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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2월 출간 주목 신간 에세이 추천

 

1.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 우다 도모코

 

회사를 그만두고 오키나와의 헌책방을 운영하게 된 저자의 평범한 일상들을 담아낸 에세이라고 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상상해보는 소망. 책방을 운영하면서 겪는 이런저런 일들을 가감없이 읽을 수 있어 좋을 것 같은 책.

 

 

2. 나는 세계일주로 유머를 배웠다 / 피터 맥그로우, 조엘 워너

에세이라는 장르는 참 다양한 장르를 만나볼 수 있는 장르입니다. 어느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썼느냐에 따라 새로운 분야를 마주할 수 있으니까요. 이 책 역시 그런 에세이의 장점으로 인해 알게 된 책입니다. 과학 이론으로 웃음을 해석하려는 대학교수와 이를 취재해 기사화시키려는 기자가 함께한 세계 연구 프로젝트.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어디에나 존재하는 유머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그들의 노력은 과연 성공했을까요? 소재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워서 읽어가는 내내 흥미진진할 것 같은 책입니다.

 

 

3. 명작 속 추억을 쓰다 / 김재연, 김지혁

 

요즘 유행은 역시 필사아닐까요.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로 유명한 인디고 출판사에서도 필사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고전 명작 중 빨간머리 앤, 작은 아씨들, 키다리 아저씨, 에이번리의 앤 이 네 가지 책 속의 글귀를 일러스트와 함께 보면서 필사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합니다.

일단 일러스트가 너무 예뻐서 좋은 책입니다.

 

 

4. 우리는 사랑아니면 여행이겠지 / 최갑수

 

최갑수 작가님의 여행에세이 신작이 나왔다. 여행에서의 사진들과 함께 하나씩 풀어놓는 책 속의 빛나는 문장들을 읽어가면, 절로 힐링이 될 것만 같은 에세이.

 

5.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레시피 / 존 피셔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소개된 음식들의 레시피를 담아낸 책입니다. 책 속에 등장한 요리들을 실제로 만들어본다면 참 재미있는 일이 아닐까요. 아이들에게 만들어 줘도 참 좋을 것 같고, 어른들은 만들면서 어릴적 동심을 되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레시피와 함께 있다는 그 음식이 등장한 앨리스 이야기도 다시 읽는 재미가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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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4년 1월
평점 :
판매중지


삶의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다, 미 비포 유

어쩌다보니 요즘은 베스트셀러들을 e-book으로 자주 읽게 되는 것 같다. 이 책 역시 e-book으로 읽었다.

​사실 난 이 책을 그다지 흥미있게 읽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로맨스 소설이라고 알고 있었고, 로맨스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니까.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부분에서, 결국 내 흥미를 끌어냈다.

 

한 남자가 있다.

아름다운 연인. 일적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그의 삶은 완벽했다.

그러나 그것들이 모두 단 한 순간에, 산산조각나버렸다.

한 여자가 있다.

하루하루 다를바 없이 흘러갈 것만 같았던 그녀의 평범한 삶에 균열이 생겼다.

그녀는,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버렸다.

 

책은 대부분 여주인공인 루(루이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루는 실업자가 된 후, 아무 자격도 없기 때문에 취업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간병인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돌봐야하게 된 남자가 바로 남자주인공, 윌이었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티격태격 어긋나기만 하지만, 결국 점점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또 속에서는 루의 시점 외의 다른 인물들의 시점이 나오기도 했다.
윌의 어머니인 카밀라, 루와 함께 윌을 간병하는 네이선, 윌의 아버지인 스티븐, 루의 여동생 카트리나.

이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들의 내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이야기 별로라고 생각했다.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로맨스를 제외한 다른 점 때문에, 이 책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삶에 관한 태도에 대한 관점이다.

윌과 루의 로맨스를 제외한다면, 이 책에서는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윌의 '선택', 다른 하나는 루의 '변화'이다.

 

"당신만큼 지독한 속물은 처음 봤어요, 클라크."

"뭐예요? 내가?​"

"혼자서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정해놓고 온갖 경험들을 아예 막아놓고 있잖아요."

"하지만 진짜 아닌 걸요."

"어떻게 알아요? 아무것도 안 해보고, 아무 데도 안 가봤는데.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길이 없었는데?" (책속에서)

 

여주인공인 루의 캐릭터는 꽤 공감가는 부분이 있었다.

아주 젊다고도, 그렇다고 나이들었다고도 할 수 없는 나이.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자기 주장을 잘 하지 못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안정적인 선택만을 하려고 한다.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정해놓고 경험을 막는 것...

윌이 루에게 하는 말은, 쨍 하는 울림을 주었다.

나도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도전이 두려웠다. 낯선 것이 두려웠다.

미리부터 안될거라고 지레 짐작하고, 결정하고, 포기해버렸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지? 아무것도 안 해보고, 아무데도 안 가봤는데.

내 안에 어떤 모습들이 있는지 알아볼 기회조차 난, 스스로에게 주지 않고 있었다.

루처럼.

 

"지금이야말로 언니가 이 생각을 해야 할 때야. 지금이야말로, 언니가 좋든 싫든, 드디어 자기 인생에서 뭘 하고 살지 결정해야 할 때라고." (책속에서)

 

그렇기에, 루가 점점 변화해가는 것이 좋았다. 기뻤다.

루는 참 운이 좋았다. 인생을 바꿀 기회를 얻었으니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다소 판타지다.

하지만, 꼭 그런 기회가 있어야 삶이 바뀌는 걸까?

매일매일 똑같았던 일상에 변주를 주는 것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수많은 새로운 경험들이 존재한다.

그러고보니 이 책에서도 그랬다.

루가 하게 된 다양한 '새로운 경험' 중에서는 평소 보지 않던 장르의 영화보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정도는 큰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이잖아?

 

그렇게 루는 변화했고, 결국 그녀는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오로지, 그녀 자신만을 위한 선택들. 그녀가 원하는 선택들.

한편, 이 책에서는 다른 선택에 관해서도 보여주고 있다.

그건 바로, 윌의 선택이다.

 

루는 어느 날 우연히 윌이 선택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알게 된다.

모두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선택. 윌의 가족 역시 그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도록 끝까지 설득하려 한다. 루 역시 그랬다.

그런데, 네이선은 루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 친구가 행복하기를 세상 그 무엇보다 바라지만 나는... 나는 도저히 그가 하려는 일을 감히 내 잣대로 판단할 수가 없어요. 그건 그 친구가 선택할 일이에요. 그가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책속에서)

 

사지가 마비된 윌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선택. 그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안락사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입장이라서 윌의 선택이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네이선이 말하려는 입장도 어느정도 이해는 되었다. 그래도... 난 역시 반대할 선택.

 

아무튼, 이 책이 생각과는 아주 다른 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었으며, 말도 안되는 기적같은 이야기도 아니었지만...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는 책이었기에 읽기를 참 잘했다,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물론 이 책을 통해 느낀 것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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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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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를 통해 보는 세계사,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즘 잇달아 베스트셀러에 만족감을 느껴서 읽게 된 책. e-book으로 읽었다. 베스트셀러를 e-book으로 만나는 건 이렇게 계속 이어지는 듯.

베스트셀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던 탓일까? 기대에 비해 덜 만족스러웠다.

 

재미와는 별개로, 이 책의 구성은 굉장히 흥미롭다.

주인공 '알란'이라는 인물의 개인사에 세계사가 잘 접목되어 있기 때문이다.

알란의 과거 행적 중에는 한국전쟁부분도 있었는데, 그 부분을 마주하니 나름 흥미로웠던 것 같다.

아무튼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그가 있었고, 그의 행동으로 인해 바뀌게 된 역사들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이 책은 알란이라는 100세 노인의 개인사를 통해 세계사를 만날 수 있는 책인 것이다.

이렇게 알란의 개인사와 100세인 현재 상황이 교차되는 구성은 뭔가 더 긴박감 넘치게 읽어가게 한다.

중요한 부분에서 딱 끊기고 To Be Continued... 하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 과거편에 비해 흥미도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충격적인 사건 급전개가 계속해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알란과 그의 일행의 행동들을 그다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만큼 재미를 느낄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그 황당성이 재미의 요인이 될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게다가 알란은 다소 냉소적이랄까, 아니면 세상사에 초연하다랄까. 그런 느낌이 있다.

그래서 세계사를 보여주는 인물로 적합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회색인간이다. 누구의 편에 서지도 않고, 어떤 정치적 사상에도 물들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그리고 역사는 결국 그런 많은 사람들의 행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판타지이면서 판타지가 아닌 것이다.

 

거기에 마지막에 부록처럼 있었던 '복습해 보는 알란의 100년 연보'는 이 주인공 할아버지가 살아온 한 세기(100년)간 일어난 세계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되새기게 해준다. 그러고보면 짧다면 짧다고도 할 수 있을 100년이라는 시간동안 정말 다양한 성격의 사건들이 일어났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 사건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인생은 달라졌겠지.

이렇게 개인사와 세계사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어준 것은 좋았다. 그러나 역시 알란 일행이 현재 상황에서 일으킨 사건들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찜찜한 기분으로 읽어갈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지 못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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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의 대중 문학 강의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3
나오키 산주고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픽션보다는 논픽션이 마음에 들었던, 나오키의 대중 문학 강의

 

이 책은 두 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었다.

표제작인 '나오키의 대중 문학 강의'와 단편 작품인 '간에이 무도감'이다.

저자 나오키의 이름이 어쩐지 익숙했는데, 일본의 유명한 상 이름이었다.

그만큼 대단한 작가라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차이, 나라의 차이는 크다는 걸, 단편을 읽으면서 느꼈다.

각주 없이 읽기가 힘들어 전반적으로 집중도가 떨어졌다. 자꾸 몰입이 끊기니 흥미도도 더불어 떨어졌던 것 같다.

그래서 대부분을 단편집을 읽을 때마다 거의 그런것 같긴 하지만 역시 이번에도 표제작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표제작 '나오키의 대중 문학 강의'는 제목 그대로의 내용을 담고 있다.

나오키가 당대의 대중문학을 다양한 기준으로 분류하고 그에 대해 논평한 글인 것이다.

'강의'이기 때문에 글을 읽어가는 사람들이 대중 문학 속에 포함되는 다양한 장르에 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써내려가는 글이기도 하다.

그래서 뭔가 논문같은 구성이지만 비교적 쉽게 읽어갈 수 있었다는 느낌.

뒷부분에서는 실제 사례들을 보여주면서 설명하기 때문에 시대를 뛰어넘어 강의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과거나 현재나 대중의 독서의 경향이 그다지 변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오키 산주고가 초반에 분류하고 있는 대중 문학의 갈래는 지금 역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저자는 글 초반에서 대중문학을 몇 가지로 분류한 후, 그 각각의 특징에 관해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형식으로 글을 구성하고 있다.

과거 시점에서의 문학에 대한 관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다소 다른 시선으로 그 문학을 이해할 수 있는 효과를 준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대중 문학에 대한 강의를 읽은 후 읽게 된 그의 작품, '간에이 무도감'.

아쉬웠던 점은 그 작품의 배경에 대해서 잘 몰랐기 때문에 이야기를 읽는 도중 궁금증에 빠져들게 되는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굉장히 매끄럽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역시 존경받는 작가는 다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역시 책에 실린 두 글 중 하나를 고르라면 픽션(간에이 무도감)보다는 논픽션(나오키의 대중 문학 강의)이 좋았다.

 

한편 후기에서 나오키 산주고라는 필명을 쓰게 된 이유를 이야기하는 부분을 읽다보니, 일본의 유명한 '상'의 이름이 된 작가라는 타이틀에서 느껴지는 무게감과는 거리감이 있는 유쾌하고 발랄한 성격의 작가라는 점을 알게 되어 그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꼭, 나오키 산주고의 다른 작품을 찾아 제대로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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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약국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박하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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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랑의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종이약국

 

가끔, 예상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맞이하는 책들이 있다.

<종이약국>도 그런 책이었다.

책 소개를 읽었을 때, 나는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이 마음을 다친 사람에게 수상서점 '종이약국'의 주인이 책을 추천하는 이야기일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부분은 초반에 잠시 나올 뿐이었고, 이 책의 큰 줄거리는 서점 주인인 '페르뒤' 씨가 과거 사랑했던 여인인 마농이 썼던 편지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읽고, 후회감에 싸여 무작정 떠나게 되고, 그 여행 속에서 비로소 온전히 이별을 하게 되는 그런 내용이었다.

책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별에 관한 이야기여서 처음엔 조금 실망했다.

'종이약국'이라는 서점의 이름과 책으로 아픔을 치유한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기에 그 내용이 좀더 다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사랑 이야기를 읽는 걸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니까.

하지만 글을 읽어가면서 점점, 페르뒤 씨의 사랑 이야기에, 그리고 이별을 조금씩 받아들여가는 과정에 빠져들어갔던 것 같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서 과거의 사랑과 '제대로 이별'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마농과의 이별 이후 멈춰있던 페르뒤 씨의 시간은, 그녀의 편지를 뒤늦게서야 발견하고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이별은 사람을 성장하게 만든다고 하던데, 페르뒤 씨는 마농을 드디어 놓아 줄 수 있게 되면서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그 점이 가장 잘 나타나는 게 그가 책에 관해 생각하는 부분들이었다.

 

책은 항상 충분할 것이다. 책은 읽는 사람을 언제까지나 사랑할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모든 것 속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이다. 삶에서, 사랑에서, 죽음에서도. (p.51)

 

책 초반에 페르뒤 씨가 손님에게 책을 추천해 준 후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는 책에 둘러싸인 삶을 살아가며, 사람들과의 교류는 살짝 멀리하고 있었다. 오로지 책만이 믿고, 의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 부분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이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고 생각했었다.

 

페르뒤 씨는 책들 옆에 있으면 늘 피난처에 있는 느낌이었다. 그는 배 안에서 온 세상을 발견했다. 온갖 감정, 모든 장소와 모든 시대. 결코 여행을 떠날 필요가 없었으며 책들과의 대화로 충분했다. 때로는 사람들보다 책들을 더 높이 평가한 적도 있었다.

책들은 덜 위험했다. (p.323)

 

어쩌면 두려웠던 건지도 모른다. 사람과 맺어가는 관계는 예측할 수 없다. 어떻게 시작하고 또 어떻게 끝날지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책은 다르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같은 내용을 읽을 수 있다. 책 속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고 각종 상상으로 가득하지만, 진짜 세상보다는 분명 덜 위험하다. 책이 이야기하는 것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책은 독자를 거부할 수 없다. 주도권은 항상, 독자 자신에게 있다. 거부당하는 일이 없다. 사람 사이의 관계와는 다르게도.

 

어떤 책이 나를 구해줄까?

그 대답이 생각났을 때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뻔했다.

"책들이 많은 걸 할 수 있지만 모든 걸 할 수는 없어요. 중요한 일들은 직접 살아봐야 해요. 책으로 읽지 말고. 나는 내 책을...... 직접 체험해야 합니다." (p.374)

 

무작정 시작한 여행의 끝에서 페르뒤 씨는 비로소 느끼게 된다.

어떤 책도 온전히 삶을 구해줄 수는 없다는 것을.

결국 우리는 책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일들은 진짜로, 스스로 경험해봐야 한다. 죽을 듯이 힘들고 아파도, 일단 부딪혀 봐야한다.

그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또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페르뒤 씨가 그랬던 것처럼.

 

+덧.

그런데 페르뒤 씨가 사랑했던 여인의 이름이 '마농'이었던 것은 우연일까? 그녀의 이름과 행동에서 어쩐지 <마농 레스코>가 자연스레 연상이 되었었기 때문이다.

 

<이 리뷰는 출판사나 작가와는 전혀 상관없는 몽실서평단에서 지원받아 읽고 내맘대로 적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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