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읽기는 독서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라 누구나 하고자 하나 실천하기 쉽지는 않다. 많은 분량, 어려운 표현, 딱딱한 내용 등 여러 가지 것들이 그러한 요소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의 인문학 서적들을 보면 여러 고전의 내용을 잘 발췌하여 묶은 것들이 많다.
이 책도 그러한 책들 중의 하나이나 독특하게도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야구와 동양 고전을 같이 엮어 내었다.
이러한 흐름에 걸맞게 책의 하위 구조도 장, 파트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야구의 시간 흐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스토브 리그 -> 스프링 캠프 -> 1이닝 ... -> 9이닝'으로 말이다.
인상 깊었던 구절을 몇 군데 살펴보자.
◆ 스토브 리그(준비)
- 자식에게 땔나무 캐오는 법을 가르친다 / 교자채신(敎子採薪)
"너는 여기서 백 걸음 떨어진 곳에 있는 나무를 해오겠느냐? 아니면 힘이 더 들더라도 백 리 떨어진 곳에 있는 나무를 해오겠느냐?"
"백 걸음 떨어진 곳의 나무를 해오겠습니다."
"네가 가까운 곳으로 가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곳의 나무는 네가 언제든지 가져올 수 있지. 먼 데 있는 나무는 아무 때나 해올 수도 없고 다른 이들이 먼저 가져갈 수도 있어. 백 리 떨어진 곳의 땔감부터 가져와야 우리 집 근처의 땔감이 더 남아있지 않겠느냐?"
>> 다음 정규 시즌의 더 나은 성적을 위해 선수단을 정비하는 스토브 리그가 있듯이 우리도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나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준비 기간이 있어야 하고, 그 준비가 알차야만 한다. 눈앞에 놓인 쉬운 길, 쉬운 방법으로만 하지 말고 미래를 위해 보다 확실한 준비를 해야 함을 알 수 있다.
◆ 스프링 캠프(노력)
- 행동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 / 불위호성(弗爲胡成)
"타석에 들어서지 않고는 홈런을 칠 수 없고, 낚싯줄을 물에 드리우지 않고는 고기를 잡을 수 없으며, 시도하지 않고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 자기 계발서의 근간이 되는 내용이다. 아무리 좋은 방법, 아무리 쉬운 방법을 알든 간에 행동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이룰 수가 없음은 자명한 이치지만 실천이 쉽게 되지 않는다. 스프링 캠프에서 남들보다 더 많은 피와 땀을 흘렸으면 시즌이 개막했을 때 타석에 들어서야 성과를 만들 수 있다. 파울이냐 삼진이냐 안타냐 홈런이냐는 그다음 얘기다.
◆ 2이닝 (본 헤드 플레이)
- 은나라의 거울은 먼 데 있지 않다 / 은감불원 (殷鑑不遠)
"은나라의 거울은 먼 데 있지 않다. 전대인 하나라에 있다."
"잘해보려고 하다가 경험이 부족해 잘 몰라서 실수한 것은 용서가 가능합니다. 앞으로 개선의 여지도 있습니다. 그러니 다음에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슬기롭게 잘 이겨낸다면 좀 더 성숙하고 나은 사회생활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 중국의 고대 왕조인 하나라의 걸왕이 폭정을 일삼다 은나라의 탕왕에게 멸망한 역사적 사실에서 나온 얘기로, 하나라의 실패를 본보기로 삼자는 내용이다. 비슷한 고사 성어로 '타산지석'이 있다. 순간의 판단 착오로 서투른 플레이를 통해 팀에게 폐를 끼칠 수는 있지만 과거의 실수를 거울삼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더 나은 야구 선수가 될 것이고, 이는 동일하게 사회생활하는데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 9이닝 (역전 홈런)
- 뜻이 있어 마침내 이루다 / 유지경성(有志竟成)
"저는 꿈을 '시간, 돈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고, 되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꿈이 확고하다면 그 꿈을 이룰 기회를 잡기 위해 포기하지 않은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가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 자격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할 책임'을 가져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는 꿈이 꿈으로 끝나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 공교롭게도 오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LA다저스가 32년 만에 월드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스토브 리그 기간의 전력 강화, 스프링 캠프에서의 착실한 준비 등 늘 우승 후보 중의 하나였지만 번번이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았지만, 뜻이 있으면 마침내 이룬다는 말을 보여준 좋은 사례가 된 것 같다. 꿈이 꿈으로만 끝나는 것도 슬프지만 더 슬픈 것은 꿈조차 없는 것이 아닐까. 과연 나의 꿈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한문과 역사 얘기가 많아 자칫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동양 고전의 교훈과 가르침을 재미있고 인기 있는 야구와 절묘하게 조화시켜 풀어쓴 부분이 참 맘에 들었다. 머리로만 이해할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해 보기를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