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초파리가 이렇게 오래 살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은 몸속에서 발견되었다. 다른 초파리들과의 차이점은 한 유전자 속에서 발견된 돌연변이였다. 이 유전자는 성경에서 노아의 홍수 이전에 969년이나 살았다는 유대인 족장의 이름을 따 '므두셀라'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론 이 초파리가 므두셀라만큼 오래 살지는 못했지만, 단지 한 유전자에 생긴 변화 때문에 평균 수명이 35%나 늘어났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었다.....'므두셀라' 돌연변이는 초파리를 노화 연구의 전면으로 내세운 일련의 발견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노화의 수수께끼를 풀려면 아직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초파리는 적어도 거친 파도가 일렁이며 불확실성이 심한 가설의 바다에 꼭 필요한 경험적 명료성을 제공했다."
유전학, 생물학의 궁극적인 목표이지 지향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인간의 '수명 연장'일 것이다. 좋은 식단과 관리, 의학의 발달로 인해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기대 수명이 늘어났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환갑이 되면 동네잔치를 열고 했었는데 요즘은 칠순이 되어도 간단하게 가족 행사로 하는 걸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오래 산다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냐'라는 또 다른 논쟁도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더 오래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니, 아마도 장수에 대한 연구는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존재하는 한 영원한 과학계의 화두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중요하고 지대한 관심이 있는 분야에서도 '초파리'는 독보적인 특성을 나타낸다.
간단한 유전자의 특성에 기인하여 분석도 쉬울 뿐만 아니라 단 하나의 유전자의 변화로 평균적으로 35%의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냥 수명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긴 수명 내내 건강하고 활달한 모습을 보이며 약품에 대한 내성에서도 일반 초파리에 비해 훨씬 더 강한 특성을 보인다.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초인(超人)'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책을 읽고 나니 서두의 추천사에 왜 '이 책은 현대 생명과학의 숨은 영웅에게 바치는 찬가다'라고 표현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여름의 대표적인 불청객이자 작고 약하디 약한 개체인 초파리가 이렇게까지 인류에게 유익한 공헌을 했는지는 차마 알지를 못했다. 그들이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므로 냉정하게 보면 '초파리'의 희생이 있었음에 우리가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