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과 나아감에 대하여 - 인생의 오아시스를 만나는 예일대 명강의
마릴린 폴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플레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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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과학과 의학의 도움으로 편리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즐긴다. 지금껏 인류 출현 이후 가장 풍요의 시대라고 명명될 만큼 평균 수명도 2~3배로 늘어난 상태다. 현생 인류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처음 모습을 보인 것은 대략 30만년 전이라고 한다. 두 발로 걷는 조상부터 따지자면 그 연대는 무려 20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지구 환경의 변화로부터 살아남지 못했고,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난 것이 현재 인류의 조상이라고 인류학에서는 본다고 독자는 알고 있다. 이때의 인간은 다른 어떤 종(種)보다 우월한 지능을 바탕으로 지구상 최상위층에 위치했다. 문자를 만들어 사용하고, 조직을 이루어 집단적으로 무리를 짓기 시작한 이래의 인류의 역사는 불과 몇 만년 전으로 현재에 바짝 다가선다. 고대 인류 문명으로 대표되는 4대 문명이 태동한 것을 인류 역사의 시작으로 본다면 모두 1만 년이 채 안 된다. 불과 수천 년 동안이 지금의 인류 문명이 있게 된 기간이다. 고대 시대는 식량이나 신체 안전을 위한 주거 환경의 발전부터 옷과 건축의 발전이 눈부신 속도로 진보해 왔다고 인류학자들은 말한다. 문자를 가지면서 '역사 인류'가 된다. 문자는 대략 지금으로부터 6,000~7,000년 전이다. 불과 수천 년간 우주 행성을 완전히 지배한 곳이 어디 있을까? 

이후 인류는 쉼 없이 삶에 힘을 쏟았다. 먹고 사는 삶에는 먹을 것과 옷, 주거지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습의 변형이나 기본 재료의 변화는 있을지라도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을 위해 노동을 해야 하는 것은 필수불가결의 일이다. 현대 사회는 놀라울 정도로의 발전을 이루어낸 결과를 누리지만 노동의 필요는 변함없다. 더욱이 과학이 고도로 발전된 사회에 살지만 일은 더 많아졌는지도 모른다. 쉼도 고대 종교로부터 내려온 관습에 의해 일주일에 하루는 하늘의 말씀으로 휴일로 정하지만 남에게 뒤떨어지면 인류가 이룬 문명의 혜택에서 쉼없이 일하는 '노동기계화'된 인간은 쉬기를 두려워한다. 이런 의식은 이제 사회 시스템을 바꾸어버렸다. 

이 책 『쉼과 나아감에 대하여』의 저자 마릴린 폴은 「당신은 제대로 쉬고 있는가」란 제목의 〈서문〉에서 "현대 사회는 인간을 쉬게 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어떤 식으로든 계속 일하게 만든다.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해야 할 일이 넘쳐난다. 쉴 때조차 광고료를 발생시키는 존재로 만들지 않는가?"라고 반문한다.

유대인이지만 저자는 학교 다닐 때까지도 유대교 관행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저자의 이유야 어떻든 유대교 관행에 관심이 없었다는 유대인은 책으로 접해 본 적이 없어서 선뜻 공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매우 중요한 '쉼'에 대한 그의 말까지 버릴 수는 없었다. 당연히 이 책을 선택하고 몰입하게 됐다. 이 책은 다행스럽게 종교적 색채를 띄지 않은 채 이야기를 끌고 나가서 거부감이 전혀 없다. 유대인의 관행을 좋아하지 않던 저자가 대학원에 다니던 친구가 금요일 저녁을 함께 먹는 모임인 '하부라'에 초대했고, 그곳에서 일주일에 하루를 완전히 쉬는 안식일을 처음으로 경험했다고 털어놓는다. 안식일이라는 단어는 히브리어에서 나왔으며 '중단' 혹은 '멈춤'을 뜻한다고도 한다. 저자의 삶은 이 안식일을 만난 이전과 이후로 바뀌게 된다. 저자는 ‘To-do 리스트’와 ‘Check 리스트’로 가득한 일상은 우리에게 진정한 휴식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휴식을 빼앗긴 인간은 생산성의 도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우울증과 번아웃은 그 결과라는 주장이다. 모든 것을 다 해내려다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가 된 것으로 저자는 지적한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쉬지 않으면 더 나아갈 수 없다."

이 책은 최고의 경영 컨설턴트로 이름을 날리던 저자가 면역결핍증 등으로 죽음과 맞닥뜨리게 된 후, 휴식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고 연구를 거듭한 결과다. 예일대 의대 강연을 통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에게 일과 일상의 균형을 선물했다. 5,000년 전부터 내려오는 유대인들의 쉼의 기술을 현대적으로 접목하고, 과학적 근거를 통해 제대로 된 휴식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휴식의 설계-연습-적용의 3단계로 구성된 내용은 우리 일상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쉽다. 이 책이 독자들의 삶에 오아시스가 되어 줄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이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1부 〈우리는 도대체 왜 제대로 쉬지 못하는가〉, 2부 〈일하지 않는 시간을 설계하는 연습〉, 3부 〈멈추고, 쉬고, 나를 찾는 법〉 등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진정한 휴식을 3단계로 구성했다.

저자는 지나친 일 때문에 면역결핍 질환을 얻어 비로소 안식일에 대해 알고, 어떻게 계획하고 실천하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던 듯하다. 오로지 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너무 많은 일이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사실을 깨달게 된다. 이로써 그는 휴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구에 매진한다. 그 결과, 유대인들의 오래된 쉼의 기술인 ‘안식일’ 전통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힌트를 찾아낸다. 그리고 이를 자신의 삶에 적용한다. 이후 건강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업무의 생산성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진 것을 발견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동안의 연구를 체계화한 뒤 예일대 의대, 히브리대 등 전 세계 유명 대학에서 이를 강의한다. 그의 강의를 통해 수많은 사람이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게 되었고, 미국 비즈니스 전문 사이트 INC닷컴에서는 그를 100대 강연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저자가 그동안 강연했던 내용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은 휴식을 잃은 더 많은 사람들이 삶의 한 쪽에서 일과 함께 실천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당신을 병들게 하는 것이 당신의 열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란 질문을 먼저 던진다. 자신이 경험했던 일과 각종 책과 주위 사람들의 연구 부분을 섭렵한다. 왜 사람들은 일에 빠져드는가?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다. 회사에서 맡은 업무를 완벽하게 해내려 하고, 가정에서도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무리하기 쉽다. 누구나 쉽게 경험하는 점이다. 그러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자신이 기대한 이상의 결과를 얻어야 만족하는데, 하고자 하는 일이 너무 많아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만족의 좌절’을 겪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결과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지속 가능한 휴식이라는 결론을 낸다. 이 책에는 휴식을 위한 마인드셋 방법과 일상에 적용하는 법, 그리고 인간관계 또는 조직 내에서 활용하는 법 등이 체계적으로 담겨 있다.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에는 신경과학과 각종 통계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근거도 가득하다. 너무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으로 손색이 없다.

종교 이야기는 자제하려는 저자는 유대교의 교리에 속한 내용을 먼저 꺼낸다. '일곱째 날에는 멈춰야 한다'는 내용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 휴식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우리가 하는 일을 멈추고 진정한 목적에 따르는 삶을 찾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과 우리 자신을 경건하게 섬기는 시간은 단지 계속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 이때 안식일은 신성한 삶 자체의 정수가 된다. 

유대교 안식일의 또 다른 주제는 자유다. 유대인은 안식일 만찬 기도에서 이집트에서 탈출하도록 도와준 신께 감사드린다. 그들은 "안식일은 우리의 성스러운 날 중 으뜸으로서 이집트에서 탈출한 일을 기념한다"라고 말한다. 안식일에 관한 성경적 관점은 우리 인간이 자유로운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계속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 동안 일을 멈출 자유가 있다는 것은 노예가 아니라는 뜻이다. 매주 하루를 쉬는 것은 우리가 고개를 숙이는 이집트의 파라오나 왕이(오늘날에는 상사나 프로젝트 마감일이) 하루 동안은 눈을 감는다는 뜻이다. 지배자의 자리에는 압제가 사라지고 자유로운 하루가 들어선다. 얼마나 많은 것에 중독되었든, 얼마나 많은 것에 의존하든 안식일에는 하루를 쉴 수 있다. 저자는 이 안식일이 지니는 의미를 살펴보는 것만으로 안식일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우리를 쉴 수 없게 하는 독재자들 중 하나는 '결핍'이라고 지적한다. 이 독재자를 셜명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일에 길들여졌는지 살펴보자는 의미다.

생산과 소비에 대한 충동이 우리를 계속 달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과 가진 것을 통해 자신을 정의한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업무나 프로젝트 혹은 직무를 말한다. 안식일은 일주일에 하루 동안 쳇바퀴에서 내려와 자아를 더 깊이 깨닫도록 가르친다. 이 인식은 또 다른 일주일 내내 지속된다. 우리 시대의 멈추지 않는 열망과 요구는 억압과도 같다. 이처럼 우리를 계속 행진하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우리를 탈진할 때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무엇일까?(p.58) 

저자는 우리 삶을 지배하는 지독한 독재자로 결핍을 지목한다. 건강, 외모, 옷, 친구 등 그 대상이 무엇이든 우리는 결핍을 느끼며 자란다. 필립 슬레이터의 『고독에 대한 추구』에서 인용한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인용한다. "소유는 사실 결핍을 낳는다. 소유물에 감정을 많이 이입할수록 진정한 만족을 누릴 기회가 사라진다. 소유물에 집착할수록 박탈감이 심해진다." 또 환경운동가 빌 맥키번의 문장도 덧붙인다. "소비사회는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피상적이고, 달콤하고, 화려하고, 섹시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한다는 약점 말이다."

독자는 앞서 저자가 유대인으로서 유대교 관행에 관심이 없었다고 밝힌 부분에서, 저자의 책이 종교적 색채를 벗어나 있어 읽기 부담스럽지 않다고 표현했다. 그것은 종교적 교리에 의한 내요이 중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에서였다. 유대교적 관점을 부각시키면 다른 어느 종교의 관련된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유대교는 유일신이라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저자는 책의 내용을 끌어가는 데 종교를 가리지 않는다. 

책의 다른 부분에서 불교도 인용된다. "불교는 가만히 앉아서 생각과 감정이 드나들도록 놔두라고 가르친다. 그러면 감정적 반응의 패턴을 서서히 인식하고 다스릴 수 있게 된다. 우리에게 압박감이나 두려움 혹은 슬픔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고요는 이런 감정들을 두려워하기보다 경험하고 해소하도록 해준다. 이때 우리는 더는 감정의 흐름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대신 감정은 생동하는 활기, 우리를 위한 자원이 된다."(p.326)

저자는 정신없이 바쁜 생활에 휩쓸리다 보면 충만하고 풍요로운 감정을 느끼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사람은 생산성을 올리려면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계속 뛰어다니면서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는 데 매달린다. 성취는 유혹적이기는 하지만 삶 속에서 현존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가릴 수 있다. 우리는 속도를 늦출 때 비로소 황량한 내면을 발견하고 쓸쓸함을 지니게 된다고 역설한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불교 명상가 타라 브랙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우리 자신의 소중한 일부이자 풍요로운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다. 억지로 행복과 만족을 추구하기보다 폭넓은 경험을 허용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항상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은 우리를 불안하고 조심스럽게 만든다. 대신 내면의 세계를 경험하면서 불안과 두려움, 복잡함, 고민, 바쁘게 사느라 옆으로 제쳐둔 꿈들이 뜻하지 않게 마음으로 떠밀려오는 삶의 부유물을 살필 시간이 필요하다.(p.329)


저자 : 마릴린 폴(MARILYN PAUL)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수만 명의 인생을 극적으로 바꾼, 변화와 성장을 이끄는 전설적인 컨설턴트이다. 예일대학교 의과대학과 이스라엘 최고 명문대인 히브리대학교를 비롯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의과대학원 등 세계 명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면역결핍 질환으로 죽음과 마주한 후, 진정한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사고법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유대인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자신만의 성찰을 더해 진정한 휴식법을 고안했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이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의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대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컨설턴트로 이름을 알렸으며, 미국의 비즈니스 전문 사이트 ‘Inc.com’이 선정한 100대 강연자로도 뽑혔다.

저서로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열쇠도 못 찾을 정도면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 (It’s Hard to Make a Difference When You Can’t Find Your Keys)》가 있다.


역자 : 김태훈


전문 번역가로서 인문/교양, 경제/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번역한다. 옮긴 책으로 《가난한 찰리의 연감》,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최선의 고통》, 《사고의 본질》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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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칵테일과 레코드 - 크리스마스 명반과 홀리데이 칵테일로 즐기는 크리스마스 파티 가이드
안드레 달링턴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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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크리스마스 칵테일과 레코드』는 크리스마스 계획을 세우는 데 좋은 가이드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독자는 개인적으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우선 크리스찬이 아니기도 하고, 또 모임이나 친구들끼리 회식 자리를 가지긴 했지만, 이른바 '서양식 파티'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는 말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낼 때도 음식을 주문하거나 별도로 만들어 먹기도 했지만 칵테일과 음악이 있는 저녁을 보낸 적도 없다. 또 아파트에 살기에 이 책에 어울리는 파티는 사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방에 전원주택에 산다면 이 책은 더 없이 좋은 파티 안내서가 되리리고 생각된다. 미국이나 넓은 집을 가진, 저택에서나 어울릴 듯한 파티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소품들이 많아서 드는 생각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이 눈으로만 즐기고 머릿속에 각인했다가 책을 보관해 전원주택 생활을 할 때 이용하면 매우 탁월한 파티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물론 음반 소개는 지금 당장 유용하지만.

출판사 측에서도 이 점을 부각시켜 소개한다. 우선 1949년부터 2020년대까지 발매된 45장의 크리스마스 명반에 눈이 간다. 또 파티에 어울리는 칵테일을 소개한다. 음반을 〈록〉, 〈웜 앤 퍼지(Warm & Fuzzy)〉, 〈재즈 & 클래식〉 등 세 개 장(章)으로 나누어 구성하고, 앨범마다 음반 해설과 함께 A면과 B면을 상징하는 두 가지 칵테일 레시피를 수록하였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한 아이디어와 간식 레시피도 소개하며,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들으며 트리를 장식하거나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과 함께하는 신나는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 클래식한 크리스마스 칵테일에서부터 창의적인 레시피까지 다양한 칵테일을 집에서 쉽게 만들고 마실 수 있도록 필요한 기법과 팁을 알려 준다. 장소가 허락되는 집이라면 사랑받는 크리스마스 앨범과 홀리데이 칵테일로 보다 특별한 크리스마스 시즌을 당장 만끽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잘 아다시피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이를 해제하는 국회 의결이 통과되고 비상계엄은 6시간의 짧은 단막극이 되었지만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아직도 민주주의 국가라고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전쟁이나 이에 준하는 폭동 등이 일어났을 경우 선포해야 할 비상계엄은 반대당의 횡포로 국정을 펼 수 없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니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일주일 전 벌어졌다. 몇 번의 비상계엄령을 겪은 대한민국은그야말로 비상계엄 트라우마가 있는 듯하다. 비상계엄이란 어른 세대들의 잔유물로만 생각했는데 자신 앞에서 벌어지는 걸 처음 겪는 20~30대의 젊은이들은 결연히 거리로 나섰다. 

이 한밤의 비상계엄은 '실패한 내란'으로 기억되겠지만 앞으로 겪어야 할 후유증은 상상 이외로 클 듯하다. 경제적 압박은 물론 대한민국의 국격 자체도 크게 실추되고 말았다. 어쩌면 나라가 10년, 20년 전으로 후퇴할 듯 싶다. 그러나 일단 수습의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진행되는 가운데 내란에 관련된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해서 수사 당국도 분주히 움직이지만 '수괴'에 대한 탄핵마저 제대로 이뤄내지 못한 국회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야당 의원들의 힘겨운 호칭에도 표결 자체를 거부한 여당 의원들의 몰염치가 국민들에게 오히려 수치심을 준다. 그러나 야당 대표가 크리스마스 이전에 탄핵을 가결시켜 국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말에 희망을 걸고 주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크리스마스 파티 안내서에 대한 서평을 쓰려니 불시에 일격을 맞은 느낌이다. 현 우리 정치 상황에 대해 짚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날씨의 변화는 이어지고 크리스마스는 다가온다. 낮이 점점 짧아지고 쌀쌀해지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이 커지기 시작한다.

연중 더없이 멋진 이 시기는 우리가 즐겨 듣는 노래가 라디오와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면서 분위기가 한층 고조된다. 크리스마스 음악을 듣고 있으면 따뜻함과 아늑함, 행복감 같은 온갖 감정이 떠오르고, 매년 꺼내 듣는 캐럴 앨범은 가까운 친구가 되어 오랫동안 쌓아 온 크리스마스의 추억과 함께 우리 곁에 머무른다. 이 책은 음악과 칵테일의 페어링을 통해 크리스마스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저자 안드레 달링턴은 크리스마스 파티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거나 연말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 버리고 싶을 때는 상큼한 시트러스 펀치를 손에 들고 제임스 브라운의 펑크 클래식에 맞춰 온몸을 흔들어 볼 것을 권유한다. 크리스마스 여왕 머라이어 캐리의 땡그랑거리는 메가 히트곡을 떼지어 노래하며 틈틈이 ‘트윙클링 라이츠’로 목을 축여도 좋다. 스케이트를 타느라,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느라, 눈밭에서 눈싸움하느라 하루를 보내고 나면,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바늘을 올리고 〈크리스마스 카드〉 칵테일을 저어 아늑하게 자리를 잡을 시간이다. 이때 유명한 캐럴의 가사에도 등장하는 달콤한 ‘피기 푸딩’을 곁들인다면 더욱 완벽한 선택이 될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보다 우아하고 풍성하게 보내고 싶다면 재즈와 클래식 음반을 꺼내어 보면 분위기를 매우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 저자는 페기 리의 관능적인 음색에는 재즈 풍미로 가득한 사워 칵테일 「덱 더 홀스」가,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크리스마스를 환하게 밝히는 힘찬 음악에는 그에 맞춰 춤추는 「넛크래커」 칵테일이 제격이라고 덧붙인다.

저자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집에서 '바'를 꾸미는 일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독자들이 초보 바텐더라면 또는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싶다면, 이 책에 소개된 ‘최고의 크리스마스 칵테일 만들기’를 참고하기를 권유한다. 클래식한 크리스마스 칵테일에서부터 창의적인 레시피까지 90가지 칵테일을 집에서 직접 만들고 마실 수 있도록 흔들기, 젓기, 짓이기기 등의 기본적인 기법과 유용한 팁을 모두 소개하였다. 칵테일 제조에 필요한 재료와 도구는 물론 바닐라 시럽, 피칸 시럽 등 칵테일용 수제 시럽 레시피도 안내해 홈 바에서도 수준 높은 홀리데이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시대를 초월한 명반과 칵테일의 환상적인 조합, 사진과 그래픽의 화려한 볼거리를 통해 아마존 장기 베스트셀러에 오른 『칵테일과 레코드』의 크리스마스 컬렉션인 이 책은 선물하기에도 훌륭한 소장 가치가 있는 파티북이다. 크리스마스를 해마다 찾아오는 휴일로 무심하게 보내거나 매년 비슷한 크리스마스 파티에 지루한 적이 있다면, 올겨울 이 책 『크리스마스 칵테일과 레코드』와 함께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만들어 볼 것을 조심스럽게 권유한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의 1~3장은 음악 종류에 따른 구분이고, 4장은 〈선물 포장 코너〉로서 1. 최고의 크리스마스 칵테일 만들기 2.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한 바 만들기 : 재료와 도구 3. 간단하게 만드는 칵테일용 시럽 레시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미국의 크리스마스를 중심으로 이 책을 집필했음을 밝히고 있다. 〈서문〉에 따르면 미국의 크리스마스 대중 음악은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며 급부상했고, 빙 크로스비의 「White Christmas」 같은 노래들이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독자들이 벙어리장갑을 낀 손에 들고 있는 이 책은 1949년 빙 크로스비가 발표한 기념비적인 엘피 음반(LP는 1948년에 처음 등장했다)부터 2021년까지의 음반을 망라한다.

LP가 지금도 인기를 누린다는 사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앨범을 모두 이 책에 실을 수 있다는 (다시금 대량으로 LP로 찍어내고 있기 때문에) 사실 자체가 하나의 기적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즐겨 듣던 페기 리나 비치 보이스를 젊은 청취자들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이런 앨범의 인기가 여전하다는 점뿐 아니라 엘피라는 매체 자체의 매력을 입증한다. LP 음반과 크래프트 칵테일은 서로 어울리는 무언가가 있다. 그 매력의 많은 부분은 둘 다 감촉에 의한 경험이라는 데에서 온다. 음반 재킷의 느낌, 엘피 특유의 잡음,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 바늘을 올리고, 젓고, 흔들고, 뒤집는 동작, 첫 모금을 마시는 느낌, 지직거리고 타닥거리는 소리. 물론 이것은 칵테일과 엘피 음반이라면 당연히 나는 소리와 맛이지만, 그보다 더 큰 근본적인 차원에서 중요한 부분은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느낌이다. 오디오 애호가들은 엘피로 듣는 음악을 따뜻함과 존재감이라는 말로 즐겨 표현하며, 엘피 음악은 더 생동감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생각해 보자. 음반과 거기 어울리는 칵테일이 연중 어느 때라도 우리에게 따뜻한 취기를 안겨 준다면, 감정이 고조되어 있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면 같은 경험이라도 얼마나 더 깊이 다가올까? 

이런 책이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가정을 중심으로 집에서 이뤄지는 문화가 우리에게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출판사 측에서는 「이 책을 활용하는 법」을 따로 두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1949년부터 2021년까지 제작된 최고의 크리스마스 앨범 45장을 소개한다. 음반은 앞서 언급한 대로 〈록〉, 〈웜 앤 퍼지(Warm & Fuzzy)〉, 〈재즈 & 클래식〉 등 3개 장을 분류 게재했다. 순서는 각 장마다 연대순이다. 앨범마다 A면과 B면에 어울리는 칵테일을 제시하여 청각과 미각을 위한 완벽한 경험을 안겨 준다.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음악 감상이 되도록, 앨범마다 「언제 틀까?」라는 항목으로 음반을 틀기 좋은 때를 제안한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고 장식하는 파티를 원한다면? 그웬 스테파니의 앨범 〈You Make It Feel Like Christmas(2017)〉를 보고 참고하면 된다.(p.38) 홀리데이 브런치? 저스틴 비버의 앨범을 튼다. Under the Mistletoe (2011)(p.32) 그 밖에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즐기기 좋은 간식거리 레시피도 책 여기저기에 배치해 두었다. 이것 역시 찾아보는 즐거움을 준다. 독자들은 칵테일 기술을 더 갈고닦고 싶다면 「최고의 크리스마스 칵테일 만들기」(p.116)를 참고하면 된다.


저자 : 안드레 달링턴(Andre Darlington)


술과 음식, 여행을 주제로 글을 쓴다. 레스토랑 평론과 와인, 칵테일 칼럼으로 상을 받은 작가이며 그 이전에는 베이스 연주자이자 디제이로 활동했다. 『새로운 칵테일의 시간』, 『영화의 밤 메뉴 ? 터너 클래식 영화』를 펴냈다.


역자 : 권루시안


편집자이자 번역가로서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책을 독자에게 아름답고 정확한 번역으로 소개하려 노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아서 L. 겁틸의 『펜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 『연필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 아가트 아베르만스의 『식물 관찰 스케치』, 『자연 관찰 스케치』, 존 그리빈의 『진화의 오리진』, 『과학을 만든 사람들』(진선출판사)과 에릭 해블록의 『뮤즈, 글쓰기를 배우다』(문학동네), 데이비드 크리스털의 『언어의 죽음』(이론과실천)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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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쉬운 글의 힘
손소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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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Z세대들은 학교 문법상의 언어보다 인터넷에서 흔히 쓰이는 비문이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독자는 중년 세대로서 젊은 세대의 글쓰기를 접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인터넷 상에서 글쓰기를 읽고 난 느낌이다. 오프라인 책으로 발간되지 않은 것들은 한글로 써도 무슨 뜻인지 쉽게 알 수 없는 언어들이 마구 쓰이고 있다. 독자도 인터넷을 사용하기 때문에 타인이 써놓은 글을 한 번씩 읽다가 아연실색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게시물의 덧글에 쓴 글들을 읽어보면 몇 개 안 읽었는데도 수많은 오탈자, 외래어 남용, 비문 등이 너무 많이 쓰여서 황당하기도 하고, 우려되기도 한다. "이러다 한글 없어지는 것 아냐?" 하는 걱정도 여러 차례 했다. 친구들과의 대화 중 등장한 '인터넷 언어'에 대해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욕이나 무지막지한 막말도 큰 문제지만 비문이 스스럼없이 사용되고 그것이 통용된다는 것이 더 문제다. 그들에게 펜을 쥐어주고 자기 소개글을 써보라 하면 어떻게 쓸까? 소름 끼치는 상상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독자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정화되겠지"라고 독자를 타이른다. 독자는 인터넷에서 서평 카페 이외에는 댓글을 달지 않는다. 자칫하다가는 '꼰대' '쉰세대'로 매도될 것 같아서다. 운동선수들에 덕담이나 응원 격려 감사를 쉽게 전하는 것도 할 수 없다. 이것도 세대간 갈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언어가 세대간 갈등을 부추기는 하나의 빌미가 되겠다 싶다. 

인터넷 상이라도 학교 문법에 맞춰 글쓰기를 하는 곳은 아직도 많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이트에선 맞춤법이나 사전에 등재된 학교 문법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 수가, 비율이 점점 늘어난 것으로 느끼게 한다. 독자는 인터넷 상에선 덕담은 해도 비방은 하지 않는다. 최근 일본에서도 이 같은 글쓰기가 엄청나게 많아지면서 기성 세대의 걱정이 많아졌다고 쓴 일본의 글쓰기 책을 읽은 적도 있다. 인터넷 상의 글쓰기는 바로바로 생각나느 대로 쓰고 검토 한 번 없이 즉각 글을 올린다. 맞춤법이나 비문 등에 대한 인식이 훨씬 약해졌다는 진단이다.

일본 역시 인터넷 글쓰기가 난관에 부딪친 느낌이다. 특히 요즘 문해력이 화두라고 한다. 우리 역시 비슷한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한글 맞춤법이나 제대로 된 문장을 써야 한다는 글쓰기 책이 많이 쏟아져 그나마 앞날에 위안이 된다. 정규 교육과정에서는 논술·서술형 문제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고, 당장 입시와 대학교육에서는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에 주목한다고 한다. 또 사회에서는 갖가지 글쓰기를 통해 개성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역량을 요구한다니 한글 글쓰기는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사회에서 다시 배운다는 것은 쉽지 않다. 언어는 습관이다. 잘못된 습관은 사회에서 여간 고치기 힘든 게 아니다. 학교를 마치고 사회생활을 하면 맞춤법이 서투르다든지, 문장이 이해하기 어렵게 길게 쓴다면 지적받기 때문이다. 사회에서는 글쓰기를 아무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지만 어디서나 요구한다. 학교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야 평생 올바른 언어 생활을 할 수 있다. 

이 책 『짧고 쉬운 글의 힘』은 방송작가 손소영이 들려주는 임팩트 있는 글쓰기 비법을 담았다. SBS, KBS, EBS 등 여러 방송사에서 TV와 라디오를 넘나들며 예능부터 다큐까지 다양한 장르의 방송작가로 활동한 저자가 독자들을 위해 작심하고 집필한 책이라고 한다. 한겨레 교육의 글쓰기 강의, 방송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글쓰기 지도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축적된 글쓰기 노하우를 전해준다. 「글의 설계와 구성」, 「백지와 싸우는 법」, 「단숨에 쉽게 읽히는 글」, 「살아 움직이는 글」, 「효과적인 필사법」, 「화룡점정, 제목 붙이기」, 「전략적 글, 자기소개서」, 「인공지능AI 시대의 글쓰기」 등 효과적인 글쓰기 비법이 망라되어 있다. 저자는 “글쓰기 강의와 첨삭지도를 하면서 확실하게 느낀 점은 글처럼 노력한 만큼 결실을 맺는 것도 없다는 겁니다. 꾸준히 열심히 계속 쓰다 보면 분명히 좋아지고 달라집니다.”라고 책에서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이 자신의 글쓰기 실력을 더욱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저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는' 글쓰기 원칙과 테크닉을 전하고자 집필했다고 〈서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책을 통해 독자들이 글쓰기를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움으로 느끼게 되길 바란다는 취지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글쓰기의 기쁨과 글로 인한 치유의 경험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덧붙이고 있다. 저자는 글쓰기에 두려움이 생기고, 글쓰기를 시작하기 힘든 이유가 처음부터 한 번에 완벽한 글을 쓰려는 생각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아무리 뛰어난 작가도 처음부터 한 번에 완벽한 글을 써내는 일은 드물다는 것. 타고난 재능이 없더라고 쉽게 재미있게 쓸 수 있는 비법은 바로 이 중압감과 긴장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가볍게 끄적거리는 것부터 시작해 볼 것을 저자는 권유한다. 저자는 마음속에 있는 단어들이 흘러나오게 그대로 내버려두는 게 첫 단계라고 말한다. 나중에 제대로 다시 고쳐 나가면서 업그레이드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평온한 상태로 글을 우선 써볼 것을 주문한다. "글은 짧고 쉽게 쓰는 것이 좋다."는 것은 세계 어느 언어를 사용하든 마찬가지다. 또 어떤 글이든 이 원칙은 글쓰기의 제1원칙이다. 누구나 독자로서 글을 읽을 때는 짧고 쉬운 글을 좋아한다. 모든 글은 독자에게 읽히기 위해 쓴다. 즉 누군가 읽어주기를 바란다. 글쓰기의 목적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독자로서 읽었을 때 짧고 쉽게 써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간혹 시중에 나와 있는 글쓰기 책들을 읽다보면 짧게 쉬운 글을 쓰라고 설명하는 저자들이 자신이 오히려 긴 글을 쓸 때가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자신도 그럴 경우가 있다고도 말한다. "그런 부분을 만나면 오히려 자신의 글쓰기에 자신감과 위안을 얻는 계기로 활용할 것"을 독자들에게 권한다.

우리가 사회에서 소비하는 모든 콘텐츠의 근간은 '글'이라고 저자는 판단한다. 짧지만 강렬하고 울림이 있는 글이 바탕이 된다면 어떤 분야에도 자신있게 도전해 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모두 2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글쓰기 비법'을 담았지만, 사실 글쓰기는 비법이나 왕도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오직 많이 읽고(多讀), 많이 생각하고(多思), 많이 쓰는(多作)이 최선이다. 세상의 모든 작가들은 이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이 3가지는 지금도 계속한다. 이를 통해 글쓰기 능력을 키워가는 것이 정도(正道)다. 저자는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짧은 글, 쉬운 글, 일관성 있는 글을 써야 한다고 책을 통해 역설하고 있다. 27개 장의 모든 부분에 기본적으로 들어 있는 비법이다. 이것이 비법이자 기본 요건이기도 하다. 1장부터 5장까지는 '짧은 글'에 대한 설명이다. 

2장 「왜 짧은 글인가?」란 제목에서 저자는 알베르 카뮈의 말은 인용한다. "분명하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독자가 모이지만 모호하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비평가만 몰려들 뿐이다."(p.23) 저자는 이 글을 통해 지금은 짧고 쉬운 글이 주목받는 시대라고 말한다. 꼭 거창한 글이 아니더라도 짧은 글로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상대방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소통)에도 짧은 글이 효과적이고, 나 자신을 알릴 때도 유리하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대표적이다. 왜 짧은 글일까? 일단 읽는 사람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 기억하기도 쉽다. 또 가끔은 궁금하게 만들고 여운을 남긴다. 짧기 때문에 임팩트가 있고, 더 오래 각인된다는 주장이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짧은 글이 가진 장점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주술 호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말로 이해된다. 학교 글쓰기, 학교 문법에서는 주어와 술어의 호응이 정확한 글쓰기의 기본임을 배우지만,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는 주어와 술어가 호응이 안 되더라도 말을 뜻이 전달되는 것이 많다.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할 때는 문제 없이 소통된다. 대화의 내용을 글로 쓰면 주술 관계가 호응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비문이다. 비문은 글을 쓸 때 문장이 뒤죽박죽된 문장을 일컫는 단어다. 대화를 그대로 글로 옮길 때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디지털 문화로 빠르고 복잡해졌다. 시간은 다른 어떤 시대에 비해 가치가 크다. 이런 시대에 장황하게 구구절절 늘어지게 쓴 글이나 주술 호응이 안 되면 읽어도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 매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천천히 읽지 않고, 마음의 여유마저 쫒기듯 거의 없다. 짧고 쉬운 글이 필요한 이유다.

7장 「단숨에 쉽게 읽히는 글」을 어떤 글일까? 책에 따르면 쉽게 잘 읽히는 글을 위해서는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인 표현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써주는 게 좋다. 웬만하면 지시대명사도 자제한다. 너무 포괄적이거나 광범위한 표현 역시 명확하지 않아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확성과 진실성을 갖춘 글, 신뢰할 만한 표현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공감을 얻는다. 그런 면에서 요즘 많은 사람이 습관처럼 사용하는 '같다'는 표현은 자체하는 편이 좋다. 독자들은 확신이 없는 말투보다는 정확하게 확인해본 다음에 나오는 확실한 표현을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또 매끄럽게 잘 읽히는 글은 '간결체, 건조체, 우유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간결체라는 건 우리가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한 문장의 길이가 짧은 글이다. 간결체의 반대인 만연체는 문장의 길이가 장황하게 늘어진 긴 글을 말한다. 건조체는 화려한 수식어들을 최대한 줄이는 문체이다. 미사여구를 마구 나열하고 싶은 욕심을 벌이고 너무 주관적이거나 감상적인 어휘를 자제하는 게 비결이다. 화려체가 아닌 건조체가 짧은 글의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우유체는 우리가 평상시에 사용하는 대화체로, 부드러운 말을 뜻한다. 군인 말투라고 하는 '다, 나, 까' 어투가 딱딱한 강건체의 가장 쉬운 예다. 기자들이 뉴스에서 사용하는 리포팅도 강건체이다. "~하는 것이다. ~한 것이다. ~라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문장을 계속 마무리하는 것도 우유체가 아닌 강건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또 문장을 마치는 종결어미를 다양하게 번갈아가면서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매번 똑같은 종결어미로 마무리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종결어미를 사용하는 게 읽기에도 편하고 자연스럽게 잘 읽힌다고 밝힌다. 신문 기자들이 어떤 중요한 담화를 발표할 때 "○○는 ~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밝혔다. 강조했다. 역설했다. 풀이했다 등으로 어미를 다양하게 사용하라는 주문이다.

8장 「짧은 글일수록 정확하고 바른 문장이 전달력을 높인다」의 제목도 짧은 글을 강조하는 말이다. 저자는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분 중에는 자신이 쓴 글을 읽으면서 문장 호응이 안 되고 문맥이 어색한 건 알겠는데 도대체 어디가 잘못되고 이상한 건지 몰라서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힌다. 그래서인지 긴 글보다 짧은 글을 쓸 때 맞춤법에 부담을 덜 느끼고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맞춤법에 대한 두려움으로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보다는 쉽고 편하게 시작하는 게 낫다고 한다. 하지만 짧은 글일수록 정확하고 바른 문장이 전달력을 높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한다. 짧기 때문에 더더욱 그 안에 모든 걸 정확하게 담아서 한 번에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짧은 문장은 장황한 문장에 비해 주어와 술어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주술 호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읽는 사람에게도 눈에 더 잘 띄니까 맞춤법에 어긋난 것들이 금방 티가 난다는 이야기이다. 일단 맞춤법이 틀리거나 주술 호응이 안 되는 문장은 잘 읽히지 않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글의 흐름을 방해하고 읽는 사람의 집중력을 흩어놓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맞춤법을 통해서 글쓴이의 글을 대하는 태도가 느껴져 신뢰가 떨어지면서 읽고 싶은 마음도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맞춤법에 맞지 않거나 어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쓴 문장,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문장 등은 독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는 주장이다.

글쓰기는 전문 작가이든 일반인이든 사회 생활을 한다면 누구에게나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이다. 글쓰기는 능력의 유무를 막론하고 소통의 기본이다. 잘 쓰고, 못 쓰고는 다음의 문제다. 가까운 사람과는 직접 대화로 말하고, 또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는 전화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시간의 제약을 피할 수 없다. 시공간의 거리로 말미암아 말로써 제대로 의사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문자가 생겨났다. 문자는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전할 수도 있고, 뒷 세대 혹은 미래의 사람들에게도 의사를 전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말과 글을 통해 지식을 배운다. 또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등에 대해서도 교육 받는다. 거기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문자이고 글이다.


저자 : 손소영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 학사, 동 대학원 언론학 석사. sbs, kbs, ebs, kmtv, m.net, cbs, mbn 등 여러 방송사에서 TV와 라디오를 넘나들며 예능부터 다큐까지 다양한 장르의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그 다양한 경력 덕분에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에서 방송작가 지망생들을 가르치게 됐고, 방송을 만들면서 느꼈던 짜릿함과는 또 다른 보람을 느끼며 후배이자 제자를 양성해내는 기쁨을 알게 됐다. 한겨레교육의 글쓰기 강의를 시작으로, 외교부 국립외교원 직무연수, 서울시 육아종합지원센터 실무자 대상 글쓰기 교육을 진행했다. 방송작가로 보는 이에게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글쓰기를 하다, 지금은 읽는 이에게 직접 전달되는 글쓰기를 한다. 두 가지 다른 글쓰기의 경험으로부터 짧고 쉬운 글의 힘에 대해 느끼게 되었다. 강의와 신문 연재를 통해 짧고 쉬운 글로 충분한 글쓰기의 즐거움과 치유력을 알리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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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무기력하게 느껴진다면 철학
양현길 지음 / 초록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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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기력(無氣力)이란 우리가 사는 동안 하는 일, 할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기운과 힘이 없을 때 사용하는 '의지의 상태'를 말한다. 사전적 뜻이지만, 이를 철학 분야로 옮겨 생각한다면 나만의 인생을 온전히 살지 못한 것 같은 느낌으로 혼란스러운 마음 상태를 이르는 말로 쓰인다. 우리는 사는 동안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비교되거나, 또 어떤 일에서 배제될 때 분노와 함께 현실 인식을 하게 되면 비로소 의욕이 꺾이는 무기력을 느낄 수도 있다. 이 경우 누구나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특히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짧고 강렬한 자극들에서 재미를 찾는다. 그러나 이런 즐거움은 일시적인 회피일 뿐, 장기적으로는 무기력감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이 책 『사는 게 무기력하게 느껴진다면 철학』의 저자 양현길은 지적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만 우울증 환자 100만 명 시대라고 한다. 또 10명 중 7명은 삶이 불행하다고 답변하는 시대다. 어떻게 하면 삶의 의미를 찾고 무기력에서 회복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저자가 펜을 들었다.

인생의 불행, 무의미함, 공허함 등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요소를 ‘철학적인 관점’으로 다룬 이 책에는 오랜 시간 삶의 의미를 고찰하고 해석해온 철학자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왜 살아야 하는지, 내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가길 원하는지 등 내 인생을 위한 고민에 대해 저자는 철학자들의 통찰을 전하며, 무의미에 관한 의미까지 성찰하게 한다. 저자는 오히려 이 책에서 무의미함이 자기 성찰과 성장을 위한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무의미함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더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외로움, 공허함, 괴로움, 무의미함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왜 느끼는지 알아야 한다. 저자는 이런 감정이 올라올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앞으로 더 의미 있는 삶이라고 느낄 만한 일상을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철학자들의 말을 빌려와 현대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 더 큰 우울감이 찾아오거나 삶의 가치와 의미를 완전히 상실하기 전에 내면의 자아가 목소리를 높이는 이 순간, 우리는 인생에서 중요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면 철학을 만날 때다!」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무의미 속에 숨어 있을지 모를 삶의 의미를 찾고 사소한 순간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무의미와 무기력감은 목표만을 추구하는 집착에서 벗어나, 나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우리는 스스로 이 신호를 받아들여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과 자유로워지는 방법,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책을 통해 인생에서 놓치지 않고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가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무기력감을 느낄 때 내 삶을 어느 방향으로 개척해 나갈지 성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나'(자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마다 철학자들이 건네는 질문에 대해 고찰해보고 그들이 말하는 삶의 의미를 곱씹어본다면 내가 원하는 방향의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제언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매일 반복되는 삶을 살아간다. 아침에 눈 뜨고, 밥 먹고, 일을 하고, 잠이 들고, 다시 눈을 뜬다. 그렇게 일주일, 한달, 1년이 변하지 않는 우리의 일상이다. 현대사회는 생계를 잇기 위해서는 자신이 잘하는 일을 선택해 평생 먹고 살기 위해 하면서 산다. 사회의 시스템이 그렇게 짜여졌다. 이처럼 변화없는 일상이 10년이 되면 비로소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다가온다. 열심히 살아서 하는 일도 어느덧 몸에 배고, 먹고 살기 위해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처량하게도 느껴지고 때로는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주위를 아무리 돌아봐도 자신을 받아줄 조직은 별로 없다. 상실감도 생기지만 이미 주변 환경은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싱태다. 이 경우 누구나 삶에 대한 의욕은 점점 떨어진다.

저자는 이런 무기력을 느끼는 경우가 무척 많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원했던 일이 좌절되고, 하고 싶은 않은 일들로 일상이 채워지면 문제를 겪는다. 또 다른 사람은 욕망을 쫓느라 내면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놓칠 수도 있다. 삶에 공허함이 찾아오는 때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타인의 시선과 가치를 의식하며 살다가 자신의 인생을 온전히 살지 못한 것을 깨닫고 혼란을 겪으며 후회하게 되기도 한다.

문제는 앞만 보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뒤늦게 정신을 차릴 때쯤 자신을 되돌아본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런 상태에 빠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대부분 처음 사회에 발을 들여놓을 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막연하게 '시작하면 좋아하게 되겠지'라는 심정으로 선택한 일에 빠져 정신없이 지낸다. 어쩌면 사회 조직이 그렇게 짜여 있는 것도 모르고 사회에 뛰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또 일부는 싫더라도 생계를 위해 뛰어들 수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든,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든, 결혼을 했든 이런 외적인 조건들과는 상관없이 삶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찾아온다. 이런 무의미함 속에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감정은 외로움과 고립감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이렇게 무기력함과 공허감이 몸을 지배하게 되는 것을 '실존적 공허의 상태'라고 저자는 말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수많은 즐길 거리로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사회에서 이런 공허함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짧은 동영ㅅ아부터 다양한 콘텐츠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다. 게임도 기술의 발전으로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몰입감을 제공하고 컴퓨터를 굳이 켜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여행은 더 이상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고, 넘쳐나는 정보 덕분에 해외로도 쉽게 떠날 수 있다. 좋아하는 스포츠가 있다면 관련 영상을 찾아보거나 마음만 먹으면 직접 현장에서 즐길 수도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이 많은 즐길 거리가 삶의 공허함을 완전히 채우지는 못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현대인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수백억 대 자산가의 집은 어떤 모습인지, 연예인들은 어떤 삶을 사는지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와 타인을 비교하는 순간이 많아졌다. 플랫폼 서비스 덕분에 새로운 만남이 쉽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다양성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정작 '나'를 찾기가 점점 어렵다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익명으로 활동하는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간편하게 만들어주지만 직접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점점 두려워지기도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 책 『사는 게 무기력하게 느껴진다면 철학』은 16명의 철학자가 서로 다른 시각으로 통찰한 삶의 진리를 담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과 능력주의에 빠진 사회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만 뽑아 모두 16개 부(部)으로 구성됐다. 1부 「카뮈- 부조리 속 반항하는 인간이 되어라」, 2부 「윌리엄 제임스- 삶이 살 가치가 있다고 믿어라」, 3부 「쇼펜하우어-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 경험을 즐겨라」, 4부 「아우렐리우스 -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라」, 5부 「석가모니- 고통도, 괴로움도 다 공(空)함을 깨달아라」, 6부 「칼 융- 잃어버린 나의 진짜 모습을 찾아라」, 7부 「『중용』- 적당하고 적절한 중간의 균형을 찾아라」, 8부 「니체- 나만의 색깔을 창조하면서 살아라」, 9부 「공자- 혼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나를 지켜라」, 10부 「몽테뉴- 죽음을 선물로 여기며 나답게 살아라」, 11부 「하이데거- 고유한 나, 본래의 나로 살아라」, 12부 「에리히 프롬- 외롭다면 창작하고 나를 사랑하라」, 13부 「칸트- 온전히 나의 의지로 채워진 시간을 가져라」, 14부 「비트겐슈타인-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실천하라」, 15부 「세네카- 원하는 뭔가를 갖기 위해 집착하지 마라」, 16부 「아리스토텔레스- 오직 그 활동에만 몰입해 관조하라」 등이다. 

책에 등장하는 16명의 철학자들과 철학·사상은 철학 에세이나 철학사 등을 한두 권 읽었다면 이름은 다 아는 인물들이다. 현재 우리에게 사유와 통찰을 통한 자신만의 철학 사상을 널리 알린 현자들이다. 1부에서 카뮈는 반복되는 일상과 능력주의에 빠진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치’가 주인이 되게 두지 않고, 시선을 자기 자신에게 돌려 후회 없이 사는 방법에 대해 안내한다. 카뮈는 자신의 저서 『시지프스의 신화』에서 일상-권태-무기력으로 이어지는 현대인의 삶을 조명한다. "아침에 일너나 전차를 타고 출근하고, 사무실이나 공장에서 네 시간을 보낸다. 식사 후 다시 전차를 타고, 또 네 시간의 일을 하고 나면 저녁 식사와 수면이 기다린다. 월, 화, 수, 목, 금 그리고 토요일까지, 똑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하루하루는 대체로 문제없이 이어지지만,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왜?'라는 질문이 떠오르고, 놀라움과 함께 깊은 권태가 시작되면서 모든 것이 변화하기 시작한다."(p.21)

저자는 현대의 삶은 무의미함에 빠지기 쉬운 환경이라고 말한다. 과거에 비하면 과학의 발전으로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왜 살아야 하는가?' '삶의 어떤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고 말한다. 우리는 세상에 보편타당한 진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카뮈 철학에 접근해 들어간다. 이에 비해 중세시대의 유럽을 살펴보면, 모든 것은 신의 섭리로 이해할 수 있었고, 세상은 인간에게 매우 친절했다. 인간이란 언제나 신과 연결되어서 삶을 함께 살아갔다. 신이 굳건한 세계에서는 인간에게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중세는 우리가 아는 바대로 '신의 세상'이었다. 인생의 성공도 실패도 다 신의 뜻에 달려 있다고 믿었다. 예를 들어 중세시대의 부유한 귀족들은 때때로 신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성지 순례를 떠났다. 예루살렘, 로마,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등을 순례하는 것은 신에 대한 헌신과 감사의 표시였다. 자기가 부자가 된 것은 모두 신의 은총 덕분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재앙이 벌어졌을 때도 신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상황이라고 여겼다. 14세기 초반에 유럽은 심각한 기후 변화와 농업의 실패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 이때 사람들은 굶주림과 기근이 신의 시험이라고 여겼으며, 교회에서는 대규모 기도회와 미사를 열어 신의 자비를 구했다.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성직자들은 백성에게 기도를 하도록 독려했고, 많은 사람들은 신의 축복을 간청하며 종교적인 신앙을 더욱 강화하도록 지도했다. 이러한 신앙의식은 사람들이 극심한 기근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게 도와주었다. 심지어 인간의 죽음조차도 신의 섭리로 설명이 가능했다. 신의 섭리에 따라서 살다 보면 천국과 지옥이라는 죽음 이후의 세계가 어김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명확하고 분명한 논리다. 게다가 사후 세계에 대한 확고한 믿음 덕분에 지금의 삶이 불행하다고 느껴도 극복할 수 있는 의지가 생겼다. 이렇게 과거에는 인생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죽음조차 모두 신의 뜻에 달려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져도 신에게 도움을 구하거나 신에게 감사를 하면 되었다. 

과거와 달리 현대사회에서의 죽음이란 오히려 삶의 무의미함을 부추기는 도구가 되었다. 우리가 삶을 열심히 살았다고 해도 죽으면 모든 것에 대한 의미가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후 세계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들만 있을 뿐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없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카뮈는 세상이 인간에게, 사람은 어떤 가치가 있고 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그 어떤 답도 주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앞서 언급한 저서 『시지프스의 신화』에서 카뮈가 말한다. "부조리는, 인간의 요구와 세계의 불합리한 침묵이 만났을 때 생겨난다. ··· 세계는 불안에 휩싸인 인간에게 아무 응답도 주지 않는다. ··· 인간은 계속해서 이 세계에서 어떤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이 세상에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상태가 바로 부조리다."

2부의 윌리엄 제임스는 크게 기대하면 그만큼 좌절도 크다고 말한다. 평범한 일상에서 작은 의미들을 발견한다면 삶에 대한 믿음은 자연스레 더욱 강해질 것이다. 3부에서 쇼펜하우어는 삶의 고통과 결핍이 욕망에서 온다고 말한다. 욕망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도록 권하면서 고통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4부에서 아우렐리우스는 외부의 압박으로 인해 괴로울 때 그 상황 자체보다는 우리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지가 중요함을 말한다. 5부에서 석가모니는 불교의 핵심 주제인 괴로움에 대해 논하며, 괴로움은 욕망에 의한 허상이며, 괴로움을 없애기 위한 깨달음에 대해 설명한다. 6부에서 융은 페르소나, 즉 사회적 가면을 벗고 진정한 나를 찾아야 공허함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나의 내면에 드리운 그림자를 인식하고 포용해 현실적인 시선을 갖는 방법을 설명한다. 7부에서는 『중용』이 설파하는 균형의 중요성을 말한다. 8부에서 니체는 나만의 색깔을 찾아 스스로 가치를 만들기를 권한다. 창조적인 활동을 하고 나만의 것들을 쌓아간다면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9부에서 공자는 우리가 마음을 넓게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나만의 기준이 확고해야 타인의 평가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 10부에서 몽테뉴는 죽음을 생각함으로써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도록 해야 하며, 나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11부에서 하이데거 역시 죽음을 생각하며 내 삶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에 집중하도록 권한다.

12부에서 프롬은 외로움에 대해 다룬다.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사랑과 창조적인 작업을 통해 혼자 있는 훈련을 하며 진정한 자신을 만나는 방법을 설명한다. 13부에서 칸트는 자유를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제한과 규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진짜 자유를 누리는 방법을 설명한다. 14부에서 비트겐슈타인은 문제가 있을 때 그 해결방법은 그것들의 무의미함을 깨닫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진실된 삶의 의미를 찾는 법을 안내한다. 15부에서 세네카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지키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내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과 불필요한 것들을 구분하고, 시간을 아낄 수 있도록 이끈다. 16부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의 정의를 설명하고 이성의 능력을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하면서, 중용과 관조를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저자 : 양현길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하여 심리, 철학 등 다양한 주제로 독서와 글쓰기를 10년 넘게 계속해 왔다. 영국 노팅엄 대학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전공으로 석사를 졸업했으며, 현재는 인공지능 기술 스타트업에서 사업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글쓰기 경험을 토대로 철학 전문 유튜브 채널 <양작가의 철학서재>를 운영하면서 구독자들에게 다양한 동서양 철학자들의 생각과 삶을 연결하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마음도 잘 퇴근했나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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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밑의 검은 제국 - 인간을 닮은 가장 작은 존재 개미에 관하여
동민수 지음 / 유노책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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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개미를 연구한 책을 보면 독자는 '파브르'라는 프랑스의 곤충학자가 생각난다. 어렸을 때 여름방학 숙제에 '곤충 채집'이 들어 있었는데 잠자리, 나비 등을 잡아 개학하면서 과제물 박스를 들고 갔다. 그때는 아무도 개미를 곤충 채집에 이용하지는 않았다. 아마 너무 작아서 과제물로 제출하기는 부적절해서였을 것이다. 개학 첫날 선생님이 곤충 채집에 개미를 채집해 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지적을 하자, 누군가 "선생님, 개미도 곤충이에요?" 하고 되물었다. 그때 선생님의 답변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곤충학자 파브르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해 주셨고, 개미가 곤충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됐다. 생물의 분류에 대해서는 말씀이 없으셨지만 우리가 알아듣기 어려워서였을 것이다. 파브르에 대한 선생님의 가르침은 독자 개인적으로는 충격이었다. 특히 개미 관찰과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는 이야기와 세계에서 처음으로 〈곤충기〉를 써서 위인이 되었다는 말씀이었다. 

누구나 어렸을 적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개미의 긴 행렬을 유심히 봤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독자는 간혹 개미집에 물을 부어 개미가 어떻게 되는지 보는 짓궂은 장난도 한 기억도 있다. 개미는 우리 주위에 흔히 존재했기 때문에 주목하거나 특별히 관찰할 대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상에 불편함을 주는 면만 부각될 뿐이고 조금은 '귀찮은 존재'였다. 특히 빵이나 먹을 것을 떨어뜨렸을 때 잠시 딴 일을 하고 우연히 내려다본 땅바닥에서 개미들이 몰려들어 이를 잘라 들고, 열 맞춰 집(개미 구명)으로 가던 모습은 대단해 보여서 신기한 듯 오랫동안 관찰했던 기억도 있긴 하다. 그리고 국어 시간에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를 읽었던 기억도 난다. 그때부터 개미는 부지런하고 베짱이는 게으르고 일하지 않으면서 여름 내내 노래만 부르는 상징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다.

이 책 『내 발밑의 검은 제국』은 개미의 삶에 대한 개미 관찰 연구 기록이다. 저자 동민수는 개미 진화생물학 연구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개미의 삶의 방식이 인간과 놀랍도록 닮았다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개미의 세계는매우 다채롭다. 이들을 단순히 작고, 까맣고, 모여 다니는 생명체로 정의하는 것은 이들의 놀랍도록 복잡한 생태와 다양한 생활 방식을 무시하는 일이다. 개미의 세계를 통해 우리는 진화, 적응, 협력의 힘을 다시 배운다.

'개미를 알수록 인간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는 말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읽어본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개미』는 인간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베르베르는 20여 년간 개미를 관찰하고 연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미 사회와 인간 사회의 놀라운 유사성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개미들이 한 왕국을 건설하고, 다스리며, 성장시키는 과정을 지켜보면 그 모습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놀랍도록 닮았음을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은 이유 또한 개미 사회가 단순한 곤충의 이야기를 넘어 거울처럼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비추기 때문이라고 저자 동민수는 말한다. 개미를 오랫동안 관찰하고 연구한 저자는 개미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미를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신선한 통찰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밝힌다. 

저자의 관찰 연구에 따르면 개미들은 무리를 지어 살며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고 긴밀하게 연결된 사회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인간과 비슷하지만, 정작 우리는 개미가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른다. 사실 개미는 너무 작아 일상 속에서 그들의 얼굴이나 사회 구조를 관찰할 기회가 거의 없다. 하지만 일단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개미의 세계는 경이로움과 신비로 가득 차 있다. 발밑에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제국, 개미들의 사회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고 흥미로운 세계를 보여 준다. 

1cm도 되지 않는 개미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사실 개미는 누구보다도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생명체라고 저자는 개미 관찰로 발견한 많은 것들을 이 책에서 풀어내고 있다. 개미 사회는 철저한 역할 분담을 통해 모두가 특정 임무를 맡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개미는 먹이를 찾고 둥지를 유지하며, 병정개미는 집단을 보호하고, 여왕개미는 번식에 집중하는 등 명확한 역할이 주어진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는 마치 인간 사회에서 직업에 따라 다양한 역할이 나뉘어 사회가 유지되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또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면모도 인간과 비슷하다. 위험이 닥쳤을 때 개미는 자신을 희생해 집단을 구하는데, 이는 마치 전쟁 중 자신의 생명을 던져 동료를 구하는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고 저자는 기술하고 있다.

처음에는 잘 관찰되기 어렵지만 개미 사회도 인간 사회와 마찬가지로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다른 집단을 약탈하고, 여왕을 암살해 권력을 빼앗고, 다른 개미를 평생 노예로 부리기도 한다. 인간 사회처럼 개미 사회도 협력과 경쟁, 빛과 그림자가 함께 존재하는 다층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연구 결과를 써내려 간다. 이 책 『내 발밑의 검은 제국』은 단순히 개미의 생태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인간과 닮은 개미의 세계를 가장 흥미로운 방식으로 소개한다. 열네 살 때부터 개미의 매력에 푹 빠진 저자는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원, 독일 프리드리히 실러 예나대학교, 프랑크푸르트 젠켄베르크 자연사박물관 등 여러 연구기관에서 개미를 연구하며 깊이 있는 지식을 쌓아 왔다.

이 책은 모두 8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지구를 움직이는 땅속 군주와의 만남-개미에 관한 오해와 진실〉, 2장 〈개미는 왜 멸종을 걱정하지 않을까?-진화하는 개미들〉, 3장 〈가장 작은 것으로부터 탄생한 거대 제국-체계를 만드는 개미들〉, 4장 〈승자는 상황도, 조건도 탓하지 않는다-전략적인 개미들〉, 5장 〈뭉치면 살 것이고 흩어지면 죽을 것이니-방어하는 개미들〉, 6장 〈속이고 배신하고 착취하는 약탈자들-권력을 쥔 개미들〉, 7장 〈결국 이타적인 존재만이 살아남는다-공생하는 개미들〉, 8장 〈광활한 지구에서 벌어지는 끝없는 생존 전쟁-위협받는 개미, 위협하는 개미〉 등이다. 

1장에서는 부지런함의 상징인 개미가 사실은 워라밸을 철저히 지키며 살아간다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같이 우리가 몰랐던 개미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파헤친다. 또한, 개미가 의학의 키맨이라는 이유부터 이들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이야기까지 개미 연구가 우리에게 안겨 줄 수 있는 것들을 살펴본다. 2장에서는 개미의 기원을 탐구하며, 그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지구에 나타났는지를 다룬다. 수억 년 전 공룡이 지배하던 시절에도 이미 존재했던 개미의 역사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여러 차례 대멸종을 겪고도 살아남은 이들의 적응력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다시금 일깨운다.

3장은 손톱만 한 작은 개미들이 어떻게 거대한 군체를 이루고 제국을 세우듯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지를 다룬다. 생명이 싹트는 봄은 새로운 개미 왕국들이 탄생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때 여왕개미는 일명 ‘결혼비행’을 통해 짝짓기를 한 뒤, 날개를 떼어내고 일개미를 출산해 제국의 시작을 알린다. 개미들의 체계적인 조직력과 분업 체계를 보며, 마치 거대한 제국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듯한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4장에서는 사막의 열기 속에서 살아가는 사막개미, 군대식 생활을 하는 군대개미, 피를 빨아 생존하는 드라큘라개미 등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하는 개미들의 치밀한 전략을 소개한다. 개미들의 놀라운 적응력은 변화무쌍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교훈을 전해 준다. 5장은 개미들이 자신과 군체를 보호하기 위해 구사하는 다양한 전략들을 탐구한다. 강력한 턱과 독침은 물론, 위장술, 자폭 등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존 경쟁을 벌이는 개미들의 치열한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냈으니 놓치지 않길 바란다. 6장에서는 개미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룬다. 권력 다툼으로 여왕을 암살하거나, 적의 시체를 방패로 삼는 등 때로 인간 사회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이들의 생존 본능은 때로는 우리 사회의 이면과도 닮아 있다. 7장에서는 개미가 다른 생물과 어떻게 협력하고 공생하며 살아가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개미들은 여러 생물들과 협력하여 더 큰 생존 이점을 얻고, 유기적으로 얽힌 자연 속에서 공존하며 협력의 가치를 몸소 보여 준다.

마지막으로, 8장에서는 불청객들로 고통 받으면서도 다른 생물들에게 위협이 되는 개미의 양면성을 조명한다. 자연의 개미는 단순히 부지런하고 협력적인 생물 이상의 복잡한 존재로, 적응과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며 자연의 생태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모든 상황, 모든 생명에게는 다양한 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되새겨 보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자연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조화를 이루는 개미들의 삶을 엿보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운영 방식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다. 작지만 강렬한 생명들이 만들어 내는 복잡한 세계를 탐험하며, 우리 역시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개미들이 보여 주는 생존의 지혜를 통해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협력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기를 저자는 기대한다.

개인적으로 독자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와 비교하지 못할 만큼의 지능을 가진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단어인 줄 알았던 '집단 지성'이란 문구가 동물, 특히 작은 곤충에도 적용한 부분이다. ‘집단지성’이란 여러 사람이 의견을 공유하고, 각자의 능력을 쏟아 부으며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가는 모습을 가리킨다. 이러한 집단지성의 중요성은 다양한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저자는 '집단 지성'이란 개념이 미국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휠러가 개미 사회를 관찰하다 만들어 낸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밝힌다. 개미는 매우 작은 곤충이지만, 수천에서 수백만 마리가 모이면 놀라운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개미는 물류 시스템, 인터넷 네트워크, 인공지능 알고리즘 등 여러 분야에서 참고할 정도로 길 찾기의 달인이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이들 문구와 관련된 부분을 이 책의 각 장에서 다루고 있기도 하다. 개미들은 먹이를 찾을 때 페로몬을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최적의 길을 찾아낸다. 개미가 먹이를 발견하면 페로몬을 분비해 다른 개미에게 길을 안내하고, 이를 따라가는 개미들이 더 많은 페로몬을 남겨 먹이로 향하는 최적의 경로가 만들어진다. 또한, 평균 44톤의 흙을 파내어 거대한 농장을 만들기도 한다. 철저한 역할 분담과 협력으로 복잡한 터널과 방을 만들고, 그 안에서 곰팡이를 재배해 먹이로 삼는다고 한다.

개미 사회가 인간 사회와 닮았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미는 효율적으로 먹이를 찾고, 집을 짓고, 위험을 회피하는 전략을 세우며, 서로 간단한 신호를 주고받아 마치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움직인다. 마치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서로 협력하며 인생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개미들의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는 복잡한 사회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식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된다. 생존의 원칙을 몸소 실천하기에 우리에게도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존재인 것이다. 이 책은 지혜롭게 살아가는 개미들의 세계 속으로 우리를 안내해 사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오랜 기간 동안 저축해 부자가 되기 어려우니 가상화폐나 도박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 개미 세계에도 목숨을 담보로 하여 다른 개미집을 통째로 노리는 이들이 있는데, 바로 기생성 개미들이다. 이들은 다른 개미에 기생하며 원래 잘 살고 있던 여왕개미를 죽이고 그 개미 군체의 여왕개미 행세를 하며 왕국을 통째로 접수한다. ‘살아남기’라는 하이 리턴을 위해 개미들은 목숨을 걸고 다른 개미집의 권력을 찬탈한다. 어떤 기생성 개미들은 다른 개미집을 공격해 그 개미집의 애벌레와 고치를 훔쳐와 자신들을 위해 대신 일해 줄 노예로 부린다. 우리의 시선으로 보기엔 참 잔혹하기 그지없다. 개미 사회를 들여다보면 놀랍고 때론 불편할 정도로 사람들의 어두웠던 역사와 닮아 보이기도 한다. 사회성 기생 개미들이 벌이는 잔혹한 드라마는 외딴 정글에서만 볼 수 있는 아주 희귀한 현상이 아니라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여러분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볼 수 있는 일이다.(p.156) - 「노예 제도가 합법인 사회」 중에서


저자 : 동민수


개미 진화생물학 연구자. 중학생 때 개미의 매력에 푹 빠진 뒤로 북남미, 유럽,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직접 개미의 생태를 관찰했다. 강원대학교에서 응용생물학을 전공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 P3(Prospective PhDPreview) 과정을 수료하고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원(OIST) 생명복합다양성 실험실에서 연구인턴으로 근무했다. 현재 독일 프리드리히 실러 예나대학교, 예나 계통진화박물관, 프랑크푸르트 젠켄베르크 자연사박물관에서 개미의 진화생물학을 공부하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화학생태연구소에서 곤충 CT를 분석하는 일도 하고 있다.

개미의 매력은 알면 알수록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점에 있다. 개미는 크기는 작지만 놀랍도록 복잡한 생태와 다양한 생활 방식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무리를 지어 살며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난관에 부딪힐 때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한다. 또한, 농사와 목축을 하는 등 고도의 경제 활동도 한다. 그러나 때로는 다투거나 속임수를 쓰고, 전쟁을 벌이거나 다른 개미를 노예로 부리기도 한다. 마치 인간 사회처럼 말이다. 『내 발밑의 검은 제국』 책에서는 개미 사회의 여러 모습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내용을 선별해 소개하고자 했다. 개미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접하며, 그들의 행동과 생활 방식을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인간 사회와 닮은 이 작은 생명체의 놀라운 지혜를 통해 우리 삶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저서로는 《부지런한 일꾼 개미》, 《한국개미사전》, 《한국개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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