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혁명 2030 - 구글, 이케아, 월마트 등 글로벌 브랜드 전략에 참여한 세계적 리테일 전문가가 말하는
더그 스티븐스 지음, 김영정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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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매트릭스 4 : 레저렉션>을 봤다. 작년에 보려고 했는데, 동네 극장에서 바로 내려가 버려서 보지 못했던 작품이다. 사실 - 최근에 - 이런 작품들이 꽤 있다. 개봉한다길래 체크해 뒀다가 무료한 시간에 또는 친한 사람들과 같이 보러 가려고 하면 그새 내려가고 없다. 숏폼이 대세(?)라 그런지 금방 떳따가 사라지는 걸까? 아니면 내가 좋아하던 콘텐츠를 소비하고 공감해 줄 비슷한 연령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정일과 육아로 정신없거나 이제 이런 일상 속 재미를 느낄만한 여유마저 사라져 버려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뭐 아무튼 오랜만에 지적 유희를 경험했고, 잠들기 전에는 나머지 매트릭스 트롤리지도 정주행했다. 기계끼리 싸우고, 기계와 인간이 교류하는 장면. 그리고 더 진보된 접속 기술과 홀로그램 등 디테일한 부분도 좋았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결시킨 길을 알려주는 토끼와 억지로 4편을 만들게 된 건지는 몰라도 이를 돌려까는 장면도 나름 재미있었다. 다만 이 모든 부분들이 과거 매트릭스를 즐긴 사람들에게 더 어필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연휴에는 미래학자이자 컨설팅 기업 CEO인 더그 스티븐스가 지은 <리테일 혁명 2030>을 읽었다. 코로나19 이후 변해버린 리테일 산업의 모습을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는 책이다. 연초에 출간된 책이지만 지금 현재의 모습과 비교해서 읽어볼 수 있는 그런 맛이 있었다. 이제는 1제곱미터당 매출과 클릭당 비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1제곱미터당 경험과 클릭당 매출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임란 아메드의 서문을 시작으로 이 책을 소개해 볼까 한다.

코로나19는 분명 커다란 위험이자 변곡점이었지만, 사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이미 지속되어 왔다. 대도시에서 이탈한 중산층의 움직임과 오프라인 매장의 종말(?) 같은 것들 말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KTX나 SRT와 같은 고속 교통망을 통해 평소에는 지방에서 지내다가 특정 시기에만 대도시로 올라와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 등도 그렇고. 다만 분명한 건 코로나19가 이런 변화들을 더욱 강화시켰다는 점이다. 특정 행동이나 일상의 변화에는 21일이 걸리고, 정말 새로운 습관이 형성되는 데는 66일이 걸린다고 하는데, 코로나19는 거의 2년 가까이 지속되었다. 이는 우리들의 삶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고 이를 고착화하는데 충분했던 시간인 셈이다.

놀라움과 독특함 그리고 사상적인 영감을 주는 특별하고도 긍정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기업과 사람들이 살아남을 것이다. 홀로그램이나 드론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발달로 기존 리테일의 공식은 사라지겠지만, 소수의 살아남은 리테일 공룡들은 더 거대해지고 강해질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경험이 중요하다. 배송과 고객상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나쁜 피드백을 전달한다면, 그것이 결코 의도한 바가 아니라 하더라도 안좋은 결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종국적으로 우리가 기억하게 되는 건 감정과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어찌되었든지 간에...

모든에게 좋은 경험과 완벽한 무언가를 선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영화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속 대사처럼 이를 추구하는 건 분명 의미있는 일일지라도 말이다. 다만 구태여 안좋은 경험과 이미지 그리고 부정적인 정체성을 고객들에게 억지로 심어줄 필요는 없다. 좋은 제품 생산은 리테일에 있어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이를 만들어낸 작가나 생산자의 철학, 판매 과정에서의 스토리텔링, 배송과 고객상담과 같은 사후처리 역시 중요한 포인트다! 저자의 말처럼 오히려 이런 요소는 앞으로 더욱 더 강해질 수 있다. 거대 독점적 기업이 아니라면 우리 모두 잘 생각해 볼 문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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