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 생물학과 유전학의 역사를 바꾼 숨은 주인공, 개정판
마틴 브룩스 지음, 이충호 옮김 / 갈매나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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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더럽고, 작고, 약하다는 이미지일 것이다. 특히나 요즘과 같은 무더운 계절에는 모기와 함께 양대 해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덩치가 작은 초파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아파트로 거주 공간이 많이 바뀌면서 예전에 비해 집에서 모기와 파리를 경험(?) 하는 경우는 많이 줄었지만 초파리는 음식물이 있는 곳이면 장소를 막론하고 어디선가 나타나서 눈앞에 왱왱거린다.

하지만 우리는 학창 시절에 배웠다.

이 작고 약하디 약하며 해를 끼칠 것만 같은 곤충이 생물학과 유전학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어렴풋한 기억을 한번 되살려 보자.


"초파리가 실험실에 정식으로 데뷔한 때는 1900년이고, 장소는 하버드대학교 교수 윌리엄 캐슬의 실험실이었다. 사실, 초파리가 실험실 문지방을 넘은 이 사건 자체는 별로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다. 캐슬은 그저 발생학을 전공하는 학생에게 연구하게 할 동물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초파리는 값싸고 재미있게 연구할 수 있는 대상처럼 보였다. 창틀에 잘 익은 포도알을 몇 개 놓아두기만 하면 쉽게 유인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초파리가 실험실에 등장하여 본격적으로 연구된 시기는 20세기가 시작된 1900년이라고 한다. 과학이나 기술의 큰 변화나 진전은 수많은 노력의 누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의도치 않게 우연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실험 비용을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입장에서는 값비싼 동물들을 활용한 실험보다는 포도알만 갖다 놓아도 어디선가 모르게 슬그머니 나타나 짧은 기간에 개체 수를 늘리는 초파리가 아주 반가운 대상이었을 것이다.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초파리의 유용성을 확인한 윌리엄 캐슬 교수는 아마 자기 스스로도 놀랐을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


"세포 깊숙이 한가운데 자리 잡은 중앙 무대에는 화려한 색깔로 염색된 벌레처럼 생긴 구조가 있었다. 생물학자들은 그것을 '염색체'라고 불렀다. 20세기로 넘어올 무렵, 많은 생물학자들은 염색체야말로 유전 물질이 들어 있는 장소로 매우 유망하다고 떠들어 댔다. 염색체는 멘델의 가상 입자에 물리적 실체를 부여하는 것처럼 보였다. 염색체는 쌍으로 존재했고,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각각 하나씩 왔다. 그리고 정자나 난자가 만들어질 때, 쌍을 이룬 염색체는 둘로 분리되었다."

요즘은 웬만한 아이들도 아는 유전과 염색체, DNA에 관한 것들이 불과 수 십 년 전에 발견된 사실인 걸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유전 법칙의 선구자로 불리는 사람이 바로 '멘델'이다. 과학자가 아님에도 수도승으로서 수도원 텃밭에서 기른 완두 콩을 유심히 관찰하여 무엇인가 후대에 전달되는 형질의 유사성을 발견한 그의 업적은 놀랍고 신기롭기 그지없다.

이런 유전체의 연구 관점에서 초파리처럼 한 세대의 기간이 지극히 짧고 자식 세대의 개체 수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돌연변이도 쉽게 발현되는 상황은 최적의 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초파리가 짝짓기에 탐닉하는 동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벤저는 초파리를 그저 뇌가 없는 멍청이, 즉 짝짓기에만 미친 자동 기계로 보던 기존의 견해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오히려 그의 연구팀은 초파리의 지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훈련만 적절히 시키면 초파리도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할 수 있다....개를 훈련시키려면 며칠이나 몇 주일, 심지어 우둔한 종은 몇 달이 걸린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초파리는 단 몇 분 만에 훈련시킬 수 있다."

이 챕터의 내용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부분은 학창 시절에 그래도 들은 부분이 있었지만 이렇게 작은 곤충인 '초파리'가 지능을 갖고 있다니 말이다.

냄새와 전기를 사용하여 훈련을 시키면 초파리는 현 상황에 대해 기억하게 되고 그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고 한다. 거기다 더 놀라운 것은 사람의 기억과 놀랍도록 비슷한 방식으로 작용하여, 처음의 기억은 아주 짧은 시간만 지속되지만 지속적으로 동일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학습하게 되면-중간에 적당한 휴식기를 가지며-기억을 장기간 지속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 초파리가 이렇게 오래 살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은 몸속에서 발견되었다. 다른 초파리들과의 차이점은 한 유전자 속에서 발견된 돌연변이였다. 이 유전자는 성경에서 노아의 홍수 이전에 969년이나 살았다는 유대인 족장의 이름을 따 '므두셀라'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론 이 초파리가 므두셀라만큼 오래 살지는 못했지만, 단지 한 유전자에 생긴 변화 때문에 평균 수명이 35%나 늘어났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었다.....'므두셀라' 돌연변이는 초파리를 노화 연구의 전면으로 내세운 일련의 발견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노화의 수수께끼를 풀려면 아직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초파리는 적어도 거친 파도가 일렁이며 불확실성이 심한 가설의 바다에 꼭 필요한 경험적 명료성을 제공했다."

유전학, 생물학의 궁극적인 목표이지 지향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인간의 '수명 연장'일 것이다. 좋은 식단과 관리, 의학의 발달로 인해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기대 수명이 늘어났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환갑이 되면 동네잔치를 열고 했었는데 요즘은 칠순이 되어도 간단하게 가족 행사로 하는 걸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오래 산다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냐'라는 또 다른 논쟁도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더 오래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니, 아마도 장수에 대한 연구는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존재하는 한 영원한 과학계의 화두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중요하고 지대한 관심이 있는 분야에서도 '초파리'는 독보적인 특성을 나타낸다.

간단한 유전자의 특성에 기인하여 분석도 쉬울 뿐만 아니라 단 하나의 유전자의 변화로 평균적으로 35%의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냥 수명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긴 수명 내내 건강하고 활달한 모습을 보이며 약품에 대한 내성에서도 일반 초파리에 비해 훨씬 더 강한 특성을 보인다.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초인(超人)'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책을 읽고 나니 서두의 추천사에 왜 '이 책은 현대 생명과학의 숨은 영웅에게 바치는 찬가다'라고 표현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여름의 대표적인 불청객이자 작고 약하디 약한 개체인 초파리가 이렇게까지 인류에게 유익한 공헌을 했는지는 차마 알지를 못했다. 그들이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므로 냉정하게 보면 '초파리'의 희생이 있었음에 우리가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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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첫 곤충 채집 - 영월에서 곤충과 친해지기
석상욱(석초딩).임송이(마이쏭).석준오(석봉)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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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여러 번 느끼는 거지만 요즘 아이들의 놀이 문화를 보면 부럽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다는 생각도 여러 번 든다.

불과 2~30여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문명의 이기를 맘껏 누리고 있는 세대이긴 하지만 아이는 모름지기 자연과 벗하며 함께 뛰어노는 것이 육체적, 정서적으로 훨씬 더 좋음을 느끼게 된다.

자연과 함께 하는 놀이 문화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곤충 채집'이다.

TV를 좋아하고, 유튜브를 즐기는 아이들이지만 '곤충 채집'하러 나가자면 마다할 아이는 얼마 없어 보인다.

이 책 <<우리 아이 첫 곤충 채집>>은 교사인 부모와 함께 강원도 영월에 살고 있는 아이의 곤충 채집 일기이자 가이드이다.


곤충 채집을 위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잘 갖춰진 환경일 것이다.

도심에도 하천이나 공원의 작은 수풀에서 곤충을 그나마 쉽게 볼 수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청정지역인 강원도 수목 지역만큼은 되지 않을 것이다.

푸르게 우거진 수풀 속에서 아빠와 산책하다 보면 산림욕과 함께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곤충도 많이 접할 수 있다. 간혹 이런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처음에는 작은 곤충이라도 무서워하는 아이지만 조금 익숙해지면 곧잘 만지곤 한다.

동물이 아니기에 자칫 그들의 생명을 경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는 부모의 세심한 설명과 교육이 필요하다.


장수풍뎅이 실물을 마지막으로 본 지도 어느덧 30년이 훌쩍 지난 것 같다.

예전에는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등 덩치가 큰 곤충을 쉽게 접할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기껏해야 작은 풀벌레만 관찰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것은 우리 인간이 그만큼 곤충뿐만 아니라 동식물의 삶의 영역을 빼앗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곤충 채집을 함에 있어서 놀이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자연은 우리의 소중한 친구임을 우리의 다음 세대인 아이도 깨달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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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응원해
후이 지음, 최인애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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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유전자의 힘이 얼마나 신비로운지 새삼 느끼게 된다.

나의 외모와 성격을 물려받아 그 모습이 조금씩 나올 때 보면 부모로서의 경이로운 경험에 감탄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종종 닮지 않았으면 했던 성격을 닮은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과 아쉬움 또한 크다.

나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분신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제3자 적 관점에서 좀 더 객관적으로 나의 모습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언제 정확히 그녀와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지금은 기억이 흐릿하다.

딩시에는 그녀를 사랑했으므로 결혼을 결심했다고 생각했었지만 책의 이 구절을 보니 품위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작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불같은 사랑에 눈이 가려져, 어두워져 상대방의 품위를 잘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라는 말도 있듯이 콩깍지가 벗겨지면 그다음에 보이는 것은 바로 상대방의 품위가 아닐까?

남에게 함부로 대하고, 윽박지르며 큰소리치는 사람들은 부부인 상대방에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할 수 있다.



학창 시절에 가슴에 담고 있었던 행동 철칙 같은 게 있었다.

'나에게 잘 해주는 사람에게 더 잘 하자!'

하지만 요즘은 이 부분을 거의 망각해 버린 건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그 누구보다 가까운 부부 사이가 되었음에 그 사람의 소중함을 모르고 함부로 대하게 된다. 서로를 믿고 백년해로를 꿈꾸며 세상 누구보다 깊은 인연을 맺은 사람이라면 세상 누구보다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해줘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당연함을 너무 당연하다는 이유로 잊고 살아가는 요즘이 아닐까 싶다.


기댈 수 있는 나의 든든한 등을 믿은 그 사람에게 요즘은 등을 잘 내어주지 않는 것 같다.

나의 어깨를 짓누르는 인생의 무게감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상대방과의 작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든 다양하고 복잡한 이유가 있겠지만 인생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입장에서 마지막까지 나의 옆에 있어줄 사람은 나의 동반자와 가족일 것이다.

너무도 당연함에 그 소중함을 자칫 망각할 수 있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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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 - 은유와 재치로 가득한 세상
카타리나 몽네메리 지음, 안현모 옮김 / 가디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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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은 독특한 감성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이 나라의 유명한 속담들을 그림과 함께 담아낸 책이다.


"함께 털을 뽑을 암탉이 있어, 노르웨이"

문자로만 보면 이익이 되는 무엇인가를 함께 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지만 상대방의 호의를 받고도 아무런 보답 없는 행위를 접했을 때 무언가 따질 일이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같은 의미로 "함께 발라낼 뼈가 있다"라는 표현이 있다.


"죽이 뜨거운 사람 같으니, 스웨덴"

날씨가 추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따뜻한 죽을 좋아한다고 한다. 특히나 아침 식사로 죽을 좋아해 참지 못하고 달려드는(?) 경우가 많은 데 이처럼 참을성 없이 안달하는 사람을 가리켜 '죽이 뜨겁다'라고 표현한다.


"오래된 치즈로 돈을 받다, 스웨덴"

치즈는 오래될수록 더 맛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여기서 오래된 치즈라는 뜻은 곰팡이가 피고 상해서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치즈를 말한다. 이 값어치 없는 치즈를 돈을 받고 판다는 얘기는 당신이 복수의 대상이 되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역시나 말은 그 지역의 특성과 문화를 반영하고 있음을 다시금 알게 된다. 개성 있는 삽화와 재밌는 속담으로 이번 주말 가볍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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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
네모토 히로유키 지음, 최화연 옮김 / 밀리언서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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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訓手)

바둑이나 장기를 둘 때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이 상대방에게 수를 가르쳐 주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다. 원하지 않는 간섭으로 인해 맘이 상할 때도 종종 있지만 자기가 나름 오랫동안 고민해도 찾지 못했던 수를 보여주는 것에 놀라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네 인생도 별반 다른 것 같지 않다.

친구나 지인들이 상담이나 조언을 요청해 오면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에서 쉽사리 적절한 조언을 해 주지만 막상 자기가 같거나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것은 '나' 자신을 쉽게 내려놓지 못함으로 인해 야기되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행복하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이 시기하지 않을까? 정말 행복한 것이 맞냐고 따지고 들지는 않을까? 그럴 바에는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낫다.’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려면 쾌적한 집에 살면서 가족이 화목하고 직장에서 인정받으며 경제적으로 자유롭고 친구도 많아야 한다. 그러니 지금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또한 ‘행복’의 기준을 무의식적으로 높게 설정하면 행복해도 된다는 허가를 스스로에게 내릴 수 없습니다.

무엇이 행복인지를 정확하게 몰라서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유독 스스로 행복의 기준을 높게 잡고 있어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본다.

제3자가 나를 보는 관점에서는 분명히 행복해 보이는데 정작 나는 행복하지 않다거나 오히려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다분하다. 항상 기준과 눈높이를 높은 곳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더 많이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고 괜찮은 직장에 다니고 있음에도 더 높은 급여를 주는 직장을 떠올리며 항상 비교 의식을 가지고 있다.

나를 속박하고 있는 내 안의 많은 기준과 속박에서 자유롭게 벗어날 수 있을 때 만이 행복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마음이 즐거운 일인가? 기분 좋은 일인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가? 내 마음에 물어봅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의 일상에는 ‘마음이 즐거운 일, 기분 좋은 일, 정말 하고 싶은 일’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일수록 ‘해야 하는 일’이 더 많은 법이니까요. 그렇다고 느닷없이 좋아하는 일, 기분 좋은 일만 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마음이 즐거운 일인가?’ ‘전혀 아니다. 즐겁기는커녕 하기 싫은 일이다.’ 이렇듯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이 또한 마음과의 대화입니다.

일 = 고생, 괴로움과 일맥 상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먹고살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아니 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말한다. "자기가 좋아하고 즐거운 일을 하라고"

나도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니지만 결국은 아직 여기서 버티고(?) 있다. '용기가 없다', '자기 계발(발전)의 의지가 없다'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겠지만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나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즐거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데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조금이라도 즐거운 경험이나 기억의 파편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에서 시작해 보면 어떨까.


좋은 결과(업무 성과 등)를 내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자신감을 가질 수 없고 자기 긍정감도 생기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엄격하기에 ‘어쩌다 운이 좋았다’, ‘나의 성과가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노력이 부족했다’고 자신을 채찍질하기에 바쁩니다. 대체 얼마나 더 스스로를 몰아붙여야 자신을 인정할 수 있을까요? 이런 말을 하는 저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누구나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무의식중에 이런저런 말들로 자신의 가치와 성과를 부정하면서 스스로를 점점 더 몰아붙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만 찾으며 나 자신을 괴롭히다 보면 자기 긍정감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봐도 자신감이 생기지 않습니다. 자신을 꼿꼿이 세우려는 다그침이 오히려 자신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당신도 자기부정을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지 않나요?

겸손의 민족인 우리나라 사람은 자기 일이 잘 되어도 '항상 다른 사람 덕분에', '운이 좋아서' 등 자기 스스로가 아닌 외부로 그 공을 돌린다.

물론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전혀 없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자신의 성과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나 자기의 실력과 노력일 것이다. 겸손도 좋지만 여러 성공 체험을 자기 긍정,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자기 부정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의식중에라도 지속적으로 자신의 노력과 실력을 인정하고 스스로 칭찬하는 것에서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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