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
시라이 사토시 지음, 오시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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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반. 오랜만에 뒤척이지 않고 눈을 떴다. 원래는 알람이 울리면 바로 일어나는 체질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몸을 뒤척이게 된다. 그래도 요즘에는 매일 아침 운동을 시작해서인지 훨씬 낫다. 공복에 아직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강변을 뛰는 게 쉽진 않지만, 여러모로 몸과 맘에 플러스가 됨을 느낀다. 아무튼, 덕분에, 오늘 아침은 벌떡 일어나 나주로 내려갈 짐을 챙겼다. 서재에 갖다 둘 책들과 안 입는 옷, 그리고 지금 지내는 사택에는 구태여 필요가 없는 물건들을 안 쓰는 보스턴백에 담았다. 아직 선배가 씻고 있는 듯했다. 간단히 푸시업을 한 세트 했다. 잽싸게 샤워를 마무리하고, 스킨과 크림을 발랐다. 가볍게 옷을 걸치고 차로 향했다. 내비를 찍어보니 소요시간은 대략 5시간 20분 정도. 밀리는 시간과 휴게소에서 점심 먹을 시간을 감안하면 여섯 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되겠다. 거리는 멀지만,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주변 경치를 보다 보면 그래도 금방 갈 것 같다. 일단 라디오 대신에 바이브 앱을 켰다. 출발이다.

지난주에는 풍광 좋은 강변에 위치한 와플 맛집에서 멋진 책을 한 권 읽었다. 일본의 신예 사상가이자 인문학과 교수인 시라이 사토시가 지은 <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이라는 책이다. 오랜만에 - 감히 별점을 준다면 만점을 주고 싶은 - 정말 맘에 쏙 드는, 그리고 맘에 와닿는 책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라는 어려운 이야기를 우리의 실생활과 연관 지어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었다. 저자는 자본론이 비단 국제 경제나 글로벌 자본주의와 같은 스케일이 큰 무언가만 다루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상사가 짜증을 내는 이유나 오늘 우리가 무언가를 사려고 할 때의 갈등과도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또 경제란 단순하지 않아서, 모든 게 연결되어 있고, 단순히 논리라는 포장으로 쌓여있는 이론만이 아니라 복잡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됨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자본론 총 세 권은 모두 다 마르크스가 지은 건 아니라고 한다. 1권만 마르크스가 직접 출간했으며, 나머지 2,3권은 엥겔스가 마르크스의 사후 원고를 다듬어서 완성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저자는 "자본론 1권, 자본론 : 정치경제학 비판"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가지고 독자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일단 상품의 개념이 중요하다. 여기서 상품은 회계에서의 상품, 시장에서 실제로 접하는 물건으로 한정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이때 '부'와 '상품'의 개념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한데, '부'란 인류가 있었을 때부터 존재한 것이며, '상품'이란 매매 대상이 되는 자본제 사회의 핵심 구성요소다. 더 쉽게 설명하면 과거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는 어떻게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과학기술(이 역시 자본제 사회에서는 상품이다!)로 인해 유전자 조작이 가능해지고, 우수한 유전자를 따로 추출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제는 좋은 유전자나 유전자를 좋게 하는 모든 게 '상품'이 되었다는 사실.

문제는 이 모든 게 상품화가 되어버리면서다. 공동체의 파괴 역시 상품화와 연계되어 있고, 인간의 사고와 감성까지 집어삼키는 신자유주의 역시 이 상품화와 그 맥을 같이한다. 자본은 증식을 목적으로 하기에 여기에서 노동의 착취와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절대적 잉여가치가 노동시간을 연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상대적 잉여가치는 필요 노동시간을 줄여서 얻을 수 있는 잉여가치, 즉 생산력 증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인데, 자본은 상대적 잉여가치 생산을 추구하면서 스스로를 증식해 나간다고 보면 되겠다.

생산력의 상승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생산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가치가 저하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건값은 그대로이고, 기업의 이윤마저 그대로거나 또 오른다면 당연히 노동자 몫은 줄어든다. 요즘에는 스타트업, 플랫폼 비즈니스 등 혁신과 첨단으로 무장했지만, 실은 고정적인 수수료를 걷는 사업구조가 확산되면서 이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듯하다. 이는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즉각 예금금리를 낮추고, 대출금리는 각종 명목으로 올려 언제나 안정적인 예대마진을 가져가는 금융업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자본론의 끝에는 항상 계급투쟁이 있다. 사실 이 부분은 민감한 부분이라, 함부로 말하기 어렵다. 저자 역시 마지막 부분에서 가서는 조심스러워하는 게 느껴진다. 다만 영국의 요리가 왜 맛이 없는가란 사례를 들며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내용을 아래와 같다. 영국 역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멋진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산업 혁명과 함께 인클로저가 진행되면서,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땅에서 무언가를 수확하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반면 부자들은 이제 농사를 짓지 않고, 요리사를 고용하거나 외국의 맛집에서 무언가를 사다 먹기 시작하게 된다. 여기에다가 마을 고유의 공동체 문화마저 사라지면서, 영국 민중의 식문화는 단절되고 말았다는 것.

끝으로 저자의 말 하나를 소개하면서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혁명을 일으킬 생각은 추후도 없지만 어딘가 이상한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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