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2 - 지친 영혼을 위한 동심 처방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2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화(童話)

문자 그대로 어린이를 주요 독자로 설정하여 창작되거나 전승된 이야기이다.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마법, 의인화된 동물, 요정, 거인, 마녀 등 초현실적인 요소가 자주 등장하며 이를 통해 삶의 교훈이나 정서를 전달한다.

요즘은 워낙 재밌는 것들이 많아서 예전만큼의 호기심을 아이들에게 불러일으킬지는 모르겠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아이의 상상력을 키우기에는 제격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대와 문화에 따라 형태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인간의 본성과 사회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인간의 본성과 사회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동화의 독자층을 단순히 어린이로만 국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미시적으로는, 모글리가 그러했듯 내가 이 세계에서 어떤 자리에도 완전히 안착하지 못하는 순간들, 그럼에도 매일을 살아내기 위해 적응하려고 애쓰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나 자신의 정체성을 되돌아보게 하죠.

정글북

정글북 동화에서 주인공인 모글리는 인간이지만 늑대 무리에서 자라나, 인간 사회에도 정글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이자 경계인'으로 살아간다. 한참 전의 동화이긴 히지만 현대 사회에서의 직장, 사회적 관계, 심지어 가족 안에서도 때때로 느끼는 부적응과 소외감을 동화를 통해 이 둘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짚어내고 있다.

모글리가 정글의 법칙을 익히며 살아남아야 했듯, 현대인들도 하루하루를 버텨가며 치열한 투쟁 속에서 생존을 위해 애쓰고 있다. '견뎌내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누구나 힘든 시절을 보내고, 아픔을 간직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시기를 보내는 태도에 있습니다. 안나와 마니를 통해 우리가 치유받을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소녀들은 힘든 일과 슬픔을 피하지 않고 마주합니다. 솔직한 태도로 내면의 아픔에 마주 서는 것입니다.

거기 마니가 있었다

현대 사회의 치유는 주로 '아픔을 잊는 것'이나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에 집중하곤 한다. 하지만 이 동화에서는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을 대하는 태도'로 시선을 전환하고 있다.

인생에서의 고통을 피할 수 없는 고정된 형태이지만, 그 아픔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에 따라 변할 수 있는 형태이다. 자기 내부의 트라우마, 아픔, 외로움 등 부정적인 것들을 똑바로 바라보는 내면적 용기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타인이나 환경을 탓하며 상처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이지만, 자신의 결핍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내 안의 아픔을 '솔직하게 바라보자'는 용기를 갖자고 저자는 두 주인공인 안나와 마니를 통해서 얘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삐삐는 어른들의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독립적으로 살아갑니다. 그런 삐삐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소녀이자 모든 아이의 꿈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삐삐의 행동은 종종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삐삐는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삐삐를 누구보다 강하게 만드는 힘은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며 자기 자신의 개성을 믿을 수 있는 당당함입니다.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점차 사회에 맞는 사람들이 되어 갑니다. 자신의 개성을 잊어가고 자유와 독립보다는 안정과 규범을 찾으려 합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지?'하고 멈칫하는 날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때때로 자기 삶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는 삐삐의 모습을 떠올려보며 어떨까요?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책에서 나오는 삐삐의 '괴력'을 단순히 물리적인 힘이 아닌, 기성세대의 권위와 통제로부터 벗어난 '주체적 독립성'의 상징으로 드러내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획일화되다시피한 제도와 규범 속에서 수많은 어른들은 자아를 조금씩 잃어가며 살아가고 있는데, 저자는 삐삐라는 소녀를 통해서 가볍고 경쾌하게 자아 회복의 선언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도화된 규범과 질서를 깨뜨리며 남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되겠지만, 여기에 너무 휘둘려 자신의 삶의 독립성이 무너져서는 안 될 것이다. 남들이 뭐라 하든 나 자신을 온전히 신뢰하는 당당함을 가지고 있다면 사회적 평판과 타인의 시선에 끊임없이 흔들리는 모습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한지 인생 공부 - 오만과 냉정 사이, 천하를 가른 심리전 인생공부 시리즈
김태현 지음, 사마천 원작 / PASCAL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 고전 역사서에서 삼국지의 영웅만큼이나 유명한 인물이 바로 항우와 유방이다.

진나라 진시황 사후 천하의 패권을 다퉜던 초나라의 항우와 한나라의 유방을 말하는 것으로 이 이야기의 뼈대는 중국의 유명한 역사서인 사마천의 사기에 있는 항우본기, 고조본기 등에 기록된 실제 역사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장기의 두 세력이 초한에서 따온 것인 만큼 어떻게 초한지가 수천 년간 최고의 고전 중의 하나로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

그것은 능력과 배경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리더의 대결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인간사'와 '성공의 본질'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초패왕이라고 불렸던 항우는 집안 대대로 초나라 장군을 지낸 명문가 출신, 요즘으로 치면 금수저 집안의 아들로 힘으로는 따를 자가 없을 만큼 무력을 자랑했던 영웅호걸의 전형이었다.

싸움에 능한 전술의 천재였으나, 정치적으로 미숙하고 자신의 능력만 믿은 독불장군 스타일로 타인의 조언을 무시하는 오만함이 있었다.

반면 한나라의 유방은 농민 출신의 동네 건달로 무력이나 지략 모두 항우에게 비할 바가 안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있었고, 타인의 능력을 빌려 쓸 줄 아는 겸손과 포용의 리더십을 갖추고 있었다.



명문가에서 태어난 항우는 천하의 절반 이상을 손에 넣으며, 진시황 사후 천하를 통일할 0순위의 인물이었으나,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하고, 충신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결국 유방과의 최후의 싸움에 지고 만다.

반면 유방은 술과 여색을 즐기는 한량에 가까운 인물이었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파악하는 냉정함과 패배의 두려움을 생존의 동력으로 바꾼 심리적 유연성 덕분에 패왕 항우를 물리치고 한나라를 건국하게 된다.

초한지에는 두 주인공 외에도 한신, 장량, 소하, 범증 등 이인자, 책사 등을 포함한 수많은 등장인물이 있는데, 항우와 유방만큼 유명세를 떨치고 큰 공을 세웠지만 처세를 어떻게 했냐에 따라 인생이 극명하게 갈리게 된다.



토사구팽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뜻으로 '필요할 때는 소중히 쓰다가, 그 쓸모를 다하게 되면 야박하게 버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유명한 사자성어이다.

유방과 함께 한나라를 세운 천하제일 명장 한신의 이야기에 유래한 고사 성어로 정작 통일이 되자, 한신의 압도적인 군사적 재능이 자신의 왕권을 위협하게 될까 봐 두려워한 유방이 역모의 죄를 씌워 그를 처단한 얘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초한지 이후 수 천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요즘 세계정세를 보면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G2로 대변되는 미중의 대결을 보고 있자면 마치 초나라와 한나라의 경쟁을 보고 있는 듯하다. 신냉전의 시대가 어떻게 귀결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거대한 무력과 경제력을 가진 국가가 최종 승자가 되지는 않을 듯하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자신의 오만함을 통제하고, 타국과의 유연한 연대를 이끌어 내는 국가와 리더십이 그 승자가 되리라는 것은 벌써 오래전 초한지가 우리에게 알려준 교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전 수행법 - 초감각적 인식에 이르는 길
루돌프 슈타이너 지음, 남우현 엮음, 심영자 옮김 / 지식나무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만 얼핏 보면 요즘 자기 계발에서 많이 언급되는 자신의 목표, 비전(Vision)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언급한 책처럼 보이지만 책 제목의 비전은 秘典을 의미하는 듯하다.

원제 Wie erlangt man Erkenntnisse der hoheren Welten?는 번역해 보면 고차원적 세계의 지식을 얻는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하고 10년 전쯤에 '초감각적 세계 인식에 이르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뭔가 동양 신비주의 철학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는 것 같지만 저자는 서양 사람인 루돌프 슈타이너이다.

19세기 중반에 태어난 인지학의 창시자로 현대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초기에 신지학 협회 독일 지부장으로 활동하며 영적 세계에 대한 강연을 하였으나, 동양적 신비주의에 치중했던 당시 신지학의 흐름과 달리, 서구적, 기독교적 적통과 과학적 사고를 결합하려 하였다.

이후 신지학 협회와 결별하고 인지학 협회를 설립하며 독자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인지학은 인간이 가진 정신을 우주의 정신과 연결하는 지식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하였다.

헬스, 러닝의 붐을 통해 육체적인 건강과 수련은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건강일지도 모른다.

치열한 경쟁 사회,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기술의 시대에 인간은 참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정신적인 건강을 침해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슈타이너는 이를 미리 읽었는지 수행의 첫걸음으로 '내적 평온'을 강조한다.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을 통해 모든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많은 신비주의 서적들이 모호한 비유에 그치는 반면, 이 책은 최대한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영적 세계를 설명한다. 영적인 세계도 학문처럼 공부하고 훈련할 수 있다는 그의 태도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책에 나오는 '차크라', '에테르체' 등과 같은 용어는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쉽게 와닿지 않고,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이지만, 이 책이 다른 책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포인트는 바로 '영적인 힘'이 '도덕적 완성'과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타인에 대한 자애로움과 진리에 대한 헌신 없이는 결코 높은 차원의 문이 열리지 않으며, 이는 현대의 자기 집중적인 명상에만 매몰된 트렌드와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삶의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물리적 세계 저 너머의 진실을 탐구하고 싶은 갈망이 있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봄직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 - 내려놓음의 마음 공부 고요하고 단단하게
권민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소유의 철학으로 평생을 맑고 향기롭게 살다 간 법정 스님의 말씀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큰 가르침과 울림을 주고 있으리란 생각한다.

자본주의 시대, 물질 만능 주의의 세태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소유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시대를 살고 있다.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부터 옷, 자동차, 집까지.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있더라도 남들이 더 좋은 것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더 나은 것을 가지려는 마음속의 욕망을 쉽게 이기지 못한다. 이러한 삶은 항상 우리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달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잠시 멈춰 서서 스님의 말씀을 들으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무엇이 참된 '나'인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유독 우리나라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자신에 대한 평가, 판단에 대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배경이 이러한 상황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자신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면 서두에서 얘기한 것처럼 남들이 추구하는 행복에 대한 관점을 그대로 따라가게 마련이다. 더 나은 것을, 더 많은 것을 가지면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논리는 사실 물질적인 것에만 너무 국한된 얘기이다.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무엇을 하면 즐거운지를 생각해서 확고한 기준을 세운다면 남들의 평가와 시선에 흔들리는 경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스님의 말씀처럼 나의 기준에 맞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쉽게 분리할 수 있을 것이고, 인생에 있어서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성인이 되고 나니 학창 시절이 부럽게 느껴졌던 순간이 있다.

학교 다닐 때 너무나도 싫어했던 시험들이 바로 그것이다. 쉬운 시험이건, 어려운 시험이건 간에 시험은 확실한 답안지가 있다. 그 답을 맞히면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고, 학생 때는 거기에 집중하면 됐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니 시험지도 각자의 인생만큼 경우가 너무나도 다양하고,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 참으로 힘들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무엇을 추구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먹고살기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 고민은 묻혀 버리고 늘 반복된 일상을 경험하게 된다.

책이나 동료, 멘토 등을 통해 조언을 얻을 수는 있지만 결국 최종 선택과 실천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그렇게 때문에 인생이 외롭고 힘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10여 년전 회사에서의 일이 생각난다.

수 많은 업무와 상사의 압박 속에서 스트레스가 너무 커져 휴가를 쓰고 덕유산으로 무작정 떠났다. 추운 날씨 속에서 산행은 힘들었지만, 정상에 오르고 나니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정상보다 높은 것은 하나도 없었고, 지상에 보이는 도로, 차들도 그냥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미니어처 정도로만 느껴지며 '호연지기'라는 고사성어가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는 늘 남들에게 뒤처지길 두려워하고, 계속 전진하기를 강요받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러다 보면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인생의 방향성이 옳고 그런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른 관점에서의 고민과 잠시 멈춤이 필요하다.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와 함께 지금껏 치열하게 살아왔던 자신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다자이 오사무'라는 인물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책이 그의 주요 작품을 언급하고 있으니 먼저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알아보자.

그는 1914년 일본 아오모리현 유복한 정치가 집안의 11남매 중 열째이자 여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겉보기의 안정된 삶과는 달리 내면 깊숙이 고독과 소외, 정체성 혼란에 시달렸다. 젊은 시절부터 문학과 좌익사상에 심취했고, 거듭된 자살 시도와 마약중독, 불안정한 연애와 결혼 생활은 그의 삶을 파곡으로 몰고 갔다. 결국 1948년 출간한 '인간실격' 이후 그의 연인과 함께 강에 투신하며 짧았던 삶을 마감하고 만다.

일반적으로 유복한 가정에 태어나면 다들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보게 마련이지만 그것 때문인지 그는 유복함에 대한 부채감과 약물 중독 등으로 죽기 전까지 여러 차례의 자살 기도 등 평생을 불안과 자기혐오 속에서 살았다.



지금의 나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다.

그저 모든 것이 흘러갈 뿐이다.

내가 지금까지 아비규환 속에서 살아온 이른바 '인간'세계에서,

단 하나 진실처럼 느껴졌던 것은 그것뿐이었다.

p50

저서 '인간 실격'에 나오는 문장이다. 주인공 이름은 요조인데 다자이 자신을 투영한 인물로 보인다.

불행이라는 감정보다 오히려 더 좋지 않은 것은 어쩌면 이 감정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태일지 모른다. 행복도 불행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어떤 사건이나 감정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감정이 완전히 메말라 버린 상태로 보인다.

다음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흘러갈 뿐이라는 문장은 내일에 대한 '희망' 없이 하루하루를 그냥 보내며, 인생은 그저 '지나가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로 느껴진다.

이 책 출간 후 자살로 생을 마무리한 만큼 그의 허무가 정점에 달한 감정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마 느낄 수 있다.



안경을 벗고 멀리 보는 것을 좋아한다. 모든 것이 흐릿해지고,

마치 꿈처럼, 들여다보는 그림처럼 멋지게 보인다.

더러운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크고 선명한 것, 강한 색채와 빛만이 눈에 들어온다.

p77

이 부분에서 인용한 '여학생'이라는 책은 앞서 살펴보았던 '인간 실격'과는 다르게 절망의 심연에서도 놓지 않았던 삶에 대한 애착과 미련을 느낄 수가 있다. 시간 상 먼저 발표한 작품이다 보니 작가의 감정이 극에 도달하기 전이라 이런 감정을 느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삶은 본질적으로 고통이며, 인간은 그 그통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에게 있어서 삶은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거기에서도 그는 사소한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느꼈고, 그 감정을 이 책에서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거창한 목표 때문은 아닐 것이다. 하루하루의 버거운 삶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아주 사소한 미련 때문에 삶을 지속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별로 기쁘지도 않았고, 그저 "인간 답지 못하면 어때.

우리, 살아 있기만 하면 되는 거야"라고 말했다.

p205

이 책은 '비용의 아내'라는 책으로 15세기 프랑스 시인 프랑수아 비용을 가리키는 말로 방탕한 범죄자였다. 여기 등장하는 남편이라는 인물도 비용처럼 방탕한 삶을 살고 아내는 희생을 통해 묵묵히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우리는 촛불을 희생의 대명사처럼 얘기한다. 스스로를 태워가며 주위를 밝히는 것을 희생이라 할 수 있지만, 인간의 삶은 그렇지 못하고 미움받거나 버림받을 용기가 없어 억지로 버텨내며 자신을 망가뜨리는 것을 '희생'이라고 포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심지가 다 타고 나서야 발견할 수 있었던 온전한 나 자신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살아라는 저자의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