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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습관을 바꿔라 - 품위 있게 말하고 의연하게 침묵하기
로버트 제누아 지음, 강민채 옮김 / 바다출판사 / 202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일찍 잠자리에 든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오늘 아침은 6시 5분 전,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났다. 요즘 운동을 좀 많이 해서 그런지 이번 주부터는 조금 피곤함을 느꼈는데, 오늘 아침에는 그런 것도 없었다. 아메리카노를 한잔하고, 간단히 침구류를 정리했다. 유산균 한포를 입에 털어 넣고, 인공 눈물을 조심스레 눈동자에 떨구었다. 깜박깜박. 어제 읽었던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의 글 하나가 갑자기 떠올라 헛웃음이 난다. 딱 내 스타일의 글이었는데 말이다. 양말을 신고, 에어팟을 귀에 꼽고, 러닝화 끈을 단단히 묶은 다음에 갖다 버릴 박스들을 챙겼다. 어제도 나가는 길에 버렸지만, 그 사이에 몇 박스가 또 생겼다. 주말이라 거리를 좀 더 늘릴까 했지만, 그냥 평소대로 육 킬로미터만 달리기로 한다. 어제 하루를 걸러서 그런지 오늘은 몸이 가볍다. 주말이라 그럴지도. 요즘은 날이 좋아 뛰는 맛이 난다. 절반을 뛰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보이는 우두교가 더욱 선명하다. 평소보다 기록이 좋다. 나이키 러닝 앱의 평균 페이스가 킬로미터당 5분 초반대에 가까워졌다. 처음 러닝 할 때는 4분 대도 거뜬했는데, 이제야 다시 예전 평균치로 돌아오고 있는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 쌀을 밥솥에 얹혔다. 카레밥을 간단히 해 먹고, 스크린 골프장으로 향했다. 서서히 자세를 올리는 중이긴 한데, 생각보다 쉽진 않다. 이왕이면 폼을 더 올려보고 싶긴 하다. 허리와 어깨를 더 사용해야 한다. 일단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계속해서 연습하는 것으로.
어제는 의암호에서 춘천 시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카페에서 책을 한 권 읽었다. 바로, 로버트 제누아라는 특허 관련 회사 중역이 지은 <말하는 습관을 바꿔라>인데, 품위 있게 말하고 의연하게 침묵하기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감정을 억제하고, 거친 말을 내뱉지 않도록 조언하는 책이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말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를 잘 실천한다면 삶은 더욱 윤택해지고, 풍요로워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에 부딪힌다고 이야기한다.
말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간단한 산식처럼 논리적으로 풀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다.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성격, 배경지식, 환경 등 다양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내 스타일이 그렇다며 딱딱하고 기계적인 말투와 뭔가 화가 나있는 목소리와 눈빛으로 이야기를 하는 의사라면, 언젠가는 큰 트러블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또, 상담하는 와중에 결혼 유무를 물어보거나, 성차별적 질문을 남발하는 상담가 역시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크게 한방 먹게 될지도 모른다. 책에서도 말하지만, 무엇보다도 인간관계까지 망치는 거친 논쟁은 피해야 함을 기억하자! 싸움에선 좋은 결과를 얻었을지 몰라도(이건 순전히 본인 생각일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장기적인 인간관계는 파괴되어 버릴지도 모르니.
대화의 진짜 목적을 간파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고, 남보다 몇 발 앞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또, 말에 생기를 더하는 속도와 어조의 변화, 그리고 소리의 높고 낮음에도 적절한 변화를 줘야 한다. 눈치 빠른 사람일수록 눈치 없는 척을 한다는 말처럼, 많이 알고 있다 하더라도 더 경청하고 입을 다물 줄 아는 습관도 갖는 게 좋겠다. 저자의 말처럼 살아 있는 사람 중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특정 시점과 공간에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말하는 걸 유의하고, 또 남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한 가지 팁을 준다면, 비밀을 잘 지키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고 나면 회사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사실. 평소에 목소리만 크거나, 항상 말이 많고 시끄러운 사람. 또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소문난 사람이라면 이러한 평판 뒤에 가려진 반대의 모습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대답을 피하고(그냥 피하는 게 아니다. 책에 소개된 나름의 스킬을 잘 따라 하자!), 말다툼에 휘둘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약,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누군가가 당신을 이 싸움에 몰아넣고자 한다면, 정확한 메시지를 보내자! 난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직장인이라면 절대로 회사에서는 화를 내서는 안된다! 또 쉽진 않겠지만, 화를 내도록 유도하는 어떤 XX한테 넘어가 화를 내도 안된다. 저자가 여러 번 강조하지만, 그렇게 화를 내면 참을성이 없는 사람, 직급이 낮다면 싹수가 없는 사람, 직급이 높으면 통제력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끝으로 일본의 우화에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입을 덮은 '세 마리 원숭이'가 등장한다. 나쁜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 세 원숭이처럼 바보인 척하라는 이야기를 분명 새겨둘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