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 현대 주식시장의 핵심 메커니즘을 밝히다 막스 베버 선집
막스 베버 지음, 이상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춘천에서 부산까지는 꽤나 멀다. 춘천에서 서울까지 1시간 걸리는 ITX를 이용해서, 다시 부산까지 간다 하더라도 다섯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직통이 없기 때문에 갈아타는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직접 운전해서 가면 약 4시간 14분 정도 소요되는데, 중간에 휴게소도 들리고 하면 넉넉히 다섯 시간 안되게 걸리다고 보면 된다. 고속버스가 제일 편하긴 한데, 이것도 다섯 시간 정도 걸린다. 횡성과 홍천에서 한 번씩 정차하기 때문에 시간을 좀 더 잡아먹는 듯하고. 참, 비행기도 있다. 양양이나 김포에서 타면 될 듯한데, 구태여 탈 필요성은 각자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자. 여유가 있다면 직접 운전해서, 그게 아니라면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게 가장 좋을 듯싶다. 심심하면 넷플릭스로 못다 본 영화를 감상하거나, 드라마를 몰아봐도 좋고. 날만 좋다면 책도 한두 권은 거뜬히 읽을 수 있다. 또 중간중간 잠을 청해도 좋겠다 싶고.

어제 오후에는 시간이 좀 비길래, 옛 동보서적 자리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렀다가, 다시 근처 스타벅스에서 책을 한 권 읽었다. 막스 베버가 지은 <거래소>인데, 현대 주식시장의 핵심 메커니즘을 밝히며, 거래소에 대해 잘 모르거나 오해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해 알기 쉽게 풀어쓴 증권·상품 거래소 입문서라고 출판사는 소개하고 있다.

당시 독일에서는 거래소가 노동자, 그리고 농부들의 재산을 빼앗고 시세를 조종하는 나쁜 무언가로 인식되고 있었다고 한다. 이는 지금과도 다를 바 없지만, 뭐 아무튼 베버는 이런 오해를 해소하고, 거래소가 가지는 경제적 순기능, 그리고 진짜 모습을 소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지금과는 다른 사람들이 서로 큰 목소리로, 또 수신호를 통해 거래를 하는 모습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 또 선물 거래의 프로세스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고, 어음이나 증권이 왜 거래되는지를 장소적 제약과 물리적 한계를 들어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중간중간에 짤막하게 소개하는 경제 개념과 현상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가령 철도와 같은 인프라를 구축할 때 채권을 발행하는 이유로 돈이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미래에 철도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비용을 부담하게 하여 공정함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설명이 눈에 띈다. 또 선물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자신의 이익은 극대화하고, 그 손실은 다른 사람이 입기를 바란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바램이 섞여있다는 부분도 인상적이고.

전반적인 논조는 결국에는 거래소는 자본주의와 경제를 위해 필요하다는 식으로 설명이 진행되는데, 일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좌파의 마르크스와 우파의 막스 베버라는 구도가 왜 만들어진 건지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끝으로 학창 시절에 공부를 좀 했다면, 막스 베버의 관료제라고 암기했던 기억이 있을 듯한데, 그의 대표작인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시간이 되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냥꾼의 눈 -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포착하는 관찰의 기술
양은우 지음 / 와이즈맵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위기는 약 십 년의 주기로 발생하는 듯하다. 1990년대 말의 외환위기와 2000년대 말의 금융위기, 그리고 2010년에 발생한 코로나까지. 현재의 위기는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조금 차이가 있지만, 이 상황에서도 분명 누군가는 기회를 잡아 큰 수익을 거두었거나, 그 과정 속에 있지 않을까 한다. 가령, 에셋플러스 자산운용의 강방천 회장님은 외환위기 직전에 받은 수천만 원의 자금으로 환율 상승에 베팅해 시드머니를 두 배 가까이 불렸고, 이어 증권 주에 투자해 무려 2000퍼센트의 수익률을 기록한다. 그리고 택배회사에 투자해 150억 원의 자산을 일구어냈다.

분명 운도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각 선택의 단계마다 예리한 관찰력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었다는 사실. 강방천 회장은 투자의 출발점은 주위 사람들의 관심사와 소비 유형을 관찰한 뒤, 미래에 성장할 수 있는 종목을 찾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포착하는 관찰의 기술 <사냥꾼의 눈>의 저자인 양은우님도 이 책에서 관찰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누구나 성공의 길에 다다를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21세기는 가치 창출의 시대라고 한다. 가심비, 공유 경제, 소확행 등도 모두 가치 창출의 연장선에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는데, 관찰력은 바로 이러한 숨겨진 욕구, 즉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창출하는데 가장 중요한 능력인 셈이다. 많이 볼수록 뛰어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관찰력이 뛰어날수록 당연히 강력한 상상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저자는 제대로 된 관찰을 위해 해소되지 않는 불편함,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 획일화 속에 숨겨진 다름, 제거하고 싶은 불안, 그리고 세상을 움직이는 변화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면과 일상에 숨어있는 패턴과 스타일, 사물의 본질에 대한 고민, 웃음을 만들어내는 즐거움 등에도 주의를 기울여보도록 하자.

가령 대부분의 컨설팅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사점을 도출해 내는 접근 방식을 취하지만, 덴마크에 본사를 둔 레드 어소시에이츠는 센스 메이킹(환경의 여러 불확실한 요소들을 파악하고 이해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한 행동을 취함. 즉, 빅데이터 등의 분석을 통해 찾지 못하는 틈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감각이자 데이터의 흐름을 꿰뚫는 탁월한 관점)이라고 불리는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고 한다. 여기에는 사회학자, 철학자, 인류학자 등이 동원되어 인간의 행동에 대해 연구하고 또 분석한다고 한다.

항상 관심의 끈을 놓지 말며, 달라진 지점을 잘 캐치해야 한다. 당연한 것, 또는 사소한 것 역시 놓치지 말아야겠다. 관찰력을 기르기 위해, 또 기획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반복된 모방 훈련도 중요하다고 한다. 이를 통해 체득된 무언가가 결국에는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사업화하며, 또 큰돈도 벌수 있게 해줄 테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SG 머니전략 - 친환경 테마주부터 ETF까지, 한 권으로 끝내는 그린 투자 가이드
황유식.유권일.김성우 지음 / 미래의창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날씨가 조금 흐린 듯하다. 다섯시에 한번 알람이 울렸고, 두시까진 도착하겠다 싶어서, 여섯시로 알람을 다시 맞추곤 잠을 청했다.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알람이 울렸다.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샤워를 했다. 그러고 나서 어제 먹다 남은 샌드위치와 비타민 영양제 한 알을 챙겨 먹었다. 어떤 영양제든 이왕 먹을 거면 꾸준히 먹어야 한다. 그래야 효과가 있다! 일곱시가 조금 넘었다. 집에다 갖다 둘 책과 안 쓰는 짐들을 새로 산 빅 트래블 백에다 집어넣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기름은 며칠 전 채워뒀기에 춘천에서 나주까지 사오백 킬로미터 정도는 충분할 듯했다. 오늘도 드라이빙 메이트는 라디오. 만종분기점을 지나 이천으로 갈 때쯤이면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를 들을 수 있겠다 싶다.

ESG가 화두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 구조(Governance)의 영문 단어 앞 글자를 따서 지은 말로, 앞으로는 기업 경영 및 투자에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개념이다. 이미 바이든 행정부는 그린 산업에 4년간 2조 달러를 쏟아붓기로 결정했으며, 온실가스 배출의 사실상 주범이기도 한 중국마저도 2060년을 목표로 탄소 중립을 하기로 선언했다. 세계 최초로 석탄 발전을 시작한 영국도 2025년까지 모든 석탄 발전을 중단할 계획이며,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로 화력 발전의 비중을 줄이거나 중단할 예정에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는 금융기관들이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고, 관련된 채권도 인수하지 않는 등 적극적인 탈석탄 투자에 앞장서고 있다. 이미 삼성과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들이 여기에 동참했고, 국민은행 등 1금융권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저자는 기존의 석탄 관련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이 불가피해 보이며, 투자금 유치의 어려움 등으로 앞으로 석탄 발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자문, 즉 ESG 투자 전략을 독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그리고 전기자동차, 2차 전지, 풍력 발전, 수소 에너지 등 ESG 관련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거나,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기업 목록을 - 산업별 밸류체인으로 분류하여 -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다. 분야별 산업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추천 기업에 대한 근거는 책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고, 여기서는 기업 명단만 대략적으로 정리해보았다. (리뷰에는 국내 기업만 소개했지만, 책에는 해외 기업들도 많이 나오니 참고하도록 하자!)

전기자동차 및 2차 전지 : 현대기아자동차,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앨엔에프, 포스코케미칼, SKC, 일진머티리얼스, 후성, 동화기업, 신흥에스이씨, 두산솔루스 등

수소분야 : SK, SK가스, 효성중공업, 덕양, SPG, 현대자동차, 효성첨단소재, 코오롱인더, 한온시스템, 일진다이아, 상아프론테크, 포스코, 한화솔루션, 두산퓨얼셀 등

풍력발전 : 유니슨, SK디앤디, 코오롱글로벌, 두산중공업, 씨에스윈드, 씨에스베어링, LS, 케이피에프 등

태양광발전 : OCI, 한화솔루션 등 (이 분야는 중국계 기업이 거의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환경선박 : 한국조선해양(구,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국카본, 동성화인텍 등

책에서 소개된 기업들을 정리해 보면 한화솔루션, 두산중공업, 두산퓨얼셀, LG에너지솔루션,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등의 기업이 공통적으로, 또 자주 소개됨을 알 수 있다. 주식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라면 한 번씩은 들어본 기업일 터. 끝으로 만약 여유자금이 부족하거나, 종목별 리스크가 부담이 된다면 ESG 관련 ETF에 투자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1 제8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김백상 외 지음 / 마카롱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이날이다. 어린이가 아닌지는 꽤 되었다. 중학교 일학년 때였나. 어린이날 우리들은 왜 쉬는 거냐고 친구들끼리, 그리고 선생님께서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아니, 그랬던 것 같다. 직장인이라면 감사할 일이다. 덕분에 하루를 쉬게 되었으니. 게다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런 휴일들이 감사한 유급 휴일임을 제대로 깨닫게 되었고. 직장인이 아닌 친구들은 - 심지어 웬만한 사람보다 부유한 전문직이나 사업가분들조차 - 이걸 가지고 또 얼마나 술안주를 삼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좋게 넘어가 줬으면 한다. 열심히 세금도 내고 있고, 또 쉬는 날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족들과 함께 열심히 소비를 하고 있는 유부남들도 많으니 말이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거시 경제의 생산 부문과 소비 부문에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삼대 축의 하나이므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 서울로 향한다. 오늘은 운전을 하지 않고, 도시철도를 이용하기로 한다. 열차 출발 시간이 잘 맞아 2시간 안에 정동으로 갈 수 있을 듯하다. 오늘도 날은 좋다. 햇살이 좋아 테라스도 볕이 잘 들어온다. 어닝도 잘 작동되는 듯하고, 방 상태도 좋다. 혹시 몰라 잠시 환기를 시켜 두었다. 근처 파리바게뜨에서 테이크아웃한 카페라테를 한잔 마시면서 저 멀리 인왕산과 북악산 쪽을 바라보았다. 전화를 몇 통 했다. 그러고 나서, 색채감이 인상적인 화가 헤르난바스 전시전을 구경하러 가기로 한다.

오고 가는 열차 안에서 주말에 읽던 단편 소설집을 마저 읽었다. 21년도 교보문고 공모전 수상 작품집인데, 다른 단편소설집보다 트렌디함과 감각적인 소재의 사용이 돋보이는 듯하다. 김백상 님의 <조업밀집구역>을 시작으로 총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데, 분량과 장르가 다 달라 각각의 읽는 맛이 달랐다. 심사평의 말을 빌리면 참신한 소재와 묵직한 주제 의식, 그리고 단편의 매력을 제대로 살린 구성과 안정적인 문장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들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귀촌 가족>이 인상 깊었다. 웹툰 <이끼>와 어렸을 적 TV에서 본 농촌 배경 단막극의 느낌을 받았다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시골 마을 텃세를 배경에 깔아두었나 싶더니, 어느새 예상치 못한 반전의 결말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소녀시대 출신 배우 서현 씨가 말했다고 한 결국에는 선한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고, 드라마 빈센조에서 주인공이 말한 악마가 악마를 이긴다는 워딩이 연결되는 것 같기도 했다.

제일 먼저 등장하는 작품인 <조업밀집구역>도 재미난 소설이었다. 스토리의 전개와 작품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현 세태를 풍자하는 것만 같아 마냥 웃을 수만 없던 작품이었지만 말이다. 단막극 소재로도 딱이겠다 싶었고, 단편 소설을 꿈꾸는 젊은 작가들에게도 좋은 가이드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심사평에서 많은 분량을 할애하며 소개한 <토막>과 짧지만 독특한 소재의 <바다에서 온 사람>도 좋았다.

끝으로 인상 깊었던 심사평 중 일부를 소개하면서 리뷰를 마칠까 한다. 밥벌이가 우선인 세상에서 없던 시간을 짜내고, 안 그래도 모자란 잠을 더 줄여가며 용감하게, 그리고 처절하게 써 내려갔다는 점만으로도 모든 작품이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고. 또, 글을 쓴다는 건 공포를 이겨내는 과정이며, 이 과정 속에서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하리란 걸 알면서도 그걸 이겨내고 완성된 작품을 공모전에 제출한 것만으로도 큰 한 발짝을 내디딘 것이라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하는 습관을 바꿔라 - 품위 있게 말하고 의연하게 침묵하기
로버트 제누아 지음, 강민채 옮김 / 바다출판사 / 202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일찍 잠자리에 든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오늘 아침은 6시 5분 전,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났다. 요즘 운동을 좀 많이 해서 그런지 이번 주부터는 조금 피곤함을 느꼈는데, 오늘 아침에는 그런 것도 없었다. 아메리카노를 한잔하고, 간단히 침구류를 정리했다. 유산균 한포를 입에 털어 넣고, 인공 눈물을 조심스레 눈동자에 떨구었다. 깜박깜박. 어제 읽었던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의 글 하나가 갑자기 떠올라 헛웃음이 난다. 딱 내 스타일의 글이었는데 말이다. 양말을 신고, 에어팟을 귀에 꼽고, 러닝화 끈을 단단히 묶은 다음에 갖다 버릴 박스들을 챙겼다. 어제도 나가는 길에 버렸지만, 그 사이에 몇 박스가 또 생겼다. 주말이라 거리를 좀 더 늘릴까 했지만, 그냥 평소대로 육 킬로미터만 달리기로 한다. 어제 하루를 걸러서 그런지 오늘은 몸이 가볍다. 주말이라 그럴지도. 요즘은 날이 좋아 뛰는 맛이 난다. 절반을 뛰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보이는 우두교가 더욱 선명하다. 평소보다 기록이 좋다. 나이키 러닝 앱의 평균 페이스가 킬로미터당 5분 초반대에 가까워졌다. 처음 러닝 할 때는 4분 대도 거뜬했는데, 이제야 다시 예전 평균치로 돌아오고 있는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 쌀을 밥솥에 얹혔다. 카레밥을 간단히 해 먹고, 스크린 골프장으로 향했다. 서서히 자세를 올리는 중이긴 한데, 생각보다 쉽진 않다. 이왕이면 폼을 더 올려보고 싶긴 하다. 허리와 어깨를 더 사용해야 한다. 일단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계속해서 연습하는 것으로.

어제는 의암호에서 춘천 시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카페에서 책을 한 권 읽었다. 바로, 로버트 제누아라는 특허 관련 회사 중역이 지은 <말하는 습관을 바꿔라>인데, 품위 있게 말하고 의연하게 침묵하기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감정을 억제하고, 거친 말을 내뱉지 않도록 조언하는 책이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말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를 잘 실천한다면 삶은 더욱 윤택해지고, 풍요로워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에 부딪힌다고 이야기한다.

말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간단한 산식처럼 논리적으로 풀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다.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성격, 배경지식, 환경 등 다양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내 스타일이 그렇다며 딱딱하고 기계적인 말투와 뭔가 화가 나있는 목소리와 눈빛으로 이야기를 하는 의사라면, 언젠가는 큰 트러블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또, 상담하는 와중에 결혼 유무를 물어보거나, 성차별적 질문을 남발하는 상담가 역시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크게 한방 먹게 될지도 모른다. 책에서도 말하지만, 무엇보다도 인간관계까지 망치는 거친 논쟁은 피해야 함을 기억하자! 싸움에선 좋은 결과를 얻었을지 몰라도(이건 순전히 본인 생각일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장기적인 인간관계는 파괴되어 버릴지도 모르니.

대화의 진짜 목적을 간파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고, 남보다 몇 발 앞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또, 말에 생기를 더하는 속도와 어조의 변화, 그리고 소리의 높고 낮음에도 적절한 변화를 줘야 한다. 눈치 빠른 사람일수록 눈치 없는 척을 한다는 말처럼, 많이 알고 있다 하더라도 더 경청하고 입을 다물 줄 아는 습관도 갖는 게 좋겠다. 저자의 말처럼 살아 있는 사람 중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특정 시점과 공간에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말하는 걸 유의하고, 또 남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한 가지 팁을 준다면, 비밀을 잘 지키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고 나면 회사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사실. 평소에 목소리만 크거나, 항상 말이 많고 시끄러운 사람. 또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소문난 사람이라면 이러한 평판 뒤에 가려진 반대의 모습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대답을 피하고(그냥 피하는 게 아니다. 책에 소개된 나름의 스킬을 잘 따라 하자!), 말다툼에 휘둘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약,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누군가가 당신을 이 싸움에 몰아넣고자 한다면, 정확한 메시지를 보내자! 난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직장인이라면 절대로 회사에서는 화를 내서는 안된다! 또 쉽진 않겠지만, 화를 내도록 유도하는 어떤 XX한테 넘어가 화를 내도 안된다. 저자가 여러 번 강조하지만, 그렇게 화를 내면 참을성이 없는 사람, 직급이 낮다면 싹수가 없는 사람, 직급이 높으면 통제력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끝으로 일본의 우화에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입을 덮은 '세 마리 원숭이'가 등장한다. 나쁜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 세 원숭이처럼 바보인 척하라는 이야기를 분명 새겨둘 필요가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