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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 - 21세기 시선으로 읽는 동양고전
박찬근 지음 / 청년정신 / 2025년 9월
평점 :

<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대학 다닐 때 독자는 개인적으로 『논어』를 홀로 공부할 때가 있었다. 한문 관련 학과가 아니기에 교과목에는 없었지만 교양서로서 읽어보려 했다. 지금처럼 책이 많이 출간되던 때도 아니어서 자세하게 풀이하고 주석까지 달아 펴낸 책은 대개 대학교재나 연구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주머니가 늘 얄팍했던 독자는 문고판을 사서 갖고 다니면서 한 문장, 한 문장 외우기 시작했다. 대략 문고판에 실린 것은 원문과 해설 정도였다. 약간의 주석은 머리말이 전부였다. 분량은 많지 않아 외워볼까 욕심을 내 시작했으나 한자 실력이나 한문 이해에 문외한으로서 외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스스로 선택했던 것이라 꽤 오랫동안 버스 통학 시간에 주로 외웠다. 결국 6개월 동안 들여다보며 암송하다 중단했다. 한문학을 공부할 것도 아닌데 너무 미련스러운 공부법인 것 같아서였다. 그래도 많은 부분이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은 살아오면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논어는 이후 내 삶의 방향과 가치관을 설정하는 데 꽤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에 비해 『중용』은 이름만 들었을 정도였다. 사서삼경 중 하나라는 정도만 알 뿐이었다. 『중용』은 보통 『대학』과 한데 묶여 소개되기도 했다. 『중용』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은 해본 적 있지만 막상 중용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생활 전선에 뛰어든 이후에는 "중용을 지켜라"는 얘기는 수없이 했으면서도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말라는 견해를 전달하기 위해 입에 담는 정도였다. 누군가로부터 "중용은 좀 어려워 논어, 맹자 다음에 나이 먹고, 천천히 봐도 괜찮을 것"이라는 조언도 기억난다. 이제 와서 『중용』을 읽겠다고 시도한 것은 그때 누군가의 조언대로 '나이 먹음'의 때가 된 것일까?

「21세기 시선으로 읽는 동양고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 『중용』은 '한문 선생님' 박찬근이 쓴 책이다. 원래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지었지만, 공자의 가르침을 책으로 써서 남겼다고 한다. 중국 문화권에서는 널리 읽힌 동아시아 사상의 핵심이라 불리는 고전이다. 지금은 서양에서도 많이 번역돼 읽히고 연구되고 있다고 한다. 『중용』의 내용은 군자의 길은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보다 내면의 성실과 절제에서 비롯되며, 작은 것에서 큰 것을 이루는 과정 속에서 완성된다는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 『중용』은 주자의 해석을 바탕으로 고전의 난해한 문구를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 독자들이 ‘중용(中庸)’의 가르침을 일상의 삶과 연결해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군자는 홀로 있을 때에도 삼간다(愼其獨)”는 가르침에서부터,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는 실천적 덕목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에도 유효한 자기 성찰과 인간관계의 지혜가 담겨 있다.
출판사 소개글에 따르면 삶이 균형을 잃고 흔들리기 쉬운 시대, 『중용』은 ‘내 마음을 바르게 하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이 책은 원문, 주자의 주석, 현대적 해설을 병렬로 구성하고, 일생에서의 중용 실천 사례와 더불어 자신을 향해 질문하며 뒤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중용’이라는 이름은 흔히 ‘적당히 타협하는 태도’로 오해되기도 하지만, 본래의 의미는 “치우치지 않고 한쪽에 얽매이지 않는 바름”,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지켜야 하는 도道의 중심”을 뜻한다. 『중용』은 바로 이 균형과 조화, 성실과 진실을 통해 인간과 사회, 더 나아가 천지의 근본을 탐구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고전의 시작은 공자의 말씀에서 비롯된다. “중용이여, 그것은 지극히 훌륭한 것이지만 사람들은 오래도록 그것을 실천하지 못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지키기 어려운 것이 바로 중용의 도이다. 『중용』은 군자의 도가 왜 은미하면서도 날로 빛나는지(闇然而日章), 왜 소인의 도는 겉으로 요란하나 끝내 사라지는지(的然而日亡)를 보여주고 있다. 진정한 도는 요란한 과시가 아니라,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를수록 분명히 드러나는 성실함에서 비롯된다는 가르침이다.

저자에 따르면 『중용』은 ‘愼其獨신기독’, 즉 홀로 있을 때에도 삼가는 태도를 강조한다. 남의 시선이 닿지 않는 순간에도 스스로를 지키는 마음가짐이야말로 군자와 소인을 가르는 갈림길이라는 것으로, 이는 현대 사회에서 더욱 절실한 교훈이다. 세상은 언제나 외형적 성취와 화려한 성과를 요구하지만, 진정한 힘은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서 스스로를 다스리는 데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또한 수신(修身)-사친(事親)-지인(知人)-지천(知天)의 점진적 과정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도를 따라 완성에 이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자신을 닦지 않으면 부모를 섬길 수 없고, 부모를 제대로 섬기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으며, 사람을 알지 못하면 하늘의 뜻 또한 알 수 없다는 단계적 연결은, 개인의 수양과 사회적 관계, 그리고 우주적 이치가 하나의 연속선상에 있음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중용』의 핵심은 충(忠)과 서(恕)의 실천이다.
저자 박찬근은 「혼돈 속에서 나를 찾는 이들에게」란 제목의 〈서문〉에서 『중용』은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의 삶과 마음을 꿰뚫는 지극히 현대적인 통찰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를 삼가는 신독(愼獨)의 지혜는 디지털 시대의 익명성 뒤에 숨는 우리의 이중성을 성찰하게 하고, 감정이 발현되기 전의 고요함(中)가 절도에 맞는 조화로움(和)은 감정 조절의 중요성을 일깨운다고 설명한다. 또 큰 덕을 지닌 사람이 하늘의 명을 얻고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르침은 리더의 인격과 윤리적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밝힌다. 무엇보다 지극한 성실함(至誠)이라는 핵심가치는 불안정한 세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길을 걷게 하는 강력한 '내면의 나침반'이 되어준다고 강조한다.
“忠恕違道不遠(충서위도불원)”이라는 구절은, 충과 서에서 벗어나면 도에서 멀어지지 않는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주자는 이를 “충은 내 마음을 다하는 것이고, 서는 나를 미루어 남에게 미치는 것(推己及人)”이라고 풀이했다. 결국 진실하게 마음을 다하고, 자신을 헤아려 남을 헤아리는 태도가 곧 중용의 길이다.

독자는 『중용』을 읽다 문득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절제'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절제(節制)의 사전적 풀이는 '정도에 넘지 아니하도록 알맞게 조절하여 제한함'이다. 영어로는 'moderation', 'self-control', 'restraint' 등이 사용된다. 절제라는 단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한 대로 '중용'에 가깝다. 옛 사람들은 절제를 인간이 가진 고유한 덕목의 하나로 생각했던 것 같다. 누구나 청소년기에 절제력을 키우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또 집안에서 부모님으로부터 듣고 배운다. 그러나 절제는 그리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종류의 정신 상태가 아니란 것은 누구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을 것이다. 때문에 절제를 결심해서 한 번에 절제력을 제대로 발휘하며 평생을 산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해석한 '중용'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절제'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은 이유가 "대부분 실패하지만 또 어느 시기가 되면 다시 결심하고, 그러다 조금 후 또 실패한다. 이렇게 누구나 절제와 자기조절을 개선시켜 나간다"고 하는 부분이 너무나도 닮지 않았는가? '충동을 억제하는 방법'도 배워나가면서 절제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듯이 '중용' 또한 비틀거리면서 나아가다보면 '언젠가는 더 이상 실패하지 않는 단계에 도달할 것이다'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절제가 승리하는 순간은 점점 늘어나듯이 중용 또한 점차 실천을 거듭해 몸에 충분히 익숙해지면 구태여 신경 써서 선택하지 않아도 언제나 중용의 편에 서게 된다는 점도 인격의 향상 측면에서 비슷하다. 절제력(중용의 선택)이 높아진 뒤에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닮았다. 언제든지 게으름과 나쁜 습관으로 되돌아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계속되는 한 이 전투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투를 하는 데 들어가는 노력의 양은 점차 줄어 들어가리라는 희망이 있다는 후학들의 해석도 거의 판박이처럼 닮았다. 인격 향상에는 동서양이 따로 있지 않고, 시대 역시 정해지지 않고 평생 노력하며 몸에 배는 습관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이번 독서를 통해 절실하게 깨닫는다.

오늘날 인간관계의 위기와 사회적 갈등 속에서 더욱 생생한 울림을 주는 가르침이다. 현대사회는 빠른 변화와 경쟁, 과잉의 유혹으로 흔들리기 쉽다. ‘중용’은 그런 시대에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내적 중심을 일깨운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내실을, 단편적인 성과보다 꾸준한 성실을,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성찰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중용』은 작은 성실의 지속이 결국 큰 성취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흙 한 줌이 쌓여 언덕이 되고, 물 한 바가지가 모여 큰 강을 이룸을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원문과 함께 상세한 주석과 해설을 곁들여, ‘현대적 해석’과 ‘일상에서의 중용 실천 사례’ 그리고 해당 구절을 현실에서 어떻게 실천하고 적용할 수 있는지 자신을 향해 질문하고 뒤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함으로써 독자들이 난해한 고전을 일상의 언어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철학서로서의 깊이뿐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실천적 지혜를 담아내어, 자기 성찰과 인간관계, 더 나아가 사회적 조화와 평화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수적인 길잡이가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신독과 중화의 힘, 실천의 여정〉, 2장 〈삶의 혼란 속에서 도를 묻다〉, 3장 〈지금, 여기서 실천하는 중용〉, 4장 〈덕의 실천에서 통치까지 지혜를 넓히다〉, 5장 〈중용의 궁극과 인간의 완성〉 등이다. 1장 세 번째 항목 「신독: 은밀한 곳의 진실」이란 제목의 글에서 『중용』의 핵심 사상의 하나인 '신독'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있다. 앞서 말한 바대로 '원전-주자의 해석-저자의 현대적 적용'의 순서로 살핀다. 한자는 생략하고 번역문을 여기에 적어본다. 莫見乎隱, 莫顯乎微, 故 君子愼其獨也("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감추어진 것이요, 가장 분명히 나타나는 것은 미세한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홀로 있을 때를 삼간다.")
책에 따르면 주자는 먼저 '은'을 어두운 곳으로, '미'를 세밀한 일로 정의한다. 그리고 '독'을 남이 알지 못하고 자신만이 홀로 아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외부의 시선이나 감시가 없는, 오직 자신만이 아는 내면의 세계 또는 은밀한 상황을 의미한다. 이어서 주자는 "아무리 은밀하고 어두운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사소하고 미세한 일이라 하더라도, 그 흔적이 아직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그 기미는 이미 움직인 것"이라고 했다. 또한,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해도 자신은 홀로 알고 있으니 천하의 어떤 일도 이보다 더 뚜렷하고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은 없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신독'이 단순히 은밀한 곳에서 조심하는 것을 넘어,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아주 작은 부정적인 생각이나 욕망의 싹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도덕적 타락을 예방하고 도를 온전히 지키려는 적극적인 자기 수양의 태도임을 보여준다고 풀이한다. 여기에 저자는 현대적 해석과 적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 문장들은 현대인에게 '자기 양심'의 중요성과 함께 문제의 초기신호 감지 능력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오늘날의 언어로 해석하자면 작은 습관이 인생을 결정한다는 뜻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보이지 않는 순간의 선택이 결국 큰 차이를 만든다.'라는 메시지와도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는 것. 또 앞의 한자 구절은 "아무리 작은 생각이나 행동이라도 결국은 큰 영향을 미치며, 그 진실은 외부 시선이 없는 '은미하고 미세한 곳'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는 통찰을 전한다. 이는 마치 빙산의 일각처럼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 물밑의 내면이 훨씬 크고 중요하며, 모든 결과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특히 '독(獨)'이라는 개념은 현대인의 '개인적인 공간과 내면세계'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친한 친구와 있을 때의 모습과 낯선 사람들 앞에서의 모습,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모습이 다르다면, 그것은 진정한 ‘도’를 따르지 않는 모습일 수 있다. ‘도’는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든 일관되게 지켜져야 할 ‘삶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특히, “군자는 보지 않는 곳에서도 삼가고, 듣지 않는 곳에서도 두려워한다”는 말은 현대인의 ‘디지털 자아’와 ‘오프라인 자아’ 사이의 간극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온라인공간에서는 익명성 뒤에 숨어 무책임한 발언을 하거나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p.21)
저자 : 박찬근(朴贊謹, 단산(檀山))
1962년생으로 공주사범대학 중국어교육과를 졸업, 한문교육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병주(屛洲) 이종락(李鍾洛) 선생님께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사사받았으며, 1989년부터 중·고등학교 한문 교사로 재직 중이다. 1991년 경기도 파주에서 단산학당(檀山學堂)을 열어 기초한문부터 사서삼경을 완강했고, ‘단산학당’이라는 사이트에 게재하고 있으며, 2019년 유튜브 채널 ‘한문아카데미’를 통해 사서삼경 및 기초 한문 강의 등재 중이다. 현재 현화고등학교에서 고전아카데미를 개설하여 고전원전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조선역사천자문』, 『성어를 알면 세상이 보인다』가 있고, 어휘력을 늘릴 수 있는 『어늘짱(어휘를 늘리는 짱)』이 있다. 『한문해석법』을 집필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