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정지현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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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묾에서 받은 세 번째 사랑에 관한 소설집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를 읽는다. 너무나도 유명한 스콧 피츠제럴드가 쓴 소설들을 묶어서 펴낸 책으로 일곱 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모든 사랑은 같은 얼굴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말이 가장 인상적인데 누구라도 공감할 문장인 듯하다. 결코 같을 수도 없으며 억지로 같게 만들 수도 없다. 설령 같은 공간에 간다고 한들 말이다. 피츠제럴드는 어떤 생각으로 이러한 문장을 소설 속에 배치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결국에는 모든 순간순간이 소중하며 결코 다른 누군가와 대체될 수 없다는 말로 들린다. 서울의 궁궐과 북촌의 골목을 걸을 때마다 많은 기억들과 감정들이 공존하지만 결코 같은 무언가로 뭉쳐버릴 수는 없다. 지금 옆에 있는 그 사람에게 온전히 마음을 쏟아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 또 다른 사랑이 와도 결코 같을 수는 없으므로.

여기에 소개된 일곱 편의 작품들은 피츠제럴드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과 소설 속에서 다루고자 했던 주제들이 잘 드러나 있다. 소개 글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피츠제럴드의 유명한 작품 <위대한 개츠비>와 연결될 수 있는 <겨울 꿈>과 <버니스, 단발로 자르다>가 대표적이다. 전자는 <위대한 개츠비>의 초안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후자는 당시 미국 상류층 사회의 위선과 혼란스러운 모습을 드러낸 일종의 외전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즐겨 다루는 젊은이들의 방황과 재즈로 대표되는 모습이 바로 피츠제럴드의 소설 속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요즘 20대들에게도 이런 분위기가 일부 있다고 하는데, 이런 모습이 어떤 감정의 전달 경로인지는 조금 궁금하기도 하다.

모파상도 그렇듯이 피츠제럴드의 문체도 깔끔하다. 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절제의 미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여기에다가 세련된 무언가를 보여주려면 말이다. 콘텐츠와 함께 이를 어떻게 포장할지를 그리고 어떠한 이미지로 다가가는 게 중요한가를 느끼고 또 고민하게 되는 요즘이다. 이번에 읽었던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이 내용과 함께 또 다른 무언가를 알려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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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고백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기 드 모파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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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소설가 기 드 모파상의 단편집 <첫눈, 고백>을 읽었다. 책을 읽어주는 남자(머묾)라는 출판사에서 펴낸 책으로 약 십여 편의 단편 소설들을 묶어둔 책이다. 모파상은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귀족 가문 출신으로 인간의 욕망과 위선과도 같은 근원적인 내면의 감정들을 섬세한 묘사로 표현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나 예술과 문학적 감수성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하는데, 젊었을 때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 참전하면서 인간에 대한 실존주의적 접근에 다가갈 수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이러한 인간 본연의 모습이 간결하고 정밀한 문체 속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고 한다.

책에 소개된 몇 가지 작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첫눈'은 겨울의 어느 날 과거의 사랑을 떠올리며 화자의 감정의 시선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는 작품이다. 첫눈이 가져다주는 설렘의 이미지보다는 쓸쓸함과 사람 감정의 덧없음이 더욱더 느껴지는 그런 작품이다. 분명 따스했던 사랑의 감정이었겠지만 시간이 지나 현실 속에서 흐려지고 변질된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담담하고 조금은 절제된 문체 속에서 그런 감정이 더욱 선명하게 그려진다.

또 다른 작품 '고백'도 비슷한 시선과 감정의 연장선에 있다. 일반적인 고백의 이미지가 아닌 인간의 존재에 대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참회나 자기반성보다는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도덕과 욕망이라는 선택지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본성을 통해 독자들에게 정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다른 작품들도 모파상 특유의 문체와 실존주의적 시선이 느껴졌다. 짧은 분량이라 쉽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작품 속에 드러난 작가의 생각과 질문들은 결코 단순하거나 평범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모파상은 말년에 심한 정신적 질환으로 이른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인간 세상을 파악하려고 하는 게 어쩌면 제일 어렵고도 복잡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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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6-02-09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때문에, 모파상작품이어서 읽고 싶네요.
 
첫사랑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승주연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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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읽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처음 접하고 또 들어보는 러시아 작가다. 러시아 소설가로는 안톤 체호프, 톨스토이 그리고 도스토옙스키 정도까지만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 접한 투르게네프의 글은 새롭게 다가왔다. 간단히 느낌을 언급하자면 조금 세련되고 또 배경과 감정 묘사가 돋보인다는 점. 그동안 보아온 러시아 소설 특유의 투박함과 거친 이미지보다는 도회적인 분위기가 두드러진 느낌이다. 작가의 이름과 배경 설명을 읽지 못했다면 아마 러시아 작가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듯하다.

투르게네프는 이름에서 보듯이 튀르크계 타타르의 후손이라고 한다. 타타르는 우리 역사 속의 민족들과도 가까운 관계이기에 공연히 호감이 갔다. 실제로도 투르게네프는 러시아 민중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고 하는데 인텔리 하면서도 농노를 해방시키기도 하는 등 실천하는 지식인의 이미지가 있었다고 한다. 특히 자신의 사생아를 솔직히 인정하고 돌보았던 사실도 러시아 민중의 호감을 얻었고. 또 그의 작품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러시아스럽지 않은 모습이 등장인물과 배경 속에 많이 등장하는 데 이런 언밸런스한 부분도 대중들에게는 또 다른 호기심과 호감으로 연결되지 않았나 싶다.

그의 초기작 <첫사랑>은 투르게네프의 가정사를 투영한 것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잘생긴 아버지와 부유하지만 나이가 많은 어머니 아래서 풍족하게 살았던 주인공 소년은 옆집의 아름다운 아가씨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21살이었고 주인공은 아직 16살 밖에 되질 않았지만 곧 그녀에게 반하고 만다. 하지만 그녀는 동네의 많은 남자들과 같이 어울려 다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남자가 바로 자신의 아버지였음을 깨닫게 된다. 참고로 실제로도 투르게네프의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외도를 했으며, 주인공의 어머니 역시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았다고 한다.

짧은 글이어서 생각보다 금방 읽었던 소설이다. 독특한 무언가보다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글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소설 속 아버지의 말을 빌려 그리고 다른 어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드러난 저자의 생각들도 인상적이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

"의지는 자유보다 더 좋은 권력을 준단다.

무언가를 원할 줄 알면 자유를 얻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을 지휘할 수도 있지."

"자신감을 가져요. 중요한 건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이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거예요.

그래봐야 좋을 게 없으니까요."

"네 능력으로 쟁취할 수 있는 건 쟁취하고, 굴하지 말거라. 그것이 삶의 본질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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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자유론 - 자유는 상처를 먹고 자란다
존 스튜어트 밀 지음, 김이남 편역 / 포텐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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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며칠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야근과 새벽 이동 그리고 기내 수면 등으로 인해 어제서야 그나마 제대로 잠이 든 것 같다. 오랜만에 목이 좀 제대로 부은 듯하다. 일단 받은 약을 다 먹고 내일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니 평소보다 목이 갑갑하고 가래가 심하게 차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제는 보험 증권과 등기부등본, 자격증 등 각종 서류들과 욕실 물품들을 정리했다. 욕실 수납장에 차례대로 넣고 나니 작은 책장에 공간이 생겼다. 큰 도자기 그릇을 거실에 두고 그동안 자리를 찾지 못했던 도자기 술병과 바반투 붓다 불상을 놓아두었다. 이제 차례대로 필기구와 전자제품류 그리고 펜트리 속 잡다구리들을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정리할 생각이다.

오랜만에 사우나를 다녀왔다. 확실히 러닝을 포기하고 다녀올만하다. 세차도 할 겸 차를 끌고 혁신도시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렀다. 세상에나. 평소보다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오랜만에 가서 그런지는 몰라도 예전보다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시나몬 카푸치노를 텀블러에 담아, 창가 쪽 자리에 가서 책을 읽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초역 자유론>이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김이남이란 분이 편역해서 펴낸 책이다. 따라서 밀의 <자유론>과는 분명 다른 책이며, 역자의 생각과 방향이 들어간 글이라는 점은 분명히 하고 읽어보면 될 것 같다.

인상 깊었던 그리고 눈에 들어왔던 문구를 중심으로 글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무언가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불편함을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는 살아있다는 증거고 계속해서 변화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라고 역자는 말한다. 여기서 파생된 단단함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에 의한 선택도 중요하다. 대중의 시선과 타인의 기준으로 평가받는 게 아니라 본인이 바라고 생각하는 무언가가 판단의 기준이라면 말이다. 같은 행위와 선택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도피를 위한 자기 합리화인지 아니면 의지에 따라 받아들인 자기 확신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대학에 다니고 같은 자격증을 취득하고, 회사에서 일하며 저축과 투자를 하지만 그 과정을 지나 받게 되는 결과는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저자 역시 한때 소설가를 꿈꾸었지만 번번이 낙방하고, 지금은 편집자로서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저자에게는 밀의 <자유론>이 더 인상 깊게 다가왔을 듯싶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단편적인 주장을 강요한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과 실패로 불릴 수밖에 없는 기억들을 곱씹으며 살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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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메뉴판 - 한 장의 메뉴에 담긴 시대의 취향, 계층, 문화 이야기
나탈리 쿡 지음, 정영은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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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면 주변 풍경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다. 거리의 간판과 벽화들. 재미난 그림과 포스터들. 골동품점의 유리창 뒤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오브제와 처음 보는 패턴의 디자인들이 조금은 낯설게 다가온다. 우연히 지나치는 현지인의 모습이라도 찍히면 하나의 작품이 된다. 그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자 반복되는 모습들이겠지만 말이다.

음식점의 간판이나 메뉴판 역시 놓칠 수 없는 볼거리 중의 하나다. 우리나라 카페나 음식점에서도 가끔은 재미난 로고와 메뉴판을 볼 수 있는데 해외로 가면 그 재미가 더해지는 느낌이다. 일단 우리와 다르고 거기에다가 주인의 독특한 개성까지 더해지면 새로움은 배가 된다. 재작년에 다녀온 동유럽과 올해 다녀온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찍어온 사진들 중에도 그런 샷이 몇 개 있는 듯한데, 지금 리뷰를 쓰면서 다시 아이폰 속 사진첩을 훑어보니 그때 느낌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 읽은 책은 바로 그런 느낌의 연장선에 있는 <미식가의 메뉴판>이라는 책이다. 음식에 대한 기억은 행복을 동반한다고 말하며, 그중에서도 메뉴판이 가져다주는 행복한 상상의 여정을 다양한 메뉴판 사진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일단 사진이 많아서 너무 좋은데, 글도 흥미롭지만 다음 페이지에는 어떤 가게의 메뉴판이 나올까란 기대감에 페이지를 넘겼던 책이다.

재미난 글씨체와 어디선가 본듯한 그림들 그리고 투박하면서도 눈길이 가는 구도와 배치를 보여주는 메뉴판들이 많았다. 조금은 누레진, 한 귀퉁이가 접힌 흔적이 있는 종이의 질감도 좋았고. 물론 만져볼 수는 없지만 말이다. 이처럼 책에는 총 여섯 장에 걸쳐 다양하고 흥미로운 그림 또는 사진들이 저자의 설명과 함께 가득 실려 있다. 컨셉을 갖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좋은 여행 가이드북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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