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당신의 죽음을 허락합니다 - 이토록 멋진 작별의 방식, ‘간절한 죽음이라니!’
에리카 프라이지히 지음, 박민경 옮김, 최다혜 감수 / 스마트비즈니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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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지 죽음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의 책임을 다시금 성찰하게 하는 기록이다. 조력사망은 어떤 이들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불편한 개념일 수 있다.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환자들에게는 때로 마지막 남은 인간다운 선택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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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당신의 죽음을 허락합니다 - 이토록 멋진 작별의 방식, ‘간절한 죽음이라니!’
에리카 프라이지히 지음, 박민경 옮김, 최다혜 감수 / 스마트비즈니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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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BC 460~377)는 '의학의 아버지' 혹은 '의성(醫聖)'이라고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의사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히포크라테스가 말한 의료의 윤리적 지침으로, BC 5세기에서 4세기 사이에 기록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오늘날에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수정한 〈제네바 선언〉이 일반적으로 낭독되고 있다. 〈제네바 선언〉이란 1948년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개최된 세계의학협회 총회에서 채택된 것으로, 1968년 최종적으로 완성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아래 전문)

"이제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인정받는 이 순간,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 나의 은사에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 나는 환자가 알려준 모든 내정의 비밀을 지키겠노라. 

· 나의 위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생각하겠노라. 

·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 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 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 하노라."


이 책 『아빠, 당신의 죽음을 허락합니다』의 저자 에리카 프라이지히는 1958년 스위스 바젤 출신의 의사로서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서 가정의학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그녀는 의사로 절반의 삶을, ‘자발적 조력사망’의 전 세계 합법화를 위한 활동에 절반의 삶을 바치고 있다고 한다. 이 책도 그 활동의 일환으로 저술한 것으로 보인다. 프라이지히 박사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낙태가 더 이상 처벌 대상이 아닌 것처럼, 자발적 조력 사망도 그 기준이 완화되고 사회적으로 허용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러한 변화에 작은 보탬이 되길 희망한다. 그녀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우리 모두에게 던진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인해 인간 배아를 죽이는 것은 허용되는 반면, 왜 가혹한 불치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죽음을 간절히 원해도 끔찍한 고통을 끝낼 권리를 갖지 못하는 걸까요?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죽음에 대한 태도는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비록 그 변화가 더디고 시간이 오랜 걸린다 해도 말입니다.”

'은퇴 목사' 폴 콜러 주(스위스 바젤 프라텔른, 아우크스트 교구)는 「좋은 죽음이 없으면, 삶이 어그러진다!」는 제목의 〈서문〉에서 당초 저자가 일반 의사로 일할 때 "불치병에 걸린 중증 환자에게 '자발적 조력사망'*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은 의사의 권한에 속할까?에 대한 질문을 수없이 반복했다고 한다. 

* 자발적 조력 사망: 생명 종결의 최종 행위를 의사가 직접 하지 않고, 환자 스스로 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투여하여 생명을 종결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는 환자의 자발적 의사를 전제로 하며, 환자가 최종 결정을 내리고 실행한다. 그 과정에서 의료인이 상담, 검진, 약의 처방 등 전문적 의료 지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의료인을 조력의 주체로 상정하는 의료조력사 또는 의사조력사로 불리기도 한다.('은퇴 목사' 폴 콜러 주)

이 힘든 질문을 수없이 스스로에게 던진 저자는 수년 간 이 문제와 씨름한 끝에, 마침내 확신을 담아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힌다.



〈서문〉에 따르면 불치병으로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 환자들이 에리카 박사를 찾아와, 사랑하는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유 의지에 따라 고통 없이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했다. 연민 깊은 에리카 박사는 스위스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가혹한 운명에 처한 사람들을 보며 수많은 밤 잠 못 이루다, 마침내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더 이상 의사에게 강제력을 띠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원칙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중에는 "나는 누가 요청하더라도 치명적인 약물을 주지 않을 것이며, 그러한 권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는 원칙도 있다.

그러나 에리카 박사의 마음은 2,400년 된 이 금기보다 환자를 향한 연민으로 훨씬 더 기울었다. 의료인으로서 첫발을 뗐을 때만 해도 에리카 박사는 자신이 조력사망을 제안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뿐 아니라 절대 펜토바르비탈나트륨(SP: 진정, 최면, 마취, 경련 조절 등에 사용되는 약물로 높은 용량 투여 시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같은 치명적 약물을 처방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자발적 조력사망 과정을 동반하는 일은 일말의 고려 대상으로도 삼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의사 초년생 때 에리카 박사가 가졌던 태도가, 의사로서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를 강렬하게 묘사한다. 너무 솔직해 불편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저자 에리카는 독자들을 환자나 환자 가족과의 진솔한 대화로 안내하는 동시에, 나아가 자기 내면으로도 초대한다. 책을 읽으며 그의 내면에는 신에 대한 깊은 믿음, 모든 생명의 원천에 대한 신뢰가 깃들어 있음을 느낀다. 에리카 박사와 종교적 신념에 관해 직접 얘기를 나눠보진 않았지만, 개혁교회 목사로서 그가 신뢰할 수 있는 의사임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고 '은퇴 목사' 폴 콜러는 털어놓는다.



이 책은 8개의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 저자 에리카가 자신의 경험과 조력사망 상담 의사로서의 삶 등에 관한 가벼운 경험과 상담 내용을 글로 썼다. 「나와 아버지」, 「신앙의 문제」, 「삶의 질」, 「이례적 비상 당직」, 「조력사망 상담 의사로서의 두려움」, 「죽음, 그후」, 「나는 누구인가?」, 「라이프서클과 이터널스피릿」 등이다. 책의 번역판이 한국에서 출간되면서 최다혜 한국존엄사협회 회장의 〈감수의 글〉도 눈에 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마지막 권리를 말하다!」란 제목의 글에서 최 회장은 "이 책은 한 스위스 의사의 개인적인 고백에서 출발하지만, 곧 생애 말기 환자들이 겪고 있는 절박한 현실로 독자들을 이끈다"며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며 삶의 마지막을 선택할 권리,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자기 결정'이라는 이름으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의료인의 시선과 우리가 마주한 법적·윤리적 공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썼다. 이 책은 단지 죽음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의 책임을 다시금 성찰하게 하는 기록이라고 최 회장은 단언한다.

첫 장 「나의 아버지」에서 저자는 아버지의 조력사망 도움을 준 경험을 되살린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소파에 편안히 누워, 긴 세월 수많은 시련으로 깊이 주름진 아버지의 얼굴은 이제 고요한 평화를 담고 있다. 죽음의 순간, 머리를 뉜 베개도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것으로 직접 고르셨다. 갈기를 휘날리며 힘차게 달리는 흰 종마가 그려져 있다. 아버지는 폭풍이 시작될 무렵 돌아가셨다. 스스로의 자유 의지에서 비롯된 자율적인 죽음이었다. 아버지의 가장 간절한 소망이, 마침내 이루어졌다."(p.21~22)

이때 저자는 황망한 모습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아마도 병원에서 자연사일 경우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개인의 집에서 사망했을 경우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절차가 있을 것이다. 아마 아버지의 딸이지만 의사인 저자가 아버지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죽음은 외관상 자살 방조이거나 약물에 의한 고의 살인이라고 의심해볼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저자는 이 상황을 이렇게 썼다. "아버지의 딸이자 의사인 내가 아버지께서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죽음을 실현하실 수 있도록 도왔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하는 것이 의사의 본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 자기 생을 마감하는 과정을 도왔다."



두 번째 「신앙의 문제」에서는 저자는 아버지의 자기 결정에 따른 죽음에 동의한 이후로, 줄곧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웠다고 고백한다. "그것은 죄일까?" 적지 않은 마음고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밤이면 뒤숭숭한 악몽에 시달리고 아이에게 사고가 나는 꿈을 꾸고 화들짝 놀라 깨어나기도 한다. 매일 아침 자전거에 올라타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을 보고 이들 중 누구 하나 사고가 나,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슬금슬금 파고든다고도 털어놓는다.

저자는 의사 생활을 계속하면서 마음의 고통을 한동안 계속 앓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다시 의사 생활에 쫓기듯 살면서 많은 환자들이 죽음 직전에서는 존엄성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망가지는 모습을 계속 보았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저자의 가슴은 아버지에 대한 조력사망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을 듯하다. 이내 서서히 조력사망 상담 의사의 의지가 굳어가는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의사조력사망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행위가 아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죽고자 하는 의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 의지가 반복적으로 발현될 때 비난하려 들지 않고 깊이 헤아리는 것이 목적이다. 환자가 죽고자 하는 의지를 논리적으로 이해시키지 못하면 의료조력사 시행은 불가하다."(의사와 전문 간호사가 조력 행위를 할 수 있는 국가, 예를 들어 캐나다의 경우 의료조력사로 명명하며 의사만이 조력할 수 있는 경우 의사조력사로 불린다.) 하지만 극심한 고통 속에 있는 환자에게 평화를 주고 존엄한 방식으로 세상과 작별할 기회를 줄 수 있을 때, 나는 깊은 만족을 느낀다. 그들이 내게 전하는 감사는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가장 비극적인 경우는 자기 결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할 기회도 없이 남몰래 자살을 선택하는 환자들이다.



「죽음, 그후」라는 짧은 글도 눈에 띈다. "죽음의 두려움, 떨쳐 버릴 수 없는 것이다. 의사조력사망을 통한 세상과의 의식적 이별을 알기 전까지, 저자는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자주 목격했던가. 잠들듯 꿈꾸듯 고통 없이 영면에 드는 일은 매우 드물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환자를 통해 이 드문 순간을 경혐했고, 모든 사람이 이렇게 죽을 수 있기를 바라게 됐다고 기술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거리낌없이 독자들에게 펼쳐놓고 의미를 부여한다. 산골 마을의 요양원 같은 곳에 처음 갔을 때 그곳에 '수용되어 있는' 나이든 환자들의 모습은 쾌활한 모습이나 안정감은 찾아볼 수 없고 병실에 들어서는 순간 섬뜩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럴 때면 겪어보지 못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강제 수용소에서 굶주림과 고통에 시달린 사람들의 모습이 이랬을까 싶다고도 적는다. 너무 말라 뼈만 앙상하게 남은 할머니는 이불을 바쯤 덮고 침대 위에 누워 있다. 쾡한 눈은 감겨 있다. 새하얀 이불이 검은 낯빛과 극명히 대비된다. 늘어지 낙죽 같은 팔의 피부와 뼈 사이에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 같다.(p.182) 

앞서 언급한 한국존엄사협회 최다혜 회장의 〈감수의 글〉 가운데 일부를 인용하며 서평을 마친다. "우리나라의 환자들은 스위스와 같은 먼 나라로 떠나야만 조력사망이라는 선택지를 마주할 수 있다. 하지만 열 시간 넘는 비행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 환자에게 그러한 선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구조는 환자의 선택권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단지 법적·제도적 결여가 아닌 방치되고 있는 인권의 사각 지대라 할 수 있다. 더 이상 환자들이 삶의 마지막을 위해 국경을 넘어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도 생애 말기 환자들을 위한 더 많은 선택지를 제도화하고, 그 선택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 책은 단지 몇 개의 사례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조력사망에 대한 논의를 단순한 찬반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인간 존엄의 실현과 자기 결정권의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재조명하게 만든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제 ‘존엄한 죽음’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이 책이 생애 말기 환자의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담론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감수자로서, 그리고 존엄한 죽음을 염원하는 시민으로서, 이 책의 뜻을 깊이 지지하며 그 길에 함께하겠다."



“저에게 인간다움이란 곧 자기 결정권을 갖는 거예요. 그게 내가 짐승과 다른 점이죠. 더 이상 내 일을 내가 결정할 수 없다면 타인이 나를 좌지우지하게 되고, 나는 더 이상 인간답다고 느끼지 못할 거예요. 그래서 지금 여기 스위스에서 스스로 죽기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그럴 수 없어, 안타까워요. 그렇게 되려면 정말 많이 것이 바뀌어야 하겠죠.”(p.167)


저자 : 에리카 프라이지히(Erika Preisig)

1958년 스위스 바젤에서 태어나 8남매 대가족에서 자랐다. 의대 졸업 후 영국 맨체스터에서 학업을 이어 갔다. 이후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서 가정의학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그녀는 의사로 절반의 삶을, ‘자발적 조력사망’의 전 세계 합법화를 위한 활동에 절반의 삶을 바치고 있다. 아버지의 ‘자발적 조력사망’을 겪으며, 인간의 ‘존엄한 죽음’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되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온 사람이라면, 삶의 마지막 순간 역시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 책이 그러한 변화에 작은 보탬이 되길 희망한다.


역자 : 박민경

이화여대에서 영문학과 사회학을 전공하고 홍보컨설턴트로 일했으며, 현재는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결혼 13년 차 허진호의 아내이자 허윤, 허솔, 허별의 엄마다. 언어와 언어 사이를 잇는 징검다리 같은 번역가로, 마음과 생각을 담담히 풀어내는 에세이스트로, 단단히 서고 싶어 지금도 분투하고 있다.


감수 : 최다혜

한국존엄사협회 회장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논문에서는 존엄사와 신체불훼손권을 확장한 ‘심신 온전성의 권리’를 다루며, 생애 말기 환자의 자기 결정권과 인간 존엄에 대한 법적 기반을 제시했다. 한국존엄사협회를 설립하고, 2023년 12월 조력사망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존엄한 죽음을 위한 제도 개선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기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현재 경성대학교 외래 교수로 재직하며 인권과 헌법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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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소리한자
한금수 지음 / 에디트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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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나라가 한자 교육을 실시했던 것은 조선시대는 물론이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필요성에 의한 것이다. 해방 이후 우리 정부에서도 공문서 등에는 한자를 병기했다. 또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마찬가지다. 왜 어렵다는 한자를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야 했을까? 독자의 생각으로는 우리가 한자와 한자 문화에 너무 오랫동안 익숙해져 온 데다 한자로부터 완전히 한글로 전환시키기엔 아직 이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지금 우리는 우리말 우리글 정비도 완전하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고 한자어의 뜻만 풀어쓴다고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말과 글의 문장이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선시대까지 글을 배우는 사람은 '양반'이었고, 글을 배운 일부 양민이나 중인계급조차도 어려운 한자는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다고 한다. 한자의 어휘(글자 수)가 5만~6만이라고 하니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이른바 조선시대 '출세'란 양반에 한한 것이지 양민이나 천민은 대물림되는 일반 신분으로 고위 관직에 오르기 위한 길은 원천 차단돼 있었다. 조선시대는 엄격한 신분제가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민 대부분은 글을 쓰고 배우는 일은 양반들에게나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설령 한문을 깨친다 해도 사용할 데가 없으니 아예 문명에는 접근할 수도 없는 삶이었다.

우리 문자가 아닌데 굳이 한글을 쓰면서도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교과과정에서 한자를 지우지 못한 것은 우리가 쓰는 말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글을 쉽게 배워 썼으면서도 해방 이후 국어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던 시절은 1970년대까지도 이어진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한자는 모두 알다시피 뜻글자이다. 이는 한 자 한 자에 뜻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우리는 표의문자라고 배웠다. 이에 비해 발음을 위한 문자는 표음문자라고 한다. 영어나 한글이 이에 속한다. '소리글자'란 이야기다. 발성할 때 나는 소리 그대로 쓰고 읽는다는 의미다.



한글은 한자에 비해 역사도 짧고 문명화된 물건의 명칭은 대부분 한자로 적혀 있다. 조선시대까지 한글은 억제되었고, 모든 공문서나 책은 대부분 한문으로 씌어 있었다. 우리글로 적으려면 말을 새로 만들거나 최소 한자음을 알아야 한다. 한자로 쓴 것을 그대로 읽으면 되기에 양반 계급들은 썼다. 한자의 뜻을 모르면 우리말로 옮길 수 없다. 백성들은 눈뜬 봉사요 귀머거리가 된다. 백성들은 양반들이 발음하는 것을 따라 사용해도, 무슨 뜻인지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모른다. 발음만 옆에서 보고 들을 뿐이다. 심부름이나 일을 시키면 해야 했기에 양반들이 쓰는 소리로 물건 이름을 익힌 것이다. 그것도 생활상 필요한 한자로 끝이다. 한자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이에 따라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다. 한글이란 새로운 문자를 창제한다는 것은 어렵기도 하지만 사대(事大)을 어기는 일이라고 생각할 때다. 더욱이 조선 초기이니 명나라와 사대를 약속하고 대국을 섬기겠다고 태조 이성계는 조선이란 국호와 임금으로 책봉받았다. 태조의 손자인 세종이 아무리 백성을 위한 글자를 만든다고 해도 널리 퍼지게 하는 일은 요원한 일이다. 더욱이 왕을 비롯한 조정대신들도 모두 한자를 사용하고 있으니 어찌 하찮은 백성들과 같은 문자를 쓰겠는가? 또 명나라가 '반역'의 죄를 뒤집어 씌우면 사직을 보존키 어려운 상황이었으니 반대가 많았을 터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한자에 대한 발음은 중국도 지역마다 다르다. 거기에 중국 한자는 발성하기 위해 사성이 있다. 우리말로 '동'이라는 발음의 한자를 찾으면 수십 개가 나온다. 우리말로 읽으면 '동'이지만 중국은 수십 개의 글자의 뜻이 전부 다르다. 어떻게 구별하겠는가? 사성이 있고 발음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사실은 우리가 불편한 게 아니고 자신들이 불편하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노래를 부르면 가사를 듣고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성이 노래에서는 무시되기 때문이다. 사성이란 평·상·거·입의 4가지 음조를 말한다. 평성, 상성, 거성, 입성이다. 그래도 중요하고 공적인 일에는 문자(한자)를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 우리 쪽에서도 전혀 문제가 되진 않을 터다.



한자를 우리식으로 발음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외교관계를 중국 조정과 하지만 국지적으로 해야 할 때도 있다. 같은 글자를 다르게 발음하는 한자. 우리나라는 일일이 중국 사투리도 알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발음은 우리식으로 그냥 놔두고 문자로만 정확한 의사 표시나, 의견 교환은 가능하다. 세종이 창제한 훈민정음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에 필요성이 있었다. '한자음 개선'의 필요성이다. 훈민정음 서문을 보면 안다.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같은 한자를 놓고도 우리의 발음이 중국의 발음과 다르다는 의미이다. 자국 내 사투리도 다르게 발음하는데 나라가 다를 경우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을 것이다. 

훈민정음 창제는 '국자 제정'이라는 당위성과 함께 두 가지의 필요성이 이미 대두돼 있었다. 우리 조선도 지역마다 발음이 다른 것이 수없이 많다. 이른바 '사투리(방언)'이다. 이를 한자로 적기에는 오랜 고생을 해야 한다. 그나마 한자를 배운 양반들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 이하 백성들은? 사투리도 통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역마다 의사 소통이 안 된다면 민족의 통일, 국가의 완성에 결격 사유다. 같은 나라, 한 민족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 중앙집권화 역시 약해진다. 지역 사투리를 한글로 쉽게 일정한 표기를 하기 위해서도 훈민정음이 필요했다. 

특히 글자를 알면 짐승이나 노예처럼 부리던 피지배 계층인 일반 백성들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워진다는 양반들이 훈민정음 제정에 반대했던 이유이다. 그들이 '상국(중국)에 반역'이다, '황제의 분노를 살 것이다', '대등한 국가로 인식해서다' 등의 반대를 뚫고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후손인 우리가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조선시대에는 왕권이 강하지 못했기에 나라의 모든 문서를 한글로 바꾸지는 못하고 말았다. 거기다가 조선 말기 일제 강점기 시대에 들어서서는 우리말을 아예 쓰지도 못하게 박해했다. 민족 정신, 애국심 등이 고취되기 때문에 철저히 말살 정책을 썼다. 일제 시대에는 일본어를 모르면 관료는 물론 직장 생활도 어렵다.



이 책 『공식 소리한자』의 표제어 가운데 '공식(公式)'과 '소리한자'란 의미가 무엇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다. 먼저 '공식'이란 ① 국가적이나 사회적으로 인정된 공적인 방식. ② 틀에 박힌 형식이나 방식. ③ 수학 계산의 법칙 따위를 문자와 기호로 나타낸 식을 의미한다. 즉 누구나 다 알아야 하는 일정한 기준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그렇다면 '소리 한자'란 무슨 뜻일까? 앞서 독자는 한자를 뜻글자라고 언급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소리 한자란 말이 나올까? 책에 따르면 한자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세 가지 요소는 의(義), 음(音), 형(形)이다. 의는 표현하고자 하는 뜻, 음은 표현하고자 하는 소리, 형은 모양을 의미한다. 한자는 표의 문자로 하나의 문자 안에 뜻, 소리, 모양의 세 가지가 삼위일체로 구성된 세계에서 유일한 문자라고 할 수 있다. 독자가 알고 있는 부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삼위일체로 구성된 세계 유일의 문자라는 말은 여기서 처음 듣는 말이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이뤄져 있다. 1부 〈한자의 기본 원리 및 공식〉, 2부 〈부수자〉, 3부 〈소리한자〉, 4부 〈부록〉 등이다. 1부 10장(章)에 「소리 한자」에 대해 5개 항목으로 구분하여 나온다. ① 한자의 훈음(訓音) ② 형성자(形聲字)에서 소리글자 ③ 소리글자의 변화 ④ 소리글자 변화 공식 이해 ⑤ 소리글자 발음 공식 표 등이다. 이 가운데 ③항 '소리글자의 변화'를 보면 "소리 한자란 형성자 중 소리(발음)을 담당하는 글자를 말한다. 소리 한자는 다른 글자와 만나면 일정한 원리로 발음이 난다. 이 발음은 일정한 공식을 갖고 규칙적이나 시대가 변하면서 다른 발음으로 변화하고 파생되어 왔다. 한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사용되어 오는 동안 원래의 뜻에 다른 뜻이 추가되어 여러 개의 뜻을 갖게 되었고, 소리 또한 여러 개의 발음을 갖게 되었고 변화하였다."(p.61)

소리 한자에 대해서 이 책은 3부를 모두 할애해 설명하고 알려준다. 우리 말 발음 순으로 '집'을 뜻하는 발음 '가(家)'부터 수록된다. '가'는 갑골문을 보면 집에 돼지가 있는 모습-집, 가족의 뜻이라고 표기돼 있다. 원래의 글자 '家'에 부수가 더해지면 발음은 같고 다른 뜻이 된다. 이를 테면 심을 가(稼)와 시집갈 가(嫁)를 뜻한다.



저자 한금수는 우리가 한자사전을 찾아볼 때(지금은 자전이니 옥편이란 말은 잘 쓰지 않지만) 찾는 방법을 두루 적었다. 즉 옥편이나 자전(한자 사전)처럼 게재했다. 앞의 첫 글자 가(家)에 이어 마지막 글자 喜(기쁠 희)도 같은 방식으로 알아본다. 갑골문을 보면 북 치면서 입ㅇ로 노래를 부르는 것을 표현을 했다. 즐겁다-기쁘다-좋아하다, 빛나다는 뜻. 이를 본자로 부수가 붙어 뜻을 달리하는 것은 앞서 예로 든 家와 같다. 빛날 熹, 북 禧, 기뻐할 喜, 쌍희 囍, 아름다울 嬉 등이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우리나라 말은 한자와 함께 빛나야 한다"고 쓰고 있다. 글로벌 국제화 시대이자, 인공지능 시대인 오늘날 한자의 필요성을 4가지로 요약한다. ① 한자는 고유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글자이며 언어. 3,700여년 전에 우리 민족인 동이족이 세운 은(殷)나라에서 갑골문을 사용했다. 이 갑골문이 한자의 기원이다. 우리나라는 한자를 수천 년 전부터 사용해 왔으며 현재도 우리말 어휘의 80%는 한자어다. 한자는 소리글자 아닌 뜻글자로 발음이 지역별로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이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분 세종대왕이 1443년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훈민정음(나랏말,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소리글자이다. 훈민정자가 아니고 훈민정음,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의 뜻이다. 

② 어휘력이 풍부해지며, 독해력을 높인다. 한자는 좌뇌 우뇌를 다 쓰게 하여 두뇌 발달에 좋으며 기억력과 사고력을 향상한다. 글자의 음은 같으나 뜻이 다른 낱말, 동음이의어가 많은 우리나라 말을 한글만 사용하면 의미 전달이 어렵기에 한자 혼용 사용으로 정확한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 우리나라 말의 어휘는 한자어로 표기할 때 그 뜻의 깊이와 맛을 한층 더 느낄 수 있다. 또한 한자는 상형문자이기에 그림처럼 시각적 사고를 자극하여 쉽게 기억할 수 있다. 한자를 많이 알수록 단어의 뜻을 명확히 잘 이해할 수 있어 표현력이 풍성해지며 나아가 문해력이 향상되어 학습 능력과 언어 구사 능력이 좋아진다.



③ 우리 일상과 전통문화를 깊이 이해시켜 더 나은 문화를 창출할 수 있다. 소리는 오랜 기간이 지나면 자주 변화하지만, 뜻은 오랫동안 잘 유지되었다. 한자는 수천 년 전 의미와 오늘날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한자는 뜻글자로 우리의 삶과 문화가 많이 녹아 있다. 한자의 근본 뿌리와 배경을 살펴 우리말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한자어로 된 고전 문학, 역사서, 속담, 한시, 사자성어 등을 통하여 우리의 역사 및 전통문화 유산 이해와 계승에 필수적이다. 더불어 한자에 담긴 조상의 마음을 들여다보아 나의 삶을 성찰하고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하여 더 나은 나로 성장시켜야 한다. 현재 한글 전용 표기는 한자어를 80% 가까이 사용하면서 단순 한글로만 표기한 것이다. 한문 혼용 사용은 단절된 문자 문화의 회복으로 민족 정체성 회복과도 연결되며, 민족적 자긍심을 높일 것이다. 이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더 함양시킬 것이다. ④ 다른 나라 문화를 이해하고, 정보 습득 능력이 향상된다. 한자는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한자문화권(중국, 일본,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인도, 베트남 등) 나라들이 수천 년간 사용한 문자 체계 중 하나이므로 그들 나라 문자 구조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어 국제적 소통 능력 또한 향상된다. 또한 각종 신문, 법률, 행정 문서 등에 자주 등장하는 한자어를 이해하면 정보의 정확한 해석과 습득이 가능해져 지식의 깊이를 넓힐 수 있다.


저자 : 한금수


ㅇ 학력

서울 중곡초등학교, 장안중학교, 영훈고등학교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동국대 대학원(인문학, 자산 경영, 부동산 3개 CEO 과정) 수료


ㅇ 경력

흥국생명 지점장 역임

인슈에셋(주) 설립

GA협회 부회장

메가(주) 창립준비위원장겸 초대 총괄 대표

현) 메가 인슈에셋 대표

휴먼라이프(주) 지사장

40년 이상 보험업계 근무 중


ㅇ 자격증

한국사 지도사 1급 (한국자격검정 평가 진흥원)

한자 지도사 1급 (한국자격검정 평가 진흥원)

국가 공인자격 한자 1급 (대한상공회의소)

국가 공인자격 한자 1급 (한국어문회)


몇 년 전에 한자 중요성을 인식하고, 여러 기관의 한국사와 한자 자격증을 취득해 한자를 연구하면서 소리한자 창안, 한자원리 정리정돈, 한자 공식을 체계화하였으며, 이 방법이 가장 효율적 한자 학습 방안이기에 널리 퍼트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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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모링가 1 - 뱅커스 뱅크와 사라진 마지막 층
제이롬 지음 / 제이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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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사회에서 4계급으로 나누어지며 신분 상승은 하늘의 별 따기다. 판타지 소설이지만 금융 자본주의 미래 세계에 경고를 주는 사회 풍자 소설이다. 그들은 신분에 따라 생활하고 거주지도 각각 다르다. 신분 상승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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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투 모링가 1 - 뱅커스 뱅크와 사라진 마지막 층
제이롬 지음 / 제이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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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투 모링가 1』는 미래 우리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보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기 전 한 가지 짚어보고 넘어갈 일이 있다. 저자 제이롬은 필명으로 추축되어 문제 없지만 소설 작품 내 모든 등장인물의 이름이 우리말, 우리식 이름이 아니다. 영어나 기타 알파벳을 사용하는 지역이 배경 무대가 아닌가 싶다. 실제 저자 소개란에서 단초를 찾아낸다. "제이롬,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지 않는 이야기꾼. 옛날 이야기가 아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 스토리를 제작합니다. 마름모를 의미하는 ‘롬버스’에서 따온 ‘롬’."이라고 적혀 있다. 인명, 필명이야 짓는 사람의 자유니까 무엇이라고 짓든 문제될 게 없다. 저자 소개란을 통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소설이 4부작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소개란에 이렇게 썼다. "제이롬은 크게 4 가지 브랜드의 시리즈 소설 장르물을 구상, 기획 중입니다."

유리로 만든 지폐를 '역으로 성립하는 명제'와 함께 외우면 주문이 이루어지는 이곳은 죽은 자들이 빛을 밝히는 도시, 일명 '그림자 시장'. 눈동자 색깔에 따라 도시와 계절이, 환율에 따라 도시의 빈부가 나뉜다. 검은 눈동자로 태어난 겨울바다 출신 에밀레, 엄마와 새아버지가 재혼 후 생긴 새 오빠 뤼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금빛 눈동자의 뤼오를 찾기 위해, 누구나 입사를 꿈꾸는 ‘뱅커스 뱅크’로 향한다. 그 곳에서 그녀는 실종된 사람들이 남긴 검은 그림자들의 비밀을 밝히게 되는데··· 낮에는 시장이 원하는 훌륭한 인재, 밤에는 시장의 이단아. 과연 그녀는 끝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 소설 작품은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금융, 경제, 주식 시장의 개념을 판타지 세계관에 녹여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번역 출간한 출판사는 밝히고 있다.



이 소설 『투 모링가 1』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모두 1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의 부제는 「뱅커스 뱅크와 사라진 마지막 층」이다. 표제어, 책의 표지, 그리고 각 장의 제목들로만 보아서는 지역이 굳이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프롤로그〉엔 「눈동자들의 이야기」란 제목이 붙어 있다. 첫 줄엔 '죽은 그림자들을 위한 찬송가'란 문구가 붙어 있다. 그리고 찬송가 가사가 이어진다. 

"눈동자는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지

너의 시점에서 우리의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지 

세상을 보는 시점은 너의 눈동자 색에 달렸지

세상이 너를 보는 시점 또한 너의 눈동자 색에 달렸지"(p.8)

소설의 지문처럼 이 세상에 대한 저자 제이롬의 설명이 조금씩 따라 붙는다. 이 세계의 이름은 일명 '그림자 시장'이다. 눈동자 색깔에 따라 도시와 계절이 나뉘고 각 도시의 환율에 따라 빈부가 나뉘는 참담한 이름은 죽은 자들이 빛을 밝히는 도시, 그림자 시장이다. 

피라미드 모양의 정삼각형 도시는 여름 바다, 봄 바다, 가을 바다, 그리고 차가운 겨울 바다로 나뉜다. 시민들의 삶이 철저히 구분이 된 그림자 시장에서 오늘도 죽은 자들의 영혼이 별이 되거나 혹은 그림자가 되어 밤을 만든다. 저자의 혼신을 다한 소개에도 불구하고 아직 적응하지 못한 독자들은 신비롭다 못해 공포감마저 느낀다. "이런! 내가 어쩌다 이런 세계에 왔지?" 언제부터 그래왔는지 잘 모르지만, 맥락 없는 이 세계에 눈을 뜬 이래로 마주하게된 비참에 현실이 몇 가지 있다.



그림자 시장의 문명론에 따르면 시민들의 사회적 계층과 직업 그리고 거주지는 네 가지 눈동자 색깔로 나뉜다. 플라밍고(Flamingo), 메리 골드(Marigold), 아발론(Avalon),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름 없는 모링가((Nameless Moringa).

핏빛 눈동자의 플라밍고에게 붉은 다이아몬드를

금색 눈동자의 메리 골드에게 금괴를

은빛 눈동자의 아발론에게 은구슬을

검은 눈동자의 모링가에게 검은 유리 동전을 노동의 대가로 각각 지불한다. 이어 이들 플라밍곤는 여름 바다, 메리 골드는 봄 바다, 아발론은 가을 바다, 이름 없는 모링가는 겨울 바다에 각각 거주한다. 외부로부터의 이민자들은 각 바다에 거주 가능한 경제적 기반이 취업, 결혼, 특정 재산의 형태로 증빙이 되면 입주가 허가된다. 보석들은 그림자 시장의 화폐가 되고 시민들은 화폐를 환전하며 필요한 물건들을 바다 건너 사고, 판다. 간단한 예를 들면, 그림자 시장에서 붉은 다이아몬드 하나면 보석의 가치는 붉은 다이아몬드, 금괴, 은구슬, 그리고 유리 동전 순으로 나뉜다. 책에 따르면 그중에서도 유난히 빈부격차가 심한 겨울 바다. 가치가 낮은 검은 유리 동전, 유리 동전 백 닢으로 은구슬 하나를 살 수 있을 정도이니, 말하지 않아도 이름 없는 모링가들의 빈곤한 삶을 엿볼 수 있겠지? 아직 〈프롤로그〉에서 독자는 헤매고 있지만 문득 자본주의와 차별이 제도적으로 굳어진 사회가 연상된다. 그렇다면 혹시··· 미국의 미래를 그리는 것 아닐까? 하는 상상은 독자들의 상상이다.



특히 주문을 외우기만 하면 소원이 이루어지는 그림자 시장의 유일한 유리 지폐 핍스는, 갖가지 보석들의 환율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역으로 성립하는 명제를 외우고 성냥불을 유리 거울로 만들어진 지폐 모서리에 붙이면 말하는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마법의 지폐도 등장한다. 어느 사회나 특권층은 존재한다는 이야기일까? 더욱이 핍스는 모링가들의 사전에 없는 단어라니, 요동치는 물가 덕분에 유리 지혜는 고사하고 당장 내일 구할 식량조차 문제이니 모링가들은 오늘도 희망 앞에 나약해진다. 그렇다면 가난한 삶으로부터 몸부림치는 자들을 위한 도피처는 정말 단 한곳도 없는 걸까? 저자는 점점 좌절에 빠지는 독자들을 위해 '하나의 예외'를 슬쩍 귀띔한다. "단, 모든 모노센더(Monoscender)들은 이 규칙에서 제외된다."(p.11) 단 하나를 의미하는 모노, 올라가는 사람을 의미하는 어센더, 그리고 이 둘을 합한 모노센더다.

그렇다면 모든 겨울 바다 시민들의 유일한 탈출구이자 신분 상승의 기회가 될 터, 그 내용에 대해 저자의 기술은 독자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오직 겨울 바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평생 단 두 번의 기회만 주어지는 토너먼트 형식의 시험의 명칭은 '모노'. 이 시험에서 우승한 최종 합격자를 모노센더라 한다. 이들에게는 그림자 시장 꼭대기에 위치한 뱅커스 뱅크(Banker' Bank)의 직원, 포 시그마(Four Sjgma)로 신분 상승의 기회가 주어진다. 이들은 여름 바다 끝에 위치한 뱅커스 뱅크의 고급 인력 포 시그마들은 핍스를 관리하고, 각 바다의 화폐 유동성을 확보하며, 시장의 균형을 바로잡는 일을 한다. 치안와 경제를 담당한다는 권력층을 의미하는 듯하다.

이 기회는 과연 다행일까? 아니면 또 다른 불행의 연속일까? 신분 상승을 위한 겨울 바다 아이들의 학구열릉 그야말로 하늘을 치솟는다. 4년마다 치러지는 이 시험에서 단 한 명만이 모노센더가 될 수 있었기에 겨울 바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밤이 모자랄 만큼 책을 외우게 한다.



독자들은 이 책의 각 장의 제목을 통해 이 소설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면 좀 더 몰입도가 높아질 것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프롤로그에 나온 전체를 소개하진 못했지만 이 책 속의 세상은 묘하게도 우리가 임 경험한, 그래서 어느 정도 익숙한 기시감이 들 정도다. 낯설고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인물 이름이나 마을 이름, 각종 제도 등이 모두 외국어로 돼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뒤늦게 깨닫기 때문이다. 16개 장의 제목을 여기에 차례로 적어본다. 「눈동자들의 이야기」「검은 안경을 쓴 소녀, 에밀레」「문을 여는 소년, 뤼오」「겨울 바다에서 4년 뒤」「마지막 춤」「모노센더 연쇄 실종 사건」「할로우 휠즈」「칸델라」「인터뷰」「포 시그마 행동지침」「뱅커스 뱅크 사거리」「첫 출근」「딜러 부스」「장 마감」「To.모링가」「모든 경우의 수 층」「검은 두 눈동자, 모링가」 그리고 〈에필로그〉의 제목 「뱅커스 뱅크 남쪽 입구」이다. 

저자 제이롬은 책 뒷 부분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 독자들이 혼란과 신비감을 걷어내고 소설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투 모링가』는 자칫하면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금융, 경제, 주식시장을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흥미롭게 만든 판타지 소설입니다. 돈이라는 매개체는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자본시장을 이끌어 나가는지, 시장 안에서 형성된 정의 속 모순이 과연 사회에 어떠한 파장을 일으키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연 무엇을 궁금해야 하는지, 정답을 알려주지 않지만 질문을 유도하는 책입니다."(p.338)


죄책감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 자기 자신마저 적으로 돌리니 이보다 더 파괴적인 감정이 있을까. 그 어떠한 욕망도 희열도 그림자에 소멸하는 빛처럼 죄책감 앞에서는 무기력해진다.(p.313) - 「모든 경우의 수 층」 중에서


저자 : 제이롬


제이롬,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지 않는 이야기꾼. 옛날 이야기가 아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 스토리를 제작합니다. 마름모를 의미하는 ‘롬버스’에서 따온 ‘롬’. 제이롬은 크게 4 가지 브랜드의 시리즈 소설 장르물을 구상, 기획 중입니다.

투 모링가 3부작 시리즈 중 첫번째 시리즈 『뱅커스 뱅크와 사라진 마지막 층』을 시작으로 2 권 『옴브렐라와 멈춰버린 시계』, 3권 『이름없는 모링가와 이름있는 모순』을 집필 중입니다. 2부와 3부는 각각 2026년, 2027년 출간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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