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 - 신라공주와 페르시아왕자의 약속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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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공주와 페르시아 왕자의 만남, 마침내 밝혀지는 페르시아 서사시 《쿠쉬나메》의 비밀. 실크로드의 서쪽과 동쪽 끝, 신라와 페르시아의 숨겨진 역사가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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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 - 신라공주와 페르시아왕자의 약속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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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를 재밌게 읽으려면 세 개의 핵심어를 유의해서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쿠쉬나메'와 '아프라시압 궁전 벽화', 그리고 '처용'이다. 신라 시대의 향가인 '처용가'에 등장하는 인물 처용은 "신라 현강왕 때, 홀연히 한 사람이 기이한 몸짓과 괴이한 복색을 하고 임금 앞에 나아가더니, 노래와 춤으로 덕을 찬미하고 임금을 따라 서울(경주)로 들어갔다. 그는 자기를 처용이라 불렀으며 언제나 달밤이면 시중에서 노래 부르고 춤을 추었으나, 끝내 그가 있는 곳을 알지 못하였다. 당시 그를 신인(神人)이라 생각하였다. 후세 사람들이 그 일을 기이하게 여겨, 이 노래를 지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를 기록한 『삼국유사』에서는 처용을 용의 아들이라고 하였지만, 처용의 신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다. 실제로는 당시 울산 지방에 있었던 호족의 아들이라고도 하고, 혹은 당시 신라에 내왕하던 아라비아 상인일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처용탈의 생김이 매우 이국적인 것과 『고려사』 악지에 기록된 처용의 모습을 비춰볼 때 그가 외국인일 가능성은 꽤 크다. 독자가 고등학교 때 배운 내용이다.

또 아프라시압 궁전 벽화(Afrasiab Painting)는 1965년에 우즈베키스탄의 옛 사마르칸트 지역에서 발굴된 스키타이-소그드의 대표적인 예술 유적이다. 7세기 중반에 완성되었다고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쪽 벽화의 중앙 부분에서 고구려 사신들이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다. 사마르칸트 일대는 예전부터 실크로드 중개무역을 통해 동서양 문명 교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지역이라, 벽화에 그려진 차가니안등 각국에서 온 외교 사신들을 통해 당시의 외교상황을 알아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 서벽에는 고대 한국인의 사신들을 중심적으로 보이고 있다. 벽화 속에선 고구려인 두 명이 확인돼 국내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고구려 특유의 복식인 조우관(鳥羽冠, 새의 깃으로 장식한 모자)을 쓰고 환두대도(環頭大刀, 둥근 고리가 달린 큰 칼)를 찬 모습이었다.



쿠쉬나메는 7세기 중엽 통일 신라 전후의 신라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페르시아 구전 서사시이다. 쿠쉬나메는 이슬람 이전 시기 영웅의 서사적 내용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오랫동안 구전으로 내려오던 페르시아의 전통적인 서사시이다. 물론 구전 서사시이기 때문에 조선시대 임진왜란때 조선군들이 해전에서 일본군에게 역공을 가한 뒤, 일본까지 침공해서 일본을 정복한다는 내용의 임진록같은 서사시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소설에서 알 수 있는 건 당시 통일 신라와 사산조 페르시아가 서로 친한 동맹국이었거나 가까운 관계임과 동시에 서로 교류가 활발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쿠쉬나메는 신라인과 페르시아인 사이에서 태어난 신라의 혼혈인인 페레이둔이 나중에 페르시아를 망하게 한 이방인 이슬람 왕조로부터 페르시아를 구하기 위해 이슬람 왕조로 쳐들어가서 그들을 모두 무찌르고 평화를 되찾았다는 내용이다. 스토리도 임진록과 비슷하게 흘러가긴 한다. 쿠쉬나메에서 '쿠쉬'는 인명(人名)이며, '나메'는 페르시아어로 서적을 통칭한다. 따라서, 쿠쉬나메는 쿠쉬라는 주인공을 다룬 저서 즉, '쿠쉬의 책'이다. 일반적으로 페르시아 서사시가 도덕적이고 덕이 많은 정의의 화신인 영웅의 이름을 따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쿠쉬나메의 쿠쉬는 폭압자이고 기이한 용모를 지닌 악의 대상으로 존재한다. 이 점이 쿠쉬나메의 독특한 설정이다. 더욱이 쿠쉬는 한 이름으로 두 명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전편의 쿠쉬는 바그다드에 도읍한 폭정자 아랍의 임금님(Tazikan)으로 묘사되고 후편의 쿠쉬는 중국과 주변국인 마친(Machin)의 왕으로 등장한다.(위키백과)



이 소설 『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는 신라와 페르시아의 오랜 역사적 인연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페르시아, 곧 오늘날의 이란은 대한민국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다.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은 한국 경제발전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한국인들의 핵심적인 집단기억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저자는 어릴 때 이란 건설 책임자인 아버지를 따라서 이란에 살았던 친구로부터 페르시아의 매혹적인 설화를 전해 듣게 되었으며, 그 설화가 소설 구상의 시작이었다. 그 과정에서 저자 이상훈은 테헤란로의 비밀을 밝혀낸다. 테헤란로는 역사의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설화는 옛날 페르시아 왕자의 이야기이다. 페르시아가 아랍인들의 침략으로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왕자는 다른 나라로 몸을 피하게 되었는데, 그곳이 놀랍게도 실크로드 동쪽 끝의 머나먼 나라, 신라(바실라)였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점은 그곳에서 페르시아 왕자가 신라 왕의 환대를 받으며 신라 공주와 결혼까지 했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결국 페르시아 제국을 재건했다는 뒷이야기였다. 11세기경 이란의 대학자인 이란샤 이븐 압달 하이르가 편찬한 고대 페르시아 서사시 《쿠쉬나메》에 전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이 놀라운 설화에 얽힌 역사적 증거들을 차근차근 조사해 왔다. 역사 미스터리로 이미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소설가 이상훈. 그는 『한복 입은 남자』, 『제명 공주』, 『김의 나라』 등 치밀한 역사적 고증과 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한 장편소설들로 그는 역사 미스터리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오랜 취재와 자료 조사를 거쳐 새로운 역사 미스터리 소설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1,400년 전, 신라와 페르시아다.



이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한 부분은 증거에 따른 고증과 작가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이야기다. 다른 한 부분은, 한국과 이란의 역사적 인연을 탐구하는 작가의 여정을 일종의 소설적 분신으로 형상화한 것이다.(여기에는 한국의 여러 이란 연구자들은 물론, 민간 교류에 헌신해 온 여러 숨은 공로자들의 모습도 투영되어 있다) 이 파트에서는 다큐멘터리 피디 안희석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출생의 비밀이 그려진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두 파트는 서로 교감하며 한뜻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페르시아에 관련한 자료란 자료는 모두 섭렵하며, 방대한 역사적 데이터에 기반해 소설을 구상하고 한편으로는 간명한 구도와 쉽고 명쾌한 문장들 속에서, 자신이 보고 느끼고 추론하고 또 상상했던 과거와 현재의 한국, 그리고 페르시아의 모습들을 밝혀낸다. 그리고 서구인들의 단선적인 가치관 속에 파묻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에도 중요한 의미와 가치가 있었음을, 그리고 페르시아와 신라인들의 개방성이 높은 수준의 문화적 성취를 이뤘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각인시킨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매혹적인 미완의 이야기가 마침내 빼어난 한 편의 현대소설로 완성된 셈이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소설의 구상과 자료 조사, 취재 및 집필 때까지의 자세한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역사 전문가들이 퍽 괴이하게 여기는 신라 유물들이 있다. 왜 이게 여기에 있지?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가령 신라 금관을 보자. 오늘날의 우즈베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부근, 옛날에는 소그디아나(소그드)라고 불렸던 페르시아계 왕국의 자리에서 발견된 금관과 똑같다. 그리고 원성왕의 무덤, 일명 괘릉의 무신상을 보자. 코가 크고 눈이 깊으며 꼬불꼬불한 수염이 풍성한, 전형적인 코카서스인 남자가 터번을 쓰고 방문객들을 노려본다. 송림사에서 발견된 페르시아 스타일로 세공된 유리잔은 또 어떤가. 상원사 동종, 경주 월지 입수쌍조문, 계림로 보검에 이르기까지, 단순히 실크로드를 건너서 물건만 왔다고 보기에는, 신라와 페르시아, 곧 이란과 한국의 인연은 범상치 않다. 저자의 느낌은 상상력을 더해 소설을 구상했고 집필했다.

대중적 인기는 물론 문학성 역시 인정받은 저자는 예전부터 이 미스터리에 주목해 왔다. 취재 결과 페르시아 왕자가 신라로 왔다는 역사 기록은 없었다. 이란에서 한국에 오려면, 천산산맥을 넘고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 중국 대륙을 횡단한 다음 황해를 다시 건너야 한다. 또는 해로로 거대한 인도양을 뚫고 말라카 해협을 통과해, 남중국해를 거쳐 남해로 들어와야 한다. 그 옛날에 이 먼 여정이 가능할까 의심했던 사람들은 페르시아 유물은 물론 이란계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여러 증거들-삼국유사의 처용, 이란인들의 춤을 묘사하는 최치원의 시 등-도 오랫동안 무시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발견된 《쿠쉬나메》가 신라와 페르시아의 인연을 검증하는 데 크나큰 전환점이 되어주었다. 이것은 신라 공주와 페르시아 왕자의 로맨스가 존재했음을 말해주는 서사시 기록이다. 여기에 탄력을 받은 작가는 관련 자료란 자료들을 모두 섭렵하며 이 로맨스가 어떻게 가능할지를 치밀하게 살폈고, 마침내 이 역사소설을 완성했다. 저자는 “역사소설은 역사적 팩트에 근거해서, 기록이 누락된 부분을 상상력으로 메꾸거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작업이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신라 공주와 페르시아 왕자의 로맨스를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역사소설에 딱 어울리는 작업이다. 앞서 살폈듯 공식적인 기록이 미비하지만, 유물이나 설화 등 기타 증거들은 아주 풍부하니까. 사실 기록이 아주 없지는 않다. 사마르칸트에 방문한 한국인들-이들의 복식은 그들이 한반도의 왕국으로부터 왔음을 더없이 잘 말해준다-을 정확히 묘사한 벽화나, 둔황 석굴에서 기적적으로 발견된 혜초의 여행기는 신라로부터 페르시아로의 여행이 충분히 가능했고, 실제로 그 여행을 한 사람들이 있었음을 증명한다. 작가는 그 길을 따르며 역사가적 진지함과 이야기꾼의 경쾌함을 환상적으로 조합하며 역사소설을 풀어나간다.

"사마르칸트에 온 신라의 사신은 젊은 화랑이었다. 십칠팔 세 정도의 어린 나이인 신라 사신은 새의 깃털을 양옆으로 꽂은 모자를 쓰고 칼을 차고 있었다. 칼은 신기하게도 손잡이 끝이 둥글게 되어있었다. 복장이 고급스러우면서도 단정했고 예의가 바르고 총명하게 보였다. 아비틴은 신라의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다."(p. 036, 「페르시아 제국의 멸망」 중에서)




저자 : 이상훈

경남 밀양출생으로 마산고와 성균관대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수학했다. KBS 공채 피디로 방송에 입문, SBS 개국에 참여해 수많은 히트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채널A 제작본부장으로 채널A 개국을 진두지휘했다. 그 후 대학교수로 재직하며 많은 글을 발표했다. 일찍이 방송계의 전설적인 스타 피디로 알려졌으며, 방송프로그램 연출과 대본을 직접 집필해 작가로서의 능력을 인증받았다. 첫 에세이집 《고향생각》이 20만 부 이상 팔리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고, 이어 《더 늦기 전에 부모님의 손을 잡아드리세요》, 《상식이 통하는 나라에 살고 싶다》, 《유머로 시작하라》 등의 책을 출간해 반향을 일으켰다.

2014년 첫 소설 《한복 입은 남자》가 국민적인 관심 속에 베스트셀러에 올라 지금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한복 입은 남자》는 현재 미국 메이저 OTT 회사에서 글로벌 콘텐츠로 드라마 제작이 추진되고 있다. 백제의 의자왕과 일본 여자 천황인 제명천황과의 사랑과 일본 탄생의 미스터리를 추적한 두 번째 소설 《제명공주》는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세 번째 소설 《김의 나라》는 역사소설의 최고 권위 있는 상으로 일컬어지는 제16회 류주현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김의 나라》는 드라마 판권계약이 체결되어 현재 드라마 제작이 진행 중이다. 수상경력으로는 한국방송대상, 한국프로듀서 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보건복지부 장관상, 상록회 대상, 자랑스러운 한국인 상, 류주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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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물어도, 예스
메리 베스 킨 지음, 조은아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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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미국은 세계 최고의 부자 나라, 세계 최강의 지배 국가의 자리에 우뚝 서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차별 의식, 부익부빈익빈의 심화, 개인주의의 발달, 총기 허용 등으로 많은 사회적 문제를 내포하고 한 번씩 분출하듯 폭발하고 있다. 사회 조직의 근간인 가족과 이웃 공동체의 붕괴 등도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어 '살기 좋은 나라'로 꼽히지 뭇한 실정이다. 많은 사회학자들은 이런 상태로 지속된다면 미국은 세계 으뜸국가의 위치를 잃을 뿐 아니라 사회 붕괴마저 우려된다고 경고하는 등 안정된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미국 사회에 경종과 희망을 주는 아주 잘 만들어진 소설 한 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원작은 지난해 나왔지만 우리나라 출간은 올해 이루어졌다. 소설 『다시 물어도, 예스』가 그것이다. 이 소설은 1970년대 미국 뉴욕의 교외에 사는 평범한 두 가족에게 일어나는 비극과 용서, 희망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소설은 40년에 걸친 두 이웃의 비극과 처절한 사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묻는 감동의 드라마다.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킹이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우아한 문체가 돋보인다.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삶에 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이 소설은 미국 사회를 사로잡았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피플〉 〈보그〉 〈엘르〉가 2020 ‘올해의 책’으로 각각 선정했다. 오늘날 세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지배력 있는 미국이 사회의 가장 기본적 구성체인 가족, 이웃 간의 해체를 인식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이 소설의 가치는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이 소설은 미국 사회뿐만 아니라 풍요로운 물질 문명을 누리는 모든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가족과 이웃의 해체라는 물질만능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이 드러나는 시대라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공통의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있다. 독자 역시 같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이 소설을 읽었다.



"살다 보면 힘들게 얻은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할 수 있고, 견고해 보이던 부부나 부모 자식 사이가 멀어질 수 있다. 누군가가 나쁘거나 일방적인 가해자라서가 아니라, 가족 중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일상의 물결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말 때가 있다. 그래서 공동운명체인 가정에는 언제나 위기가 도사리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이라는 사실이 희망의 실마리가 되곤 한다." 이 소설의 주제를 담은 이 소설의 짤막한 소개 문장이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데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위기'에는 늘 그 위기 안에 '희망'과 '기회'가 있다는 메시지를 줌으로써 용기를 되찾고 삶을 더욱 아름답게 가꿔갈 힘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경찰학교 동기이자 동료 경찰인 프랜시스 글리슨과 브라이언 스탠호프는 뉴욕 교외에 사는 이웃이다. 두 가정은 각자 말 못할 속사정을 가지고 있다. 프랜시스의 아내 레나는 외로움을 안고 있으며, 브라이언의 아내 앤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 이로 인한 비극적인 사건은 두 가족을 뒤흔들지만 프랜시스의 딸 케이트와 브라이언의 아들 피터 사이에 사랑이 피어나, 두 가족의 끈질긴 인연이 이어진다. 케이트와 피터의 사랑, 가족 간의 연대는 과거의 상처로 인해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르지만 다정함과 관대함 그리고 품위가 마침내 모든 것을 품는다.



때로 인생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혹은 감정적으로 상처를 주고받게 된다. 가족과 용서라는 중요한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 소설은 그래서 가슴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는 다른 누군가를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용서할 수 있을까? 용서란 약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강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모두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가슴 깊이 느낄 것이다. 용서는 남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어는 철학자의 말이 가슴 깊이 새겨지는 대목이다.

『다시 물어도, 예스』는 뉴욕 경찰국의 신입 경찰인 프랜시스 글리슨과 브라이언 스탠호프는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뉴욕 외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의 이웃이 된다. 프랜시스의 아내 레나가 세 딸을 낳는 동안 브라이언의 아내 앤은 첫아이를 유산한 후 아들을 낳는다. 프랜시스의 막내딸 케이트와 브라이언의 외동아들 피터는 둘도 없는 친구로 자란다. 케이트와 피터가 10대가 되어 서로에게 사랑을 느낄 즈음, 평화롭게만 보이는 두 가정에 불안하게 가려져 있던 불행의 씨앗이 싹을 트기 시작한다. 앤의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가족은 물론 이웃들도 쉬쉬하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피터가 밤늦게 케이트를 불러 결혼을 약속한 날, 앤의 불안정과 폭력성이 극한으로 치닫고, 프랜시스의 가족까지 휘말리는 비극적인 사건이 터지고 만다. 이 일로 두 가족의 일상과 미래는 예측할 수 없었던 방향으로 뒤틀린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은 케이트와 피터가 재회하며, 두 가족의 끈질긴 인연이 이어지고, 케이트와 피터가 다시 아이를 낳으면서 두 가족은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운명의 끈으로 묶이게 된다. 이들은 서로를 어디까지 용서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미래의 고전’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다시 물어도, 예스』는 다양한 시각과 이슈의 스펙트럼으로 인간과 삶에 관해 말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가정 내의 문제를 다룬 가족 드라마인 동시에 사랑의 힘으로 난관을 극복하는 로맨스 소설이며, 인간의 내밀한 동기와 감정을 그려내는 심리 소설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규정하기 힘든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자체가 바로 우리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등장인물들은 우리가 삶에서 겪을 수 있는 수많은 문제를 겪는다. 정신질환과 알코올중독,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부부 사이의 신뢰와 배신, 불륜, 신체의 병과 부모의 죽음, 해고와 퇴직 등. 실제 삶에서 그렇듯 누구 하나 문제없는 사람은 없다.

피터와 케이트의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두 가족의 인물들 모두가 주인공이다. 장(章)이 바뀔 때마다 한 인물에서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매끄럽게 옮겨 가며 40여 년간의 서사가 이어진다. 저마다의 역사와 아픔, 복잡한 내면을 지닌 인물들은 날실과 씨실처럼 교차하며 인생이라는 직물을 짜낸다. 또한 인물들은 선과 악의 틀에 갇히지 않는 입체성을 보인다. 완전한 악도 순전 무결한 선도 없다. 가해자가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모든 인물이 잔인한 구석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영웅적이고 인내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비틀거릴지언정 방향을 잃지 않는 이들의 삶의 여정은 깊고 겸허하다. 이것이야말로 모순적이지만 현실적이고 다층적인 관계와 인생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이 지향해야 할 공동체 사회의 기본이다.




저자 메리 베스 킨은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인들이 일상의 여러 문제를 겪는 것을 보고 해답을 찾고 싶어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힌다. 그래서인지 평범한 가정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정밀하게 뜯어 묘사해낸다. 공감과 통찰 그리고 인간 본성을 포착하는 능력은 날카롭고 문체는 우아하다. 저자는 다양한 배경과 성향을 가진 인물들의 정신세계를 무척이나 세심하게 그려내, 독자는 인물들에게 쉽게 몰입하며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받아 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사건이 너무 우울하거나 자극적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미국 사회가 그렇듯이. 두 가족, 두 세대의 일상에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삶에 끼어들어 일상을 흔들어놓는다. 하지만 지지와 사랑의 토양에 깊이 뿌리박은 가족은 흔들려도 뿌리 뽑히지 않는다. 그래서 그 많은 고통스러운 일을 겪은 후에도 우리는 삶을 긍정하며 “예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을 긍정적으로 끝내고 싶었어요. 이야기 속 인물들이 가슴 아픈 세상을 잘 헤쳐 나갈 거라는 걸 알아요. 삶이든 사랑이든, 무엇이든 간에 어떤 시점에 이르면 모두 견딘 가치가 있죠.”

메리 베스 킨은 두 가정 내의 문제를 밀착해서 그리지만, 이것은 특정 가정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아주 깊으면서도 보편적인 우리 삶의 문제다. 그리고 이 소설이 말하는 가족의 연대와 지지, 타인에 대한 용서와 수용은 빤한 말처럼 들릴지 몰라도 요즘 우리 삶에서 쉽게 보기 힘든 가치다.



피터가 프랜시스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네, 안녕하세요. 제퍼슨가 1711번지로 사람 좀 보내주실래요? 네, 서둘러주세요. 엄마가 아빠 총을 가지고 있어요.”

레나는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입을 막았고 사라와 내털리는 창문으로 내달렸으며 케이트는 피터만 바라보았다. 프랜시스는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한 일이다. 저 아이가 오해한 것이다. 목격자들이 엉터리 증언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예전에 엄마가 아빠의 총을 가져간 적이 있기 때문에 또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프랜시스와 브라이언은 길럼의 어른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한 가지 사실쯤은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알았다.(p.112)

이제 모든 게 괜찮아질 것이다. 두 가족 모두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지금부터 그들의 인생은 얼마든지 즐겁게 흘러갈 수 있다. 케이트는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명절 때마다 제퍼슨가에 와서 언니들과 소파에 앉거나 커피를 만들어주거나 나무 밑에서 선물을 꺼내 이름을 부르는 피터의 모습을 떠올렸다. 조지와 로잘린이 함께해도 좋을 것이다. 아무리 끔찍한 일도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할 수 있다. 그들의 불운한 이야기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겠지만 비극적 결말이나 목숨을 잃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p.304)



“지금은 전보다 상황이 나아졌지. 나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닌가? 하지만 어려움이 더 많이 찾아올 수 있잖아. 어쩌면 이제 시작인지도 몰라. 그런 생각 해본 적 있어? 우리는 어른이 되고 파트너가 되고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거야. 정말 아무것도. 어쩌면 여전히 모를 수도 있어. 이런 걸 그때 알았더라도 당신이 승낙했을까?”

“지금은 다 알잖아. 그러니까 물어봐.”

하지만 그는 적절한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힌트를 줄게.” 그녀가 그의 손을 꽉 잡았다. 그가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도 지금도, 내 대답은 예스야.”(p.441)

저자 : 메리 베스 킨

버나드칼리지를 졸업하고 버지니아대학교에서 순수미술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립도서재단의 ‘35세 이하 5인’에 선정되었고 소설 부문에서 존 시몬 구겐하임 펠로우십을 수상했다. 현재는 뉴욕의 펄 리버에서 남편과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걷는 사람들THE WALKING PEOPLE》, 《열기FEVER》가 있으며, 최신작 《다시 물어도, 예스》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8주간 머무르며 주목을 받았다.

역자 : 조은아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학과를 졸업했다. 현재는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살인 카드 게임》, 《암,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진실》, 《구아파》,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 《돌팔이 의사》, 《루머》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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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신병원에 놀러간다 - 편견을 깨고 문턱은 낮추는 원무과 직원의 단단한 목소리
원광훈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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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운 ‘병원’으로서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하고 치료받아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정신병이 숨겨야 할 치부가 아닌, 주변의 배려를 받아 치유해가는 사회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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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신병원에 놀러간다 - 편견을 깨고 문턱은 낮추는 원무과 직원의 단단한 목소리
원광훈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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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는 정신병원에 놀러간다』는 자칫 잘못 쓰면 비난의 대상이 될 범주의 책을 무난히 펴낸 것으로 보인다. 정신병원은 교도소만큼,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소외된 곳이다. 우리가 TV로 보는 정신병원은 일부 병원의 정상 시스템 아래에서의 모습이기에 자칫 빈껍데기만 보여주는 우(愚)를 범하기 쉽다. 물론 원무과에 근무한다는 것은 책의 진정성이나 사실을 나타내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원칙적으로 치료와 진료를 담당하지 않은 지원 부서이기 때문에 자칫 미화될 우려가 있어 독자들의 신뢰감이 제대로 반영되게 쓰기 어렵다는 뜻이다.

원무과는 병원 운영에 관한 각종 행정사무를 보는 의료 지원 부서이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신상 정보를 알기 어렵고, 또 밖으로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개인 정보여서 자신이 직접 진료한 의사나 환자의 보호자가 아니고서는 알기 어려운 것들을 함부로 쓸 수도 없다. 또 병원 안에서의 일체의 진료ㆍ치료에 대한 사항은 의사나 간호사가 기록하지, 원무과는 전혀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의 병동 생활이나 치료의 세부적인 내용을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서다.






물론 책을 쓰려고 필요한 재료를 얻기 위한 취재는 다른 사람에 비해 훨씬 유리한 점이 많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를 기초로 저자 원광훈은 사회 관심 사각지역의 정신병원에 관한 책을 쓴 것으로 풀이된다. 이 책은 이에 따라 정신병원 원무과 직원이 말하는 정신병원 '이용 안내서'이다. 보호자 동의가 필요한 입원과 자의 입원이 가능한 기준, 대표적인 정신병 증상과 종류, 입원 시 서류가 꼭 필요한 이유, 폐쇄 병동의 풍경 등 정신병원을 움직이는 형편과 까닭을 말한다. 감기에 걸렸거나 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 혹은 사고로 우리는 일반적으로 외상을 입었다면 병원에 가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가는 소아과나 치과는 물론 내과나 이비인후과 등 아플 때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 이런 병원은 길을 걷기만 해도 쉽게 눈에 띈다. 정신병원은 다르다. 평균적으로 다른 병원에 비해 방문해본 사람이 적고, 어디에 있는지 찾기도 쉽지 않다. 정신병원이 주는 특유의 이미지 때문에 가기 주저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마음이 아파 진단과 치료를 받고 싶다면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 책은 정신과를 필요로 하지만 편견이나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병동 내 환자의 진료 과정이나 치료 방법보다는 보호자가 알아야 할 기본 사안들이 훨씬 많다. 보호자들을 직접 만나 상황을 설명 들을 수 있는(치료진을 제외하고) 유일한 부서가 원무과다. 저자는 정신병원 원무과 직원으로 근무하며 얻은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정신과 의원과 정신병원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정신병원에는 어떤 사람들이 입원하는지, 입원비는 얼마나 나오고 면회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본다. 강제 입원과 약물 치료에 대한 이야기도 외면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정신병원에 입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벽은 엄격한 서류 제출이다. 법적 보호자임을 증명하는 서류가 없으면 설령 환자 본인이 입원을 희망해도 병동으로 올라갈(입원할) 수 없다. 이는 정신건강복지법에 의한 절차로, 정신병원을 움직이는 가장 큰 규범이다. 진단과 치료 입원과 퇴원까지 정신병원의 모든 절차는 법령에 의거하지만 이를 모르는 병원 방문객에게는 깐깐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서류가 필요한 이유, 입원비가 산정되는 기준과 할인받을 수 있는 팁, 그리고 폐쇄병동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등 병원의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의 관점에서 그동안 일일이 설명해주지 못했던 정신병원의 속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정신병원 운영은 대부분 폐쇄병동(일부는 개방병동을 운영하고 있음)으로 인권의 사각지대라고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많이 개선됐다지만 아직도 일부 정신병원에서는 환자에 대한 관리를 감시ㆍ감독으로 생각하고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반인의 편견과 잘못된 인식은 과거 정신병원들이 입원 환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부각돼 정신병원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에 일조한 것이다. 일반인들의 편견을 자초한 것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일부 정신병원들은 인권을 무시했다는 게 과거 정신병원들의 현실이었다.



책에 따르면 미디어는 그동안 정신병원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다수 소비해왔다. 멀쩡한 사람을 강제로 가두거나, 날뛰는 환자를 폭력으로 제압하는 모습을 각종 드라마나 소설 속 장면으로 사용하고, 심지어는 공포물의 핵심이 되는 배경으로까지 낙인찍었다. 현실에서도 정신병원은 이전을 요구하는 지역 주민의 요구에 시달리기도 하고, 지역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정신병원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었던 지명을 고치기도 했다. 나아가 뉴스는 중증정신질환자의 강력 범죄를 보도하고 사람들은 그 사건에 반짝 관심을 갖는다.

환자 당사자나 그 가족에게는 순간의 이슈가 아닌 여생의 일상이 된다는 점은 은연 중에 무시된다. 이렇듯 정신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조기 치료로 나을 수 있는 병이, 병원 방문을 기피하다 중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우리가 가진 ‘정신병원은 위험하다’는 편견이 사회를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의 한 소제목인 ‘만나고 몰입하세요’는 적절한 치료를 받고 원래의 활동범위와 사회생활로 돌아가려는 환자에게 제안하는 재활의 두 가지 방향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 또한 ‘정신병원’에 대해 만나고 몰입할 때가 왔다. 편견으로 뒤틀린 이미지가 아닌, 병원으로써의 정신병원을 만나고, 그곳의 환자들이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올 수 있게 흠뻑 빠져서 긍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에는 원무과 직원으로서 늘 접하고 자신이 일하는 원무과가 병원에서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에 대해 정보를 주는 안내서 역할 내용이 많이 담겼다. 현대인들은 쏟아지는 각종 정보와 매스 미디어의 무분별한 정보 제공, 필요 이상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돼 정신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사회 문제로 부각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가벼운 우울증도 방치하다간 자칫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는 병이 정신병이다.

현대의학이 놀랄 만큼 발달했어도 아직까지는 뇌 부분의 병에 대해서는 '신의 영역'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특효약도 없는 병이 대부분이며 그나마 의사나 전문가들이 발명해놓은 약이 증세를 악화시키거나 예상치 못한 특이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거기에 세상 누구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난해와 올해 일상을 빼앗기고, 경제마저 악화되는 상황이 2년 가까이 지속되자 크고 작은 정신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다. 일종의 우울증이며 이 정도의 우울증은 의사의 진료와 처방에 따라 그나마 증세를 악화시키지 않고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라 하니 다행이다. 다만 이를 치료하지 않고 더 심해질 경우 정신병으로 발전하면 훨씬 어려운 상황에 부딪칠 것을 의학계 및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경제 순환도 제대로 이뤄지길 함께 바라는 수밖에 특효약은 없는 터다.


코로나 블루처럼 가벼운 정신병 증세는 통원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다루는 정도의 병은 아니다. 그러나 정신병원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교도소'에 비견될 정도이니 가벼운 병도 병원 찾는 것 자체를 기피하다가 병울 키울 상황을 걱정하는 것이다. 이에 통원 치료는 그냥 내과 가듯이 갔다오면 될 것이고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병력 등 모든 진료 기록은 철저히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안전하게 관리되고, 의사들도 모든 의무기록이나 개인정보에 대해 '히포크라테스 선언'에도 잘 갖춰져 있다고 한다. 즉 병원을 통해 개인 정보가 빠져나가 사회에서 개인적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감기로 내과 치료를 받는다는 정도의 상담과 치료도 가능하다는 것이니 초기에 병원을 찾아 의사와 상담하고 진료에 임하는 환자의 인식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이 책은 정신병원 선택하는 방법, 원무과에서는 무슨 일을 하고 왜 불친절한지, 입원하기 싫어하는 환자 병원에 데려오는 팁, 입원 시 필요한 서류, 입원비가 어느 정도 되는지, 병동 생활은 어떤지, 치료가 가능한지, 면회 방법, 퇴원 이후 생활, 정신병의 전조 증상, 외부 편견에 대한 답변 등 다채로운 내용이 많이 담겼다. 에세이지만 자신의 이야기의 비중보다는 궁금해할 만한 실용적인 정보가 많이 담겨 있다. 저자의 말이 가장 인상적이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정신병원이 ‘병원’으로서 치료 받고 싶은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할 때다." 스스로의 마음에 이상을 느꼈다면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하고 치료받는 환경이, 정신병이 숨겨야 할 치부가 아닌 주변의 배려를 받아 치유해가는 사회 인식이 정착되어야 한다. 저자가 이 책을 낸 이유다.



저자 : 원광훈

평범한 직장인이다. 다만 병원, 그 중에서도 정신병원이 직장일 뿐이다. 정신병원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이상한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연차가 쌓여갈수록 환자들은 그저 뇌에 질환을 가진 혹은 마음에 큰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더 이상 위험하지도 무섭지도 않게 되었다. 환자가 보이기 시작하자 보호자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보호자들이 정신병원을 부정적으로 바라볼수록 환자를 치료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연달이 터진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는 정신병원에 대한 편견과 불신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이제는 문의 전화에서조차도 정신과가 어떤 곳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야 할 정도이다. 그들의 의심은 끝이 없다.

하루는 전화만 받다가 업무가 끝난 적이 있다. 참담한 마음에 ‘이건 아니다. 어떻게 정신과에 대해 이렇게 모를 수가 있을까? 어디 안내 책자는 없나?’라고 되뇌다 문득 직접 안내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현장에서 얻은 경험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엄선해서 고르고 읽으며 이 책을 준비했다. 막연한 두려움 대신 서로에 대한 도움으로 정신병원을 방문하게 안내하는 책이 되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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