불패신화’로의
회귀를 여전히 꿈꾸는 정부 정책에는 절대로 휘둘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총체난국으로 치닫는 한국경제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청년‘을
꼽았다.
“21세기에
가장 소중하고,
강력하며,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자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청년‘이다.”
(262쪽)
도산
안창호 선생 역시 “낙망(落望)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경제 관료나 정치인들은 여전히 청년에 대한 ‘투자’를
단순히 ‘비용’으로
치부하고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며 철저히 외면해왔다.
2013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열심히 노력만 하면 성공하거나 부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조사해 봤더니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고작 25%에
불과했다.
2012년의
조사에서 ‘앞으로
계승상승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려 98%에
달했다.
그렇다면
답은 뭘까?
청년을
위한 적극적인 노동정책이나 임금정책이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 이유는 기업들이 임금으로 분배하는 몫을 줄여온 기업 행태의 문제와,
임금도
낮고 고용도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자영업 노동자의 비중이 높은 노동 구조에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여기
의원들 중에 아직도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하루
여덟 시간씩 꼬박꼬박 일하면서 1년에
1만5,000달러(약
1,80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그렇게 살아보세요.
그게
아니라면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수백만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는 데 표를 던지십시오.”
(177~178쪽)
최저임금을
7달러
25센트에서
10달러
10센트로
무려 40%나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오바마 미 대통령이 2015년
1월
20일 미
의회 연설에서 한 말이다.
미국과
독일,
일본,
중국 등
우리의 경쟁국들은 극심한 경제 불황 속에서도 앞 다투어 최저임금을 올리고 있다.
왜
일까?
현
정부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할 것은 다른 게 아니라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은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시장에도
‘정의’가
필요한 때가 왔다.
우리가
어떻게 이걸 풀어나가야 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정의가
사라져버린 시장’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책이야말로 한국경제에서 사라진 ‘정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경제를
고민한다면 꼭 만나야 할 책,
경제통
충신의 간언(諫言)이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간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04호) 경제경영 전문가 리뷰에 기고한 리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