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의 세계 - 어느 미술품 컬렉터의 기록
문웅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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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아무리 바쁘다고 하더라도 잠시 동안의 쉼표가 필요하고, 일과 인간관계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나만의 도구를 갖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 플라톤은 인생에서 살아갈 만한 가치를 부여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바로 아름다움이라고 말했는데, <수집의 세계>의 저자인 문웅 님은 아름다움이란 추상적 개념이 형상화된 예술품을 수집하는 것을 치유의 도구이자 스트레스 해소법 중의 하나로 선택한 듯 보인다. 나아가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삶을 예술처럼 만드는 방법으로 저자는 예술품을 소장하는 일을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있다.

유대인들이 많은 돈을 번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자는 그중 하나로 자신이 좋아하고 행복하게 여겼던 것을 타인에게 팔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던킨 도너츠, 허쉬 초콜릿,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그리고 수많은 국제 금융 서비스(?)까지. 그들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계속 해왔고, 거기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엄청난 돈을 벌었다. 결국 좋은 취미란 삶을 윤택하게 하고, 인생의 중심을 잡아줄 뿐만 아니라 부까지 연결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전남 장흥 출신으로 건설 사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사업체를 일구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예술경영학 공부에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컬렉터로서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컬렉션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구운몽> 최고본과 삼성 이건희 회장님이 보유했던 그림으로도 유명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심지어 로댕의 조각상도 있다고 한다. 또, 중국 작가의 작품들도 많고, 우리나라의 젊은 화가들의 그림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색채감이 인상적인 랄프 플렉의 그림과 최근에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윤위동 작가님의 그림도 있고.

아무래도 연배가 있으시고, 또 컬렉팅을 할 수 있는 재력(?)도 갖고 있으시다 보니, 쉽게 접하기 힘든 한국 고미술품이나 간찰과 같은 소장품도 보유하고 계신 듯하다. 요즘 젊은 컬렉터들이 팝아트 계열의 작가나 카페나 미디어에 노출된 화가의 그림에만 우르르 몰리는 것과는 대조되는 형국이다. 그림과 같은 예술품을 구매하는 행위 속에는 분명 투자 심리도 끼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면, 또 그냥 보기만 해도 좋아지는 그림이 아니라면 향후에 가격 하락 시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초짜가 감히 미술품 투자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내가 좋아하는 작품, 그리고 가격 상승과 무관하게 일단 내가 맘에 든 작품을 구매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야 내가 생각한 것만큼 오르지 않아도, 그렇게 큰 타격은 없을 테니까. 어느 작가가 핫하다고 해서, 별생각 없이 고가의 판화를 구매했다가, 나중에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도 본격적인 컬렉팅을 한지 5년도 되질 않았다. 그냥 1년에 한건 정도 구매하고 있다. 오리지널, 판화, 조각상, 아트 상품, 베어브릭까지. 나름 구색은 갖췄다. 더 여유가 있으면 좋으련만, 지나치게 베팅하는 건 아닌 듯하고, 또 일부 사람들처럼 무리하게 대출까지 받아 가면서 구매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차분하게 적정 가격에 내 맘에 꽂힌 작품을 하나 둘 구매해보려 한다. 최근 미술품 경매시장이 핫하다고 한다. 그동안 개인 창고 속에 쌓여있던 작품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중인 듯하다. 초보 컬렉터라면 작품 목록을 보면서 하나 둘 공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거기에다가 이 책을 통해서 미술품 수집의 세계에 대한 안목을 넓혀보는 것도 좋을 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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