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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7주년 기념 개정판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3월
평점 :
독자는 '편향 독서'의 잘못된 습관의 독자였다. 주로 소설과 사회과학서만 읽었고, 과학과 자기계발 책은 거의 읽지 않았다. 과학서는 어려워서 피했고, 자기계발서는 처세술을 가르치는 달콤한 말이 싫어서였다. 물론 총량에 있어서도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처지도 아니기 때문에 책을 좋아하느냐는 질문도, 어떤 책을 선호하느냐는 질문도 거의 받지도 않았지만. 아무튼 회피했던 책들에 대한 관심이 깊어진 것은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코로나 팬데믹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 조정이나 재택 근무일수 조정 등의 혜택(?) 덕분이다. 집에서 근무하는 날은 출퇴근 시간만 하루 3시간씩 일주일이면 거의 하루에 해당되는 시간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다시 책을 손에 잡기 시작한 게 3년이 넘었다. 꽤 많은 책을 읽었다. 이전에 비해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가장 눈에 띈 것은 의학 서적이었다. 그 중 특히 프로이트, 융, 아들러의 전기나 그들의 이론 해설서 같은 책이 쏟아졌다. 주로 번역본이었이만 국내 저자 저술도 적잖았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 때문이었다. 출판계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정신의학 중 심리학과 관련되는 책을 많이도 내놨다. 이 시기에 학창시절 읽다 뒤로 미뤄두었던 정신의학 관련 고전이 된 책들이 눈에 띄었다. 예를 들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입문』, 『꿈의 해석』, 칼 융의 『분석심리학』, 아들러의 자기계발 심리학(개인심리학) 등을 주로 읽었다. 물론 입문이나 쉽게 해설한 책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의학과는 다른 관점의 책이었다. 쉽게 쓰였다고 했지만 의학에 완전 문외한인 독자에게는 상당히 어려웠다.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다른 책을 손에 잡았다. 역시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 저 책 읽은 보람은 의외로 심리학 용어들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다. 심리학이라면 개론서도 못 읽어본 독자에게 심리학은 또 다른 세계로의 여행처럼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독서 릴레이'를 선물로 안겨 주었다.
이 책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는 ‘회피형 인간’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오카다 다카시의 책이다. 다카시는 전작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와 함께 꾸준히 국내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정신과 의사라고 한다. 그의 심리 고전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원제: 인간 알레르기, 人間アレルギ?)의 최신 개정판이 이 책이라고 소개글을 통해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긍정적인 일보다는 부정적인 일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 조금만 불편해도 얼굴에 금방 티가 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모자란데 싫어하는 사람을 생각하느라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사람. 급기야는 인간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자기 스스로를 갉아먹는 사람들에 대한 책이란다. 이 책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는 바로 이런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원인을 분석해주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는 이 책에서 사람에게 분노와 혐오감이 드는 현상을 몸의 알레르기 반응에 빗대어 ‘인간 알레르기’라고 표현한다.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사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사람,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사람……. 인생을 살다 보면 이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쩌면 필연이다. 물론 불편한 사람은 그냥 빨리 손절하고 접촉을 끊으면 그만이긴 하다. 하지만 ‘인간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쉬운 사람은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인 것이 문제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즉 상대를 아무리 바꿔도, 회사를 아무리 옮겨도 또다시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애착 이론’을 통해 인간 알레르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수많은 임상 사례 그리고 유명인의 사례를 독자들에게 들려주며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생텍쥐페리, 니체, 쇼펜하우어, 나쓰메 소세키, 해리 할로, 서머싯 몸 등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유명인들의 인간관계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한 부록으로 들어간 ‘싫어하는 사람 대응 매뉴얼’은 그대로 따라 해볼 수 있을 정도로 실용적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일본에서 2015년에 출간된 이후 아마존 심리 분야 1위에 오른 바 있다고 한다. 국내에도 2016년에 소개된 이후 자기계발〉인간관계 분야 베스트에 올라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이번 2023년 개정판에는 가족치료 전문가인 이남옥 레지나 교수의 해제 원고가 추가되었으며 2023년 현실에 맞게 심리 용어를 통일하고 원고를 매끄럽게 정리했다. 독자가 왜 이 책을 못 읽었는지는 이 책을 덮은 후에 후회스러워 했다. 책이 매우 재밌어서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이 책 몇 페이지를 채 읽지 않았을 때 이미 달아나고 없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람에게 분노와 혐오감이 드는 현상을 몸의 알레르기 반응에 빗대어 ‘인간 알레르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처음 듣지만 꽤 흥미롭지 않은가? 인간 알레르기란 도대체 사람을 말하는 것인가, 병의 증상을 말하는 것인가? 굳이 사전에 알 필요도 없다. 이 책은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도록 설계되어 있고, 따로 찾아보거나 보충 독서를 하지 않아도 이 책으로 들어가 이 책으로 나와도 될 만큼 자세하고 쉬운 말로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졌다. 독자들은 그저 읽기만 해도 자신의 정신 건강상의 문제점이나 약점이라고도 표현해도 될 심리적 불안, 혐오 등의 이유를 알게 된다. 특히 싫어하는 대상이 가족일 때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사회과학 서적에서도 인용될 만하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저자가 가족 문제를 이 책에 넣는 이유도 알 것 같다. 가족은 싫다고 연을 끊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에 회의감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애착 이론’을 통해 인간 알레르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수많은 임상 사례 그리고 유명인의 사례를 독자들에게 들려주며 해결 방안을 연구하고 모색해 왔다. 자신의 환자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생텍쥐페리, 니체나쓰메 소세키, 서머싯 몸 등 세계적으로 이미 잘 알려진 인물들의 인간관계를 토대로 그들의 업적이나 이론, 대인관계까지 모조리 훑는다. 독자로서는 읽는 재미가 더해진다. 예를 들면 우리의 영원한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에 대해 저자는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생텍쥐페리는 어릴 때부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즉 ADHD의 특징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아이였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일쑤였기 때문에 누구도 그를 통제할 수가 없었다. 그는 주의가 산만하고, 정리 정돈에는 완전 '꽝'(책은 '젬병'이라고 표현한다)이었다. 일처리도 서툴렀고, 차분하지도 않았으며 성적도 좋지 않았던 그는 학교에서 문제아 취급을 받았고, 더욱 반항적인 아이로 자라났다. 비행기 조종에도 서툴렀던 그는 치명적인 실수를 해서 추락하는 사건까지 겪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종사 일을 찾아 전 세계를 방랑했다. 결국 2차 세계대전 중 지중해 상공에서 교신이 끊긴 채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어쩌면 인간 알레르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푸른 하늘을 동경했던 것인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분석하고 있다.(p.137~139)
독자가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 니체도 저자에게는 연구 대상이다. '인간 알레르기'의 실제 인물로 본 것이다. 니체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한 번쯤은 대단한 철학자로 다들 알고 있다. 그는 인간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질투심과 불행감에 ‘르상티망’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니체는 어렸을 때부터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 장애를 앓았다. 세 살이 되어도 말 한마디를 못했지만 네 살 때는 독서를 시작하며 천재 기질을 드러낸 그는 정신적으로는 불안하고 과민했지만 성적은 아주 우수한 비운의 철학자였다. 스물다섯 살이라는 아주 젊은 나이에 바젤 대학의 교수가 된 그는 고독하다는 점과 인간관계에 서투르다는 점에서 쇼펜하우어와 매우 유사한 길을 걸었다. 그는 10년 후 대학을 그만두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아예 끊은 채 은둔 생활에 들어갔다.(p.50~51, p.107~108, p.132~135)
염세철학의 대명사, 쇼펜하우어도 저자의 눈을 비켜가지 못한다. 그는 평생 동안 어머니를 증오했던 인물로 유명하다. 그의 어머니는 사교와 예술에는 관심이 있어도 양육에는 무관심하여 아들을 자주 방치했다고 한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늘 우울하고 신경실적이었던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그는 자신보다 스스로의 즐거움을 우선시하는 어머니를 증오했다. 어머니가 자신과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애인과의 관계 때문에 우울해하자 그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냈다. “아버지가 자살한 건 모두 당신 때문이야!”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의절했고 평생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p.172)고 한다. 독자로서는 처음 들어본 말이어서 잠시 멍해진다.
유명한 일본의 국민 작가, 나쓰메 소세키도 등장한다. 『도련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마음』으로 일본 국민의 사랑을 받는 작가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어느 집의 양아들로 보내졌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한 살 반 때 또다시 다른 집의 양아들로 보내져 일곱 살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양부모의 사이가 악화되어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지만, 애물단지 취급을 하는 친부모에게도 정을 느끼지 못했다. 양가와 본가 사이에서 호적을 되찾는 문제로 분쟁까지 일어나 소세키는 주눅이 든 채로 성장하게 된다. 그는 평생 고독감에 사로잡혔고 자기 부정에 시달렸다.(p.161~162)
『인간의 굴레』, 『달과 6펜스』 같은 명작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서머싯 몸도 이 책에 이름을 올린다. 그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10살 무렵부터 숙부 밑에서 자랐다. 그의 숙부는 시골 마을의 목사였는데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엄격한 룰을 강요하는 사람이었다. 몸은 기숙사 생활을 했던 공립학교에서 집단 왕따를 당했으며 심한 말더듬이였다. 늘 자신을 바보 취급하는 아이들 때문에 괴로웠던 그는 인간 알레르기를 갖고 되었고 쇼펜하우어의 염세철학에 매료되었다. 이후 의대를 졸업했지만 타인과 교류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 그는 의사가 되기를 포기하고 작가의 길을 택해 평생 고독하게 살았다.(p.188~193)
이 책은 몸의 알레르기 반응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알레르기 반응이 어떤 메커니즘 안에서 작동하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하면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저자 오카다 다카시의 주장을 담았다. 또한 싫어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몸과 마음을 어떻게 정비해야 하는지, 어제까지 관계가 좋았던 사람이 갑자기 싫어질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탄탄한 이론과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매우 설득력 있게 정돈했다. 이 책의 내용이나 주장은 단순히 행동과 행위에 대한 분석이 아니다. 대상자의 심리분석과 현대 심리학, 정신의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연구한 내용이며 이를 '인간 알레르기'론으로 가설을 세워 치료에 이르는 제안을 하고 있어 훌륭한 의학 논문 이상의 힘을 가진 것으로 독자로선 판단한다. 이것은 이 책의 가장 강력한 장점이기도 하다. 출간 이후 7~8년이 지났지만 많은 독자들로부터 ‘지금까지 출간된 수없이 많은 인간관계 심리학 중 제대로 된 대안 제시를 내놓은 첫 책’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증명되고 있다고 한다. 의과대학을 들어가기 전 철학을 공부한 저자의 경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 책 속에는 인류의 방대한 심리학, 철학 지식이 켜켜이 들어차 있다. 또한 우리에게도 익숙한 유명인들의 숨겨진 비화와 그들의 심리 분석은 한 편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선사할 정도로 유려한 문장이다. 이와 함께 27년이라는 임상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여러 사람들의 사례 속에서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사랑받고 싶은 본능이 원만히 충족되지 않을 때, 파괴적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간은 기본적인 본능이 충족되지 않으면 타인을 배려하고 소중히 여기는 공감 능력도, 자신을 돌아보고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도 모두 성장하지 못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p.56)
"위험 부담을 덜고 멸종을 피하기 위해 다형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어떤 변종도, 종 전체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으니까 살아남았다고도 할 수 있다."(p.94)
"우리의 일상적인 관심의 대부분도 ‘악한 쪽’이 누구인가 하는 것과 그 사람에 대한 비난으로 일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말 문제인 것은 ‘악한 것’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공격, 제거하려는 것이다."(p.252~253)
저자 : 오카다 다카시(おかだ たかし, 岡田 尊司)
1960년 가가와(香川?)에서 출생했으며 정신과의사 겸 작가이다. 도쿄대학교 문학부 철학과를 중퇴하고 교토대학교 의학부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연구에 종사하며 교토의료 소년원, 교토후리쓰라쿠난 병원(京都府立洛南病院)에서 힘겨운 일로 고민하는 젊은이들을 마주하고 있다. 현재 오카다 클리닉 원장[히라가타시(枚方市)]으로 있으며, 일본심리교육센터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애착장애』 『회피성 애착장애』 『애착장애 극복』 『애착 접근법』 『사교불안 장애』 『발달장애라고 부르지 마』 『엄마라는 병』 『아버지 콤플렉스 벗어나기』 『심리조작의 비밀』 등 다수가 있다. 오가사와라 게이(小笠原慧)라는 필명으로 소설가로도 활동 중인데 『DZ』 『바람의 소리가 안 들리나요』 『당신의 인생, 역전해드립니다』 등의 작품이 있다.
역자 : 김해용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 편집자로 일하며 다수의 일본 소설과 만화를 번역하고 편집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 이사카 고타로의 『AX』, 미야베 미유키의 『브레이브 스토리』, 『퍼펙트 블루』, 오쿠다 히데오의 『버라이어티』, 『방해자 1~3』, 『나오미와 가나코』, 이시다 이라의 『도쿄 돌』, 『슬로 굿바이』, 마미야 유리코의 『존댓말로 여행하는 네 명의 남자』, 히구치 타쿠지의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 다니 미즈에의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1~4』, 『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지성만이 무기다』,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도라에몽 : 진구의 달 탐사기』 『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지성만이 무기다』, 『도라에몽 : 진구의 달 탐사기』, 『신공룡 도감 : 만약에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