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 어게인 - 모르는 것을 아는 힘
애덤 그랜트 지음, 이경식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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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블로그를 보니 그동안 작성한 글이 천오백 개가 넘는다. 전역하고 나서 이것저것 해보기 위해 책좋사 카페에 가입하고, 블로그를 작성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궁금해서 비공개한 글들도 찾아보니 2006년부터 글을 끄적거린 듯하다. 당시 글들을 몇 개 읽어보니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또 옛날 생각이 나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옛 추억들도 떠오르고.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그 사이에 서울과 나주, 춘천과 부산을 오갔으니 참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구나 싶기도 하다.

이번 주말에는 나주로 내려왔다. 고향은 아니지만 고향집에 온 것 같았고, 동네에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마음은 편안해진 듯했다. 사실 이번에 내려온 이유는 2년 몇 개월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은 하자들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 또 역시나 - 이번에도 하자 처리를 해주지 않았다. 지난 기간 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하자를 제대로 처리해 준 적이 없기에, 한 달 전에도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하자들을 정리해 문자로 보내고, 세움건설 본사로 연락도 여러 번 했지만 말이다. 심지어 이번 주에도 서너 번이나 본사와 전화하여 하자 처리가 잘 될 수 있게 부탁했고, 하자를 수리해 주기로 한 금요일 오전 당일에도 오후 3~4시에 오시기로 이야기되었지만 결국은 오지 않았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긴 했지만, 최대한 화를 억누르고 통화를 해보았다. 답변은 다양했다. 본사 담당자분은 '다른 입주민과의 갈등 때문에 퇴사 처리 되었다는 이전 담당자'가 오늘 오전에 나와 전화로 협의해 내일 저녁에 수리하는 것으로 이야기되어 그런 줄 알고 있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물론 사실이 아니었고, 거짓말이었다. 그 사이에 갑자기 다른 입주민들과의 갈등 때문에 퇴사 처리 되었다는 이전 담당자가 갑자기 전화가 와서 '옆집으로 착각하고 아침에 문을 두드렸지만 계시지 않았다, 전화를 했는데 전화번호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셨다.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본사 담당자가 한말과는 또 다른 이야기였고, 나에게 그 건으로 전화가 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어제부터 나랑 전화한 적도 없는데, 전화를 완료했다고 본사에 말했다고 했다. 이 역시 건설사 측의 거짓말이었고. 하청업체 분의 말은 더 당황스러웠다. 오늘 수리해 주시기로 한 건은 이미 이전에 퇴사 처리되었다는 분이 작년에 보고 가서 문을 교체해 주겠다고 답변하신 거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 문서를 받지 못해서 오늘도 내일도 해결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럼 작년부터 줄기차게 하자 이야기를 드렸고, 수리해 주겠다고 답변한 건 뭐였는지. 이거 장난하는 건지, 아니면 우리는 절대로 하자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인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다시 본사 담당자와 이야기해보니 또 다른 소리를 했다. 오늘 문제는 내부적인 오류로 인해서 어쩔 수 없었다, 월요일에 다시 전화하겠다, 아니 월요일에 다시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장난하는 건가 싶었다. 핑계와 거짓말, 계속 달라지는 말들. 건설사 문제인건지, 주택조합문제인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짜증나는 상황이었다. 이야기를 같이 들었던 민철이 형과 집에서 전화로 상황을 들었던 우리 가족들 모두 이런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에 화도 아니라 웃음까지 나오는 상황. 입주하고 나서부터 최대한 처리해 주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피하기만 한 건설사 측의 하자 처리 때문에 계속 참고 있었지만, 정말 오늘은 폭발해서 화를 낼 뻔한 순간들이었다...

이번 주에는 <오리지널스>와 <기브 앤 테이크>의 저자로 잘 알려진,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애덤 그랜트 교수님이 지은 <싱크 어게인 : THINK AGAIN>이라는 책을 읽었다. 다시 생각하기의 가치를 말하며, 확신의 편안함 대신에 의도적으로 의심의 불편함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이를 체계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개인 차원과 관계 차원, 그리고 집단 차원의 세 가지 카테고리 속에서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에게는 인지적 게으름이란 게 있다고 한다. 새로운 걸 붙잡고 어렵게 쩔쩔매기보다는 기존의 의견이나 생각에 안주하는 손쉬운 쪽을 자주 선택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갈등과 의견 대립이 발생했을 때 자신의 과거 신념(솔직히 말해서 이때 신념이라고 불러줄 만한 가치가 있는 건지는 당사자들이 깊게 생각해 볼 일이다...)에 근거하여 저항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과거의 혁신적 세력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꼰대가 되고, 얄팍한 지식이 옳다고 믿는 젊은 꼰대들의 등장이 이 책에서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닌 셈이다.

의심은 때로는 새로운 힘의 원천이 된다. 오만함은 자신의 약점을 바라보지 못하게 눈을 가리지만, 확신에 찬 겸손함은 그 약점을 극복하고,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과학자나 교수처럼 자신의 말이 틀렸다는 사실에서 느끼는 쾌감까지 우리 같은 일반 직장인들이 공감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감히 생각하나, 지속적인 자기 계발을 위해서, 그리고 일과 함께 인간적인 면모 역시 중요한 회사 생활에서는 새겨두어야 할 덕목이 아닐까 싶다.

공감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업무 갈등 속에서 미쳐버리지 말되 뜨거워져야 한다는 조언도 인상 깊다. 특히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도록 유의하며,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이겼다고 착각할수록 그 반대편의 무언가를 키우고 있을 수도 있음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둥근 돌이냐 모난 돌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매 순간순간 변할 수 있는 탄력 있는 무언가가 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끝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중요하되, 행복만 좇다 보면 진짜 행복은 놓치게 된다는 사실과 더 중요한 건 커다란 행복이 아니라 작은 행복을 자주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로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 내가 믿는 것은 궁극적인 최종 완결체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엠마 골드만)

* 의견 불일치에는 전쟁이 아니라 춤을 추듯이 접근해라 (애덤 그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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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
시라이 사토시 지음, 오시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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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반. 오랜만에 뒤척이지 않고 눈을 떴다. 원래는 알람이 울리면 바로 일어나는 체질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몸을 뒤척이게 된다. 그래도 요즘에는 매일 아침 운동을 시작해서인지 훨씬 낫다. 공복에 아직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강변을 뛰는 게 쉽진 않지만, 여러모로 몸과 맘에 플러스가 됨을 느낀다. 아무튼, 덕분에, 오늘 아침은 벌떡 일어나 나주로 내려갈 짐을 챙겼다. 서재에 갖다 둘 책들과 안 입는 옷, 그리고 지금 지내는 사택에는 구태여 필요가 없는 물건들을 안 쓰는 보스턴백에 담았다. 아직 선배가 씻고 있는 듯했다. 간단히 푸시업을 한 세트 했다. 잽싸게 샤워를 마무리하고, 스킨과 크림을 발랐다. 가볍게 옷을 걸치고 차로 향했다. 내비를 찍어보니 소요시간은 대략 5시간 20분 정도. 밀리는 시간과 휴게소에서 점심 먹을 시간을 감안하면 여섯 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되겠다. 거리는 멀지만,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주변 경치를 보다 보면 그래도 금방 갈 것 같다. 일단 라디오 대신에 바이브 앱을 켰다. 출발이다.

지난주에는 풍광 좋은 강변에 위치한 와플 맛집에서 멋진 책을 한 권 읽었다. 일본의 신예 사상가이자 인문학과 교수인 시라이 사토시가 지은 <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이라는 책이다. 오랜만에 - 감히 별점을 준다면 만점을 주고 싶은 - 정말 맘에 쏙 드는, 그리고 맘에 와닿는 책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라는 어려운 이야기를 우리의 실생활과 연관 지어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었다. 저자는 자본론이 비단 국제 경제나 글로벌 자본주의와 같은 스케일이 큰 무언가만 다루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상사가 짜증을 내는 이유나 오늘 우리가 무언가를 사려고 할 때의 갈등과도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또 경제란 단순하지 않아서, 모든 게 연결되어 있고, 단순히 논리라는 포장으로 쌓여있는 이론만이 아니라 복잡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됨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자본론 총 세 권은 모두 다 마르크스가 지은 건 아니라고 한다. 1권만 마르크스가 직접 출간했으며, 나머지 2,3권은 엥겔스가 마르크스의 사후 원고를 다듬어서 완성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저자는 "자본론 1권, 자본론 : 정치경제학 비판"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가지고 독자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일단 상품의 개념이 중요하다. 여기서 상품은 회계에서의 상품, 시장에서 실제로 접하는 물건으로 한정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이때 '부'와 '상품'의 개념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한데, '부'란 인류가 있었을 때부터 존재한 것이며, '상품'이란 매매 대상이 되는 자본제 사회의 핵심 구성요소다. 더 쉽게 설명하면 과거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는 어떻게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과학기술(이 역시 자본제 사회에서는 상품이다!)로 인해 유전자 조작이 가능해지고, 우수한 유전자를 따로 추출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제는 좋은 유전자나 유전자를 좋게 하는 모든 게 '상품'이 되었다는 사실.

문제는 이 모든 게 상품화가 되어버리면서다. 공동체의 파괴 역시 상품화와 연계되어 있고, 인간의 사고와 감성까지 집어삼키는 신자유주의 역시 이 상품화와 그 맥을 같이한다. 자본은 증식을 목적으로 하기에 여기에서 노동의 착취와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절대적 잉여가치가 노동시간을 연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상대적 잉여가치는 필요 노동시간을 줄여서 얻을 수 있는 잉여가치, 즉 생산력 증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인데, 자본은 상대적 잉여가치 생산을 추구하면서 스스로를 증식해 나간다고 보면 되겠다.

생산력의 상승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생산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가치가 저하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건값은 그대로이고, 기업의 이윤마저 그대로거나 또 오른다면 당연히 노동자 몫은 줄어든다. 요즘에는 스타트업, 플랫폼 비즈니스 등 혁신과 첨단으로 무장했지만, 실은 고정적인 수수료를 걷는 사업구조가 확산되면서 이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듯하다. 이는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즉각 예금금리를 낮추고, 대출금리는 각종 명목으로 올려 언제나 안정적인 예대마진을 가져가는 금융업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자본론의 끝에는 항상 계급투쟁이 있다. 사실 이 부분은 민감한 부분이라, 함부로 말하기 어렵다. 저자 역시 마지막 부분에서 가서는 조심스러워하는 게 느껴진다. 다만 영국의 요리가 왜 맛이 없는가란 사례를 들며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내용을 아래와 같다. 영국 역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멋진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산업 혁명과 함께 인클로저가 진행되면서,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땅에서 무언가를 수확하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반면 부자들은 이제 농사를 짓지 않고, 요리사를 고용하거나 외국의 맛집에서 무언가를 사다 먹기 시작하게 된다. 여기에다가 마을 고유의 공동체 문화마저 사라지면서, 영국 민중의 식문화는 단절되고 말았다는 것.

끝으로 저자의 말 하나를 소개하면서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혁명을 일으킬 생각은 추후도 없지만 어딘가 이상한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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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팔리는 카피 단어장 - 20년 동안 베스트 상품 광고에 쓰인 카피 2000
간다 마사노리.기누타 쥰이치 지음, 이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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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유용한 책을 만났다. 일본의 톱 마케터이자 카피라이터, 경영 컨설턴트이기도 한 간다 마사노리가 지은 <무조건 팔리는 카피 단어장>이 바로 그거다. 일본 현지에서는 20년도에 출간되었는데, 1인 미디어 시대의 필독서로 알려지면서 지금도 초베스트셀러로 계속 사랑받고 있는 책이라고 한다. 20년 이상 농축된 저자의 지식과 경험이 가득 담겨 있는 이 책은,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지 간에 글을 쓰다가 막히는 때가 온다면 언제든지 펼쳐보고, 필요한 단어를 골라 사용하면 된다고 - 저자가 - 자신 있게 말하고 있는 책이다.

행동경제학자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을 이야기하는 사실은 바로 이론과 논리와 같은 합리성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사람의 감정이라는 사실. 논리보다 사람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 어떤 광고보다도 더 효율적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나 역시 100% 공감한다!)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단어는 실로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 여기에다가 저자는 이 단어들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반응은 천차만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저자만의 문장의 구성 법칙을 잘 따라가야 한다고 말한다.

< PASONA 법칙 >

Problem

문제

고객이 안고 있는 고통을 명확히 짚는다.

Affinity

친근

판매자가 고객의 고통의 원인을 이해하고, 그것을 해결할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Solution

해결

그 고통의 근본 원인을 밝히며, 해결로 가는 접근법을 소개한다.

Offer

제안

해결책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체적인 상품, 서비스를 제안한다.

Narrow

범위 좁히기

상품을 구입한 이후 만족할 것 같은 타깃 고객의 범위를 좁힌다.

Action

행동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 행동을 하라고 설득한다.

가장 중요한 게 바로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이 항상 포인트를 잡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다. 나아가 숨겨진 고통의 포인트를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를 들자면, 맛집에서 우아하게 시간을 보내는 부부에게 실은 평일에는 너무 바빠서 가볍고, 친근하게 보낼 시간이 없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해 보는 거다. 또, 아이돌에게 빠진 프로그래머에게는 혹시나 그 사람이 자신을 스스로 히키코모리가 아닐까 하는 걱정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고 - 한 단계 더 깊게 - 생각해 보는 걸 의미한다.

각 상황별로, 또 타깃 포인트별로 필요한 단어와 예시 문구가 있으니,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비단 마케터나 카피라이터뿐만이 아니라, 개인 사업을 하는 분들이나 회사에서 경평보고서나 기획서를 작성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서재에다가 꽂아 두고 좋은 문구가 잘 정리되지 않을 때 필요할 때마다 찾아서 작성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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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부모는 넘치게 사랑하고 부족하게 키운다
제인 넬슨.셰릴 어윈 지음, 조형숙 옮김 / 더블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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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내려가는 도로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물론 미사리 입구부터는 차가 밀리기 시작했지만 예상한 것만큼은 아니었다. 날도 화창했고, 차 안에서 듣는 음악소리마저 경쾌했다. 지난번처럼 비도 내리지 않았고. 사실 그땐 얼마나 비가 많이 왔었던가. 초행길이었던지라 고속도로로 빠지지도 못하고, 국도로만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걸린 시간은 거기서 거기. 지하철이 아닌 창밖으로 보는 서울 시내 풍경은 생각보다 이뻤다.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정동길을 걸었다. 서울 시립미술관과 정동교회, 러시아 대사관, 정동극장 근처의 조경과 이쁜 담벼락이 햇살과 어우러져 보는 맛을 더했다. 부모님께서는 오랜만에 이런 여유로움을 느껴본다고 좋아하셨다. 지난번처럼 춥지도 않았고, 겉옷을 입었다가 살짝 땀이 나면 벗어서 손에 걸치고 걸으면 되는 정도의 선선함. 근처의 카페에서 디저트와 함께 먹는 커피도 좋았고. 날이 좋아 그런지 찍는 사진마다 다 잘 나온 건 보너스. 전날 다녀온 경복궁과 서촌 골목, 그리고 서울스카이에서 내려다본 부도심의 모습도 좋았지만 역시나 가장 좋은 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 거리와 시간들이다.

주말에는 여유가 좀 있었다. 어제에 이어서, 지난주에 읽다만 책 한 권을 마저 읽었다. 제목은 긍정 훈육 전문가인 제인 넬슨과 쉐릴 어윈이 지은 <현명한 부모는 넘치게 사랑하고 부족하게 키운다>. 단순하게 아이를 잘 키우는 데만 그치는 게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었다. 결론은 간단하다. 바로 친절하면서도 엄한 양육법을 실천하는 것.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주면 안 되며, 지나치게 사랑하는 것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지만, 그 사랑을 올바른 방법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약 삼백 페이지의 분량 속에서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었다.

아이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해도 안되며, 부모의 미안한 감정 때문에 자녀의 비위를 너무 맞춰주는 것도 옳지 않다. 자유롭게 기른답시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방치한다거나, 반대로 모든 상황을 통제하려는 것도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책에는 이런 생각을 가진 부모님들이 아이를 기를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이 상세하게 나열되어 있다. 아이에게 책임감을 갖게 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의도적으로 무책임해지는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신에 자녀가 어떻게 상황을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옆에서 관찰하고, 공감과 조언을 해주어야 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너무 사랑하기에 의도적으로 약간 떨어져서 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지나치게 주변을 의식해서 아이에게 불필요한 짐을 지우게 할 필요는 없다. 특히 요즘에는 맞벌이 부부가 많아 항상 자녀에게 죄의식을 갖고 있는 부모가 많은데 절대 그러지 말라고 한다. 상황을 바꿀 수는 없으니, 차라리 현상을 인정하면서, 부모가 확신을 갖고 자녀에게 더 잘해주면 된다고 한다. 만약 부모가 계속해서 그런 맘을 갖고 산다면, 오히려 아이는 그런 부모의 맘을 이용하려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끝으로 올바른 경제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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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의 세계 - 어느 미술품 컬렉터의 기록
문웅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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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아무리 바쁘다고 하더라도 잠시 동안의 쉼표가 필요하고, 일과 인간관계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나만의 도구를 갖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 플라톤은 인생에서 살아갈 만한 가치를 부여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바로 아름다움이라고 말했는데, <수집의 세계>의 저자인 문웅 님은 아름다움이란 추상적 개념이 형상화된 예술품을 수집하는 것을 치유의 도구이자 스트레스 해소법 중의 하나로 선택한 듯 보인다. 나아가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삶을 예술처럼 만드는 방법으로 저자는 예술품을 소장하는 일을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있다.

유대인들이 많은 돈을 번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자는 그중 하나로 자신이 좋아하고 행복하게 여겼던 것을 타인에게 팔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던킨 도너츠, 허쉬 초콜릿,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그리고 수많은 국제 금융 서비스(?)까지. 그들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계속 해왔고, 거기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엄청난 돈을 벌었다. 결국 좋은 취미란 삶을 윤택하게 하고, 인생의 중심을 잡아줄 뿐만 아니라 부까지 연결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전남 장흥 출신으로 건설 사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사업체를 일구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예술경영학 공부에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컬렉터로서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컬렉션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구운몽> 최고본과 삼성 이건희 회장님이 보유했던 그림으로도 유명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심지어 로댕의 조각상도 있다고 한다. 또, 중국 작가의 작품들도 많고, 우리나라의 젊은 화가들의 그림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색채감이 인상적인 랄프 플렉의 그림과 최근에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윤위동 작가님의 그림도 있고.

아무래도 연배가 있으시고, 또 컬렉팅을 할 수 있는 재력(?)도 갖고 있으시다 보니, 쉽게 접하기 힘든 한국 고미술품이나 간찰과 같은 소장품도 보유하고 계신 듯하다. 요즘 젊은 컬렉터들이 팝아트 계열의 작가나 카페나 미디어에 노출된 화가의 그림에만 우르르 몰리는 것과는 대조되는 형국이다. 그림과 같은 예술품을 구매하는 행위 속에는 분명 투자 심리도 끼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면, 또 그냥 보기만 해도 좋아지는 그림이 아니라면 향후에 가격 하락 시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초짜가 감히 미술품 투자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내가 좋아하는 작품, 그리고 가격 상승과 무관하게 일단 내가 맘에 든 작품을 구매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야 내가 생각한 것만큼 오르지 않아도, 그렇게 큰 타격은 없을 테니까. 어느 작가가 핫하다고 해서, 별생각 없이 고가의 판화를 구매했다가, 나중에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도 본격적인 컬렉팅을 한지 5년도 되질 않았다. 그냥 1년에 한건 정도 구매하고 있다. 오리지널, 판화, 조각상, 아트 상품, 베어브릭까지. 나름 구색은 갖췄다. 더 여유가 있으면 좋으련만, 지나치게 베팅하는 건 아닌 듯하고, 또 일부 사람들처럼 무리하게 대출까지 받아 가면서 구매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차분하게 적정 가격에 내 맘에 꽂힌 작품을 하나 둘 구매해보려 한다. 최근 미술품 경매시장이 핫하다고 한다. 그동안 개인 창고 속에 쌓여있던 작품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중인 듯하다. 초보 컬렉터라면 작품 목록을 보면서 하나 둘 공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거기에다가 이 책을 통해서 미술품 수집의 세계에 대한 안목을 넓혀보는 것도 좋을 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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