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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 어게인 - 모르는 것을 아는 힘
애덤 그랜트 지음, 이경식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문득 블로그를 보니 그동안 작성한 글이 천오백 개가 넘는다. 전역하고 나서 이것저것 해보기 위해 책좋사 카페에 가입하고, 블로그를 작성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궁금해서 비공개한 글들도 찾아보니 2006년부터 글을 끄적거린 듯하다. 당시 글들을 몇 개 읽어보니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또 옛날 생각이 나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옛 추억들도 떠오르고.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그 사이에 서울과 나주, 춘천과 부산을 오갔으니 참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구나 싶기도 하다.
이번 주말에는 나주로 내려왔다. 고향은 아니지만 고향집에 온 것 같았고, 동네에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마음은 편안해진 듯했다. 사실 이번에 내려온 이유는 2년 몇 개월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은 하자들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 또 역시나 - 이번에도 하자 처리를 해주지 않았다. 지난 기간 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하자를 제대로 처리해 준 적이 없기에, 한 달 전에도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하자들을 정리해 문자로 보내고, 세움건설 본사로 연락도 여러 번 했지만 말이다. 심지어 이번 주에도 서너 번이나 본사와 전화하여 하자 처리가 잘 될 수 있게 부탁했고, 하자를 수리해 주기로 한 금요일 오전 당일에도 오후 3~4시에 오시기로 이야기되었지만 결국은 오지 않았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긴 했지만, 최대한 화를 억누르고 통화를 해보았다. 답변은 다양했다. 본사 담당자분은 '다른 입주민과의 갈등 때문에 퇴사 처리 되었다는 이전 담당자'가 오늘 오전에 나와 전화로 협의해 내일 저녁에 수리하는 것으로 이야기되어 그런 줄 알고 있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물론 사실이 아니었고, 거짓말이었다. 그 사이에 갑자기 다른 입주민들과의 갈등 때문에 퇴사 처리 되었다는 이전 담당자가 갑자기 전화가 와서 '옆집으로 착각하고 아침에 문을 두드렸지만 계시지 않았다, 전화를 했는데 전화번호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셨다.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본사 담당자가 한말과는 또 다른 이야기였고, 나에게 그 건으로 전화가 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어제부터 나랑 전화한 적도 없는데, 전화를 완료했다고 본사에 말했다고 했다. 이 역시 건설사 측의 거짓말이었고. 하청업체 분의 말은 더 당황스러웠다. 오늘 수리해 주시기로 한 건은 이미 이전에 퇴사 처리되었다는 분이 작년에 보고 가서 문을 교체해 주겠다고 답변하신 거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 문서를 받지 못해서 오늘도 내일도 해결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럼 작년부터 줄기차게 하자 이야기를 드렸고, 수리해 주겠다고 답변한 건 뭐였는지. 이거 장난하는 건지, 아니면 우리는 절대로 하자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인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다시 본사 담당자와 이야기해보니 또 다른 소리를 했다. 오늘 문제는 내부적인 오류로 인해서 어쩔 수 없었다, 월요일에 다시 전화하겠다, 아니 월요일에 다시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장난하는 건가 싶었다. 핑계와 거짓말, 계속 달라지는 말들. 건설사 문제인건지, 주택조합문제인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짜증나는 상황이었다. 이야기를 같이 들었던 민철이 형과 집에서 전화로 상황을 들었던 우리 가족들 모두 이런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에 화도 아니라 웃음까지 나오는 상황. 입주하고 나서부터 최대한 처리해 주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피하기만 한 건설사 측의 하자 처리 때문에 계속 참고 있었지만, 정말 오늘은 폭발해서 화를 낼 뻔한 순간들이었다...
이번 주에는 <오리지널스>와 <기브 앤 테이크>의 저자로 잘 알려진,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애덤 그랜트 교수님이 지은 <싱크 어게인 : THINK AGAIN>이라는 책을 읽었다. 다시 생각하기의 가치를 말하며, 확신의 편안함 대신에 의도적으로 의심의 불편함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이를 체계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개인 차원과 관계 차원, 그리고 집단 차원의 세 가지 카테고리 속에서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에게는 인지적 게으름이란 게 있다고 한다. 새로운 걸 붙잡고 어렵게 쩔쩔매기보다는 기존의 의견이나 생각에 안주하는 손쉬운 쪽을 자주 선택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갈등과 의견 대립이 발생했을 때 자신의 과거 신념(솔직히 말해서 이때 신념이라고 불러줄 만한 가치가 있는 건지는 당사자들이 깊게 생각해 볼 일이다...)에 근거하여 저항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과거의 혁신적 세력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꼰대가 되고, 얄팍한 지식이 옳다고 믿는 젊은 꼰대들의 등장이 이 책에서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닌 셈이다.
의심은 때로는 새로운 힘의 원천이 된다. 오만함은 자신의 약점을 바라보지 못하게 눈을 가리지만, 확신에 찬 겸손함은 그 약점을 극복하고,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과학자나 교수처럼 자신의 말이 틀렸다는 사실에서 느끼는 쾌감까지 우리 같은 일반 직장인들이 공감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감히 생각하나, 지속적인 자기 계발을 위해서, 그리고 일과 함께 인간적인 면모 역시 중요한 회사 생활에서는 새겨두어야 할 덕목이 아닐까 싶다.
공감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업무 갈등 속에서 미쳐버리지 말되 뜨거워져야 한다는 조언도 인상 깊다. 특히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도록 유의하며,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이겼다고 착각할수록 그 반대편의 무언가를 키우고 있을 수도 있음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둥근 돌이냐 모난 돌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매 순간순간 변할 수 있는 탄력 있는 무언가가 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끝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중요하되, 행복만 좇다 보면 진짜 행복은 놓치게 된다는 사실과 더 중요한 건 커다란 행복이 아니라 작은 행복을 자주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로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 내가 믿는 것은 궁극적인 최종 완결체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엠마 골드만)
* 의견 불일치에는 전쟁이 아니라 춤을 추듯이 접근해라 (애덤 그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