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되살리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120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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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의 저자 데이비드 발다치는 이미 밀리언셀러 작가로 잘 알려진 명성 높은 중견 작가다. 특히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는 저자 발디치의 〈데커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이다. 이 시리즈를 끌고 가는 주인공 '에이머스 데커'는 젊은 시절 프로 미식축구 선수로 뛰다가 머리를 다쳐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다. 데커는 이 부상으로 뇌 구조가 바뀌어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법을 잃었다. 그러나 「과잉기억증후군」이라 불리는 이 병명 대신 아무것도 잊지 못하는 완벽한 기억력을 갖게 됐다. 이와 함께 공감각, 이를 테면 시신이 형광 파란색과 연동되는 특이한 증상도 지니게 됐다. 더 이상 미식축구를 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예사롭지 않은 병명의 특별한 능력으로 FBI 수사 자문 요원으로 새 삶을 살아간다. 

독자는 우선 생경한 단어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질환에 주목한다. 의학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 독자로서는 이 질환이 실재하는 것인지부터 궁금했다. 과잉기억증후군이란 병명은 처음 들어본 것 같다.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과잉기억증후군(hyperthymestic syndrome)은 학습 능력이나 암기력과는 관련 없이 자신에게 일어난 거의 모든 일을 기억하는 증상으로, 일종의 '기억장애'로 분류된다. 과잉기억증후군이란 결국 학습 능력이나 암기력과는 관련 없이 자신에게 일어난 거의 모든 일을 기억하는 증상을 말한다. 자신의 삶에서 겪은 모든 사건과 경험에 관한 기억을 과도하게 가지고 있는 상태로, 일종의 기억장애라고 의학계는 본다. 

이 병명이 새로 의하계에 받아들여진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6년 영국의 '질 프라이스'라는 여성이 최초로 과잉기억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프라이스는 14세가 된 어느 날부터 살아온 모든 날을 기억했다. 제임스 맥거프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대 교수팀은 2006년 뇌과학 분야 학술지인 〈뉴로케이스〉에 질 프라이스의 사례를 연구한 결과를 게재하면서 「과잉기억증후군」 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에 따르면 프라이스는 학습·암기력 등 다른 인지 능력은 보통 수준이었으나, 일반인들이 과거의 기억을 뇌의 우전두엽에 저장하는데 반해 그녀는 우전두엽과 좌전두엽 모두에 저장하는 특징을 보였다고 한다. 

사건·사고 등을 통해 외부로부터 강력한 충격을 받아 뇌 저장장치에 이상을 보여 전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상실증후군(amnestic syndrome)은 우리들이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이런 환자가 자주 발생하는 데 비해 과잉기억증후군은 반대의 현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기억상실증후군은 전반적인 지적 능력은 비교적 정상 범위에서 유지되는 반면에 다양한 의학적 원인 또는 심리적 요인에 의해 현저한 기억력 손상을 보인다. 이로 인해 직업적, 사회적 기능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증후군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데커는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FBI 자문으로서 강점이자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자주 데커에게 치명적인 저주가 되기도 한다. 지울 수 없는 아픈 기억을 여전히 과거와 똑같은 정도의 끔찍함으로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망각'에 대한 두려움을 본능적으로 갖고 있다. 상상력과 호기심으로 학습 효과를 극대화해 습득한 지식을 어느 날 잃어버린다면 주위 모든 것, 모든 사람이 두려움의 대상이 될 터이다. 이 두려움은 본능적 두려움이다. 죽을 고생을 해 얻은 지식은 대부분 삶에 도움이 되도록 사용하는데 기억저장 장치에서 이상이 생겨 기억을 송두리째 잃어버린다면 지금까지 얻은 지식과 시간이 모두 헛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판도라가 제우스의 명령을 어기고 상자를 열 때 모든 나쁜 것이 다 튀어 나가고, 황급히 뚜껑을 덮었을 때 마지막 남아 있는 것이 '희망'이었다. 이것 때문에 인간이 살 수 있다고 신화학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희망 고문'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이후 남아 있던 것은 '희망'이 아니라 '망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사회 풍자성 비유지만 망각이 없으면 사람이 살 수 없다는 의미에서 중요성을 강조한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사람은 살면서 희로애락애오욕의 모든 감정을 겪는데 고통스러운 일과 슬픈 일을 잊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기억이 저주가 될 것이다. 이 기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사람이 살 수 없다는 이야기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꽤 '일리 있는' 이야기다. 

이 소설의 데커도 돌이킬 수 없는 몸과 마음의 상처를 지닌 채 살아간다. 키가 2미터에 육박하는 건장한 체격보다 남다른 특수한 기억력이 FBI에 자문역으로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지만 데커는 '기억력의 저주'로 지울 수 없는 아픈 기억, 고통의 기억 등이 되살아나면 끔찍하리만큼 괴롭다. 남다른 기억력이 삶의 '저주'가 되는 순간이다. 이 남성의 단호하고도 숨가쁜 FBI 활약상을 따라가는 〈데커 시리즈〉는 2015년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를 처음 발표된 이래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독특한 소재, 그런 소재에도 잠식되지 않는 강렬하고 입체적인 주인공, 냉혹하고 교묘하기 짝이 없는 살인마와의 아슬아슬한 두뇌 싸움 덕분에 시리즈 첫 번째 책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는 미국 최대 서평사이트 굿리즈에 4만 건의 리뷰가 올라올 정도로 신드롬적인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또 2015년 아마존의 모든 베스트셀러 중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선정되기도 했다는 것이 출판사 측 소개다. 이후 『사선을 걷는 남자』, 『진실에 갇힌 남자』, 『괴물이라 불린 남자』 등 6권의 시리즈에 이어 이번 출판된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가 일곱 번째 저작이다.


이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에서 오랜 친구가 조기 치매로 기억이 사라져가는 것을 괴로워하다 자살을 결행하는 것을 데커가 전화기 너머에서 마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데커는 친구의 자살을 막지 못한 자책과 더불어 시카고 인지연구소로부터 날아든, 자신의 뇌에 새로운 이상 변화가 감지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마침 그를 남부 플로리다로 출동하게 한 새로운 살인사건은 한 공간에서 일어난 두 가지 살인사건이다. 도처에 수수께끼가 널려 있는 겹겹의 미로다. 데커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야 할 사건임에도 모든 관심과 신경이 분산된 상태일뿐만 아니라 수사 파트너도 데커가 모르는 새 바뀌어 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망각 없는 사람' 최대의 위기인 이 상황을 데커는 어떻게 돌파할까? 

수년 전 가족의 시신 앞에서 스스로 자살의 문턱까지 갔던 순간을 떠올리는 가운데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내면의 질문을 던지면서도 살인사건 해결과 진실 규명이란 사명을 위해 뚜벅뚜벅 냉철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그의 기나긴 애도기와 치유 과정과 맞물려 독자들로 하여금 깊은 감동을 끌어낸다. 이번 책에서 새 파트너로 등장하는 흑인 싱글맘 프레더리카 화이트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점점 이해하고 의지하게 되는 장면들도 인종 차별로 미국 사회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어처럼 저자의 탁월한 이야기는 조작, 협박, 위장, 비밀, 오래된 스캔들 등으로 복잡한 미로와 수많은 인물 관계도가 대단히 촘촘하게 직조된 미스터리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는 시리즈 첫 작품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를 이미 기억하는 독자에게도, 새롭게 읽는 독자에게도 데이비드 발다치의 진면목을 확인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밤중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기 너머로 옛 동료의 자살 소리을 듣게 된 데커. 데커는 저지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뇌 이상 소식을 안은 채 살인 사건이 벌어진 플로리다로 향한다. 적이 많아보이는 연방 판사와 그녀의 경호원이 잔혹하게 살해된 현장을 본 데커는 기억 초능력을 총동원해 진실을 쫓지만, 이 사건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른다.

걸려 온 전화는 오래전 수사 파트너였던 메리 랭커스터에게서 왔다. 조기 치매 진단을 받았던 그녀는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잠시 까맣게 잊었다며, 데커가 이 모든 내용을 전화기 너머로 직접 듣는 가운데 총으로 자살하고 만다. 메리의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젖은 채 장례식에 다녀온 뒤, 데커는 인지연구소로부터 뇌에 새로운 이상 변화가 감지되었다는 검사 결과를 받는다. 두 아이를 키우는 흑인 싱글맘 프레더리카 화이트가 새 파트너로 등장한다.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메리의 자살 장면, 수년 전 살해된 딸과 아내를 따라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끝내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 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에 대한 불안감에 잠길 새도 없이 FBI에서 새로운 임무가 날아든다.


플로리다에서 연방 판사와 그녀의 경호원이 동시에 살해된 사건에 데커는 파견되었다. 경호원은 판사의 집 서재에서 총 두 발을 맞아 죽었고, 판사는 위층 침실에서 칼에 최소 열 번 이상 찔려 살해되다. 판사의 시신 위에는 「레스 입사 로키토르(Res ipsa loquitor, 사실추정의 원칙)」라 쓰인 카드가 놓여 있고 눈은 검은 안대로 가려져 있되 앞을 볼 수 있게 구멍이 뚫려 있다. 처음엔 불공정한 판결에 불만을 가진 상투적인 복수극에 경호원이 희생된 것으로 보였으나 주변 상황을 파고들수록 단순한 사건이 아님이 드러난다. 게다가 남쪽 주에서 일어난 사건에 워싱턴 요원들인 그들이 파견된 이유도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고, 심지어 수사 중이던 플로리다의 FBI 요원 앤드루스는 그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지도 못했다.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오른 전 남편은 살인 추정 시각에 자기 집에서 사업상 줌 미팅 중이었다는 것을 아들이 확인해주었다. 곧잘 술에 취해 있는 아버지보다 더 의젓하게 구는 열일곱 살 아들은 고교 미식축구 선수여서 데커에게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살해된 경호원의 목구멍에서 슬로바키아의 옛 지폐 다발이 쑤셔져 있는 것이 발견된다. 이것으로 판사가 아닌 경호원이 진짜 타깃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데커 일행은 경호원이 소속된 보안업체인 「감마 프로텍션 서비스」를 방문한다. 이 업체 대표의 아버지이자 창립자가 슬로바키아 이민자라는 사실에 주목해, 더 자세한 조사를 하려 해도 기밀 보호를 이유로 쉽사리 진척되지 않는다. 살해된 경호원을 담당했다는 여성 상사는 불려오자마자 기절해 병원으로 옮겨진다. 설상가상으로 요원들이 병실에 도착하기 전에 경찰을 사칭한 이들이 그녀를 어디론가 데려가 버렸다. 판사가 일하던 법정을 방문해 조사한 결과 최근 판사는 신변 위협에 대한 보호를 요청한 적이 없고 「감마」에 서비스를 신청한 적도 없다. 병가를 낸 비서도 그새 사라졌다.

잠재적 유력 증인들이 실종되면서 사건 해결은 오리무중이다. 이런 와중에 데커는 메리의 자살과 자신을 연관시키는 온갖 생각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인지연구소의 검사 결과도 시시각각 불안감을 더한다. 자신의 최고 기량을 발휘해야만 할 복잡한 사건임에도 어떤 면에서 데커는 사건 해결에 조금도 관심이 없는 자신의 일부를 처음으로 발견한다. 파트너 화이트도 데커의 불안정한 낌새를 눈치채고, 그의 일반적이지 않은 협업 방식을 정면으로 비난한다. 유색인종에 여성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딛고 FBI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그녀는 데커든 누구든 자신의 경력을 무너뜨릴지 모르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한다. 


아버지와 어린 아들을 흑인 사회의 폭력성 탓에 잃어버린 화이트는 오래전부터 남몰래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그 증상은 그녀를 늘 지지하면서 아이들을 대신 돌봐주는 어머니조차 알지 못한다. 데커는 옛 동료 재미슨과 통화하고서 위로와 응원을 받은 뒤 자신의 기억 클라우드를 제대로 가동시켜 본다. 살인 현장을 다시 조사해본 데커는 판사와 경호원이 고용관계가 아니라 연인이었을지 모른다고 추측한다. 또한 두 살인이 각각 다른 살인자에 의해 벌어지지 않았을까 의심하기 시작한다. 「감마 프로텍션 서비스」 대표가 창립자인 자기 아버지가 3년 전 바다에서 실종되었고 그것이 슬로바키아 지폐와 관련 있을 것 같다며 아버지의 종적을 조사하기 위한 자료들을 데커에게 넘긴다. 천천히, 속속 드러나는 전 세기의 비밀과 협박, 그리고 스캔들. 데커의 기억 초능력이 모든 이미지를 제자리에 들어맞게 재배치한 순간 밝혀지는 사소하고도 놀라운 진실들. 마치 게임의 ‘출발점’으로 온 것 같은 기분, 그러나 이것은 또 다른 게임의 ‘중간 지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데커와 화이트가 이 남쪽의 부유한 해변 도시에 파견된 진짜 이유도 밝혀질까? 과거의 긴 그림자는 이 사건에, 또 데커의 미래에 무엇을 가져올까?


“죽기 전에 섹스를 했나요?” 데커가 물었다.

“네. 제가 확인했어요. 범죄현장에서 만났을 때 말씀드렸듯, 나중에 확인했죠. 하지만 사실 제가 찾으려 했던 건 폭행의 흔적이었어요. 아무래도 살해당한 상황이니까요. 전신을 살펴봤어요. 팔, 다리, 그리고 목을 손으로 눌러서 생긴 멍, 특히 가슴에서 빨거나 물어뜯은 흔적, 안구와 구개의 점상출혈, 입술 안쪽과 귀 뒤의 멍 등, 일반적으로 성폭행의 영향을 받는 모든 부위를 확인했죠. 면봉과 폴리 카테터를 이용해 질 내부도 확인했고요. 그 부위는 물리적, 해부학적 구조 때문에 폭행 흔적을 탐지하기가 쉽지 않아서, 질 확대경과 자외선도 사용해 검사했어요. 그 모든 검사 결과 성폭행 가능성은 낮아 보였죠.”

“그래서, 명확한 성폭행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 방면으로는 거기서 중단했다는 겁니까?”

“맞아요. 전 폭행이 없었다는 걸 섹스가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했어요.” 제이컵스가 민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섣불리 그런 결론을 내리지 말았어야 했어요. 하지만 피해자의 폭력적인 죽음 때문에 제가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합의된 섹스가 그런 식으로 끝나는 경우는 절대 없으니까요. 적어도 저는 못 봤어요.”(pp.180-181)


데커의 과잉 기억 증후군은 형사에게는 엄청나게 유용한 도구였지만 때로는 무거운 짐이기도 했다. 전 세계에 그 증상으로 진단받은 사람이 100명도 안 된다는데, 그중 하나가 된 것이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과잉 기억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개인적 사건이나 과거의 기억 같은, 대체로 자전적인 것들을 주로 기억했다. 가차 없는 기억의 물줄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과거에 머물러 살기 쉬웠다. 데커 역시 어느 정도는 분명히 그랬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데커가 듣거나 보거나 읽은 거의 모든 것은 영구적으로 머릿속에 입력됐고. 원하면 아무 때고 불러낼 수 있었다.(p.53)


저자 : 데이비드 발다치(David Baldacci) 


1960년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 태어났다.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워싱턴에서 9년 동안 변호사로 일하다가 1996년, 3년에 걸쳐 틈틈이 쓴 소설 『앱솔루트 파워Absolute Power』를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이듬해 클린스 이스트우드가 직접 감독과 주연을 맡아 동명의 영화로 제작하여 박스오피스 1위에 올리기도 한 이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됨으로써 화려한 데뷔를 넘어 장차 스릴러의 거장이 될 발다치의 운명을 전 세계에 내비쳤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발다치는 이후 27년간 무려 50편에 가까운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써냈고, 이렇게 출간한 소설들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그중 몇몇 작품은 영화와 TV 시리즈로 영상화되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는 그가 매년 선보이는 신작들은 출간되는 족족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오래도록 상위권을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소설들은 80개국에서 45개 이상의 언어로 출간돼 전 세계에서 1억 5천만 부가 판매되었다.

발다치는 국제스릴러작가협회상과 ‘반스앤드노블’ 최고의 작가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국제 범죄소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명실상부한 스릴러계 최고 거장이다. 대표작으로는 ‘데커’ 시리즈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괴물이라 불린 남자』, 『죽음을 선택한 남자』, 『폴른: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진실에 갇힌 남자』, 『사선을 걷는 남자Walk the Wire』, 『롱 섀도Long Shadows』가 있으며, 이 밖에도 『심플리 라이즈Simply Lies』 등이 있다. 발다치의 신작 『6시 20분의 남자』는 ‘트래비스 디바인’이라는 미 육군 특수부대 출신의 월가 샐러리맨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이후 11주간 연속 최상위권 유지라는 경탄스러운 성과를 이루었다. 이 성공으로 인해, 이제는 중견 작가가 된 발다치가 아직도 가장 뜨거운 화제의 작품을 발표하는 ‘현역의 거장’이라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되었음은 물론 후속작 『칼날The Edge』의 출간을 예고함으로써 발다치의 새로운 대표 프랜차이즈인 ‘6시 20분 남자’ 시리즈가 탄생하게 되었다.


역자 : 김지선


서강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출판사 편집자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위대하고 찬란한 고대 로마』, 『품위 있고 매혹적인 고대 이집트』, 『대담하고 역동적인 바이킹』, 『기사도와 테러리즘』, 『런웨이 위의 자본주의』,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북유럽 문화사』와 『살인자의 사랑법』, 『애프터 쉬즈 곤』, 『출구는 없다』, 『폴른: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등 다양한 서스펜스 소설과 더불어 『엠마』, 『오만과 편견』 등의 고전소설을 한국어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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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언 변호사의 협상 바이블 - 협상이 불안한 당신을 위한 12가지 솔루션, 개정판
류재언 지음 / 라이프레코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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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양보와 권리 사이를 조화롭게 풀어낸다. 협상은 분쟁이 있는 곳에서 평화를, 욕망 있는 곳에서 공정 분배를 이뤄내는 예술이다. 저자는 실무적 차원의 협상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인간‘으로 귀결됨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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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언 변호사의 협상 바이블 - 협상이 불안한 당신을 위한 12가지 솔루션, 개정판
류재언 지음 / 라이프레코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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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지금은 '협상'이란 단어가 매우 광범위하게 쓰여 별로 어렵게 느껴지지 않지만 협상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 특별한 분야의 중요한 일에서만 주로쓰였다. 우선 정치권에서 협상이란 여야의 의견 차이를 좁혀 국민이 바라는 방향의 정책 수립과 추진을 할 때 잘 쓰인다. 또 기본적으로는 비즈니스 분야에서 쓰였을 것이다. 상거래시 많이 쓰였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흥정은 장사와 소비자 사이의 가격 흥정을 의미하지만, 사업가들이 계약 여부를 놓고 할 때는 협상이란 용어가 적절하다. 사실 협상이란 단어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도 이해하려고 노력한 적도 없는 독자로서는 정치·외교·무역 등 국가 간 계약과 조약 등도 '협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협상에 참여한다는 것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가 전형적인 협상의 정치라는 말이 나오고서부터다. 그는 부동산 재벌로서 협상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아올렸다고 평가되기도 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전후로 기억하지만 트럼프는 『거래의 기술』(원제 : The Art of the Deal)이라는 책을 펴낸 적도 있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부터 '막말'과 '허세'가 많은 '협상꾼'으로 소개되어지기도 했다. 물론 상대 진영 주장이겠지만. 

이 책에서 독자들은 트럼프가 막말을 일삼는 허세 가득한 사기꾼이 아니라, 대단히 치밀하고 집요한 협상가이자 말 그대로 ‘거래의 달인’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책을 번역한 이재호 씨가 〈해제〉에서 밝혔듯이 “세상의 변화를 남보다 빨리 읽고, 성공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 한마디로 강하고 빈틈없고 야비할 정도로 냉정한 사람”이다. 『거래의 기술』이란 책을 트럼프가 직접 썼는지 대필했는지는 독자로서는 모르지만, 삶과 거래의 지침으로 삼는 11가지 원칙은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다. 모두 열거할 수 없지만 몇 개만 여기에 적어본다면, ① 크게 생각하라 ② 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③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④ 발로 뛰면서 시장을 조사하라 ⑤ 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등은 아직도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늘 남보다 크게 생각해왔음을 『거래의 기술』에서 누누이 강조한다. 그가 그간 벌여온 사업은 가능한 한 대규모로,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최대한 화려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장관에 압도당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우리는 환상을 팔고 있다”라고 단언한다. “크게 생각하기 위한 기본 요소의 하나는 집중력이다. 이러한 능력은 꽤 성공한 기업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집중적이고 충동적이며 외곬으로 생각하며 때로는 거의 편집광적이다는 평가도 덧붙였던 것으로 독자는 기억한다.

그 책을 읽을 때는 미처 생각지 못했지만 트럼프에게 있어 '거래'는 '예술'이고 '협상'이다는 점을 이제야 인지했다. 그것도 이 책 『류재언 변호사의 협상 바이블』을 읽은 후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독자가 '협상'이란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정치권에서지만 독자가 정치에 몸 담아서가 아니라 여야간 협상, 협치를 늘 우리나라 정치권이 주장하며 매일 싸우고만 있다고 해서다. 때문에 협치는 실패하고 힘의 대결만이 남았다고 언론은 연일 평가했었다. 협치를 하려면 먼저 협상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 분야 이외에서 협상이란 단어는 한 영화를 통해서다. 협상가를 주제로 하여 제작한 F. 게리 그레이 감독의 1998년 영화 〈네고시에이터〉다. 사실은 이 영화도 개봉할 때 본 게 아니다. 네고시에이터란 단어도 이때 처음으로 알게 된 것 같다. TV를 통해 보았을 때 영어 발음을 그대로 써놓고 '협상'이란 우리말 표기를 했었다. 기억이 오래 남았던 이유는 오로지 영화가 무척 재밌었기 때문이다. 

시카고 경찰관 대니 로먼(새뮤얼 L. 잭슨 분)은 12년 경력의 베테랑 협상 전문가이다. 어느 날 그는 파트너 경찰 네이트 로닉(폴 길포일 분)으로부터 경찰들을 상대로 한 상해보험에 얽힌 부정 비리를 전해들은 직후 그가 살해당하는 사건을 겪고, 오히려 파트너를 살해한 용의자로 몰려 총과 경찰 배지를 반납하게 된다. 격분한 로먼은 자신을 체포하려는 내사과장 니바움의 사무실을 찾아가 니바움과 그의 비서 매기, 사기범 루디, 그리고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올라왔던 그랜트 프로스트 지휘관까지 인질로 잡고 누명을 벗기 위해 조금 전까지 자신의 동료들이었던 시카고 경찰과 대치한다.



시카고 경찰이 인질극 대치를 위해 세팅을 하는 동안 로먼은 무전기를 통해 자신이 억울하다는 점을 계속 주장하면서 방금 전까지 동료였던 경찰들에게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부정비리를 저질렀고 그것을 가리기 위해 자신의 파트너 네이트를 죽였고, 그 다음에 자신까지 죽이려 했으며 누군가가 네이트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그 내부고발자를 찾아야 한다고 호소한다. 협상 전문가인 로먼은 경찰 측의 대응을 손바닥 보듯이 알고 있고, 진압하러 온 경찰과도 친분이 깊었던 탓에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는 다른 지역의 협상 전문가인 크리스 세이비언(케빈 스페이시 분)을 상대역으로 불러낼 것을 요구하고, 현장에 도착한 세이비언은 공격적인 진입을 시도하려는 지휘관 애덤 벡(데이비드 모스 분)과 사건에 개입하려는 FBI, 그리고 농성 중인 로먼을 모두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영화 이야기가 나와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협상〉이란 우리 영화도 있었다. 우리 영화인데다 손예진, 현빈 등이 주연으로 나와서 직접 2018년 개봉관을 찾았다. 그러나 같은 제목의 미국 영화에 비해 스토리가 다소 약하다는 느낌이었다(개인적 느낌이다). 냉철함을 잃지 않는 최고의 협상가 하채윤(손예진 분). 그녀는 휴가중 긴급투입된 인질극 현장에서 범인과 인질이 모두 죽어버리는 참사를 목격했고 후유증에 시달리다 결국 사표를 제출한다. 그로부터 10일후 채윤의 집에 들이닥친 선배 안혁수는 다짜고짜 그녀에게 정복을 갈아입히고는 어딘가로 데려갔다. 두 사람이 온 곳은 정부 작전상황실. 이어 채윤은 한영숙 과장의 손에 이끌려 누군가랑 전화통화를 하게 된다.

채윤의 통화상대는 민태구(현빈 분). 국제적인 조직폭력배의 두목이며 서울지방경찰청 블랙리스트에도 최상위로 등록된 악질 범죄자였다. 그는 얼마전 해외출장을 간 정준구 팀장과 이상목 기자를 납치한 뒤 자신과 협상할 상대로 채윤을 지목한 것이었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채윤은 어떡해서든 민태구를 저지하고 인질들을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사람의 속내를 금세 궤뚫어보는 민태구의 예리한 직감때문에 일은 점점 꼬여만 간다. 인질을 잡고 요구 사항을 협상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협상 과정에서 많은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고 이쪽의 연결고리를 찾아냄으로써 반전을 기하는 것은 좋지만 심리 묘사일까? 어딘지 흐름이 부자연스럽다고 느낀 영화다. 그러나 독자는 협상가란 직업이 있고, 협상이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용어란 것은 확인한 셈이다. 



이 책 『류재언 변호사의 협상 바이블』은 매일같이 협상을 경험하지만 이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 없어 늘 불안하고 난처하기만 했던 이들을 위해 12가지 협상 원칙으로 체계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 류재언 변호사는 기업분쟁을 다루는 로펌의 대표이자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하버드로스쿨 협상프로그램(PON)을 이수한 국내 최고의 협상전문가이다. 그가 설립한 비즈니스협상전략그룹(BNSG)을 통해 기업과 정부의 리더와 협상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협상력 강화 교육을 활발히 진행해왔다고 한다. 이 책은 리더들이 극찬했던 협상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현장뿐 아닌 일상 속에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협상 전략들을 총망라하여 담았다.

이 책은 모두 13개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문〉인 「협상을 위한 마인드셋」이란 제목의 〈INTRO〉를 제외하고 '12개의 협상 원칙'을 각 장에 담았다. 1장 〈목표를 설정하라〉, 2장 〈요구가 아닌 욕구에 집중하라〉, 3장 〈상대에게 기준을 제시하라〉, 4장 〈창조적 대안을 개발하라〉, 5장 〈숨은 이해관계인을 파악하라〉, 6장 〈당신만의 배트나를 확보하라〉, 7장 〈최적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하라〉, 8장 〈상대의 감정을 뒤흔들어라〉, 9장 〈협상 후 반드시 마침표를 찍어라〉, 10장 〈궁극의 협상전략, 신뢰자본〉, 11장 〈NPS를 활용하여 철저히 준비하라〉, 그리고 12장 〈이번 협상이 마지막이 아님을 기억하라〉 등이다. 「노련한 상대방이 활용하는 열 가지 협상 전략과 대응 방법」이라는 제목의 10가지를 〈부록〉으로 덧붙였다. 

저자에 따르면 초중고 교육과정은 물론이고, 대학교에서도 협상을 가르치지 않는다. 심지어 비즈니스를 가르치는 경영전문대학원(MBA)이나 법조인을 양성하는 로스쿨에도 제대로 된 협상교육 커리큘럼을 갖춘 곳이 드물다고 밝힌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협상'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독자에게는 이해되는 대목이다. 〈INTRO〉를 통해 저자는 알리바바의 마윈과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의 협상으로 모두에게 윈-윈의 결과를 이끌어낸 협상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1999년 알리바바 창업 당시 손정의는 30여 명 남짓한 팀으로 이루어진, 설립한 지 1년밖에 안 된 중국의 신생 IT 기업에 3,000만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때부터 두 사람 간의 신뢰는 싹텄으며, 알리바바가 자금을 필요로 했던 2004년에 다시 한 번 6,000만 달러의 투자를 결정한다. 첫 투자 때 알리바바가 필요로 하는 금액은 2,000만 달러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손정의 회장은 신뢰를 바탕으로 원하는 액수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 협상은 저자에게 성공한 협상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깨우치게 했다.



"모든 협상은 두 가지를 남긴다. 하나는 협상 결과물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관계다. 이 두 가지를 만족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성공한 협상이다."(p.25) 저자 류재언은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 “협상력의 차이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하버드로스쿨 협상프로그램을 이수했다. 국내 최고의 협상 전문가로 알려진 류재언 변호사가 이야기하는 ‘협상에 대한 모든 것’이 이 책에 담겼다. 저자에 따르면 그 어느 때보다 협상이 중요한 시대이고 특히 국제적으로 미일 무역전쟁, 또 트럼프의 2기 시대 개막으로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을 트럼프는 직접 뛰어나니며 중재에 나서고 있다. 협상가답게 트럼프의 모든 정치 행위는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는 목적의 카드로 사용하는 형국이다. 저자는 도널드 트럼프, 일론 머스크, 스티브 잡스, 손정의, 오타니 쇼헤이까지, 시대를 이끌어간 세계적인 리더들은 모두 위대한 협상가(Negotiator)라고 전제한 뒤 이들을 이 책의 곳곳에서 사례로 사용하고 있다. 

저자가 협상이란 주제로 협상의 정의, 목적, 결과, 성공 여부 등을 나눠 차분하게 설명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핵심 내용만 담겨 있기에 독자처럼 전혀 다른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에겐 관심이 없을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협상이 어느 한 분야에서만 적용되는 원칙을 갖지 않느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하고 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자기계발과 유능한 협상가로서의 활동을 위한 필수적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독자는 기대한다. 특히 자신의 경험과 실제 협상 활동, 그리고 책에서 든 사례 등은 모두 협상의 한 부분을 이루는 오늘날 협상은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등에 관해서도 천착하고 있는 내용을 차분히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는 리더의 협상력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미래가 어떻게 좌우되는지 생생히 지켜보았다. 지금뿐만이 아니다. 세계의 지형을 바꾼 역사적 장면들 속에는 반드시 결정적 협상의 순간들이 있었다. 일방적이고 성급한 방법 대신 지속적인 대화와 서로 윈윈(Win-Win)이 될 수 있는 거절할 수 없는 대안의 발굴로 갈등을 딛고 공존과 협력을 이끌어낸 세계의 지도자와 리더들의 이야기 속에 협상이 있다."고 강조한다. 또 개인에게도 협상은 중요한 문제다라는 점을 지적한다. 연봉 협상, 임대차 협상, 매매 협상 등 우리는 일상에서 나와 입장이 다른 상대방과 최선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매일같이 의견을 조율하며 협상에 임한다. 협상력을 키운다는 것은 우리 삶을 조금 더 윤택하게 만드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란 저자의 주장은 무게감이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마지막에 〈부록〉으로 남긴 10가지 협상 전략과 대응 방법은 책의 내용을 다시 한 번 복습한다는 의미에서 여기에 적는다. 

① 강력한 첫 제안으로 기준점을 선점하는 전략 ② 협상 쟁점과 관계없는 인신공격 ③ 본인은 아무런 결정권이 없다고 말하는 전략 ④ 계속되는 요구로 목표를 관철시켜 나가는 물량 공세 전략 ⑤ 굿 캅 베드 캅 전략 ⑥ 부풀리고, 과장하고, 심지어 거짓말하는 전략 ⑦ 매물비용을 강조해서 그만두지 못하게 만드는 전략 ⑧ 배수진을 치고 양자택일을 제안하는 전략 ⑨ 협상 절대 고수들의 전략, 침묵 ⑩ 합의 직전, 거절하기 애매한 요구를 하는 니블링 전략


똑같은 부탁을 받더라도 상대가 누군지에 따라 당신은 이를 승낙하기도 하고 거절하기도 한다. 동일한 협상 상황에서도 누가 협상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협상 결과가 도출된다. 그 어떤 협상의 기술과 전략도 사람에 대한 이해와 호감과 신뢰를 전제로 하지 않고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결국 협상은 사람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말한 열두 가지 협상 유형과 욕구를 파악하고, 서로 호감을 나누며 궁극적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은 모두 사람에 대한 문제다. 이것이 전제될 때,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기준점을 찾아 제시하고, 창조적 대안을 개발하고, 숨은 이해관계인들을 파악하고,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짜고, 배트나를 활용하는 것이 의미가 있고, 비로소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합의점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이 협상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이 느껴진다."(p.422~423)


저자 : 류재언


“협상은 결국 사람으로 귀결된다." 상대방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얻어내고 지지 않기 위한 협상 기술과 전략들이 부각되는 시대에 저자는 협상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생각하며, 수치로 드러나는 협상 결과뿐만 아니라 인간관계까지 얻을 수 있는 협상이 성공적인 협상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경영권 및 기업분쟁에 특화된 변호사이다. 현재 법무법인 어센던트율본의 기업분쟁팀을 이끌고 있으며, 2021년부터는 벤처캐피탈 그래비티벤처스를 공동창업하여 전략이사를 담당하고 있다. 보석같은 창업자를 발견하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일을 천직이라 생각한다. 하버드로스쿨 협상프로그램(Program On Negotiation, PON)을 이수하고, 비즈니스협상전략그룹(BNSG)을 설립했다. 국내에서 가장 신뢰받는 협상 전문가로서, 리더와 창업가들을 위한 협상력 강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기업과 정부, 대학의 리더 및 협상 실무자를 위한 전략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스타벅스, UN, 정부기관 및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협상 과정을 진행하였고, 현재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aSSIST)의 Aalto Univ. MBA 과정에서 협상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류재언 변호사의 협상 바이블』과 『대화의 밀도』가 있으며, 『고등학교 국어』(창비교육)에 ‘류재언 변호사의 협상론’이 소개되었다. 유튜브 <협상가 류재언> 채널에는 협상, 대화, 리더십 법률 및 경영권분쟁 관련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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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스님이 되었을까
인해.명오 지음 / 민족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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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출가(出家)'란 '번뇌에 얽매인 세속의 인연을 버리고 성자(聖者)의 수행 생활에 들어감'이라는 뜻의 불교 용어로 주로 쓰인다. 즉 일반 신도와 달리 절에 들어가 수행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가톨릭에서 말하는 '세간을 떠나서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일'을 뜻하기도 한다. 불교든 가톨릭이든 위대한 종교에 귀의한다는 것은 매우 신성한 일이다. 종교에 귀의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보다는 종교인으로서 종교의 가르침대로 살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자 종교에 대한 맹세이기도 하다. 우리는 삼국시대 불교가 전래돼 삼국이 모두 불교 국가가 됐다. 이는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통일신라시대뿐만 아니라 고려에 이르기까지 불교 국가로서, 불교는 나라의 이념이자 사상이었다. 

그러나 조선시대 성리학(유교)을 토대로 한 유교 국가로 거듭 태어남으로써 고려 왕조를 지탱했던 불교는 탄압받기 시작했다. 이때 절(사찰)은 도성은 물론 큰 도시에 있지 못하고 산으로 들어갔다.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유교 국가에 대한 도피인 셈이다. 어쩌면 불교를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조선 500년 간 불교는 산속에서 숨죽여 지냈다. 불교가 이어져 온 것도 신기할 정도다. 사실 조선시대에는 스님이 나라의 큰일을 맡은 적도 없고, 실제 등용하지도 않았다. 다만 임진왜란 때 나라와 민족을 위해 스님들이 이순신 장군의 수군에 들어가 왜적과 싸웠지만 조선 조정은 특별히 불교에 대한 어떤 시혜도 베풀지 않았다. 이런 불교 배척의 국가 기본 정신은 일제 강점기에도 유지되었다. 우리와 달리 국민 대부분이 불교 신자라는 일본은 왜 한국의 불교를 해방시킬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다소 의심스럽긴 하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도 불교와 기독교는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믿는 종교 1, 2위를 차지했다. 물론 나중에는 기독교 신자가 불교 신자의 수를 앞질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국민들 마음속에 불교는 여전히 정신 수양과 마음을 의지하는 가장 큰 종교이다. 

불교에서 가장 큰일 중의 하나가 스님들의 입적(불문에 적을 올림)일 것이다. 훌륭한 스님들이 많이 나와야 불교의 계승은 물론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200년 동안 스님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과거에 급제하는 일보다 어려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독자는 갖고 있다. 나라에서 탄압하는 종교에 누가 스스로 들어가겠는가? 스스로 나라의 근본 이념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을 때이니 말이다.

이런 의식은 해방 후에도 여전했던 것으로 보인다. 스님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절이었지만 우리가 산업화되기 이전에는 불교 신자도 줄었겠지만 스님들의 숫자도 줄었을 것이다. 전체적 숫자는 늘었을 수도 있지만 기독교의 성장과 불교는 여전히 스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도심서 멀리 떨어진 험준한 산속에 있으니 자주 만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절에도 자주 갈 수 없는 형편에다 스님들마저 자주 만나기 어려우니 선뜻 불교 신자라고 말하기도 쑥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간혹 시주승들이라도 만나면 스님들에대 대해서 반색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어쩌다 젊은 스님이 세상에서 뜻을 펴고 잘살지 절 속으로 들어갔을까? 하는 안타까운 눈초리가 남아 있었다. 지금이야 사회의 분위기나 경제적 여건이 훨씬 좋아져 절에도 가고 싶으면 훌쩍 차 몰고 다녀오면 그만이고, 또 스님들의 활동도 활발해졌기에 그런 눈초리는 거둬들였지만... 

이 책 『우리는 왜 스님이 되었을까』란 표제어에서도 사뭇 불교나 스님에 대한 '안타깝고 비밀스러운 과거'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요즘은 시대가 달라졌는데 왜 스님들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불교 신자임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도 있는 세상인데 표제어를 보는 순간 당연히 '스님에 대한 비밀스러움'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를 테면 비구에 대해서는 집안이나 개인적 불행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도피처로 택했다는 의문이다. 또 비구니에 대해서는 실연의 아픔이라든지 집안의 폭력 등 '말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다. 독자도 얼마 전까지 스님들은 뭔가 개인적인 비밀스러운 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두 스님의 말을 통해 '출가'나 '스님', 나아가 불교에 대한 기존의 안타까운 의혹을 풀어준다. 인해 스님(이하 인해)과 명오 스님(이하 명오)이 같은 주제로 자신들의 불교 입문부터 현재의 위치까지 사생활들뿐 아니라 불교에 대한 당초 인식도 남김없이 풀어놓음으로써 아직도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편견의 대상이 되는 의혹을 말끔히 씻어내준다. 독자 역시 아직까지 남아 있는 스님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바꾸었다. 불교계는 여러 스님들이 책과 방송 등 미디어를 통해 자주 얼굴을 내밀고 부처의 말을 전하는 등 세계의 위대한 종교다운 면모를 보여주기에 한 점의 의심도 없었지만 스님 개개인에 대한 희미한 의혹들은 말끔하게 지워지지는 않았었다. 저자인 두 스님은 출가는 자신을 찾고, 나아가 모든 사람의 행복을 위한 수행의 길이다. 선택받은 자들만이 가는 길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용기를 가진 모든 이들에게 열린 길이라고 말한다. 독자의 가슴 한쪽에 남아 있던 불교와 스님에 대한 편견이 해소된 계기가 됐다.

책을 펴낸 출판사 측도 독자들에게 낸 소개글에서 그 옷의 무게는 무겁고 그 길은 외롭고 쉽지 않아 보여, 보통 사람들은 스님을 보면 “왜 출가하셨어요?”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나온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대체 어떤 우여곡절이 있어서, 무슨 말 못 할 사연이 있어서, 머리를 깎고 그 외로운 길을 걷게 되었을까 궁금해한다고 말한다는 것. 아마 사회적 시선이 아직 독자가 인식하는 것처럼 완전히 편견이 가시지 않은 듯하다. 지금 인해는 통도사 승가대학 학장, 경오는 동힉사 승가대학 학장이다. 

이들 통도사와 동학사 승가대학 학장들이 직접 전하는 출가의 길이 이 책 『우리는 왜 스님이 되었을까』의 주제이다. 이 책은 출가의 의미와 과정, 그리고 수행자의 삶을 담은 감동적인 이야기다. 출가자의 진솔한 고민과 성장, 부모와의 관계, 그리고 수행 속에서 발견한 행복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통도사 학장 인해와 동학사 학장 명오의 경험을 통해 독자들은 ‘출가’라는 특별한 선택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통도사 승가대학 학장, 인해의 출가는 ‘나에게 꼭 맞는 옷’이었다고 자신의 출가에 대해 말한다. 맞춤옷을 지어 두고 기다린 듯이, 옷감을 잘 재단해서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 스님에게 아주 잘 맞는 출가라는 옷을 입었다. 인해는 출가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출가는 단순히 머리를 깎고 사찰에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선택의 과정이며, 나아가 모든 중생을 위한 깨달음의 길을 여는 위대한 첫걸음입니다. 세상의 번뇌와 미혹에서 벗어나 ‘나는 누구인가’를 간절히 찾는 길입니다. 출가의 길은 보살도를 실천하는 길이며,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참된 수행의 여정입니다. 길 잃은 어린아이가 어머니를 찾아 나서듯, 망설임 없이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출가의 본질입니다."

인해는 「출가는 무엇일까?」란 제목의 〈서문〉을 통해 "깨끗한 마음과 생각으로 말과 행동을 바르게 하면 자연스럽게 깊은 행복이 따라 옵니다. 늘 법과 하나 되어 자신의 마음을 바로 볼 수 있게 될 때, 출가는 열매를 맺어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씨앗을 뿌릴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덧붙인다. 초등학교 때 당시 고등학생이던 큰누나를 따라 마산 정법사 불교학생회에 다녔다고 한다. 누나 친구와 선배들의 유일한 간식이었던 빵과 과자가 맛있어 어린이 여름학교에 다닌 게 큰 출가의 동기가 되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부처님 말씀보다 빵이 더 좋았기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솔직·순수함은 독자들의 미소를 드러내게 한다.

위로 언니 두 명이 비구니스님인 명오의 어릴 적 ‘장래희망은 스님’이었고, 출가는 아주 자연스러운 인연이었다고 한다. 출가를 방해하는 여러 핑계를 스님의 발심(發心)이 이겼고, 자유로운 출가 수행자의 삶을 선택했다. 명오는 「출가는 무엇일까?」란 제목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출가 생활은 감동의 도가니였다. 절은 상상 이상의 매력이 철철 넘치는 곳이었고, 스님들은 멋스러웠다. 출가 수행자의 본(本)이 되어준 많은 스님이 그랬다. 속가를 떠나온 나를 구속할 사람은 누구도 없고, 나 자신과 대면할수록 성장하는 나를 느꼈다. 자유와 행복, 출가의 백미이다. 참 좋다. 수행법은 다양하고, 내가 선택해서 잘하든 못하든 묵묵히 가면 된다. 싫으면 싫은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불법(佛法)에서는 모두 다 공부 아닌 것이 없다. 손해가 미덕이고, 가난이 공부의 살림살이가 되는 것이 출가 수행자의 삶이다."(p.5)

명오의 가족관계는 독특하다. 언니 셋과 귀한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이 책 「언니들의 출가」란 제목의 글에서 큰언니를 언급하고 있다. 굉장히 엄격한 유교적 분위기의 집안에 시집 온 엄마가 위로부터 연달아 딸을 셋 출산한 모양이다. 남편이자 명오의 아버지가 집안의 종손이다 보니 제사만 해도 일년에 열한 번, 제사를 지내면 동네 사람들에게 식사를 베풀었다. 엄마의 고된 시집살이를 가장 가까이서 보며 자란 큰언니는 일치감치 책에서 부처님을 만났고 수행자의 삶을 동경했다. 언니는 출가를 꿈꾸면서, 오직 남동생이 태어나기만을 학수고대했다. 큰언니가 열일곱 살 때, 엄마는 드디어 아들을 낳았다. 삼 년 후, 언니는 설날을 코앞에 두고 책상 서랍에 편지 한 장 남기고 입산했다. 

가족의 충격이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은 자명하다. 더욱이 유교 분위기 집안에서 스스로 입산해 절로 가버렸으니, 충격보다 오히려 집안 망칠 일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할머니와 아버지는 전국의 비구니 도량으로 맏딸을 찾아 나섰지만, 허탕 쳤다고 한다. 마치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슬픔을 토해내던 아버지의 노랫가락과 젖은 눈에 온 가족은 함께 울었다. 큰언니가 비구니가 된 것이 그토록 슬퍼할 일인지 생각할 새도 없었다고 명오는 적고 있다. 남은 가족들은 모두 세상을 잃은 듯, 딸이 죽기라도 한 듯 상실감에 빠졌다. 그 비통함은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슬픔이었다고 명오는 책에서 회고하고 있다. 사실 어렸던 명오가 출가할 때는 반드시 부모님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홉 살에 알았다고 한다.

이들 두 스님이 각자 다른 이유로 출가해 학장 스님이 되었지만, 이들은 ‘출가 수행자’의 길을 일찍이 고민하여 알아차리고, 기꺼이 즐겁게 행복하게 수행자로서의 대자유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책은 기록하고 있다. 출판사 측에서 '출가'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는 이유는 이 책의 표제어와 무관치 않다는 점을 명오의 출가 이유에 대해 말할 때 뚜렷이 드러난다. 출가는 폭탄처럼 가족에게 슬픔과 충격을 주었지만 나중엔 유교 집안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는 역할을 했다. 물론 스스로 불교 수행자가 된 스님 자신이 우수한 수행자였기에 가능했겠지만 가족 관계와 집안의 분위기를 바꿔놓기도 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출가는 가족 관계의 변화의 시작이다. 한 가정의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딸’에서, 부모가 지어준 이름과 부모가 준 삶에서 벗어나, 자신이 선택한 출가 수행자의 길을 가는 것이다. 집을 떠나 진리를 찾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불교 수행자의 마음가짐과 출가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준다." 이처럼 이 책은 두 스님의 출가에 대한 솔직한 고백으로 막연한 거리감을 해소하고,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책은 단순히 종교적 선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본질을 찾는 두 스님의 이야기이다. 수행자의 삶을 통해 발견한 자유와 행복, 그리고 세상에 대한 헌신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책에서도 두 스님의 수행 과정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담담하고 꾸밈없이 진솔한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과장되거나 화려한 이야기는 없다. 오로지 수행하고 정진하는 스님들의 모습에서 독자들의 감동이 나온다. 불교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게 절에서 주는 빵이 맛있어서 큰누나를 따라다니다 멀쩡하게 대학까지 잘 졸업한 인해가 출가를 결정하고 어머니에게 결심을 말하려고 찾았을 때 어머니의 반응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오히려 차분히 반기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다른 집은 아들이 출가한다면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는데, 난리(?)는커녕 오히려 출가를 권장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는데 독자 또한 놀랍다. 인해는 삭발하던 날 감정을 글로 남겼다. 눈물을 펑펑 쏟은 사람이 많다는데 자신은 아쉬움보다는 시원하다는 느낌이었다고 술회한다. 다만 삭발을 마치고 머리카락이 수북이 쌓인 세숫대야를 들고 세면장으로 가서 거울을 볼 때 깜짝 놀랐다고 한다. 웬 비구니가 있었다고 말해 독자들을 빙그레 웃음 짓게 한다.

스님 중에서도 승가대학에서 공부하는 스님들을 '학승(學僧)'이라고 통칭한다는 말을 TV에서 들은 바 있다. 이 책의 저자 두 스님은 학장이니만큼 성적이 우수했을 것이란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인해의 경우 불교 공부를 위해 '유학기'의 에피소드도 곁들여져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계보를 잇고 잇는 뉴욕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와의 만남 ,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학원에 가기 위해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주거지 전화벨 소리에 가서 받아보니 다급했던 저쪽의 목소리. "스님, 다행입니다. 어서 TV를 틀어보세요." TV를 켜니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비행기 충돌로 불타고 있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중계된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날 TV를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그랬듯,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장면이다. 2001년 9월 11일. 뒤늦게 자신의 행선지가 바로 사건 현장이었음을 깨닫고 갖가지 생각이 흘러간 다음 자신도 모르게 되뇌인 말 "나무 관세음보살"이었다. 


동학사 학인들은 공부를 좋아한다. 책 보기가 싫었어도 동학사만 오면 변한다는데 문필봉의 마법 같은 전설 때문일까. 오후 4시 방선을 하고, 대방 문을 열고 댓돌의 고무신을 신으려는 찰나 경문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광경을 보는 그 순간, ‘문리(文理)가 트인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큰 소리로 열심히 경책을 읽으면 문필봉에 닿아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면서 ‘문리가 트인다’는 것이다. 나는 빨래터에 올라가 문필봉과 정면인 포인트를 찾아 화답을 고대하며 〈치문(緇門)〉을 읽고 〈서장〉을 읽고 또 읽기를 반복했다. 그랬더니 목이 쉬고 또 쉬더니 목소리만 점점 커졌다. 오후 4시 방선 죽비소리에 떨리는 가슴으로 대방을 나가 보면, 가지런히 놓인 ‘조선 나이키’ 흰 고무신에는 빨간색 ‘태화 고무 말표’만 선명했다. 문필봉과 고무신의 화답은 일어나지 않았다.(p.199)


저자 : 인해


통도사 승가대학 학장. 통도사에서 요산 지안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해인사 강원과 조계종립승가대학원을 졸업, 국사편찬위원회 사료과정을 수료했다. 이어 동국대학교 선학과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요산 지안 대강백으로부터 전강傳講을, 관허 수진 대율사로부터 전계傳戒를 받았다. 사단법인 가야문화진흥원 초대 이사장, 동국대학교, 해인사, 수덕사, 동화사 승가대학에서 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는 통도사 김해포교당 바라밀선원 주지를 맡고 있다.

저서는 《달마대사의 소실육문》, 《우리말 법화경》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남종의 선사상 연구〉, 〈혜능의 좌선관〉 외 다수가 있다. 제31회 대한불교조계종 포교대상 원력상을 수상하였으며, ‘쉬운 경전 편찬 작업’을 통해 관심 있는 이들이 어렵지 않게 경전을 읽고 공부할 수 있도록 번역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저자 : 명오


동학사 승가대학 학장. 동학사 승가대학을 졸업했다. 이어 동국대학교에서 선학과·영문학과(학사), 호주 시드니대학교 종교학과 석사, 은해사 조계종립승가대학원 수료,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요산 지안 대강백으로부터 전강, 관허 수진 대율사로부터 전계 받았다. 동학사 승가대학 교수를 역임했고,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강사이다.

역서 《대승기신론열망소》로 제1회 반야학술상 저역상, 저서 《붓다의 입멸 에피소드 연구》로 제19회 불교출판문화상에서 올해의 불서 10 선정 및 붓다북 학술상을 수상했다. 논문은 〈초기불교 병인론과 대승불교 사경 공덕 및 심신치유에 관한 연구〉, 〈초기불교와 대승불교 《열반경》에 나타난 재가불자의 계율 사상 연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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