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한자 - 인생의 지혜가 담긴
안재윤.김고운 지음 / 하늘아래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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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한자 교육을 실시했던 것은 조선시대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필요성에 의한 것이다. 해방 이후 우리 정부에서도 공문서 등에는 한자를 병기했다. 또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한자를 병기했다. 왜 어렵다는 한자를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야 했을까? 독자의 생각으로는 우리가 한자와 한자 문화에 너무 오랫동안 익숙해져 온 데다 한자로부터 완전히 한글로 전환시키기엔 아직 이르다. 우리말 우리글 정비도 완전하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한자어의 뜻만 풀어쓴다고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말과 글의 문장이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선시대까지 글을 배우는 사람은 '양반'에 한했고, 글을 배운 일부 양민이나 중인계급조차도 어려운 한자는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다고 한다. 이른바 '출세'는 양반에 한한 것이지 대물림되는 일반 신분으로 고위 관직에 오르기 위한 길은 원천 차단돼 있었다. 조선시대는 엄격한 신분제가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민 대부분은 글을 쓰고 배우는 일은 양반들에게나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설령 한문을 깨친다 해도 사용할 데가 없으니 아예 문명에는 접근할 수도 없는 삶이었다.

우리 문자가 아닌데 굳이 한글을 쓰면서도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교과과정에서 한자를 지우지 못한 것은 우리가 쓰는 말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글을 쉽게 배워 썼으면서도 해방 이후 국어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던 시절은 1970년대까지도 이어진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한자는 모두 알다시피 뜻글자이다. 이는 한자 한 자 한 자에 뜻이 함축돼 있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우리 한글은 '소리글자'다. 우리가 발성할 때 나는 소리 그대로 쓰고 읽는다는 의미다. 한글은 역사도 짧고 문명화된 물건의 명칭은 대부분 한자로 적혀 있다. 우리글로 적으려면 말을 새로 만들거나 최소 한자음을 알아야 한다. 한자로 쓴 것을 그대로 읽으면 되기에 양반 계급들은 썼다. 백성들은 눈뜬 봉사요 귀머거리가 된다. 백성들은 양반들이 발음하는 것을 따라 사용해도, 무슨 뜻인지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모른다. 발음만 옆에서 보고 들을 뿐이다. 심부름이나 일을 시키면 해야 했기에 양반들이 쓰는 소리로 물건 이름을 익힌 것이다. 그것도 생활상 필요한 한자로 끝이다. 한자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한자에 대한 발음은 중국도 지역마다 다르다. 거기에 중국 한자는 발성하기 위해 사성이 있다. 우리말로 '동'이라는 발음의 한자를 찾으면 수십 개가 나온다. 우리말로 읽으면 '동'이지만 중국은 그 뜻이 전부 다르다. 어떻게 구별하겠는가? 사성이 있고 발음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사실은 우리가 불편한 게 아니고 자신들이 불편하다. 예를 들어 노래를 부르면 가사를 듣고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성이 노래에서는 무시되기 때문이다. 사성이란 평·상·거·입의 4가지 음조를 말한다. 평성, 상성, 거성, 입성이다. 그래도 중요하고 공적인 일에는 문자(한자)를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 우리 쪽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진 않다.

한자를 우리식으로 발음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외교관계를 중국 조정과 하지만 국지적으로 해야 할 때도 있다. 같은 글자를 다르게 발음하는 한자. 우리나라는 일일이 중국 사투리도 알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발음은 우리식으로 그냥 놔두고 문자로만 정확한 의사 표시나, 의견 교환은 가능하다. 세종이 창제한 훈민정음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에 필요성이 있었다. '한자음 개선'의 필요성이다. 서문 시작을 보면 안다.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같은 한자를 놓고도 우리의 발음이 중국의 발음과 다르다는 의미이다. 자국 내 사투리도 다르게 발음한다. 훈민정음 창제는 '국자 제정'이라는 당위성 이전에 두 가지의 필요성이 이미 대두돼 있었다. 우리 조선도 지역마다 발음이 다른 것이 수없이 많다. 이를 한자로 적기에는 오랜 고생을 해야 한다. 그나마 한자를 배운 양반들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 이하 백성들은? 사투리도 통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역마다 의사 소통이 안 된다면 민족의 통일, 국가의 완성에 결격 사유다. 지역 사투리를 한글로 쉽게 일정한 표기를 하기 위해서도 훈민정음이 필요했다. 특히 글자를 알면 짐승이나 노예처럼 부리던 피지배 계층인 일반 백성들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워진다는 양반들이 훈민정음 제정에 반대했던 이유이다. 그들은 '상국(중국)에 반역'이다, '황제의 분노를 살 것이다', '대등한 국가로 인식해서다' 등의 반대를 뚫고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그대로 왕권이 강하지 못했기에 나라의 모든 문서를 한글로 바꾸지는 못하고 말았다.

 


 

이런 이유만 빼면 한자는 우리 문화와도 밀접한 오랜 역사가 있기에 한자 자체는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 70% 이상이 한자어로 돼 있다. 한자를 발음대로 한글로 표기한 뿐이다. 그런데도 한자가 왜 우리에게 필요할까? 당장 한글을 전용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계획을 갖고 오랜동안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한글로만 써도 우리 일상 생활에서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한글 사용 기간이 오래 걸린다. 어제까지 시장(市場)이라고 발음해 오던 물건 사고 파는 곳을 우리말로 '장마당'(북한 현재 사용말)으로 바꾸자 해서 바꾸기가 가능하겠는가? 수년 전 초등학교에서도 한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3년부터 초등학생들의 한자 교육을 강화한다고 했는데 지금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더욱이 한글 전용과 한자 병기는 찬반 여론이 팽팽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지금까지 한자어로 한글로만 써왔던 사람들은 한자를 새로 배워야 하는데 엄연한 우리말 놔두고 한자를 배우고 싶겠는가? 그것도 자기들도 중국도 한자는 어렵다고 수긍하고 있는데. 이에 비해 어려운 한자는 문맥을 통해 해결가능하다며 한자 전용을 반대하고 있다. 둘 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다만 독자로서는 한글 전용으로 가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한자를 초등학교 교과에 다시 되살리자는 일은 조금 더 연구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독자의 경험을 토대로 의견을 말하자면 한자를 알면 어휘력이 훨씬 늘어난다. 한자는 한 자 한 자에 뜻이 있기에 한 자 한 자를 잘 조합하면 멋진 글이 되기도 하고, 어렵고 미묘한 뉘앙스 표현도 훨씬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름대로 한자 교육이 폐지됐지만 개인적으로 논어 공부를 하면서 한자를 공부했다. 꾸준히 한 권을 붙잡고 해서인지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한자의 절반(1,000자) 정도는 알게 된 것 같다.

 

 

이 책 『인생의 지혜가 담긴 아침 한자』는 인과(因果), 분배(分配), 집착(執着) 등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생활한자에서부터 옥불은하(玉不隱瑕), 화광동진(化光同塵),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 등 동양 고전에 나오는 주옥같은 옛글에 이르기까지 드넓은 한문의 바다를 종횡무진 횡단하며 한자에 담긴 삶의 이치를 현 세태에 맞춰 재미있게 풀어냈다고 한다. 특히 이 책은 한자에 대한 정확한 해석 없이 자의적으로 풀어놓는 기존 사자성어나 동양고전 풀이 책들과는 달리 한자의 음과 훈, 부수 등에 담긴 깊은 뜻을 낱낱이 살피고 해당 글자의 역사적 유래까지 짚어낸다. 아울러 한자 공부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어휘와 문해력을 높이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이 이 책이 지닌 또 다른 미덕이다. 이는 한자를 외우면서 배운다는 통설에 반하여 제자 원리와 발전 과정을 전부 알 수 있어야 고전까지 쉽게 풀이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저자에 따르면 옛글을 탐구하는 것은 구름 깊은 산속에서 약을 캐는 것과 같다. 무엇이 약이고 무엇이 독인지 알지 못하고 함부로 캐 먹으면 예상치 않은 불행을 겪을 수도 있다. 무엇이 약인지 알았더라도 어디에 가야 있는지 알지 못한다면 이리저리 찾아다니는 노력이 제값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디에 있는지 알았더라도 때를 살펴 가지 않으면 좋은 상태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고 아예 찾지 못 할 수도 있다. 우리 옛글은 한자와 한문으로 되어 있다. 우리 옛글을 탐하는 이들에게 한자와 한문은 적잖은 걸림돌이다. 전문 역자들이 작업한 잘 번역된 글이 있지만, 그 온 모습을 살피려면 역시 기본적인 한자와 한문을 익히는 게 좋다.

 


 

한자도 언어고 외국어다. 익혀 알려면 매일 습관적으로 써서 익혀야 한다. 쓸수록 늘어나고 하루라도 멈추면 잊힌다. 이 책은 한자를 배우거나 알던 사람은 물론 한자를 배우지 못한 세대의 학생들도 쉽게 한자를 배우고 좋은 뜻을 되새겨 읽힐 수 있도록 한자의 제자 원리부터 고급 문장까지 조금씩 조금씩 접근해가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매일 조금씩 해나가는 것이 외국어 학습의 기본이다. 옛날에는 배우기 전에 외우라고 했다. 이 말 뜻에는 외우라는 것은 뜻을 이해하기 위해 한자 자체를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단어만 안다고 문장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단어를 모르고서는 문장을 말할 수 없다. 둘은 불가분의 관계다. 외우고 매일 써야 한다. 이 책은 한자에 흥미를 갖기 위하도록 구성됐다.

① 탐욕을 이기는 법이 담긴 아침 한자

②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반성하게 하는 아침 한자

③ 끝없이 배우고 노력하는 마음을 곧추세우는 아침 한자

 


 

이 책은 적당량의 한자로 하루씩 하루씩 해나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초보자도, 어느 정도 한자를 배운 사람도 이용하기에 최적화돼 있다. 이 책의 독창성은 독자들에게 한자를 빨리 익히고 제대로 이해하도록 구성한 데서 돋보인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최대 50일이면 이 책을 끝낼 수 있다. 물론 독자들의 적극성이 더해져야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기본적인 한자를 소개하고, 소개했던 기본한자를 이용해 스토리를 끌어낸다. 가장 중요한 학습 반복하면서 페이지를 넘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는 이야기다. 이 책 『인생의 지혜가 담긴 아침 한자』는 이런 이유로 세상에 나왔다. 우리말 번역만으로는 좀 심심하다 싶었던 여백을 한자와 한문을 풀어 익히면서 채워가도록 했다. 한자를 풀어 이해하는 것은 약을 알아가는 것과 같다. 무엇이 약이 되는지, 어디에 가면, 언제 가면 좋은 놈을 만날 수 있는지 한자가 안내해 줄 것이다. 또한 한자 어휘 하나하나를 발견하다 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삶의 가치를 일깨워 주며,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 : 안재윤(安載允)

성균관대학교 한문교육과와 서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그리고 한국학중앙연구원 철학과에서 공부했다. 출판기획과 편집을 주업으로 하면서 간간이 뜬금없는 책을 쓴다. 주제넘게 동서 고전 해설서 두 권을 내더니, 내친김에 한자 상식과 시사 상식까지 썼다. 요즘은 정이·주희의 해설과 후대 학자들의 주석을 모은 『주역전의대전』과 들뢰즈의 초기 저서 『차이와 반복』을 친구들과 함께 자세히 읽고 있다. 모순이 삶의 본질임을 뒤늦게 깨닫고 강호로 돌아갈 생각을 버렸다. 속세를 누비며 유유자적 투명 인간처럼 사는 게 소원이다.

 

저자 : 김고은

옛것을 야무지게 좋아하여 일찍이 나름 사서四書를 비롯한 고서를 섭렵하더니 시체時體 공부에는 흥미가 가지 않았다. 이른 나이에 무사독학無師獨學으로 한자와 한문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동양 상고사와 한의학, 동양철학, 문자학을 들고 파더니 어느덧 강호의 고수가 되어 있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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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하루 일본문학 컬렉션 4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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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일본의 저명한 문인들의 작품을 한 번 이상 접해봤을 것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특히 일본은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정치·외교적 관계가 있어서 당시 작가들에게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거기에 일본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를 2명(일본 국적)을 배출했고, 일본인이면서 외국 국적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작가도 있다. 이래저래 많은 작품이 번역돼 우리에게 소개됐다. 일본도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화가 시작돼 놀라울 속도로 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소외 계층과 억압받는 피지배 계층이 많이 발생했으며 작가들의 시선은 그들에게 많이 끌렸을 것은 자명하다. 이즈음 일본 문인들은 소외 계층의 현실을 소재로 많은 작품을 쏟아냈다고 한다. 현실을 가감없이 반영한다는 의미에서 일본 리얼리즘 문학의 전성기를 이끌었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이 책 『눈부신 하루』는 노벨상 수상자는 아니지만 일본의 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일본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가 6명이나 들어 있다. 이들이 쓴 수필을 모아 이들의 일상을 들여다봄으로써 각 작가의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독자가 이 책을 꼭 읽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작품을 이해하려면 당연히 그 작품을 읽어야 한다. 그러나 작품을 모두 읽었다고 작품 이해가 끝나지는 않는다. 그들의 삶까지 읽어야만 이해를 높일 수 있고, 또 새로운 평가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들은 모두 일본의 메이지유신 이후 태어난 문인들이기에 지금 생존 작가는 없다. 「작가의 말」을 따로 쓸 수 없었으니 독자들의 작품 이해에 출판사 소개글과 「역자 후기」를 참조했음을 미리 밝힌다.

 


 

수필은 작가의 내면을 면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 많은 독자에게 사랑 받는 장르이다. 꾸밈없이 담담하고 솔직하게 쓴 글을 통해 작가의 진지하고 근엄한 얼굴 뒤에 숨겨진 또 하나의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자연인으로서의 인간적인 소탈한 모습,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수필이란 말 대신 '에세이'라고 주로 사용한다. 사실 엄격하게 분류하자면 일상에서의 단상을 보통 미셀러니, 의견이나 사상 등을 글로 옮겨 펴냈을 때는 에세이로 서양에서는 분류했다. 에세이든 미셀러니든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쓰는 것임은 공통적이다. 이 책 『눈부신 하루』에서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역자에 따르면 일본문학에는 ‘사소설’이라는 전통이 있는데 이것은 작가 개인의 경험을 소설 속에 그려내는 것을 말한다. 자연주의의 영향을 받은 이러한 소설을 일본의 근대문학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데, 작가의 경험과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에서 수필은 소설과 맞닿아 있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에도가와 란포의 「동생의 일기장」이 마치 한 편의 추리 소설 같고, 다자이 오사무의 「훌륭하다는 것에 대해」가 솔직함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글인 것처럼, 수필과 소설의 문학적 장르가 달라도 작가의 개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이러한 흥미로움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수필들은 작가적 역량을 편견 없이 드러내는 매우 훌륭한 작품이 많다. 그들의 글에는 삶이 녹아들어 있고, 그들의 삶은 문학으로 새롭게 태어났다는 말에 이 책처럼 공감이 가는 경우는 독자의 경우 드물었다. 같은 동양인이어서인지 삶에 대한 인생관도 거의 비슷해 더 공감이 가기도 한다.

 


 

이 책에는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6명의 문인이 쓴 글 35편이 수록돼 있다. 편의상 분류를 위해 5개 장(章)으로 나뉘었다. 한 작가가 각 1장을 차지한 게 아니라 테마별로 각 작가가 쓴 글을 묶은 것이다. 1장 「나에게 문학이란」, 2장 「소소한 일상의 행복」, 3장 「옛 추억을 떠올리며」, 4장 「인생의 여행길에서」, 5장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등이다. 각 장에는 6명의 작가가 한두 편에 등장한다. 이를 테면 1장에서는 〈나의 창작 과정〉이라는 제목으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썼다. 이어 다자이 오사무의 〈의무 수행〉, 나쓰메 소세키의 〈나의 첫 소설〉과 하기와라 사쿠타로의 〈도스토옙스키를 처음 만났을 때〉가 이어지고, 〈문장과 말〉이란 제목의 글로 아쿠타카와 류노스케가 썼다. 독자 개인적으로는 6명의 작가 중 다니자키 준이치로, 하기와라 사쿠타로, 가타야마 히로코는 처음 접한다. 그들의 이름은 얼핏 들은 적이 있지만 작품을 한 번도 읽은 기억이 없어서다. 이들 3명은 처음 접하지만 여기에 수록된 글을 읽어보고,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에 실린 수필들은 주로 작가들의 문학관, 일상의 소소한 행복, 옛 추억, 늙어감과 죽음에 대한 성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세계관) 등이 잘 나타나 있다. '눈부신 하루'라는 제목은 출판사 측이 정했는지 모르겠지만 수록된 글의 성격으로 미루어 삶의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문학에 열정을 다했기에 그들의 삶은 어쩌면 매일매일이 '눈부신 하루'였다는 찬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하루, 결코 오지 않는 하루, 온전히 행복한 하루를 메타포로 활용해 그들은 못 느꼈지만 후배와 후손들이 보기에 그들의 삶이 온전히 행복한 삶이고, 이로써 눈부신 하루가 맞다고 생각한 건지는 제목을 정한 분만이 알 것이다.

 


 

이 책에는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6명의 문인이 쓴 글 35편이 수록돼 있다. 편의상 분류를 위해 5개 장(章)으로 나뉘었다. 한 작가가 각 1장을 차지한 게 아니라 테마별로 각 작가가 쓴 글을 묶은 것이다. 1장 「나에게 문학이란」, 2장 「소소한 일상의 행복」, 3장 「옛 추억을 떠올리며」, 4장 「인생의 여행길에서」, 5장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등이다. 각 장에는 6명의 작가가 한두 편에 등장한다. 이를 테면 1장에서는 〈나의 창작 과정〉이라는 제목으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썼다. 이어 다자이 오사무의 〈의무 수행〉, 나쓰메 소세키의 〈나의 첫 소설〉과 하기와라 사쿠타로의 〈도스토옙스키를 처음 만났을 때〉가 이어지고, 〈문장과 말〉이란 제목의 글로 아쿠타카와 류노스케가 썼다. 독자 개인적으로는 6명의 작가 중 다니자키 준이치로, 하기와라 사쿠타로, 가타야마 히로코는 처음 접한다. 그들의 이름은 얼핏 들은 적이 있지만 작품을 한 번도 읽은 기억이 없어서다. 이들 3명은 처음 접하지만 여기에 수록된 글을 읽어보고,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에 실린 수필들은 주로 작가들의 문학관, 일상의 소소한 행복, 옛 추억, 늙어감과 죽음에 대한 성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세계관) 등이 잘 나타나 있다. '눈부신 하루'라는 제목은 출판사 측이 정했는지 모르겠지만 수록된 글의 성격으로 미루어 삶의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문학에 열정을 다했기에 그들의 삶은 어쩌면 매일매일이 '눈부신 하루'였다는 찬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하루, 결코 오지 않는 하루, 온전히 행복한 하루를 메타포로 활용해 그들은 못 느꼈지만 후배와 후손들이 보기에 그들의 삶이 온전히 행복한 삶이고, 이로써 눈부신 하루가 맞다고 생각한 건지는 제목을 정한 분만이 알 것이다.

 


 

작가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직업이다. '예술'의 영역은 '창조'를 바탕으로 하는 일체의 것들을 말한다. 글로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작가다. 작가가 창조한 것은 우리의 삶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어려운 것이고 고통은 당연한 것으로 치부된다. 소설의 경우 인물 배경 사건 등이 '허구'임을 전제로 한다. 즉 역사처럼 실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해 글로 적는 것은 '기록'이지 '창작'은 아닌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는 고통은 어느 작가에게나 적용되는 인과율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작가에게 주어진 의무가 특권이기도 하다. 위대한 정치가나 군인, 기업인들이 하지 못한 일을 작가가 해내는 경우에는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상징적 격언이 대신 답해주듯이.

다자이 오사무는 〈의무 수행〉의 첫 마디를 이렇게 시작한다. "의무를 수행한다는 건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해야만 한다. 왜 사는가. 왜 글을 쓰는가. 지금 나는 "그건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겁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돈 때문에 글을 쓰는 것 같진 않다. 쾌락을 위해 사는 것 같지도 않다. 얼마 전에도 혼자 들길을 거닐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것도 결국은 의무 수행이 아닐까.' 솔직히 말하면 지금 나에겐 다섯 장 정도의 수필을 쓰는 것도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열흘 전부터 무슨 내용을 쓰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다. 왜 거절하지 않은 걸까.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2월 29일까지 대여섯 장의 글을 써달라는 편지였다. 나는 이 잡지 〈문학자〉의 동인이 아니다. 앞으로도 동인이 될 생각이 없다. 동인의 대부분은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 잡지에 글을 꼭 써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쓰겠다고 회신했다. 원고료가 욕심나서 그랬던 것 같진 않다. 동인 선배들에게 아부할 마음도 없었다. 글을 쓸 수 있는 상태일 때 부탁을 받으면 그땐 반드시 써야 한다는 나 자신의 규범 때문에 "쓰겠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이다. 들어줄 수 있는 상태일 때 부탁을 받으면 들어줘야 한다는 규범과 같다."

 

 

독자는 빅토르 위고와 도스토옙스키를 좋아한다. 독자 개인 취향에 가장 알맞은 소설을 썼기 때문이다. 『레미제라블』과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읽고부터다. 스케일과 원고장수에 압도당했던 것만은 아니다. 시대상을 잘 담아 그 시대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 부조리와 인간 심리를 가장 잘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독자는 늘 말한다. 책을 읽은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또 작가 중 누구를 가장 좋아하느냐에도 똑 같은 답을 한다. 그들처럼 잘 쓰는 다른 작가들도 많을 것이다. 어쩌면 독자가 모르는 문호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었을 때 가장 큰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잠도 자지 못할 정도의 감동이 시쳇말로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독자가 두 작품을 읽은 시기는 조금 다르다. 『레미제라블』은 고등학교 다닐 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는 대학 다닐 때였다. 그래서 감동의 크기를 비교할 수 없었는지, 아니면 정확하게 표현하기가 어려워서였는지도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책 『눈부신 하루』에 게재된 〈도스토옙스키를 처음 만났을 때〉의 작가 하기와라 사쿠타로도 독자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나보다.

"내가 도스토옙스키를 처음 읽은 것은 스물 일고여덟 살 무렵이었다. 그전에 주로 읽은 서양 문학은 에드거 앨런 포하고 니체였다. 그 밖에 톨스토이 등도 조금 읽었지만, 내 취향하고는 거리가 멀어서 기억에 남을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대충 읽었다. 오랫동안 나에게 영향을 끼치고 문학적인 체질을 구성할 만큼 내 몸에 스며들듯이 읽은 책은 에드거 앨런 포하고 니체 그리고 도스토옙스키 세 명뿐이다. 나는 에드거 앨런 포를 통해 '시'를 배웠고, 니체로부터는 '철학'을 그리고 도스토옙스키로부터 '심리학'을 배웠다. 내가 도스토옙스키를 읽었을 때는 마침 시라카바 학파가 한창 활발하게 활동하며 인도주의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때였다. 그 시라카바 학파는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를 문학의 신처럼 숭배하고 있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이름을 처음 듣고 그 작품을 읽게 된 계기도 실은 시라카바 학파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읽고 나서 나는 시라카바 학파의 문학론을 경멸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도 씨의 소설과 톨스토이의 작품이 기질적으로 완전히 대척점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쪽을 즐기는 자드은 다른 한쪽을 좋아하지 않았고, 다른 쪽을 사랑하는 자들은 반대쪽을 원하지 않을 정도로 본질적으로 분명하게 다른 우주의 양극이었다."

 


 

4장 「인생의 여행길에서」에서 만난 시마자키 도손의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은 감동뿐 아니라 세상 보는 눈에 새삼 영감을 준다. 이 작품에서 저자는 3명의 초대하지 않은 손님과 1명의 마지막 손님을 만난다. 마치 연극 한 편을 보는 것처럼 생생한 묘사가 소설 못지않고, 잘 짜여진 글로서 구성력이 셰익스피어 희곡을 넘어설 정도다. 이 글에서는 초대하지 않은 손님 네 명이 들어와 저자를 괴롭힌다. 첫 손님은 '겨울'이다. 저자가 일본 도쿄에서 칩거하고 있을 때 찾아온 첫 손님인 겨울은 저자가 기다리던 손님은 추하게 주름진 노파였다고 한다. 이보다 더 거칠고 졸린 듯한 얼굴로 떨고 있는 보잘 것 없는 모습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겨울 손님은 손을 들어 가리킨다. 주위의 늦겨울에 피는 매화, 동백꽃 등이다. 겨울날 햇빛을 받아 빛이 나는 푸른 잎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반짝였고, 빽빽한 잎들 사이로 커다란 꽃봉오리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두 번째 손님은 '가난'이다. 어릴 때부터 친숙한 방문객으로 소개된다. 다시 허물없이 저자 곁으로 왔다. 솔직히 말해서 뻔질나게 찾아오는 이 얼굴을 볼 때마다 저자는 '겨울'보다 더 추함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이전에 겨울에게 했던 것처럼 이 손님에게 다시 물었다.(퉁명스러움이 느껴진다 : 독자 주) "자네가 가난인가?" "그럼 나를 누구라고 생각했나? 그렇게 오랫동안 나를 몰랐단 말인가?"라고 '가난'이 대답했다. "신기한 일이야. 지금까지 난 자네가 웃는 걸 본 적이 없다네. 그렇게 웃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웃지 않는 줄만 알았는데. 그래도 자네에게 익숙해져 있어서 곁에 있으면 안심이 된다네." "내가 익숙해지면 안 되지, 나를 좀 더 존경해 줬으면 좋겠네. 난 일종의 마법사라고. 이래봬도 소위 '부(富)' 따위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네."

세번 째 손님은 '늙음'이다. 이것이야말로 저자가 '가난'보다 더 추하게 여겼던 것이라고 밝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늙음'마저 저자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자는 또다시 '가난'에게 했던 것처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자네가 늙음인가?" 저자의 독백이 이어진다. "내 곁에 다가온 그 얼굴을 자세히 보니 지금까지 내가 마음속에 그리고 있던 건 진정한 의미의 '늙음'이 아니라 '위축'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곁에 다가온 건 더 빛나고, 가치 있는 것이었다···." 또 누군가 찾아온 것 같다. 저자 집 앞에서 서성대고 있는 듯하다. 저자는 그것이 '죽음'이란 걸 알고 있다.

 


 

저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あくたがわ りゅうのすけ, 芥川 龍之介)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1892년 도쿄의 서민 지역인 시타마치에서 태어났다. 외가에 양자로 들어가 두 이모가 그를 양육하는 환경에서 자랐다. 도쿄제일고등학교를 거쳐 도쿄제국대학 영문학과에 입학해 차석으로 졸업했다. 기쿠치 칸, 구메 마사오 등과 재학생 시절 동인지 『신사조』를 발간해 『라쇼몬』 『코』 등의 단편을 발표했는데 나츠메 소세키로부터 단편 『코』가 절찬을 받으며 일약 다이쇼 시대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전공인 영문학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러시아문학으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아 간결하면서도 평이하고 명쾌한 필치가 특징이지만 한문에도 조예가 깊었다. 왕조물’, ‘기독교물’, ‘에도물’, ‘개화기물’, ‘현대물’ 등의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나생문(羅生門)』, 『마죽(芋粥)』 등 150편 정도의 단편 소설을 남겼다. 초기에는 일본 고대 설화 문학에서 소재를 취해 보편적이면서 현대적인 인간 에고이즘의 내면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썼고, 이후 예술지상주의적인 경향의 작품들, 에도 시대 그리스도교 박해를 다룬 기리시탄 작품들, 일본의 근대화를 주제로 한 작품들 등을 쓰다가 말년에는 자살을 염두에 둔 듯 자신의 삶을 무자비하게 조롱하고 야유하는 자전적인 작품들이 많다.

 

저자 : 다자이 오사무(だざい おさむ, 太宰 治, 츠시마 슈지 津島修治)

1909년 6월 19일, 일본 아오모리 현 쓰가루 군 카나기무라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津島修治]이다. 그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으나 가진 자로서의 죄책감을 느꼈고,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게 성장한다. 1930년, 프랑스 문학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도쿄제국대학 불문과에 입학하지만, 중퇴하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소설가 이부세 마스지[井伏_二]의 문하생으로 들어간 그는 본명 대신 다자이 오사무[太宰治]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한다. 그는 1935년 소설 「역행(逆行)」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35년 제1회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단편 「역행」이 올랐지만 차석에 그쳤고, 1936년에는 첫 단편집 『만년(晩年)』을 발표한다. 복막염 치료에 사용된 진통제 주사로 인해 약물 중독에 빠지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지만, 소설 집필에 전념한다. 1939년에 스승 이부세 마스지의 중매로 이시하라 미치코와 결혼한 후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많은 작품을 썼다. 1947년에는 전쟁에서 패한 일본 사회의 혼란한 현실을 반영한 작품인 「사양(斜陽)」을 발표한다. 전후 「사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인기 작가가 된다.

 

저자 : 나쓰메 소세키(なつめ そうせき, 夏目 漱石, 나츠메 긴노스케 夏目 金之助)

소설가이자 평론가, 영문학자. 일본 최초의 근대 문학 작가로, 일본에서 소위 ‘국민 작가’로 불리며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의 근대문학을 대표하며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릴 정도로 확고한 문학적 위치에 있는 일본의 국민작가다. 본명은 나쓰메 긴노스케(夏目金之助)로 일본 도쿄에서 5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생후 바로 양자로 보내졌다가 9세에 본가로 다시 돌아왔다. 청년 시절에는 친부모와 양부모 사이의 불화가 이어졌는데 그때의 경험은 자전적 소설 『한눈팔기』에 등장하기도 한다. 도쿄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20세기 초 근대적 주체와 삶의 불안한 내면 풍경을 깊은 통찰력으로 꿰뚫어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은 일본적 감수성과 윤리관으로 서구 근대의 기계문명과 자본주의를 비평적으로 바라보며 인간세계를 조명하고자 했다. 경쾌한 리듬과 유머를 바탕으로 권선징악과 같은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에 기반을 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며 템포가 빠르고 리듬감이 있는 문체로 자연스레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소설 외에도 수필, 하이쿠, 한시 등 여러 장르에 걸쳐 다양한 작품을 남겼으며, 그림에도 재능이 있었다. 그의 작풍은 당시 전성기에 있던 자연주의에 대하여 고답적인 입장이었으며, 그후 『산시로[三四郞]』(1908), 『그후』(1906), 『문(門)』(1910)의 3부작에서는 심리적 작풍을 강화하였고, 다시 『피안 지나기까지』(1912), 『마음』(1914) 등에서는 근대인이 지닌 자아·이기주의를 예리하게 파헤쳤다. 반복적인 위궤양, 당뇨 등을 앓았던 그는 1916년 12월 병이 악화되어 『명암』 집필 중 49세의 나이로 타계하였으며, 1984년, 영국에서 그가 살았던 집 맞은편에는 런던 소세키 기념관이 설립되었다. 대표작으로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坊っちゃん)』, 『풀 베개(草枕)』, 『산시로(三四?)』, 『마음(こころ)』, 『노방초(道草)』 『명암』(미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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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7주년 기념 개정판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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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편향 독서'의 잘못된 습관의 독자였다. 주로 소설과 사회과학서만 읽었고, 과학과 자기계발 책은 거의 읽지 않았다. 과학서는 어려워서 피했고, 자기계발서는 처세술을 가르치는 달콤한 말이 싫어서였다. 물론 총량에 있어서도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처지도 아니기 때문에 책을 좋아하느냐는 질문도, 어떤 책을 선호하느냐는 질문도 거의 받지도 않았지만. 아무튼 회피했던 책들에 대한 관심이 깊어진 것은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코로나 팬데믹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 조정이나 재택 근무일수 조정 등의 혜택(?) 덕분이다. 집에서 근무하는 날은 출퇴근 시간만 하루 3시간씩 일주일이면 거의 하루에 해당되는 시간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다시 책을 손에 잡기 시작한 게 3년이 넘었다. 꽤 많은 책을 읽었다. 이전에 비해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가장 눈에 띈 것은 의학 서적이었다. 그 중 특히 프로이트, 융, 아들러의 전기나 그들의 이론 해설서 같은 책이 쏟아졌다. 주로 번역본이었이만 국내 저자 저술도 적잖았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 때문이었다. 출판계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정신의학 중 심리학과 관련되는 책을 많이도 내놨다. 이 시기에 학창시절 읽다 뒤로 미뤄두었던 정신의학 관련 고전이 된 책들이 눈에 띄었다. 예를 들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입문』, 『꿈의 해석』, 칼 융의 『분석심리학』, 아들러의 자기계발 심리학(개인심리학) 등을 주로 읽었다. 물론 입문이나 쉽게 해설한 책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의학과는 다른 관점의 책이었다. 쉽게 쓰였다고 했지만 의학에 완전 문외한인 독자에게는 상당히 어려웠다.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다른 책을 손에 잡았다. 역시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 저 책 읽은 보람은 의외로 심리학 용어들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다. 심리학이라면 개론서도 못 읽어본 독자에게 심리학은 또 다른 세계로의 여행처럼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독서 릴레이'를 선물로 안겨 주었다.

 


 

이 책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는 ‘회피형 인간’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오카다 다카시의 책이다. 다카시는 전작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와 함께 꾸준히 국내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정신과 의사라고 한다. 그의 심리 고전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원제: 인간 알레르기, 人間アレルギ?)의 최신 개정판이 이 책이라고 소개글을 통해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긍정적인 일보다는 부정적인 일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 조금만 불편해도 얼굴에 금방 티가 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모자란데 싫어하는 사람을 생각하느라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사람. 급기야는 인간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자기 스스로를 갉아먹는 사람들에 대한 책이란다. 이 책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는 바로 이런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원인을 분석해주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는 이 책에서 사람에게 분노와 혐오감이 드는 현상을 몸의 알레르기 반응에 빗대어 ‘인간 알레르기’라고 표현한다.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사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사람,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사람……. 인생을 살다 보면 이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쩌면 필연이다. 물론 불편한 사람은 그냥 빨리 손절하고 접촉을 끊으면 그만이긴 하다. 하지만 ‘인간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쉬운 사람은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인 것이 문제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즉 상대를 아무리 바꿔도, 회사를 아무리 옮겨도 또다시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애착 이론’을 통해 인간 알레르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수많은 임상 사례 그리고 유명인의 사례를 독자들에게 들려주며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생텍쥐페리, 니체, 쇼펜하우어, 나쓰메 소세키, 해리 할로, 서머싯 몸 등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유명인들의 인간관계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한 부록으로 들어간 ‘싫어하는 사람 대응 매뉴얼’은 그대로 따라 해볼 수 있을 정도로 실용적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일본에서 2015년에 출간된 이후 아마존 심리 분야 1위에 오른 바 있다고 한다. 국내에도 2016년에 소개된 이후 자기계발〉인간관계 분야 베스트에 올라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이번 2023년 개정판에는 가족치료 전문가인 이남옥 레지나 교수의 해제 원고가 추가되었으며 2023년 현실에 맞게 심리 용어를 통일하고 원고를 매끄럽게 정리했다. 독자가 왜 이 책을 못 읽었는지는 이 책을 덮은 후에 후회스러워 했다. 책이 매우 재밌어서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이 책 몇 페이지를 채 읽지 않았을 때 이미 달아나고 없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람에게 분노와 혐오감이 드는 현상을 몸의 알레르기 반응에 빗대어 ‘인간 알레르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처음 듣지만 꽤 흥미롭지 않은가? 인간 알레르기란 도대체 사람을 말하는 것인가, 병의 증상을 말하는 것인가? 굳이 사전에 알 필요도 없다. 이 책은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도록 설계되어 있고, 따로 찾아보거나 보충 독서를 하지 않아도 이 책으로 들어가 이 책으로 나와도 될 만큼 자세하고 쉬운 말로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졌다. 독자들은 그저 읽기만 해도 자신의 정신 건강상의 문제점이나 약점이라고도 표현해도 될 심리적 불안, 혐오 등의 이유를 알게 된다. 특히 싫어하는 대상이 가족일 때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사회과학 서적에서도 인용될 만하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저자가 가족 문제를 이 책에 넣는 이유도 알 것 같다. 가족은 싫다고 연을 끊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에 회의감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애착 이론’을 통해 인간 알레르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수많은 임상 사례 그리고 유명인의 사례를 독자들에게 들려주며 해결 방안을 연구하고 모색해 왔다. 자신의 환자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생텍쥐페리, 니체나쓰메 소세키, 서머싯 몸 등 세계적으로 이미 잘 알려진 인물들의 인간관계를 토대로 그들의 업적이나 이론, 대인관계까지 모조리 훑는다. 독자로서는 읽는 재미가 더해진다. 예를 들면 우리의 영원한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에 대해 저자는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생텍쥐페리는 어릴 때부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즉 ADHD의 특징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아이였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일쑤였기 때문에 누구도 그를 통제할 수가 없었다. 그는 주의가 산만하고, 정리 정돈에는 완전 '꽝'(책은 '젬병'이라고 표현한다)이었다. 일처리도 서툴렀고, 차분하지도 않았으며 성적도 좋지 않았던 그는 학교에서 문제아 취급을 받았고, 더욱 반항적인 아이로 자라났다. 비행기 조종에도 서툴렀던 그는 치명적인 실수를 해서 추락하는 사건까지 겪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종사 일을 찾아 전 세계를 방랑했다. 결국 2차 세계대전 중 지중해 상공에서 교신이 끊긴 채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어쩌면 인간 알레르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푸른 하늘을 동경했던 것인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분석하고 있다.(p.137~139)

독자가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 니체도 저자에게는 연구 대상이다. '인간 알레르기'의 실제 인물로 본 것이다. 니체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한 번쯤은 대단한 철학자로 다들 알고 있다. 그는 인간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질투심과 불행감에 ‘르상티망’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니체는 어렸을 때부터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 장애를 앓았다. 세 살이 되어도 말 한마디를 못했지만 네 살 때는 독서를 시작하며 천재 기질을 드러낸 그는 정신적으로는 불안하고 과민했지만 성적은 아주 우수한 비운의 철학자였다. 스물다섯 살이라는 아주 젊은 나이에 바젤 대학의 교수가 된 그는 고독하다는 점과 인간관계에 서투르다는 점에서 쇼펜하우어와 매우 유사한 길을 걸었다. 그는 10년 후 대학을 그만두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아예 끊은 채 은둔 생활에 들어갔다.(p.50~51, p.107~108, p.132~135)

 

 

염세철학의 대명사, 쇼펜하우어도 저자의 눈을 비켜가지 못한다. 그는 평생 동안 어머니를 증오했던 인물로 유명하다. 그의 어머니는 사교와 예술에는 관심이 있어도 양육에는 무관심하여 아들을 자주 방치했다고 한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늘 우울하고 신경실적이었던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그는 자신보다 스스로의 즐거움을 우선시하는 어머니를 증오했다. 어머니가 자신과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애인과의 관계 때문에 우울해하자 그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냈다. “아버지가 자살한 건 모두 당신 때문이야!”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의절했고 평생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p.172)고 한다. 독자로서는 처음 들어본 말이어서 잠시 멍해진다.

유명한 일본의 국민 작가, 나쓰메 소세키도 등장한다. 『도련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마음』으로 일본 국민의 사랑을 받는 작가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어느 집의 양아들로 보내졌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한 살 반 때 또다시 다른 집의 양아들로 보내져 일곱 살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양부모의 사이가 악화되어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지만, 애물단지 취급을 하는 친부모에게도 정을 느끼지 못했다. 양가와 본가 사이에서 호적을 되찾는 문제로 분쟁까지 일어나 소세키는 주눅이 든 채로 성장하게 된다. 그는 평생 고독감에 사로잡혔고 자기 부정에 시달렸다.(p.161~162)

『인간의 굴레』, 『달과 6펜스』 같은 명작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서머싯 몸도 이 책에 이름을 올린다. 그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10살 무렵부터 숙부 밑에서 자랐다. 그의 숙부는 시골 마을의 목사였는데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엄격한 룰을 강요하는 사람이었다. 몸은 기숙사 생활을 했던 공립학교에서 집단 왕따를 당했으며 심한 말더듬이였다. 늘 자신을 바보 취급하는 아이들 때문에 괴로웠던 그는 인간 알레르기를 갖고 되었고 쇼펜하우어의 염세철학에 매료되었다. 이후 의대를 졸업했지만 타인과 교류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 그는 의사가 되기를 포기하고 작가의 길을 택해 평생 고독하게 살았다.(p.188~193)

 


 

이 책은 몸의 알레르기 반응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알레르기 반응이 어떤 메커니즘 안에서 작동하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하면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저자 오카다 다카시의 주장을 담았다. 또한 싫어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몸과 마음을 어떻게 정비해야 하는지, 어제까지 관계가 좋았던 사람이 갑자기 싫어질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탄탄한 이론과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매우 설득력 있게 정돈했다. 이 책의 내용이나 주장은 단순히 행동과 행위에 대한 분석이 아니다. 대상자의 심리분석과 현대 심리학, 정신의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연구한 내용이며 이를 '인간 알레르기'론으로 가설을 세워 치료에 이르는 제안을 하고 있어 훌륭한 의학 논문 이상의 힘을 가진 것으로 독자로선 판단한다. 이것은 이 책의 가장 강력한 장점이기도 하다. 출간 이후 7~8년이 지났지만 많은 독자들로부터 ‘지금까지 출간된 수없이 많은 인간관계 심리학 중 제대로 된 대안 제시를 내놓은 첫 책’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증명되고 있다고 한다. 의과대학을 들어가기 전 철학을 공부한 저자의 경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 책 속에는 인류의 방대한 심리학, 철학 지식이 켜켜이 들어차 있다. 또한 우리에게도 익숙한 유명인들의 숨겨진 비화와 그들의 심리 분석은 한 편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선사할 정도로 유려한 문장이다. 이와 함께 27년이라는 임상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여러 사람들의 사례 속에서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사랑받고 싶은 본능이 원만히 충족되지 않을 때, 파괴적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간은 기본적인 본능이 충족되지 않으면 타인을 배려하고 소중히 여기는 공감 능력도, 자신을 돌아보고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도 모두 성장하지 못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p.56)

"위험 부담을 덜고 멸종을 피하기 위해 다형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어떤 변종도, 종 전체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으니까 살아남았다고도 할 수 있다."(p.94)

 


 

"우리의 일상적인 관심의 대부분도 ‘악한 쪽’이 누구인가 하는 것과 그 사람에 대한 비난으로 일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말 문제인 것은 ‘악한 것’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공격, 제거하려는 것이다."(p.252~253)

 

저자 : 오카다 다카시(おかだ たかし, 岡田 尊司)

1960년 가가와(香川?)에서 출생했으며 정신과의사 겸 작가이다. 도쿄대학교 문학부 철학과를 중퇴하고 교토대학교 의학부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연구에 종사하며 교토의료 소년원, 교토후리쓰라쿠난 병원(京都府立洛南病院)에서 힘겨운 일로 고민하는 젊은이들을 마주하고 있다. 현재 오카다 클리닉 원장[히라가타시(枚方市)]으로 있으며, 일본심리교육센터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애착장애』 『회피성 애착장애』 『애착장애 극복』 『애착 접근법』 『사교불안 장애』 『발달장애라고 부르지 마』 『엄마라는 병』 『아버지 콤플렉스 벗어나기』 『심리조작의 비밀』 등 다수가 있다. 오가사와라 게이(小笠原慧)라는 필명으로 소설가로도 활동 중인데 『DZ』 『바람의 소리가 안 들리나요』 『당신의 인생, 역전해드립니다』 등의 작품이 있다.

 

역자 : 김해용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 편집자로 일하며 다수의 일본 소설과 만화를 번역하고 편집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 이사카 고타로의 『AX』, 미야베 미유키의 『브레이브 스토리』, 『퍼펙트 블루』, 오쿠다 히데오의 『버라이어티』, 『방해자 1~3』, 『나오미와 가나코』, 이시다 이라의 『도쿄 돌』, 『슬로 굿바이』, 마미야 유리코의 『존댓말로 여행하는 네 명의 남자』, 히구치 타쿠지의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 다니 미즈에의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1~4』, 『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지성만이 무기다』,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도라에몽 : 진구의 달 탐사기』 『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지성만이 무기다』, 『도라에몽 : 진구의 달 탐사기』, 『신공룡 도감 : 만약에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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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이승훈 외 지음 / 마카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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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3』은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문학 공모전이다. 교보문고 측이 지난 2013년 장르에 상관 없이 우수한 스토리를 갖춘 작품을 선정해 '스토리 작가'로서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시작한 지 10년을 맞았다. 선정할 때 기존 문학 작품 공모전에서 작품성과 예술성, 그리고 형식 등의 기준보다는 어떤 스토리인가에 더 초점을 맞춘다. 심사위원들도 작품의 완벽성보다는 스토리의 현실성과 재미, 그리고 참신성에 기준을 둔 것으로 심사평을 통해 밝혔다. 이 공모전은 회를 거듭할수록 작가 지망생의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단일 공모전 중 가장 많은 지원작이 몰린다고 한다. 이 공모전에 입상한 작가는 신예 작가로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할 기회를 여러 경로를 통해 지원할 방침이다.

이 공모전은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짓지 않고 독창적인 스토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독자들로부터도 큰 호응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책은 신예 작가의 기회 제공이라는 차원에서 수상작품 5편을 묶어 책으로 발간했다. 10회 공모전 수상작은 이승훈의 「야구규칙서 8장 ‘심판원에 대한 일반 지시’」, 김단한의 「울다」, 고반하 「인간다운 여름」, 함서경 「too much love will kill you」, 그리고 강솟뿔의 「여보, 계(Hey, chicken!)」 등 5편이다. 이 책 뒷 부분에는 이번 공모전 심사위원 정해연(소설가), 차무진(소설가)의 「심사평」을 실어 지망생과 독자들의 작품 이해를 돕고 있다. 심사위원들에 따르면 이번 응모작은 SF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다.

 


 

수상작 중 첫 작품 「야구규칙서 8장 ‘심판원에 대한 일반 지시’」는 AI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나’는 최후의 인간 야구 심판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AI심판으로 세대 교체가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자신보다 더 인간다운 미소를 지을 줄 아는 AI심판 ‘FF-001’이 자신을 ‘선배’라고 부를 때마다 어색함을 느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이 그러하듯, FF-001 또한 진심으로 야구를 사랑하길 바란다. AI심판이라면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인간 심판으로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던 중, ‘나’는 어떤 낌새를 눈치채고 만다. 바로 AI심판 중 하나가 승부조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현 KBO 총재이자 전 프로야구 선수였던 동기 ‘염윤석’을 의심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FF-001과 특별한 작전을 펼친다. 심사위원 정해연은 "소재가 참신하고 서사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점이 독자로 하여금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특히 후반부의 반전은 스릴을 높여 밀도 있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고 심사평을 내놓았다.

 

FF-001은 전에 없는 단호한 목소리로 나의 말을 막았다.

“에러를 남발하고, 욕하고, 다투는 와중에도 선수들이 웃음을 잃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예상을 벗어나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나는 분명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내가 야구를 떠나지 못하는 단 하나의 이유와 같았으니까.

나는 야구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리고 FF-001도 나와 같기를 진심으로 바랐다.(p.41)

 


 

이어 김단한의 「울다」는 바다 생물이 멸종된 섬마을에 홀로 남은 우리나라 마지막 해녀 ‘순향’과 AI 인어공주이자 ‘최초의 수중 로봇’으로 불리는 ‘울다’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순향은 어린 시절 바다에서 부모님을 잃고, 이후 생계를 위해 해녀가 된 언니를 도둑맞는다. 행복을 앗아간 바다를 미워했지만, 순향은 자신을 사랑하고 믿어주는 해녀 삼촌들과 함께하고 싶어 해녀가 된다. 몇십 년을 해녀로 산 순향은 2032년 섬 바다의 바다 생물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걸 목격한다. 해녀 삼촌들이 모두 떠난 뒤 홀로 외롭게 지내던 중, 사회복지사 ‘예진’이 순향에게 뜻밖의 제안을 해온다. AI 인어공주 울다가 순향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 ‘로봇’이라면 질색이었지만, 순향은 언니가 늘 이야기하던 인어공주라는 말에 끌려 울다를 만난다. 바다로 가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하며 울다는 순향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순향은 울다를 도와 사라진 바다 생물을 되찾으려 한다. 심사평에서 소설가 정해연은 "따뜻하고 밀도 높은 문장 실력이 독자의 몰입을 도왔다"고 말했다. 특히 인공지능화되는 세상 속에서 인간이 점점 기계적으로 변하고, 오히려 기계가 인간적으로 보이는 대비가 좋았다고 심사평을 제시했다.

 

“이름이 왜 울다인가요?”

울다를 향한 순향의 첫 물음이었다. 울다는 진수를 한번 보더니 순향을 바로 보고 말을 이었다. 깨끗한 목소리였다.

“제가 처음으로 느낀 감정이라서요.”

“감정을 느꼈다고요?”

“네. 저는 감정을 배우고 느낍니다.”

“……당신은, 로봇이잖아요.”(p.74)

 


 

세 번째 작품인 「인간다운 여름」에서 주인공 ‘지나’는 로봇을 사랑하게 된 친구 ‘유리’를 위해 편의점 휴머노이드 ‘도현’을 만난다. 도현의 시스템을 해킹해 연애 기능을 활성화시켜 유리를 이상형으로 등록하기 위해서였다. 지나는 유명 스트리밍 사이트 ‘NOON’ 콘텐츠 기획팀의 핵심원으로, 모두에게 에이스라 불린다. 기획 회의 중 팀장은 지나에게 휴머노이드를 아이템으로 한 아이디어가 있는지 묻고, 지나는 자연스럽게 도현을 떠올리고 자기도 모르게 휴머노이드와 인간이 연애하는 다큐멘터리를 찍자는 의견을 낸다. 덥석 제안을 받아들인 유리 덕분에 촬영은 신속하게 진행된다. 그런데 분명 유리를 이상형으로 등록했는데도 도현은 유리에게 반하지 않았다. 지나는 이를 수상스럽게 여기고, 도현의 프로그램을 다시 해킹해 ‘인간 외’와 연애 모드를 설정한다. 항상 ‘진짜’ 인간다운 인간이라고 동경해왔던 유리의 정체와 마주하게 된다. 심사위원 차무진 소설가는 심사평을 통해 "모든 게 좋았다"는 극찬을 했다. 흔히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의 감정과 그것을 허하려는 인간, 또는 그것을 외면하려는 이야기를 다루는데 이 작품은 로봇이 서로 사랑하는 이야기로서 몹시 신선한 전개 능력을 보여주었고, 불쾌하지도 건조하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진짜 인간미를 느끼게 해준다고 언급하며 '설명하지 말고, 보여라'라는 작법의 룰이 고스란히 적용되어 좋은 점수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말 로맨스 영화처럼 찍어?”

유리는 사랑을 좇는 만큼 로맨스에 목말라 있었다. 언젠가 자신에게도 로맨스 영화 같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믿었다. 지나는 유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빛나는 순간만을 모아 이어 붙인다면 누구라도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

“몸에 멍든 건 며칠 지나면 나아. 늘 마음이 문제야.”

유리가 말했다.(p.121~122)

 


 

지독하고 치명적이며 순수하고 절박한 사랑을 다룬 함서경의 「too much love will kill you」은 정해연 소설가로부터 “흥미로운 설정과 섬세한 감정 묘사,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좀비 바이러스 시국을 배경으로 한다. 약사였지만 약국에 불이 나 전소해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옆집 남자를 좀비를 착각하고 총을 빼 든다. 옆집 남자의 왼쪽 뺨이 살점이 떨어져 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옆집 남자는 좀비 바이러스가 완치된 ‘치료자’였다. ‘나’는 처음엔 미안함을 갖다가 점점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동거하던 여자친구를 좀비에 의해 잃은 옆집 남자에게 빠져든다. 살아 있으면서도 죽어가는 것처럼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는 옆집 남자. 원래 미술학원 강사였던 그는 치료자가 된 후 생계를 위해 좀비 페티시가 있는 사람들이 찾는 불법 업소에서 일을 하고 있다. 치료자를 살해하는 집단 ‘디케’에게 언제 타깃이 될지 모르는 상황을 곁에서 지켜보며 ‘나’는 옆집 남자가 끝내 살아남아, 삶다운 삶을 살기를 염원한다. 그러던 그들에게 파란 단발머리 여자가 나타나고 ‘나’와 옆집 남자 두 사람은 새로운 위험에 처한다.

 

“좀비가 되면…… 어떤 느낌인지 아세요?”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몸이 아픈 것도 아픈 건데 너무 무섭고 외롭고 슬펐어요. 그래서 이 좁은 집 안을 끊임없이 걷고 또 걷고. 그래도 떨쳐지지 않았어요. 속이 타는 고통을 그만 끝내고 싶은데 죽지도 않고. 정말 너무 화가 나서 눈에 보이는 건 전부 찢어 죽이고 싶고. 나 자신까지도…….”

(……)

“그걸 혼자 버텼어요?”

“그래도 어느 순간부터는 형이 있었거든요.”(p.205)

 

 

마지막 작품 강솟뿔의 「여보, 계(Hey, chicken!)」는 병아리를 통해 삶의 구원을 받은 한 남자의 분투기이다. 주인공 ‘준규’는 유학을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전 여자친구가 두고 간 푸들, ‘아롱이’와 살고 있다. 아롱이가 죽으면 나도 죽으리, 하며 지내던 준규에게 그날이 찾아오고 만다. 노견 아롱이가 끝내 무지개다리를 건넌 것이다. 영화감독으로 겨우 입봉작 하나만 찍고 8년을 버티듯 살아온 준규는 삶을 등지려 준비를 시작한다. 그러다 길가에서 한 마리에 500원에 팔리는 병아리들을 만난다. 갑자기 내린 비를 맞은 병아리들이 다 죽고, 준규도 따라 죽으려던 그때, 삐약 소리가 들린다. 병아리 한 마리가 살아 있었던 것이다. 준규는 자신이 찍은 영화의 조연 배역이었던 ‘현 선생’의 말을 따라 병아리에게 ‘여보 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여보게’도 되고 ‘헤이, 치킨’도 되는 여보 계의 이름을 부르며 준규는 삶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때마침 인기 배우도 준규의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를 찍겠다고 하고 일이 술술 풀리는 것 같던 준규에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온다. 이 작품은 단정한 문장과 유쾌한 이야기의 흐름으로 흡인력이 상당한 작품성과 함께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전기도 죽고, 가스도 죽고, 아롱이도 죽고…… 다들 잘만 죽는데…….

바닥에 대자로 누운 준규는 눈물 번진 얼굴로 소리 질렀다.

―나는 왜! 나 같은 건, 왜! 죽는 것조차 난, 왜! 왜!

그때였다. 희미한 병아리 소리가 들린 것은. 삐약!

준규는 콧물을 훌쩍 삼키며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죽은 병아리 사이에서 한 마리가 고개를 들었다. 삐약.

준규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대로 기어가 산 병아리를 고이 두 손 위에 올렸다. 절로 웃음이 삐져나왔다.(p.234)

 


 

올해 응모작은 SF 작품이 압도작으로 많고, 그다음은 드라마 작품이 주를 이뤘고, 로맨스와 미스터리 스실러 작품 수가 적어 다양성 면에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물론 장르에 연연하지 않고 단편소설만의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 전제척인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추리고 열띤 심사를 통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가진 다섯 작품을 뽑았다. - 심사위원 정해연(소설가)

모든 작품이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모든 작품이 매력적이었다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힘들었다. 흔히 장르문학은 '재미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재미'라는 단어에도 많은 요소가 숨어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 정교한 플롯, 매력적인 캐릭터, 잘 짜인 반전만이 과연 '재미'라고 할 수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이번 공모전은 '재미'와 '휴머니티'를 함께 갖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 심사위원 차무진(소설가)

 

저자 : 이승훈

영화 〈써니〉를 시작으로 상업영화 조감독 생활을 오래 했다. 틈나는 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썼고, 직접 영화로 만들기도 했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창작자가 되고 싶다.

 

저자 : 김단한

나의 마음에 자리한 ‘사랑’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늘 고민했지만, 이미 쓰는 것으로 하여금 나름의 표현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복잡한 마음을 아주 짧은 단 한 문장으로 쓰는 것을 좋아한다. 쓰는 글 중에 사람과 사랑이 등장하지 않는 글이 없다. 사람과 사랑이 지겹다 말하면서도 이 두 가지에서 꽤 많은 이야기를 얻고 있다. 독립출판으로 『나는 오늘도 부지런히 너를 앓고』, 『연못 산책』, 『구시대적 사랑』을 출간하였고, 2022년에는 에세이 『나이롱 시한부』를 출간했다. 수상 내역으로는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울다』로 단편 우수상을 받았다.

 

저자 : 고반하

주4일제를 꿈꾸는 직장인이자 프리랜서 번역가. 현재는 ‘STORYUM × NOVEL 소설 발굴 프로젝트’에 후보작으로 선정되어 장편 작업 중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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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꿈꾸던 그날인가 - 98편의 짧은 소설 같은 이향아 에세이
이향아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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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이미 문단에서 중견 작가인 이향아의 작품집을 처음 읽는다. 독자의 독서 부족과 편식 탓으로 생각한다. 독서도 많이 하지 않았지만 소설을 많이 읽었지 수필이나 시는 적게 읽었다는 이야기다. 이 책 『오늘이 꿈꾸던 그날인가』는 제목이 정말 마음에 쏘옥 들었다. 열심히 사는 사람은 매일을 꿈처럼 살아간다는 느낌을 주는 제목이어서 그렇다. 독자도 나이의 무게를 느끼는 세대여서인지 최근 들어 소박한 행복을 바라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쓰인 책을 많이 읽는다. 예전에는 큰 스케일이나 무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나 사회과학 서적을 읽었었다. 이 책 몇 페이지를 들춰보며 예전에 독자의 편향된 독서가 작가 이향아를 만나기 어려웠다는 데 스스로 인정된다.

시인이자 수필가인 저자의 간결하고 유려한 문장에서는 따스함과 감미로움이 녹아 있다는 출판사 측 소개글도 공감한다. 이 책의 에세이들은 짧은 소설처럼 재미와 감동이 연속된다. 한 번 손에 잡으면 쉽게 손에서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다. 쉽게 읽히고 내용도 깊이 생각할 필요 없이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 98편의 에세이 속에는 저자의 삶에서 얻은 아름다운 지혜가 섬세한 언어로 한 편 한 편이 모두 다른 광채로 빛나고 있다.

인생에 대한 사랑과 배려와 소망을 담고 있는 에세이는 저자의 내면이 현실적 요소와 함께 결합되어 드러남으로써 독자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해준다. 또한 아름다운 문체와 언어의 선택이 돋보이는 이 책에는 명징하게 직조해낸 삶의 편린들이 혹은 노래하듯이 담담하게, 혹은 절규하듯이 다급하게, 혹은 흐느끼듯이 절절하게, 독자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선물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는 책 앞 부분 「작가의 말」을 통해 이렇게 출간 소감을 냈다. 삶과 행복의 원천이 어디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저자만의 일상이 그대로 담긴 말이다. “내 인생은 하루하루의 평범한 생활입니다. 특별히 포장되어 장롱 속에 보관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하는 손바닥 안에, 바삐 뛰는 신발 속에 있는 인생, 그것은 땀과 피와 눈물로 절어 있습니다. 내 글은 겨우 그렇고 그런 삶의 기록입니다. 길게 늘여 쓰지 않았습니다. 혹은 노래하듯이 담담하게, 혹은 절규하듯이 다급하게, 혹은 흐느끼듯이 절절하게. 큰 뜻을 역설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이미 살아있는 숨소리처럼 담겨 있을 것입니다. 돌아다보니 나는 늘 ‘이다음 어느 날’로 기쁨을 미루며 살았습니다. 내가 그리워하는 백조가 지금 어느 하늘을 날고 있는지 궁금해도 참고 견뎠습니다. 자욱하던 강 언덕에 안개가 걷힐 때, 소나기 그치고 무지개가 뜰 때, 나는 생각하곤 했습니다. 혹시 오늘이 내가 꿈꾸던 바로 그날이 아닐까. 나는 오랫동안 이날을 기다리며 살아오지 않았을까.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겠습니다.”(p.5~6)

이 책은 모두 4부로 이루어져 있다. 특별한 의미 없이 98편이나 되는 글을 한 줄로 나열하기보다 중간중간 쉴 틈을 주기 위해 적당량씩 묶어 가른 듯하다. 계절별도 나누지 않았고, 각 부의 제목도 따로 붙이지 않았다. 각 에세이에 모두 제목이 있기에 분류할 때 또 다른 제목을 붙여 구속하고 싶지 않았나보다. 아니 어쩌면 삶이 그렇듯 열심히 살다가도 가끔씩 한 번쯤은 쉬고 뒤돌아 자신을 성찰하는 자신의 모습을 닮은 휴식을 독자들에게 선물하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어느 날 수선화 한 뿌리에서 찾아낸 감동을 고스란히 전해 오기도 한다. 베란다에 어질러진 물건들을 치우면서, 모아 놓은 비닐봉지를 버리려는데 밑바닥으로 '툭' 하며 떨어지는 것을 발견한다. 우리 보통 사람들의 어느 하루를 보는 듯하게 현실적으로 묘사했다. 쪼그라진 수선화 뿌리였다. 언제 보관해 두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기에 저자는 수선화 뿌리는 그곳에 보관되었던 게 아니라, 유폐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긴 겨울 어둠 속에 갇혔다가 우연인지 필연인지 '툭' 하는 신음을 내지르며 밖으로 튀어나온 꽃 뿌리. 이걸 보며 저자는 미안함과 염치없음, 그리고 일종의 수치심 등 복잡한 마음이다. 이때의 수치심은 '화를 대신한' 것이라고 해도 맞을 것이라고 독자들에게 고백한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저자의 모습이 얼마나 고운지 금세 짐작할 수 있다.

이를 유리병 속에 담갔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뿌리 바로 밑까지 물을 채웠다. 물속에 넣어 둔 수선화는 샛노란 꽃을 탐스럽게 서둘러 피워냈다단. 꽃숭어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꽃대가 한쪽으로 비스듬하게 구부러지고 하면서. 그리고 지켜보던 저자가 말한다. 오늘이 닷새째인데 날마다 잎이 새로 돋는다. 나는 그를 볼 때마다 아이 낳고 몸조리도 못 하는 산모를 보는 기분이다. 그를 어떻게 해서라도 보살펴 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나는 겨우 볕 좋은 베란다에 내놓을 뿐이다. 이 짧은 글 속에서 독자들은 수선화를 상상하고 무심결에 발견한 저자의 애정어린 눈길과 손길을 영상 보듯이 떠올릴 수 있다. 동영상처럼 내용이 길지 않고 오히려 한 컷의 일상으로 보는 듯하다. 그러나 독자들의 머릿속에는 저자의 일상과 감동, 그리고 고운 마음씨 등 모든 것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

 


 

저자는 '숲'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숲'이라고 한 다음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결한 고요에 잠기고 싶다. 숲이라는 말에서는 청량하고 깨끗한 바람 소리가 난다고 한다. '숲'이라고 할 때의 'ㅅ'은 산, 시, 사슴, 새, 수채화, 사립문, 숨결, 사람, 시내, 솔바람 같은 명사들과, 살아가다, 속삭이다, 시작하다, 사랑하다, 사무치다, 섬기다와 같은 동사와, 순수하다, 수수하다, 순결하다아 같은 형용사의 첫소리가 된다고 설명한다. 또 '숲'의 가운뎃소리 'ㅜ'는 밖으로 퍼지지 않게 아늑한 그늘과 무게를 실어주며, '숲'이라고 할 때 입모습이 안으로 모아지는 것도 오붓한 숲의 모습을 닮았다고도 말한다. 이 때문에 저자는 숲은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가 모여 이룬 나무들의 마을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얼마 전에 급작스럽게 조성된 마을이 아니라 오랜 역사와 전설, 위아래의 질서가 유서 깊은 마을이라고 숲의 의미를 풀어낸다. 사람들이 늘수록 세상은 소요와 번잡에 싸이지만 나무들은 여럿이 모여들수록 더욱 은밀하고 깊어진다고 자연의 순리를 칭송한다.

저자의 사유는 숲을 거닐 때면 발밑에서 부서지는 낙엽 소리조차 너무 커서 조심스럽다는 숲을 걸어갈 때의 느낌을 독자들에게 알린다. 만일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생각이 깊고 지혜로우며 인자한 사람일 것이라고 의견을 꺼낸다. 어쩌면 공자의 '지자요수 인자요산'란 말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독자의 지나친 추측일까? 아무려면 어떻겠는가? 저자의 다음 문장은 독자의 지나친 생각만은 아닐 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봄내 여름내 태양을 사모하다가 가을이면 다소곳이 발아래 잎을 떨어뜨리고 묵상하는 나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제가 서 있는 자리에서 거기를 비옥하게 하는 숲. 숲은 홀로 솟으려 하지 않고, 함께 일어서서 어우러진다. 숲의 시선이 선하고 아름다운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p.69)

 


 

'침묵'에 대한 저자의 이해는 특별하게 느껴진다. 「침묵은 금도 아니고 은도 아니다」에서 저자는 침묵처럼 강렬한 거부는 없다고 단언한다. 침묵은 무관심의 표현이며 대상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표시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침묵은 상대방을 철저히 배제하고 고립시키는 몸짓이다. 특히 남성의 침묵은 인격과 유사한 것으로 치부했었다. 꾹 다문 입으로 확실하지 않은 일은 언급하지 않고 반드시 해야 할 자리에서 일갈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였다. '침묵은 금이다'라는 격언은 우리의 일상에서 남자 특히, 말로써 남을 비방하거나 또는 실언으로써 자신을 망치는 '설화'를 경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 말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 위해 이 책에 글 한 줄을 더했다. 이 글의 제목이 「침묵은 금도 아니고 은도 아니다」인 이유다.

침묵해서는 안 될 자리에서 침묵하는 사람을 경계하는 이유가 저자에게는 있는 듯하다. 얼마나 답답하고 속 터지는 일인지, 생각이 없을 때도 침묵하고, 적절한 말을 몰라서 침묵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좋은지 모를 때도 침묵하는 사람 말이다. 줄곧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 중에는 다수의 언중과 의견이 다른 사람도 있다. 어설프게 나는 생각이 다르다고 표명했다가 공연히 누군가를 섭섭하게 하거나 뒤가 시끄러워질까 봐, 침묵할 것이다. 정의를 위해서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눈치껏 처신하는 것이다. 침묵하는 사람 중에는 상황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거나 이견을 선명하게 발표할 언변도 능력도 없어서 침묵하기도 한다. 저자가 이들을 경계하는 이유가 다른 글과 달리 일상에서 일어난 특정 일을 사례로 들지 않는다. 모두 웃을 때 웃지 못하는 것처럼 아무도 웃지 않을 때 혼자 히죽거리는 것도 정상이 아니다. 혹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빤히 알아도 입을 다물고 되어가는 꼴이나 보자고 그러는 사람도 있다. 이런 태도는 얼마나 이기적이며 무책임한 태도인가. 그것이 지나치면 사뭇 잔인해질 것이다. 사례가 분명하지 않은 일에 저자의 의견을 보이는 이 글은 아무래도 세태 즉, 이기적인 사람이 많고, 자신의 이익에만 나서는 기회주의를 경계하는 말이 아닐까 독자는 생각해 본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보고 나오면서 그가 왜 위대한가를 생각해보았다. 소설이건 영화건 제목은 편의상 지을 수도 있는데, 왜냐고 캐묻다니. 개츠비가 위대하여서 〈위대한 개츠비〉라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영화는 전에도 한 번 보았는데 오늘 다시 보고 싶었던 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깡그리 잊어버렸는데도 여운이 그리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연 배우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달라서 사뭇 낯설었다. 전에는 개츠비의 캐락터가 갱이나 마피아단의 두목처럼 보였었다. 그래서 전체적인 흐름이 어둡고 무거워 영화관을 나오면서 개츠비에게 위압감 같은 것을 느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위압감과 전혀 다른 연민이다. 개츠비의 역할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내가 달라진 것이다.(p.279~280) - 「그는 왜 위대한가」 중에서

 

저자 : 이향아

 

충청남도 서천 출생. 1963~66년 [현대문학] 3회 추천을 완료하여 문단에 올랐다.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첫 시집 『황제여』를 시작으로 『강물 연가』, 『껍데기 한 칸』, 『동행하는 바람』, 『살아있는 날들의 이별』, 『오래된 슬픔 하나』, 『환상 일기』, 『화음』, 『온유에게』, 『별들은 강으로 갔다』, 『안개 속에서』 등 24권을 발간했으며, 수필집으로 『쓸쓸함을 위하여』, 『하얀 장미의 아침』, 『불씨』 등 16권, 문학이론서 및 평론집으로 『창작의 아름다움』, 『시의 이론과 실제』, 『삶의 깊이와 표현의 깊이』, 『우리 시대 이향아의 시 읽기』 등 8권, 영역시집 『In A seed』, 한영대조시집『By The Riverside At Eventide』를 펴냈다. 시문학상, 한국문학상, 윤동주문학상, 창조문예상, 아시아기독교문학상, 신석정문학상 등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고문, 문학의집·서울 이사, 호남대학교 명예교수로 활동 중이다.

담시집譚詩集인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는 세속적인 가치를 비판하고, 이 비판적 사랑을 통해 순수한 향기와 빛깔로 세워진 고용한 궁전과도 같은 나라라고 할 수가 있다. “살고 싶은 나라 하나 세우는 일, 죽어서 묻힐 나라 세우는 일, 반역으로 혁명을 일으키지 않고, 숨어서 몰래 모반하지도 망명도 하지 않고, 원하던 나라 하나 비밀처럼 세우는 일”이 이향아 시인의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일 것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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