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어스 서평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헤르만 헤세는 문학의 거장으로, 칼 융은 심리학의 거인으로 우리에게 이미 각인된 분들이다. 그들의 삶은 모르더라도 그들의 책과 메시지만으로도 우리와 인류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 책 『헤세와 융, 영혼의 편지』는 「상처받은 영혼을 위한 두 거장의 마지막 가르침」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이로써 저자 미구엘 세라노가 두 거장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했던 것으로 알 수 있다. 미구엘 세라노는 〈서문〉에서 "두 신비스러운 존재들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엄청난 축복이었다"고 전제한 뒤 "가르침도 받고, 친교도 이어오면서 몬타뇰라의 헤세의 거처에서 10년 동안 지내는 행운도 누렸다."고 말한다.(p.5) 저자는 또 칼 융과의 첫 만남에 대해 "융과 나의 관계에서 인도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졌는지는 말로 다 할 수 없다"며 "그곳에서 얻은 체험이 아니었다면 나는 결코 이 위대한 인물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라고 언급한다.(p.105)
출판사 소개글에 따르면 20세기 인류 정신의 지형을 바꾼 두 사람, 헤르만 헤세와 칼 구스타프 융. 문학과 심리학이라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했지만, 두 사람의 시선이 향한 곳은 언제나 같았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내면, 그리고 영혼의 심연이었다. 『헤세와 융, 영혼의 편지』는 이 두 거장이 삶의 말년에 나눈 마지막 대화이자 인간 존재의 근원과 삶의 의미를 향한 궁극의 사유를 담은 책이다.
칠레 출신 작가이자 외교관인 미구엘 세라노는 젊은 시절 헤세의 『데미안』과 융의 저서들에 깊은 감명을 받아 두 거장을 ‘내면의 스승’으로 삼았다. 이후 인도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그는 오랜 사색 끝에 두 스승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마침내 스위스의 외딴 산자락에서 외부와의 접촉을 철저히 단절한 채 내면의 완성을 추구하던 노년의 헤세와 융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세 사람은 이런 만남을 ‘동시성의 작용’이라 부르며 깊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헤세와 융은 세라노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으며 인간과 세계에 대한 자신들의 깨달음을 담담히 풀어냈다. 세라노가 이 모든 대화를 꼼꼼히 기록한 이 책은 그들의 정신적 교류의 정수를 담고 있다.

『데미안 프로젝트』의 저자 정여울은 이렇게 말한다."헤세와 융은 '영혼의 쌍둥이'처럼 닮은 운명을 가졌다. 수많은 사람들을 영적으로 이끄는 삶, 인류의 지혜를 한 차원 높이 끌어올리는 삶, 글쓰기의 힘으로 인류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주는 지적 모험, 그들은 그렇게 닮은 운명으로써 서로의 친구가 되었다. 이 책(『헤세와 융, 영혼의 편지』)은 헤세와 융을 읽고 사랑하고 마침내 두 사람을 만남으로써 자신의 삶을 바꾼 작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 두 사람과 나란히 아름다운 산책길을 걸으며 인간의 마음이 해낼 수 있는 그 모든 기적 같은 치유와 창조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뒷 표지 중에서)
이 책 『헤세와 융, 영혼의 편지』는 사실 1965년 처음 세상에 선였다. 이후 영어 개정판과 독일어판을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튀르키예, 포르투칼 등 다양한 국가에서 번역되며 오늘날까지 꾸준히 읽히는 인문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헤세와 융은 BTS의 음악, 앤디 워홀의 그림, 파울로 코엘료의 문학, 데이비드 핀처의 영화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두 거장의 작품과 이론에 대한 생각을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것 또한 이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다.
저자 세라노는 스페인에서 한 두 번째 강연(「미국에서의 헤세의 변형」) 중 헤세에 대한 세상의 온갖 비난에 대해 단호하게 반박하는 메시지를 내었고, 이는 헤세의 책과 삶을 사랑하고 존경했을 뿐만 아니라 깊은 친교-헤세는 1877년 출생이고 세라노는 1917년 생으로 무려 40살의 차이가 있지만-에서 우러나오는 영혼의 깊은 만남을 이루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독자는 추측한다. 그가 두 번째 강연에서 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헤세의 심오한 사상이 왜곡되어 그가 일종의 보헤미안, 히피로 알려지고 약물 문화, 원칙과 방법을 무시하는 평화주의 방랑자(헤세가 평화주의자라는 말은 맞는다), 더 나아가 양성애자로 왜곡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내가 강연에서 무엇보다도 강조한 것은 헤세가 독일 낭만주의 문학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과 노발리스, 휠덜린,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그리고 헤세가 경탄애 마지않은 니체와의 연결 고리를 무시하고는 헤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p.9)

헤세와 융, 두 사람은 1870년대에 태어나 1960년대에 세상을 떠났다. 둘은 1917년, 단 한 번 짧은 만남을 가졌는데 이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고 한다. 당시 30대였던 헤세는 심각한 정신적 방황을 겪고 있었고, 융의 제자이자 주치의였던 요제프 베른하르트 랑 박사의 주선으로 극비리에 융을 만나게 된다. 이 짧은 만남은 헤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헤세는 융의 정신분석 이론에 깊이 공감하며 치료에 전념했고, 마침내 그의 정신적 방황은 끝이 난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그의 대표작 『데미안』과 『싯다르타』였다. 헤세는 소설 속에서 분열된 자아와 고독을 응시하며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길’을 탐구했고, 융은 인간의 무의식과 그림자를 분석하며 ‘내적 화해’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문학과 심리학이라는 서로 다른 언어로 인간과 세계를 해석했지만, 결국 그들이 도달한 결론은 같았다. 인간은 누구나 상처를 입는다는 것. 그러나 그 상처 속에서 다시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
두 거장의 통찰은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삶의 고통을 통과하며 얻은 체험의 산물이었다. 헤세는 말한다. “각성한 인간에게는 단 하나의 의무만이 있다.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 속에서 확고해지는 것, 자신의 길을 앞으로 더듬어 나아가는 것이다.” 융 또한 말한다. “인간은 자신의 본성에 따라 살아야만 한다. 그리고 자기 인식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고, 그런 뒤에는 이미 얻은 자신에 대한 진리를 따르며 살아야 한다.” 이렇듯 두 사람은 자기다움으로 깊어지는 삶을 궁극의 목적지로 여겼다. 『헤세와 융, 영혼의 편지』는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독자에게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법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저자는 오늘날 서양의 기독교인이 직면한 문제는 어떻게 개성을 잃지 않고 빛과 그림자, 신과 악마의 공존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저자는 '아브락사스'라는 이름을 『데미안』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신(神)인 동시에 악마인 존재를 아브락사스라고 한다. 헤세가 어떤 표현을 했는지 저자는 인용하고 있다.

"불을 들여다보고 구름을 바라보게. 예감이 떠오르고 자네 영혼 속에서 목소리들이 말하기 시작하면 곧바로 자신을 그 목소리에 맡기고 물어보지는 말게. 그것이 선생님이나 아버지 혹은 그 어떤 하나님의 마음에 들까 하고 묻지 말게. 그런 질문이 자신을 망치는 거야. 그러다가 길 위에 올라서고 화석이 되는 거야. 이봐, 싱클레어, 우리의 신은 아브락사스야. 그는 신이면서 사탄이지."
저자는 데미안의 말에 기대어 오늘날 기독교인과 일반적인 서구 세계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데, 주어진 선택지는 별로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에서 보았던 어떤 묵시록적 재앙도, 인간을 경시하여 우리 삶의 수준을 끝없이 하락시킨 동양의 비인간화의 길도 원치 않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가능성은 아마도 아브락사스, 즉 우리가 외면과 내면, 우리 안의 빛과 깊은 그림자를 우리의 영혼에 투사하는 것, 두 세계의 결합이 순수한 원형(archetype)과 만나게 되리라는 희망에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1965년 처음 스페인어로 출간된 이 책은 이듬해 영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1997년 영어 개정판과 독일어판을 비롯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튀르키예어, 포르투갈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며 꾸준히 사랑받았다. 단순히 한 시대의 사상적 산물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까지 읽히는 인문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이 책이 다루는 주제가 시대와 국경, 문화를 초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나를 완성시키는가.” 이 질문은 어느 시대, 어느 세대의 인간에게나 변하지 않는 인생의 화두이자 영혼의 과제다. 그래서 BTS를 비롯해 앤디 워홀, 파울로 코엘료, 헨리 밀러, 잭슨 폴록, 데이비드 핀처 등 수많은 작가와 아티스트들이 헤세와 융의 사유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확장해왔다.

세라노가 두 거장과 나눈 대화에는 세계와 사랑, 죽음, 집단무의식, 그리고 자기 완성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그들의 대화는 그 깊이만큼이나 쉽게 다가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과 세계를 관조하는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는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되고, 마치 영혼이 정화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이 책에는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희귀 자료들이 풍성하게 수록되어 있다. 헤세와 융의 친필 편지는 물론, 헤세가 1922년 아내를 위해 쓴 동화 『픽토르의 변신』과 그가 직접 그린 수채화 삽화도 함께 실려 있다. 무엇보다 헤세와 융이 쓴 작품을 통해서만 그들을 만나왔던 우리에게, 두 거장이 직접 자신의 작품과 이론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 그리고 두 거장의 말년의 모습을 생생히 엿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특별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
현대인은 눈부신 기술 발전과 물질문명의 풍요 속에서 살아가지만, 역설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불안과 신경증, 고독과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다. 기계를 통해 끊임없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과는 단절된 채 살아가는 시대. 효율과 편의, 속도와 생산성이 인간의 가치를 대신하는 오늘, 우리는 점점 ‘영혼의 언어’를 잃어가고 있다. 그렇기에 헤세와 융, 세라노가 나눈 대화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주는지도 모른다. 이나미 한국융연구원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에는 신중하게 읽고 배울 수 있는 미덕들이 가득하다. 특히 기계와 물질지상주의, 효율성과 편의를 강조하고 보이지 않는 영혼의 가치를 외면하는 21세기의 성정을 치유해줄 수 있는 좋은 참고서다.” 마찰 없이 세상에 편입되고 물질적 풍요와 편리만을 좇는 것이 시대의 과제가 되어버린 지금, 『헤세와 융, 영혼의 편지』는 우리 내면의 가치를 일깨우는 값진 사유의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
"사람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본성을 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은 것의 중요성도 인정하면서 혼자 가야 합니다. 그렇지만 사랑 없이는, 심지어 연금술적 과정 없이는 그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습니다."(p.126) - 칼 융과 「두 번째 만남」 중에서

극도의 이기주의에 빠진 누군가가 에베레스트산의 고독 속으로 물러난다면, 그런 사람은 자신의 고귀한 거주지의 안락함은 잘 알겠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즉 이전에 알지 못했던 자신에 대해서는 어떤 새로운 것도 발견하지 못할 것입니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그런 상황입니다. 인간은 자아성찰을 할 수 있는 동물이지만, 마찬가지로 의식을 가진 다른 종의 동물들과 자신을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은 은하계의 작은 행성에 추방된 최고의 동물입니다. 그가 자신을 모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p.171) - 「칼 융의 편지」 중에서
저자 : 미구엘 세라노(Miguel Serrano)
칠레 출신의 작가, 외교관, 정치가로 독일과 스위스를 여행했고, 스위스에서 말년의 헤세와 융을 만났다. 이 만남은 수차례 계속되었고 1965년에 두 인물과의 만남을 기록한 『헤세와 융의 비밀 클럽El Circulo Hermetico de Hermann Hesse a C. G. Jung』(본서)을 출간했다. 스페인어로 쓰인 이 책은 다음 해에 영어로 번역되어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1997년에는 영어 개정판과 독일어판이 출간되었다. 세라노는 1953년부터 1963년까지 인도에 외교관으로 체류하는 동안 힌두교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그 후에는 유고슬라비아와 오스트리아에서 대사로 재직했다. 1970년 칠레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자 잠시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1973년에 다시 정치에 복귀했다.
대표적인 저술로『빙원으로의 초대Quien ilama en los Hielos』(1957),『시바 여왕의 방문들Las visitas de la Reina de Saba』(1960),『낙원의 뱀La Serpiente del Paraiso』(1963),『노스, 부활의 책Nos, libo de la Resureccion』(1980) 등이 있다.
역자 : 박광자
충남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명예교수이며, 한국헤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괴테의 소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독일영화 20』, 『독일 여성작가 연구』,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벽』(마를렌 하우스호퍼),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산책』(로베르트 발저), 『얽힘 설킴』(테오도어 폰타네), 『프라하로 여행하는 모차르트』, 『그랜드 호텔』, 『싯다르타』, 『시와 진실』,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등이 있다.
역자 : 이미선
홍익대학교와 동대학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대학교에서 독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는 『1세대 목사 가정 이야기』, 『루터: 신의 제국을 무너트린 종교개혁의 정치학』, 『소송』, 『수레바퀴 아래서』, 『세 편의 동화』, 『유대인의 너도밤나무』, 『존넨알레』, 『별을 향해 가는 개』, 『불의 비밀』, 『막스 플랑크 평전』, 『불순종의 아이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여행의 기술』, 『누구나 아는 루터, 아무도 모르는 루터』, 『유대인의 너도밤나무』, 『멜란히톤과 그의 시대』 외 다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