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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퍼즐 - 기술봉쇄의 역설, 패권전쟁의 결말
전병서 지음 / 연합인포맥스북스 / 2025년 7월
평점 :

<북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대한민국은 올해 풀어야 할 두 가지 난제를 짊어지고 무거운 마음으로 2025년을 출발했다. 내적으로는 위헌·불법 비상계엄에 따른 정국 안정화가 필요했다. 비상계엄에 따른 극도로 혼란한 국내 정치 상황은 탄핵·파면으로 정치적 난맥상을 보였고, 진보·보수 지지층의 극한 대결은 하루도 빠짐없이 시위가 일어났다. 특히 보수 진영은 일부 극우 세력의 극단적 개입에 의한 법원 난동 사건으로 치닫기도 했다. 대외적으로는 실추된 국격 문제는 뒤로 하고,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폭탄은 우리의 경제가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로 하루도 맘 편한 날이 없었다. 또 8월 삼복 더위 중인 한반도는 날마다 '폭염 경보' '열대야' 등 폭염 신기록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한마디로 한반도가 펄펄 끓는 가마솥 위에 걸쳐 앉은 형국이다.
우선 국내 정국은 대선 결과 이재명 정부가 공식 출범함으로써 다소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물가 폭등, 자영업 등 내수 부진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국내 경제의 먹구름은 여전히 안갯속을 걷는 듯하다. 특히 새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 불확실성은 지워지지 않아 상당 기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공통된 의견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으로부터 많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불확실성을 높여 주는 요인으로 작동할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7월 말 관세 협상은 끝났고, 다소 아쉽지만 협상단의 노력과 기업들의 자발적 협상 지원이 있었다는 점은 우리 경제 자산으로 볼 수 있어 최소한의 만족이 된다는 정부 측 발표는 조심스런 협상 발걸음을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보여 불안 요소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는 점은 국민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미 관세협상 결과, 미국이 우리나라에 8월 1일부터 부과하기로 예고했던 상호 관세 25%는 15%로 낮아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월 30일 오후 5시(미국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끝에 한미 간 관세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6월 새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주축으로 기획재정부, 외교부, 농림축산식품부, 국무조정실 등이 8월 1일 상호관세 유예시한을 앞두고 관세 인하를 위해 숨가쁘게 달려왔으며,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상호호혜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게 됐다."(정책 브리핑)

이 책 『차이나 퍼즐』은 저자 전병서가 미중 기술패권전쟁의 한가운데서 해답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차이나 퍼즐'이라고 만든 조어이다. 출판사 측 소개글에 따르면 우리의 OEM 공장이었던 중국, 이젠 그 머슴이 돈 벌어 손님이 됐다. 심지어는 밉상에 가까운 ‘손놈’ 짓도 한다. 극중(克中)하고 싶다면, 중국에 서 돈을 벌고 싶다면 지중(知中)이 먼저다. 시진핑과 트럼프, 두 강대국 리더의 치열한 맞대결, 미국의 전례 없는 기술봉쇄와 그 이면에 숨겨진 역설,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패권전쟁의 결말까지. 지금 '차이나 퍼즐'을 풀어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한국은 중국을 피하는 방법이 아닌 즐기는 방법을 깊이 연구해야 한다는 취지의 집필 취지를 밝힌다. "중국이 싫다고 피할 수만은 없다. 지정학적 숙명 때문에 2,000여 년간 마주보고 있는 가장 가까운 나라지만 돌아누우면 지구 한 바퀴를 돌아야 만날 수 있는 나라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기술, 중국의 재료와 시장을 가지고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 대한민국에게 미·중 양국에 걸치는 양다리 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p.5)
저자는 이에 따라 AI 시대 반도체를 잡는 자가 권력을 잡는다고 말한다. 한·중 간에는 완전히 끊어낼 수 없는 '반도체 기술'의 인연이 있다고 밝힌다. '제조 시대 산업의 쌀은 철강'이었지만 'AI 시대 산업의 쌀은 반도체'라고 지적한다. AI 시대 석유는 데이터라고 하지만 데이터에서 IP를 뽑아내려면 반도체가 필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첨단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은 기술은 있지만 공장이 없어 문제고, 중국은 공장은 있지만 기술이 없어 문제다. 한국과 대만은 첨단반도체기술도 있고 공장도 있다. 이 첨단반도체를 두고 미·중이 경쟁을 벌이면서 대만해협이 가장 위험한 3차 대전의 발원지가 될 가능성이 있고, 대만해협 위기는 한국의 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전 세게 AI 시대의 석유의 92%가 대만해협을 타고 흐르고 있다. AI 개발에 필요한 최첨단반도체의 92%를 대만의 TSMC가 생산하고 있고 나머지를 한국이 생산한다. 미사일, 드론, 로켓, 머스크의 스타링크 모두 첨단반도체칩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대만을 잃으면 4차 산업혁명이 아니라 정보의 원시시대로 회귀하고 중국은 대만을 먹으면 단숨에 4차 산업혁명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의 선두로 올라선다. 만약 대만이 폭격당하면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반도체 공급국으로 부상하지만 대만전쟁은 바로 한국 반도체 공장 파괴와 주한미군의 대만 투입을 막기 위한 한반도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은 저자는 강조한다.
트럼프의 동맹 압박에 한국은 관세폭탄과 주한미군 철수를 가장 두려운 경제안보의 후폭풍으로 걱정한다. 미국의 안보동맹으로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실익을 챙기는 것은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트럼프의 공포정치에 두려움에 떨거나 저자세로 퍼주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폭탄은 전 세계를 상대로 다 하는 것이고 한국도 반도체와 배터리 투자를 무기로 협상하기 나름이다. 또한 주한미군 문제는 대만해협의 위기 상황 시 한반도 주둔 미지상군이 가장 신속하게 '대만의 반도체라인 방어'에 투입될 수 있는 '오 분 대기조의 역할'이 새롭게 생겼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터무니없이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분담금을 내지 않는다고 해서 바로 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금 동아시아는 우·러, 이·팔전쟁에 이는 세계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중국 공격이 아니라 중국의 대만 공격이 언제일 것인가가 문제다.
이 책은 모두 8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제조의 덫’에 빠진 미국, ‘달러의 덫’에 빠진 중국〉, 2부 〈트럼프노믹스 2.0에 대한 7가지 대예측〉, 3부 〈25년간 지속되어 온 ‘중국 위기론’의 진실〉, 4부 〈차이나 퍼즐, 중국이 과학기술에 강(强)한 이유〉, 5부 〈미·중 기술패권 전쟁의 승자는?〉, 6부 〈반도체전쟁 시대, 대만문제는 한국문제다〉, 7부 〈다시 풀어야 할 차이나 퍼즐〉, 8부 〈향후 5년 새정부의 바람직한 대중 전략은?〉 등이다. 각 부는 4~6개의 장(章)으로 구성돼 각 부의 주제에 수렴된다.

트럼프 2기는 시작되자마자 전 세계에 관세폭탄을 들고 위협했다. 세계 경제는 비상이 걸렸고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트럼프 1기 때는 단순히 '미·중 무역전쟁'이란 타이틀로 정의될 정도로 미·중의 패권 경쟁이라고 진단되었다. 세계 각 나라도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트럼프의 1기가 끝나기를 조용히 기다리는 형국이었다. 예상(?)대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고 미국의 경제 정책은 바뀌었다. 긴장되었던 세계의 각 나라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조 바이든의 건강이 악화돼 재집권 가능성이 낮아지자 민주당은 서둘러 현직 부통령 카멜라 해리스를 내세웠으나 트럼프에 대권을 내주고 말았다. '위대한 미국'을 기치로 내건 트럼프의 선거 전략과 미국 백인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관세, 미국 내 직접 공장 설치 등을 패키지로 묶어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결국 트럼프는 당선됐고, 그의 선거 공약대로 중국과의 패권 전쟁은 물론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폭탄을 퍼부었다.
그렇다면 트럼프 2.0은 중국을 좌초시킬 수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근본적인 문제는 '트리핀의 딜레마*'다. 달러를 세계에 공급해야 미국의 영향력도 세계경제도 커지는데 이 과정에서 무역수지 경상수지의 적자는 필연이고 무역수지의 적자는 미국의 고용에 영향을 준다. 트럼프 대통령과 스태프들은 달러 패권 강화와 제조업 부활,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글로벌 무역·금융·안보 체계 개편을 추진하고자 '마러라고 협정(Mar-a-Lago Accord)을 구상했다. 소위 트럼프식 '트리핀의 딜레마' 극복 방안이다.
미국의 기축통화 지위는 그대로 유지하고 '관세(무역적자 해소)와 환율 조정(강달러 관리) 조합'을 통해 미국의제조업을 부활시키고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관세폭탄 전략을 트럼프 전략의 핵심 도구이자, 환율 조정 및 안보비용의 조정을 강요하는 패로 쓴다는 것이다.
* 트리핀의 딜레마(Triffin's Dilemma): 미달러의 기축통화 역할로 인해 미국 국제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1950년대 당시 미국 예일대학교 교수였던 로버트 트리핀(Robert Triffn)이 주장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트리핀의 패러독스’라고도 불린다.(두산백과)

2024년 중국은 3,143만 대의 자동차를 구매해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부상했고 전기차도 1,223만 대 구매하며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1,646민 대, 전기차 판매량은 146만 대였다. 코로나 불황에도 2023년 중국은 전 세계 명품의 38%를 구매했고, 전 세계 벤츠 판매량의 36%를 구매하는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14%였다. 반도체 소비 역시 전 세계 시장의 31%로 미국의 26%보다 크다.
한국은 자동차, 핸드폰, 화장품, 유통업, 커피 프랜차이즈까지 중국에서 되출되면서 중국 위기론에 힘을 실었지만 미국의 GM과, 포드, 테슬라, 애플, 에스터로더, 윌마트, 스타벅스는 중국에서 여전히 장사하고 있고 퇴출했다는 예기도 없다. 미국 정부가 나서서 첨단기술과 공장은 중국에 가져가지 말라는데도 세계 전기차 1위인 미국의 테슬라는 중국에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전기차 공장을 지었고 FSD(Full Self Driving)까지 중국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치명적 경쟁력 약화와 전략적 미스를 중국 시장의 폭망으로부터 치부하며 '감정경제학'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한국의 대중국 관점의 냉정한 현실이라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과 우리의 관계가 철저히 서로의 이해 관계에 따라 움직이면 될 뿐 이념이나 정책의 관계는 끼워넣어 입지를 좁게 가져갈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돈에는 감정도 애국심도 없다. 돈 되면 들어가는 것이고 돈 안 되면 나오는 것"이란 말로 깔끔하게 정리한다. 중국에서의 한국 기업 퇴출을 두고 중국 위기론을 떠들며 중국 망했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팩트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 1972년 개봉된 영화 '대부(The Godfather)'의 명대사를 인용한다. "돈을 앞에 두고 적을 미워하지 마라". 분노하면 판단력이 흐려져, 일을 그르치기 때문이다. 한국이 명심해야 할 말이라고 역설한다.
저자는 이와 함께 6.25 때 중국과 서로 총부리를 맞댄 한국은 중국과 사상의 동지, 이념의 친구였던 적이 없다. 단지 지난 30여 년간 중국은 기술과 자본이 필요했고 한국은 생산공장과 시장이 필요해 만났을 뿐이라고 덧붙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중국'을 하나의 거대한 국가로 인식하고 복잡한 퍼즐로 바라본다. 중국에 대한 시선을 여러 각도로 분석해 하나하나의 퍼즐 조각을 완성된 그림으로 맞춰나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는 저자 스스로의 중국 현장 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실질적이고 입체적인 시각으로 조명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 중국을 경제, 정치와 문화를 각각 이해하고 철저히 분석해 맞춰 들어가고 그들 고유의 세계관에 대해서도 충분한 경험과 통계 등을 활용해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기존 미국이나 서구 중심의 시선으로 보고 오해를 낳기보다 중국과는 철저히 비즈니스 개념으로 접근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현실적 방안으로 이해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의 GDP 성장률와 국민의 삶의 질이 골고루 향상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국영기업 중심의 비효율, 통계 수치 왜곡, 내부 부채 문제 등을 통해 중국 경제의 이면을 파헤친다. 중국이 실제 어떤 위험을 안고 있는지도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 정권의 정책 방향이 단순한 경제 성장보다는 ‘체제 수호’와 ‘질서 유지’에 더 집중하고 있는 점도 저자는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진핑의 중국 내 경제 정책의 변화와 한계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지금 중국은 역사적 경험, 지도자의 정치적 철학, 민족주의와 중화사상의 부활, 그리고 디지털 통제의 강화 등은 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저자는 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중국을 평가하고 '차이나 퍼즐'을 꿰맞추려는 거의 모든 시도는 실패할 수 있다는 암시를 준다.
중국은 모방이 혁신을 낳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나라다. 베낀다고 욕했지만 돌아서면 베낀 것을 넘어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 원작자의 뒤통수를 치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중국인이다.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사회주의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을 보는 ‘관점의 수정’ 없이는 절대 중국을 못 이긴다.(p.335)
저자 : 전병서
‘반도체 산업과 중국 경제(Chip & China)’에 관심이 많고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세계 제패를 해야 한국이 살고 미ㆍ중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당당하게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의도 금융가에서 17년간 반도체/IT 애널리스트로 일했고, 그 후 18년간 중국 경제와 중국 산업을 연구했다. 금융가에서 반도체/IT 애널리스트로 일할 때에는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펀드매니저로부터 베스트라는 찬사를 받았고 애널리스트 업계에 살아 있는 전설로 불렸다.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대우증권 상무와 한화증권 전무를 지내면서 리서치본부장과 IB본부장을 역임했다. 중국 베이징 칭화대에서 석사, 상하이 푸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 분야는 중국 금융 시장과 중국 성장 산업이고 중국 반도체/IT 산업에 관심이 많다. 중국 칭화대, 베이징대, 푸단대의 CEO 과정에서 공부하면서 중국의 다양한 산업 CEO들과도 교류했다. 중국에서는 상하이한화투자자문, 상하이 중국경제금융연구센터에서 일했고 코트라 상하이 차이나데스크 자문위원을 지냈다.
저서로는 『기술패권시대의 대중국 혁신 전략』, 『돈의 흐름을 꿰뚫는 산업 트렌드』, 『중국 금융산업지도』,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중국 100년의 꿈, 한국 10년의 부』, 『한국의 신국부론, 중국에 있다』 등이 있다.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MBA 학생들에게 중국경제론, 중국자본시장론, 중국 비즈니스 사례 분석, 국제금융 이슈 분석, 글로벌 공급망 분석 등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대학과 기관의 CEO, CFO, E-MBA 과정에서 중국 경제와 금융에 관한 특강을 하며 중국 진출 기업에 경영 자문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