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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한자 - 인생의 지혜가 담긴
안재윤.김고운 지음 / 하늘아래 / 2023년 3월
평점 :
우리나라가 한자 교육을 실시했던 것은 조선시대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필요성에 의한 것이다. 해방 이후 우리 정부에서도 공문서 등에는 한자를 병기했다. 또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한자를 병기했다. 왜 어렵다는 한자를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야 했을까? 독자의 생각으로는 우리가 한자와 한자 문화에 너무 오랫동안 익숙해져 온 데다 한자로부터 완전히 한글로 전환시키기엔 아직 이르다. 우리말 우리글 정비도 완전하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한자어의 뜻만 풀어쓴다고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말과 글의 문장이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선시대까지 글을 배우는 사람은 '양반'에 한했고, 글을 배운 일부 양민이나 중인계급조차도 어려운 한자는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다고 한다. 이른바 '출세'는 양반에 한한 것이지 대물림되는 일반 신분으로 고위 관직에 오르기 위한 길은 원천 차단돼 있었다. 조선시대는 엄격한 신분제가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민 대부분은 글을 쓰고 배우는 일은 양반들에게나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설령 한문을 깨친다 해도 사용할 데가 없으니 아예 문명에는 접근할 수도 없는 삶이었다.
우리 문자가 아닌데 굳이 한글을 쓰면서도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교과과정에서 한자를 지우지 못한 것은 우리가 쓰는 말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글을 쉽게 배워 썼으면서도 해방 이후 국어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던 시절은 1970년대까지도 이어진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한자는 모두 알다시피 뜻글자이다. 이는 한자 한 자 한 자에 뜻이 함축돼 있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우리 한글은 '소리글자'다. 우리가 발성할 때 나는 소리 그대로 쓰고 읽는다는 의미다. 한글은 역사도 짧고 문명화된 물건의 명칭은 대부분 한자로 적혀 있다. 우리글로 적으려면 말을 새로 만들거나 최소 한자음을 알아야 한다. 한자로 쓴 것을 그대로 읽으면 되기에 양반 계급들은 썼다. 백성들은 눈뜬 봉사요 귀머거리가 된다. 백성들은 양반들이 발음하는 것을 따라 사용해도, 무슨 뜻인지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모른다. 발음만 옆에서 보고 들을 뿐이다. 심부름이나 일을 시키면 해야 했기에 양반들이 쓰는 소리로 물건 이름을 익힌 것이다. 그것도 생활상 필요한 한자로 끝이다. 한자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한자에 대한 발음은 중국도 지역마다 다르다. 거기에 중국 한자는 발성하기 위해 사성이 있다. 우리말로 '동'이라는 발음의 한자를 찾으면 수십 개가 나온다. 우리말로 읽으면 '동'이지만 중국은 그 뜻이 전부 다르다. 어떻게 구별하겠는가? 사성이 있고 발음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사실은 우리가 불편한 게 아니고 자신들이 불편하다. 예를 들어 노래를 부르면 가사를 듣고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성이 노래에서는 무시되기 때문이다. 사성이란 평·상·거·입의 4가지 음조를 말한다. 평성, 상성, 거성, 입성이다. 그래도 중요하고 공적인 일에는 문자(한자)를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 우리 쪽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진 않다.
한자를 우리식으로 발음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외교관계를 중국 조정과 하지만 국지적으로 해야 할 때도 있다. 같은 글자를 다르게 발음하는 한자. 우리나라는 일일이 중국 사투리도 알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발음은 우리식으로 그냥 놔두고 문자로만 정확한 의사 표시나, 의견 교환은 가능하다. 세종이 창제한 훈민정음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에 필요성이 있었다. '한자음 개선'의 필요성이다. 서문 시작을 보면 안다.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같은 한자를 놓고도 우리의 발음이 중국의 발음과 다르다는 의미이다. 자국 내 사투리도 다르게 발음한다. 훈민정음 창제는 '국자 제정'이라는 당위성 이전에 두 가지의 필요성이 이미 대두돼 있었다. 우리 조선도 지역마다 발음이 다른 것이 수없이 많다. 이를 한자로 적기에는 오랜 고생을 해야 한다. 그나마 한자를 배운 양반들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 이하 백성들은? 사투리도 통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역마다 의사 소통이 안 된다면 민족의 통일, 국가의 완성에 결격 사유다. 지역 사투리를 한글로 쉽게 일정한 표기를 하기 위해서도 훈민정음이 필요했다. 특히 글자를 알면 짐승이나 노예처럼 부리던 피지배 계층인 일반 백성들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워진다는 양반들이 훈민정음 제정에 반대했던 이유이다. 그들은 '상국(중국)에 반역'이다, '황제의 분노를 살 것이다', '대등한 국가로 인식해서다' 등의 반대를 뚫고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그대로 왕권이 강하지 못했기에 나라의 모든 문서를 한글로 바꾸지는 못하고 말았다.
이런 이유만 빼면 한자는 우리 문화와도 밀접한 오랜 역사가 있기에 한자 자체는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 70% 이상이 한자어로 돼 있다. 한자를 발음대로 한글로 표기한 뿐이다. 그런데도 한자가 왜 우리에게 필요할까? 당장 한글을 전용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계획을 갖고 오랜동안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한글로만 써도 우리 일상 생활에서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한글 사용 기간이 오래 걸린다. 어제까지 시장(市場)이라고 발음해 오던 물건 사고 파는 곳을 우리말로 '장마당'(북한 현재 사용말)으로 바꾸자 해서 바꾸기가 가능하겠는가? 수년 전 초등학교에서도 한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3년부터 초등학생들의 한자 교육을 강화한다고 했는데 지금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더욱이 한글 전용과 한자 병기는 찬반 여론이 팽팽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지금까지 한자어로 한글로만 써왔던 사람들은 한자를 새로 배워야 하는데 엄연한 우리말 놔두고 한자를 배우고 싶겠는가? 그것도 자기들도 중국도 한자는 어렵다고 수긍하고 있는데. 이에 비해 어려운 한자는 문맥을 통해 해결가능하다며 한자 전용을 반대하고 있다. 둘 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다만 독자로서는 한글 전용으로 가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한자를 초등학교 교과에 다시 되살리자는 일은 조금 더 연구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독자의 경험을 토대로 의견을 말하자면 한자를 알면 어휘력이 훨씬 늘어난다. 한자는 한 자 한 자에 뜻이 있기에 한 자 한 자를 잘 조합하면 멋진 글이 되기도 하고, 어렵고 미묘한 뉘앙스 표현도 훨씬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름대로 한자 교육이 폐지됐지만 개인적으로 논어 공부를 하면서 한자를 공부했다. 꾸준히 한 권을 붙잡고 해서인지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한자의 절반(1,000자) 정도는 알게 된 것 같다.
이 책 『인생의 지혜가 담긴 아침 한자』는 인과(因果), 분배(分配), 집착(執着) 등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생활한자에서부터 옥불은하(玉不隱瑕), 화광동진(化光同塵),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 등 동양 고전에 나오는 주옥같은 옛글에 이르기까지 드넓은 한문의 바다를 종횡무진 횡단하며 한자에 담긴 삶의 이치를 현 세태에 맞춰 재미있게 풀어냈다고 한다. 특히 이 책은 한자에 대한 정확한 해석 없이 자의적으로 풀어놓는 기존 사자성어나 동양고전 풀이 책들과는 달리 한자의 음과 훈, 부수 등에 담긴 깊은 뜻을 낱낱이 살피고 해당 글자의 역사적 유래까지 짚어낸다. 아울러 한자 공부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어휘와 문해력을 높이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이 이 책이 지닌 또 다른 미덕이다. 이는 한자를 외우면서 배운다는 통설에 반하여 제자 원리와 발전 과정을 전부 알 수 있어야 고전까지 쉽게 풀이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저자에 따르면 옛글을 탐구하는 것은 구름 깊은 산속에서 약을 캐는 것과 같다. 무엇이 약이고 무엇이 독인지 알지 못하고 함부로 캐 먹으면 예상치 않은 불행을 겪을 수도 있다. 무엇이 약인지 알았더라도 어디에 가야 있는지 알지 못한다면 이리저리 찾아다니는 노력이 제값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디에 있는지 알았더라도 때를 살펴 가지 않으면 좋은 상태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고 아예 찾지 못 할 수도 있다. 우리 옛글은 한자와 한문으로 되어 있다. 우리 옛글을 탐하는 이들에게 한자와 한문은 적잖은 걸림돌이다. 전문 역자들이 작업한 잘 번역된 글이 있지만, 그 온 모습을 살피려면 역시 기본적인 한자와 한문을 익히는 게 좋다.
한자도 언어고 외국어다. 익혀 알려면 매일 습관적으로 써서 익혀야 한다. 쓸수록 늘어나고 하루라도 멈추면 잊힌다. 이 책은 한자를 배우거나 알던 사람은 물론 한자를 배우지 못한 세대의 학생들도 쉽게 한자를 배우고 좋은 뜻을 되새겨 읽힐 수 있도록 한자의 제자 원리부터 고급 문장까지 조금씩 조금씩 접근해가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매일 조금씩 해나가는 것이 외국어 학습의 기본이다. 옛날에는 배우기 전에 외우라고 했다. 이 말 뜻에는 외우라는 것은 뜻을 이해하기 위해 한자 자체를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단어만 안다고 문장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단어를 모르고서는 문장을 말할 수 없다. 둘은 불가분의 관계다. 외우고 매일 써야 한다. 이 책은 한자에 흥미를 갖기 위하도록 구성됐다.
① 탐욕을 이기는 법이 담긴 아침 한자
②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반성하게 하는 아침 한자
③ 끝없이 배우고 노력하는 마음을 곧추세우는 아침 한자
이 책은 적당량의 한자로 하루씩 하루씩 해나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초보자도, 어느 정도 한자를 배운 사람도 이용하기에 최적화돼 있다. 이 책의 독창성은 독자들에게 한자를 빨리 익히고 제대로 이해하도록 구성한 데서 돋보인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최대 50일이면 이 책을 끝낼 수 있다. 물론 독자들의 적극성이 더해져야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기본적인 한자를 소개하고, 소개했던 기본한자를 이용해 스토리를 끌어낸다. 가장 중요한 학습 반복하면서 페이지를 넘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는 이야기다. 이 책 『인생의 지혜가 담긴 아침 한자』는 이런 이유로 세상에 나왔다. 우리말 번역만으로는 좀 심심하다 싶었던 여백을 한자와 한문을 풀어 익히면서 채워가도록 했다. 한자를 풀어 이해하는 것은 약을 알아가는 것과 같다. 무엇이 약이 되는지, 어디에 가면, 언제 가면 좋은 놈을 만날 수 있는지 한자가 안내해 줄 것이다. 또한 한자 어휘 하나하나를 발견하다 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삶의 가치를 일깨워 주며,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 : 안재윤(安載允)
성균관대학교 한문교육과와 서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그리고 한국학중앙연구원 철학과에서 공부했다. 출판기획과 편집을 주업으로 하면서 간간이 뜬금없는 책을 쓴다. 주제넘게 동서 고전 해설서 두 권을 내더니, 내친김에 한자 상식과 시사 상식까지 썼다. 요즘은 정이·주희의 해설과 후대 학자들의 주석을 모은 『주역전의대전』과 들뢰즈의 초기 저서 『차이와 반복』을 친구들과 함께 자세히 읽고 있다. 모순이 삶의 본질임을 뒤늦게 깨닫고 강호로 돌아갈 생각을 버렸다. 속세를 누비며 유유자적 투명 인간처럼 사는 게 소원이다.
저자 : 김고은
옛것을 야무지게 좋아하여 일찍이 나름 사서四書를 비롯한 고서를 섭렵하더니 시체時體 공부에는 흥미가 가지 않았다. 이른 나이에 무사독학無師獨學으로 한자와 한문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동양 상고사와 한의학, 동양철학, 문자학을 들고 파더니 어느덧 강호의 고수가 되어 있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