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 -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뇌과학자의 자기감 수업
김학진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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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어느 순간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자주 회자되는 말이 되었다. 치열한 경쟁의 현대사회에서 갖춰야 할 주요 역량 중의 하나가 되면서 관련 얘기를 다루는 심리학 서적을 쉽게 볼 수 있다.

어쩌면 우주보다 더 미개척의 영역일 수 있는 우리 뇌에서 도대체 자존감은 어떻게 설정되는 것일까?



'나'를 구성하는 신체 소유감을 형성하는 데에는 신체라는 내부 신호와 환경이라는 외부 신호가 사용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사람마다 자기 신체의 범위를 규정하는 데 내부 신호와 외부 신호를 사용하는 비율이 다르다는 것이다. 자기 신체의 범위를 정의하기 위해 주로 내부 신호에 의존하는 사람도 있고, 주로 외부 신호에 의존하는 사람도 있다. 두 부류 간의 명확한 경계를 찾기란 쉽지 않을 텐데, 이처럼 자기를 정의하는 방식의 개인차가 삶을 영위하는 방식에서 어떤 심리적, 행동적 차이로 이어지는지 이해하는 것은 앞으로 심리학과 뇌과학이 밝혀야 할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목표가 될 것이다.

사람이 무리 지어 문명을 이루기 전까지 가장 우선순위가 높았던 것은 약육강식의 삶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남느냐 하는 것일 것이다.

사람의 육체를 제어하는 중추인 뇌도 그에 맞추어 진화하며 생존의 문제에 보다 집중하게 된다.



이렇듯 알로스테시스는 수많은 향상성 조절 반사 신경 회로를 통합해 조직적으로 관리하는, 유기체 전반에 걸친 신체 항상성 조절 과정이다. 매 순간 변화하는 신체 상태에 따라 이들 간의 우선순위를 알맞게 배정하고, 앞으로 다가올 항상성의 불균형을 예측 예방하기 위해 외부 환경을 활용한다. 일생 뇌가 하는 일이란 이렇게 신체 항상성의 불균형을 예측하고 예방하기 위해 환경을 활용하여 최선의 방법을 끊임없이 고안해 내는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로스테시스는 신체 항상성 불균형이 발생하기 전에 이를 예측하고 능동적으로 외부 환경을 활용하여 예방하려는, 유기체 전체의 전략적인 신체 항상성 유지 방식이라고 한다.

생존과 직결되는 신체의 항상성 유지를 위해 뇌가하는 일은 앞으로 일어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는 일을 미리 예측하고 주변 환경 등을 이용하여 이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거나 해소하는 방향으로 적응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신체 항상성의 예측과 유지를 위한 알로스테시스 조절의 정교화 과정을 통해, 우리 신체 반응은 외부에 존재하는 세상이라는 환경의 압력과 요구에 따라 조각되어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 '자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자기는 신체와 환경 혹은 나와 타인 간의 관계를 통해서만 규정될 수 있다. 또한 자기라는 개념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신체 상태와 외부 환경 간의 최적의 조합을 찾아가는 유동적인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강한 욕구와 인정받기 어려운 조건이 만났을 때, 안정된 균형점으로부터 멀어진 이러한 순간이 자존감 불균형 상태인 셈이다.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규정하고 파악하며 적응해야 할 대상인 타인을 포함한 외부환경은 나라는 존재에게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나아가 나란 존재의 정의에도 큰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불가피하게 외부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은 나 자신을 올바른 시선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잘못 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할 수 있는 위험성(?)이 늘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관심 범위를 신체에서 외부 환경으로 끊임없이 확장하도록 설계된 뇌의 작동 방식은 상대적으로 관심 범위를 외부에서 내부로 옮겨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분석하여 원인을 찾기 위한 목적에는 맞지 않는 편이다. 즉, 뇌의 관심을 외부 환경에서 내부로 옮겨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은 뇌가 설계된 방식을 역행하는 작동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어쩌면 이런 뇌의 설계 방식 때문에 우리는 항상 괴로움이나 불안의 원인을 나 자신이 아닌 타인 혹은 주변 상황에서 찾을 운명인 것은 아닐까?

이러한 자연스러운 뇌의 동작 메커니즘을 거슬러 외부가 아닌 내부를 바라보는 행위는 당연히 자연적인 것을 거슬러는 것이므로 힘들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문제의 원인을 나가 아닌 타인이나 주변 환경으로 돌리기 쉬워지고 이는 문제의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결국 '자존감', '자기감'은 나와 외부와의 관계, 즉 나와 세상과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바라보는 시각에서 확립할 수 있다. 책에서 얘기하는 나의 욕구가 세상의 흐름과 어긋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 구절을 접하니 논어에서 나오는 공자가 나이 일흔에 도달했다는 '종심소욕불유구'가 문득 떠오른다.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해도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얘기가 즉 나와 세상의 합치를 의미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론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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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0-11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뇌과학에 관한 리뷰 잘 읽었어요. 글이 좀 더 쉬웠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