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선생은 한국문학에 노동과 빈곤의 문제를 시작으로

민초의 시선을 통한 역사의 심원한 통찰과 인간 체온의 따뜻함이라는

보편적 진리를 확인케 해준,

또한 날선 비판과 고발의 용기를 가르쳐 준 우리문학의 거인이시죠.

 

추천작품: <오래된 정원>, <여울물 소리>, <낯익은 세상>, <강남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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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던 유인원이 어떻게 지구 행성의 주인행세를 하게 되었는지 인류의 과거를 두루 더듬었던 사피엔스에 이어, 영원불멸의 삶을 희구하며 궁극적으로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 종()의 미래를 탐사하며 오만함에 고양되어있는 인류를 향해 마지막 경고의 메시지 같았던 호모데우스로 인간 미래에 대한 논의에 많은 인간들의 시선을 모았던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교수가 인류의 현재를 위한 교훈을 내놓았다.

    

 

새로이 출간된 책은 21 Lessons for the 21st Century,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라고 해석하면 될 듯하다.  과거와 미래를 말하고 이제 화급한 현재를 얘기한다. 이로서 그의 '인류' 3부작이 완결된다.

    

 

 

하라리 교수의 눈에 비친 오늘의 인간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직면한 일상에 허우적대느라 인류의 미래라는 거대 담론에 무관심한 종으로 보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이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혐오와 멸시의 질책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우리들에게 배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한다. 다만, 인류의 중차대한 운명, 당면한 곤경들에 대한 보다 진지한 참여와 사유의 기회가 되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 목표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다급하게 처리해야 할 것들에서 놓여나질 못한다. 그래서 인류의 미래가 자신에게 부당하게 결정되었다고 뒤늦게 호소해보아야 역사는 냉정하다. 바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 인류가 직면한 문제라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그래서 알아야 한다. 하라리는 뭄바이 빈민촌에서 두 아이를 기르느라 분투하는 홀어머니의 관심사는 다음 끼니다.” 라고 말한다. 즉 눈앞에 닥친 끼니의 문제가 지구온난화나 자유민주주의위기 같은 것보다 훨씬 다급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 관심 밖의 일로 인해 뭄바이 빈민촌에서마저 살 수 없는 곳이 되면생존의 뿌리마저 상실하는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 21 Lessons ... 은 바로 이 당면한 곤경의 상이한 면들을 다루고 있다.

 

 

전 세계 사회를 규정하고 지구 전체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주요 힘들을 살펴보는 이 교훈 선집은 현재의 우리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자극되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고귀한 방향등이 되어 줄 것 같다. 최소한 명료한 전망을 얻을 수는 없을지언정 우리의 미래를 위한 핵심 질문이 무엇인지는 알아차리게 해 줄 터이다.  20188월 영문판의 출간과 서문이 소개되자 독자들의 탄성어린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리말판도 동시에(9.1 예정) 출간될 예정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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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회화나 드로잉 작품들을 보노라면,

'조르주 바타이유(Georges Bataille)'의 죽음의 다른 이름인

'에로티즘'의 현현을 보는것 같은 느낌을 받곤한다.

  

특히 황금비()로 변한'제우스''다나에'에게 젖어드는 상징적 작품인

 <다나에; Danae>의 그 열락의 표정은 자아(自我)의 경계가 사라지고 존재의 연속성이 구현되는 순간,

바로 신성한 그 무엇을 느끼게 한다.

 

 

  

한편,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물뱀'이라고 표현될 밖에 없는

 <물뱀;Water Snakes>연작중  <Water Snakes II> 또한 그 몽환적 표현에 넋을 잃고 한참을 들여다 보게 하는데,

오색의 화려한 선율이 넘실대고, 생명의 절정이자 죽음의 심연인 황홀의 경지가 그곳에 있는 것만 같아,

그림 앞에서서 한동안 몽상에 깊이 빠지게도 된다.

 

 

 

"모순과 역설은 에로티즘의 본성 앞에서 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연속성의 열락을 희망하고 때로는 불연속성의 고독을 희망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지혜롭게도 또는 음험하게도 모순되는 두 항의 양립을 모색하는 발칙한 존재"이다.

 

- 조르주 바타이유에로티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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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라칠 만큼 놀라우며 고상한 기품까지 지닌...

 

'원 폴 게이트 스트리트(One Folgate Street)', "초인종이 보이지 않는다. 문손잡이도 우편함도 보이지 않는다.“ 실내는 갤러리처럼 세련되고 완벽하며 아름답다. 미니멀리즘을 충실히 구현한 주택. 말끔한 크림색 벽으로부터 돌출된 무엇도 없는, 불필요한 모든 요소가 제거되고 통합된 유기체처럼 작동하는 완전한 인텔리전트 주택. 예산이 없어 마음에 드는 주택을 구하지 못한 여자는 중개인이 저렴하지만 까다로운 200개 남짓의 조항이 열거된 임대계약 조건을 가진 이 집을 소개했다. 여자는 너무 마음에 든다. 고통스러운 과거를 잊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에 정말 매력적인 공간이란 생각을 한다.

    

 

 

그녀는 이 발견이 더없는 행운이라 여긴다. 따라온 남자는 지나치게 엄격한 계약조건에 망설이지만 이내 완벽한 첨단기술에 의한 작동에 환호하며 여자의 의견에 동조한다.

임대계약서의 첫 번째 조항은 당신의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유물을 빠짐없이 목록으로 작성하시오.”이다. 과거 - 에마와 사이먼, 현재 - 제인, 계약서의 마지막 조항인 건축가에드워드 멍크퍼드의 최종 승인과 면접의 관문을 통과한 이들은 주택의 사용계약에 명시된 의무, 결벽에 가까운 조항에 적응하는 삶에 돌입한다.

 

소설은 이제 과거와 현재, 두 시점에서 교대로 서술되며, 하나의 서사가 되어 이 유니크하고 비밀스러운 주택, 그리고 건축가와 관련 인물들을 한 조각씩 이어 붙이며 진실을 쫓기 시작한다. 제인은 현관에 놓인 백합 꽃다발을 발견하곤 치워버린다. 다음날 역시 꽃다발이 현관에 놓여있다. 마침내 꽃을 가져다 놓는 남자와 만나게 된 날, 그것은 이 집에서 죽은 연인에 대한 추모의 의미임을 알게 되고, 제인은 집이 간직한 비밀들을 은밀히 추적한다. 아무것도 없는 집에 혼자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다.

    

자기 삶을 유린한 강도와 강간의 기억을 잊기 위해 새로이 출발한 에마는 추가수사를 위한 경찰의 방문을 받고, 연인 사이먼은 에마의 강제 성폭행 사실을 처음으로 듣게 되며, 두 사람의 사이는 멀어진다. 면접시 마주한 건축가 에드워드의 인상에 매혹된 에마는 사이먼을 내치고 에드워드와 친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한편 사산아를 낳은 상실의 고통으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제인은 원인불명의 죽음으로 알려진 이 집의 전 거주자인 에마의 흔적을 찾는다.

 

건축가의 죽은 아내와 닮은 여자들, 에마, 제인, 소설은 점차 피해망상증, 결벽증, 편집증, 사이코패스로 얼룩진 인물들처럼 왜곡된 인격으로 치달으며 에드워드와 그의 죽은 여자들의 신비를 걷어내기 시작한다. 에드워드의 건축물마다 죽은 이들이 묻혀있는 인신공양의 제례의식이 덧 씌워지고, 에마의 사인(死因)은 자살과 피살의 사이를 널뛴다. 자존감이 극히 낮았던 에마의 피학적이고 수동적인 심리적 태도와 맞물려 강력한 권위를 지닌 에드워드에 집착했던 여성이 수면위에 부상하고, 그녀의 강간사건조차 거짓말의 연속선상에 있음이 드러난다. 꼬리를 무는 에마의 거짓말...

 

    

 

제인이 '이전의 여자(the girl before)'를 규명하는 일련의 행위들은 그녀 자신을 되찾는, 잃어버린 자신의 아이를 되찾기 위한, 삶의 현실로 복귀하기위한 처절한 투쟁이다. 제인은 임신하였지만 에마 죽음의 진실, 그리고 태아의 의심되는 다운증후군 징후의 의료적 확인에 이르기까지 에드워드에게 알리기를 미룬다. 소설은 기품과 고상함, 그리고 세련된 지성의 문장들로 마치 평온한 일상의 서사인 듯 목전에 다가온 불안과 공포의 위기를 침착하게 밀고 나간다. 그럼에도 심리 스릴러 고유의 서서히 스며드는 불온한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의식을 팽팽하게 당겨댄다.

 

죽은 에마의 사인은 밝혀질까? 살해 된 것이라면 범인은 에드워드인가, 사이먼인가, 아니면 에마의 거짓증언으로 곤혹을 치룬 주변의 남자들인가? 의문 가득한 진실의 베일을 걷어내고 제인은 마침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데 도달할 수 있을까? 그녀가 잉태한, 비록 다운증후군을 안은 아이지만 태어날 수 있을까? 대단원에 이르면 소설은 거침없이 질주하기 시작한다. 그리곤 소스라칠 만큼 놀라운 반전에 마주치게 되고, 기대했던 즐거움의 흡족함으로 넉넉한 기분을 만끽하게 된다. 가히매혹적 이다!’라는 표현은 이 작품을 위한 문장이리라. 뷰티풀 마인드,천사와 악마,체인질링을 연출한 론 하워드(Ronald William Howard)’감독에 의해 영화도 준비 중이라니 자못 그 영상의 기대감도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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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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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성찰이 없는 삶으로 돌아가고, 죄책감 없이 메이지를 제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감사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 P 332 에서

 

 

이 문장은 다섯 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비어드가 첫 번째 아내로부터 결별 통보를 받았을 때, 여우의 눈물을 흘리며 내심 쾌재를 부르는 장면이다. 이 묘사에 한 인물의 인성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자기반성이 요구되는 삶에는 진저리를 치며, 어떠한 책임감도 갖지 않으려 하고, 성적 충동의 실현에 아무런 제한도 없어야 하는 그야말로 자기애와 이기심만으로 똘똘 뭉친 거짓말쟁이이자 바람둥이다.

 

소설은 이처럼 화려한 지성의 권위 이면에 위장된 진실, 그 위선의 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업이다. 결코 결합될 수 없을 것 같은 노벨물리학상과 실종된 도덕,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는 권위와 돈벌이처럼 지성이란 허울 좋은 가면 속에 감추어진 탐욕과 추오의 모순된 융합의 현실을 거닐게 된다. 그런데 작가가 이언 매큐언이다. 문장의 섹시함으로 현존하는 소설가중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사람이 썼으니 뇌를 척척 감싸 핥아대는 그의 혀 놀림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끔찍한 아버지가 될지 일찌감치 간파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그로부터 탈출한 네 명의 전처에 이어 맞바람을 피우는 열여덟 살 연하인 다섯 번째 아내 퍼트리스에 대한 뒤늦은 갈망, 그리고 수치심으로 안달하는 나르시시스트, 아인슈타인의 양자역학에 무임승차한 융합이론으로 노벨상을 거머쥔 후 돈벌이와 섹스상대를 물색하는 데 여념이 없는 인물의 묘사로 소설의 문장은 시작된다. 노벨상의 권위에 올라타 여기저기 이름을 걸어놓고 들어오는 수입이 왠지 부족하고, 그래서 그럴듯한 공직을 찾던 중 온난화 대처를 위한 신생기술개발에 국가의 관심이라는 명분을 위해 설립된 재생에너지 연구기관의 첫 책임자로 부임한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손톱만큼도 관심 없는, 더구나 지구라는 범인류적 차원의 대응과 같은 인류애적 연민에는 더더욱 혐오의 말을 뱉어내기까지 하는 인간이 신생에너지 연구 책임자가 되었으니, 또한 퍼트리스와의 가정사로 골몰을 앓는 인간으로서 이것이 얼마나 허위에 찬 현실인지는 굳이 여타의 설명이 필요치 않으리라. 연구 과제를 선정해야 하는 책임을 안은 마이클 비어드는 가정용 풍력터빈 개발이라는 현실성이라고는 없는 제안을 하고, 이것이 곧 연구소의 핵심과제가 되기에 이른다. 여기에 더해 성과에 편승해 귀족 작위만을 노리는 연구소 실무책임자라는 문외한인 정부파견의 고위관리에 일을 떠맡기곤 직위의 명예와 높은 연봉과 대우를 향유하며 열심히 국가예산을 소비한다.

 

실패할 프로젝트임을 뻔히 아는 인물은 공사(公私)의 지리멸렬함, 그 권태를 떨쳐내려던 중, 그럴듯한 초대장을 손에 넣는다. 지구온난화를 몸소 확인하러 간다는 명분을 안고, 극적으로 녹아내리는 빙하 탐사 파견단에 합류한다. 얼음조각가, 소설가, 화가 등 예술가와 단 한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북극 기후변화 탐사단의 실체는 조롱을 넘어선다. 탐사선이 정박한 항구를 향해 스노모빌을 타고 달려가는 마이클 비어드의 과장된 고난의 자기 묘사는 이 작품의 여느 해학과 풍자의 전경 중 단연 압도적이다. 파안대소라 할까? 터져 나오는 웃음과 눈물로 잠시 읽기를 멈추어야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극한 추위에서 벌어지는 101쪽의 해프닝을 읽다보면 기승을 부리는 폭염도 어느새 잊어버리리라.

 

집에 돌아온 비어드는 그에게 식물의 광합성을 이용한 태양광 에너지의 개발을 제안하던 연구원 톰 올더스를 발견한다. 아내 퍼트리스와 정사를 마치고 맨 몸에 자신의 잠옷을 걸친 젊은 녀석. 변명과 광자에너지 개발의 집요한 요구를 외면하고 돌아서는 비어드를 향해 달려오던 올더스는 대리석 계단에 머리를 부딪치곤 사망하고 만다. 여기서는 어지간한 미스터리 저리가라 할 만큼 치밀한 비어드의 조작이 빛을 발한다. 아내와 바람난 남자에게 살인죄를 덮어씌우곤, 아무런 죄책감도, 도덕적 책임의식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일타 쌍피의 횡재에 발길이 가볍기만 하다.

 

죽은 연구원의 인공광합성을 이용한 태양광개발 연구 자료를 손에 넣은 비어드는 부지런히 자신의 연구논문으로 바꿔버리고, 수십 개의 특허권을 자기 소유화하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온난화를 일거에 해결하는 혁신적인 태양광자발전의 실현을 목전에 두기에 이른다. 거짓과 도둑질, 탐식과 도착으로 비대해진 기형적 인성을 지닌 지성, 아마 이러한 괴물들을 처리하는 것은 매큐언식 코미디만이 가능했을 것이다.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한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대처는 비어드란 인물만큼이나 추하고 난삽한 본성을 지닌 것이라고, 인류가 지닌 그 긴장감을 이 작품으로 조금이라도 해소하라는 위안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정말 폭력적으로 재미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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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7-30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첩보 스릴러물이라는 <스윗 투스>가 먼저 출간될 줄
알았는데 <솔라>가 선수를 쳤네요.

어제 교보에 가서 보고는 살까말까 망설였죠.
아마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만 하지 않았어도 샀을
텐데 말이죠.

이언 매큐언 출간작을 모두 읽었는데 숙제가 하나
더 늘었네요.

필리아 2018-07-30 17:47   좋아요 0 | URL
폭염을 잊기 딱 좋은, 이야기꾼 다운 작품이란 느낌입니다.
설원을 질주하는 자기애 그득한 에피소드에서부터, 각종 탐욕의 메뉴가 망라된 주인공의 행동들....
게다가 명예의 후광에 안주한 과학지성의 위선과 거짓들에 이르기까지 재미에서는 단연 독보적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