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김요한 지음 / RISE(떠오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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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삶에 대하여」, 「이제, 살아야 한다.」가 이 책 『각성』의 첫 장과 마지막 장에 적힌 글귀다. 이 문구들은 표제어 '각성'과 잘 조화를 이룬다. 의도적으로 써넣은 문구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삶에 대해 되돌아보고, 그 끝에서 '살아야 한다'고 깨닫는다는 말과도 뜻이 통한다. 살아보고, 사유하고, 그리고 깨달음의 삶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 운영자이자 저자인 김요한은 이 에세이집의 소개글에서 비슷한 말을 내놓는다. "사람은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그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돌아야 하는가.

이 책 『각성』은 단순한 위로를 거부한다. 따라서 이 책에는 긍정도, 희망도, 달콤한 말도 없다. 대신 단 한 줄의 진심만 남는다. "지금 이대로는 무너진다." 무뎌진 감정, 흐릿한 중심, 피로한 관계, 반복된 실패는 각성의 주 대상이다. 이 책은 그 모든 균열을 해부하고, 어디서부터 다시 살아야 하는지 정확히 짚어준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말을 줄이고, 기준을 세우고, 감정을 정리하라."고 제언한다. 이 책은 저자의 각성 훈련의 기록이자, 생존의 기술이다. 끝까지 살아남고 싶은 사람을 위한 단 한 권의 에세이집에 담긴 적지 않은 문장들. 저자가 사유하고 실천하고 다시 각성하고 난 남은 한 줄의 진실한 문장들이다. 저자는 모든 것을 잃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은 당신에게 "지금, 각성하라."고 강조한다.

이 책 『각성』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다. 흔들리는 인간의 구조를 해부한, 단단한 생존의 문장들이 줄을 잇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감정을 위로하거나 관계를 포장하는 방식 대신, 감정의 정리, 관계의 정돈, 자기 기준의 회복을 통해 삶을 근본부터 다시 세우려는 사람들을 위한 ‘훈련서’이다. 저자는 100개의 짧고 단호한 2음절의 단어들을 실천과 사유로부터 추출한 것들이다. 따라서 이 단어들은 하나하나 그 자체로 독립된 통찰이며, 동시에 하나의 흐름 속에서 점점 더 깊은 자기 해체와 재구성으로 나아간다.

책의 초반부는 감정과 관계로부터 흐트러진 개인의 상태를 직시하게 만든다. 말이 많고 소음에 반응하며 중심 없이 살아가는 일상의 파편을 정확히 짚어내고, 말보다 감정의 리듬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첫 단어 「진동」(1절)에 대해 깊은 사유의 변을 보인다. "사람은 우연히 어울리지 않는다. 모든 관계엔 파동이 있다. 진동수가 다르면 아무리 애서도 끝까지 어긋난다." 저자의 해설(실천)이 잇따른다. "억지로 웃는 자리, 괜히 말 많은 순간, 목소리가 자꾸 작아지는 관계. 이미 답은 거기 있었다. 맞지 않는 곳에 계속 남아 있는 건, 어리석음이고, 욕심이고, 비겁함이다. 지나고 나서야 보였다. 혼자인 게 아니었다. 혼자인 척, 살아 있는 척, 연결된 척. 오래도록 그런 척만 하고 살았다."라고 쓰고 있다. 자신이 주도한, 자신의 삶을 살지 못했다고 성찰한다. 그러나 깊은 깨달음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에 대해 성찰의 깊이를 한층 깊게 들어간다. "깨달음은 크지 않았다. 사람을 줄이고, 말을 줄이고, 핑계를 줄였다. 줄이는 건 버리는 게 아니었다. 밀도를 높이는 거였다." 어설프게 깨닫고 대충 꿰맞춤으로는 올바른 대인 관계에 이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결국 크게 깨닫게 된다. 관계는 상태다. 흐트러진 사람들 틈에 있다면, 흐트러진 건 내 안이란 깨달음에 이른다. 거기서 비로소 소음이 사라지자 고요가 들렸다고 토로한다. "그 고요 속에서야 비로소 본래의 나를 봤다."고 한다. 누구의 리듬에도 맞추지 않고, 흉내를 내지 않고, 억지로 웃지 않고,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곳에서만 존재했다고 고백한다. 

중반으로 갈수록 이 책은 더 냉정해진다. 무너짐의 반복에는 반드시 습관이 있으며, 결국 자신을 무너뜨리는 건 대부분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방식이라는 것. 그 통찰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실제 삶을 바꾸기 위해 감정을 조율하고 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생존 전략으로 이어진다.

「사랑」(41절)에 대한 저자의 말에 귀기울여 본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그 말의 무게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당신 앞에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그 모든 걸 포함해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다."(p.93) 여기서 당신과 함께하겠다는 말은, 내가 살아온 모든 과거를 내려놓고 당신과 함께할 시간을 위해 새로 태어나겠다는 뜻임을 저자는 단언한다. 즉 내가 당신의 남편으로 살아간다는 건, 좋은 사람이라는 말보다 먼저, 당신에게 해롭지 않은 사람이 되겠다는 약속이라는 것이다. 당신 앞에서 더 이상 내 인생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을 선택하겠다는 다짐이 '사랑'이라고 저자는 풀이한다.


역시 사랑은 우리 삶의 가장 크고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저자는 「사랑」에 이어 「소각」(42절)에서도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은 부드럽게 시작하지만, 끝은 항상 날카롭다. 처음엔 가볍게 스며들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의 모양을 지워가기 시작한다. 성격이 변하고, 말투가 달라지고, 자기 기준이 무뎌진다. 사랑이 깊어졌다는 증거는 감정이 아니라 손상이다."(p.95) 사랑은 사람을 무너뜨리며 다가온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저자가 사유한 사랑이 단계적으로 깊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처음엔 껍질을 벗긴다. 겉으로 붙이고 있던 단단한 말투, 체면, 이성 같은 것들을 하나씩 걷어낸다. 그다음엔 분류한다. 필요 없는 생각은 밀어내고, 필요한 가정만 남긴다. 거기까지 오면 이미 어느 쪽으로든 선택이 불가능해진다. 이후엔 갈아버린다. 사랑을 갈아 일관성과 자존감을 부순다. 자기 확신이 있던 영역이 모조리 백지화된다. 말은 줄어들고, 호흡은 거칠어지고,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표정을 분석한다. 그때쯤이면 자신이 사랑받고 있는지조차 판단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에 따라 저자는 '사랑은 재구성'이란 결론에 이른다. "완성된 인간을 부숴서 다른 구조로 다시 짓는 작업이다. 거기에는 반드시 파괴와 소각의 단계가 포함된다. 사람을 빵처럼 구워내는 게 아니라, 가루로 만들어 태우는 과정이다. 태워진 사람만이 이후의 삶에서 쓸 수 있는 감각을 얻는다. 실천-파괴-소각-재구성의 구조를 사유해 낸다.

43절에서 저자는 사랑의 「본질」에 대해 접근하고 사유한다. "사람들은 사랑이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그래서 점점 더 안전한 사랑만 찾는다. 확신 없는 시작은 피하고, 상처받을 가능성이 보이면 거리를 둔다. 말은 주고받지만 감정은 비껴가고, 함께 있어도 고요할 뿐, 깊어지지 않는다."

요즘 '사랑의 얕음(淺)'을 지적하는 말이다. 즉 이해 관계에 치중하는 듯한 사랑의 가벼움을 꾸짖는 것이다. 저자는 요즘 사랑을 이렇게 표현한다. 요즘은 사랑도 컨트롤하려 든다. 강도 조절, 속도 조절, 감정 조절, 불확실한 건 감정 낭비라고 치부하고, 의심이 들면 먼저 물러나고, 기대하기 전에 출구를 찾는다는 것. 그래서 다들 관계는 잊는데, 기억은 없다는 말이다.


후반부로 가면 『각성』은 본격적인 절단과 복원의 구조를 보여준다. 무엇을 지워야 하는가, 누구를 정리해야 하는가, 어떤 기준으로 남은 감정을 다스려야 하는가. 그 질문 앞에서 저자는 ‘미뤄둔 삶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단 하나의 문장으로 독자의 판단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마지막 10여 개의 절들은 인간관계, 감정, 중심, 집중, 구조, 단가, 태도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의 삶을 재정렬하는 ‘감정 없는 정리의 미학’을 제시한다.

70절 「징후」에 이르면 "누군가 이유 없이 싫다면,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단언한다. 설명은 안 되지만 몸이 먼저 반응한다면, 이미 감지된 것이다. 머리는 속아도 감정은 속지 않는다. 이성은 타협을 하고, 예의는 무시를 덮지만, 기분은 본질을 먼저 알아차린다고 주장한다. 이유 없는 거부감은 대개 오래 참은 감정의 요약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아무 일 없었지만 불편하고, 말 한마디 없었는데 피로하다면, 그건 반드시 언젠가 증명된다고 강조한다. 

"사람을 싫어한다는 감정은 절대 가볍지 않다. 대부분은 무시하고 지나가지만, 지나고 나면 알게 된다. 처음의 그 불쾌감이 맞았다는 걸. 사람은 말보다 공기를 통해 상대를 인식한다.(p.162)

저자는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거나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들 중 작은 이유를 놓치기 때문으로 규정하는 것 같다. 억지로 웃으며 대화하더라도 마음 한구석은 긴장을 놓지 않는다. 그 긴강감은 이유 없이 생기지 않는다. 그것은 판단이 아니라 감각이고, 감각은 생존에 가깝다. 그걸 무시하는 이유는 대체로 관계를 맺는 법만 배우고, 관계를 끊는 감각은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가장 날카로운 자기 보호는 싫다는 감정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말이다.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보다, 위험한 사람을 먼저 피하는 능력이 더 절박하다. 설명 없이 불편한 관계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나를 소모시킨다. 감정이 먼저 꺼지려는 사람과는, 나중에 이성도 어긋나게 되어 있다."(p.163) 그래서 이유 없는 기피는 무시하지 않고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 『각성』은 읽는 사람을 설득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삶을 끝까지 살아내기 위한, 단 하나의 기준을 찾는 사람에게만 열리는 문장이다. 그 문장을 끝까지 읽고 나면, 더는 ‘예전처럼 살 수 없다’는 감각이 남는다. 저자는 이 책은 기억에 남는 책이 아니라, 결국 삶의 방식에 남는 책이길 원한다. 이런 저자의 바람은 우선 실천 없는 각성은 무의미하다는 말로 이해된다. 실천, 반복함으로써 「내성」(91절)이 생기고, 깨달음으로써 「절연」(92절)할 수 있다. 감정을 「단속」(94절)함으로써 실패의 반복 이유를 「복기」(95절)를 통해 구조적 오류를 바로잡음으로써 「복원」(98절)해야 한다. 「복원」의 일부를 여기에 기술한다. "사람은 망가졌을 때 누군가를 찾는다. 이해해줄 사람, 들어줄 사람, 위로해줄 사람. 하지만 진짜 복원은 외부로부터 오지 않는다. 삶이 흐트러졌을 때 필요한 건 설명이 아니라 조용한 수리다. 어디서부터 망가졌는지, 어떤 말에서 무너졌는지, 어떤 감정을 방치했는지 스스로 되짚어야 한다. 감정을 정리하지 않고 위로를 먼저 찾으면, 회복은 미뤄지고 무너짐만 늦춰진다. 타인은 감정을 이해할 수 있어도 구조까지는 만져주지 못한다. 조각난 자존감, 휘어진 표정, 뒤틀린 말버릇은 결국 내가 고쳐야 한다. 무너진 걸 고치는 건 기술이다. 그리고 그 기술은 외로움 안에서만 습득된다. 

마지막 장(100장)은 「시작」이다. 아이러니하게 느낄지 모르지만 이 책의 내용은 아이러니가 아니라 '필연성'이 가득 채우고 있다. 필연성을 추출해낸 것은 책의 표제어로 쓰인 '각성'이다. 우리말로 '깨달음'이라고 해도 크게 다른 뜻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마지막 절에 가서 시작한다는 말은 "이제, 살아야겠다."는 책의 마지막 문장과 잘 어울린다. 

누구나 잘나갈 때는 그럴듯하다. 말이 많고 관계가 빽빽할수록 중심이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주변의 반응이 빠르고, 하루가 시끌벅적하게 돌아가면, 마치 삶의 궤도가 정확한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진짜는 그 모든 것이 빠져나간 후에 드러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연락이 끊기고, 계획이 흩어지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그 정적 속에서 드러나는 말투, 표정, 생각이 당신의 실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외부 자극이 사라진 자리에 남겨진 태도, 그게 중심이라고 강조한다.

"지금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면, 그곳이 바로 시작점이다. 남겨진 그 순간이 당신의 전부고,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 침묵은 당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알게 한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삶의 방향을 정해주는 건 글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어야 한다."(p.220~221)


저자 : 김요한


떠오름출판사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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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컬렉터스 - 한국의 수집가 17인
이은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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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독자는 직장 생활을 하지만 비즈니스를 위한 저녁 식사나 만찬 등 사교모임 자리는 많지 않은 편이다. 수년에 한 번 정도 어쩔 수 없이 참석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비즈니스를 위한 식사 자리를 가야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직장이다. 그런 자리에선 으레 어쩌다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 대화가 길어져 조금 늦어지는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 업무 외적인 얘기로 대화를 한다. 그러나 얼마 전 독자가 다니는 회사 대표가 가야 할 곳인데 대표의 개인 사정으로 대신 참석한 적이 있다.(회비 정산된 돈을 직접 가져가야 한다는데 자신이 급한 일로 독자에게 대신 부탁했다.) 대외 비즈니스는 독자의 일도 아닌 데다 관계 회사 대표들끼리의 모임이니 대부분 각 회사의 대표들이 참석하는 자리에 독자는 마땅히 갈 자리가 아니다. 그러나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을 대표가 얘기하며 간 그 만찬 자리에서 옆 자리에 앉은 어떤 분이 말을 걸어와 대화가 시작됐다. 

그 분은 비즈니스 얘기가 아니라 그림에 대한 얘기여서 처음엔 적잖게 당황했다. 그 분도 조금 어색했는지 이내 그치고 말았다. 뒷날 대표를 통해 들은 얘기는 '잘난 척 좀 하는 사람'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림에 대해 좀 아는 분인데 만찬 자리에 참석하면 꼭 그림 얘기를 꺼내는 바람에 때 아니게 그림 공부도 한 적이 있다는 게 대표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더 웃었던 것은 그런 이야기를 꺼내면 다들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본 외국의 고급 사교 모임에서 클래식 음악이나 유명한 화가의 그림에 얘기하는 모습이 떠올라서 우리나라도 그런가? 하며 웃어 넘기고 말았지만 마음속은 편치 않았다. 다른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확인한 느낌이어서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림의 가격만을 관심 갖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작품성이라든지 화가의 삶에 대한 고급스런 대화, 격조 있는 만남의 자리는 좋은 만남이고 삶의 윤활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아트 컬렉터스』는 그림, 조각 등 예술 작품을 모으는 일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표제어 '아트 컬렉터'에 대해 저자 이은주는 "예술 작품을 단순히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 속에 들여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한다. 흔히 '미술품 수집가'란 말로도 쓰인다. 이 책 『아트 컬렉터스』는 그런 이들, 예술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자신의 공간 속에 작품을 들여온 '아트 컬렉터'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예술 전문 기자로 활동해온 저자 이은주가 저마다 다른 개성과 취향을 지닌 한국의 아트 컬렉터 17인을 직접 만나 그들의 수집 철학과 예술 세계를 밀도 있게 담아낸 기록이다. 

저자는 단순한 수집품 나열을 넘어, 예술을 통해 자기만의 감성과 시선을 작품에 투영하며 삶을 채워가는 이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저자는 각 컬렉터의 자택과 수장고, 갤러리 등을 직접 찾아가 일상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를 기록하며, 작품이 공간과 인생 속에서 어떻게 의미를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준다. 한때는 사적인 공간에 머물렀던 이들의 컬렉션이 이제 한국 예술계를 움직이는 소중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한 지금,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아트 컬렉팅은 문화입니다」란 제목의 〈서문〉에서 '아트 컬렉터'는 한국 사회에서 아직은 낯선 존재라고 말한다. 저자처럼 미술 기자에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돈을 주고 미술품을 사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지만, 그들은 가끔 미술 시장의 매출 규모를 통해 드러나는 존재일 뿐이라는 말로 수가 많지 않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사실 독자처럼 일반인들은 가끔 해외뉴스나 혹은 일년에 한 번쯤 신문이나 방송에서 언급되는 소더비 등 유명 경매 회사에서 서양 미술 거장의 작품이 수백 억원, 수천 억원에 팔렸다는 토픽감 뉴스를 통해서 들을 뿐이다. 또 취미나 감상을 위해 비싼 값을 치를 수 있는 사람들쯤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게 되면 미술품 수집은 '부자들만의 취미'라는 편견은 사라진다. 일제 강점기 부자였던 간송 전형필의 우리 미술품 사랑은 문화재를 일본인들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사재를 털어 문화재를 구입해 지켜냈기에 그는 미술품 수집가나 애호가라기보다 애국자 반열에 오른 분이니 일반 미술품 수집가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게 독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다만 우리나라 최대 재벌이었던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유산으로 미술관에 남겼다는 2만 여점의 미술품을 생각해보면 돈을 벌 목적으로 미술품을 사 모으거나 구입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간송이나 이건희 회장 역시 단순히 재산 증식을 목적으로 그 많은 미술품을 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책에는 이들처럼 거대한 컬렉터는 아니더라도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예술과 함께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현실적이고 따뜻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겼다. 이들 역시 미술품에 대한 관점은 '재테크가 아닌 취향'이라는 점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물론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때문에 어느 정도의 돈을 벌거나 마련이 가능한 사람들이지만, 역시 제1 조건은 '취미, 취향'이 대부분이다. 

이 책에는 모두 17명의 컬렉터가 나온다. 이들은 한결같이 '좋아서', '끌려서' 미술품 모으기를 시작했다. 또 이들의 수집 과정을 살펴보면 열정을 넘어 '수집벽(癖)'에 가깝다. 또 이들이 미술품 수집은 단순히 예술품을 모은 수준이 아니다. 전문가 같다. 이래서 이들의 수집은 단순한 취미나 재테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독자는 이해한다. 어떤 수집가는 미술품 수집이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태도이며,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 올린 자신만의 세계이기도 하다. 저자에 따르면 컬렉터에게 예술품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닌, 삶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미술 기자인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건 예술 시장에서 늘 언급되지만 막연하게만 여겨졌던 아트 컬렉터들이 어떤 작품에 매료되어 그것을 소유하게 됐는지, 예술과 함께하는 삶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의 아트 컬렉터 17명의 집(수집품 전시하는 곳)을 직접 찾아가 만난 특별한 대화들이다. 이들 컬렉터는 저자와의 대화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과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이야기한다. 또 미술품은 단순한 재테크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를 따라가는 여정이며, 그것이야말로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컬렉팅의 비결이라고 털어놓는다.


이 책은 1,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예술계의 ‘보이지 않는 손’, 아트 컬렉터〉, 2부 〈예술과 함께면 일상이 새롭고 설렌다〉이다. 모두 15개의 장(章)으로 나뉜다. 17명인데 왜 15개 장으로 구분돼 있을까? 두 개의 장은 아예 부부가 함께 등장한다. 일심동체 아트 컬렉터이다. 장(章)의 제목만 봐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챈다면 이미 전문가 급이다. 1부엔 1장 「문 열면 백남준이 맞는 그 집-서정기 패션 디자이너」, 2장 「신촌에 예술 아지트 구축한 MZ세대 부부-노재명 아트 오앤오 대표·박소현」, 3장 「병원서 만난 특별한 컬렉션-홍원표 탑여성앤탑성형외과 원장」, 4장 「터미널, 예술을 품다-이영민 대전복합터미널 부회장」, 5장 「건축가의 작업실 옆 라운지-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 6장 「천년의 빛을 좇다-주재윤 소나무한약국, (주)셀라돈 대표」, 7장 「컬렉터에서 갤러리스트로-안혜령 리안갤러리 회장」, 8장 「자연 속에 펼친 미래 비전-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 등이 소개된다. 또 2부는 9장 「기업과 삶에 스며든 예술-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 10장 「100년 건축에 심은 예술의 힘-황인규 CNCITY에너지 회장」, 11장 「한국 민화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다-김세종 평창아트 대표」 12장 「프로페셔널 리서치 노하우 공개합니다-윤영준 이젤 대표·이가현 이젤 이사」, 13장 「이중섭이 이끈 수집 인생 40년-안병광 유니온그룹 회장」, 14장 「‘패션 덕후’의 수집 철학-심준섭 오프닝 대표」, 15장 「달항아리에 홀려, 경영이 예술이 되다-이상준 (주)더프리마 회장」 등이 저자와 속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 컬렉터 중에서 그림이 가장 많고, 민화, 한국화, 조각, 설치미술, 공예품 등 마치 일부러 각 부문별로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미술 전반에 걸쳐 컬렉터들이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이들 컬렉터는 미술품 수집에 뜻이 있는 사람들은 대세나 블루칩을 좇는 순간 오히려 방향을 잃기 쉽다고 말하며, 진짜 즐거움은 자신이 사랑하는 작품과 함께 살아가는 데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말해준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예술품 수집이 소수의 취미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문화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책장을 덮을 때쯤, 독자들은 역시 예술품을 수집하는 즐거움과 컬렉션의 참된 가치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거실 중앙에 백남준의 설치 작품을 두고 일상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패션 디자이너, 병원의 진료실과 복도 곳곳을 미술품으로 꾸민 성형외과 원장, 터미널 공간을 문화예술로 채운 기업 경영자, 컬렉션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재단 이사장, 미술계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젊은 MZ세대 부부 컬렉터까지··· 이처럼 예술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가는 컬렉터들의 다채로운 일상과 철학이 이 책 속에서 펼쳐진다.

시장의 트렌드나 경제적 가치로 작품을 좇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안목을 키우는 과정은 대화가의 작품 제작과 삶의 과정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느다. 이렇게 감성을 풍부하게 가꾸는 과정은 결국 안목을 믿고 작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랍기만 하다. 이 때문에 이들은 스스로 좋아하는 가치를 삶 속에 녹이는 또 한 사람의 예술인을 대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들이 수집한 미술품에 대한 각각의 치열한 고민과 선택의 과정을 읽다보면 정말 예술인 못지 않은 열정과 삶에 대한 애정도 함께 느껴진다. 이들은 자신의 미술 작품을 단순히 보는것을 넘어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으며, 예술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도 저자의 글 속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듯하다. 이 책은 이 밖에도 예술 시장의 흐름과 컬렉터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준다. 예술 작품의 가치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리고 동시대 예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컬렉터들이 수십 년 수집한 작품은 간혹 비싼 것도 있지만, 대다수 작품들은 컬렉터들의 안목과 관점에 의해 선택된다는 사실은 예술에 대한 또 하나의 관점을 독자들에게 전하기도 한다. 


"제 미감을 충족시키고 자극하는 것들은 다 모은 거죠. 그게 그림이기도 하고, 골동품이기도 하죠. 작품 반열에 오른 가구이기도 하고요. 아주 비싼 것은 별로 없어요. 오래전 벼룩시장에서 적은 금액으로 산 것부터 이것저것 두서 없이 다 모은 거예요."(p.14)


"처음에는 그림과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틈만 나면 점심 시간에 병원 주변의 갤러리에서 작품 구경을 했죠. 갤러리 대표님과 친해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게 됐어요. 먼저 작은 그림 여러 개를 샀지만 큰 사이즈로는 자작나무 숲을 그리는 이수동 작가의 〈겨울사랑〉 100호(162.2*130.3cm)가 처음이었어요. 따뜻한 색채에 연인이 벤치에 앉아 있는 단란한 모습이 좋아서 지금도 병원에 걸어두고 있어요. 현대미술이 대부분이고 특정 장르나 테마는 가리지 않아요. 어떤 작품이든 일단 내 마음에 드는 게 우선이에요. 컬렉션이 늘어나면서 작품이 지역, 작품의 형식, 그리고 시기도 다채로워졌죠."(p.79)


"여기가 젊은 사람들의 놀이터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죠. 우리 때는 이런 미술관이 없었거든요. 저는 미술관이야말로 감정을 감성으로 바꿔주는 곳이라고 믿거든요. 사람들이 여기서 만나고, 보고, 느끼고, 소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무엇보다 여기가 돈 많은 사람을 위한 미술관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편하게 찾아오는 곳, 문턱 낮은 미술관을 만들고 싶었죠."(p.353)


저자 : 이은주


중앙일보 문화선임기자. 서강대에서 영문학(전공)과 신문방송학(부전공)을 공부하고, 중앙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국제부, J 스타일 등의 부서에서 일했다. 이후 문화부에서 영화와 음악, 책과 건축, 디자인 기사를 썼다. 중앙일보 재직 중 서강대 언론대학원에서 ‘영상’을 전공(수료)했으며, 영국 외무성 장학생(Chevening Scholarship)으로 선발돼 런던대 버크벡 칼리지(Birkbeck, University of London)에서 영화 이론(History of Film and Visual Media)을 공부하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에 칼럼 「이은주의 아트&디자인」을 연재하고 있다. 일찍이 영화에서 출발한 시각 매체에 대한 관심이 런던 생활을 통해 미술 분야로 확장됐고, 북 섹션을 담당하며 다양한 시각 예술을 인문학의 맥락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키웠다. 이 여정을 지속해서 이끈 힘이 ‘아름다움(Beauty)’과 ‘지혜(Wisdom)’라는 화두였음을 지금에야 깨닫는 중이다. 이 길 위에서 경험하며 발견해온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는 데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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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얼굴
이현종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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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평범한 회사원 준혁은 어느 날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죽음에 맞닥뜨린다. 희망재단이라는 사회봉사단제를 운영하던 부모님은 그야말로 외아들 준혁에게뿐만 아니라 같은 공동체 사회에서도 존경받으며 열심히 이웃을 돕는 아주 넉넉한 마음의 소유자로 잘 알려져 있다. 청천하늘의 날벼락 같은 부모님의 사망 소식을 들은 준혁은 슬픔과 충격을 추스릴 겨를도 없이 부모님의 유품 등을 정리하면서 예금통장 등 적잖은 액수의 유산에 충격을 받는다. 예금통장 안의 액수가 62억 3,000만··· 사업에 성공해 모은 돈을 여생 사회봉사 비영리재단에 모두 쏟아부어 조용히 재단을 운영하며 부부가 욕심 없이 평범한 여생을 보내시는 줄 알았던 준혁에게는 상상을 초월한 액수의 통장 잔고를 보고 온갖 생각에 휩싸인다. 뿐만 아니라 희망재단의 운영을 돕고 있던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재단의 자금이 800억 원이 넘는다는 이사의 답변과 비영리재단인 만큼 이사장 상속은 법적으로 불가능햐다는 말을 듣는다. 부모님의 뜻을 이어받아 자신이 재단을 상속받아 운영하려는 준혁의 생각은 처음부터 암초에 부딪친다. 평생을 희생과 봉사로 살아온 줄 알았던 부모님이 남긴 엄청난 규모의 상속재산, 선행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희망재단’이 어두운 비리와 뒤엉킨 범죄 조직이라는 의혹이 준혁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다. 과연, 그들은 어떤 얼굴을 숨기고 살아왔던 것인가?

이 책 『숨겨진 얼굴』은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테러에 의한 죽음이라는 개인적 비극에서 출발해, 재단의 비리와 범죄 조직, 그리고 시간여행을 하는 '타임머신'의 완전한 발명체를 눈앞에 둔 듯한 과학자까지 등장하며 사건이 전개된다. 문학적 장르로 굳이 분류하자면 SF 스릴러이다. 저자 이현종은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작가의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주경야독'의 작가 지망생이라는 겸손한 태도를 취하지만 이번 책을 냈으니 데뷔 작가이고, 또 이미 극본을 써 무대에 올린 적도 있으니 기성 작가로 대우해도 괜찮을 듯하다.


특히 저자 이원종은 단순한 사건 확대보다는 등장 인물의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냄으로써 심리 스릴러 소설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소설의 발단은 매우 평온한 오전의 카페이다. 오전에 카페에 있는 손님들은 대부분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는 조용하고도 편안한 분위기가 연상된다. 그러나 평온한 이곳에 한 남자가 급한 걸음으로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된다. 그의 눈에는 불안함과 초조함이 엿보이고, 뛰어왔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얼굴에는 땀이 맺혀 있다. 저자는 "마치 오랜 시간 동안 무언가를 피하거나, 쫒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묘사한다. 그는 카페를 둘러보며 누군가를 찾는다. 한쪽 손에는 무언가를 손에 쥔 채 가슴팍 안에 넣어놓고 있다. 카페 안에는 몇몇 손님이 있었지만, 아무도 그에게 주목하지 않았고, 관심을 줄 이유도 없었다고 카페 안 분위기와는 이질적인 남자가 들어선 것이다.

남자는 이윽고 야외 테라스에 앉아 있는 노부부를 발견한다. 잠깐 노부부를 바라보더니 크게 호흡하고 손안에 무언가를 다시 체크한다. 급하게 들어왔던 발걸음과는 달리 천천히 테라스로 다가간다. 불안했던 눈빛은 이내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남자는 노부부 앞에 다가가 그들이 바라보던 전경을 가로막아 선다. 그제야 남자를 의식한 노부부에게 묻는다.

"나를 기억하십니까?"

노부부의 얼굴에 당혹감과 두려움이 스친다. 남자는 짧은 문장으로 무언가를 덧붙였고, 노부부는 점점 사색이 되어간다.

"여길 어떻게···"

남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남자는 가슴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날카로운 금속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그리고 이내 높이 치켜들린 칼날이 순식간에 남편을 향해 내리꽂힌다. 떨어진 커피잔이 깨지며 바닥에 흩어졌고, 남편은 짧은 신음과 함께 한순간에 힘없이 쓰러진다. 남자는 남편이 쓰러진 이후에도 계속해서 칼을 휘둘러 남편을 찌른다. 아내는 공포에 꼼짝하지 못하다가 맹렬한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는 남자는 잔혹하게 칼을 꽂는다.


카페 안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고, 손님들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숨기거나 테라스에서 멀어지는 쪽으로 달아난다. 몇몇은 공포에 떨며 혹시라도 남자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막고 서 있다. "남자는 홀로 테라스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노부부의 남편이 앉았던 자리다. 그는 그 자리에 앉으면서 순간적으로 자신이 그 노인의 자리에 앉았다는 사실에 묘한 감정을 느꼈다. 이 자리에서 그가 느꼈을 따뜻함과 평온함이 이제는 사라지고, 대신 차가운 현실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 안쪽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아내와 딸이 함께 웃고 있는 가족사진이었다. 하지만 피로 물든 그의 손 때문에 사진도 곧 핏자국으로 얼룩졌다."(p.13) 그 사이 곧 형사들이 도착했다. 앞으로 이 사건을 맡을 담당 형사들이다. 병찬*희성**이다. 이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형사이지만, 이번 사건이 주는 불길한 예감에 얼굴이 굳어진다.

이상의 내용이 평온한 카페 안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노부부 살해 사건 모습이다. 이 사건 기술에서 저자는 여느 소설처럼 과거형으로 사건을 묘사하고 있지만, 독자가 임의대로 현재형으로 바꿨다. 사건이 순식간에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이미 아는 사이인 데다 신고를 받고 달려온 형사들마저 아는 인물들인 듯한 저자의 묘사에 긴장감과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사건이라 현재형으로 독자가 재기술하는 과정에서 시제를 바꿨을 뿐이다. 독자들의 양해 바란다. 

* 병찬: 이병찬. 사건을 추적하는 강력계 베테랑 형사, 가족을 위해 내렸던 과거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깊은 죄채감을 안고 있으며, 어둠을 파헤칠수록 자신의 과거가 다시 발목을 잡는 갈등을 겪는다.

** 희성: 박희성. 강한 정의감과 열정을 지닌 젊은 형사. 이병찬 형사가 많이 의지하지만, 희망재단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갈등으로 겪는다.(이상 저자 주)

저자는 책의 맨 앞에 등장인물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먼저 해두었다. 두 형사 이외에 주인공이자 살해된 노부부의 외아들 이준혁과 희망재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인물, 진승일도 소개된다. 진승일은 오직 자신의 권력과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인물이다.


주인공 이준혁은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큰 충격을 받지만, 엄청난 규모의 재산과 부모가 설립하고 운영하던 희망재단에 얽힌 의혹으로 극도의 혼란 속에 빠져들게 된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주인공 이준혁은 살해당한 노부부의 아들이자 부모의 따뜻하고 온정어린 보살핌 속에 잘 자라 직장을 다니며 선량하게 사는 평범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당연히 그의 부모처럼 욕심 없이 주어진 일을 충실하게 하며 사는 극도로 평범한 대한민국 시민의 한 사람이다. 그러나 선량하고 이웃들에게 희망을 나눠줬던 부모님이 온화한 표정 뒤에 '숨겨진 얼굴'이 나타남으로써 주인공의 가치관도 흔들리게 되고, 그에게도 '숨겨진 얼굴'이 있으며, 그것은 온화하고 다정한 모습 뒤에 가려진 욕망과 탐욕이다. 저자가 이들의 가면을 벗겨내며 그 이면의 탐욕과 욕망을 드러냄으로써 우리 모두에게는 욕망이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표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사는 이상 모든 사건이 '돈'에 얽혀 있는 사실을 드러내는 저자의 집필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복잡하고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문학 작품에서 처음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고, 이미 많은 문학 작품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단골 소재이다. 다만 삶의 오점을 시간을 다룰 수 있다는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삭제하거나 되돌려 제거하려는 모습은 신선함이 있다. 사건의 구성 면에서는 완숙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 점이 눈에 띄지만 이 작품 『숨겨진 얼굴』이 데뷔작이란 점에서 앞으로의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여도 좋을 것 같다. 

소설을 구성에는 발단 부분의 사건이 전개되어 가는 과정이 유기적이어야 하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이 소설 작품에서 한 가지 불만스러웠던 점은 부모님의 숨겨진 재산을 확인하고, 이 막대한 자산을 어떻게 모은 것인지 가늠되지 않아 머리가 혼란스러울 때 사건 후 자신이 만난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그들이 무슨 음모를 꾸밀지 모른다는 결론에 이른다. 잠들지 못하면서 그동안 부모님을 너무 모르고 본인만을 위해 살아왔다는 것, 그리고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된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 진실을 알아도 부모님을 다시 살려낼 수 없다는 것, 그리고 희망재단에 대한 궁금증과 수많은 후회와 의혹이 밤새 준혁을 괴롭힌다.


이때 "준혁은 답답한 마음을 SNS에 표현했다." 이 문장이 느닷없이 튀어나온다. 책에서는 SNS에 올린 내용을 서체를 바꿔 두드러지게 독자들에게 보이도록 썼다. 명조체로 독자에게는 보인다. 내용도 다소 허술하다. 처음과 끝부분만 여기에 적어본다. "저는 불효자였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하루하루가 고통 그 자체입니다. 나름 부모님께 효도하고 살아왔다고 자부했지만... (중략) 하늘은 너무 불공평한 것 같습니다. 저에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부모님을 꼭 제 손으로 살리고 싶습니다. 제 전 재산을 걸더라도!" 

글을 올리자 수많은 응원 메시지가 이어졌다. 다음날, 익명의 한 사람이 준혁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제가 그 소원 이뤄들릴 수 있습니다. 만약 부모님을 살릴 수 있다면, 어디까지 할 수 있겠습니까?"(p.46)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럽고 괴로운데 왜 갑자기 SNS에 글을 올리는지가 무척 부자연스럽다. 그것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부모님을 꼭 자기 손으로 살리고 싶다는 글을 올리는 것이 상식적인 일인가. 저자 자신으로서는 나중에 SNS를 읽은 과학자와 그의 부하들이 개발중이라는 '타임머신'을 사용할 것이고, 그것을 통해 시간을 되돌아가 살해 사건을 미리 막겠다고 하는 내용이 저자의 머릿속 구상에는 들어 있겠지만 이를 읽는 독자는 "웬 SNS?" 하지 않을까 싶다. 소설에서 가장 피해야 할 점이 사건이 '우연'에 의해 전개되거나 반전되는 경우다. 특히 해결을 위해 우연이 사용된다면 독자들 느낌에는 도저히 수긍하지 못하지 않겠는가? 사실 소설이라는 창작물에서 저자가 '우연'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모순적이긴 하다. 세상에는 '우연'에 의해 사건이 해결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 자체가 허구다. 그냥 말도 안 되는 것을 써놓는 것이 아니라 상식과 순리에 맞게 전개되게 저자가 지어내야 한다. 세상에서 일어날 만한 일은 '우연'이 거의 없다. 우연이 해결될 일이라면 소설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우연이 개입될 때는 저자가 사건의 발단이나 전개 과정에서 '복선'을 깔아둬야 한다. '우연'이 개연성을 가진 것으로 둔갑시키는 일이다. 우리가 잘 아는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가 그렇고, 루 월리스의 장편 『벤허』의 '기왓장'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 여름철 폭염을 서늘하게 느낄 만한 매력을 갖춘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저자 : 이현종


낮에는 금융회사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주짓수로 몸을 단련하며, 밤에는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쓴다. 극단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무대에 올리던 경험으로, 글 속에 호흡과 온기를 옮겨 놓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독자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신념으로, 서울 동쪽 작은 방 한쪽에서 문장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 장편소설 『숨겨진 얼굴』은 그가 빚어낸 첫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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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되는 한국의 산나물 50
이상각 지음 / 아마존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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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산나물은 나물 요리 또는 재료 자체를 일컫는 말이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식생활의 가장 중요한 찬거리의 하나이기도 했다. 이는 산지가 많은 한반도의 특수성이 반영된 삶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산나물 재료는 비교적 구하기 쉽고 조리하기도 간편해 매우 다양하게 먹어 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산나물을 캐서 먹는 일은 극히 드물다. 식재료가 천지인 도시 생활자들은 일부러 산에 가서 채취할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가끔 시장에 나오는 산나물은 의외로 비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산나물이 약재로 쓰인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자칫 독성이 있는 산나물은 먹으면 탈이 날 수도 있지만 산나물을 캐는 사람들은 가려서 채취하기 때문에 약으로 쓰일 재료는 잘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산에서 나오는 각종 식물들은 고대로부터 약용으로 쓰인 것들이 많다. 서양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도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데는 산에서 자생하는 나물이나 약초 등을 주로 이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히포크라테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우리가 앓는 질병의 약은 모두 먹는 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책 『약이 되는 한국의 산나물 50』은 우리가 고통을 겪는 각종 성인병 치료나 정신적 건강까지 지켜주는 산나물 50가지를 가려 뽑아 효능과 요리법, 특별한 질병에 대한 좋은 특효약이 되는 산나물을 주로 실었다. 저자 이상각은 고려대학교에서 농학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The University of Georgia)에서 연구생활을 했다. 30여 년에 걸쳐 약용식물과 약초를 연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통 산나물에 관한 약리 효능을 감안해 현대인들에게 많이 생기는 질병을 치료하는 산나물을 위주로 선별해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저자에 따르면 산나물은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자연식품으로서 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을 지켜주는 민족의 혼이 담긴 전통음식이다. 산나물은 오늘날 불균형한 식단에서 오는 부족한 영양소(비타민, 미네랄)를 공급하여 다양한 질병들을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는, 약이 되는 음식이다. 산나물은 온갖 항산화물질과 비타민과 미네랄 등 몸에 좋은 영양분이 듬뿍 들어 있다. 또한 산나물은 피를 맑게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혈액을 정화하고 산성체질을 개선하여 알카리성으로 만들어 주며 체내에 쌓인 노폐물의 배설을 촉진하여 여러 가지 질병의 증상을 개선하고 해소시켜 준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산나물의 섭취가 현대인들에게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이 책의 집필 취지를 밝히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식단을 건강식과 기능식에 맞추고 있고, 우리는 음식도 찾아가고 골라가며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시대다. 이제는 맛있게, 조금은 색다르게, 그려면서도 건강식과 기능성(약성)까지 갖춘 산나물을 소개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제 장수와 행복한 삶의 핵심인 '건강'을 위해 산나물이 포함된 토종밥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자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면서 봄이 되면 산과 들에서 직접 산나물을 찾는 사람이 놀랍게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또 도시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는 다양한 종류의 산나물이 등장하고 있다고 전한다. 저자는 건강을 생각할 때 도시환경은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저하시키는 곳으로 현실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은 자연을 떠나 살 수는 없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에서 살다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자연에서 살아온 산나물은 우리가 자연에 머무는 동안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약초가 되었다. 자연은 늘 우리 마음속에 있다." 먼저 저자는 산나물을 언제 어떻게 먹는가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시작한다. 저자에 따르면 봄이 되면 새롭게 싹이 트는 잎과 꽃은 자연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봄을 맞는 식물, 건강을 주는 식물, 즉 산나물을 기다리게 된다. 봄의 산나물은 향기롭고, 맛깔나고, 부드럽다. 봄이 지나면 식물은 생존을 위한 방어수다능로 억세(단단해)지고, 쓰(쓴)게 되고, 독성을 가지게 된다. 쓰고 독성이 강한 성분이 약성을 가진 물질이다. 대부분 식물들은 가을이 되면 뿌리에 양분을 저장하고, 봄이 되면 잎을 키우고, 튼튼한 꽃대를 만들어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 양분을 이용한다. 이와 같이 식물의 생활사에서 꽃이 피기 전까지가 나물채취에 가장 적합한 시기이다. 물론 식물 종류에 따라 꽃이 핀 후에도 나물로 이용하는 식물도 있다.

또한 산나물이 나는 곳은 낮은 산에서 높은 산까지 분포하며,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산나물의 성분은 맛과 효능을 결정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산나물요리는 전문가나 초보자 간에 재미있고 독창적인(특별한)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산나물의 향과 맛은 요리과정과 방법에 따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초보자일 경우 전문가나 책의 조언을 받기를 권유한다.


재료는 인공적인 환경에서 생장된 재배나물은 야생에서 자란 산나물보다는 비타민과 미네랄 함량이 부족하다고 주의를 준다. 야생에서 자란 산나물은 재배채소에는 없는 특수한 비타민, 미네랄, 무기성분, 향이 농축되어 있어 성분과 약성에서 월등한 차이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작은 차이가 우리의 모든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치유할 수가 있어 산나물을 꼭 먹어야 하는 이유가 되는 셈이라고 밝힌다. 산나물은 재배채소보다 야생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강한 향과 특정한 물질을 가지고 있다고 저자는 귀띔한다. 이 강한 향과 특정한 물질이 현대인의 질병과 희귀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약이 되는 셈이라고 설명해준다. 산나물이 질병 발생의 원인이 되는 부족한 영향의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약용음식인 이유이다. 이처럼 산나물이 건강에 놀랄 만한 효과와 효능을 주기 때문에 늘 먹어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그렇다고 산나물을 먹는 방법에 특별한 요리법을 배울 필요도 없다. 

일반적으로 산나물은 향과 질가의 두 그룹으로 분리해서 생각하면 된다는 것. 요리하는 양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 뿐이다. 산나물 맛은 부드럽고, 쓰고, 달고, 시큼하고, 맵고 또한 자극적이다. 부드럽거나 향이 있는 산나물은 강한 양념을 안 쓰는 것이 좋다고 한다. 향이 없는 산나물은 강한 양념을 첨가해도 좋다. 또한 산나물 샐러드는 토마토, 견과류 등을 첨가하여 기능성을 향상시키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산마늘, 두메부추, 는쟁이냉이 등과 같이 매운 자극적인 맛을 내는 산나물은 당근, 과일을 넣어 매운맛을 잡아주는 방법도 제시한다. 우리가 평상시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음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특히 음식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려면 비타민이 많고 항산화물질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산나물의 섭취가 각종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생활습관병은 식습관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늘날 가장 무서운 병인 암 발생의 원인은 칼로리의 과잉, 지방과 단백질의 과다섭취, 스트레스 등을 들 수 있다.


이 책은 〈산나물 요리법〉을 제외하면 50가지 산나물을 두 개의 장(章)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2장 〈야생의 약이 되는 산나물〉과 3장 〈야생의 약이 되는 나무나물〉이다. 책에 따르면 암에 좋은 산나물은 개미취, 산머위이고 중풍에 좋은 산나물은 어수리, 개두릅이다. 당뇨에 좋은 산나물은 둥굴레, 산뽕나무이고 고혈압에 좋은 산나물은 잔대, 엉겅퀴이다. 치매에 좋은 산나물은 곰취, 참취이다. 무엇을 먹느냐가 내 몸의 건강을 만든다. 약이 되는 산나물을 먹으면 질병 발생을 예방할 수 있고 건강수명을 연장시킬 수가 있다. 이 책은 산나물의 효능과 약성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건강은 먹는 산나물의 효능과 약성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산나물의 좋은 약성이 곧 질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효능이다. 건강한 삶과 생명을 연장하는 기술은 음식이 만들어 준다. 우리 주위에는 생명과 건강을 주는 자연, 그리고 그 속에는 식물인 산나물이 자라고 있다. 

저자는 약이 되는 대표적인 한국의 산나물 50종을 선택하여 그 효능과 섭취법을 책으로 펴냈다. 『약이 되는 한국의 산나물 50』을 통해 독자들이 자연의 고마움과 질병의 고통을 극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산나물 중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곰취」와 나물나물 중 「두릅」을 여기에 소개한다. 먼저 「곰취」는 '곰달래, 왕곰취, 말곰취, 큰곰취라는 ① 별명을 갖고 있다. 아마 지역적으로 다른 이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한방에서는 ② 생약명으로 뿌리가 갈대처럼 굵고 칠처럼 생겼다 하여 호로칠이라고 한다. ③ 식물생태 및 나물특성에 대해 기술한다. 「곰취」는 깊고 높은 산속 큰나무가 듬성듬성 있으며 반그늘이고 촉촉한 땅에 드물게 난다. 습한 곳이나 습지에서 주로 자라지만 표고, 고도에 따라 자라는 환경이 다르게 나타난다. 표고가 높은 곳에서는 햇빛이 잘 드는 양지에 잘 자라고, 낮은 곳에서는 낙엽수림 아랫부분의 동북사면에 주로 자란다. 비옥한 사질양토에 잘 자라고 내한성, 내음성도 크나 내서성은 약하다. 7~9월에 줄기 윗부분에 노란색 꽃이 핀다. 곰취는 깊은 산속에 살고 있는 곰이 좋아하는 나물이라는 뜻으로 긴 겨울잠을 자고 난 곰이 영양보충을 위해 제일 먼저 먹는 산나물이라 한다. 쌉싸름하면서도 은은한 향이 입맛을 도게 하여 산나물의 여왕이라고 부른다. 또한 잎의 모양이 넓적하게 생겨 마치 곰 발바닥을 닮아 곰취라고 불리어지는 산나물이다.


잎에 알카로이드, 아스코르빈산이 있다. 항상화작용을 하는 비타민C와 베타카로틴이 들어 있다. 특히 어린잎에 비타민C가 풍부하다. 민간에서는 황달, 고혈압, 관절염, 간염 등에 쓴다. 효능은 혈액순환장애, 간질환, 폐를 든든히 하고 가래를 삭히므로 기침, 천식 및 감기에 이용한다고 ④ 효능을 적고 있다. ⑤ 채취 및 요리법으로는 3~6월에 새로 올라온 어린잎을 나물로 먹는다. 곰취는 약간 쌉쌀한 뒷맛과 함께 향긋한 향이 풍긴다. 된장에 쌈을 싸 먹으면 질근질근 씹히는 맛과 입안에서 그윽하게 퍼지는 깊고 순한 향이 일품이라고 기술하고 있다.(p.29~31)

흔히 우리가 두릅이라고 알고 있는 나무나물로서, 이 책에는 「두릅나문순」으로 표기돼 있다. ① 별명으로는 참두릅, 드릅나무, 나무드릅, 참드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② 생약명은 나무에 머리처럼 달린 나물이라 하여 목두채, 새순이 모여 달리는 나무라 하여 총목이라고 한다. ③ 산속 양지바른 숲가나 산기슭, 골짜기에 작은 군락을 이루며 자란다. 수직적으로는 표고 100~1,000m, 수평적으로는 전국에 분포한다. 낙엽관목으로서 높이 3~4m이고 산에서 자란다. 나무껒질은 회갈색이다. 원줄기는 가지가 많이 갈라지지 않고 가지나 잎자루에 거센 가시가 있다. 잎은 어긋난 겹잎을 가지고 있다. 개화기는 7~8월로 가지 끝에 자잘한 흰색 꽃이 모여 핀다.

두릅은 두릅나무의 어린순을 말한다. 향기와 촉감이 뛰어나 산나물의 왕이라고 부른다. 봄의 두릅은 금나물이라고 말할 정도로 귀한 나무나물이다. 봄부터 초여름에 가지 끝에 난 새순을 따서 식용하는데, 가지 한 개당 새순은 몇 개밖에 나지 않는다. 새순을 모두 채취해 버리면 그 포기는 시들어 버리므로 맨 끝에 있는 첫 번째 새순만 따고 두 번째, 세 번째 새순은 남긴다. ④ 두릅은 단백질, 칼슘, 비타민C가 푸웁하다. 해열, 강장, 건위, 이뇨, 진통, 거담 등의 효능이 있고, 특히 위의 기능을 왕성하게 하여 위경련, 위궤양에 효과가 있다.(p.207~209)


저자 : 이상각


충북 음성출신으로 고려대학교에서 농학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죠지아대학교(The University of Georgia)에서 연구생활을 하였다. 30여 년에 걸쳐 약용식물과 약초를 연구하였고 또한 약용식물과 약초의 생태학적 분류와 전국의 자생지를 탐사하였다. 고려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에서 강의를 하였고 월드용문수목원장을 지냈다. 현재는 사단법인 야생자원식물소재연구회 자문위원장과 국립한경대학교에서 한방약초와 약용식물을 강의하고 있다. 2015년에 시리즈 I의 『한국의 특수야생자원식물』을 출간하고, 2021년에 시리즈 II의 『치매를 치유하고 뇌를 살리는 약용식물보감』에 이어 2023년에 다시 시리즈 III의 『암, 중풍, 당뇨, 고혈압에 좋은 한국의 약용식물과 약초차』를 출간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의 특수야생자원식물』, 『한국과 세계의 자원식물명』, 『약이 되는 한국의 산나물』, 『식물원·수목원 조성과 관리』, 『치매를 치유하고 뇌를 살리는 약용식물보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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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 - 나라다운 나라를 어떻게 만들까
백낙청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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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주주의는 이제 진영의 승패 논리를 넘어서, 복합적인 시대적 과제를 진지하게 끌어안는 ‘변혁적 중도’의 자세와 상상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분단체제를 넘어 신자유주의 질서가 야기한 불평등과 배제에 맞서는 장기적 체제 전환의 구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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