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벽을 통과할 수 없는 이유 - 플로리안 아이그너의 양자물리학 이야기
플로리안 아이그너 지음, 이상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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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서평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양자물리학이란 단어는 독자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들어본 적이 없다. 아니 어쩌면 물리가 수학 못지않게 싫어서 요즘 말하는 '수포자' 대열에 있었기 때문에 몰랐다고 해야 더 옳을 듯하다. 독자가 고등학교 때는 아인슈타인이 현대 물리학에 가장 큰 기여를 한 학자라고 배웠다. 원자폭탄을 만들 때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원자폭탄 제조를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건의했던 물리학자로 알려진 정도였다. 아인슈타인은 뉴턴 이후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였다. 적어도 독자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는 그렇게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뉴 밀레니엄을 전후해 양자역학, 양자물리학이란 단어가 자주 신문 보도에 인용되었던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독자는 대학을 졸업한 지 한참 되었고, 아날로그 세대로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필요치 않은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별도의 시간을 내주는 직장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이 책 『우리가 벽을 통과할 수 없는 이유』는 양자역학, 양자물리학에 관한 입문서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저자 플로리안 아이그너(Florian Aigner)는 〈서문〉을 통해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모두 놀라게 될 것"이라며 "아주 작은 입자와 그리고 위대한 생각을 다룬다"고 말하고 있다. 책 표지에 쓰인 「우리가 몰랐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한 양자물리학 기본 개념 가이드」란 부제를 착실하게 설명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독자는 고등학교 때 물리학을 포기할 정도로 어려워했고, 대학도 인문대를 나왔다. 물리학의 기본을 배운 것도 고등학교 시절이 마지막이었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수년 전 〈양자물리학〉이란 영화를 본 기억이 읽고자 하는 용기에 힘을 보태주었다. 영화 〈양자물리학〉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마약이나 성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난 룸살롱 등 고급 유흥업소를 둘러싼 사건으로 검찰과 정부의 커넥션도 포함돼 있어 영화 제목과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봤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이 기억에 남아 있을 정도로 흥미롭게 봤다.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라는 양자물리학적 신념을 인생의 모토로 삼은 유흥계의 주인공 ‘이찬우’가 어느 날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마약 파티 사건을 눈치챈다. “불법 없이! 탈세 없이!” 이 바닥에서도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고 믿는 그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경찰청 범죄정보과 계장 ‘박기헌’에게 이 정보를 흘린다. 단순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마약파티가 연예계는 물론 검찰, 정치계까지 연루된 거대한 마약 스캔들임을 알게 된 '이찬우'는 이제는 살기 위해 거대 권력과 맞서야 하는 상황에 맞부딪친다. '이찬우’는 ‘박기헌’ 계장을 비롯해 황금인맥을 자랑하는 업계 퀸 ‘성은영’ 등 업계 에이스들과 함께 이 사건을 파헤치기로 한다. 부패 권력에 통쾌하게 맞서라, 생각은 현실을 만드니까. 이것이 양자물리학 이론의 핵심으로 이해됐다.

영화 제목과 '양자물리학'과의 관계가 깔끔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백과사전을 찾아 읽어도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 것 같지만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줍잖다. "양자역학은 분자, 원자 등 아주 작은 입자들을 연구하는 분야로 현대 물리학의 기초 이론이라고 한다. 플랑크의 양자 가설을 계기로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 디랙 등에 의해 만들어졌다. 양자역학은 뉴턴의 고전역학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고전역학이 거시세계를 탐구하며 현재의 조건으로 미래의 상태를 완전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결정론적인 관점이라면, 양자역학은 미시세계를 탐구하며 현재 상태에 대해 알더라도 미래에 일어나는 사실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확률론적 입장이다. 양자역학은 컴퓨터의 주요 부품인 반도체의 원리를 설명해 주고, 과학기술, 철학, 문학, 예술 등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무래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물리학의 기초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일 터, 이쯤해서 독자는 이 책 『우리가 벽을 통과할 수 없는 이유』로 다시 눈을 돌린다. 

「이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란 제목의 〈서문〉에서 저자 플로리안 아이그너는 "이 책에는 어떠한 공식도 나오지 않는다"며 "양자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 개념을 단계별로 알아가게 하도록 썼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양자역학 기본서를 읽는 독자들에게 흥미롭고 알기 쉽게 풀어 씀으로써 양자물리학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저자에 따르면 양자의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우리는 무수히 많은 이상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그 이야기에는 토마토와 전자의 차이, 코펜하겐에서 노벨상을 은폐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 양자폭탄, 우주선, 그리고 순간이동에 대한 내용도 있다. 우리는 또 스스로에게도 괴상한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물질은 알고 보면 사실 공간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왜 우리는 벽을 통과할 수 없는 것일까?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살아 있기도 하고 동시에 죽어 있는 것이기도 한다는 사고실험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미시적 차원에서 예상치 못할 정도로 거칠게 양자가 흔들리며 깜빡일 때, 우리는 분명하고 선명한 현실을 경험한다는 것은 과연 가능하거기나 한 일일까?" 

"세상은 원자와 그보다 더 작은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세계는 확률이 지배하는 양자역학의 세계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은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세계다. 양자역학이 탄생한 배경부터 최첨단 응용까지, 원자부터 우주까지 모든 것"을 이 책에 담았다. 알면 알수록 이해하지 못해서 우울해진다는 양자역학을 이 한 권의 책으로 통달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한걸음은 더 들어가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이 세상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자라는 것의 실체가 밝혀지는 데는 그로부터 수천 년이 흘러서였다. 원자의 세계가 조금씩 밝혀지면서 고전적인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심지어 아인슈타인도 그랬다. 특히 양자역학이란 것을 말이다. 책에 따르면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중 한 사람인 독일의 막스 플랑크는 조금 더 효율이 좋은 전등을 만들려고 흑체복사를 연구했다. 흑체복사란 예전에 많이 사용하던 백열등을 상상하면 된다고 저자는 귀띔한다. 백열등에 전기를 공급하면 필라멘트가 달아오려며 빛과 열을 낸다. 즉, 어떤 물체에 열을 가하면 에너지가 빛과 열이라는 형태로 방출(복사)된다. 이런데 연구 결과 이 에너지가 특정 단위의 덩어리로만 방출되는 것이다. 플랑크는 혼란에 빠졌다.



지금까지의 지식으로는 빛은 전자기파의 일종, 즉 파장이었다. 파장은 에너지의 흐름이 연속적이다. 즉 더 뜨거우면 뜨거운 만큼 강한 파장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에너지가 덩어리 단위로 나온다는 뜻은 빛(에너지)이 입자라는 뜻인가? 입자여야 덩어리 단위로 묶을 수 있다. 실험으로 입증된 바와 같이 빛은 회절과 간섭을 한다. 입자가 어떻게 회절과 간섭을 한다는 말인가? 이 현상을 목격한 플랑크 자신도 이해하지 못했고, 입자일 리가 없다고 믿었다. 이 현상은 나중에 해결될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것이 바로 양자(덩어리)역학의 시작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많은 과학자들이 플랑크의 발견과 이론을 좇아 연구한 결과 "빛은 파동과 입자 두 가지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로 결론났다. 파동이면 파동이고 입자면 입자지, 파동이면서 입자란 무엇인가? 저자는 고전적인 물리 이론으로는 납득할 수 없지만 실제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입자이면서 파동인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그것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마음가짐이 현대물리를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빛이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면, 다른 입자도 파동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의심하는 것이 그 다음 수순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여러 가지 이론과 실험에 의해 원자가 양성자(중성자도)와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문제가 있었다. 전자는 워낙 작은 존재라 그 전자의 에너지만 측정할 수 있을 뿐, 관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슈뢰딩거의 파동 방정식이다. 파동 방정식을 사용하면 전자의 에너지를 계산할 수 있고, 그 계산을 통해 전자의 위치를 확률적으로 알 수 있다. 2025년 노벨 물리학상은 존 클라크, 미셸 드보레, 존 마티니스가 수상하게 되었다. 그들의 업적은 ‘거시적 양자역학 현상의 발견’, 즉 거시 세계에서도 각종 양자역학 현상들을 관측할 수 있다고 증명한 것이다. 이로 인해 양자컴퓨터·양자암호 등 양자역학(양자물리학) 원리를 이용한 더 진보된 기술 개발의 길이 더 쉬워졌다.

양자역학, 양자물리학, 양자 이론, 그리고 양자. 도대체 ‘양자(quantum)’는 무엇일까? 거시세계에서 사물의 움직임은 예측이 가능하고 단일한 경로만 가능하다. 하지만 원자, 분자 및 여러 양자 입자는 완전히 다르게 행동한다. 예를 들어 원자는 왼쪽으로 움직이면서도 동시에 오른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는 특정한 궤적을 따르지 않고 확률적으로 분포해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다시 한 번 논쟁하기 시작했다. 파동방정식을 이용하면 결과가 나오기는 하는데, 도대체 무엇이 파동성을 보이는가가 문제였다. 여기에서 세상을 뒤집을 해석이 나온다. 실제 파동은 없고 확률만 파동을 보인다는 것이 그 해석이다. 실제 전자의 위치는 알 수 없고, 확률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이 해석은 아인슈타인의 심기를 건드렸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로, 확률로만 존재하는 세계를 부정했다. 곧 다른 방법이 나오면 전자나 빛의 존재를 정확히 정의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아인슈타인은 죽는 그 순간까지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세계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현대물리학은 확률론적 세계를 조금씩 증명하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무에서 유는 창조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확률적으로 보면 제로는 아니기 때문에 원자가 존재하고, 원자들이 모인 세계가 존재한다. 파동방정식을 만든 슈뢰딩거 그 자신도 확률론적 세계를 믿지 못했지만,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이 책은 그래서 세상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책이다. 수학적인 이야기는 최대한 자제했지만, 양자역학의 역사적 의의는 물론, 그 덕분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기술적 발전과 응용까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한번에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 현대물리학자의 유연한 마음가짐으로 이 책을 들여다보면 세상을 이해하는 다른 지식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다만 저자가 쉽게 설명해도 단 한 권의 책으로 과학자들이 수천 년 연구해온 결과로 현대 과학의 중심 이론이 된 양자역학과 그 세상을 만나기는 어렵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더욱이 양자역학 이론에 따라 무한 발전해 가는 산업화 상품들은 우리가 상상에만 의존했던 레이저 광선 총, 또 미사일 요격, 각종 산업에 적용돼 나온 수많은 물건들을 보면 과학의 힘을 믿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책은 모두 12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파동, 입자, 그리고 양자보송이〉, 2장 〈아무도 측정하지 않는 경우에만〉, 3장 〈양자 도약, 작은 부분으로 구성된 세계〉, 4장 〈새로운 종류의 우연〉, 5장 〈전자는 행성이 아니다〉, 6장 〈양자 지우개와 양자폭탄〉, 7장 〈왜 우리는 벽을 통과하지 못할까?〉, 8장 〈양자 얽힘과 유령 같은 원격작용〉, 9장 〈순간이동과 도청 방지 코드〉, 10장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도대체 어떻게 됐을까?〉,11장 〈양자철학과 양자 유사과학〉, 12장 〈양자는 우리에게 어떻게 유용할까?〉 등이다.



양자 입자의 파동적 특성은 다릅니다. 측정은, 필연적으로 측정 대상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것을 혼란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안심해도 됩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이를 믿고 싶어 하지 않았거든요. 관찰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측정 결과는 그에게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 역시 아주 오랫동안 좀 더 정교한 측정 시스템만 만들어 낸다면 이중 슬릿에서 입자의 실제 경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으며, 이것이 실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틀렸죠.(p.49) - 「제2장 아무도 측정하지 않는 경우에만」 중에서


순간이동은 당시에는 실질적인 과학적 근거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질적인 과학적 근거를 확보한 공상과학 기술의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순간이동은 이제 현실이 되었습니다. 〈스타트렉〉의 엔터프라이즈호처럼은 아니지만, 적어도 개별 입자의 양자 순간이동(텔레포테이션) 형태로 말이죠. 하지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솔직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양자 순간이동은 물질을 순수한 광선으로 변환한 후, 다른 위치에서 물질 입자로 재변환하는 공상과학 기술이 아닙니다. ‘양자 순간이동’에서, 하나의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전송되는 것은 정보입니다. 하나의 입자 상태가 다른 입자로 전달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양자 순간이동에서는 입자 자체가 아니라 그 입자의 속성만 전송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p.177) - 「제9장 순간이동과 도청 방지 코드」 중에서


저자 : 플로리안 아이그너(Florian Aigner)


2010년에 빈공과대학교에서 양자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물리학자이자 과학 작가, 과학 편집자 겸 저널리스트이다.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에서 수많은 기사를 썼으며, 인기 있는 과학 평론가이기도 하다. 최신 연구 문제뿐만 아니라 진정한 과학으로 오해받기 쉬운 난해한 주장들에 대해서도 다룬다. 저서로는 『우리에겐 과학이 필요하다』,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 등이 있다. 특히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는 오스트리아 과학부와 오스트리아 북매거진 [부흐쿨투어(Buchkultur)]에서 선정한 ‘2018년 올해의 과학 도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역자 : 이상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가 본대학교에서 번역학을 전공했다. 이후 출판사 편집팀장을 지내며 다양한 글을 기획하고 옮겨왔으며,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나는 아빠가 좋아요』, 『꼬마 거미의 질문 여행』, 『초등1학년 경제교육을 시작할 나이』, 『데미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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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장강명 외 지음 / 북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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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러, 미스터리, 판타지, 스릴러, 휴먼��� 대한민국 장르문학을 대표하는 일곱 작가가 일곱 빛깔 한강 이야기를 이번 앤솔로지 문학 작품집을 통해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조선 시대부터 수도로 자리 잡은 후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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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장강명 외 지음 / 북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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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 서평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앤솔로지(anthology)는 그리스어의 안솔로기아(anthologia: 꽃을 모아놓은 것)에서 유래된 용어로, '선집(選集)'을 의미한다. 서적이라면 편집자가 잡지나 책 등에 발표되었던 명작·걸작 등을 모아 다시 수록한 작품집이다. 음반이라면 그 동안 발표되었던 곡 중에서 좋은 것들만 다시 모아 실은 음반으로 꼭 한 사람의 작품만 모아 놓은 것은 아니고, 여러 사람의 작품을 모은 것도 앤솔로지에 해당한다. 앤솔로지는 이 밖에도 장르가 비슷한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한 프로그램을 일컫는 말로도 쓰인다. TV 앤솔로지 프로그램을 52분 드라마라고 지칭하는데, 이는 1시간 드라마에서 광고문 등을 뺀 나머지의 방송시간이 52분이라는 데서 생긴 또 다른 명칭이다. 이를 문학에 적용한 '앤솔로지 문학'은 한 작가의 여러 단편이나, 특정한 주제에 따라 여러 작가의 단편을 모은 작품집을 말한다.(시사상식사전) 

    이 책 『앤솔로지 한강』은 앤솔로지 문학으로 대한민국 장르문학을 대표하는 일곱 작가의 작품을 수록했다. 장강명, 정해연, 임지형, 차무진, 박산호, 조영주, 정명섭 등 이름만으로도 독자들에게 신뢰와 기대를 동시에 갖게 하는 작가들이다. 한강은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통과한 후 경기도 김포를 거쳐 황해로 흘러든다. 삼국시대에는 ‘아리수’와 ‘욱리하’, 고려시대에는 ‘열수’,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경강’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한강의 수심은 대체로 3~5미터지만 깊은 곳은 10미터 이상인 곳도 많다. 아마 주변 건축물을 짓기 위해 모래 골재 채취와 하상 정비 등으로 여러 곳의 수심이 깊어진 탓일 것이다. 

    한강과 한강 주변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법하다. 이를 7명의 작가들이 호러, 미스터리, 판타지, 스릴러, 휴먼 등의 분야에서 뜻을 모았다. 장르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희극과 비극, 인간과 동물, 과거와 미래 등 무수히 많은 인물과 사건이 뒤섞여 만들어 낼 감정들이 녹아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하나하나 빼어나지만, 그래서 함께 읽으면 더 여운이 남는다.



    ① 소설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인간과 사회를 탐구하는 월급사실주의 소설가 장강명, ② 언제나 극한까지 치닫는 쾌감을 선사하는 정해연, ③ 청소년과 성인 모든 독자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임지형, ④ 대중성과 문학성의 균형 속 한 방을 선사하는 차무진, ⑤ 유명 번역가, 에세이스트에서 소설가로 지평을 넓힌 박산호, ⑥ 미스터리, 로맨스, SF 등을 종횡무진 누비는 조영주, ⑦ 한국 장르문학계의 만능 엔터테이너 정명섭 등이 참여했다. 

    한강에 인어 무리가 있다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한강이 보이는 집에 사는 사람은 과연 행복할까, 한강을 달리는 것이 자신을 구원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 한강에 몸을 던진 사람들의 원혼은 어디로 갈까, 한강 다리에 터 잡은 주인 잃은 동물들의 삶은, 사람의 욕망을 부추기는 한강의 석양이 불러온 무시무시한 결과는, 한강을 유유히 떠다니는 유람선 속 숨 막히는 현장은 어떤 것들이 가려져 있을까. 어쩌면 인류가 등장하기 전부터 존재했을 '한강'은 예나 지금이나 매일 같아 보여도 결코 같은 물줄기일 수 없다. 한강 속에 머물러 있는 이야기나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한강'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일곱 작가의 일곱 가지 색으로 한강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첫 번째 작품은 장강명의 「한강의 인어와 청어들」이다. “청어들이 몰려오고 있어요. 수백만 마리, 어쩌면 수억 마리일지도 몰라요.” '청어나 인어는 바다에 사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소설이니까.

    반인반수가 많은 한강 주변 동네 '현수동'에 사는 장휘영은 한강의 인어들을 만나러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는다. 인어들이 만남을 청한 이유는 청어들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인어들과 새로운 터전을 얻기 위한 청어들의 싸움이 모두가 잠든, 밤의 한강에서 시작된다.

    정신을 차린 파솔미레가 꿈틀거리는 대왕오징어의 다리를 피해 어딘가로 가더니 청어들 사이에서 사람 손을 하나 잡아 쑥 일으켰다. 거기에는 피부가 가무잡잡하고 머리가 금색인 다른 인어가 있었다. 그 인어는 노란색 눈으로 말없이 파솔미레를 노려보았다. 허리 아래가 물고기 꼬리에서 다리로 변하는 중이었다. 한강을 습격한 청어 군체의 뇌는 인어였다. 그래서 이 군체가 그토록 영리했던 거다.(p.38)



    두 번째 작품 「한강이 보이는 집」의 저자 정해연은 처음엔 로맨스 소설을 썼다. 저자는 2013년 돌연 『더블』이라는 작품을 내놓으며 스릴러로 전향하여 ‘놀라운 페이지 터너’ ‘한국 스릴러 문학의 유망주’라는 평과 함께 주목받았다. 2025년 현재 왕성한 작품 활동을 보이는, 한국 문단의 중견으로 발돋움했다. 제목 '한강이 보이는 집'은 다른 한강 주변의 아파트에 비해 '전경값'이 프리미엄으로 붙어 있다고 하는 요즘 시대다. 한강이라는 천혜의 자연 환경은 집값 올리는 데도 한몫을 한 셈이다. 로맨스와 화목한 가족들만 등장할 것 같은 한강이 보이는 집에서 무슨 일이? 더욱이 스릴러가··· “상황이 안 좋았다. 한강에는 CCTV가 없다.”

    한강이 바라다보이는 그림 같은 집. 그 집에서 눈뜬 양민이 발견한 건 배에 칼이 꽂힌 채 죽어 있는 아내, 잔뜩 피가 묻어 있는 자신의 셔츠, 그리고 드문드문 기억나는 간밤 아내와의 다툼이다. 누가 아내를 죽인 걸까?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집에서 일어난 비극의 진실은?

    배에 식칼이 꽂혀 있지 않았다면 평소 앓던 빈혈 때문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배에서부터 흘러내린 피는 등 밑까지 이어졌지만 벌써 말라붙어 있었다. 아내의 얼굴은 퍼렇다 못해 시커맸고 허옇게 뜬 두 눈동자는 뒤로 넘어가 보이지 않았다. 헤벌린 입에서 흘러나온 침이 입 옆으로 지나온 자국을 만들어 냈다.

    그동안 한강에서 꽤 많은 시신이 발견됐다. 그러나 목격자는 대부분 나오지 않았다. 봄은 사람이 많은 계절이고 밤까지 인파는 줄어들지 않는다. 그들은 각자의 행복에 젖어 있다. 행복에 젖어 있는 사람의 눈에는 행복의 즐거움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시신을 버리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악의 그늘을 깨닫지 못한다. 이제 그가 기대할 것은 하나뿐이었다. 박희숙의 시신이 들려줄 이야기다.(p.94)



    세 번째 단편 「한강을 달리는 여자」의 저자 임지형은 작가이자 실제 마라토너라고 한다. 글과 달리기를 삶의 두 축으로 삼아 지금도 한강 변을 달리며 이야기를 길어 올린다는 특이한 능력의 작가다. 이혼 후 합정에 자리 잡은 동화작가 주하는 자신의 잘못 때문에 만나지 못하는 아들을 그리워하며 매일 한강을 달린다. 그리고 자꾸만 주하의 눈에 띄는 한 소녀가 있다. 왜소한 몸집에 어딘가 그늘진 아이에게서 학대의 흔적을 발견한 주하는 용기를 내기로 결심한다. “모두가 모른 척하면, 결국 아이는 죽는다.”

    하지만 이 소녀만은, 이번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이 아이를 구할 수 있다면, 어쩌면 아들을 다시 만날 자격이 주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근거 없는 믿음이었지만, 주하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 믿음으로 한 발 내디뎠다.(p.143)

    네 번째 작품 「귀신은 사람들을 카페로 보낸다」의 저자 차무진은 1974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010년 장편소설 『김유신의 머리일까?』로 데뷔했다. 차유진과 라임라이트란 필명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젖은 머리의 여자. 그 여자가 머리를 내밀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 물속에서.”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한강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카페엔 늘 손님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인면어가 나타났다는 뉴스와 함께 머리 젖은 여자 손님이 들어온다. 동시에 밀려드는 손님들. 하지만 어딘지 석연치 않은 일들이 계속된다. 

    여자는 지연에게 두 번 다시 듣고 싶지 않은 악담을 퍼부었다. 그 직후부터 거짓말처럼 카페는 썰렁해졌다. 손님들은 한강의 인면어처럼 밀려왔다가 여자가 악담을 퍼붓자 썰물처럼 사라졌다. 그 여자와 함께.(p.179)

    다음 다섯 번째 소설 「달려라, 강태풍!」의 저자 박산호는 한양대 영어교육과와 영국 브루넬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영화 ‘툼스톤’의 원작 소설 『무덤으로 향하다』 번역을 시작으로 번역가로 데뷔했다.



    이후 스릴러의 거장인 로렌스 블록의 소설 시리즈, 영화 〈월드워 Z〉의 원작 소설인 『세계대전 Z』, 영화 〈차일드 44〉의 원작 시리즈, 여성 첩보원 시리즈 〈레드 스패로우〉의 원작 소설,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의 원작 『토니와 수잔』, 그래픽 노블 『사브리나』, 『양들의 침묵』을 쓴 토머스 해리스의 『카리 모라』 등 다수의 스릴러 명작들을 20년 가까이 번역하면서 스릴러 문법과 구조를 익힌 스릴러 매니아다라고 한다.

    “혹시 그것 때문인가? 일주일 전 엄마랑 산책하러 나갔다가 공원의 낙엽 더미 속에서 찾아냈던 것.”

    주인에게 버림받은 과거가 있는 시바견 태풍. 새로이 가족이 된 엄마와는 절대 헤어질 수 없다. 그런데 엄마와의 산책길에서 어떤 물건을 발견한 뒤로 집을 나간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다. 안 되겠어, 내가 직접 엄마를 찾아야겠어. 멍(기다려), 멍(엄마)!

    나는 허공에 대고 코를 킁킁거렸다. 바람 냄새. 가을 냄새. 낙엽 냄새. 나는 그의 품에서 펄쩍 뛰어내렸다. 입에는 소시지를 꽉 문 채 허둥대는 그를 뒤로하고 내달렸다. 엄마와 함께 산책 다닐 때 내려갔던 계단을 향해. “ 안 돼, 태풍아! 기다려! 같이 가!” 뒤에서 형식의 고함이 들렸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달리며 생각했다. 미안. 난 엄마를 찾으러 가야 해. 엄마는 내가 구할 거야!(p.208)

    여섯 번째 단편은 조영주의 「폭염」은 단편의 가장 큰 특성인 강렬한 첫 문장을 선보인다. “오늘은 내가 죽는 날인가 보다. 저녁 7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에도 폭염은 식지 않았다.” 5년째 두문불출하며 시나리오 작업에 전념 중인 정단식은 자신의 시나리오가 표절임을 알려 준 차유진의 작업실 이전 파티에 초대받는다. 폭염을 뚫고 도착한 작업실에서 만난 국민배우 장그믐으로부터 차유진이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훔쳐 할리우드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들은 정단식은 한강의 일몰을 보는 순간 폭주하게 되는데···

    매일 한강을 달린다는 묘령의 여인, 마음껏 풀밭을 뛰노는 까만 시바견, 한강에서 인어와 청어를 본 적 있다고 주장하는 작가, 한강 변의 카페 앞을 매일 서성이는 노숙인 등. 다양한 인물을 만났지만 괴물을 봤다는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p.245)



    마지막 작품은 정명섭의 「해모수의 의뢰」다. “저는 아리온호의 시험 운행을 책임질 인공지능 해모수라고 합니다.”

    2034년, 인공지능 해모수의 시험운항에 탑승하기 위해 한강 선착장에 도착한 탐정 남윤아. 즐거움도 잠시. 해모수는 유람선 안에 폭발물이 설치되어 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한다. 주어진 시간은 2시간 30분. 자신과 배에 탄 사람들, 그리고 해모수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수수께끼 풀이가 시작된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리온호의 시험 운행을 책임질 인공지능 해모수라고 합니다. 남윤아 님의 승선을 환영합니다. 시험 운행이기 때문에 알려드린 대로 외부와의 연락은 차단될 예정입니다. 아리온호가 시험 운행을 마치고 이곳으로 돌아오면 통신 방해 장치가 작동을 멈추게 됩니다. 파티를 즐겨 주시고 저는 필요할 때 호출해 주시면 언제든 답변하겠습니다.(p.280)


    저자 : 장강명

    월급사실주의 소설가, 단행본 저술업자, 문단 차력사. 신문기자로 일하다 2011년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열광금지, 에바로드』 『호모도미난스』 『한국이 싫어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댓글부대』 『우리의 소원은 전쟁』 『재수사』(전2권), 연작소설 『뤼미에르 피플』 『산 자들』, 소설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산문집 『5년 만에 신혼여행』 『책, 이게 뭐라고』 『책 한번 써봅시다』 『아무튼, 현수동』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미세 좌절의 시대』, 르포 『당선, 합격, 계급』 『먼저 온 미래』 등이 있다. 한겨레문학상, 수림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 문학동네작가상, 젊은작가상, 오늘의작가상, 심훈문학대상, SF어워드 우수상을 수상했다.


    저자 : 정해연

    소심한 O형. 덩치 큰 겁쟁이. 호기심은 많지만 호기심이 식는 것도 빠르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백일청춘》으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YES24 e-연재 공모전 ‘사건과 진실’에서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대상을, 2018년 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으로 주최한 추미스 공모전에서 《내가 죽였다》로 금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더블》 《유괴의 날》 《구원의 날》 《홍학의 자리》 《누굴 죽였을까》 등을 출간했고, 앤솔러지 《깨진 유리창》 《파괴자들의 밤》 등에 참여했다. 《더블》 《유괴의 날》 《홍학의 자리》 등은 세계 각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2023년 《유괴의 날》이 ENA에서 드라마로 방영됐다. 1981년에 태어나 오늘을 살고 있다. 2012년 『백일청춘』으로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예스24 e-연재 공모전에서 대상을, 『내가 죽였다』로 CJ E&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 주최한 추미스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지금 죽으러 갑니다』 『홍학의 자리』 『더블』 『못 먹는 남자』 『유괴의 날』 등 다수가 있다. 20대에 로맨스 소설을 썼던 그는 『더블』이라는 작품을 내놓으며 스릴러로 전향하여 ‘놀라운 페이지 터너’ ‘한국 스릴러 문학의 유망주’라는 평과 함께 주목받았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그의 장점은 흥미로운 설정과 뛰어난 가독성이다. 특히나 『홍학의 자리』에서는 이제까지 쌓아 올린 경험과 특장점이 집약되어 있다. 곧바로 스토리에 집중하게 만드는 설정과 가독성은 물론, 매 챕터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탁월한 스토리텔링, 완성도 높은 캐릭터와 짜임새 있는 플롯으로 스릴러 작가로서의 존재감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저자 : 임지형

    작가이자 마라토너. 글과 달리기를 삶의 두 축으로 삼아 지금도 한강 변을 달리며 이야기를 길어 올린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무등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광주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아 첫 책 『진짜 거짓말』을 펴냈다. 장편소설 『나는 동화작가다』 『오늘도 책방 자서점이 열렸습니다』 『연희동 러너』 등을 출간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2009년 제1회 목포문학상을 받았다.


    저자 : 차무진(차영훈, 라임라이트)

    1974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010년 장편소설 『김유신의 머리일까?』로 데뷔했다. 2017년에 『해인』을, 이후 『해인』의 세계관을 확장한 『모크샤, 혹은 아이를 배신한 어미 이야기 1,2』를 발표했다. 2019년에 발표한 『인 더 백』은 대중성과 문학성을 고루 갖추어 한국 장르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평가받았으며 출간 즉시 판권이 계약되었다. 그 외 『좀비 썰록』(공저), 『당신의 떡볶이로부터』(공저) 『카페 홈즈의 마지막 사랑』(공저), 『태초에 빌런이 있었으니』(공저) 등이 있다. 발표한 단편으로는 미스터리 격월간 문예지 [미스테리아]에 실린 「비형도」(13호), 「마포대교의 노파」(24호)가 있다. 2020년 빌런만을 심층 연구한 작법서 『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를 냈다. 얼마 전 작업실을 이사하면서 엄청난 플라스틱과 멀쩡한 물건들이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사실에 놀란 작가는 『나와 판달마루와 돌고래』의 주인공인 외계인 판달마루와 사춘기 소년 슬옹이가 보여주는 우정을 통해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돌아본다. SF, 판타지를 바탕으로 아버지에 대한 사랑, 외계인과의 우정, 지구 환경에 대한 경고가 감동과 코믹을 오가며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저자 : 박산호

    영어로 쓴 소설을 한국어로 옮기고, 에세이와 칼럼을 쓰고,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사람들을 찾아가 인터뷰한다. 한양대학교 영어교육학과에서 공부하고 영국 브루넬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영화 ‘툼스톤’의 원작 소설 『무덤으로 향하다』 번역을 시작으로 번역가로 데뷔. 이후 스릴러의 거장인 로렌스 블록의 소설 시리즈, 영화 ‘월드워Z’의 원작 소설인 『세계대전 Z』, 영화 ‘차일드 44’의 원작 시리즈, 여성 첩보원 시리즈 ‘레드 스패로우’의 원작 소설,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의 원작 『토니와 수잔』, 그래픽 노블 『사브리나』, 『양들의 침묵』을 쓴 토머스 해리스의 『카리 모라』 등 다수의 스릴러 명작들을 20년 가까이 번역하면서 스릴러 문법과 구조를 익힌 스릴러 매니아. 최근에는 스릴러, 청소년 등 장르를 넘나들며 소설을 집필해 많은 독자를 만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오늘도 조이풀하게》《너를 찾아서》《소설의 쓸모》《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공저)《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생각보다 잘 살고 있어》등이 있다.


    저자 : 조영주

    2016년 세계문학상, 2015년 KBS김승옥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환상의 책방 골목》을 비롯해 다양한 앤솔러지를 기획 및 출간했다. 《환상의 책방 골목》은 터키,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출간되었다.


    저자 : 정명섭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대기업 샐러리맨과 바리스타를 거쳐 2006년 역사 추리 소설 『적패』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픽션과 논픽션, 일반 소설부터 동화, 청소년 소설까지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다. 현재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대표작으로는 『빙하 조선』, 『기억 서점』, 『미스 손탁』, 『어린 만세꾼』, 『유품정리사 - 연꽃 죽음의 비밀』, 『온달장군 살인사건』, 『무덤 속의 죽음』 등이 있으며 다양한 앤솔러지를 기획하고 참여했다. 그 밖에 웹 소설 『태왕 남생』을 집필했으며 웹툰 『서울시 퇴마과』를 기획했다. 2020년 『무덤 속의 죽음』으로 한국추리문학대상을 수상했다. 암행어사의 암행이 어두울 암(暗)에 움직일 행(行)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줄곧 ‘어둠을 걷는다’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 왔다. 그러던 중 꿈속에서 어둠 속을 걸어가는 한 남자를 보게 되었다. 그때 ‘어둠의 길을 걷는 어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를 떠올렸고, 오랜 시간을 거쳐 조금씩 완성해 나갔다. 처음에는 주인공이 송현우가 아니라 이명천의 포지션이었지만 생각해 보니 ‘어둠 속을 걸어가는 사람’은 쫓는 쪽보다는 쫓기는 쪽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었고, 조선 시대의 다양한 기담과 전설들을 더해서 이야기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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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의세계 - 낯선 길을 걷는 법
      정병호 지음 / 성안당 / 202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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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여행자의 세계』는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니다. 저자 정병호는 여행자들이 끝없이 펼쳐진 길을 홀로 또는 함께 걸으며 아름다운 풍경과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조금씩 여행의 본질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페르소나인 '루카스'가 여행하는 삶의 가치와 소중함을 느끼고 깨닫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시간으로의 여행’ 시리즈의 여행 작가인 저자는 "여행은 시작과 끝, 떠남과 머무름, 도착과 돌아옴이 함께하는 또 하나의 삶"이라고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낯선 길을 걷는 법」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의 저자 정병호는 〈서문〉에서 "우리는 종종 여행의 목표를 목적지에 둔다. 하지만 진정한 여행의 본질은 도착지가 아니라 그 길을 견뎌 내는 데 있다."고 자신의 여행관을 밝힌다. "여행자들은 사막을 지나고 오아시스의 노랫소리에 발걸음을 멈추며 오래된 신전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본다. 거친 모래 폭풍을 맞아 휘청이기도 하고 별빛 아래에서 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 이야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여정 속에서 조금씩 자신을 발견해 나간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어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갈림길에 선다. 익숙한 길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미지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어떤 길이 옳은지 고민"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길에는 정답이 없다고···.",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그 길은 비로소 우리의 길이 된다고···."

      찬찬히 읽다보면 이 책의 여행자들도 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다. 처음에는 목적지를 향해 걷던 그들이 점차 길 자체를 받아들이고 걸어가는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는 모습을 보이는 걸 알아채게 된다. 이들의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 또한 어느새 각자의 길 위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이 여정과 닮아 있다고 저자는 귀띔한다. 끝없이 이어진 길 위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망설이기도 하고 때로는 길조차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걸어가는 길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나침반 없이 걷기〉, 2부 〈끝없는 수평선〉, 3부 〈지도에 없는 길〉, 4부 〈끝없는 여정〉 등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책의 시작은 저자의 페르소나*인 루카스가 학교에서 돌아온 후 책상 위에 놓인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크림색 종이에 단정한 필체로 쓰인 문장이 시선을 끈다. "여행이란 무엇인가?"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편지를 집어든다. 발신인은 없다. 그리고 편지 속에는 오직 한 문장만 적혀 있다. '장난인가?' 웃어넘기려 했지만, 저 짧은 문장이 이상할 정도로 마음 깊숙이 파고든다. 그는 언제나 여행을 동경해 왔지만, 여행을 단지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일쯤으로만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 편지는 그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물음을 조용히 건네고 있다. 다음날 또다시 편지가 도착한다. 이번에는 좀 더 긴 문장이 담겨 있다.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당신이 제가 드린 질문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시길 바란다. 나와의 여행에 동행하겠는가?"(p.15)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도대체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편지 속의 여행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이 책에는 〈서문〉 이외에 〈프롤로그〉를 따로 두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자신의 페르소나인 루카스를 등장시킨다. 저자의 페르소나인 루카스는 결국 저자 자신을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된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이에 따라 〈프롤로그〉에서는 자연스럽게 여행의 의미부터 목적까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편지를 쓰는 '이든'의 질문에 대한 사유를 통해 루카스가 체득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 페르소나: '가면'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로 심리학적으로는 타인에게 파악되는 자아 또는 자아가 사회적 지위나 가치관에 의해 타인에게 투사된 성격, 혹은 외부로 표현하는 개인의 이상적 측면을 말한다. 개인의 실제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은 페르소나가 그 개인의 실제라고 생각한다.(독자 주)



      루카스는 누군가 보내는 편지에 적힌 내용을 하나씩 풀어가면서 여행의 의미에 다가간다. 앞서 기술한 「의문의 편지」에 이어 「첫 번째 여행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루카스는 도서관에서 '여행'에 대한 책을 찾아보다가 '마르코 폴로(Marco Polo)'**에 눈길이 멈춘다. 책 속 문장에서 "그는 단순한 탐험가가 아니었다. 그는 동방과 서방을 연결하는 다리였다."는 글귀를 찾아내 읽다가 문득 또 다른 편지의 내용을 떠올린다.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 그렇다면 마르코 폴로가 여행을 한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곰곰 생각하다가 루카스는 그날 밤 한 통의 편지를 더 받는다. 새로운 질문이다. "마르코 폴로의 여행이 세계에 남긴 영향은 무엇인가? 그의 여행이 단순한 모험이 아니었다면, 여행을 어떻게 정의하겠는가?"라고 묻고 있다. 루카스는 처음으로 여행이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과거와 현재를 잇고 문화를 교류하며 새로운 시각을 배우는 과정이었다는 결론을 얻어 답장을 쓴다.

      "마르코 폴로의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의 여행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정말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여행을 하고 있는 걸까요?(p.17)

      루카스는 계속해서 편지를 받고 답을 찾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이번에는 14세기 모로코 출신의 여행자 이븐 바투타(Ibn Battuta)***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단순한 여행자가 아니라 무려 30여 년간 이술람 세계를 넘어 인도, 중국, 아프리카까지 여행하며 기록을 남긴 사람이다. 루카스는 이든의 편지를 떠올리며 속으로 되뇌인다. 만약 여행이 그저 목적지를 방문하는 것이라면, 이븐 바투타의 여정은 왜 지금까지 역사 속에서 회자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날 저녁 도착한 또 하나의 편지가 도착한다. "이븐 바투타는 단순한 모험가가 아니라 세계를 기록한 사람이었다. 기록이 없었다면 여행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그는 즉시 답장을 썼다.

      "여행이란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그것을 남기고 공유하는 행위라는 뜻인가요?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날 어떻게 여행을 기록해야 할까요?" 이든의 다음 답장은 짧았다. "좋은 질문이다. 이제, 다음 여행자로 넘어가 보라."


      ** 마르코 폴로(Marco Polo):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의 여행가, 상인, 작가(1254~1324).

      *** 이븐 바투타(Ibn Battuta): 모로코 지브롤터 해협 탕헤르 출신으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행가 가운데 한 사람(1304~1368).[이상 저자 주]



      다음날 루카스는 과학 서적 코너에서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에 관한 책을 집어 들었다. 다윈의 비글호 탐험이야말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꾼 여행이었다. 그는 단순히 풍경을 감상하는 여행자가 아니었다. 그는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이론을 세운 사람이었다. 

      "찰스 다윈의 여행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진화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그는 곰곰이 생각했다. 여행이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고···.

      "찰스 다윈의 여행은 그의 이론을 가능하게 했어요.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이든의 답장은 예상 밖이었다.

      "당신은 직접 답을 찾아야 한다. 다음 여행을 준비하라." 그는 고민에 빠진다. 이든은 단순한 안내자가 아니었다. 이든은 루카스를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도록 유도하는 사람이었다. 다음 여행지는 어디일까? 

      이제야 본격적인 본론의 장으로 넘어간다. 루카스는 이든의 편지를 받은 후 자신이 직접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목적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각을 얻는 과정'이었다. 그는 배낭을 꾸리고 노트를 챙겼다. 첫 번째 목적지는 낯선 도시의 오래된 골목이다. 그는 낯선 도시의 한 골목길을 걸으며 과거의 여행자들이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했듯이 자신의 여행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는 골목길을 걸으며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나는 어떤 여행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 여행은 나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주변을 돌아본다. 낡은 벽돌 건물이 늘어서 있었고 가로등이 부드러운 빛을 뿌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였지만, 그는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의 풍경은 낯설지만, 그들의 삶은 내 삶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모두 같은 태양 아래 살아간다." 테이블 위의 작은 쪽지를 발견한다. 익숙한 필체다. "여행이란 무엇일까? 당신은 낯선 곳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이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답장을 쓴다. "여행이란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나와 다르지만, 동시에 같습니다."


      ****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진화론에 크게 기여한 영국의 생물학자, 지질학자(1809~1882).



      루카스의 여행은 계속된다. 기차를 타고, 배를 타고, 사막을 걷는다. 걷다가 지치면 끝없는 모래 언덕이 펼쳐진 곳에서 자신의 내면을 마주한다. 사막의 밤은 차갑고 별들은 끝없이 빛나고 있다. 그는 모닥불 옆에서 베두인 부족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은 바람과 별을 길잡이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다시 길을 걷다가 지쳐 멀리 반짝이는 불빛을 발견하고 오아시스임을 알아낸다. 발걸음을 재촉해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곳을 찾는다. 그는 이곳에서 한 노인을 만난다. 노인은 오아시스에서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 주며 살아가고 있었다. 

      노인이 물었다.

      "당신은 무엇을 찾고 있는가?"

      그는 대답했다.

      "저는 여행의 의미를 찾고 있어요. 그리고 저 자신도요."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행이란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오아시스를 찾아가고 있다." 

      루카스의 여행은 끝이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답을 찾아 걷고 이동한다. 다음 목적지를 찾아 스스로의 내면에서 답하는 대로 걷는다. 

      마치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읽는 듯한 느낌도 든다. 이 에세이는 끝나지 않는다. 길은 계속된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p.231)


      저자 : 정병호


      유럽 26개국을 자동차 투어 하였으며 여행 벤처 프로젝트 설계, 앱 여행 콘텐츠 설계에 참여했다. 해군사관학교 전임강사를 역임하였고 현재, 하나투어 Tour Conductor로 재직 중이다.

      [저서]

      『시간으로의 여행―스페인을 걷다』(성안당, 2015)

      『시간으로의 여행―오스트리아, 동유럽을 걷다』(성안당, 2017)

      『시간으로의 여행―유럽을 걷다』(성안당, 2018)

      『시간으로의 여행―크로아티아, 발칸을 걷다』(성안당, 2019)

      『시간으로의 여행―이탈리아를 걷다』(성안당, 2024), 「프랑스, 역사의 길을 따라 도시를 만나다」(하나투어,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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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열전 - 권력을 지킨 칼, 국민을 겨눈 칼날 국가폭력의 설계자들
        배기성 지음 / 비아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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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졌다.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6월 11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검찰개혁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내 강경파로 꼽히는 김용민·강준현·민형배·장경태·김문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개혁을 이번에는 제대로 완수하겠다"며 "이제 국민의 요구를 완수할 때로 더 미룰 수 없고 늦어져서도 안된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법안은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공소청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안」,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안」, 「국가수사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안」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법안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행정안전부 산하에 중대범죄수사청, 법무부 산하에 공소청을 각각 신설하며, 국무총리 직속 국가수사위원회를 두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리고 9월 25일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새 정부의 검찰 개혁이, 본 궤도에 오른 것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서 법안통과를 막아섰는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여권이 스물 네 시간이 지나 표결로 필리버스터를 중단시켰다. 법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아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고, 검찰 개혁 법안은 여권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검찰청의 수사·기소 분리는 1년의 유예 기간을 뒀기 때문에, 검찰청이 실제로 문을 닫는 건 내년 9월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조용히 감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검찰의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라는 느닷없는 결정을 책임자급 검사들이 집단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 정부의 더 강력한 처분이 뒤따르고 있다. 

        「검사 파면법」을 발의한 민주당이 '집단 항명·조작 기소 국정조사'까지 띄우는 것은, 자칫 여권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검찰의 '대장동 항소포기' 후폭풍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1월 14일 「검사징계법 폐지법률안」과 「검찰청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검사징계법을 폐지하고, 검사도 일반 공무원처럼 '공무원 징계령'으로 징계받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두 법안이 통과되면 탄핵 절차 없이 검찰총장을 포함한 검사를 파면 징계할 수 있다.



        민주당은 두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두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법사위 의석수 절반 이상을 범여권 위원들이 차지하고 있어 법사위 통과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당 지도부는 속도감 있는 처리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법무부에서는 보직해임, 인사조치, 징계 회부 등을 신속히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터진 검찰 내부 반발을 두고, 여야는 각각 '집단 항명'과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주장했다. 여야 간 전선이 다시 민주당의 검찰개혁이 정당한지 따져보자는 쪽으로 흐르자, 10∙15대책, 대통령실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의혹 등 여권의 기존 악재들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양새다. 지금 대한민국 정가는 그야말로 극한 대치 정국이다. 다른 여러 가지도 있지만 검찰개혁 부분이 가장 첨예하고 중대한 사안으로 보인다. 검찰청 폐지가 여당의 무리한 밀어붙이기라는 반발은 소수의 야당 국민의힘의 주장일 뿐, 실제 큰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 여론이 여전히 국민의힘에 비판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검찰개혁'이란 말이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 출범(1948) 때부터 검찰의 주요 임무는 형사 사건과 정치·이념적 대립 상태였던 북한 공산주의자와 간첩 색출 및 처벌이었다. 특히 북한의 공산주의자를 처벌하는 최일선의 조직으로 검찰은 자신들의 몸집을 키우는 데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남한에 들어선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 정권은 국시로, 또는 정권 획득의 목적으로 '공산주의 타도'에 앞장섰다. 검찰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제1정책으로 ‘공산당 간첩’을 때려잡는 일이었다. 이승만에서부터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 정권은 이들을 기꺼이 도구로 권력을 휘두르고 정권을 유지했다. 권력의 도구로 쓰이면서 검찰은 당초의 목표이자 목적인 정권이 위험에 빠질 때마다 용공 조작 사건을 기꺼이 떠맡았다. 독재 정권이 들어서면 검찰과 중앙정보부를 중심으로 무수히 많은 용공 조작 사건이 벌어졌다. 

        기득권의 눈 밖에 난 정적은 물론이거니와 문화예술인을 비롯한 무고한 일반 시민 역시 ‘간첩 사냥’의 표적이 되어 극심한 고문 끝에 유죄를 인정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검찰이 독립되지 못한 채 정권의 시녀로 전락한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80년이 다 되어 가도록 검찰의 정권 지향적 조직 행태를 계속됐다. 그동안 검찰 출신의 많은 인사가 정권에 잘 보인 덕에 수많은 검사들이 국회의원 등 정계로 들어섰다. 검찰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고급 두뇌 집단이다. 저자가 머리말에서도 짚고 있듯이, 이러한 “조작의 뒤에는 반드시 기득권 세력의 정치적 목표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다.

        이 책 『검사열전』에서 소개하는 사건은 용공 조작 사건이라고 할 만한 사건 중 진실화해위원회와 그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재심 결정이 난 사건, 그리고 그 재심 결정에서 무죄로 뒤집히는 결정이 난 사건, 또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나온 사건들만 고른 것이다. 이외에도 아직 많은 사건이 시시비비가 가려지기만을 기다리며 여전히 암흑 속에 묻혀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명백히 조작된’ 사건들 역시 오랜 기다림 끝에 국가폭력임이 인정되었으나 제대로 처벌받은 가해자는 없는 형편이다. 지난 80년간의 용공 조작 사건들을 다시금 불러내 잊힌 국가폭력의 희생자와 가해자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고 부패한 집단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 정권 아래에서 검찰이 권력을 지키는 하수인 행세를 했다면, 민주화 이후에는 군사정권의 종식과 중정의 해체로 생긴 공백을 파고들어 검찰 자신이 권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본격적으로 권력의 도구에서 주체로 움직여간 것이다. 그렇게 공고해진 검찰 권력은 오늘날까지 대물림되고 있다.

        1999년 조폐공사가 일방적으로 옥천 조폐창을 경산과 통폐합하자 옥천창 노동조합은 파업을 개시했다. 강경 진압으로 노조의 뜻이 꺾인 후, 조폐공사 파업 당시 대검찰청 공안부장이었던 진형구 대전고검장이 술자리에서 사실 공안팀이 옥천창 파업을 조장한 것이며, 공기업 파업 시 본보기를 보이려는 목적이었다고 발언했다. 이것이 이른바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이다. 그 과정에서 강희복 조폐공사 사장에게 무리한 통폐합 계획을 발표하라고 강요했음이 밝혀졌다. 이 사건은 전국적인 분노를 불러와 특검까지 꾸려졌으나, 책임자였던 김태정 법무부 장관이 해임되고 진형구 개인이 징역 8월 집행유예 1년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사건의 주범 진형구의 아들은 검사로 지내다 성추행으로 논란이 되자 징계 없이 사직했으며, 그 사위는 법무장관을 거쳐 집권 정당의 대표까지 지냈다. 권력을 대물림하려는 움직임은 이외에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검찰개혁이 처음 시작된 시기는 바로 김영삼 정부 때라고 한다. 공수처 설립에 대한 논의 역시 이때 공론화 되었다는 것. 하지만 구체적인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문민정부에게는 검찰개혁보다 하나회 숙청 등 군 개혁이 더 큰 과제였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는 호남 출신의 검사 수뇌부를 내세우며 검찰개혁에 대한 논의를 전 정부 때보다 더욱 심화시켰다. 이때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특별검사제도', 즉 특검이 처음 도입되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특검은 1999년 '옷로비 사건'으로 당시 김태정 법무부 장관이 취임 15일 만에 사퇴하면서 김대중 정부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결국 이때 검찰개혁 동력을 상실하면서 검찰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였고, 이로 인해 검찰과 검사들의 앙숙 같은 존재였다. 참여정부 시기 검찰개혁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들이 대면해 대화를 나눈 검사와의 대화를 꼽을 수 있다.

        2004년 1월 20일 법 개정을 통해 검사동일체 원칙을 법적으로는 폐지했다. 검사동일체는 상관인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검사들의 상명하복을 요구하는 법률이었는데, 이로 인해 기수열외 및 왕따가 자주 발생하고 기소독점주의의 부작용이 우려되자 이를 없애버린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만 폐지됐을 뿐 여전히 검찰 내부에서는 이 원칙이 남아있다고 한다. 당시에도 경찰의 수사권 독립,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의 논의가 이루어졌다. 또한 판사 출신의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서열 파괴 인사로 검찰개혁을 시도했는데, 이때 검찰의 반발이 강했다. 또한 공안통, 기획통들이 차지했었던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 자리에 강력통 출신인 서영제 대검 마약부장을 임명한 것도 파격 인사로 꼽혔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게 주된 평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 『검사열전』에서 소개하는 사건들의 피해자는 다양하다. ‘조봉암 사법살인 사건’이나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의 피해자들은 당시 정권에게 위협이 되는 정적이었기 때문에 조작된 죄를 덮어썼다. ‘동백림 사건’의 피해자 천상병, 윤이상, 이응노는 낮은 지지율을 타개하고자 한 박정희 정권의 희생양이었다.



        ‘제1차 진도 간첩단 사건’과 ‘제2차 진도 간첩단 사건’은 모두 무고한 국민을 간첩으로 몰아 고문과 가혹행위로 허위 자백을 하게 만든 사건이다. 1981년 1월, 중앙정보부(중정)는 진도 일대에 10년간 암약하던 간첩단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은 1980년 8월 중정이 입수한 한 건의 첩보에서 비롯되었는데, 이때 지목된 공작원의 외조카 김정인을 비롯해 그의 외가 친척, 먼 친척, 마을 주민, 친구까지 모두 간첩 혐의 및 간첩 방조 혐의로 체포되었다. 혐의의 근거가 허술했음에도 결국 1985년 10월 31일 ‘주범’ 김정인이 사형당하면서 무고한 국민이 국가권력에 의해 목숨을 강탈당한 부끄러운 역사로 남았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들이 고문으로 인한 허위 자백을 했다는 사실이 후일 밝혀졌고, 관련인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이 ‘제1차 진도 간첩단 사건’이다. ‘제2차 진도 간첩단 사건’ 역시 진도의 한 가족을 간첩으로 몰아 풍비박산 냈다. 두 사건 모두 남파 간첩의 존재를 내세워 반공 의식을 북돋고, 신군부의 위세를 유지하려는 정치적 목적하에 교묘히 조작된 사건이었다. 법적 절차에 밝지 않고 변호사 등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힘든 ‘절해고도의 시골 사람들’이 주로 표적이 되었다는 점이 특히 악질적이다.

        군사독재정권 시대, ‘반공’은 권력을 공고히 하고 정적을 약화하는 무적의 수단이었다. 증거가 조작되었음이 명백한 사건도 ‘간첩’의 혐의를 쓰면 물 흐르듯이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었다. 민주화 이후에도 대공 수사 조작은 멈추지 않았다. 2013년 발생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은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국정원과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사진은 조작의 흔적이 역력했을 뿐만 아니라 증인의 증언 역시 절차를 따르지 않아 증거로써 효력이 없었다. 결국 국정원의 강압적인 개입이 인정되었고 피고인 유우성 씨에게는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담당 검사가 윤석열 정부의 대토령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영전하는 등 제대로 책임을 진 사람은 없었다.

        “여러분이 만약 기소를 당해 법정에서 상당히 법률적으로 숙련된 검사를 만나서 몇 년 동안 재판을 받고 결국 대법원에 가서 무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의 인생이 절단난다. 판사가 마지막에 무죄를 선고해서 여러분이 자유로워지는 게 아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1년 11월 대학생들과의 만남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 평생 검사로 살아오며 검찰총장까지 지냈고,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임을 생각하면 그의 이런 발언은 더욱 섬뜩하다.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해 공소권을 남용하는 사례들이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1부 ‘야만의 시대’는 목적 없는 조작과 억압으로 점철되었던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의 국가폭력 시대 때 있었던 용공 조작 사건들을 다룬다. 2부 ‘제물의 시대’에서는 독재 체제를 굳건히 다지기 위해 수많은 생명을 희생한 전두환 정권과 공안검사들의 만행을, 3부 ‘공포의 시대’에서는 노태우 정권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검찰이 나서서 주도한 조작 사건들을 살펴본다. 사건은 시대별로 정렬하여 검찰이 어떻게 권력의 도구에서 권력의 주체로 변화해왔는지를 책을 읽어가며 자연스럽게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검사의 역할과 그 변질 과정에 집중하기 위해 본문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해방 이후 미군정 시기에 있었던 대표적인 용공 조작 사건 두 건도 부록으로 함께 수록했다.

        ‘맺음말’에서 저자는 ‘상식적인 사회’를 강조한다. 상식적인 사회라면 “형사 사건이 하나 터지면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이를 바탕으로 기소 여부를 따지며, 법원이 유무죄와 형량을 정하는” 순서로 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검찰 역할이 비상식적으로 증대하면서 수사부터 기소, 판결까지의 과정을 신뢰할 수 없게 된 형편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과거의 사건들을 되짚어보는 작업을 수행하는 동시에, 미래의 검찰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저자 : 배기성


        일체 ‘빽’ 없이 학연, 혈연, 지연 아무것도 없이 자기 콘텐츠만으로 조금 떠버린 존재,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 한 명을 골라, 선거캠프 상황실장을 뛰면서 당선시킨 뒤, 그냥 국회 공무원으로 들어가 한 6개월 있다가 국회의원이 나가라고 해서 미련 없이 나왔다. 전부터 한국 역사학계의 근본 문제점이 사도세자와 영조의 갈등 국면에서 사도세자파派가 일방적으로 패배한 후 벌어진 사태라는 점을 깨닫고, 사설 세미나에서 [사도세자와 영조]라는 강의를 찍은 후, 유튜브에 올렸는데, 이게 시쳇말로 ‘대박’을 친다.

        기존 ‘사도세자’라는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그는 훌륭한 임금감이었으며, 너무나도 부족한 인격의 소유자인 아버지 영조가 자신의 정치 세력인 노론과의 결탁으로 소론과 결탁한 사도세자를 죽이고 소론 세력을 700여 명이나 죽였다는 강의였다. 이 콘텐츠가 당시 유튜브로 450만 조회를 기록한다.

        몽양 여운형 선생의 비서였던 할머니와 부산항일학생의거(일명 노다이 사건)에서 주동자였던 할아버지 사이에서 자랐다. 서울대학교에서 국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근현대사를 전공했다. 태국 방콕국제학교(ISB)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여러 문화 재단과 공공 기관에서 강연을 하며 활발하게 대중과 만나 왔다. 시사·문화 인기 채널 <매불쇼>에 출연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근현대사의 뒷이야기를 들려주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저류에 존재하는 민중의 열망이야말로 시대적 과제를 읽어 내는 도구라고 믿고 있으며, 끊임없이 민중을 주체로 한 역사 서술을 시도하고 있다

        <매불쇼>의 매주 월요일 [나만 말하는 한국사] 코너에 출연하면서, 128만(2023.10.6. 기준) 유튜버 채널의 위력을 매주 느꼈다. MBC 라디오와 목포 MBC 라디오에서도 매주 얼굴을 내민다. <매불쇼>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아 횟수로는 두 번째, 공식적으로는 첫 책을 출간한다. 주 1회 30분의 역사 이야기에서 채 풀리지 않은 갈증도 풀고, 한국사의 씨줄과 날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엮었다.

        유튜브_ youtube.com/@Baeki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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