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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만 빼고 다 바꿔라 - AI도 꼼짝 못할 대한민국 육아전문작가의 육아 비법
김영희 지음 / 작가교실 / 2022년 3월
평점 :
또 천장이 시끄럽다. 조심성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뒷발로 쿵쿵대며 걸어 다니는 소리와 마치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하듯이 뛰어다니는 소리. 아, 있는 힘껏 문을 쾅쾅 닫는 소리도 빠질 수 없다. 또 가끔 울부짖는 괴성(?)도... 지금 리뷰를 쓰는 이 순간에도 - 윗집인지는 모르겠으나 - 또 쿵쿵대며 걸어 다니고 우당탕탕 하며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이건 뭐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만 같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 주택이면 조심스럽게 걷고, 또 당연한 상식이지만 뛰어다니거나 노는 건 밖에서 해야 하고 집에서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잘 알려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층간 소음은 답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건 사실 매너 문제라 좀 조심해서 걷고, 차분하게 생활하면 좋을 텐데 말이다.
예전에는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으로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는 기사를 봐도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내가 피해자가 되고 보니 그 심정이 100% 이해된다. 층간 소음의 가장 큰 원인은 아이들 뛰어다니는 소리와 발로 쿵쿵대며 걸어 다니는 소리라고 하는데, 결국에는 뭐 그 사람들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서, 자기들만큼 층간 소음을 심하게 내는 사람을 겪어봐야, 그때 밑에 살던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겠구나를 깨닫게 될 수밖에...
이번에 읽은 책은 여성 육아 전문가이신 김영희 님이 지은 <아이만 빼고 다 바꿔라>는 책이다. 이 책 역시 읽은 지는 꽤 되었지만, 이런저런 일들로 이제서야 리뷰를 남기게 되었다. 최근에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한 번씩 나오는 주제가 바로 오은영 박사의 상담 이야기인데, 그만큼 육아가 쉽지 않고 또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일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도 여기에는 연습이라는 게 없기에 미리 준비하면서도 계속해서 배워나가야 하니까 말이다.
찰스 다윈은 살아남은 것은 가장 강한 종도, 가장 똑똑한 종도 아니고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저자는 육아에 있어 바꿀 대상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라고 말하며,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움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행복함을 느끼며 잘 놀 줄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이다. 물론 여기에서 잘 논다는 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진 말자. 공부를 재미있게 즐길 줄 알면서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것 역시 행복함을 느끼면서 잘 놀 줄 아는 무언가에 해당될 수 있으니.
저자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할 덕목으로 아래와 같은 아홉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호기심으로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능력을 말한다. 두 번째는 창의성으로 독창적이고 유용한 무언가를 처음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비판적 사고와 열정인데 우리가 아는 그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는 팀워크와 평생 학습력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하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특히 이 두 가지는 어릴 때 학습해두면 어른이 되어서도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 요소다. 일곱 번째는 겸손이고, 나머지 두 개는 디지털 소양과 시민성인데 이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가르칠 순 없더라도 골고루 균형 있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분명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외에도 체력도 공부만큼 중요하고, 때로는 아이들에게 따끔한 호통도 필요하다는 말도 인상 깊다. 또 아이들을 가르치는 부모 역시 계속 공부하고 배워나아가야 한다는 조언도 눈에 들어온다. 아이를 서울대에 보내려면 부모님의 관심과 조부모님의 재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여전히 중요한 무언가인 셈이다.
끝으로 나도 공감하는 말이지만 이젠 놀이, 엔터테인먼트가 중요한 건 확실하다. 기본소득 확대, 기회의 평등보다는 모두가 동일한 수준의 삶이 보장되는 세상으로 바뀌어가는 요즘,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고 나아가 개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친절함, 커뮤니케이션 능력, 스스로 놀 줄 아는 능력, 취미와 관심사 등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들아. 아파트와 같은 공동 주택은 다른 사람들도 같이 사는 곳이란다. 뛰어놀고 싶으면 거실이나 방안이 아니라, 제발 밖에 나가서 놀 거라. 집안에서 뛰어놀고 싶으면 부모님께 말해 1층이나 한적한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보내달라고 하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