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온도 - 일, 관계, 삶을 바꾸는 따뜻한 말 한마디
김진이 지음 / 다른상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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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疏通)은 사전적 풀이로만 보자면 '①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②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란 의미의 추상적 단어이다. 인간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 가운데 하나이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정밀화되어 갈수록 이 단어의 뜻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코드로 자리 잡아왔다. 공동체도 인구가 늘어감에 따라 더욱 커지고 다양화됐다. 소통은 이제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단어로 자리 잡은 듯하다. 특히 이번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자 '소통'이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직접 보고 느꼈다. 소통이 막히자 각종 정신척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대거 발생하는 일이 발생했다. 듣도 보도 못한 이른바 '코로나 블루'가 생겨났다. 의사들은 소통 부재에 따른 스트레스가 가중된 상태에서 일어나는 우울증의 한 종류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소통은 어느 새 우리 일상에서는 필수적인 요인이었다. 다만 형태를 가진 구체적 물건이 아니기에 실체의 의미를 굳이 자주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다. 코로나 직전까지 우리 국가 공동체는 '소통 부재'로 일어난 큰 문제를 하나 넘어왔다. 이른바 국가 최고 지도자가 국민과의 소통을 소홀히 함에 따라 결국 국민으로부터 외면 당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물론 직접적인 원인은 따로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소통 부재가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도자와 구성원 간의 소통 부재는 그래도 디지털 소통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있다. 그것마저 거부할 땐 불가피하게 힘으로 소통을 해야 한다고 국민적인 저항감을 드러내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 채 일단락됐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에서 보여준 것처럼 디지털만으로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 소통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날로그적 접촉, 즉 직접 만나거나 혹은 스킨십이라는 친밀 접촉이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단순히 말만 주고받는 전화, 디지털 영상만으로는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감염병의 확산은 접촉이나 만남이 제한되기 때문에 디지털 접촉은 우리의 완전한 소통에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만 확인하고 숙제를 떠안은 것이다. 이 책 『소통의 온도』는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는 소통은 필연적인 것이라는 단순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따뜻한 소통'을 강조한다. 오랜 옛날부터 우리가 공동체를 발전시켜 오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축적해온 소통의 방식이 의사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꼭 말이 아니더라도 가능한 마음의 오고가는 것이 포함된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이는 서로의 신뢰는 물론 사랑도 함께하는 돈독한 행위임을 말하는 것이다. 이 일을 저자 김진이가 책에서 말하고자 한다.

저자 김진이는 전략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현재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다. 소통에 관한 학문적 이론을 공부했다. 그리고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택함으로써 실습적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전공의 이론적 학습과, 현장의 경험적 활동을 통해 '소통법'을 말하고자 이 책을 쓴 것으로 이해된다. 책의 구성만 살펴봐도 저자의 책 발간 이유가 잘 드러난다. 모두 5장으로 이루어진 책은 각 장의 제목에 '소통법'이 일괄적으로 들어간다. 1장 「일상의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소통법」, 2장 「마음의 벽을 허무는 소통법」, 3장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소통법」, 4장 「불편한 상황에 대처하는 소통법」, 5장 「나를 더 좋은 곳으로 이끌어줄 소통법」 등이다.

 


 

저자는 책 서문 「들어가며」를 통해 책의 내용을 발판으로 책 발간의 취지를 밝힌다. "부디 나의 말이 너에게 순조롭게 스며들기를, 너의 말이 나에게 편안히 와닿기를. 그게 어렵더라도 우리의 마음을 멋지게 지킬 수 있기를."바라는 마음이다.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부터 성찰부터 시작해 수많은 생각을 거듭해 일상의 대부분을 "어떤 말이 좋을까?를 고민하는 현재 자신의 상태에서 상대방의 기분을 살펴 진심을 전하려는 자세가 소통의 본보기를 제시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에 책을 냈다고도 말한다. 저자는 "글을 쓰다가 문득 진심은 언젠가 통하고, 결국 우리의 소통은 원만한 길로 가게 되어 있다"라는 결론에 이르러서 책을 낼 용기가 더해졌다고 털어놓는다.

저자의 「들어가며」를 읽으면서 독자의 생각인 '아날로그 접촉'이 이른바 '꼰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요즘 들어 외롭더라도 혼자가 낫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 안타깝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혼자가 익숙한 삶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회사에서는 월급을 받은 만큼만 일하는 조용한 퇴사자가 생기고, 인간관계에서의 스트레스를 감당할 바에는 혼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쓰고 있다. 이에 덧붙여 저자는 생각이 다름을 밝히고, 갈수록 사람이 보고 싶고 온기가 그리워질 거라고 단언한다.

혹자는 SNS로 엄청난 소통을 하거나 AI와 대화를 함으로써 '혼자라도 끄덕없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저자의 생각은 점점 독자와 합류하며 한 가닥으로 흐른다. "우리는 인간관계 속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고, 그때 감도는 행복한 기운으로 위로를 얻는다. 시대가 달라지고, 세대가 바뀌어도 늘 그러하다. 그게 우리의 본능이다. SNS로는 한계가 있다. 직접 내 곁에, 내 앞에,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와 호흡을 주고받는 시간이 필요하다. 온기로 가득한 말들과 곱씹을수록 진하게 느껴지는, 마음이 오가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주어야 한다."(p.7~8)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독자가 말하는 '아날로그 소통'이 아니다. 꼭 직접적인 접촉이 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뜻이다. 저자가 관심을 갖고 강조하는 것은 '좋은 소통'이다. SNS에서 '좋아요'로 표현되는 보여주기식 소통이나, 자신의 마음과 영혼이 담기지 않은, 비공감 소통이 우리의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좋은 소통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좋은 소통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진심을 담지 않은 말은 금방 기억에서 사라지지만 진심을 담은 말은 단 한마디라도 기억에 남는다. 저자가 각 장에서 수많은 에피소드를 들어 설명하는 것도 천천히 읽어보면 마음이 담긴 소통은 상대의 형편이나 마음을 전제로 한다. 즉각적으로 쉽게 다가오지 않더라도 결국은 상대의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은 어떤 형식으로든 전해진다.

일상에서 우리는 말솜씨가 뛰어난 사람을 부러워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곁에 있고 싶고 자꾸만 대화하고 싶은 사람은 결국 말에 따뜻한 마음을 잘 담아내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을 때로는 선물처럼 때로는 무기처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다.

언제나 말에 존중이 묻어나는 사람, 마음이 캄캄할 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는 사람, 감정을 잘 다듬어 표현할 줄 아는 사람, 생각을 잘 정리해서 조리 있게 말할 줄 아는 사람, 무례함을 품격과 우아함으로 잠식시키는 사람 그리고 자신을 향한 긍정의 말들을 쌓아가는 사람이 진정한 소통의 방법을 아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책은 바로 저자가 이런 사람이 될 수 있는 비결들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좋은 소통으로 좋은 인생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저자의 이 책을 쓴 취지와도 맥락이 같은 출판사 측 소개글을 참조하면 저자의 뜻이 한층 간결하고 정확하게 전해져 온다. “오랜 시간 습관처럼 사용한 좋은 말들은 나, 너, 우리의 삶에 지속적인 긍정 에너지를 불러온 것이기에 우연보다는 필연에 가깝다.(p.219) 지금까지 나를 괴롭혔던 마음속 부정의 말들을 모두 꺼내고, 긍정의 말부터 싣는 게 우선이다. 나는 믿는다. 긍정의 말이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는 에너지’를 드러낼 것이고,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가줄 거라고.(p.243)"

책에 따르면 우리의 하루는 아침에 느낀 기분대로 흘러간다. 맑은 하늘을 보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기도 하고, 반대로 우중충한 하늘을 보고 찌뿌둥함을 느끼기도 한다. 설렘과 희망이 담긴 노래가사에 에너지를 얻기도, 출근길에 연신 빵빵거리는 차들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기도 한다. 아침의 기분이 쭉 이어지기 쉬우니 기분 좋은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이때 주목해야 할 것은 하루의 시작, 나 자신에게 어떤 첫마디를 건네는가다. ‘피곤해’, ‘귀찮아’라는 불평을 첫마디로 삼으면, 피곤하고 귀찮은 하루가 시작된다. 하지만 ‘오늘 하루도 힘내보자’, ‘잘 해내야지’처럼 의욕을 북돋는 말을 첫마디로 삼으면 힘이 나고 목표를 달성하는 하루가 시작된다.

또, 아침에 처음 만난 사람과 어떤 첫마디를 나누는가도 중요하다. 마주치는 사람에게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물으면, 그전까지는 기분이 좋지 않았더라도 그 말 덕분에 환기되는 효과가 있다. 그 사람과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밝은 인사말을 건네면서 나 자신의 기분도 환기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소통의 온도를 높이는 시작점으로 ‘하루의 첫마디는 나를 향하든, 다른 사람을 향하든 긍정과 배려를 담아보자’고 제안한다. 호숫가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일듯 하루의 시작에 내가 전하는 첫마디가 누군가의 마음을 설레게 할 수 있다. 이것이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소통의 시작점이다. 내가 아침에 가장 먼저 건네는 첫마디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오늘은 어떤 첫마디로 하루를 시작할까?’라는 설레는 마음을 가져보자. 혹시 부정적인 말들로 시작했다면 이제부터 긍정적인 말들을 하루의 첫마디로 삼고 습관처럼 사용해보자. 분명 나의 일상에 좋은 기운을 불러오고 그것이 지속될 테니 말이다.내가 하는 말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이끌어주는 마법을 경험해보는 일은 머리 있지 않다. 어렵지도 않다. 다만 꾸준한 노력으로 습관화해야 한다는 점만 유일한 장애물이다.

 

저자 : 김진이

 

경희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에서 전략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현재 경인방송 아나운서로 활동 중이다. iFM 경인방송 <뮤직테라피 김진이입니다>의 진행자로 청취자들과 소통하고, 대학교에서는 곧 사회에 나갈 학생들이 말하기를 통해 더 많은 가능성을 실현해낼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으며, 공공기관에서는 스피치, 대화법, 마인드셋 강연을 하고 있다. 소통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에 말의 기능적인 요령보다도 배려의 마음과 태도를 말에 담아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이 책을 썼다. 사람들이 말을 매개로 어울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선물하고자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jin2_voice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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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흐름은 반복된다 - 경제를 알면 투자 시계가 보인다
최진호 지음 / 메이트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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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돈을 많이 벌었거나, 사회에 특별한 공헌을 하지는 못했지만 얻어 먹거나 남에게 돈을 빌린 경험이 거의 없을 정도로 먹고 살 돈은 직장 생활을 통해 일정액의 수입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아껴 쓰는 배우자와 함께 저축도 조금씩 하면서 직장이 있는 국민주택 규모의 아파트 한 채와 얼마간의 노후 여윳돈을 마련해 두고 있다. 남들처럼 은퇴 후 별장을 못 가지더라도 노후 생활을 공기 좋은 서울 외곽으로 이사할 생각도 해본 적은 있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그만한 돈은 서울 집을 팔아야 가능한 일이니만큼 계획에는 없었다. 다만 호흡기 만성질환의 독자로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은퇴 후 시골 생활을 생각해 보면서 국내의 부동산 시세에도 처음으로 관심을 갖기도 했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터질 때마다 일반적인 경제 흐름이나 투자자들의 신경이 곤두서는 걸 보면서 '있는 집은 지켜야' 하는 위기감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최근 일이다. 아무리 여윳돈이라 해도 부동산이나 증권 등엔 아직도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다. 위험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독자는 20여년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부자로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없었다. 사업이나 장사를 해본 적도 없어 많은 돈을 짧은 기간에 벌어본 적은 없다. 심지어는 복권마저 사지 않아서 운 좋아서 돈 번 기억이란 없다. 이로 인해 돈을 못 벌었어도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방식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일반적 삶의 모습 아닌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먹고 사는 방식의 표준(기준) 수준이라고 독자는 생각하는 터다. 그러나 신문의 경제 기사나 부동산 책은 읽은 적이 많다. 그때 그때 이슈가 될 때마다이지만 그것은 직업을 바꾸거나 삶의 방식을 전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흐름을 읽기 위해서다. 지인의 말을 듣고부터이다.

 


 

경제 관련 기사나 책을 읽으려면 가장 먼저 경제를 알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시작하라는 조언이다. 이 책 『부의 흐름은 반복된다』도 이런 관점에서 출간된 책으로 읽힌다. 경제를 알면 투자가 보이고 시장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저자 최진호의 주장이다. 물론 이 주장이 저자만의 주장은 아니다. 이미 경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는 상식에 속한다. 저자는 책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자신의 소중한 자산을 배분하는 투자행위를 할 때 그나마 기댈 곳은 경제흐름"이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자료와 데이터가 난무하는 혼돈의 투자 세계에서 수많은 경제 정보를 정제해 실전에 활용하도록 돕는 최고의 지침서로 이 책을 발간했다고 밝히고 있다. 독자가 이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내용은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의 추천평과도 일치한다. "자료와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진짜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면 성공적 투자가 훨씬 쉬울 것이다. 이 책은 수많은 경제 정보를 정제해 실전에 활용하도록 돕는 지침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경기변동을 읽는 데 반드시 필요한 내용들을 지나면, 이론과 현실의 간극과 사례를 통해 그간 찾고 싶었던 투자 솔루션에 도달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저자는 아주 기초적인 문제부터 한걸음씩 더 경제 지식으로 확대해 들어가면서 경기의 흐름을 읽는 법도 제시한다. 이를 위해 마련된 내용이 책 1장부터 4장까지이다. 4개의 장을 다 읽을 때쯤이면 이론과 현실의 간극과 사례를 통해 그간 찾고 싶었던 투자 솔루션에 도달해 있을 것으로 저자는 기대하고 있다. 이는 곧 현 시점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에 있어서도 능동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투자는 하고 싶은데 무엇이 유망한지는 모르겠고 수동적으로 그저 유행만 좇아왔던 투자자라면, 이 책이 시장에 대한 능동적인 판단력을 갖추는 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특히 인플레이션과 연준(FED,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변덕스러운 움직임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운 지금과 같은 때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이 책이 추천되는 이유일 것이다. 저자는 이코노미스트로서 경제분석을 통해 금융시장의 거시경제변수들을 추적하고 전망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으며, 외환(FX) 투자전략을 주제로 SSCI급 논문을 쓴 경제학박사이기도 해 책 내용의 신뢰를 더한다.

출판사 소개글에 따르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자의 풍부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어려운 이론을 쉽게 풀어내고 있어 경제와 금융시장을 잘 모르는 이들이 읽어도 술술 쉽게 읽힌다는 데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전후의 경제 상황이나 정책 방향, 그리고 이에 따른 자산가격의 변화에 대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2023년 들어 경기 전망과 관련해 경착륙과 연착률과 노랜딩(무착륙) 등 각종 예측이 쏟아지며 투자자들의 불안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인 ‘경기흐름 읽는 법’을 알려주고 있어 매우 시의적절하기도 하다. 경기에 대한 책은 시중에 많지도 않거니와 쉽고 명쾌하게 경기 읽는 법을 알려주는 책도 거의 없는데, 저자는 금융시장의 숫자들이 알려주는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대한 쉽게 경기흐름 읽는 법을 알려준다. 대표적 경제변수들인 물가, 금리, 환율은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데 이 경제변수들의 정보는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유기적인 흐름을 엮어내 읽는 식견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경제체제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투자를 위해서든 사업을 위해서든 필수적으로 경기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투자를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경기에 대한 이해와 판단을 어렵다며 더 이상 미루지 말자. 어려운 경제 이론 전달이 아닌 선배나 동료가 이야기해주듯 쉽게 풀어서 알려주는 좋은 참고서인 이 책을 통해 경기를 읽어내고 현재와 미래의 투자 시계를 읽어내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모두 8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경기변동을 모르면 부의 질서를 알 수 없다」, 2장 「경기순환(경기변동)은 자본주의의 달력이다」, 3장 「물가와 중앙은행의 비밀, 알고 나면 쉽다」, 4장 「금리와 환율의 긴밀한 연결고리를 이해하자」, 5장 「21세기 이후 경제와 금융시장 한눈에 보기」, 6장 「코로나19와 러-우 전쟁이 경제와 금융시장에 끼친 영향」, 7장 「한국경제가 변해가는 큰 그림을 인식하자」, 8장 「경제학, 금융시장으로 나아가다」 등이다.

1장에서는 시장경제체제에서 자산가격은 경기변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과 함께 경기변동의 순환하는 흐름과 경기순환에 관한 상식적인 원리를 살펴본다. 2장에서는 총수요와 총공급이 불일치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기변동을 설명한다. 이러한 불일치가 일어나는 작용으로 물가 상승과 하락의 관계를 살펴보며 균형점을 향해 움직이려는 내재적인 힘의 작용과 함께 한 국가의 경제적 상태와 특성에 대해서 살펴본다. 3장에서는 경제에서는 불균형의 균형점을 찾아가려는 과정에서 거시경제적 비용이 수반되는데, 이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알아본다.

4장에서는 세계경제에서 국가 간 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선진국과 신흥국의 환율의 차이점을 살펴본다. 또 5장에서는 21세기 이후 경제를 한눈에 살펴보고자 한다.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이전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신흥국들이 제조업 등 글로벌 경제를 이끌었다면 2010년 이후에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의 기술산업과 서비스업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경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6장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변동과 함께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충실한 연준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경제에 끼친 영향을 살펴본다. 7장에서는 압축적인 성장을 이루며 그만큼 부작용도 함께 쌓여온 한국경제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변화될 여지를 살펴본다. 8장에서는 마켓 타이밍을 포착하는 데 서툴고 투자자금이 여유롭지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시장에 접근해야 하는지 투자 초심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금융시장에 접근하는 방식과 스타일을 알아본다.

 

 

이 책은 '돈 벌기 위한 책'이 아니다. 경제를 알고, 특히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데이터를 활용한 세밀한 분석을 통하여 투자의 성공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는 책이다. 경제는 흐름이다는 명언을 누가 남겼는지 모르지만, 격언에 알맞은 책이다. 아마 학문과 실천 경제, 투자 경제, 금융 경제에 능통한 저자의 경험에 기인한 책이기에 신뢰감이 더한 것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그가 「경제와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인사이트가 필요하다!」는 제목의 지은이의 말부터 책의 본론까지 일목요연하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내용이 경제 흐름을 알고 나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책의 마지막 장 「경제학, 금융시장으로 나아가다」에서 저자의 말은 신뢰감을 더한다. 금융시장의 원리와 용어 해설부터 차분하게 설명한다. 또 경제학자가 돈 번 사람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는 현실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야기로 들린다.

책에 따르면 역사를 되돌아볼 때 경제나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은 대부분 경제 이론과 부합해서 흘러갔다. 그럼 그에 대해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의 투자 성적표는 어땠을까? 저명한 경제학자들 중 투자로 큰 부를 거머쥔 분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히려 타고난 투자자들은 금융시장에서 이론과 현실이 배치되는 국면을 잘 포착하고 크게 배팅하는 배짱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마켓 타이밍을 포착하는 데도 서툴고 투자자금도 여유롭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효율적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금융시장이 효율적이라고 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투자의 접근 방식과 스타일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장(章)에서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인간의 선택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합리적 선택을 하기 위해 비용과 효용이라는 가치가 중첩되는 수준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이것이 시장에 가격이라는 신호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소비와 투자, 저축에 대한 의사결정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과정에서 사람들이 어느 분야에 지갑을 얼마나 여는지, 그리고 어느 곳에 저축(투자)을 하는지 등에 따라 실물시장에서 결정되는 요소나 화폐시장에서 결정되는 요소들이 변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한국은 국제 교역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입니다. 전체 GDP에서 수출과 수입 비중을 합치면 최근에는 80%대까지 하락했으나 한때 100%에 육박했을 정도로 국제 교역에 민감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수출이 활황을 보이면 국내 경기도 함께 확장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또한 수출이 잘되면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이고 그만큼 원화도 강세를 보이는 경향(=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글로벌 경제가 선순환 과정을 보이던 2000년대 중반에는 한때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까지 하락하기도 했습니다.(p.153)

변동환율제도를 운용하는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결정되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자국통화와 외국통화의 수요와 공급이 주요 요인입니다. 그리고 이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대표적으로 수출입 변동과 거주자 또는 비거주자(외국인)의 자금 흐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2가지의 요인이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국가경제의 산업 구조와 특징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p.237)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군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장치산업(equipment industry)이라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제조업이 그렇지만, 특히 이런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자본을 들여서 그 산업에서만 필요한 특수한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생산 설비가 갖추어지게 되면 기계의 공정에 의해 생산되기 때문에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노동력보다는 기술력이 더 중요한 생산요소로 작용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p.248)

 

저자 : 최진호

 

기초에 충실하자는 신념으로 경제와 금융시장의 숫자들이 알려주는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코노미스트이다. 현대차증권과 대우증권(現미래에셋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했으며 신한은행 S&T센터(舊금융공학센터)와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를 거쳐 현재는 우리은행투자상품전략부에서 금리와 외환 투자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이 이론과 현실의 극간을 메꾸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종 언론사 인터뷰와 기고문을 작성하고 있으며 다수의 학술논문(SSCI)도 출간했다. 외환(FX) 투자전략을 주제로 경제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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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다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 20대에 얻은 지견
F 지음, 박진희 옮김 / 레드스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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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20대 작가가 공허와 무기력을 안고 사는 일본의 청춘들에 건네는 고요한 위로. 가장 짧은 글로 하고 싶은 긴 말을 대신한다. 다소 과격한 표현도 포함되지만 현실의 정곡을 찌른다는 의미에서 오히려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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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다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 20대에 얻은 지견
F 지음, 박진희 옮김 / 레드스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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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죽고 싶다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겠지만』은 제목이 듣기에 따라서는 섬뜩하다. 부제로는 「20대에 얻은 지견」이라는 전제로 "인생은, 잊을 수 없는 몇 개의 파편을 만나 얼마나 마음이 요동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애매한 표현이 뒷받침한다.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쉽게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독자들의 궁금증을 더욱 부채질하는지 모르겠다. 독자 개인적으로는 '지견'이라는 단어도 생경한 느낌이다. 저자 F는 이 책에서 필명을 쓰고 있다. 책 앞 부분에 '시작하며'를 읽은 후에야 서서히 책과 저자의 정체에 접근해 본다. 저자는 서문의 시작부터 우리가 사는 현 시대를 '최악의 시대'로 규정한다. '외로운 시대'라고 말하는 사람도, '이간질의 시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어디선가 들은 말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 혼자 있는 것이 새로운 정의가 되었단 글이 뒤를 잇는다. 여전히 거리로 뛰쳐나가 경제를 회전시키는 정의도 있다. 두 개의 정의는 평행을 이루며 대립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어느 쪽으로도 선을 넘지 않는다고 언급한다. 언제부턴가 즐거운 일이 있어도, 힘든 일이 있어도 타인에게 말하기 힘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주장이라기보다 되뇌이는 것 같다.

저자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데다 출판사에서 낸 소개글에도 작가란 사실만 일려줄 뿐 전혀 저자의 신상을 알 만한 정보는 없다. 책의 내용을 읽다보면 20대란 것은 알 것 같다. 그리고 출판사 소개글로는 소설 『한밤중의 소녀 전쟁』이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책 『죽고 싶다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겠지만』도 저자와 출판사가 직접 만나 원고를 건네거나 출판을 결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이 인터넷을 통해 일본 SNS를 뒤집어놓은 '익명의 작가 F'라고만 소개될 뿐이다. 일본의 작가이다 보니 독자로서는 더 이상의 신상을 알아내기에는 힘에 부친다.

 


 

물론 작품을 읽기 위해 저자의 신상을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 특히 인터넷은 필명이든 익명이든 가능한 공간이고, 종이책으로 인쇄해도 필명을 사용해 이름을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에도 필명을 쓰는 작가들은 얼마든지 있고, 심지어는 일부러 필명을 내는 경우에도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더욱이 18만 부가 판매되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니 어떤 분인지 관심을 갖는 것은 독자로서 당연한 일이기에 써본 이야긱다. 아무튼 저자가 격언인지, 사유의 단상인지, 아니면 그냥 평소에 느낌을 글로 풀어쓴 것인지 어느 것이든 책 내용을 읽어보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하다. 때로는 침묵이 더 많은 말을 한다는 격언에도 잘 들어맞지 않지만 말이다. 갑자기 코로나 팬데믹으로 소통을 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인지, 원래 밖에서의 활동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분인지 모르지만 생각을 많이 하는 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래서 고독이란 단어와 친하지 않을까는 생각을 해본다. 깨닫기는 했지만 무엇이 옳은지 아무도 알 수 없는(p.6) 이유를 밝히지 않고, 앞서 언급한 우리 시대를 정의하는 말 "20대는 본래 '최악의 시기', '외로운 시기', 이간질의 시기'가 아니었는가 하고 되묻는다.

앞서 언급한 20대를 정의한 것은 누구한테선가 들은 이야기라면, 이번에 저자는 어느 책에 쓰여 있는 문장을 인용한다. "20대 인생의 질은, 우연히 만난 말로 정해진다."라는 문장이 쓰여 있는 책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하면서다. 생각해 보면 인생에 고품질, 저품질 같은 게 있을 리 없다고 단언한다. "사실 미래고 나발이고 없다. 그러나 당시 나는 젊었고, 어리석었고, 오만했다"고 털어놓는다. '인생의 질을 높일 수만 있다면'이란 생각으로 수만 권의 책을 읽어댔다고 하니 뭔가 기대감이 더 커지는 느낌이다.

 


 

저자는 서문을 정리하며 끄집어냈던 말들을 하나씩 주워담는다. 독자들의 궁금증의 일부분이라도 풀어주려는 듯, 하나씩 짚어간다. "20대의 인생은 잊을 수 없는 편린과 만남, 언제 마음이 움직였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나는 그 편린들에 '20대에 얻은 지견'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누구라도 하나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결정한, 화사하고 사치스러운 비밀이 있는 법이다. 혹은 덜 마른, 애처로운, 상흔과 같은 교훈, 이야기가······. 그리고 그런 것들은 인터넷에는 올라오지 않는다." 자신의 편린과 수백 명에게 질문을 해 얻은 답변인, 그들의 편린을 모은 것이 이 책이라고 말한다. 이 책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된다면 저자 자신에게 큰 영광이고,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면 더욱 영광이라는 말을 남기며 서문을 급하게 닫는다.

이 책은 일상, 특히 20대 저자의 일상에서 사색을 통한 단상들로 이루어진 글들의 묶음이다. 모두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불완전으로부터의 출발」, 2장 「현실에 관한 몇 개의 노골적인 사실」, 3장 「안티 안티로맨틱」, 4장 「사랑에 관한 몇 가지 끄적임」 등이다. 각 장을 통해 모두 183개의 단상을 적었다. 1장에는 〈절망하지 마, 그러나 서둘러야 해〉 〈20대에 자신감은 필요 없다〉 〈가장 아픈 추억이 그래도 가장 아름답다〉 〈성격은 고치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 〈계속하지 않아도 된다는 선택지〉 〈꿈 따위 없어도 사람은 될 수밖에 없는 존재〉 등 모두 50가지의 보편적이고 실용적인 단상이 수록되어 있다.

 


 

2장에는 이 시대를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44가지의 단상이 게재되어 있다. 〈고독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속았다고 생각하고 해본다〉 〈안됐지만, 이 세상에 운이란 건 엄연히 존재한다〉 〈인생을 통째로 착각하지 않으려면〉 〈진지하게 살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우울증에 걸린다〉 〈미움받는 것도 사랑받는 것도, 아무렴 어때〉 등이 일상에서 흔히 부닥치며 살아가고 있는 현실 인간의 단상이 시니컬한 문체와 곡선과 직선적인 비유, 깊음과 얕은 생각들이 교차적으로 나타나는 곳에 대해 생각의 확대를 통해 문학의 영역으로의 접근을 시도한다.

〈우리가 천재를 대하는 자세〉에서 "우리는 천재를 좋아한다"고 말머리를 꺼낸다. 노력하는 천재, 노력을 모르는 천재, 어느 쪽이든 세상이 숭배하다 버리는 건 흔한 일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나도 하면 할 수 있어!"라고 소리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인간은 빠르게 말라버린다. 그야말로 기원정사의 종소리, 사라쌍수의 꽃잎 색, 봄밤의 꿈과 같다"고 표현한다. 그런데도 초등학교 미술 선생님은 야외 그림 수업 시간에 나무 그늘 아래세서 학교 건물과 하늘을 그리려고 했지만, 색도 선도 구도도 구제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서툴러 멍하니 바라만보고 있을 때 선생님이 소리도 없이 옆에 와 앉으며 그렇게 말씀하셨단다. 평범한 사람이면 된다고. 저자는 건방지게도 이렇게 반박했다고 털어놓는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림을 그리는 건 재능이니까, 재능이 있는 애가 잘 그리는 거죠. 재능이 없으니 못 그리는 건데, 이걸 끝까지 해내야 하는 의미를 모르겠어요." "괜찮아, 못 그려도. 못 그려도 재미있잖아." 선생님은 저자의 생각을 날려버린면서 조용히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할 필요는 없어. 잘하는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 훌륭한 물건을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돼. 자신의 평범함을 완벽하게 받아들이렴. 못 그리면 못 그리는 대로 끝까지 완성해서 내게 큰 웃음을 주렴. 잘 그리려 한다고 해서 잘 그릴 순 없지만, 바로 거기에 헤어 나오기 힘든 매력이 있는 거니까." 물론 저자의 그림에 헤어 나오기 힘든 매력 따윈 없었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저자는 나름대로 생각 끝에 이렇게 적는다. 평범하니까 오히려 강하다. 천재가 되지 않아도 된다.(p.114~116)

 


 

3장에는 〈슬픔과 애절함과 외로움의 차이〉 〈만약 우리가 겨울 별자리에 기관총을 쏠 수 있다면〉 〈외로움에 완벽하게 패배하다〉 〈100만 명에게 사랑받은 인플루언서의 우울〉 〈나이를 먹으면 할 수 없어지는 세 가지 일〉 등 마음을 울릴 만한 50가지 단상이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 4장에는 〈사랑이란 온힘을 다해 쥐어짤 수 있는 모든 것〉 〈동거 정도는 경솔하게 시작해도 된다〉 〈함께 사는 행위의 본질은 괴롭힘〉 〈연애 따위 하기보다 고양이를 키우자〉 등 사랑과 관련된 41가지의 단상이 있다. 이 책의 단상들은 사실 윗 세대인 독자로선 한 번 읽고 쉽게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많다. 국적이 다른 부분이나 관습의 다른 부분에서 오는 몰이해 때문이 아니라 문화적 감수성이 다른 탓으로 느껴진다. 이는 일본과 우리나라가 문화적 차이를 느낀다는 것이 아니라 50대와 20대의 세대 차이에서 오는 현실 인식이 다르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독자는 이해된다. 만약 우리나라 20대 작가나 현실 인식과 문화적 수용성이 비슷한 우리나라 젊은 작가가 쓴 글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험을 독자는 해봤기에 감수성에 대한 세대 차이, 현실 인식에 대한 세대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오늘 제 생일인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인터넷을 통해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이런 종류의 말을 자주 듣는다.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파도가 치는 물가에서 울고, 맨손으로 케이크를 먹고, "나님의 생일을 축하하라!"며 친구에게 소리를 쳐도 좋다. 자위든 섹스든 좋을 래도 하면 된다. 앞으로 1년 후엔 죽는다고 가정하고, 버킷 리스트를 대폭 갱신하는 것 또한 하나의 여흥이 된다. 이런 것도 다 생일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면, 좀 더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도 있다. 우리들은 사실 365일을 생일로 사는 게 맞다."(p.358) - 4장 중 〈365일 생일로 삼자〉 일부

 


 

대부분의 세상사에는 다섯 종류의 인간이 있다.

예를 들어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 자격증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 자격증 보유자를 고용하는 사람, 자격 자체를 만들어 내는 사람, 그 자격이 규정하는 지식과 지혜의 의표를 찔러 빠져나갈 수 있는 사람.

맨 처음 예를 든 사람부터 순서대로 뒷사람에게 이용당하며 산다.(p.64) - 1장 중 〈세상에는 다섯 종류의 인간이 있다〉 일부

 

저자 : F

F는 11월에 태어났다. A형이고 머리카락이 까맣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 도쿄타워와 영화, 현대 시, 산책, 겨울, 페르시안 고양이를 좋아한다. 혜성처럼 나타나 젊은 독자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받으며 일본 SNS를 뒤집어놓은 익명의 작가 F. 그의 에세이 『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는 출간되자마자 일본 아마존 에세이 분야 1위에 올랐다. 18만 부 이상 판매되며 전국 서점에 품귀 현상을 일으킨 화제의 책이다. 이는 익명의 작가로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다른 책으로는 소설 『한밤중의 소녀 전쟁』이 있다.

 

역자 : 박진희

가톨릭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근무했다. 게이오대에서 일본어를, 동경외대 대학원에서 일본문화(지역문화 연구과 일본 전공)를 공부하고 돌아와 현재는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사이코패스, 정상의 가면을 쓴 사람들』, 『살아간다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아이에게 맡겨라』, 『표현의 달인』 외 다수,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집 『나른한 오후의 마들렌』과 일본 에서 출간한 『한류스타와 한국어』, 『홀로 떠나는 한국여행과 회화』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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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20 필독서 시리즈 6
박균호 지음 / 센시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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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20』은 제목은 약간의 거부감이 있지만 독서 생활에는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독자가 읽고 싶은 이유는 요즘 청소년들이 어떤 책을 많이 읽는가였다. 예전처럼 지식으로 성적이 매겨지는 세대에게는 대입에서 금과옥조로 받아들여질 목록이니 말이다. 또 대학을 졸업한 일반인이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해도 사회 생활을 하면서 젊은이들이 읽는 책과 경향이 같을 수 없기에 이 책은 청소년들의 관심과 사고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울대' 지원자가 작성한 목록이니 앞으로 우리 사회의 중추적 인물이 될 수 있는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가늠하는 간접 잣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도서목록은 책에서 밝힌 대로 서울대 입학처가 발표한 목록을 바탕으로 책에 대한 설명과 해석, 감상과 책에 대한 비판도 함께 쓴 것이다. 독자는 서울대 졸업생도 아니다. 이런 도서목록을 발표하는지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다. 발표한다면 왜 합격자가 아니라 지원자인가? 하는 의문점도 들었다. 이유는 간단하게 풀렸다. 즉 입학지원 서류인 자기소개서에 독후감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서울대 지원자~』가 됐던 것이다.

저자는 이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어떤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에 주목한다. 30년간 일선에서 학생들을 지도해온 현직 교사이자 청소년 전문 북칼럼니스트인 박균호은 2022년 서울대 입학처 아로리가 발표한 리스트를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독서가 ‘좋은 학습’이 될 수 있는지를 돕는 취지로 책을 발간했다. 입학원서에 발행일자가 2023년 3월이고, 초판이다. 서울대 입학처는 매년 이 목록을 발표해 왔음을 웹진 야로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서울대'라는 네임밸류를 상업적 혹은, 사적 이유로 사용되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반 우려반'의 심정으로 약간의 거부감을 해소시켜야 하는 부담을 독자들에게 준다.

야로리* : 순우리말로 지인(知人), 지식인의 의미를 담고 있는 옛말, 서울대학교 입학처 웹진 이름.(독자 주)

 


 

아로리가 발표한 서울대 지원자가 읽은 책 1만 여권 중 가장 많이 읽은 책 20권을 한 권에 담은 책이라는 출판사의 소개글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서울대 지원자가 왜 'TOP 20'을 선택했고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쉽게 설명한 책이라는 표현은 적절해 보인다. 인문대학에서 농과대학, 사범대학, 치의과 대학까지 서울대 17개 단과 대학별 지원자들이 읽은 책 TOP 3도 함께 담았다. 이 소개글은 책 뒷 부분에 목록만 실은 것으로 대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본문 내용이 거의 겹치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에게 독서는 중요한 키워드다. 입시제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독서 능력은 모든 공부의 기초 수단이자 대학에서 수학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생기부(생활기록부)에서도 독서가 당락을 가리는 핵심 키워드이고, 자기소개서가 없어진 올해도 서울대 입학처가 ‘독서를 통해 생각을 키워 온 큰 학생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의 이 말은 입시생을 비롯한 많은 청소년 그리고 일반 독자들에게도 유용한 설명이다. 다만 내년부터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입학처는 2024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자기소개서가 폐지되면서 서울대학교의 대학별 문항(자신에게 영향을 준 책) 또한 올해 입시를 끝으로 더 이상 활용되지 않는다고 야로리 웹진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자기소개서 활용 여부와는 별개로 독서는 여전히 모든 공부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활동이라고 강조한 점을 미루어 양서를 읽는 것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삶을 위해 필수적인 요인임을 강조한다. 독서가 입시를 위한 읽기는 안 된다는 뜻이 포함돼 있어 주목할 만하다.

 


 

이 웹진 발표문은 '독서'에 대한 필요성과 삶과의 인과성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글이어서 이 책의 저자의 발간 취지와도 같다는 판단에서 조금 더 옮겨본다. "독서는 모든 공부의 기초가 되며, 대학 생활의 기본 소양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수업 안에서도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교과와 관련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철학, 공학 분야 도서를 수업 활동 중 선생님이 추천해 주실 수도 있고 토론 활동, 주제 탐구활동에도 관련 도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는 여러분이 자유롭게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이미 학교생활에서 책을 읽을 기회를 많이 접하고 있을 것입니다. 더 알고 싶은 분야의 전문 서적을 찾아 읽을 수도 있고, 호기심으로 책을 집어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다가 생긴 궁금증으로 또 다른 책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어떤 분야의 책이든지 읽고 또 읽어가는 사이에 생각하는 힘, 글쓰기 능력, 전문지식, 의사소통 능력, 교양이 쌓여갈 것입니다. 타의에 의한 수박 겉핥기식 독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수많은 책 가운데 그 책이 나에게 왜 의미가 있었는지, 읽고 나서 나에게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특히 입시생이 서울대 지원자가 많이 읽은 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지금의 대학이 통합적 사고능력을 갖춘 학생을 원하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발간도 같은 취지가 포함돼 있다. 다만 내년부터 같은 도서목록 발표는 없어질 것으로 보아 아쉽긴 하다. 그러나 이런 책이 예전에 발간된 적이 있는지 알 수 없는(그래서 처음이라고 생각하는) 독자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자기 분야만 아는 편협한 시각으로는 복잡하고 급박하게 변하는 시대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엔지니어가 꿈이라고 해서 인문학 소양이 부족하거나, 문과생이라 해도 수학과 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으면 시대의 추세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이런 일은 예전에도 하는 말이지만)

 


 

저자에 따르면 실제로 서울대 지원자가 가장 많이 읽은 책을 보면 지망하는 학과 관련 책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다루는 『페스트』부터 행동주의 경제학 『넛지』, 자기 관찰과 성찰을 담은 『데미안』, 서울대 도서관 대출 1위 『총, 균, 쇠』,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양자역학에 대한 지적 대화 『부분과 전체』, 『팩트풀니스』, 인류의 역사 『사피엔스』, 『선량한 차별주의자』까지 우리의 지식과 사고방식을 한없이 넓혀주는 인문 교양 필독서들이다. 서울대 17개 단과 대학별 지원자가 가장 많이 읽은 책 TOP3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저자의 지적에 동의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 『서울대 지원자가 가장 많이 읽는 책 20』은 소개된 책을 어떻게 읽는지 설명해주는 책이다. 책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통찰은 무엇인지 학생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한다. 이 책 한 권이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최상위권 대학이 원하는 통합적 사고능력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기대된다.

서울대가 그간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도서’를 발표한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앞으로도 계속 독서를 통해 생각을 키워온 큰 사람을 기다린다”는 서울대 입학처의 표현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서울대 입학 전형에서는 ‘독서’가 매우 중요함을 시사한다. 하지만 무조건 많이 읽는 게 능사는 아닐 터. 독서가 ‘생각을 확장’하는 ‘좋은 학습’이 되려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책을 보는 안목’과 ‘읽는 방식’도 중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독서를 통해 생각하는 힘, 글쓰기 능력이 여기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20』은 바로 이러한 실질적인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서울대 입학처 발표’라는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이 책은 입시를 준비하는 청소년들은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보다 확실한 ‘독서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책에 언급된 책 20권은 2022년도 지원자들의 독서 목록이다. 2023년도 발표는 아직 안 됐고, 2024년부터는 폐지된다고 하니, 만약 이전에 이런 책이 발간된 적이 없다면 이 책은 기념비적 산물이 될 수도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놓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들에 대해 더욱 애정이 간다. 책도 신뢰가 있어야 애정이 간다는 말이 사실인 듯하다. 목록 중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가 공동 저술한 『미움받을 용기』가 눈에 띈다. 저자는 이 책에 「사람은 누구나 변할 수 있다」라는 제목을 달아 여섯 번째로 소개한다.(저자는 서울대 입학처가 발표한 순서에 얽매이지 않았다) "한 권의 책 제목에서 유래된,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살아가라는 '미움받을 용기'는 이제 하나의 신조어가 되었다. 프로이트, 융과 함께 세계 3대 심리학자로 꼽히는 아들러 심리학을 기초로 2인극 형식으로 쓰인 책 『미움받을 용기』는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자유로워질 것을 주문한다. 사람은 과거의 경험으로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프로이트 심리학에서 벗어나 우리는 누구나 변할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던져 주며, 우리가 만나는 수많은 난관을 헤쳐 나갈 힘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일깨워 준다."(p.73)

독자는 자기계발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자기계발서는 처세술쯤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깊은 사유 없이 원칙만 세우고 독자들이 할 수 있을지를 따지지 않고 함께할 것을 요구하기에 첫 만남 때부터 좋지 않았다. 저자도 이 책에서 그런 말을 쓰고 있다. "많은 사람이 자기계발이라는 어설프게 위로의 말을 던지고, 누구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힘든 말을 한다거나, 어설픈 희망과 위로를 주는 책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움받을 용기』의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아들러는 개인심리학을 토대로 '인생의 과제', '인정욕구', '타자공헌' 등과 같은 개념을 대화 형식으로 쉽게 풀었다는 장점을 높이 샀다고 책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책의 내용에 대한 소개와 저자의 감상, 일부 비평도 들어 있다. 독자들의 독서 습관을 위해서다.

 


 

이 책의 열일곱 번째로 소개되는 『총, 균, 쇠』에는 「1998년 퓰리처상 수상에 빛나는 새 시대의 고전」이란 제목에는 책에 대한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책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초익와 병균, 금속이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 책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이 책은 우리나라에 2005년에 처음 번역 발행된 것으로 보인다. 7년간의 시간차가 보인다. 1~2년이야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얼마 전 우리나라에 일었던 '총, 균, 쇠 열풍'으로 보면 의외다. 독자도 물론 이번 2015년쯤 읽은 것으로 기억된다. 이 책은 왜 그렇게 뒤늦게 열풍이 불었을까 하는 의아심이 든다. 혹시 독서계에 태풍을 몰고 온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때문에 재조명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이것은 독자의 추정일 뿐이다. 독자의 추정에는 유발 하라리가 자신의 책 『사피엔스』에서 책을 쓴 동기나 과정 중에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 힘입은 바 크다고 기술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중요한 일은 두 책의 연관성이 아니가 두 책 모두 인류의 발전 과정을 매우 독창적이고 통찰력 있는 관점으로 살피고 있다는 데 방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이 책에는 지나친 칭송이나 거친 비판은 없다. 있는 그대로 적어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감상과 비평을 조금씩 섞어 독서의 방향을 나타내주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대해 저자는 "『총, 균, 쇠』는 서울대학교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다는 왕관을 쓴 책이다. (중략) 그렇다. 『총, 균, 쇠』는 거칠게 말하면 저자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사례 모음집이라고도 볼 수 있다. 즉 이 책은 주장 더하기 사례, 사례, 사례, 사례, 사례의 형식"이라고 말한다. 약간의 지루함을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반전이다. "이 점이 일부 독자들에게 같은 말을 무한 반복하는 지루한 책으로 오해될 수 있다. 그래서 의학계에 혜성 같이 등장한 불면증 치료제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러 민족이 저마다 다른 역사의 길을 걸은 이유를 각 민족의 생물학적 우월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라는 결론을 끌어낸 자체만으로 이 책은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기에 모자람이 없다"(p.229)고 씀으로써 책에 대한 애정을 표시한다.

 


 

독자의 기억에 가장 최근 우리 사회에 독서 열풍을 불러 일으킨 책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발간된 이후 '지원자 독서 목록'에 줄곧 올랐다. 이 책은 2022년 목록에도 올라 이 책 『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20』의 여덟 번째에 들어가 있다. 「사피엔스는 어떻게 현대 인류의 조상이 되었는가」란 제목으로 소개된 몇 개의 문장을 여기에 옮겨 적는다. 저자의 소개가 핵심적인 단어만 잘 흡수해도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잘 쓰여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근래에 읽은 책 중에서 『사피엔스』만큼 충격을 안겨 준 책도 드물다. (중략) 사실 200만 년 전부터 대략 1만 년까지 여러 가지 인류가 동시에 살고 있었다. 오늘날 지구에 사는 우리 종을 제외한 나머지 종은 모두 사라졌을 뿐이다. 그렇다면 유독 이리 종만 멀쩡히 살아있는 이유가 무엇일까?"(p.102~103)

"하라리는 여러 인류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었던 큰뇌는 밑빠진 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우선 뇌는 몸무게의 2~3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25퍼센트를 소모한다. 뇌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다 보니 인간은 먹잇감을 찾는 데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하고 근육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우리 인간은 근육 성장에 쓸 에너지를 뇌에 투입했다. (중략) 대신 하이에나처럼 큰 포식자가 먹다 남긴 썩은 고기를 주워 먹었고, 작은 사냥감에 몰래 접근해서 간신히 끼니를 때웠다."(p.103~104)

"하라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다르게 농사는 우리를 안락하게 만들어 주기는커녕 더 힘들고 불만스러운 삶을 살게 했다고 말한다."(p.112)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총, 균, 쇠』가 집요하리만큼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 자료를 제시한 것과 달리 『사피엔스』는 다소 급진적인 주장을 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나 과학적인 데이터는 다소 부족하다는 비판을 하는 독자가 드물지 않다."(p.114)

 

저자 : 박균호

 

교사이자 북 칼럼니스트이다.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25년째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독서평론》,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웹진》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청소년을 위한 독서 칼럼을 연재했다. 지은 책으로는 《오래된 새 책》, 《아주 특별한 독서》, 《그래도 명랑하라, 아저씨!》, 《수집의 즐거움》, 《독서만담》,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읽기》가 있다.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한 2019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에 선정된 바 있으며,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관한 2019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로도 선정되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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