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제8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김백상 외 지음 / 마카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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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이다. 어린이가 아닌지는 꽤 되었다. 중학교 일학년 때였나. 어린이날 우리들은 왜 쉬는 거냐고 친구들끼리, 그리고 선생님께서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아니, 그랬던 것 같다. 직장인이라면 감사할 일이다. 덕분에 하루를 쉬게 되었으니. 게다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런 휴일들이 감사한 유급 휴일임을 제대로 깨닫게 되었고. 직장인이 아닌 친구들은 - 심지어 웬만한 사람보다 부유한 전문직이나 사업가분들조차 - 이걸 가지고 또 얼마나 술안주를 삼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좋게 넘어가 줬으면 한다. 열심히 세금도 내고 있고, 또 쉬는 날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족들과 함께 열심히 소비를 하고 있는 유부남들도 많으니 말이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거시 경제의 생산 부문과 소비 부문에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삼대 축의 하나이므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 서울로 향한다. 오늘은 운전을 하지 않고, 도시철도를 이용하기로 한다. 열차 출발 시간이 잘 맞아 2시간 안에 정동으로 갈 수 있을 듯하다. 오늘도 날은 좋다. 햇살이 좋아 테라스도 볕이 잘 들어온다. 어닝도 잘 작동되는 듯하고, 방 상태도 좋다. 혹시 몰라 잠시 환기를 시켜 두었다. 근처 파리바게뜨에서 테이크아웃한 카페라테를 한잔 마시면서 저 멀리 인왕산과 북악산 쪽을 바라보았다. 전화를 몇 통 했다. 그러고 나서, 색채감이 인상적인 화가 헤르난바스 전시전을 구경하러 가기로 한다.

오고 가는 열차 안에서 주말에 읽던 단편 소설집을 마저 읽었다. 21년도 교보문고 공모전 수상 작품집인데, 다른 단편소설집보다 트렌디함과 감각적인 소재의 사용이 돋보이는 듯하다. 김백상 님의 <조업밀집구역>을 시작으로 총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데, 분량과 장르가 다 달라 각각의 읽는 맛이 달랐다. 심사평의 말을 빌리면 참신한 소재와 묵직한 주제 의식, 그리고 단편의 매력을 제대로 살린 구성과 안정적인 문장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들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귀촌 가족>이 인상 깊었다. 웹툰 <이끼>와 어렸을 적 TV에서 본 농촌 배경 단막극의 느낌을 받았다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시골 마을 텃세를 배경에 깔아두었나 싶더니, 어느새 예상치 못한 반전의 결말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소녀시대 출신 배우 서현 씨가 말했다고 한 결국에는 선한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고, 드라마 빈센조에서 주인공이 말한 악마가 악마를 이긴다는 워딩이 연결되는 것 같기도 했다.

제일 먼저 등장하는 작품인 <조업밀집구역>도 재미난 소설이었다. 스토리의 전개와 작품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현 세태를 풍자하는 것만 같아 마냥 웃을 수만 없던 작품이었지만 말이다. 단막극 소재로도 딱이겠다 싶었고, 단편 소설을 꿈꾸는 젊은 작가들에게도 좋은 가이드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심사평에서 많은 분량을 할애하며 소개한 <토막>과 짧지만 독특한 소재의 <바다에서 온 사람>도 좋았다.

끝으로 인상 깊었던 심사평 중 일부를 소개하면서 리뷰를 마칠까 한다. 밥벌이가 우선인 세상에서 없던 시간을 짜내고, 안 그래도 모자란 잠을 더 줄여가며 용감하게, 그리고 처절하게 써 내려갔다는 점만으로도 모든 작품이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고. 또, 글을 쓴다는 건 공포를 이겨내는 과정이며, 이 과정 속에서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하리란 걸 알면서도 그걸 이겨내고 완성된 작품을 공모전에 제출한 것만으로도 큰 한 발짝을 내디딘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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